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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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 어느 여름날 댓글:  조회:1738  추천:1  2016-04-02
  단편소설   어느 여름날 최국철 1     북으로 급하게 날아가던 기러기의 끼륵- 울음소리가 바람같이 후르르 떨어지던 소리가 어제 같이 들렸는데 어느덧 여름이 찾아 왔다.   새벽을 털고나면 빈터만 늘어나고 여망없는 지경마을의 여름은 터무니없이 무덥기만했다. 개가 가난한 주인을 꺼리지 않듯 세월도 가난하고 찌그러져가는 깡촌을 그저 스쳐지날 줄 모르고 여름의 온갖 교태와 성채를 몰고 온다.   이제는 약한 비라도 한줄금 내려서 더위를 몰아갔으면 좋으련만 사방산기슭을 휩쓸며 덮쳐든 중복의 무더위는 황소불알을 삶을 지경으로 맹위치고 있다. 범이 새끼를 쳐도 모르게 무성한 쑥대만이 키높게 자란 지경마을 길에는 뜨거운 해빛만이 제멋에 내려 앉아 화로같이 달구었고 쑥대만 멋없이 키워댔다. 밤마다 옥수수가 퍼런 잎사귀를 이들거리며 쑥쑥 크는 소리를 들어도 컹컹- 자지러지게 짖어대던 동네개들마저 돌담밑을 찾아서 혀를 길다랗게 빼물고 십리 마라톤을 하기라도 하듯 요란스레 헐떡거렸다. 암탉만 보면 괜히 심술끼가 발동해서 돌담우로 내쫓으며 담약한 암탉을 식겁하게 만들더니 지금은 암탉이 코밑으로 유유히 스쳐지나도 숫제 못본척한다.   "켁켁…왈헝(형) 이게 무슨 노름질이우? 수캐덜마저 세떼(혀를) 가루 물고 암캐두 못쫓구 쫠- 네각 뻐더뿌리구 늘어졌는데 매나네 (괜히)개고생을 사서 하는게 아니우?"   왕싼에게는 왈룡이가 왈헝으로 불려진다. 한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든 왕싼이 돌담 곁에 뻗은 자드락 길에 나타날 무렵은 오후의 해가 서편으로 기우는 시각이다. 왕싼이는 자드락 길에 시름없이 뻗어 나온 호박 줄기를 발로 툭툭 건드리면서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이 자드락 길은 아낙네들이 마을뒤 "서싸위재"라 이름한 밭에 심은 풋 옥수수를 뜯으러 다니던 길인데 이제는 망태기나 버들광주리에 풋옥수수를 담아 이고 내려 오는 아낙네들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아침에 손잡이뜨락또르부품 사러 진정부 소재지 마을 합촌으로 내려갔던 왕싼은 합촌에 있는 산동출신형제들과 술이라도 한잔 걸친 모양 취기가 도도하다. 질척거리는 눈귀에는 취기가 잔뜩 매달렸고 누렇게 싹아빠지는 뻐덩이 쯤 사이에 벌건 고추가루 몇개가 렴치없이 매달려 있었다. 비밀봉지안에는 커다란 돼지고기 한덩이와 보기에도 느끼한 비게덩어리들이 들어 있었다. 왕싼이는 비게를 녹혀서 식용유 대신으로 쓰는데 그 냄새로 하여 그의 잡안에서는 사철 쿰쿰한 기름냄새가 가셔질줄 모른다. 지경마을 사람들은 이런 냄새를 "산동냄새"라고 두루뭉실하게 이름했다. 아주 폄훼에 가까운 조크였지만 사람좋은 왕싼은 대수로운 기색이 아니다.   석수쟁이 돌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 없다. 아침에 내려 갈 때에는 맨정신이라 뱀을 잡는다고 육중한 선바위밑굽을 파내는 왈룡이를 보고 속으로 황소보다 더 우둔한 놈이라고 픽픽 비웃으며 알은체도 않더니 거나하니까 사설쟁이로 둔갑해서 수작을 걸어 온다. 갖바치가 남이 신만 살피고 야장쟁이는 쇠철만 찾는다더니 왕싼은 왈룡이가 파내는 바위를 살피면서 이 커다란 바위를 쪼개면 20장의 비석을 깎을 수 있다고 번개같이 타산하고 있었다. 어느 때부터 세월이 때가 묻어 더 단단한 이 선바위를 욕심냈지만 땅에 허리까지 박힌 큰 화강암이라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그런데 구성이 나타난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왈룡이가 지금 바위주위를 전호를 파듯 파고드니 품이 엄청드는 토역공사를 면했다고 속으로 즐거운 비명지르고 있었다. 비석같은 정교로운 물건은 산에 올라가서 만들기보다 마을안이라 만들면 도둑을 맞힐 근심도 없다. 그리고 사방산으로 올라가는 다리품이 덜 든다. 황차 산에서도 이런 바위를 만나면 바위 주위를 덮은 흙을 파내야 한다.   "젠장헐 썩을 얼방뒤눔이 어디서 똥물이라두 한잔 후려쳤꾸마 (마시 다) 시방 난 세떼(혀를) 가루 빼물게 탈탈 바쁘니까 쉬여빠진 헌소릴 작작 허구 그냥 지나가. 돌떼(덩이) 보니 또 쪼아서 돈벌 궁리나냐"   얼결에 이쪽으로 올라오는 왕싼이를 본 왈룡이는 왕싼쪽을 거들떠보지 도 않고 삭정이를 부러뜨리는듯한 꺽꺽한 소리로 맞대꾸했다. 지경마을 사람들은 한족인 왕싼이가 조선말을 얼음우에 박밀듯히 잘한다고 《얼방 뒤》라고 부른다. 대개 혼혈아라는 의미다. 광복전후에 로씨야군인들을 "마우재"라고 부르더니 이제 조선말을 잘한다는 한조건으로 되지도 않는 "얼방뒤"로 몰아간다. 어디에서는 혼혈아를 "튀기"라하더니 여기서는 얼빤한 사람을 일컫던 "얼방뒤"가 된다.   "시끄럽다 고마 가라"   왈룡이 입에서 잔디같은 상냥한 말이 흘러나올리가 만무하다. 헌렁 닝구까지 벗어낸친 왈룡의 웃몸는 아프리카 흑인들도 우리 조상님 올시다 를 련발할만큼 까마귀 같이 검고 반들거린다. 초여름부터 웃몸은 뜨거운 해볕에 로출되여서 동면에서 금방 깬 검은 곰 같다.   "와차 맨삽으루 이런 큰 구뎅이를 파냈수…대단하우."   왕싼은 입을 딱 벌렸다. 왈룡이 같은 우둔한 사내만이 발상이다. 커다란 바위 주위를 파낸 토역공사는 장난이 아니다. 뱀을 잡는다고 벌린 역사치고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무리한 공정이다. 