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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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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우리 문학의 가능태(可能态)와 진경을 보여주는작업 댓글:  조회:690  추천:7  2019-06-26
우리 문학의 가능태(可能态)와 진경을 보여주는작업   김혁 (소설가,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글 짓는 사람으로서 매양 우리 작가들의 호흡과 진미(真味)가 서려있는 신간을 받아볼때마다 은근한 희열로 팽만해 오르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우기 그 것이 여러 작가들의 작품집이요, 작가인생의 정점이라 할 문학상수상작 모음집이라 할때 그 기쁨은 또한 가배로 되는 것이겠지요.    《길림신문》은 우리 조선족사회에서 문화와 기업지간의 끈끈한 뉴대의 전범을 보여준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의 협력으로 “두만강”문학상을 설립, 시상했고 오늘 또한 그 5년간의 성과물로 “두만강”문학상수상작품집을 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전국을 무대로 그리고 해외 조선족작가들도 적극 동참하여 기성작가와 신세대가 어우러져 투고된 우리 말 작품 수백여 편에서 소설, 시, 수필, 평론 등 쟝르들을 전방위적으로 정선해100여편에 달하는 정품으로 책자를 묶어 냈다고 하니 그 알쭌한 선정에 대한 기대로 설레이는 마음입니다.    저는 제1회 수상자이자 평심위원의 한 사람이기에 금번 작품집에 오른 작품들에 대해 다량 읽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지하다싶이 “두만강 문학상”은 길지 않은 년륜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계의 영향력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 동안에 우리 작가들이 펴낸 수상작 또한 우리시대의 삶과 정신을 결집해 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상의 위의(威儀)를 정착시키기 위해 로고를 바친 “길림신문”과 통화청산그룹이 이룬 결실에 작가의 일원으로 커다란 경의를 표합니다.   현하 조선족공동체는 변혁기의 소용돌이 속에 몸부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부침 속에 문인 자신이 사회적 소명자임을 똑바로 인식할 때 문학은 빛을 발하고 생명력으로  넘칠 것입니다. 문인들은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필을 들어야 하며 문단뿐 아니라 온 사회가 그 일을 위해 힘을 합쳐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민족의 정서적 교감과 비전을 재다시 고양하고, 그러한 사유와 정신이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우리의 삶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 문학의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영상매체와 온라인의 현란함 속에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 보는 것보다는 감각으로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활자에 묶여 있는 문학은 점점 변방으로 밀려가는 형국에 처해있습니다.  때문에 척박한 요즘의 출판풍토에서 책 한 권의 출간일지라도 의지와 용기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입니다.  피폐한 문화풍토를 딛고 펴내는 이러한 한권 또 한권의 책자들의 출간과 그 책이 담은 메세지의 전파와 수용은 바로 부침과 리산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의 아픔과 고민을 위무해 주고 지역과 세대를 하나로 이어주며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하나의 중요한 행위로 될 것입니다.   우리 문단에서 가끔 개운치 않은 뒤맛을 남기는 문학상이나 그에 기대여 나온 설익은 작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쥐여뿌린 모래와 같이 흐트러져 독선과 상경으로 얼룩진 문단의 부박한 풍토에서 공동의 작품집을 내는 것만으로도 이즈음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의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작업들이 지금 우리의 문학이 어데까지 와 있는지를 인증하고 문단의 화합과 번영에 촉매물로 되리라는 소망과 믿음도 가져 봅니다. 이렇게 어렵게 나오는 책자들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 부끄러운 문학진영의 속좁음을 떨쳐내는 소중한 마음으로 펼쳐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나올 작가와 작품들의 가능태(可能态)를 보여주는 그런 책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번의 “두만강”문학상 시상식에서 저는 조선중기의 성리학자인 이황의 시조 한 수로 청산그룹과 “두만강”문학상에 대해 은유해 읊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역시 푸른 산과 푸른 강물이 나오는  황진이의 시 한귀절로 저의 수감록을 가름하고자 합니다.    청산(青山)은 내 뜻이오, 록수(绿水)는 님의 정이니   록수가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한낱 님을 향한 사랑의 일편단심을 보여준 시 같지만 작품은 대구의 형식을 통하여 산과 물,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표상하면서 “항존(恒存)”과 “불변성(不变)”을 읽어내고 그것을 충의정신과 련결시키고 있는 명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변하지 않는 뜻과 자세로 우리 문학의 용용한 흐름의 한 진경(眞景)을 지켜나가고 이어나가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6월 20일  - “두만강”문학상수상작품집 출판발행식에서 한 축사       
23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댓글:  조회:1666  추천:11  2017-03-26
   . 독서칼럼 .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혁   민족영웅 안중근에 대한 책자는 많이 나왔고 나의 서가에도 적지않게 꽂혀 있다. 지난 1980년대 장춘의 송정환 선생이 집필한 인물전기 “안중근”, 조선족 시인 김파의 장편서사시 “천추의 충혼 안중근”으로부터 한국의 유명작가 리문렬이 안중근의 일대기를 소설화 한 장편소설 “불멸”에 이르기까지 안중근 관련전기물들을 픽션과 논픽션물로 여러권 소장하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접하는 순간 제목부터 강렬하게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감질난 독서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책은 짧은 단편 력사소설로 포켓(袖珍)용으로 발간되였다. 몇해전 한국행차에서 이 책을 접했고 귀국하는 비행기내에서 단숨에 독파해버렸다. 몇십분내에 읽을수 있는 분량이였지만 읽고난뒤 그 느낌은 강렬했다. 책은 한국의 력사학자 리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와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의 후손인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집필했다. 력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소설형식을 빌었다.   안중근 의사 안중근의 할빈 거사 30년 후인 1939년 10월 16일. 안중근의 둘째 아들 안준생은 일본이 이토 히로부미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남산 장충단에 지은 절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에게 사죄의 머리를 숙인다. 이튿날 일본과 한국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각 신문들은  톱소식으로 "안중근의 아들이 아비 대신 용서를 구했다!"라고 전했다. 안중근의 거사에 두손 번쩍 쳐들었던 전체 민족의 환성이 탄식으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안중근은 민족의 이름으로 조선침탈의 괴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이토는 죽었고 그로서 안중근은 나라 잃은 조국과 민족에 불세출의 영웅으로 남았고 력사에 큰 획을 그으며 잠들었다. 그런데 한국 근현대사 최고의 영웅의 아들은 대체 왜 이런 력사를 거꾸로 뒤집는 선택, 터무니없는 행각을 벌렸을가?   안중근이 중국 려순의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뒤 일제치하에 남겨진 가족의 생은 분명 곤고했다. 큰 아들은 일곱살 어린 나이에 일제의 끄나불이 넘겨준 독이 든 과자를 먹고 죽었고 안중근 일가족이 김구선생을 찾아 상해로 가지만 림시정부가 일제의 추적을 받게 되자 급히 철퇴하면서 안중근의 유가족을 챙기지 못해서 둘째아들 안준생은 타지에 버려졌다. 책은 바로 그 둘째 아들 준생의 힘겨운 성장과정을 극화시켜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있다. 가족은 돌보지 못하고 오로지 조국과 민족만 생각했던 아버지, 영웅 아버지를 둔 덕에 그는 평화와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일제의 탄압과 감시속에 촌보난행의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아버지 안중근의 아들로 태여나 형은 피살당하고 일제의 방해와 횡포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근근득식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 그다. 그런 안준생을 향해 일제가 손을 내민다. 그 배후에는 력사를 기만하려는 일제의 야욕이 숨어있었다. 일제는 안준생이 다름 아닌 안중근의 아들이기에 “내선일체”에 리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민족말살정책에 안준생을 끌어들이고자 악랄한 수법을 꾸몄던 것이다. 그만큼 안준생의 고뇌는 깊었다. 일제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그 자신은 물론 어머니와 누이까지 죽이겠다는 협박이 그의 잔등을 윽박질렀다. 무릎을 꿇으면 일시 안정된 삶이 주어질터지만 그때로부터 친일파, 변절자라는 오명이 따라 붙을것이였다. 그러다 모진 세월을 견디다 못해 그만 아버지가 단죄한 그 민족의 원쑤의 후예에게 사죄의 머리를 숙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은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과 우리 민족을 향해 복수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앞자리 맨 왼쪽 안준생, 오른 쪽이 이토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히로쿠니 호부견자(虎父犬子: 호랑이 아비에 개 같은 자식). 안준생에 쏟아진 가장 큰 비난이다. 영웅 안중근의 삶과 그 뒤에 가려져 고난의 삶을 살아야했던 영웅의 아들의 엇갈린 간극을 보여준 소설, 하지만 책은 그에 대해 단죄하고 묻어버리기 보다 그를 그렇게 만든 어두웠던 과거에 대해 묻고 그 심연에 대해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겨레를 더럽히는 선택을 강요받는 극단적인 비극에 던져져야 했던 한 심약한 령혼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근년래 문체혁신에 고민하는 소설가들에 의해 대체력사(代替历史, Alternate History)물이라는 새로운 쟝르가 나왔다. "실제 력사가 다른게 전개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하에 그 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가상소설의 한 기법이다. 제목만 보면 대체력사소설처럼 보일 소설, 하지만 그런 현학적인 문체로 쓰지않고 담담히 내려간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외려 더 강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다. 요즘들어 섬나라의 몰지각한 지도자들에 의해 우경화의 행보가 더 우심화되고 중국 할빈의 역두에 드디여 안중근 기념관이 설치된 시점에서 다시 읽은 책, 작은 책자가 주는 울림은 그래서 더욱 강했다. “길림신문” 2014년 2월 15일 안중근의 의거를 재현한 유화(김봉학 그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22    잃어버린 밀짚모자 댓글:  조회:2661  추천:23  2015-06-11
 . 독서칼럼 .   잃어버린 밀짚모자 -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장편소설 “인성의 증명”   김 혁  "인성의 증명" 중국판 표지        지난 여름, 한국행차를 했던 나에게 인천공항 터미널 책가게에서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인간의 증명”이였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로열 패밀리”라는 이름의 드라마로 번안되여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30여년전의 명작이 다시금 출판된것이다.    공항터미널에서, 날으는 만메터 고공의 비행기우에서, 귀국해서 그날 저녁까지 수년전에 중문으로 읽었던 책을 다시금 독파해버렸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1980년대 연변독자들에게는 쟁쟁한 이름이다.   영화로 각색된 “인간의 증명”이 “추격”, “망향”등 일본 영화와 더불어 중국의 각 영화관에서 공전의 흥행을 보인것은 물론 조선말 잡지들 거개가 그의 단편추리소설들을 다투어 번역, 게재했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은 전체 판매 부수가 1억 4천만 부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중 그의 문명을 가장 알린 “인간의 증명”은 약 770만 부가 팔렸으며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면서 “증명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영상과 문자로 익숙한 작품이였지만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문체가 깔끔한 소설들과 비교해도 세련됨과 깊이가 느껴졌다.   도꾜, 어느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흑인 하나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죠니 헤워드라는 그 흑인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형사들이 총동원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낡은 밀짚모자와 “밀짚모자”라는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이 수사의 곬을 이어준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도꾜경시청의 형사 무네스에 고이치로는 슬픈 과거를 간직하고있다. 어릴적 그의 아버지가 주일 미군이 릉욕하려던 어떤 녀인을 도와주려다가 미군의 폭행에 의해 사망했던것이다. 아버지덕에 위기를 넘기고도 아무말 없이 사라져 버린 녀인, 폭행당하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구경만하는 주변 사람들... 이 모든 장면을 목전에서 지켜본 어린 무네스에는 그 트라우마를 지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죠니 헤워드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무네스에는 그 트라우마와 다시 한번 마주서게 된다.   사건의 담당팀은 미국으로 가서 공조수사를 요청한다. 죠니 헤워드가 살던지역의 담당형사 켄이 일본 수사팀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쳐나가게 되는데 무네스에는 켄의 손등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폭행치사한 미군중의 한 명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무네스에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그 사건에 대해 가해자인 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교코는 국회위원의 안해이자 유명한 에세이작가로서 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엘리트이다. 하지만 사고만 치는 못난 아들의 뒤수습에 골머리를 썩인다.   사건수사가 계속되면서 여러 곳, 여러 인물들을 에워싸고 펼쳐치는 동시다발적 사건들의 중심에는 바로 그녀가 서있음이 밝혀진다. 자신 개인의 영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상처를 덧나게 하며 새로운 비극을 자초한 교코는 자신의 과거를 은유하는 초모자를 계곡에 던지고 자기도 함께 뛰여 내린다.       소설은 일본시인 사이조야소의 "모자"라는 시를 모티브로 창작되였다고 한다. 시에는 곡이 덧입혀져 동명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였고 영화의 흥행과 함께 중국에서도 많은 가수들이 번안해 부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설속 주인공이 고히 간직해온 낡은 밀짚모자는 과거의 아픔에 대한 소장과 미래의 희망과의 교감을 은유한다. 그 모자를 잊고있고 버렸을때 소설의 비극은 은연중 시작된것이다.     저자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1933년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태여났다 대졸후, 몇년 간 호텔직원, 비즈니스강사로 전직하다가 미스터리 소설을 써보라는 잡지사 편집장의 권유로 처녀작 “고층의 사각지대”를 발표, 작품이 제15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후 “증명 3부작”으로 일컫는 “인간의 증명”, 청춘의 증명”,“야성의 증명”을 발표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지위를 확고히 한다. 작품은 베스트셀러의 여세를 몰아 인차 영화로 만들어졌고 역시 흥행의 상승가도를 달렸다. “증명 3부작”의 련이은 성공으로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1978년 일본국세청 발표 고액 소득자 작가 부문 최고에 오르기도 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미스터리 분야에 그치지 않고 력사, 논픽션에도 필을 대였다. 1981년에는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폭로한 논픽션 “악마의 포식”을 출간하여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작품은 지난세기 80년대 조선어로 번역되여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되기도 했다.    