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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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날짜 :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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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목필균의 시 댓글:  조회:1833  추천:0  2020-01-24
얼굴     목필균   아들과 똑 닮은 여섯 살 손녀가 허리 잘록한 백설공주를 그린다   아버지를 닮은 나와 나를 닮은 아들 아들을 닮은 손녀의 이음줄   쳐진 눈썹, 하얀 피부 외유내강의 성품까지 유전자의 놀라운 대물림이다   아버지가 떠난 길 따라 나도 떠나고 나도 꼭 닮은 부녀가 걸어갈 길은 굽이굽이 넘어갈 세상살이   내가 그리기를 좋아하듯 공주를 그리는 아이를 위해 행복의 타율을 높이는 기도 ​ 매일매일 절절하다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골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사랑을 정리하며                       - 편지함  목필균 이제쯤  엇갈리기만 하는 너를 정리해야겠다고  편지함을 연다  받은 편지함을 휘저어 보며  과장된 말들을 골라내고  보낸 편지함을 뒤져보며  이별의 예감들을 솎아낸다  이미 한 번 지워진 사연들이  줄줄이 잡혀와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지운 편지함  "선택된 메시지를 영구적으로 삭제시키겠습니까?"  예(Y), 아니오(N)  잠시 머뭇거리다  예(Y)를 누른다  다시 한번 가위질 당하는  나만의 이야기들  이제 영원히 놓쳐버린 것을    잡초 목필균   일주일 만에 만난 텃밭은 잡초가 주인이었다 상추사이로 부추사이로 고추사이로 뽑히면 더 안간힘으로 자라는 잡초들 뜯기고 뽑히고 밟혀도 무성히 일어서는 삶의 뿌리들 이순고개넘어서서 호미들고 돌아보니 좋은 날보다 더 기억되는 어려웠던 시간들 캐 낼수가 없어 굽이굽이 고단한 세월 견뎌온 잡초같던 내가 보인다 빈 눈으로 서성거려 보지만  가슴엔 미련이 선명하게 찍힌다 
1    복효근의 시 댓글:  조회:1975  추천:0  2020-01-24
무심풍경 복효근   겨울 감나무 가지가지에 참새가 떼로 몰려와 한 마리 한 마리가 잎이 되었네요 참, 새, 잎이네요 잎도 없이 서 있는 감나무가 안쓰러워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앉으며 작은 발의 온기를 건네주기도 하면서 어느 먼 데 소식을 들려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나무야 참새가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것 같아도 안 자고 다 듣고 있다는 듯 가끔씩 잔가지를 끄덕여주기도 합니다 나무가 그러든지 말든지 참새는 참 열심히도 떠들어 댑니다 모른 체 하고 그 아래 고양이도 그냥 지나갑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모두 다 무심한 한 통속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제 길 갑니다 연말인데 벌써 몇 개월 전화 한 통 없는 친구에게 한 바탕 욕이나 해줄까 했다가 잊어버리고 저것들의 수작을 지켜보며 이 한나절에 낙관 꾹 눌러 표구나 해뒀으면 싶었습니다   ㆍ 이녁  /  복효근 그믐 가까운 밤하늘 별들이 좋아 별 보러 가자 했더니 따라 나선 사람   등 뒤로 유성 하나 길게 흘러 "앗 별똥별이다" 하니 "에이, 난 못 봤는데……. 근데 당신이 보았으니 됐어" 한다   내가 먹은 것으로 이녁 배가 부르고 내가 본 꽃으로 제 가슴에 천국을 그리는 사람   나를 스친 풀잎으로 제 살갗에 피멍울이 맺혀 내가 앓기도 전에 먼저 우는 사람아   별똥별 떨어진 자리 또 한세상 같이 건너야 할 무지개다리 하나 걸려 있겠다 다 스쳐보낸 뒤에야 사랑은     복효근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산길에선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정상이 어디냐 물으면 열이면 열 조금만 가면 된단다 안녕하세요 수인사하지만 이 험한 산길에서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 반갑다 말하면서 이내 스쳐가버리는 산길에선 믿을 사람 없다 징검다리 징검징검 건너뛰어 냇물 건너듯이 이 사람도 아니다 저 사람도 아니다 못 믿겠다 이 사람 저 사람 건중건중 한 나절 건너뛰다보니 산마루 다 왔다 그렇구나, 징검다리 없이 어찌 냇물을 건널 수 있었을까 아, 돌아가 껴안아주고 싶은, 다 멀어져버린 다음에야 그리움으로 남는 다 스쳐보낸 뒤에야 사랑으로 남는 그 사람 또 그 사람 그들이 내가 도달할 정상이었구나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이 산길에 나 하나를 못 믿겠구나 낙엽 ​ 복효근(1962~)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초 그 다음은 스스로의 일조차 아닌 것을 무엇이 두려워 매달린 채 밤낮 떨었을까 애착을 놓으면서부터 물드는 노을빛 아름다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죽음에 눈을 맞추는 저 찬란한 투 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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