혼자 힘으로 이런 역사를 벌이다니 …사람이 아니라 우둔한 황소라니까   "이 돌째기(바위)는 이제 내꺼니까 수캐수작질 말어…"   이?…왈룡이헝(형) 가만보니 그저 바지저고리거나 맨물한바가지로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니까.   "헤헤헤…무신소리우 사방산에 가문 숱한 돌인데 욕심안내우…헤헤헤 왈헝(형) 저녁에 돼지괴기나 삶아 놓구 한잔 후려치지무."   왕싼은 왈룡이에게 타박 당했는데도 대들줄 모르고 벙글거린다. 왈룡 이가 괜히 심술을 부려보는것 같지만 이 선바위는 왕싼이 차지가 되는건 시간문제다. 왕싼의 잔머리라도 몇마디에 왈룡이를 나긋하게 구워 삶을수 있다. 저녁 편쯤 왈룡이를 술상에 끌어들이면 이 선바위는 당장에서 왕싼이 차지가 될것이다. 왕싼이는 속이 단단하지 못한 왈룡의 속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호떡이 차려졌어   "켁… 이 지경마을에서 누가 왈헝이 힘을 누가 당한다우 당체(최)… 근데 이 돌밑에 정말 무리뱀굴이 있단 말이우?"   왈룡이는 지금 집채같은 선바위의 허리쯤을 파내면서 연신 쾡이로 뱀을 놀라게 하느라고 탕-탕- 요란하게 때리고 있었다. 쇠붙이가 돌에 마치는 특유한 파찰음은 바위밑에 숨어 있는 뱀을 놀라게하기엔 족했다.   "있지…옛날부터 많았다구 소만났네라. 그래서 장난이 험차란 애덜두 이 선바위 근처에는 얼씬두 안했니라 … 벌써 몇마릴 후무렸지무(잡다)…"   왈룡이가 허리를 펴는 사이에 바위밑에서 재빛에 검은 줄무니가 건너간 살모사 한마리가 불쑥 기여나왔다.   "이크!…이크!…"   구덩이 우에 선 왕싼은 살모사가 구덩이 벽을 타고 자기한테로 다가오기라도 하듯 얼른 한발 피하면서 사색이 되였지만 고무장화를 신은 왈룡이는 구덩이 안에서 빠질 구멍을 찾느라 갈팡질팡 기여다니는 뱀을 내려다보며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보다가 재빠르게 살모사의 뒤꼬리를 쥐여들고 몇번 휘둘렀다. 그리고는 뱀이 기절할 무렵 재빨리 비밀주머니 안에 쑤셔 넣었다. 왈룡이는 지경마을 사람들이 정평대로 뱀을 무서워하 지않는 사내가 옳았다.   스르륵- 스르륵- 비닐봉지안에서 되살아난 뱀들이 나오려고 발악하는 소리가 소름끼친다. 겁을 모르고 둔감한 황소도 뱀을 만나면 흠칫 몸을 떨면서 놀란다. 짐승중에서 돼지만은 뱀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냥해서 우적우적 씹어 삼킨다 왈룡이도 돼지 못지않게 용감하게 뱀잡이를 하고 있다.   "이거…이거 선바위가 무리뱀이 굴이라던게 정말이구마. 왈헝이사 똥담이 크니까 이런 잽이라두 하지 이 지경마을에서 뉘기 감히 겝나서 달려나 든다우. 당최 비실거리지무"   왕싼은 듣기에도 가소로운 아첨을 하면서 가만히 웃었다. 왈룡이가 제일 듣기 반가워하는 소리라는걸 잘 아는 왕싼이라 왈룡의 가려운데를 슬슬 긁어주고 다독여주는데는 명수다.   "아적에(아침) 나와서 두마릴 잡구 점심먹구 나와서 세마릴 줴겼거든(잡았다) 헤헤헤… 백원벌이 했어 오눌(늘)은 재수 좋치므"   기계가 할 방대한 토역공사를 하고 목숨을 볼모로 뱀잡이를 하면서도 백원벌이에 크게 만족하는 왈룡이다.   왕싼의 예상이 적중함은 인차 드러났다. 왈룡이는 왕싼이 둥실둥실 춰주는 가소로운 말에 대뜸 입이 귀에 걸리면서 흙과 땀으로 번뜩이는 얼굴에 찬란한 웃음을 피워 올렸다.   "이제 이 선바위밑을 다 파내느라문 왈헝은 이 지경마을에서 왕부자가 될게우 흐흐흐…저녁편이 꼭 오우. 이 도투괴기루 안주해서리 술이나 왕창 후려치기우(마시자)"   왈헝- 이라는 당치도 않는 호칭을 빼면 왕싼의 조선말은 한구석도 나무랄데 없다. 어려운 속담이나 관용구 에서도 막힘이 없다. 하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조선사람으로 착각한다.   "체나라(물러나라) 펄펄 끓는 삼복철에 뉘기 똥배주나 후려친다구 그래두 말오줌이(맥주) 좋치무…갈 때 뒤병 사가지구 갈게"   맥주가 좋다면서 고작 두 병이다. 하루 벌이 백원에 입이 귀에 걸리는 왈룡의 호주머니 사정으로는 맥주로 배를 불리기에는 아직 무리다. 두병을 사는것이 마치 값비싼 양주라도 사는듯 뿌듯한 기색이다.   "켁 왈헝두 량로반네 뱀탕집으루 불이 펄펄 나게 댕기더니 이제 피쥬거품에 입맛을 들였수? 봄까지만해두 피쥬가 쇠오줌같아서리 못 마신다고 흑흑 거리더니 …헤헤헤 어저는(이제) 입이 와늘(정말) 꼬지(고급)구먼"   "그려그려… 뭐 그리 됐다이…"   왈룡이는 어깨를 으슥해보이고는 다시 허리를 굽히고는 선바위밑에 드러난 잔돌들을 부지런히 밖으로 내던졌다. 이제 허리께 만큼 파들어간 둥근 구덩이는 뱀이 기여 오르게 힘들 정도로 가파로웠다. 우둔한 왈룡이지만 구덩이가 깊어야 뱀이 도망치지 못한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평생 지경마을에서 살아 온 왈룡이는 너구리 사냥군들이 날이 저물면 너구리가 굴안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입구를 든든하게 틀어막는다는 사냥법을 잘 알고 바위밑으로 통한 뱀굴을 건드리면 구덩이가 깊어야 밤사이에 기여 나온 뱀이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구덩이안에서만 맴돈다는것을 도리는 알고 있었다. 뱀사냥에서는 번지수가 환하다.   "내 먼저가서 괴기를 푹 삶아 놓을터이 저녁편에 오우."   "도투괴긴 칼판에 왕소금 뿌리고 주둥이가 델 지경으루 뜨거울때 답새겨야(먹어야) 흠흠하지무"   왈룡이는 생각밖에 생긴 공짜 저녁으로 약간 흥분했다.   "알았수"   왕싼이는 히쭉 웃어보이고는 오던길을 따라 휘적휘적 돌담을 따라 내려 갔다.     2   지경마을의 공식촌명은 태양촌이다. 왕청현 천교룡진에 있는 태양촌은 일제시기 집단이주로 일본사람들이 지어준 촌명이라면 왈룡이가 사는 태양촌은 문화대혁명시기에 정치적인 색을 가미해서 지은 촌명이다. 이 시기 연변의 수많은 촌들이 촌명을 바꾸었는데 홍기촌, 흥진촌, 홍광촌 으로 요란했다. 사람의 이름도 문혁, 홍철, 문자 등등으로 구색을 맞추었다.   태양촌-촌명으로는 나무람 할수 없다. 당양지지에 자리잡은 지경촌 에 어울리는 촌명이다. 하지만 촌민들과 토지사용계약서는 체결할 때 벌건 인장에나 박힌 촌명이다. 사람들은 공식촌명보다 오래전부터 입에 오른 지경촌을 더 선호한다. 지경촌의 이웃마을은 지변촌, 사방대산너머 마을은 지서촌이다. 땅 한필지가 없던 옛날에 지(땅)에 대한 욕심으로 피해의식이 생겨서 지은 촌명들 같다.   지경마을은 1930년대 일본사람들의 집단부락화와 안전촌 정책으로 마을 밖에 돌담을 쌓아서 원래의 산재촌과 지경(경계)를 그었다고 지경촌 으로 되였다는 일설도 있지만 캐고보면 그것만은 아니다. 이 지경촌은 조선에서 이주한 조선인 최씨와 박씨가 귀화입적해서 땅을 사들이고 그 땅에 자기의 번지수를 올리면서 생겨난 촌명이다. 말하자면 최씨와 박씨가 밭지경으로 대를 물려오면서 연장싸움하면서 생겨난 촌명이다. 부자간에도 논물싸움은 연장 싸움으로 번진다고 했는데 피가 다른 남남끼리 밭지경 싸움은 인명을 볼모로 하는 큰 싸움이고 세대를 이어오면서 연장되는 싸움이다. 그 싸움은 마지막에 왈룡이가 뱀잡이를 하는 선바위를 중심으로 거기에서부터 경계선으로 돌담을 쌓으면서 끝을 내렸다. 선바위는 마을에서 뒤편에 자리 잡았는데 그 뒤로는 야트막한 둔덕이고 그 둔덕을 넘어서면 "서싸우재라고"이상한 지번이 붙은 사래긴 밭이 펼쳐진다. 그러니까 그 돌담 서편은 최씨가 차지 했고 동편은 박씨가 차지한것이다. 돌담을 계선으로 이렇게 서편동편에도 동네가 생겼는데 동편에 인가가 집중하면서 본마을이 되고 서편은 최씨를 비릇한 최씨집성촌이 되였다. 일본사람들은 집단부락화를 할 때 최씨에게서 뒤돈을 챙겨 먹은 모양 최씨지주가 사는 동네를 그대로 남겼고 그 동네가 결국 왈룡이가 사는 서지경마을로 되였다. 지금도 동지경마을은 태양촌의 본마을이고 왈룡이가 사는 서지경마을은 본촌마을에 딸린 부속동네로 전락되였다. 행정규모로는 툰으로 하향조절된 서지경마을이라 겨우 10여호만이 달랑 산다. 대약진 시기와 문혁시기까지만 해도 50여호나 되였지만 현재는 10여호만이 미희미한 문패를 달고 숨소리를 죽이고 조용하게 살아간다. 어린이 첫돐 생일 잔치도 한번 없고 로인들의 회갑잔치도 없는 서편지경마을이라 동지경마을사람들에게도 잊혀가는 아득한 섬 마을로 되였다. 그것도 알뜰한 최씨집성촌이 아니고 여기저기에서 모여들었던 잡성후예들이 사는데 어느덧 왕씨성을 가진 한족 두 호까지 끼여 있었다. 최씨집성촌은 퇴색했지만 그래도 최씨들이 남긴 배타적인 정통성만은 완강했다. 서지경마을에서는 한족들이라면 당초에 곁에서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했지만 조선말을 얼음에 박밀듯하는 왕씨네 세째와 네째의 두 형제의 천입은 결국 막지 못했다. 왕청 십리평 쪽에 온 왕씨 두 형제는 산동 후예들이였는데 그 쪽에서도 조선족집성촌에서 살아 온 경력으로 조선말에 막힘이 없었다. 이들은 서지경마을에 들어 설때 알뜰한 홀아비 석수쟁이 신분이였다. 동지경마을과 서지경마을에도 아래턱 수염이 더부룩한 로총각들만이 서성거리는지라 홀아비는 흠결이 아니였다. 왕씨 형제는 농사도 모르고 매일과 같이 정대와 망치를 메고 사방산에 올라가서 똑딱 돌만 쪼개는지라 지경사람들과 아무런 트러불도 없이 사이좋게 살아갔다.   왈룡이는 왕씨형제와 사이좋게 어울렸는데 서지경마을은 물론 동지경마을에서 호랑이 만큼 세도가 있었다. 그의 세도란 아무런 시비도리도 무시하고 불문곡직하고 멧돼지같이 저돌적인데서 호랑의 위상을 세웠다. 기실 사람들은 그를 진정으로 무서워서 두려워한것이 아니라 상대하기 싫어서 피한것뿐이였지만 왈룡이만은 그것도 모르고 밤낮으로 지경마을에서 버럭버럭 힘 자랑을 했다. 호랑이는 원색적인 방뇨를 통하여 자기의 존재와 세력범위를 시위한다면 지능적인 인간도 결국 물리적인 통치수단을 통하여 자기의 존재와 가치를 통보하는 모양이다. 원색적인 물리수단의 귀천을 떠나서 생존욕과 그 생존을 뒤에서 밀어주는 수단에서는 높낮이가 따로 없고 동물이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나 본다.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들이 베바지에서 방구가 새나가듯 슬그머니 떠나간 지경마을에서 지능적이지 못한 왈룡의가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는 인물로 부상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형님 우리 집 탈곡을 좀 해주오- 이런 청이 오면 왈룡이는 당장에서 흥- 하고는 외면이다. 말도 안돼 이 왈룡이가 누군데 네따위 집에 가서 먼지 먹으면서 너절한 일을 해주냐   하지만 같은 청이라도 왈룡이가 선뜻히 나설 때가 있다. -지경마을에 서야 형님만큼 탈곡을 잘하구 힘이 쎈 나그네가 어디에 있수 형님이 안 오면 우리집 탈곡은 해를 넘기우- 이 따위로 지껄이면 월룡이는 급하던 일도 집어 던지고 당장에서 팔을 걷고 달려 간다. 그리고는 죽을둥 살둥 모르고 일한다. 이것뿐이 아니다. 술상에서 간혹 왈룡이 비위를 건드렸다 면 그 상대는 어느때던지 소똥벼락을 맞고 컴컴한 밤에 어디에서 날아오는 몽둥에에 뒤통수가 깨질지도 모른다. 왈룡이는 이런 위인이다. 이래서 지경마을 사람들은 왈룡이를 모두 송총을 피하듯 한다. 