저자 모리무라 세이이치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추리소설이 가진 메커니즘에 더는 만족할수 없어서 인간성에 천착하는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에 “인간의 증명”등 “증명 3부곡”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은 대중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순문학작품 못지않은, 외려 그것을 릉가하는 무게감이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쟝르가 그렇듯 작품에는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이야기 전반에 녹아 있다. 작품은 전쟁의 혼란을 딛고 일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의 기치를 올리던197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득달같이 도래한 물질문명의 성마른 소음속에서 인간성은 시들어가고 물질만능주의, 인간소외, 도덕적 해이와 같은 현대 사회의 병폐들이 일본전역에 괴질처럼 범람하기 시작하고 작가는 이러한 극단적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사회의 환부를 펜을 메스로 삼아 도려내고 보여준다.   정치인 남편과 명문학교 자제들로 리상적인 가정의 롤모델로 불리지만 치명적인 과거를 안고있는 녀인, 방황하는 명문가의 아이들. 불륜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 대기업사의 직원, 어릴적 받은 마음의 상처로 인간불신에 젖은 랭소적인 형사, 전쟁직후 일본에 주둔한적있는 미국인 형사 등등… 각양각색의 인물들과 그들이 안고있는 사회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여러 이슈들을 저자는 날카롭게 관찰하고 랭철하게 담아냈고 종국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이어나갔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것은 인간의 내제된 “욕구”와 “본성”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본성은 무엇인가?하는 묵직한 질문을 작품은 긴박한 스토리, 탄탄한 구성과 함께 던지며 인간들의 감추어진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작가는 필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복잡다단한 사건에 말려든 작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명성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갈망, 인간에 대한 련민, 죄의식의 두려움등등을 현념속에 풀이해 가며 왜 작품의 제목이 하필이면 “인간의 증명”인지 소설의 막장을 덮음과 동시에 수긍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인간의 문제들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엄연히 존재하고있다. 시대적 양상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선과 악이 공존하고 욕망과 리성의 대립하는 복잡한 인간성의 모습은 놀랍도록 지금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저자가 작품속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때문에 작품은 오늘날 읽어도 위화감(违和感)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의 마음에나 파문을 일으키는 보편적 메시지의 울림을 지니고 있기에 지금까지 시대를 뛰여넘는 걸작으로 독자들중에서 그 사랑을 주욱 이어올수 있었던것 이다.     작가에게 령감을 주고 작품의 모티브가 되였던 사이조 야소의 시 “밀짚모자”는 섬세한 감각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표출해 낸 상당히 아름다운 시이다. 시를 첨부해 본다.   “밀짚모자” 사이조 야소 (西條八十)   어머니, 그 모자는 어찌 되였을까요? 그 여름 우스히에서 키리즈미로 가는 길에 계곡에 떨어뜨렸던 그 밀짚모자는요. 어머니, 그건 좋아하는 모자였어요. 저는 그때 무척 분했어요.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는걸요. 어머니, 그 때 맞은편에서 젊은 약장사가 왔었지요. 짙은 남빛 각반에 토시를 찬. 그리고 주워주려 무척 애를 썼더랬지요. 하지만 도저히 주을수가 없었죠. 아무튼 계곡이 깊은데, 거기에 풀이 키 높이로 자라 있었는걸요. 어머니, 정말로 그 모자 어떻게 되였을까요? 그때 옆에 피여있던 산나리 꽃은 이미 시들어 버렸겠지요, 그리고 가을에는 재빛 안개가 그 언덕을 자욱히 덮어 그 모자 아래에서 매일 밤 여치가 울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머니, 그리고 지금쯤에는 오늘 밤 즈음에는, 그 계곡에 조용히 눈이 내려 덮이고 있겠지요. 옛날, 반질반질 윤이 나던 그 이태리 밀짚모자와 그 안에 제가 써 놓았던 Y.S.라는 머리글씨를 묻어 버릴듯, 조용히 쓸쓸하게… 연변일보” 2013년 6월 8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영화 "인성의 증명" 주제곡- "밀짚모자의 노래" (삼각버튼을 누르세요)  
21    “별”의 초상화 댓글:  조회:1928  추천:11  2015-03-11
  . 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4) .   “별”의 초상화 - “윤동주 평전”을 읽다     “위편삼절(韋编三绝)”이라는 일화가 있다. “사기(史记)”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 나오는데 공자가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탐독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내게서 “위편삼절”의 책이 있다면 바로 “윤동주 평전”일것이다.    80년대 윤동주가 뒤늦게나마 고향 연변에 알려지면서 “문학과 예술”지에서 윤동주라는 이름을 맨 먼저 접했다. 그의 시비가 다른곳도 아닌 나의 모교인 룡정중학에 세워졌을때의 놀라움, 저 유명한 “서시”를 처음 읽었을때의 그 전률, 지금도 내 심방(心房) 깊은 곳에 화인처럼 남아 잊을수 없다. 문학도시절인 1988년 열음사판으로 나온 “윤동주 평전”을 선배문학인에게서 빌려 읽었고 윤동주의 생애를 장편으로 소설화하면서 다시금 증보판, 개정판들을 거의 모조리 사들여 거듭  읽었다. 윤동주의 생애 읽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시도되여 독자들과 만났다. 한국에서만도 그의 시세계에 대한 연구로 박사, 석사학위를 받은 이가 무려 50여명이라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송우혜의 “윤동주 평전”이 압권중의 압권이요, 경전중의 경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전에는 그의 맑은 령혼이 준미(俊美)하게 담겨져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학사모를 쓰고 순수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그 졸업사진처럼. 력사학에 천착하면서도 원체 소설가라 뛰여난 작가적 감수성으로 송우혜는10여년을 갈고 닦은끝에 윤동주 생애에 대해 황홀하게 복원해 내였다. 친지와 친우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하고 빈틈없는 현장답사와 풍부한 자료를 섭렵, 룡정광명중학의 학적부, 일경의 극비취조문서, 판결문 등을 비롯한 각종 자료들을 동원하고 그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분석을 가했다. 그저 단순한 책상물림의 상상력 연 띄우기 방식이 아니라 치밀한 작업으로 실존적 고뇌와 준엄한 륜리적 태도를 지니고있는 한 고절한 시인의 마음의 행보를 샅샅이 더듬으면서 그 생생한 숨소리까지 평전은 들려주고있다. 평전을 읽노라면 반일의 책원지인 북간도 명동에서 태여나 어려서부터 서울에서 보내온 간행물을 읽으며 문학의 꿈을 키워온 윤동주, 일본야수들의 민족말살의 잔학한 술책에 학교를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수모를 겪는 윤동주, 경성의 연희전문에 입학하여 구지욕을 불태우던 윤동주, 참회를 읊조리며 일본으로 류학길에 올랐던 윤동주, 일본형사들의 마수에 떨어져 후쿠오카 감옥에 갇혀서 생체실험의 의혹을 남긴채 민족의 해방을 불과 몇달 앞두고 비명에 간 윤동주…의 삶과 문학의 려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외에도 평전을 통해 그 시대를 올곧게 살아내려고 애썼던 이들의 삶의 궤적을 우리는 만날수 있다. 민족을 위해 혼신을 던지면서 윤동주라는 고고한 별이 창공에 빛나기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던 스승, 친지, 친구, 은사, 문호들인 김약연, 송몽규, 명의조, 최현배, 문익환, 정병욱등 주변인물들의 다채로운 삶의 자취, 윤동주라는 별자리에 주위에 모여 함께 빛을 내는 다른 별들의 공전과 밝음에 대해서도 더불어 료해할수가 있었다.    작가는 시인의 생의 순간순간에 현미경을 들이댔는데 대상에 대한 장악력으로 그 일거수 일투족을 묘사하는 치밀성에 엄지를 빼들지 않을수 없다. 과시 “윤동주라는 인물연구의 결정체요, 평전문학의 진수”라는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처럼 인물전기의 진수를 보여준 평전이였다. 고향사람인 우리도 미처 몰랐던 연변지역의 당시 시대상과 풍토가 평전의 초반에 오렷이 그려지는데 이 또한 작가가 우리에게 선물한 또 하나의 경이로움이였다. 명동지역에서 재배한 콩이 2차세계대전시기에 벌써 구라파에 까지 수출되였다는 당시의 경제상황도 흥미롭고 특히 작가가 진지하게 풀이한 함경북도 사투리에 대한 진지한 해석도 재미있다. 어딘가 툽상스럽다고 우리 스스로 생각되였던 이 사투리는 사실 “경음화하지 않은 '순하고 은근하고 아름다운' 말”이며 “윤동주의 시는 그런 언어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고 작가는 깊은 의미를 덧대여 해제를 달고있다. 사건들을 추적하여 그 력사를 따라가면서도 다시 시의 궤적을 따라 시를 통해 력사를 읽고 인물의 생애를 다시 읽는 기법을 쓰고 있어서 문학인으로서는 인물전기외에도 시집, 작품론평을 읽는것처럼 “일석다조”의 감흥으로 읽혔다. 고향의 산하와 인간의 존엄이 야수들의 잔학한 마수에 짓밟혔던 한민족 근세사의 가장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그 짙은 어둠으로 점철된 공간에서도 시대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그에 대해 고민한 지식인 청년이 바로 윤동주였다. 그런 고민을 글로 풀어내고 그 진지한 자세와 성품이 일신에 배여있어 그의 사람살이에도 속된 잡티가 없다. 스물아홉 짧은 생의 그의 삶은 또한 그의 시와 너무도 닮았다.. 그는 닥쳐오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면서 순수한 마음과 투명한 감수성으로 한 시대를 갈파하고 량심을 노래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깊은 바다속 조개가 진통을 견뎌내며 진주를 품듯이. 천형처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온 문학적 열망과 민족애로하여 북간도 오지의 한 문학지망생이 민족 최고의 시인으로 떠올랐으며 그렇게 엮여진 그의 작품은 알알이 진주처럼 값지고 빛나오르는 것이다. 조선족문단에서도 뒤미처 인물전기가 각광받는 풍토가 일고있다. 작가들 저마다 전기문학에 매이고 책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그 작품수, 더우기 수작(秀作)의 미량(微量)으로 우리의 전기문학은 아직도 걸음마타기이며 그 저변이 아직도 척박하다. 이렇게 볼때 “윤동주평전”은 우리의 전기문학장르를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범문이요, 독자들에게는 애장서격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것이다. 작가의 설명처럼 “자기 몸을 던져서 사람의 삶이 업보처럼 지니게 마련인 근원적인 부끄럼과 마주 선 존재”인 드높은 격조와 기품을 갖춘 윤동주, 고향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한 시인의 이야기를 그의 탄생 95주년을 맞아 다시금 필사(笔写)로 남기며 밑줄 그어가며 읽는다.   “연변일보” 2012년 11월 12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윤동주의 6촌 동생 윤형주가 부른 "두개의 작은 별"  
20    양을 찾는 남자 댓글:  조회:2287  추천:10  2015-01-01
독서칼럼   양을 찾는 남자 김 혁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상해역문출판사)을 읽다   어느 중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녀자가 열심히 읽고있는 책표지를 보고 남자친구가 비아냥거린다.  《이제야 무라카미냐? 책 좀 읽고 살어!》 무라카미 하루키, 현시대를 살면서 문화적감각이 있다는 사람들이 그의 소설을 읽지 않으면 대화가 안된다는 정도로 대단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600만부이상 팔릴 정도로 기록적인 베스트셀러행진을 하며 오래전부터 중국, 한국, 독일 그리고 북유럽에서 많은 애독자를 낳아왔다. 중국에서도 80년대 중기로부터 진행돼온 그의 베스트셀러 행진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있다.  하루키가 책을 내면 내용을 따질 필요도 없이 사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고정독자, 하루키중독자들이 많다고 할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대렬속에는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끼여있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거의 닥치는대로 다 읽었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댄스 댄스 댄스》, 단편집과 근작인 《해변의 카프카》까지… 하루키의 작품은 대표작으로 되는 《노르웨이의 숲》(후에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개칭)을 중문판본으로 맨 먼저 접했다가 후에 친지가 한국에서 부쳐온 삼진기획 88년 판본으로 다시 읽었다. 오래동안 《좌》의 철쇄에 매여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너무도 앞서간 그들의 성문화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졌었고 그래서 오히려 기어코 읽었었다. 당시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고 나는 생각을 많이 할수 없었다. 솔직하고 감성적인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현실속에서 우리가 드러내지 못하는 숨겨진 모습이 아닐가? 하는 상당히 혼란스런 느낌을 받아안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팬이 되여버렸노라고 고백한다. 실상 하루키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들은 이 책,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하루키적이지 않은 책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나에게서 이 소설은 재미는 없었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은것은 정말 신기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 독자층, 정확히 말하면 우리 조선족독자층에서 아직도 하루키는 낯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나마 그의 작품을 환기시키면서 그중 한편을 뽑아본다. 오늘 함께 읽고저 하는 작품은 누구나 아는 《상실의 시대》가 아니라 그 이전에 창작한 《양을 쫓는 모험》이다. 80년대에 출간된 작품을 남해출판사의 중국판본으로 뒤늦게 읽었다. 제목 그대로 양을 찾는 이야기다. 《나》는 친구와 함께 작은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리혼남이다.  안해가 집을 나간 뒤 《나》는 새로운 녀자친구와 사귀게 된다. 그녀는 예쁜 귀를 갖고있었기에 전문적인 귀모델을 하고있다. 또한 그녀는 미지의 앞날을 미리 점칠수 있는 기이한 예지능력을 갖고있는데 그녀는 《나》에게 앞으로 양을 쫓는 모험이 시작될것이라고 예언한다. 신비로운 그녀가 예언한대로 《나》의 삶에 양이 걸어들어온다. 어느날, 《내》가 친구와 함께 경영하고있는 광고회사에 어느 우익조직의 비서가 찾아온다. 용건인즉 《내》가 어느 잡지의 화보에 사용한 한장의 사진의 출처를 밝히라는것이였다. 그 사진은 양떼와 혹가이도의 자작나무숲이 찍혀져있는 평범한 사진이였다. 《나》를 찾아온 그 우익조직의 비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에는 신비한 양 한마리가 있다. 그 양이 우익조직의 거물과 관계가 있다. 우익조직의 두목으로 승격한 해에 거물은 자주 양의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아마도 거물의 머리속으로 양이 들어간것 같다. 그리고 그 양이 거물의 탁월한 힘의 원천이 된것 같다. 이미 병상에 누워있는 거물은 의식을 잃고있으며 죽음이 림박해있는데 그가 죽기전에 그와 양 사이의 비밀을 해명하지 않으면 그가 친히 만들어낸 조직은 와해되여 힘을 잃을것이다. 양은 새하얀 털에, 등에 별모양의 갈색 털이 나있다. 그 사진에 찍혀있는 양을 발견해야 하는데 기한은 1개월이내이다.  《나》는 그 양을 찾아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협박에 가까운 압력에 《나》는 예쁜 귀를 가진 녀자친구와 함께 멀리 혹가이도로 향한다.  사실 《내》가 사진의 출처를 밝히기를 거부한데는 리유가 있었다. 고향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 《쥐》로부터 《나》에게 편지가 왔기때문이다. 그 편지에 문제의 양의 사진이 동봉되여있었고, 《쥐》는 그 사진이 자신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한달이란 짧은 시간내에 양을 찾아야 하지만 어디서도 몸체에 별을 가진 양은 찾아볼수 없다. 《나》와 녀자친구는 호텔에 묵으며 일주일동안은 실마리를 잡지 못한채 시간을 허비한다. 그런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정작 실마리는 《내》가 머물러있는 호텔안에 있다.  호텔의 지배인의 아버지인 양박사에게서 양에 대한 풍문을 알게 된다. 양박사는 30년대에 몸속에 양이 들어갔는데 이어 그의 몰락이 시작되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은 얼마후에 양박사의 몸에서 나가버렸는데, 양은 리용가치가 없어지면, 그 인간속에서 나가버리는 특성을 가지고있다고 한다. 박사의 몸에서 나간 양이, 지금은 거물이 된 당시의 우익 청년속으로 들어갔고 이어 또 그의 몸에서 나와버렸다는것이다.  《나》는 양박사의 이야기에 따라, 그 사진에 찍혀진 장소를 찾아간다. 목장의 한쪽 구석에 미국식의 시골집 2층 건물이 있었는데 한쪽방에 뜻밖에도 《쥐》의 소지품과 의복이 있었다. 하지만 《쥐》는 눈에 띄이지 않았다. 나는 《쥐》를 기다린다. 그리고 녀자친구는 두통을 앓고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예지능력이 이 목장에 들어온 뒤로부터는 작용하지 않았다. 녀자친구는 목장을 떠나가버리고, 차츰차츰 겨울이 다가온다.  눈이 내리는 날 밤에 《나》는 드디여 기다리던 《쥐》를 만난다. 