왈룡이라면 부부간의 싸움을 그칠만큼 왈룡이는 지경마을의 두억시니다.   이런 왈룡에게도 두려운 상대가 있으니 바로 그의 절름발이 마누라다. 왼다리로 동그라미를 긋으면서 힘겹게 걸어야하는 그의 마누라는 병신 몸인데도5년전에 35섯살 먹은 로총각인 왈룡에게 재가하면서도 11살 나는 아들한놈을 데리고 오만한 표정으로 왈룡이 한테 시집왔다. 녀자를 모르는 숫총각한데 시집오면서도 아주 득세를 한듯히 뻐기면서 마지못해 시집온 상통이다. 머리회전이 좋은 녀자는 자기의 병신몸도 알고 아들이 딸린 신세도 잘 알고 있지만 녀자라는 조건하나로 왈룡이같은 로총각 에게는 넘쳐날만한 신분이라는것을 잘 알기에 남편의 첫 그루부터 단단하게 박아서 주동권을 거머잡았다. 녀자에게는 살만한 시기가 왔다고 너스레를 떨어도 과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인 힘보다는 지능적인 머리가 우선이라는 말이 맞다. 왈룡의 병신 마누라는 첫시작부터 왈룡이를 손안에 넣고 살살 얼리고 닥치면서 왈룡이를 꼭두각시같이 조종하는데 설화에서 나오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이 따로 없었다. 말 그대로 칠종칠금이다. 자기의 피줄도 아닌 이붓아들 부양책은 알뜰한 왈룡이 힘이 의거했다. 은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왈룡의 병신안해는 낮색한번 변할줄 모르고 집에 앉아서 마술같은 힘으로 왈룡이를 쉬엿,차렷을 시켰 고 왈룡이는 마누라 말이라면 그저 머리를 백번 주억거려도 아깝지 않은 기색이였다. 신통해…신통하다니까 왈룡이가 마누라를 무서워하다니… 마을사람들은 뒤에서 가만히 킥킥 거렸다.   왈룡이가 마누라를 이긴다고 할 때면 억척으로 술을 마시고 곤두레로 취할 때 뿐이다. 왈룡이가 황소눈을 부릅뜨고 꺽-꺽 희나리가 부러지는 소리로 괜히 트집을 잡으면서 알지도 못할 말을 지껄일 때면 그의 병신 마누라는 입에 함박꽃같은 웃음을 피여 올리면서 왈룡의 까진머리를 어린애 다루듯히 살갑게 만져주고 털이 부숭부숭한 다리를 살뜰하게 만져준다. 꿀물 마시고 어서 자우- 왈용이는 어느듯 봄버들가지처럼 해나 른해 나면서 쿨쿨 자버린다. 결국 왈룡이는 꼭두각시였다.      3      한편 왈룡곁을 떠난 왕싼은 곧추 왈룡이네 집으로 향했다. 술은 색기를 부르는 음식이다. 왈룡이가 당장 집으로 오지 않는다는것을 제눈으로 보고 잘 알고 있기에 망설이거나 겁을 내는기색도 없다. 여름 오후의 무더위가 쏟아지는 마을길는 인기척 하나 없이 적요하게 비여 있다.   왈룡이네 집은 옛날 생산대 시절에 우사로 쓰던 기다란 집이였는데 벽돌로 지은 집이라도 처마를 낮게 만든데다 쓸모 없이 크고 길기만 해서 한칸만 막아서 집으로 쓰고 소 구유를 걸었던 통칸은 아직 간벽도 막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대낮에도 우둑스레한 통칸에서는 쥐들이 요란하게 뛰여 다녔다. 거기에는 쟁기, 연장, 쌀뒤주 같은 농사일에 필요한 잡동사니들이 흙이 뿌옇게 묻은 채로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형수 있나?… 왕서방이 인기척을 냈다. 밖에서는 염천같이 끓어번지는데도 추운지 개떡같은 포대기로 아래배를 가리고 낮잠을 자던 왈룡이 마누라가 눈을 떴다. 누구?… 왕싼이구만 … 손님을 알아 본 추월 이는 불편한 다리를 겨우 가누고 허치럭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왼 쪽다리가 터무니 없이 마르고 짜른 병신 몸이다.   "무슨일루?… 그 양반은 뱁잡이루 선바위루 나갔는데… 물이라두 떠 달라우?"   추월이는 상기된 왕싼의 기색을 보고 모든걸 알아챘지만 모르는체 시치미를 뗐다. 왕싼이가 남편보다 아래여서 반말지걸이 아니라 한족들에게는 자질구레한 례절이 따로 없기에 그냥 시름없이 만발을 깐다. 왕싼이가 왜 왔는지 번히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추월이라고 보면 가슴도 웬간히 차고 묘하다. 추월이는 포대기를 대충 개여 한켠에 밀어 놓고는 자리에서 겨우 일어 났다. 그리고는 절룩거리면서 물독에 다가가 비밀뚜껑을 열고 비닐바가지에 더위에 미지근해진 물을 듬뿍 떠서 왕싼에게 내밀었다. 추월이 뒤모습을 보니 왼편 엉덩이까지 풀썩 꺼진 짝궁덩이다.   꿀떡-꿀떡 물을 마시고 난 왕싼은 등디목에 놓았던 비닐봉다리를 불쑥 내민다. 추월의 짝궁둥이를 볼때마다 추월이란 녀자가 싫어지고 매번 그녀의 몸을 가진 후 화대를 챙겨주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속으로 맹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 온다. 곁에 녀자가 없는 왕싼에게는 짝궁둥이 추월이는 그저 녀자라는 조건으로 정염을 달래는 도구뿐이다. 왕싼은 왈룡이에게 술안주로 삶아먹자던 향약을 잊고 있었다.   머유?… 돼지 고기…픽 추월이는 랭소를 던지면 돼지고기를 받을념도 하지 않는다. 왕싼이 입에서 마구 풍기는 문맷내(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나는 구취)에 속이 울런거린다. 잠 을 금방 깨서 얼굴에 약간 붓기가 있어도 자색은 그만하면 밉상은 아니다. 이놈이 돼지고기 한점으로 공짜를 노릴것이다. 추월이는 순간적으로 계산을 마쳤다. 어림도 없지…그까지 돼지고기 한점으루 어림두 없소   "이거 조선족녀자들 되게 무섭다. 하루 이틀도 아닌데… 맨날 돈을 내야만 하우? 이제 이만해두 정이 들었다 할수 있는데"   형수로부터 조선족 녀자들로 바뀐다. 불륜이라도 이런 불륜이 어디 있을가 그러니까 왕싼의 눈에도 왈룡이가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앞에서는 왈헝-이라고 잔뜩 추켜세우지만 뒤에서는 단판이다. 