사실상 《쥐》는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일주일전에 이미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었다. 그 죽은 《쥐》의 유령이 《나》를 찾아온것이다. 《나》와 《쥐》의 유령은 맥주를 마시면서 지금까지 쌓였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쥐》는 그 문제의 양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왔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자신은 양이 지시하는대로 행동하고싶지 않았고, 그래서 양을 죽이려고 결심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쥐》는 자살을 택했던것이다. 목장에서 돌아와 나는 거물의 비서를 만난다. 그는 《쥐》를 만나기 위해 혼자서 목장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쥐》가 장치해둔 폭발약이 터지는 바람에 죽어버린다…     어찌보면 황당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까지 덮고나니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듯한 느낌이다. 재미있고 스릴있는 모험, 그리고 양사내라는 초현실적 인물이 가미되여 완성된 읽을거리가 풍성한 소설이였다.  하루키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점은 어쩔수 없는 운명에 휩싸인 주인공이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다. 하루키의 작중인물들은 저마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어쩔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당착한다. 자칫 그대로 좌초되여버릴것만 같지만 끝내는 고해의 수면밖으로 떠오르는데 성공한다. 그들에게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그것이 모든 일이 해결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중국식의 모식인 대단원(大團圓) 결말 같은걸 기대할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마지막장까지 호흡을 달구는 그 불투명함이 하루키식의 모식이라면 모식일것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별모양의 무늬가 있는 특별한 양, 이 《양》은 작가에 의해 용의주도하게 준비된 상징물임은 쉽게 알수 있다. 따라서 《내》가 벌린 양을 찾는 모험은 일상에 봉인되였던 과거를 찾아내는, 말하자면 자아를 찾는 려행이였다고 풀이해본다. 하루키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가 아니라 바로 이 《양을 쫓는 모험》을 읽고서 비로소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많은 작품들은 실험의 씨앗이 철저하게 뿌려져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현실과 의식의 구분이 모호해지곤 한다. 즉 판타지적요소를 보이는 작품들이 많은것이다.  어느 소설에서는 《일각수》라는 현실에는 없는 외뿔동물도 나온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곳곳에 환상적인 부분을 설정함으로서 현실이 아닌 소설의 특성을 살려 다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 양 사나이나 귀가 특수한 녀인, 자살한 쥐 등등은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미묘한 부분을 상징하는 주요한 설정이며 아울러 독자에게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요소때문에 하루키의 소설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내가 늘 꿈꾸면서도 감히 행하지 못하는 꿈의 여유를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낀다. 그러나 책을 내려놓고보면 하루키의 소설은 전혀 비현실적이지가 않다. 실재하기 어려운 모험적상황을 전제로 하고있지만 그렇게 설정된 상황은 또 현실주의를 뺨칠 정도로 리얼리티를 띄고있다. 현실과 직접적회로를 갖고있는것이다. 신기한 인물들과 신기한 세계를 합쳐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로 만들어낸다. 그에 하루키만의 색이 더해져 알수 없는 소외, 허무 등 도시인의 일상을 보여주고있다. 즉 현실을 되돌아보고 낯설게하는 신비성이 그의 소설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다. 사실은 내가 살고있는 세계도 하루키의 소설에서처럼 여러가지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내가 모른채 살아가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현실성을 가지고있다. 삶이 힘들더라도 우연을 기대하며 즐겁게 살아갈수 있게 하는 용기를 심어주는것 같다. 실제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예비평가들 가운데는 하루키의 소설은 일본문학이라고 부를수 없다는 정도로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의 문체 그리고 미국문화에서나 볼수 있는, 서양문학의 영향이 마음에 안든다는것이다. 미국에서 하루키의 소설은 대학에서 강의텍스트로 쓰이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비평가들은 늘 셔츠에 청바지차림인 이 작가에게 일본 전통적인 문학의 풍요함이 결여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실 하루키는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가로서 주목받고있다. 《뉴욕 타임즈》는 《독창성과 매력, 완벽한 기법으로 사로잡는 기쁨과 자극의 천재》라고 그를 격찬하고있다. 《일본소설에는 모종의 전형적인 문체 같은것이 있는데 나는 그런것들과는 전혀 다른데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 소설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래서 비판도 많이 받는다.》 하루키의 답변이다. 현실과 환상의 공간을 즐겨 넘나드는 하루키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놀라운 관조력으로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그의 작품을 가리켜 《무국적성》이라든가 《가벼움의 미학》이라고도 얘기하지만, 하루키문학의 외면적인 가벼움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필연적으로 부과되는 존재의 무거움을 견뎌내려는 몸부림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무국적성이나 가벼움때문에 변강의 오지인 이곳 사람들에게마저도 이렇게 친근하게 읽혀지고있는것이 아닐가? 순문학을 한답시는 개인적으로는 거개가 대중적이면서도 튀는 소설을 쓰는 하루키가 특별히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하루키의 장점이라면 그의 글을 읽으면 위로받는 느낌을 받곤 하는것이다. 그런 그가 좋아서 그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무라카미의 소설은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데가 있다. 이는 다른 외국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다른 느낌이다. 인물의 내면들이 놀랍도록 나와 비슷하잖은가.오래전에 쓴것이고 외국사람이 쓴것인데도 하루키란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이 우리와 완전히 같은데가 있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그들의 고독감을 그려내는 우화적 에피소드들이 꼭 서로 닮아있는것이다. 그것이 하루키의 작품에 심취되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해야 할것이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19    유미리:가족과 정체성에로의 강박 댓글:  조회:2265  추천:11  2014-12-14
  내가 소장한 유미리의 "가족 시네마" 중국판 표지 ​민족서점 곁 '장우 고서점'에서  좀 오래되여 가위가 나달나달한 유미리의 '가족 시네마'를 샀다  '가족 시네마'는 중문으로 언녕 갖추었으나 우리말 판본이기에 다시 사들었다. 1997년 판본이니 낡을법도 했다. 그래도 여느 신간 못잖게 마음이 "므흣"하다. 일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이 영화 촬영을 계기로 수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건조하고 우울한 리듬으로 풀어내면서 가족구성원들의 단절된 소통에 대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있다. 동명으로 각색된 영화에는 뜻밖에도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재일교포 작가인 양석일(梁石日)이 출연한다. 유미리의 동생 유애리도 나온다.​ ​ 유미리 ​ 유미리,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같은 재외동포라는 타이틀을 띈 작가로서 그의 작품 속에는 재외라는 굴레에 운명적으로 매인 배달의 피를 가진자들의 동질성이 보인다. 사적인 치부를 조명이 찬란한 무대 전면에 드러내놓은듯한 문체, 그 부분이 꺼림칙하면서도 다 읽고나면 그 용기에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필봉의 권한을 쥔 작가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합리화시키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나약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점이 좋았다. 인간 실존의 가장 깊은 뿌리가 무언지 유미리는 몸으로 부딪히며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역시 천생 작가였어! 하는 감탄과 함께 작품 곳곳에서 작가의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습윤하게 느낄수 있었다.  “지옥에 떨어졌다고해도 정확히 그걸 써내고 알뜰하게 뒤수습을 하는 유미리는 대단한 작가"라고 일본문단은 그에 대해 평하고 있다.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자양분삼아 랭정한 시선으로 삶의 부분을 극도로 솔직하게 드러내보이는 것이 유미리 소설의 특징이다 . 재일교포 2세로 태여난 유미리는 집단 따돌림과 부모의 학대와 폭력속에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로 실어증, 부모와의 별거, 자살기도, 퇴학 등으로 힘들고 비정상적인 어린시절을 보냈던 유미리는 학교에 다니면서 특별한 문학수업을 받은적이 한번도 없었다. 가벼운 자폐증을 보일 정도로 온통 동물 기르기, 책 읽기 등 혼자 하는 취미에만 빠져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구구단조차 잘 외우지 못했다. 퇴학후 집에서 2년여 동안 칩거하면서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빠졌으며 그렇게 쌓은 문학수양으로 어느날인가 필을 들었다. 1997년”가족시네마”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일생 혼자이고 싶으며 소설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왔으나 2000년 미혼모로 아들을 낳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저도모르게 유미리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된다. 동포2세, 녀류작가라는 딱지를 떼놓고 일본 본토작가들속에 나란히 세워놓고 보아도 그의 작품은 분명 대단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의 소설은 일본사회와 충돌하고 교류하여 형성된 정서로 씌이긴하지만 일본의 다른 작가들과 농도와 줄기가 많이 다르다. 그의 작품에서는 일본소설에서는 좀체 볼수없는 가족에 대한 강박, 민족적인 정체성이 끝없이 로출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이 역시 재중국 소수민족의 일원인 우리에게서도 정서와 공감을 얻어내는것이 아닌가 싶다. ​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가족시네마" DVD   雪が降る(눈이 내리네)  
18    나를 울린 소설 "철도원" 댓글:  조회:2361  추천:10  2014-12-09
  나를 울린 소설 "철도원"   ( 내가 소장한 "철도원" 중국판 표지)​ ​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겐의 타계소식을 듣고 다시 들추어내 본 책이다. 호흡이 짧은 단편이지만, 웬만한 장편소설보다 더 큰 울림과 여운을 준다. ​홋카이도의 자그마한 역에서 안해와 딸을 잃고도 홀홀단신 의무만을 지켜 최선을 다하다가 눈 덮인 플랫폼에서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깃발을 쥔 채 주검으로 발견된 늙은 역장의 이야기이다 작가를 굳이 정평하라면 탁월한 이야기 꾼이라기보다 "소박한 이야기꾼"이라는 쪽이 더 걸맞을것 같다. 하지만 그 소박한 이야기가 일본렬도를 울음바다에 잠기게 했다. 불행속에서도 사람들이 가진 선의(善意)를 믿는 따스한 시선이 행간마다에 배여있는 따뜻한 소설이었기때문이다.   ​ (영화 "철도원" DVD)​ ​ 소설은 140만부나 팔려 당시로서는 초대형 베스트 셀러가 됐다. 1999년년에는 다카쿠라 겐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올랐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거듭 눈물을 흘렸던 작품이다. 때로 화려한 문체나 치밀한 구성보다는, 꾸밈없는 소박함이 더 독자를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 ​ (저자 아사다 지로) ​저자 아사다 지로의 리력이 흥미롭다. 야쿠자 생활을하다가 접고 91년 등단했다고 한다. "철도원"에서 주인공이 돈을 빌려주었던 접대부출신 여자도 그렇고 그의 작품중에 중국인이 많이 나온다. 홍콩배우 장백지가 열연한 영화  "파이란" 역시 아사다 지로의 작품이 원작이다.  ​​ 중국의 인민문학출판사에서 일찍 2002년에 펴낸 이 단편집에는 "철도원"외에도 6편의 단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장백지 주연의 "파이란"의 원작인 "러브 레터"도 수록되어있다.​ 편편마다 내용도 알차고 뒷끝이 깔끔하다. 무엇보다도 짧은 편폭으로 긴 여운을 남기게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영화 "철도원"ost ☞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   ​
17    잃어버린 어두운 시간들 댓글:  조회:2424  추천:11  2014-11-12
  ​​ ​ 상하이 복단대학 책가게에서 사든 2014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장편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신비하고 몽상적 언어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어두운 거리를 헤매는 이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을 그려냈다. 흥신소의 퇴역 탐정인 작중 화자는 조악한 단서 몇 가지에 의지해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유일한 실마리는 한 장의 귀 떨어진 사진과 부고(訃告)뿐이다. 그것을 단서로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퍼즐처럼 하나씩 짜 맞춰진 그 기억 속에서 그는 한편으로는 뚜렷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불확실해지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가는 모험을 따라가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를 반추해보고 있다.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붕괴시켜나가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어두운 상점의 거리는 기억을 매개로 한 자아의 탐색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관통한다고 리해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일찍 1990년대에 모디아노의 여러부의 작품을 번역 출판, 노벨상 수상이 알려지자 곧 대표작외에도 "한 밤의 사고"등 작품들을 세트로 출판해 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일지라도 벌서 대학가에서 반값으로 세일 해 팔고 있었다.책값 원가가 25원인데 세일하고 나니 12원 25전. 세일하는 명작이라... "책버러지"에게는 빠른 시간에 그것도 헐값으로 명저를 접할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16    滿洲 무지개 댓글:  조회:3190  추천:10  2014-09-12
[김혁 서점가 산책] 무지개빛 트로츠키 지난 5월 연변행차를 한 한국의 지인에게 부탁해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책을 지니고 온 지인이 하는 말 "애개, 이거 만화책이 아닙니껴?" 만화책 맞다. 이 나이에 만화라니? 자조를 머금지만 서재에 소장해둔 만화책이 적지 않다. 일전 한국행차에서 어릴때 채 소장하지 못한 만화 "은하철도 999"를 찾으려 서울과 부산의 책가게들을 헤맨적도 있다. 애니메이션 좋아하는사람들은 현실세계에선 없는 일을 2d세계에서 욕망하는 대리만족자라는 말을 들은적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역사소재에 편향하고 지독하게 작품성을 운운하며 탈덕한지도 오래다. 일본 만화는 폭이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룬다. 정치, sf,  개그,  성 풍속 지어 난센스,에 이르기까지 통제 없이 자유롭게 그린다. 그 다양함때문에 일본만화를 좋아하는 나다. 물론 역사를 다룬 만화중에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골살이 찡그려지지만 더우기 아세아의 근대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소설을 연재, 또 다음 작품으로도 기획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관련물들을 닥치는대로 읽고있는 편이다. 3권본으로 되여있는 "무지개빛 트로츠키"가 동북아의 근대사 더우기 지난 세기 30년대의 중국 장춘에 세워진 괴뢰정권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단연 골라 들었던 것이다. 잘 짜여진 사극영화의 컷을 방불케하는 만화가 주는 경희로움은 컸다.   중국판 표지 일제의 사촉에 만든 괴뢰정부 만주국. 일본인 아버지와 몽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 움보르트는 반일운동을 하며 성장했으나 체포되어 관동군의 밀명을 받고 만주 건국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만주국에 소속되는 입장이면서도 만주국을 부정하고 있는 철저한 이방인인 주인공, 건국 대학에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를 초빙하는 사건과 함께 곧 국제 모략의 막이 열리며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등등 다양한 민족이 얽힌 대서사시의 막이 열린다 만화라지만 여느 대하소설에 못지않은 웅장한 스케일의 대서사시이다. 등장인물도 다양해 우리의 동북항일련군도 나오고 러시아 혁명가 토로츠키도 나오고 여간첩 천도방자(川島芳子)도 나오고 대화에서 지어 김일성도 나온다 30년대의 장춘의 거리와 골목이 그렇듯 핍진하게 그려진데 대해 장춘을 잘 알고있는 나로서도 화가의 그 로고와 치밀한 붓놀림이 놀라울뿐이다. 저자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데 ‘역사 속의 현재’를 묻는 수많은 역작만화를 발표했다고 한다, 어느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일본이 역사의 행간에 남긴 과오에 대한 반성을 보이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보다 더욱 현명하게, 한눈파는 일 없이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던 나라, 일본은 과오를 저질렀다… 언제부터 일그러져 일본을 패권주의 국가로, 온 아시아에 대한 가해자로 만들었을까?” 이 작가의 전작으로 "왕도의 개"라는 작품이 있다.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더불어 조선과 청나라를 연결시켜 당시 동북아 정세를 그려낸 작품이다. 역시 지인에게 부탁했는데 아마 이 달 말께에 도착할가보다. ​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도나우강의 잔물결 / 이바노비치    
15    계률을 뛰여넘은 사랑 댓글:  조회:2881  추천:15  2014-08-07
[김혁 독서칼럼 9] 계률을 뛰여넘은 사랑 장애령의 단편소설 “색계” ​ ​ 일전 메가톤급 소식 하나가 영화팬들의 신심을 강타했다. 중국의 톱스타 탕유가 함께 영화작업을 했던 한국영화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이였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즉각 탕유의 결혼 소식을 메인에 걸었고 여기에 누리군들이 단 댓글만도 무려20만 개가 넘는등 이들의 결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탕유라는 톱스타를 세상에 알린 작품은 바로 “색계”였다. 한 화려한 용모의 녀배우의 신변잡기에 대해 수천수만의 팬들이 열광하고있지만 또 다른한 출중한 재기(才气)의 녀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바로 “색계”의 원저자 장애령(张爱玲)이다.  “색계”는 1930~40년대 상해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중국의 현대문학사에서 “필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여난 재주를 지닌 녀자(旷世才女)”로 불리는 장애령의 단편소설이다. 장애령 항일전쟁시기, 대학가에서 항일연극에 투신했던 왕가지(王佳芝)는 애국적 열정에 불타는 청년 광유민(邝裕民)이 주도하는 항일단체에 가입한다. 광유민에 호감을 느낀 왕가지는 그가 주도한 상해의 친일파의 주요인물 “역선생 (易先生)” 암살계획에 동참한다.그녀의 임무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역선생의 마누라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쌓은후 역선생에게 다가가는것이다. 몸을 던져 역선생의 마음을 얻은 왕가지는 연기가 아닌 실제 사랑을 느끼게 되며 곧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때문에 시대와 력사라는 보다 큰 무대로 뛰여든 주인공은 처음에는 욕망의 기운을 전해오는 강력한 상대를 와해시키기 위해, 나중에는 그러한 자신을 주체할수없어 신들린 연기에 매달린다.   “색계”는 상해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장애령 스스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였다고한다. 1950년대에 초고가 완성되였으나 30년가까이 탁마를 거쳐 1978년에 “망연기(惘然记)”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였다.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작가 장애령의 삶은 불행했다.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태여났다. 그의 조모는 바로 청나라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리홍장의 딸이였다. 그러나 두살때 어머니의 유럽류학을 시작으로 부모의 리혼, 계모와 불화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8년에 런던대에 1등으로 합격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류학을 포기하고 향항대에 입학했는데 그마저도 1941년 일본군이 향항을 점령하자 공부를 중단하고 상해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 향로(第一香炉)”,”경성지련(傾城之恋)”, “붉은 장미와 흰 장미(红玫瑰与白玫瑰)”등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 큰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가 불과 20대 초반이였다. 당시의 상해는 근대적인 서양문물과 전근대적인 봉건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인 그녀에게 풍부한 작품의 소재를 제공했다. “색계” 역시 상해라는 지역적 특징이 작품 전체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24세 때에 괴뢰정부의 관리였던 매국노 호란성(胡兰成)과 신분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을 하면서 많은 비판적인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그후 남편에게 다른 녀자가 있음을 알고 1년 6개월 만에 리혼했다. 1940년대에는 상해의 천재작가로 평가받았지만 1945년 항전에서 승리한후 친일파 남편때문에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문학활동뿐만 아니라 사생활까지 공론화돼 비난받기가 일쑤였다. 1955년 미국으로 갔고 뉴욕에서 30살 년상인 미국 작가 페르디난드 레이어와 두번째 결혼을 했다.미국에서의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아서 그녀는 지독한 가난과 고독과 싸우게 되며 남편의 딸과 불화로 고통을 겪었다. 생계를 위해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결혼 11년 만에 남편과 사별하고 이후 줄곧 혼자서 쓸쓸한 황혼을 보냈다.  1995년 9월 미국 LA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금은 가장 뛰여난 중국현대녀류작가로 추앙받고있지만 "문학은 정치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무산계급의 투쟁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한때 장애령의 귀족적이고 사치스런 사랑과 가족에 대한 작품들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70년대 대만과 향항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장애령 열풍”은 개혁개방이후에야 비로서 중국문단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부분 력사와 관습과 남권이 우세한 사회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중국 녀인들의 질곡에 대해 그리고 있다. 이는 좌의 질곡에서 벗어나 개인의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것이다. '장애령 열풍'은 문학적 력량이 담보된 조건 하에서 중국사회가 확대된 문화적 포용력을 준비하고 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위치한다고도 리해할수 있다. 모든 것을 정치적인 기준으로 재단하는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개인의 사소하지만 절박한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중한 가치를 인정하게 되였다는 점이다. 장애령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상해가 서구적 근대문명과 전통적인 봉건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면 현대 중국의 대도시들은 기존의 사회주의적 가치와 개혁 개방 이후 물 밀들이 들이닥친 자본주의적인 상업문명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이었다. 그 가치관의 혼란속에서 방황하는 중국인들에게 섬세한 필치로 감수성을 자극하며 인간내면의 문제를 다룬 장애령의 작품은 커다란 매력이 아닐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색계" 포스터​ ​ 장애령의 소설은 영화화된 작품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쪽과 완성도가 높은 쪽으로 뽑으라면 중국인으로서 오스카상을 연거번거 수상한 명감독 리안의 “색계”일것이다. 소설은 단편소설로서 단숨에 읽을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짧지만 영화”색, 계”는 무려 2시간 반이 넘는 긴 편폭으로 원작의 정수를 세세하게 재해석해냈다. 리안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색.계”의 원작 소설을 읽으며 녀주인공이 다른 정체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그가 생각하는 영화적인 철학과 동일하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끼고 작품을 스크린에 올릴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이 작품을 히트시킨것은 바로 영화에서 나오는 파격적인 정사씬때문이다. 리안은 영화에서 제목처럼 지독히도 리안스러운 색을 관객들에게 뿌렸다. 영화는 파격적이였으나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하염없이 지독하여 보는 이의 리성을 혼미하게 만들었다.영화는 상영이 되자 곧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색계”를 그저 19금 영화로만 생각했고 평단에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언쟁이 높았다. 수위를 넘는 정사씬은 혹여 영화를 멜로나, 에로수준으로 가볍게 생각한 이들에게는 흥미거리로 되겠지만 사실 영화가 보여주고자하는것은 상업효과를 노린 싸구려 멜로물이 아니였다. 영화에서의 정사씬은 가혹한 시대가 만들어준 성적 긴장감으로 대단히 폭력적인 퍼포먼스의 느낌을 전하하면서 인물의 심리에 단단히 밀착되여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정사씬으로 하여 원작이 전하고저 하는 메세지를 더 그윽하게, 농밀하게 담아낼수 있었다. 그리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영화때문에 이변이 일어났다. 한 감독이 2년 간격으로 같은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것이다.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2007년 “색, 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석권한것이였다. 여태껏 리안만이 이루어낸 기록이였다. 막상 소설에서는 정사씬이 전혀 없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시대의 굴곡에서 녀성의 시각으로 시대상이나 삶의 욕망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암살 대상을, 자기의 적을 사랑하게 된 녀자. 결국 그를 죽음에서 탈출 시키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비뚠 사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마는 녀자,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연기하던 캐릭터에 자아가 녹아들며 욕망과 책무가 역전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른 정체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가혹한 시대와 맞물리며 그녀 스스로를 비극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여기서 “색(色)”은 “계(戒)”를 넘어설수 있지만 다음순으로 “계(戒)”를 넘는다는것은 곧 존재의 파멸을 의미한다. 그 제목이 보여주듯이 소설은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그 파국을 그려냈다. 사랑에 대한 관념과 금지된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였다.   “길림신문” 2014년 8월 6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영화 "색계" 삽곡 ​  
14    “둔감”이라는 화두 댓글:  조회:2754  추천:14  2014-07-22
[김혁 독서칼럼 8]   “둔감”이라는 화두 와타나베 준이치의 에세이집 “둔감력(鈍感力)”       영화 "실락원" 포스터    지난 세기 90년대초, 조심스레 서점가에 오른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의 장편소설 “실락원”은 우리 독자들로 말하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50대 공무원과 30대의 정숙한 부인의 결코 허락받을수 없는 사랑과 죽음까지 함께 한 불륜 이야기는 그 작품이 일본에서는 1970년대의 작품이고 3만여자나 가위질한 삭제본이였음에도 말이다. 당시의 아직도 윤활하지 못했던 문화풍토에서 출판계와 독자들은 그 실사적인 내용 모두를 필터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가위질 투성이로 원전의 의미를 온전하게 볼수 없었던 와다나베의 “실락원”은 출판13년 만에야 결국 온전한 모습 그대로 중국에서 재출판됐다. “삭제된 부분으로하여 원작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 풍부성, 줄거리의 완전성 및 작가의 심도 높은 문학 사상에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았기때문이였다. 사실 와타나베의 작품은 그 어떤 에로물처럼 유흥으로 읽을 작품이 아니다. 일본인의 섬세한 정서에 남녀의 사랑과 성을 다루고있는 그의 작품들은 성에 대해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천박하지 않다. 또 세세한 심리묘사로 그 안에 한 사회와 긴밀하게 련관된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의미까지 담고 있어 통속과 순문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여러계층의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있다. 때문에 “실락원”은 발간 즉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실락원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로맨스 소설의 황제” 와타나베 준이치   1933년 삿포로에서 태여난 저자는 의과대학을 졸업한후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하였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였다. 1970년이후 의사의 길을 접고 의학 소재 소설, 력사 소설, 로맨스 소설 등 다채로운 작품에서 삶과 죽음의 다양성과 남녀의 사랑을 다루며 정력적인 창작 활동을 해왔다. 주로 의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탐미주의적인 미학이 돋보이는 현대 소설을 써왔다. 저자의 고향에 문학관이 개관되였고 그간의 성과를 24권의 문학 전집으로도 간행한바 있다.   어쩌구려 와타나베 준이치의 작품을 우리 조선족 작가들에게 맨 먼저 알린 사람은 내가 되였다. 지난세기90년대초, 그의 대표작 “실락원”을 먼저    VCD로 보았었고 후에 소설로 출간되자 선참  사들여 읽었다. “실락원”의 계보를 잇는 와타나베의 중요한 작품 “사랑의 류형지” 역시 소설과 영화 DVD로 읽고 보았다. 그리고 독서칼럼을 써서 문학지에 실었고 문인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실락원”의 재판 소식도 역시 내가 신문의 문예부간에 번역 소개했다.   파격적이고 탐미적인 소설로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와타나베 준이치가 지난 5월 집요하게 탐미해 들었던 세상과의 인연을 놓았다.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속에 그의 작품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 작품은 대표작 “실락원”이 아니라 와타나베 준이치가 2007년에 펴낸 에세이집이다.  그의 주특기인 멜로물이 아니였지만 “둔감력(鈍感力)”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은 출간돼 10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그동안 정치인과 기업 CEO들의 열독서로 꾸준히 회자됐다.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온 단어 “둔감하다”에 “힘(力)”을 붙인 “둔감력”이라는 단어는 책이 출간된 2007년 일본에서 “올해의 류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의대 출신인 그는 이 책에서 하얀 가운을 입었던 의사시절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일생의 다양한 경험을 언급하며 이른바 “둔감” 례찬론을 펼친다. 수술 때마다 교수에게 혼나던 한 초짜의사가 후날 대형 병원의 원장이 된 이야기, 지나치게 예민했던 동료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몰락한 이야기… 이 에세이집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련애와 결혼은 물론 직장 생활에서도 성공한다"는 지론이다. 따라서 저자는 "둔감력이야말로 인생에서 성공할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라고 력설하며 “둔감력”을 재능의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와타나베는 멜로소설이 아니라 이 에세이집을 집필한 리유로 "요즘 세상은 예민함과 신경질로 가득한데 이 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불행과 사회문제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의 바탕에는 둔감력이 있다”라고 갈파했다. 여기서 둔감력은 바로 “일에 실패하거나 남에게 질책을 듣고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힘”이라는 얘기다.       둔감함은 게으름, 우둔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단어이다. 그리고 이 단어의 반대편에는 예민함, 민감함이란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있다. 그만큼 둔감하다는 말이 미련하다는 말과 오버랩되며 좋지 않은 이미지로 사용되였던 우리 사회의 풍토였다. 