진정 왈룡이가 무섭다면 애초부터 왈룡이에게 오쟁이를 지우지 않을것이다.   "왕싼이 이 병신 묌을 보면서두 그런소리가 나우? 나뚜 뜨거운 밥이라두 먹게 벌아야 할 묌이 아니우. 그리구 핵교 댕기는 아들의 뒤바라지는 뉘기 하우 이 동네 보우 몸이 성한 녀편네들치구 다 돈벌려구 밖으루 튀지 않았수 나야 이 묌으루 무슨 돈을 벌겟수? 남편이라두 단단하면 모르지만두…싫으면 말구 나두 이런 짓이 귀찮수"   추월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추월의 가슴에는 온통 아들만이 차서 남편인 왈룡의 존재를 담을 여유도 없었다. 오다가다가 아들의 뒤바라지를 계산으로 만난 남편이 알고보니 우직한데다 단단하지도 못한 위인이다. 그러니 정이 들리가 만무하다. 이제 당장 대학으로 진학할 아들의 뒤바라지가 제일 큰 거정거리다.   "알았수… 알았다니까"   왕싼이 대답하자 녀인은 대뜸 왕싼의 코앞으로 손가락 세개를 쭉 펴들었다.   "아무턴 대단하우! 대단해"   왕싼은 홑바지호주머니 손을 넣어서 지전 몇장을 더듬어 냈다. 모두가 빨각거리는 10원짜리 지전들이다. 개가 혀를 내밀듯 혀를 내밀고 때가 묻은 손가락으로 침을 찍고는 돈이 겹치기라도 하듯 꼼꼼하게 두장을 헤여서 녀인에게 건넨다.   "두장? 한장만 더 얹수 난 지금 몸이 불편해서 그럴 맴이 올챙이만두 없수. 돈 받아두 난 기생은 아니우. 무슨 말인지 알지?"   "무슨 소릴? 두장만(20원) 아니였나?"   "왕서방 이보꽈이 맨날 뚝떡거리면서 돌째기를 깨서리 꽉지루 돈을 긁어 모으면서두 발발 떨긴… 이 서지경동네서 형제끼리만 벽돌집 쓰고사는 남정네가 뉘긴데 그만한 돈 갖구 떨긴…나뚜 생각 없으니까 그만두기우 "   "이거 나뚜 이제 빨리 아무 녀자라두 얻어와야지…왈룡이 좋은 노릇만 한다이"   왕싼은 아쉬웠지만 분수처럼 솟아나는 정염을 달랠길 없어서 진전 한장을 녀자의 손바닥에 더 얹었다. 그리고는 즉석에서 허리띠를 풀면서 성큼 구들우에 올라섰다.   "아니 여기서? 대낮인데 남편이라두 들어 오문 어쩐다구"   "그렇찬아두 내 왈헝이한테서 오는 길이우 지금 쯤은 무리뱀을 잡구 있을걸"   "그래두…동네서 뉘기 불숙 들어 오기라두 하면 어쩌우…   동네눈이 겁나는것이 아니라 아들이 알가봐 제일 겁난다. 공부를 잘하는 똑똑한 아들에게는 끝가지 단정한 어머니 역으로 남고 싶다.   "그램 어디서?"   "먼저 텃밭 오이밭으루 나가우 내 뒤따라 나갈께"   겁을 내긴… 사내는 투덜거리면서도 선선히 밖으로 나갔다. 찌는듯한 무더위는 덕대를 맨 오이 밭속으로 새여들어 왔다.   조금 후에 검은 주름치마만 달랑 입은 왈룡이 마누라가 절뚝거리면서 오이 밭으루 들어 왔다. 밀페된 공간이거나 사위가 막힌 이런 풀색밭은 불륜을 저지르는 시골남녀들에게는 그야말로 락원이나 다름없다.   고슴도치만이 가만히 출몰하는 오이밭숙에 웅크리고 앉았던 왕싼은 녀인이 절뚝거리면서 다가오자 굶은 승냥이처럼 병신녀인의 몸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오이밭속에서 이를 앙다문 녀인의 비명소리와 거친 남자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4     집에서 마누라와 왕싼이가 블랙거래를 하는줄 까맣게 모르는 왈룡이는 이 시각 부지런히 바위밑에 깔린 잔돌을 주어 냈다. 얼굴에서 땀에 이겨진 흙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시골에서 뼈를 굳혀 온 왈룡이는 전야에서 득실거리는 뱀이 돈이 될줄은 까맣게 몰랐다. 어려서 드문드문 잡은 뱀이 껍질을 쳐내고 구워먹어 봤지만 지금처럼 화려한 별장에 간판을 달고 뱀탕이란 료리까지 개발될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비싼 값으로 팔릴지도 몰랐고 그 뱀탕을 먹으려고 시내의 돈많은 량반들이 개미처럼 줄을 이어서 내려 올 줄도 몰랐다. 아무튼 시내 사람들은 싱겁다니까.   봄에 지경마을 앞으로 흐르는 석개울앞에 대형굴착기가 들어오고 불도저가 밤낮으로 땅바닥을 밀고 깎아내더니 뒤이어 건축자재를 산더미 같이 박아 실은 대형트럭들이 부르렁거리면서 풀방구리에 생쥐 나들듯 부리런을 떨어댔다. 연길의 돈 많은 량씨 부자가 신작로에서 지경마을로 통하는 석개울 가녁에 별장을 짓는다고 했다. 시골사람들의 머리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집이다.   시내사람들은 별장이라 하지 않고 유식하게 펜션를 짓는다고 했다. 유럽에서부터 불어친 펜션 바람이 이제 연변이란 변연지역까지 기세차게 분다. 호텔의 고급화와 콘도의 편리성과 민박의 가정적 분위기를 모두 갖춘 새로운 유럽형 시설이지만 지경마을 사람들은 무슨 집인지도 몰랐다. 펜션은 유럽에서 로인들이 은퇴 후 여생을 민박 경영으로 보내는 것에서 그 이름이 붙은 별장형 펜션으로 식당도 한다고 했다.   철근기둥이 수풀처럼 일어서고 건축공들이 개미처럼 모여들자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기신기신 다가가서 기웃거리며 구경하던 지경마을 사람들은 어머어머한 집터 규모와 기초가 자리잡는 지번에 눈길을 돌리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구 땅에 이런 별장이 서는가? 시골사람 들에게는 도시사람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따를수 없는 계산이 있는데 그것인즉 땅에 관한 문서다. 땅문서에 한해서는 지지콜콜 따지고 철저한 시골사람들이다. 안돼 …말도 안돼. 누군 땅인데 함부로 이런 집을 짓는다냐…촌장이 승낙해도 안된다. 우리가 이름 박아서 선거하지도 않은 촌장이 뭘 믿고 함부로 우리땅을 내주냐…지경마을 사람들은 쉬쉬거렸지만 누구도 선뜻히 나서서 자가용을 타고 꺼덕거리는 량보스(지경마을 사람들은 량로반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불렀다)와 대거리 하길 싫어했다. 누군가는 나서서 말려야한다. 사람들은 별장주인 량보스와 맞설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꼭 부딫쳐야하고 지경마을 사람들의 억울함 을 풀어주고 빼앗긴 땅을 되찾아야한다.   왈룡이는 서지경마을과 동지경마을을 통털어서 힘이 제일 좋은 사내고 누구도 그를 이길수 없다. 한낮에 도적이 출몰해도 감히 나서서 말릴수 없을 정도로 청년들이 씨가 말라서 료료하고 장정들도 주름살만 늘어가고 쇠약해지는 마을이라 왈룡이가 적임자인건 당연하다. 성이 나면 메돼지처럼 저돌적이고 불물을 안 가르고 연장을 쥐고 달려드는 왈룡이를 누가 감히 엇서겟는가.   왈룡의 저돌과 파워가 빛낼 무렵은 연길에서 온 량보스가 별장의 골조를 다 세운 무렵이다.   이보게 왈룡이만 믿는다네 저 연길넘이 중대가리 촌장만 믿구 우리의 땅에다 제 맘대루 집을 짓는데 아무리 처박아두어 놀고먹는 강변모 래땅이라두 우리 지경촌이 땅이 아닌가. 저 연길넘이 우리지경마을사람 알길 개코같이 안다니까- 마을 중년들과 로인들은 우직한 왈룡이를 만나면 괜히 역증내면서 비분강개한 표정을 보였고 왈룡이를 앞장에 나서라고 개를 추기듯히 추겼다. 이 지경마을에서 왈룡이가 나서야 가망이 있다니까.   "어디서 저런 씨팔같은 개새끼가 겨들와갖구 "   드디여 왈룡이가 폭발했다. 병신 몸이라도 밖에서 돌아가는 마을 형편을 잘 알고 날자가는 줄 잘 아는 추월이는 남편이 나서 슬픈 제물이 될가봐 나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술을 마시고 얼빤한 기분이 된 왈룡이는 비가 추적거리는 어느날 기세가 충천해서 벽력같은 고함을 지르고 끝내는 폭발했다. 그리고는 당장에서 달구지에 흐물거리는 소똥을 박아싣고 석개울을 건넜다. 왈룡의 뒤로는 지경마을 늙은사람들이 슬금슬금 뛰따랐다. 왈룡이는 지경사람들의 감탄속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별장의 골조와 기초돌우에 번질거리는 소똥으로 매질했다. 투닥- 투닥 박수 소리까지 터졌다. 우리왈룡이 참 잘이 헌다. 잘이허네   펜션 골조를 세우던 외지 인부들은 왈룡이가 소똥벼락을 안기자 제지시킬념도 못하고 물끄럼히 지켜보면서 이상한 표정을 보였다. 미친 사람인가? 왜 저런더니…   이튿날 연길에서 소식을 듣고 내려 온 량보스는 소똥으로 칠한 자기의 별장골조와 기초돌을 돌아보면서 누가 그랬나 갈범같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는 그 걸음으로 자가용을 몰고 석개울의 간너 마을에 들와서 큰소리 쳤다. 어느놈이 그랬냐? 나와바라!어느놈이야? 나서라!   "좇같은 시키 내가 그랬다! 어쩔테냐? 그 개털같은 촌장 이 뉘 아덜이냐 그런 새끼만 믿구 지경땅에 개집 지어? 안될 일이지 "   누군가 소식을 전하자 왈룡이가 썩 나섰다. 연길놈이 내가 없는 사이에 큰 소릴 쳤다면서? 어른이 그랬다 어쩔테냐?   씩씩거리면서 누가 그랬냐 추적하던 량보스는 하늘에서 떨어진듯 불시에 나타난 시커먼 사나이가 날이 시퍼런 삽을 들고 겁기 한점 없이 대들자 당장에서 굳어졌다. 겁이 난것이 아니라 미친듯히 달려드는 사내의 기상을 보고 싫어졌다. 지경마을에 이런 사내가 숨었다니 …   량보스는 뒤걸음쳤다. 정면으로 승부해서 촌사람들의 버르장 머리를 고치겠다던 분기를 누르고 뒤로 한발 물러서는 아량을 보였다. 이런무 지막한 시골놈과 정면으로 대들면 자기의 외제승용차가 분풀이 대상이 되여 왕창 깨지는건 둘째치더라도 혼자서 대들다가 면상이나 할퀴워서 생채기라도 나면 이건 평생으로 통탄한 일이 될것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량보스는 돈이 많고 파워가 강해도 앞뒤를 잘 계산해서 유리하게 둘러 맞추는 사내다.   두고 봅시다- 한마디를 남기고 표연히 사라진 량보스는 그날 오후에는 시내바닥에서 껌이나 씹고 주먹깨나 날리는 어깨 몇을 불러 다시 내려왔다. 주먹에는 주먹이 맞서야한다.   이쯤 되면 웬간한 시골사람들은 사지가 쫄아들어서 겁을 내겠지만 왈룡이 한테는 그게 통할리가 없었다. 맞짱을 뜰 상대를 만나면 폭팔하고 흥분하는게 왈룡의 제일 큰 장끼다.   "연길이 개털조무래기덜이 내려왔구나 헤헤… 한넘만은 이 삽날에 목가지가 날아나야 겟다"   왈룡이는 끄무레한 기름내가 진동하는 왕싼네 집 부엌에서 날이 선들거리는 시퍼런 한족식칼을 찾아서 허리에 차고 날이 선 삽을 비껴들 고 죽을둥 살둥 모르고 달려들었다. 조자룡이 헌창을 꼬나들고 장판파에서 좌충우돌하듯 한점이 겁도 없이 돌격하는 그 기세에 시내에서 내려 온 젊은 주먹들도 눈치를 보면서 슬슬 물러났다. 시골놈이 미쳤구나. 미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나서서 목숨까지 내걸고 대들리가 없다. 제정신으로 사는 놈이 아닌것 같았다. 아주 어설픈 촌놈으로 알고 귀뺨이나 둬개 박아 위혁해서 구석에 대동이쳐 찌그러뜨리자고 작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골에 내려 왔는데 어디에서 이런 미친곰같은 놈을 만나다니…   왜 달려들어봐라-세상을 모르는 시골에서 부실한 넘인줄로만 알고 흔들거리며 내려 왔다가 오히려 당하는 꼴이 되였다. 어수룩한 촌놈과 상대해서 이겨도 망신 져도 망신이다. 상대할놈이 아니니 그만두기오. 