민첩하고 눈치빠른것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마냥 신경의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옥죄이고있다. 물질문명과 기계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오늘날 세상은 온통 경쟁주의와 리기주의로 가득 차 있고 그 틈바구니에 치대는 사람들은 여유롭지 못하다.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것처럼 아우성이다. 세상살이가 모두 내 마음같이 않고 록록치 않고 때문에 저도모르게 자라난 예민함이 당신을 더없이 힘든 수렁속으로 몰고 가는수가 많은것이다. 그 속박에서 수렁속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해주는 우직한 힘이 바로 “둔감력”이다. 둔감한 사람은 흔히 게으르고 리유없이 락천적인 골빈 사람처럼 생각될수 있겠으나 바꾸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경쟁력을 갖추고 건강도 지킬수 있으며 지혜로운 생활 태도를 가진 자라고도 볼수도 있다. 좋은 의미의 둔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야만 오히려 치렬한 사회생활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을수 있음을 깨쳐야 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해결할수 없는 민감한 문제들에 골머리를 썩이기보다는 그저 놓아버릴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가짐이 좋을듯 하다. 동료의 자질구레한 루습도, 상사의 지지콜콜한 질책도, 부하의 안쓰러운 잘못도, 안해의 가끔의 실수도 크게 하하하하 웃어넘기는 대범함으로, 둔감력이라는 술수로 뭉때버리는것이 좋을듯 하다. 나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둔감함을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것. 그야말로 오늘 하루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새로운 인생 메세지이다. 어찌보면 둔감력이라는 그 능력은 누구나 쉽게 얻을수 있는것이 아닌것 같다. 이는 그저 눈 감고 귀 막고 안 본척 안 들은척해서 얻을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다 보고 다 듣고 다 알고서도 느긋하게 감내할수 있는 힘,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가질수 있는 힘이요, 능력이다. 그러고 보면 둔감력은 도(道)의 다른 이름이다. 둔감이라는 화두는 성인 공자의 일화에도 나온다. 공자는 “론어(论语)”에서 이르기를 “柴也愚,参也魯,师也辟,由也喭”, 즉 “시(柴)는 어리석고, 삼(参)은 둔하고 사(師)는 형식적이고 유(由)는 거칠다.”고 하였다. 이는 공자가 자신의 제자들에 대해 일일이 평가한 말이다. 공자는 제자 안연(颜淵)에 대해 가장 만족해 했다. 제자 증삼(曾参)에 대해서는 다소 둔(鈍)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뛰여난 순발력을 지닌 안연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그 둔한 증삼이 천수(天寿)를 누리면서 스승의 의지를 이어 나갔다. 증삼 즉 증자(曾子)가 결국은 공자의 사후에 유가사상을 계승한 인물로 부상한것이다. 공자는 증삼을 둔하다고 평하였는데 이는 증자가 성격이 내성적이고 일을 신중히 처리하였기 때문이다. 증자는 유가의 최고 덕목인 인(仁)의 실현을 자신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과제로 여겼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아주 근신하고 신중하게 행동하였으며 결코 자기가 취해야 할 활동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증자는 특히 효행으로 이름났다. 그는 효의 전형으로서 어리석을 정도로 몸소 효도를 실천하였는데”효경”은 바로 증자가 지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둔”한 덕목이 그를 위대한 사상가의 반렬에 올려 세웠던것이다.   와타나베의 “둔감력”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언어로 가득한 여느 멜로물이나 미사려구의 에세이집들과는 달리 현대인들의 마음과 생활 스타일에 좋은 조언을 해주는 값진 책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와타나베 준이치의 상식을 뒤엎는 발상과 현명한 삶의 힌트에서  배운다. 이는 의사출신의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질병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라 볼수 있다. 우직한듯하나 지혜로운 “둔감력”이 바로 그 처방전이다.   “길림신문” 2014- 7- 22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와타나베의 대표작 영화 "실락원" 예고편  
13    톱스타의 열애설과 “만추” 댓글:  조회:2839  추천:12  2014-07-03
. 서점가 산책 .   톱스타의 열애설과 “만추”   김혁     영화 “색계”로 알려진 톱스타 탕유가 열애설과 함께 결혼소식을 전했다. 탕유의 회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녀가 한국 김태용 감독과 올 가을께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팬들로 말하면 메가톤급 소식이였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은 탕유의 결혼 소식을 메인에 걸었는데 여기에 누리군들의 2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이들의 결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탕유의 또 다른 대표적 영화인 “만추”를 통해 인연을 맺은 김태용 감독과 탕유는 영화 작업 이후에도 좋은 친구로 지내왔으며 2013년 가을, 광고 촬영을 위해 탕유가 내한 했을때 “남재녀모”의 련인으로 발전한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절강성 온주시에서 태여난 탕유는 2004년 북경미스유니버스 (环球小姐)선발에서 5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2006년 리안 감독의 영화 “색계”의 녀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유명 배우의 반렬에 올랐다.  2007년 영국에서 희극 연기를 단기로 공부했으며 2008년 향항 정부의 "우수인재입경계획"을 통과하여 향항 신분증을 얻었다.  2011년, 영화 “만추”로 “백상예술대상”, “올해의 영화상” 및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각각 세번의 녀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중국 녀배우가 되었다.   여기서 “만추”는 한국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영화로써 한국의 몇세대의 애정관에 영향을 끼쳐왔다. 이미 4번이나 리메이크돼 영사막에 올랐다.     영화 "만추" 포스터       이제는 련인이 된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중국의 탕유와 한국의 현빈이라는 글로벌 스타들의 호흡으로다시 리메이크 되여 화제를 모았었다. 현빈, 탕유 모두 훌륭했지만 김태용 감독의 연출은 가히 독보적이였다.그러한 감독이였기에 14억 중국인의 련인인 탕유와 현실판 애정동화를 구축할수 있은듯 하다.   중국에서 “만추”는 할리우드와 중국영화의 공세속에서도 개봉 3주차에 상영회수가 무려 1,600회에 달해 중국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만추” 돌풍을 일으켰다.     소설 "만추" 중국판 표지   영화 “만추(晚秋)”는 지난해 중문소설로도 번역, 출간되였다.   조화출판사 출간으로 된 소설은 살인죄로 복역중인 모범녀죄수가 특별휴가중 범죄자 년하남을 만나 이룰수없는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 로맨스물이다.   소설에는 영화속 정채로운 장면들이 사진으로 수록됐다. 때문에 글속에 담겨 있는 섬세한 감정 표현은 물론 글만으로 느낄수 없는 수려한 풍경과 세련된 영상미까지 한꺼번에 보여준다. 영화를 보지 못한 독자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만추”, 늦은 가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계절 언제라도 감동을 줄수 있는 작품이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탕유가 직접 부른 영화 '만추' OST  (삼각버튼을 누르세요)
12    한국속 조선족의 삶을 그린 시집 “입국자들” 댓글:  조회:2556  추천:25  2010-10-31
  한국속 조선족의 삶을 그린 시집 “입국자들”   “먼 친척 중매로 한국으로 시집가는/ 조선족 처녀는 국제공항 대기실에 앉아/ 폭우 쏟아지는 바깥 내다본다” 한국 하종오(55) 시인의 새 시집 “입국자들”에서는 재한 조선족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4부로 구성돼 있는 시집은 이주로동자들의 한국에서의 생활을 형상화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다면적 조망을 시도해 보였다. 이주로동자들을 상투적으로 시혜의 대상으로 그리는것이 아니라 이들의 실제 삶에 바짝 다가가려는 하시인은 이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인 고용주에게 당한 부당함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시집에서는 또 조선족뿐만 아니라 몽골. 필리핀 윁남, 타이 방글라데슈 등지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의 곤고한 삶도 한데 모아놓았다. 하종오 시인은 1975년 “현대문학” 등단하여 민족문학작가회의 리사직을 력임했다. 작품으로는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등 십여부의 시집이 있다. 김혁 기자 "종합신문" 2009년 7월 13일   김혁 문학 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11    가을, 책에 추파(秋波)를 던지다 댓글:  조회:3117  추천:39  2009-10-09
  김혁 독서만필 (6)       가을, 책에 추파(秋波)를 던지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는데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니 요즘들어 책읽기에 많이 게을러졌다.   거의 매일이고 사들인 책들을 한달에 한번 꼴로 블로그에 올리며 점검하려 했는데 7월분까지 정리하고 더 올리지 못했다. 반성의 채찍을 들며 그동안 적지않게 사들인 책들중에서 감명깊게 본 책 몇부 뽑아 독서지인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고저 한다.     『게 공선』(蟹工船)   게를 잡아 통졸임으로 가공하는 배안에서 혹사당하는 어업로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소설이다. 192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한다. 빈부의 격차가 날로 우심화되고있는 현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때문이다.       고바야시 다키지     저자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 는 우리가 어릴적 교과서에도 나왔던 작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전쟁 후에 걸쳐 형성된 하나의 조류인 프롤레타리아문학에서 고바야시 다키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계급주의 작가로 그 이름을 떨쳤다. 그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반대했으며 로동계급의 고통과 그 사회적 원인을 파헤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지하운동을 전개하다가 경찰에 체포여, 모진 고문끝에 29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인민문학출판사 출간으로 된 “게공선”은 앞면은 만화로 뒤면은 소설로 되여 있어 심각한 내용도 통속적으로 접할수 있어 좋았다.   “칼의 노래”     저자 김훈   한국지인에게 부탁해 이제야 구입했다. 로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읽은 책이라 한다. 무엇보다도 작가 김훈이 신문기자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라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나역시 20대초반분터 시작해 지금가지 작가에 신문기자라는 타이틀을 20년 가까이 가지고있으니   책은 불명의 명장 '이순신'에 대해 당대의 사건들 속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해 내며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경절련휴에 완독할 예정이다.     “기차” 남해(南海)출판사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에 이어 내가 또 매료되기 시작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이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사회파 미스터리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그러한 그의 방향성을 가장 잘 계승한 현대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다. 그래서 미야베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딸”이라고 불린다. 지금은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깨를 겨룰 정도의 어마어마한 작가지만 처음에는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직해 평범하게 책을 즐겨 읽는 독자였다고한다. 처녀작도 고교 졸업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쓴 소설이였다고 한다. 그녀는 특별히 작가가 되기 위해서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며 직장 생활 중 문화센터나 시민교실에서 열리는 '소설 강좌'를 들은 것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미스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싱겁기 그지없다. 이렇다 할 사건이나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 뛰여난 탐정이나 깜짝 놀랄 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사연을 탐색하는 능력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리소설의 녀왕 아가셔 크리스티이후 또 한분의 미스터리의 녀왕으로 당당히 버티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언제나 현실이 담겨 있다. 하기에 “기차”에도 '르포식' 추리소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평이 붙어있다. 엽기, 취미의 미스테리물을 기대하고 미야베의 소설을 읽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진정 수준급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이제 추리라는 격식에 사회문제라는 깊이를 부여한 추리물도 손대야 할가보다. 중국은 불쾌해 中国不高兴 (강소인민출판사)       이 책은 최근 건국 60주년을 맞는 중국독자들에게서 부쩍 관심을 끌고있는 책이다. 출간 보름 만에 각종 포털사이트 책 코너의 인문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책 표지에는 ‘나라를 위해 직언하고,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큰 시대, 큰 목표와 우리의 내우외환’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책은 새로운 시대, 중국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왜 불쾌한가?’ ‘중국의 주장’ ‘작은 자비심을 내던지고 위대한 목표를 빚어내자’ 등 3부분으로 이뤄진 이번 책의 요지는 중국이 더 이상 잠자는 사자가 되지말고 큰 나라답게 세계를 이끌자는 것이다.   특별히 언론분야의 사업일군들에게 권장한다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10    [김혁 독서만필 13] 사랑에 빠진 자의 헌신 댓글:  조회:3625  추천:50  2009-07-15