소문난 주먹들은 실실 웃으면서 미친놈이 휘두르는 삽날에 억울하게 맞을가 슬슬 피했다. 거기에다 기죽었던 장정들까지 은근히 왈룡이를 도와나서자 싸움은 시작도 못하고 일방적인 승리도 끝을 보았다. 그날 밤 왈룡이는 그 여세를 몰아서 기초돌을 마구 허물면서 지경촌촌민들에게 큰 끼쁨을 안겨주었다.   이거 큰 우환거리 만났네. 량보스는 그저야 촌사람이라고 어수룩하게 봤던걸 후회하면서 다시 촌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촌장이 나서서 말려 주오 공안국에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이 나서면 그 후과가 더 안좋을 가봐 촌장을 찾아 온거요. 촌장은 중학교 중퇴생인데 까까머리를 슬슬 만지면서 자기는 감히 나서지못하고 왈룡이를 대처할 방법을 가만히 알려주었다.   이튿날 마을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던 량보스는 숱한 술과 온갖 식품을 담은 꾸레미를 왈룡이네 집으로 보내주었고 덤으로 돈 500원까지 가만히 찔러넣어주었다. 그 외에도 왈룡이를 연길에 끌고 가서 내내 왈룡이가 제일 듣기 좋아하고 귀가 간질거리는 소리만 골라서 늘여놓아 절반 시래기로 만들었다. 다음 녀자들이 애교소리만 넘쳐나고 향수내가 진동하는 어떤 휴식센터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쁜 처자까지 안겨주었다. 왈룡이는 남자다 처음에는 뚱한 표정을 짓고 눈을 뜨부럭거리던 왈룡이는 무슨 갈래판인지 인차 알았다.   후후후 이런…   병신마누라를 만나면서 녀자의 궁둥이가 모두 짝궁둥인가 착각하면서 살았던 왈룡이는 회벽같이 하얀 녀자의 대칭되는 온근 엉덩이를 처음으로 만지면서 세상이 노래졌다. 참으로 세상은 크고도… 크구나 세상에…이 왈룡이도 이렇게 이쁜처자도 안을수 있는 날이 오다니…   난생 처음으로 받은 향응에 왈룡이가 당장에서 입이 귀밑까지 째지면서 헤헤헤를 련발했고 량보스앞에서 햇솜같이 포근해졌다. 왈룡이는 이렇게 량보스의 사탕앞에서 물먹은 담벽 무너지듯 무너졌다.   왈룡이는 남자가 옳았다 아무리 헤식어도 녀편네 앞에서는 시내에서 안아본 이쁜처자의 사연은 입을 다물었다.   왈룡이가 지금 하는 뱀잡이도 량보스가 제의하면서 시작되였다. 왈룡이가 뱀을 무서워안하는 포획능수라는것까지 알고 이제 펜싱에 뱀탕 집을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배로 값을 쳐준다고 했다.   "량로반(주인)근심 놓아 번지라구 여기 지경촌에서야 이 왈룡이 한마디면 필이지 뉘기 대든다구"   왈룡이는 당장에서 때오른 가슴을 탕탕 치면서 감동했다. 그리고는 당장에서 형 동생 사이가 되였다.   왈룡이를 하늘같이 믿고 밀어주었던 지경촌 사람들은 왈룡이가 중도에서 하산하고 배신을 때리자 또 달콤한 말에 넘어 갔다고 한탄했다. 거페생페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려다가 되려 순진한 왈룡이만 망치고 량보스편으로 밀어버린것이다. 그러니까 왈룡이는 바지랑대와 같은 꺽꺽함에는 강하지만 사탕발림에는 약한 그런 무른 사내였다. 왈룡이는 이렇게 량보스의 대리인이 되였고 앞잡이가 되였다. 맹장을 잃은 지경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량보스와 대놓고 엇서지못했다.   초가을이 되자 지경마을사람들이 난생 처음으로 보는 화려한 펜션이 들어섰다. 지경마을사람들은 대리석으로 감싼 별장을 감히 들어가서 구경할 념을 못내고 철책너머로 안을 기웃거리면서 드러내놓고 부러워했다. 왈룡이만은 주인처럼 버젓히 출입했다. 전동기까지 안장하고 자동으로 여닫는 대형출문 옆에는 보기에도 머리털이 곤두서는 세퍼드 한마리가 매여져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흠흉하게 쏘아보다가 행식이 초라하거나 자기식구가 아닌 사람이면 사정없이 으르렁거리지만 왈룡이만 보면 꼬리를 치면서 은근히 추파를 보냈다. 이런 왈룡이게게 주인은 이것저것 잔것들을 잘 챙겨주었다. 마당에 세멘트를 하라면서 세멘드 한톤을 공짜로 보내주었고 펜션을 짓다 남은 고급건축자재들도 보내주었다. 지경마을 사람들은 왈룡이만은 덕을 보았다고 은근히 질투를 했지만 왈룡이가 왈칵 할가 겁나서 아는체 하지도 못했다. 잘사는 주인에게는 먹다 남은 떡부스 러기지만 왈룡이게는 평생 잊지못할 감지덕지한 은혜로 남았다. 왈룡이 짝궁둥이 안해는 건축자재보다 돈을 달라고 은근히 부추겼다. 하지만 정직한 왈룡이는 돈을 달라는 말만은 하지 않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지경촌과 그 앞을 감돌아 흐르는 석개울을 끼고 앉은 펜션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 대중음식이 아니고 부자들의 돈주머니만 노리는 뱀탕료리집으로 쓰기에는 알맞았다. 철책으로 둘러친 앞마당에는 거금을 들여 만든 인공못이 있는데 여기에는 주인이 친구들이 매일몰려와서 낚시로 세월을 보냈다.   초여름을 잡으면서 뱀탕집간판이 붙으면서 영업이 시작되였다. 량보스네 펜션에는 시내에서 내려 온 갑부들로 밤낮으로 들컹거렸고 비단으로 온몸을 칠한 녀자들의 달콤한 목소리가 고달픈 남대천의 하늘과 그 하늘 아래에서 허위허위 위태롭게 살아가는 인간들은 무차별적으로 희롱했다.     5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그 하루가 왈룡이에게는 두둑한 금전을 향약하는 좋은 하루가 되였다. 어제 잡은 뱀을 팔아서 200월을 번 왈룡이는 오늘은 새벽부터 출동했다.   마을사람들은 선바위가 지경마을의 수호신이고 광복전에 동신제를 지내던 곳이라 선바위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뒤에서 쉬쉬했지만 누구하나 감히 드러내놓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왈룡이는 바위돌밑을 부지런히 파냈다. 점심때가 다가 올무렵 벌써 30십여마리나 잡았다. 그냥 바위밑을 뚜지면 이제 얼마 더 나올지 대중할수 없다. 이렇게 잡다보면 오늘 수입은 어제보다 더 짭짤할것이다.   왈룡의 병신 마누라까지 나와서 독전하고 있었다. 어제 왕싼에게서 30월을 받아 하루 벌이를 한 추월이는 남편이 하루에 200원을 벌자 이게 무슨 떡이냐 부끄럼도 없이 손수 나와서 현장지휘를 했다.   눈치 코치가 제로인 왈룡이는 죽을 때까지도 자기의 비밀을 알리 없다고 장담하고 있는 추월이는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남편에게 품었던 미안감이 삭막해져갔다. 옳거니 그것도 한두번이면 낮이 간질거리지만 그런 일도 자꾸 번복하면 얼굴에 철판이 깔리는건 어쩔수도 없는 일이렸다. 처음에는 왕싼이 동생인 왕쓰를 먼저 받아주었는데 왕쓰가 작년에 산동에서 온 녀인과 결혼하면서부터 왕싼이 그 뒤를 이어서 추월이 몸을 탐하고 있다. 실리적인 녀인이라 동생이든 형이든 비밀이 보장되고 돈만 주면 아무런 상관도 없다.   "자꾸 그쪽을 뚜지지 말구 웃쪽편을 들추오"   남편인데도 존대를 무시하고 평어를 쓴다.   "어디? 여기?… 여긴 안돼 이러다가 돌이 무너지는데"   오쟁이를 지고도 안해의 기생행각을 모르는 둔재지만 일에서는 묘기가 트였고 수순을 잘 안다.   "에구 뼈대가 꽛꽛한 나그네가 겝두 많네 이 큰바위가 그렇게 헐이 무너질가…안쪽에 잔돌이 많은데 뱀덜은 돌이 많은곳에 많습지비. 사방산에 왜 뱀들이 득실거림두 그게 다 돌이 많어서입지"   그럴가…왈룡이는 안해의 말에 안된다는 토를 달줄 모른다. 어찌돼서 병신안해에게 덜미를 쥐여 꼼짝못하는 왈룡이가 되려 측은스럽기까지하다.   달그락- 달그락- 기다란 쇠파이프로 바위를 건드리자 또다시 뱀 한마리가 기여 나왔다.   "보라니까 내말이 틀리나"   추월이는 징그러운 뱀이 기여 나왔는데도 눈한번 감짝이지도 않는다. 왈룡이는 눈깜작 할 사이에 맨손으로 뱀을 잡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왈룡의 뱀잡이는 영원히 끝났다. 잡은 뱀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시 쇠파이프를 들이밀고 낑낑 힘을 주는데 바위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큰 바위가 움직이는지라 이들 량주의 반응은 둔감했다.   "이쿠!날래 물러 나우!… 바위가 굴러내리우! "   그래도 병신안해의 눈치가 빨랐다.   "???"   이때까지 영문을 모른 왈룡이는 엉거주춤 앉은 맵시로 당황한 마누라만 뒤돌아본다. 왜 그래?   "날래 구뎅에서 올라오라는데!우-!!!"   추월이 경황한 웨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음직이기 시작한 돌은 왈룡이가 판 구덩이쪽으로 굴러내리면서 왈룡이를 종이장같이 가볍게 깔아 뭉갰다.   "으…이…잉"   왈룡이는 영문도 모른채 괴음소리를 길게 흘리면서 집채같은 바위돌에 깔렸다. 왈룡이가 판 구덩이는 널찍하지 못해서 바위가 반바퀴도 구을지 않아서 멈추었지만 피할길 없는 왈룡이는 이 세상에 무서운 괴음 한마디를 토하고는 안해가 보는 눈앞에서 죽어갔다.   왈룡이를 살려주오! 왈룡이가 죽어가오!   추월의 실성한 웨침소리를 듣고 지경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득달같이 달려 왔다. 대낮에 이게 무슨 변이라우.   밖에 드러난 왈룡의 얼굴은 피가 통하지 못해서 거멓게 죽어갔고 퉁퉁 붓기 시작했다.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멀거니 죽어가는 왈룡이만 지켜보았다. 가슴이 바위와 흙벽에 끼인 왈룡이는 이미 숨이 졌다.   시체도 꺼낼 방도가 없었다. 누군가 량보스네 끌삽굴착기를 빌지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무리 힘이 있는 굴착기라도 바위를 움직이지 못한다는 결론이 났다. 마지막에 누군가가 시간이 들더라도 왕싼이와 왕쓰를 청해서 선바위를 쪼개야 한다고 했다.   왕싼이와 왕쓰가 정과 메를 들고 달려 왔다.   그날 밤으로 왕싼이 형제는 선바위를 네쪼각내고 왈룡이를 구덩이에서 건져올렸다. 왈룡는 거대한 시체가 되여 선바위 곁에 내쳐졌다.   사람인명을 빼앗은 현장이 너무도 처참해서 사람들은 모두 외면했다.   추월이는 남편의 시체를 멀거니 내려다보면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생떼같던 첫남편을 잃고 재가 했는데 이번에는 두번째 남편도 잃는다.   사방산으로부터 득달같이 달려 내려온 언뜰먼뜰한 검은 구름에서 우두둑- 소낙비가 떨어졌다.   이튿날 아침나절에 또다시 소낙비가 내렸다. 왈룡이가 판 구덩이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설설 기여다니던 숱한 뱀들이 구덩이안에 비물이 차자 조각이 난 바위를 타고 지경마을 전야로 달아 났다.   왕싼이만은 네쪼각이 난 바위를 보면서 가만히 웃었다.   왕싼이는 비석을 만들어 돈을 벌 타산을 했다.      [ 2008년 11호]   [연변소설가학회 창간호 등재] 본 작품은 제1회 '김학철문학상' 대상수상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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