김혁 독서만필 13 사랑에 빠진 자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东野圭吾)의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的献身/남해출판사)”을 읽다. 요즘 나는 이 작가에 빠져있다. 탄탄한 줄거리, 허를 찌르는 반전, 결말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련발하게 만드는것이 바로 본격추리소설의 강점이라면 히가시노의 작품들은 그에다 가슴 저린 사랑과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들의 몸부림이라는 무거운 내용을 얹는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추리소설로도, 련정소설로도 문제소설로도 읽힌다. “용의자 X의 헌신”도 그에 다름이 아니다. 사건은 모녀가 중년의 남자를 교살하는것으로 시작된다. 전기담요줄에 교살당한 남자의 이름은 도미가시,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의 전남편으로 리혼한 안해를 괴롭혀 돈을 갈취해 살아가는 파렴치한이다. 더는 참지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 모녀를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 옆집에 살고있는 고등학교 수학교사 이시가미. 그는 대학시절 “수학천재”라는 찬사를 들었던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다. 어쩌구려 이런 천재가 사회에서 소외되여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그에게 해맑은 미소를 가진 이웃집 야스코의 존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근거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모녀를 보호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범죄에 사용하게 된것이다. 강가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고 용의자 이시가미도 경찰의 시선에 들어온다. 그런데 사건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형사들은 천재적인 물리학교수 유카와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의뢰를 맡은 유카와 교수와 용의자 이시가미는 대학시절 친구이다. 이로서 친구와 친구, 물리학 천재와 수학 천재의 대결로 작품이 이어진다. 나중에 유카와 교수는 드디여 친구가 만들어낸 범죄수단을 밝혀낸다. 하지만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범죄를 밝혀내야 한다는 인간적 고민과 더불어 그의 사랑의 헌신에 눈물을 흘린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보통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는게 우리가 읽어온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구조이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순서를 뒤바꿔 소설의 초반에 범인을 로출시킨다.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살해했는지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데도 이렇게 호기심을 자극할수 있다니! 속도감있는 전개와 가슴 뭉클한 사랑의 애틋함이 어우러져 한시도 손에서 놓을수 없었던 책이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데뷔작으로 “에드가와 란포상”을 수상했고 이후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그의 작품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히트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어필한다는 사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에서 일본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여지는 잔혹함이나 렵기 공포같은것이 보이지 않는다. 작품들은 범인의 정체를 캐기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근원을 파고든다. 더불어 사건에 말려든 인물간의 숙명적인 관계를 부각시킨다. 이로써 독자의 궁금증은 자연히 범인보다는 그 관계의 리면에 옮겨진다.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구성을 짜는 동시에 그와함께  물질만능주의 사회상과 그 란장속 인간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파고드는데 주력한다. 그 깊은 문제의식과 높은 작품성으로 그의 작품은 추리라는 쟝르의 령역을 넘어 순문학 쟝르의 전당에도 오를만큼 경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해출판사에서는 올해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계렬을 련속 출간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의 대표작으로 일컫는 “숙명”을 읽고있는중이다. 요즘들어 출판계에서 다시한번 무섭게 추리소설 붐이 무섭게 불어치고있다. 연변작가협회 번역분과 맴버들인 진설홍, 윤금단 등 번역가들도 추세에 맞춰 한국 추리소설가 김성종의 소설들을 중국어로 새롭게 번역소개, 지난 4월 서점가에 계렬로 출시되였다.  추리소설의 부활과 그 쟝르의 새로운 양상에 대해서는 편폭관계로 다음 기회에 전문 이야기 해보려 한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영화 容疑者X的献身 예고편
9    극단의 순애보 댓글:  조회:3864  추천:39  2009-07-07
김혁 독서만필 12 극단의 순애보   중국판 "사랑의 류형지" 표지    “사랑의 류형지 (爱的流刑地/북경문화예술출판사)”를 읽다. 중국작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渡边淳一)의 작품이다. 역시 “실락원”의 뒤를 잇는 격정 로맨스로 중년남녀의 불륜과 정사(情死)를 그리고 있다.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 소설가 기쿠지는 교또에서 열렬한 팬이라는 세 아이의 엄마 후유카를 만나게 된다. 애잔하고 단아한 녀인 후유카에게 반한 기쿠지는 신간선을 타고 교또로 달려가 서로 만난다. 원거리 사랑이 시작되면서 기쿠지는 창작에 대한 열정까지 불태운다. 어느한번 정사중에 행복의 절정에서 죽고싶다는 후유카의 말에 기쿠지는 후유카의 목을 조른다. 그러다 정말로 후유카가 죽게된다. 기쿠지는 몇시간 동안 그녀의 시신곁에 머무르다가 경찰에 자수한다. 마른 나무잎처럼 사랑도 젊음도 다 시들었다고 생각하던 무미건조한 생활속 에서의 만남, 기쿠지를 만난 후유카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자신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뛰여넘을수 없는 현실의 벽앞에서 몸부림한다.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희열은 동시에 깊어지는 죄의식을 동반했던것이다. 가정을 버리고 기쿠지에게 갈수도 없고 지금같은 불륜의 길을 그냥 갈수도 없고… 그래서 후유카는 죽음을 선택했던것이다. 결국 그들은 함께 류형지로 떠나는 사랑의 죄인이 되여버렸다.   소설은 영화로도 각색되여 일본에서 공전의 흥행을 했고 중국, 한국 등지에도 DVD물로 나왔다.   영화 포스터 일본적인 가치관속에는 정사(情死)문화라는게 있다. 과거에는 게이샤를 사랑한 평민 등 도저히 뛰여넘을수 없는 처지에 놓인 남녀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동반자살을 했다. 그처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는 절정의 순간에서 함께 죽을 수 있는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실락원”과 “사랑의 류형지”에서는 모두 그런 가치관이 관통하고 있다. 육체적 정신적 사랑의 교감 끝에 도달한 남자와 녀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정사중 교살(絞殺)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끌어낸 “사랑의 류형지”는 특별한 러브스토리로 독자들을 끌었다. 신문에 련재되면서 회사원, 특히 직장녀성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일본렬도를 뜨겁게 달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파격적인 스토리와 리얼한 세부묘사로 찬반량론을 일으킨 “사랑의 류형지”는 사회주의권 우리의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만큼 극단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극단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사랑은 절실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그들의 사랑의 방식에 등을 돌리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사랑은 생명을 바칠만큼 절실한것이였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과 고통, 소유 그리고 집착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작품은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렵기성이 아닌 진정성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이 작품의 매력이요 와다나베 준이치의 작품들을 다시금 읽는 리유다.      
8    밤은 노래한다 댓글:  조회:3069  추천:34  2009-06-18
김혁 서점가 산책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한국에 있는 친지를 통해 구입했다.   책값이 1만원, 우송료 1만원 (다른책 한권도 포함)이니 인민페로 도합 100원좌우, 이곳의 책값에 비해서 조금 비싸지만 나같은 청빈한 문인도 받아들일수 있는  가격이다.  (책값이 비싸서 사고픈 책을 사지못한적 있었던가? 문전옥답과 바꿔서라도 좋은 책은 사들여 읽어얀다고 생각하는 나다.) 오래전 부터 읽고싶었던 작품, 1930년대 초반 연변지역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민생단 사건"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500여 명의 혁명가가 적이 아니라 동지의 손에 의해 죽어간 사건이니 얼마나 기막힌 사연이 많았을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혼돈과 암흑의 심연 속에 빠져든 인간들의 이야기를 한국작가가 처음으로 끌어안았다.” 사실 민생단 제재가 소설로 나오지 않은건 아니다. 80년대 중기, 작고한 조선족 작가 남주길선생에 의해 중편소설로 창작되여 "도라지"잡지에 실린것으로 알고있다. 창작에 밀려 잠시 서가에 꽂아 두었지만 스케쥴을 소화한뒤 선참 읽을 예정이다. 우리의 역사를 풀이하는 타인(?)들의 눈길과 그 습작방식이 궁금하다.  김연수 저자 김연수는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나섰다. 대표작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굳빠이, 이상』,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사랑이라니, 선영아』『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이 있다. 1994년 『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A빠이, 이상』 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제34회 동인문학상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역사에 묻힌 청춘의 노래가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의 점이지대(漸移地帶)인 북간도(연변, 동만)를 배경으로, 조선과 중국의 항일 전사들의 유격구 활동과 당시 간도를 주축으로 한 민족해방운동진영을 벌집 쑤시듯 뒤흔들어놓았던 '민생단(民生團)' 사건을 모티프로 취한 장편소설이다.  만철 용정 지사의 측량기수인 주인공 '김해연'이 용정의 여학교 음악 선생이면서 기실은 조선청년공산당원인 이정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의문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국과 이념, 사랑과 변절, 생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면서 이야기는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른바 심리적 현실적 무국적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김연수의 전작들에 이어 이른바 '국경을 내면화'한 채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실이 아닌 벌판에서 역사와 대의에 묻혀 소리 없이 사라져간 무수한 '나-그들'의 이야기가 낮과 밤의 빛을 오가는 듯한 김연수 특유의 시적이고 밀도 높은 문장으로 펼쳐진다.  문학과지성사 2008-10-01 출간     Cranes (백학) - Losif Kobzon    
7    [독서만필-1] 양을 쫓는 남자 댓글:  조회:3361  추천:45  2009-06-05
  김혁 독서漫筆 (1)   양을 찾는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상해역문출판사)을 읽다 어느 중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녀자가 열심히 읽고있는 책표지를 보고 남자친구가 비아냥거린다. 《이제야 무라카미냐? 책 좀 읽고 살어!》 무라카미 하루키, 현시대를 살면서 문화적감각이 있다는 사람들이 그의 소설을 읽지 않으면 대화가 안된다는 정도로 대단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600만부이상 팔릴 정도로 기록적인 베스트셀러행진을 하며 오래전부터 중국, 한국, 독일 그리고 북유럽에서 많은 애독자를 낳아왔다. 중국에서도 80년대 중기로부터 진행돼온 그의 베스트셀러 행진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있다. 하루키가 책을 내면 내용을 따질 필요도 없이 사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고정독자, 하루키중독자들이 많다고 할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대렬속에는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끼여있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거의 닥치는대로 다 읽었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댄스 댄스 댄스》, 단편집과 근작인 《해변의 카프카》까지… 하루키의 작품은 대표작으로 되는 《노르웨이의 숲》(후에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개칭)을 중문판본으로 맨 먼저 접했다가 후에 친지가 한국에서 부쳐온 삼진기획 88년 판본으로 다시 읽었다. 오래동안 《좌》의 철쇄에 매여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너무도 앞서간 그들의 성문화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졌었고 그래서 오히려 기어코 읽었었다. 당시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고 나는 생각을 많이 할수 없었다. 솔직하고 감성적인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현실속에서 우리가 드러내지 못하는 숨겨진 모습이 아닐가? 하는 상당히 혼란스런 느낌을 받아안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하루키의 팬이 되여버렸노라고 고백한다. 실상 하루키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들은 이 책,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하루키적이지 않은 책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나에게서 이 소설은 재미는 없었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은것은 정말 신기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 독자층, 정확히 말하면 우리 조선족독자층에서 아직도 하루키는 낯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나마 그의 작품을 환기시키면서 그중 한편을 뽑아본다. 오늘 함께 읽고저 하는 작품은 누구나 아는 《상실의 시대》가 아니라 그 이전에 창작한 《양을 쫓는 모험》이다. 80년대에 출간된 작품을 남해출판사의 중국판본으로 뒤늦게 읽었다. 제목 그대로 양을 찾는 이야기다. 《나》는 친구와 함께 작은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리혼남이다. 안해가 집을 나간 뒤 《나》는 새로운 녀자친구와 사귀게 된다. 그녀는 예쁜 귀를 갖고있었기에 전문적인 귀모델을 하고있다. 또한 그녀는 미지의 앞날을 미리 점칠수 있는 기이한 예지능력을 갖고있는데 그녀는 《나》에게 앞으로 양을 쫓는 모험이 시작될것이라고 예언한다. 신비로운 그녀가 예언한대로 《나》의 삶에 양이 걸어들어온다. 어느날, 《내》가 친구와 함께 경영하고있는 광고회사에 어느 우익조직의 비서가 찾아온다. 용건인즉 《내》가 어느 잡지의 화보에 사용한 한장의 사진의 출처를 밝히라는것이였다. 그 사진은 양떼와 혹가이도의 자작나무숲이 찍혀져있는 평범한 사진이였다. 《나》를 찾아온 그 우익조직의 비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에는 신비한 양 한마리가 있다. 그 양이 우익조직의 거물과 관계가 있다. 우익조직의 두목으로 승격한 해에 거물은 자주 양의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아마도 거물의 머리속으로 양이 들어간것 같다. 그리고 그 양이 거물의 탁월한 힘의 원천이 된것 같다. 이미 병상에 누워있는 거물은 의식을 잃고있으며 죽음이 림박해있는데 그가 죽기전에 그와 양 사이의 비밀을 해명하지 않으면 그가 친히 만들어낸 조직은 와해되여 힘을 잃을것이다. 양은 새하얀 털에, 등에 별모양의 갈색 털이 나있다. 그 사진에 찍혀있는 양을 발견해야 하는데 기한은 1개월이내이다. 《나》는 그 양을 찾아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협박에 가까운 압력에 《나》는 예쁜 귀를 가진 녀자친구와 함께 멀리 혹가이도로 향한다. 사실 《내》가 사진의 출처를 밝히기를 거부한데는 리유가 있었다. 고향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 《쥐》로부터 《나》에게 편지가 왔기때문이다. 그 편지에 문제의 양의 사진이 동봉되여있었고, 《쥐》는 그 사진이 자신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한달이란 짧은 시간내에 양을 찾아야 하지만 어디서도 몸체에 별을 가진 양은 찾아볼수 없다. 《나》와 녀자친구는 호텔에 묵으며 일주일동안은 실마리를 잡지 못한채 시간을 허비한다. 그런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정작 실마리는 《내》가 머물러있는 호텔안에 있다. 호텔의 지배인의 아버지인 양박사에게서 양에 대한 풍문을 알게 된다. 양박사는 30년대에 몸속에 양이 들어갔는데 이어 그의 몰락이 시작되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은 얼마후에 양박사의 몸에서 나가버렸는데, 양은 리용가치가 없어지면, 그 인간속에서 나가버리는 특성을 가지고있다고 한다. 박사의 몸에서 나간 양이, 지금은 거물이 된 당시의 우익 청년속으로 들어갔고 이어 또 그의 몸에서 나와버렸다는것이다. 《나》는 양박사의 이야기에 따라, 그 사진에 찍혀진 장소를 찾아간다. 목장의 한쪽 구석에 미국식의 시골집 2층 건물이 있었는데 한쪽방에 뜻밖에도 《쥐》의 소지품과 의복이 있었다. 하지만 《쥐》는 눈에 띄이지 않았다. 나는 《쥐》를 기다린다. 그리고 녀자친구는 두통을 앓고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예지능력이 이 목장에 들어온 뒤로부터는 작용하지 않았다. 녀자친구는 목장을 떠나가버리고, 차츰차츰 겨울이 다가온다.  눈이 내리는 날 밤에 《나》는 드디여 기다리던 《쥐》를 만난다. 사실상 《쥐》는 《내》가 이곳에 도착하기 일주일전에 이미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었다. 그 죽은 《쥐》의 유령이 《나》를 찾아온것이다. 《나》와 《쥐》의 유령은 맥주를 마시면서 지금까지 쌓였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쥐》는 그 문제의 양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왔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자신은 양이 지시하는대로 행동하고싶지 않았고, 그래서 양을 죽이려고 결심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쥐》는 자살을 택했던것이다. 목장에서 돌아와 나는 거물의 비서를 만난다. 그는 《쥐》를 만나기 위해 혼자서 목장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쥐》가 장치해둔 폭발약이 터지는 바람에 죽어버린다… 어찌보면 황당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까지 덮고나니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듯한 느낌이다. 재미있고 스릴있는 모험, 그리고 양사내라는 초현실적 인물이 가미되여 완성된 읽을거리가 풍성한 소설이였다. 하루키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점은 어쩔수 없는 운명에 휩싸인 주인공이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다. 하루키의 작중인물들은 저마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어쩔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에 당착한다. 자칫 그대로 좌초되여버릴것만 같지만 끝내는 고해의 수면밖으로 떠오르는데 성공한다. 그들에게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그것이 모든 일이 해결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중국식의 모식인 대단원(大團圓) 결말 같은걸 기대할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마지막장까지 호흡을 달구는 그 불투명함이 하루키식의 모식이라면 모식일것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별모양의 무늬가 있는 특별한 양, 이 《양》은 작가에 의해 용의주도하게 준비된 상징물임은 쉽게 알수 있다. 따라서 《내》가 벌린 양을 찾는 모험은 일상에 봉인되였던 과거를 찾아내는, 말하자면 자아를 찾는 려행이였다고 풀이해본다. 하루키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가 아니라 바로 이 《양을 쫓는 모험》을 읽고서 비로소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많은 작품들은 실험의 씨앗이 철저하게 뿌려져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현실과 의식의 구분이 모호해지곤 한다. 즉 판타지적요소를 보이는 작품들이 많은것이다.  어느 소설에서는 《일각수》라는 현실에는 없는 외뿔동물도 나온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곳곳에 환상적인 부분을 설정함으로서 현실이 아닌 소설의 특성을 살려 다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 양 사나이나 귀가 특수한 녀인, 자살한 쥐 등등은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미묘한 부분을 상징하는 주요한 설정이며 아울러 독자에게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요소때문에 하루키의 소설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내가 늘 꿈꾸면서도 감히 행하지 못하는 꿈의 여유를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낀다. 그러나 책을 내려놓고보면 하루키의 소설은 전혀 비현실적이지가 않다. 실재하기 어려운 모험적상황을 전제로 하고있지만 그렇게 설정된 상황은 또 현실주의를 뺨칠 정도로 리얼리티를 띄고있다. 현실과 직접적회로를 갖고있는것이다. 신기한 인물들과 신기한 세계를 합쳐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로 만들어낸다. 그에 하루키만의 색이 더해져 알수 없는 소외, 허무 등 도시인의 일상을 보여주고있다. 즉 현실을 되돌아보고 낯설게하는 신비성이 그의 소설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다. 사실은 내가 살고있는 세계도 하루키의 소설에서처럼 여러가지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내가 모른채 살아가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현실성을 가지고있다. 삶이 힘들더라도 우연을 기대하며 즐겁게 살아갈수 있게 하는 용기를 심어주는것 같다. 실제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예비평가들 가운데는 하루키의 소설은 일본문학이라고 부를수 없다는 정도로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의 문체 그리고 미국문화에서나 볼수 있는, 서양문학의 영향이 마음에 안든다는것이다. 미국에서 하루키의 소설은 대학에서 강의텍스트로 쓰이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비평가들은 늘 셔츠에 청바지차림인 이 작가에게 일본 전통적인 문학의 풍요함이 결여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실 하루키는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가로서 주목받고있다. 《뉴욕 타임즈》는 《독창성과 매력, 완벽한 기법으로 사로잡는 기쁨과 자극의 천재》라고 그를 격찬하고있다. 《일본소설에는 모종의 전형적인 문체 같은것이 있는데 나는 그런것들과는 전혀 다른데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 소설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래서 비판도 많이 받는다.》 하루키의 답변이다. 현실과 환상의 공간을 즐겨 넘나드는 하루키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놀라운 관조력으로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그의 작품을 가리켜 《무국적성》이라든가 《가벼움의 미학》이라고도 얘기하지만, 하루키문학의 외면적인 가벼움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필연적으로 부과되는 존재의 무거움을 견뎌내려는 몸부림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무국적성이나 가벼움때문에 변강의 오지인 이곳 사람들에게마저도 이렇게 친근하게 읽혀지고있는것이 아닐가? 순문학을 한답시는 개인적으로는 거개가 대중적이면서도 튀는 소설을 쓰는 하루키가 특별히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하루키의 장점이라면 그의 글을 읽으면 위로받는 느낌을 받곤 하는것이다. 그런 그가 좋아서 그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무라카미의 소설은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데가 있다. 이는 다른 외국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다른 느낌이다. 인물의 내면들이 놀랍도록 나와 비슷하잖은가.오래전에 쓴것이고 외국사람이 쓴것인데도 하루키란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이 우리와 완전히 같은데가 있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그들의 고독감을 그려내는 우화적 에피소드들이 꼭 서로 닮아있는것이다. 그것이 하루키의 작품에 심취되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해야 할것이다.  
6    슬픈 속죄 댓글:  조회:3358  추천:43  2009-04-01
  슬픈 속죄 김혁 독서漫筆   소설 "속죄"의 중국판 표지   이언 매큐언(伊恩 .麦克尤恩)의 “속죄(赎罪)” (상해역문출판사. 上海译文出版社 출간)를 읽다. 이 소설은 신진소설가 리진화씨가 추천하고 보내주어 읽었다. 사실 이 소설 역시 영화로 이미 보았었다. (근년래 출판계와 영화시장을 살펴보면 문자로 나온 베스트셀러는 거개가 영상으로 각색된다. 단 문자에만 머물지 않고 영상매체로 뻗어가며 상호보완하고있는 요즘 문학의 발달이요 풍토라 할수 있다.) 리진화씨와 대만작가 기미(几米)에 대해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하다가 연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기미의 작품들을 리진화씨가 소주에서 보내주었는데 그 책묶음속에 “속죄”도 끼여있었다. 후배의 추천작이라 자못 진지하게 읽었다. 영화못지않게 감수는 여전했다. (나에게는 명작이나 유명세를 탄 작품이면  꼭 소설과 영화DVD를 함께 소장하는 기호가 있다. 원작과 그를 개편한 영화는 서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본다. 영화의 경우 장점으로는 섬세한 재구성을 들수 있다. 이를테면 고대가 배경인 경우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한 거리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복장, 소품 등까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묘사를 통해 느낌을 받을지 모르지만  영화는 그런 모습들을 곧바로 립체감있게 보여준다. 또 책을 읽으면서 감명을 받았던 명대화들이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생생하게 살아난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 또한 작품에 몰입하게 준다. 영상작품은 동시에 단점도 안고있다. 수준미달의 감독이 자기의도대로 제멋대로 해석할수도 있고 그러한 오류는 원작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또 주인공의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상상하기 마련인데 그 상상을 영화가 앗아간다. 글을 읽으면서 독자마다 상상한 한 것은 확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영화는 하나의 형상으로 되풀이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우렬을 갖고있지만 원작 소설이나 그것을 개편한 영화를 모두 갖추고있다는건 열독자로서는 나름 행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영화 포스터  1935년의 영국. 소설가를 꿈꾸는13살 소녀가 있었다. 감수성 풍부한 소녀 브라이오니. 그의 언니인 세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는 사랑에 빠지고 브라이오니는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곁에서 지켜본다. 그러나 두사람의 사랑이 불편했던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공상과 오해를 부풀려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로비는 루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되며 이어 곧 프랑스전선으로 끌려간다. 로비를 잊지못한 세실리아는 집을 뛰쳐나와 간호사가 되여 역시 전장으로 찾아간다.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에 대한 갈망으로 끔찍한 전장에서 두사람은 재회를 꿈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소설은 여느 눅거리 애정소설처럼 애틋하고 극적인 사랑을 다루고 끝을 맺는것이 아니다. 소설에서 후반부는 독자에게있어서 가히 충격적이다. 동생 브라이오니의 실수로 가혹한 운명에 놓였던 언니 세실리아와 련인 로비는 재회하여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행복하게 생활해 나간다. 하지만 독자들이 행복에 겨워 아름다운 결말에 심취되여있을 때 작가는 그 환상을 사정없이 부수어버린다. 결국 이 아름다운 풍경은 로년이 된 소설속 작가 브라이오니의 작가적인 환상이였을뿐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도 못한채 이미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던것이다.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질투심때문에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인 된 세실리아와 로비를 위해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 주었다. 소설가인 그가 할수있는 일은 문학으로 속죄하고 참회하는 길 뿐이였다.  현실속에서는 일어날수 없는 일들을 아름다운 상상으로 풀어내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 몸부림한것이다. 이 마지막 장면은 많은 독자들로하여금 탄식을 내뿜으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소설은 이렇게 브라이오니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후 진중하게 속죄를 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돌이킬수 없는 과오를 범한 인간이 겪는 고통을 그리고 있다. 작가 매큐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집단 무의식”에 관한 주제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해 주목을 받다가1998년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고 이번 작품 “속죄”로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작가 반렬에 올랐다.  저자 매큐언 소설을 읽고나서 은연중 우리의 문화대혁명제재의 작품들에 대해 련상해 보았다. 우리의 작품은 모두가 피해자의 시점에서 공소문처럼 되여있고 가해자의 시점은 거의 없다. 여기서 우리 작가들의 창작에서의 발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해외작가들에게 문화대혁명과 쌍둥이로 비견되는 나치스의 폭행을 다룬 작품들도 많다. 피해자로서의 아픔을 친히 다룬 작품도 많았지만 가해자들의 반성을 보여준 작품도 적지않았다. 그 일례로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를 들수있다. 귄터 그라스는 나치의 친위대가 되였던 광채롭지 못한 리력을 가진 사람이였다. 전쟁과 파시즘을 목격하며 야만의 력사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랭정한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반성의 작품을 써냈고 그로서 문명을 세상에 알렸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으로의 집필이 주는 생신감과 그로인한 문체의 다양성이 이 책을 읽으며 역시 소설만드는 사람으로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기도 했다. 완전무결한 신이 아닐진대 인간이라면 누구나 대동소이하게 죄라는것을 짓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것은 그 죄값을 치르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있다. 바로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하여 반성하고 그에 걸맞는 방법으로 죄값을 달가이 치루어 내는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량심의 궤적을 따라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마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 오늘의 사회요, 오늘의 인간들이기에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깊고 필요할지도 모른다. 동명 영화의 한 장면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5    두 사람의 탑 댓글:  조회:3198  추천:48  2009-01-30
김혁 독서漫筆 두 사람의 탑 - "도쿄 타워"를 읽다 중국판 "도꾜 타워"    에쿠니 가오리의 “도꾜 타워” (청도출판사)를 읽다 영화로 먼저 본 작품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또 다른 작품 “랭정과 열정사이”도 역시 영화로 먼저 보았다.) 때문에 뻔한 스토리를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하였다. 지나치게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에 혹여 공감하면서도 흔히는 멀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역시 에쿠니 가오리.  그의 작품은 읽고 나면 왠지 또 끌린다.  마흔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교양을 가진 매력적인 아줌마 시후미는 친구의 아들인 스무살의 토오루와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토오루는 오직 시후미만을 위해 살아가고 그녀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도쿄 타워가 지켜보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품고 있는 절박감이나 열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터무니없는 불륜이야기”라는 평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주제가 불륜이었다 해도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절절하게 다가왔다. 파격적인 이런 소재를 담담하게 써낸 작가 덕분에 나 역시 담담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간결하다 못해 건조한듯한 문체.. 어떠한 미사려구도 길게 늘여쓰지 않은 문체들. (혹 중문으로 읽어서일가?)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풍덩 뛰여들어도 차지도 뜨겁지도 않을정도의 적당한 온도와 무심코 지나가면서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다. 요즘들어 유난히 많이 편애한 일본작가와 작품들 하지만 무라키 하루키를 봐주기엔 이젠 류행이 지난듯 하고 류의 상상속으로 들어가기엔 너무 벅차고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기엔 무언가 더 깊은것을 갈망하게 되여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더 다가오는지 모른다.  에쿠니 가오리는 일전 한국에서 5년 연속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 2위에 올랐다. 한국뿐만아니라 중국에서도 일본소설은 곧잘 읽힌다. 십여년전까지만도 일본소설이라면 추리문학정도로만 알아왔지만 요즘 서점가는 각양각색의 일본소설코너가 설치될 정도로 다시 독자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일본 소설은 무게를 잡지 않고 독자들을 편안하게 이끌어들인다. 자기가 아는것도 조금만 말할 뿐이다. 오만가지를 다 아는듯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대신 어딘가 가벼운 경쾌함으로 무장한다. 한편 담담하게 독자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 부드러운 터치가 종당에는 독자들의 가슴에서 활화산을 이끌어 내는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도 이와 다름 아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여나 미국 델라웨어대학을 졸업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 저서로 『제비꽃 설탕 절임』 『장미나무 비파나무 레몬나무』 『수박 향기』 『모모코』 『웨하스 의자』,『냉정과 열정사이』와 『반짝반짝 빛나는』 『호텔선인장』 『낙하하는 저녁』 『울 준비는 되어 있다』등이 있다.   영화 "도쿄 타워" 포스터  에쿠니 가오리는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녀류작가로 불린다. 소설쓰기에 대해 에쿠니 가오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공감의 말 한구절을 인용해 본다. “저는 독자들에게 메시지 전하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이야기 공간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와 보세요’라고 합니다. 소설 읽기는 하나의 여행이에요. 마치 여행을 떠나 자기가 사는 곳과 다른 공간으로 가보고, 그곳의 공기를 마시면서 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소설의 매력이지요.”      
4    [김혁 독서만필-5] 쥐 덫 댓글:  조회:3341  추천:43  2008-12-07
[removed][removed]  김혁 독서漫筆 (5)  쥐 덫   捕鼠器   추리소설의 녀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 (상해역문출판사/上海译文出版社)을 읽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오래전에 적지않게 읽었지만 연극본으로 된 이 작품은 이제야 중문으로 읽었다. 크리스티의 여느 작품들과 같이 엄청난 반전이 일품이다   세계 최장기 연속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는 “쥐덫”은 지난 1952년 11월 25일 런던에서 막을 올려 지금까지 33년째하루도 빠짐없이 공연되여 세계 공연사에 신기원을 수립하고 있는 작품이다. 런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한 녀인이 피살된다. 한편, 려인숙을 처음 운영하는 젊은 부부에게로 형사, 정신병자, 외국인, 귀부인 등이 찾아와 투숙한다. 눈사태로 외부와 단절되고 전화마저 끊긴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분명 이들중에 범인은 있다.... 련쇄적 살인사건과 손님들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크리스티 특유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 독창적 트릭 등으로 얽히고 설키여 읽는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나는 추리소설에 내내 특유의 흥미를 가져왔다. 연변에는 80년대 중기로부터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과 한국의 김성종이 주로 소개되여 왔지만 외국의 추리거장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소개되지 못한 상태이다. 추리소설의 녀왕으로 일컫는 크리스티의 작품도 우리는 겨우 “동방열차 살인사건”, “나일강 살인사건” 등 영화로 몇편 정도 접촉한 상태.    80년대 중국에서 출간된 크리스티의 작품들 "동방렬차 모살사건", "나일강의 참안"  내가 추리소설을 써보련다고 하자 몇몇 선배작가며 동인들이 기겁하며 말린적 있다. 꼭 마치 추리는 정통문학의 범주에 들지못하는 허접쓰레기인양 치부하면서, 쟝르문학이 대세인 요즘이다. “다빈치 코드”나 “해리포드”를 구태에 례를 들지않아도 독자층의 쟝르문학에 대한 선호도를 우리는 알고있다. 쟝르문학은 최근 전세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불붙어 문학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쟝르 효과의 징후를 우리는 느끼고 있다. 하지만 무협, 공포, 추리, 판타지, SF 등 쟝르가 굳건히 자리 잡은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문학계와는 달리 연변에서 이한 쟝르는 내내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다. 쟝르가 척박한 우리 문학의 토양에서 다양성 확보에 기여할수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문화가 류입되는 창구가 방송 하나뿐일 정도로 일원화에 가까웠다. 시대가 바뀌고 인터넷, TV 채널 증가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화창구가 다원화되면서 독자들에게서 참조계는 많아졌다. 따라서 주류를 장악하던 순문학이 그 위상을 잃기 시작하자 그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쟝르문학이라는 키워드로 떠오르게 된것이다.    내가 소장한 크리스티의 영화들 다양한 쟝르문학을  어떻게 우리의 소위 본격문학과 접목할지는 여태껏 쟝르문학의 대표작가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조선족문단이 연구해야 할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쟝르문학을 그 어떤 하위문학으로 알고 폄하를 서슴치 않고있는 이들에게 “쥐덫”을 한번 읽으라 권장하고 싶다.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Mary Clarissa Miller Christie Mallowan)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1890년 9월 15일 영국의 데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뉴욕 출신의 아버지 프레드릭 앨버 밀러와 영국 태생의 어머니 클라라 버머 사이의 삼남매 중 막내로 어린 시절을 애슈필드라 불리는 빅토리아 양식의 집에서 보냈고 이때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열한 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녀는 열여섯에 파리로 건너가 성악과 피아노를 공부하다가 1912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1914년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 남편이 출전하자 자원 간호사로 일했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던 그녀는 1916년 첫 작품으로 『스타일즈 저택의 수수께끼』를 썼는데 1920년 출간되었다. 이후 계속 소설을 발표하던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1928년 이혼한 후 이듬해 메소포타미아 여행을 하던 중 고고학자 맥스 멜로윈을 만나 1930년 재혼하였다. 1967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의 회장이 되었다. 1971년에는 뛰어난 재능과 왕성한 창작욕을 발휘한 업적으로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DBE 작위(남성의 Knight에 해당하는 작위)를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아 데임 애거서가 되었다. 1976년 1월 12월 런던 교외의 저택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removed]parent.ContentViewer.parseScript('b_16481751');[removed][removed] [removed]
3    [김혁 독서만필-4] 굶주린 녀자 댓글:  조회:3324  추천:39  2008-12-07
[removed][removed] 김혁 독서漫笔 (4) "굶주린 여자" "饥饿的女儿"   홍영(虹影)의 장편소설 ‘굶주린 여자’를 읽다. ‘굶주린 여자’는 열여덟살 소녀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겪은 일상사를 그려낸 소설이다. 여기서 ‘굶주림’은 배고픔은 물론 제목에서 보여지듯 여자로서의 굶주림, 또한 정에 대한 굶주림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굶주림이다. 책 속에 묘사된 가난에 대한 사실주의적 시각은 다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홍영은 문화대혁명의 경험들을 드러내놓고 비난하거나 또는 미화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과정으로 덤덤하게 바라본다. 소설 속에서 자신의 치부를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 시종 담담한 사실적 묘사와 소박한 필치가 돋보인다. 그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은 흔히 “굶주린 여자”의 스토리 중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또 어디까지가 실제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그는 “굶주린 여자”는 가난한 세월을 거쳐왔던 내 지난날의 일기장과도 같은 작품”이라며 ‘100%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다. “굶주린 여자”는 여느 소설처럼 재미로 읽기가 힘들다. 엄격히 말하면 아주 완미한 이야기 결구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 소설은 그저 나와 나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시각 테두리속에 집합해 놇았을뿐이다. 허나 이러한 서사방식과 서사책략이 외려 소설의 내함을 넓혀주고있다. 소설은 시종 작은 이야기속에 담담한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속에서 중국인들의 그 동란의 세월에 겪은 천재(天災), 인화(人祸),라는 큰 이야기를 극명하게 그려 보이고있다.     홍영(본명• 陳虹影)은 중국 사천성 중경(重慶) 출신으로 18살 나던 해부터 창작활동을 시작, 시와 산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의 10대 녀성작가로 꼽히는 그녀의 소설은 유럽과 미국, 카나다,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 25개 언어로 번역돼 나왔다. 2000년 중국 “북경석간”의 10대 인기작가에, 2001년 '중국도서상보(中國圖書商報)'가 정한 최고의 녀성작가에, 뉴욕에서 발행되는 전위문학잡지 '트라피카'의 '중국 최우수 단편문학상'을 받는 등 중국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르고있다.     홍영의 또 다른 대표작 [영국 연인]   [removed]parent.ContentViewer.parseScript('b_16481727');[removed][removed] [removed]
2    김혁의 서점가 산책 (1) 댓글:  조회:3424  추천:65  2008-07-24
08년 7월 20일에 산 책-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도리스 레싱 著 절강문예출판사 2008년 3월 刊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중국 번역명- “특별한 고양이”)을 샀다. 어릴적 ‘빱까’라는 고양이를 길렀던 나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그 어느 애완물로도 대체할수없는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금방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라는 중편을 끝낸 시점에서 대가의 필끝의 고양이는 어떤 모습이 갈지 궁금이 가서 냉큼 사들었다.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은 영국 출신 여류작가이자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에세이식 소설이다.  고양이를 명제로 삼아 고양이의 생태, 인간사회에서의 불안한 위치 등을 그려 인간의 참현실은 얼마나 암담하며 비이성적인가를 말하고 있다.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은 고양이의 이야기이면서 사람의 이야기이며 또한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비록 고양이를 명제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고양이의 생태, 인간사회에서의 그 불안한 위치 등을 매우 세밀하고 실감나게 서술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인간에 대한 것, 인간에 에워싼 모든 것에 대해 말하려 한다. 즉 작가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참현실은 얼마나 비이성적이며 암담한가, 그 상태에서 인간을 조금이라도 나은 삶으로 구출해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강한 이성과 향상된 의식이 필요한가를 말한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인간도 이렇듯 처량한 처지인데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불리한 지경에 몰려 있는 고양이는 얼마나 가련한가, 그토록 사랑스럽고 많은 매력을 가졌으나 그런 것과도 무관하게 그들은 얼마나 무력한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그는 고양이를 통하여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통하여 고양이를, 또한 다른 모든 생명체를, 연민과 이해 그리고 사랑의 대상으로 그린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복잡하지만 더한층 확실한 기법으로 고양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가련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물론 사람과 고양이 중 어느 쪽이 더 가련한가 하는 점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해와 연민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점을 정교하고도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잘 말해 준다. – 설순봉 (한국판 역자) 저자 레싱은 현실생활에서도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고양이를 통하여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통하여 고양이를, 또한 다른 모든 생명체를, 연민과 이해 그리고 사랑의 대상으로 그리며, 더한층 확실한 기법으로 고양이나 사람이라 다 같이 가련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작가는 이해와 연민,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 것인가를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다. 소설에 나타나는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삶과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과 경외가 깔려 있다 “위고 카브레”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광서성 접력출판사 2008년 5월 刊      “위고 카브레” (중국 번역명-“꿈 만드는 위고”) 검은색 양장표지에 연필로 스케치된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원체 그림책 매니아라 하루밤에 후다닥 먹어버렸다 복잡하지 않는 복선과 잔잔함 그리고 어떤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인생이 뭘까. 어떻게 살까 등등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이였다. “위고 카브레”는 기차역의 시계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열두살짜리 시계지기 소년 위고가 잿더미 속에서 아버지가 고치다 만 자동인형을 찾아 수리하면서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추리 소설이다. 저자 브라이언 셀즈닉은 원래 삽화가로 유명하다. 《워터하우스 호킨스의 공룡》으로 칼데콧상(매년 미국 도서관협회 산하 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어린이 그림책의 삽화가들에게 주는 상)을 수상했고, 《월트 화이트먼》으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유명한 그림책과 동화책의 삽화를 그렸다.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살고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삽화를 이야기 전개의 핵심 요소로 사용했다. 마치 영화의 한 컷, 한 컷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줌인되는 독특한 구성이다. 저자는 종이책에 그림의 특수효과를 덧입힌 셈이다. 그림책도 아니요 소설책도 아닌 책은 영화의 컷처럼 한 컷, 한 컷 세밀하게 스케치들로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메워 나가며 서사를 완성해간다. 인물의 심리를 양파 벗기듯이 분절분절 클로즈업해 들어가 긴장감을 높였다. 정교한 삽화   뉴욕타임스 등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영화로도 곧 나온다고 한다. 내용도 물론 재미있지만, 어린이 책으로 보기 드문 ‘팩션 추리 소설’인 데다 형식도 독창적이어서 아이들의 독서 지평을 넓히는 데 한몫 할 듯싶다.    
1    내 청춘의 《탈무드》 댓글:  조회:4106  추천:73  2007-06-29
  . 수기 . 내 청춘의 《탈무드》   김 혁 (1)  행자 하나가 길을 떠났다. 나귀 한마리, 개 한마리, 등잔 하나와 책 한권과 동반하여… 어느 한 동네에 이르러 행자는 려장을 풀고 빈집에 잠자리를 청했다. 등잔불빛을 빌어 책장을 뒤적이며 밤의 고적함을 달랬다. 그런데 고삐에서 벗어난 나귀가 도망가버렸고 개는 늑대에게 먹혀버리고말았다. 책에 깊이 빠진 행자는 이를 감감 모르고있었다. 나중에  기름이 떨어져 등잔이 꺼져서야 행자는 잠이 들었다. 이튿날 잠에서 깨니 더 엄청난 변고가 행자의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떼강도가 들이닥쳐 마을의 가축과 값진 물건들을 모조리 앗아가고 마을사람들을 깡그리 주살(诛杀)했던것이다. 행자는 나귀며 개며 유일한 재산들을 모두 잃고말았다. 지어 기름마저 떨어져 불조차 켤수 없게 되였다. 허나 바로 그렇기때문에 강도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고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 행자는 모든것을 잃었다. 허나 또한 모든것을 잃지 않았다. 그에게는 귀중한 생명과 그 생명을 탐탁하게 가꿔줄 책이 남아있지 않는가! 유태인들의 법전(法典)《탈무드》에서 읽은 토막이야기이다. 역경과 좌절, 무원조한 삶에서 구원받고 그것을 이겨나갈 호신부가 바로 책이라면 이한 탈무드의 가르침이 내게도 적용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내 삶과 일상의 가장 비중 큰 분동으로 다루고있는 내게 있어서, 욕심보 넓게 이 세상 모든 책에 현혹되여있지만 그중에서도 혹애하는 책이 있다면 (간행물류쪽에서) 바로 내 청춘의 입문과 끈끈한 관련의 동아줄을 잇고있는 《청년생활》일것이다. (2)  나는 어릴적부터 룡정에서 책이 가장 많은 아이로 불리웠다. 《전례없던 시기》의 고생을 빌미로 중환에 계시는 아버지가 세상을 뜬터에 우리 가정살림은 그닥 유족치 못한편이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내가 책 사는 용돈만은 어김없이 내주었다. 그것도 하루건너 한번씩 나오는 새 책에 감질난 눈빛으로 어머니에게 어줍게 손바닥을  내밀면 어머니는 다른 애들과는 달리  《개눈깔》사탕이나 《신바닥》과자에 신경줄을 매달지 않고 책에 혼줄를 매단 아들녀석이 대견한  모양 선선히 돈을 내주군 했다. 그저 서점문가로 다가가도 나는 이슬람교도들이 가장 신성하시는 성지-메카로 들어선것처럼 경건해지고 그 어떤 아집(我执)에 자기를 잃군 했다. 사들인 책이 종이상자에 넘쳐나게 되자 어머니는 나에게 책장을 마련해주셨다. 책장이라야 다름아닌 집에서 쓰던 신발장이였다. 그 세층 높이의 신발장에 아니, 《책장》에 나는 몇백권에 달하는 그림이야기책들을 빼곡이 챙겨곶았다. 그것도 잠시, 그 《책장》마저 넘쳐나게 되자 어머니는 쓰던 찬장에 또 한번 색을 먹여 책장을 만들어주었다. 그《책장》에 바로 우리 말 《청년생활》이 종속국을 멸시하는 종주국처럼 버젓이 자리틀고있는것이였다. 나는 잡지를 많이 읽는편이다. 허나 15년 가까이 꼬박 한호도 빼놓지 않고 읽은 잡지는 단 다섯가지뿐-《소설월보》《독자》《이야기모임》(故事会),《오묘한 비밀》(奥秘) 그리고 유일한 조선말로 된 《청년생활》지뿐이다. 나는 《청년생활》지를 창간호로부터 읽었다. 우리  언어로 된 그리고 나의 첫 독서욕에 첫 키스같은, 화약같은 인상을 남긴 《청년생활》지에 대해 나는 종시 편애를 감추지 못하고있다. 《청년생활》지를 통해 나는 안중근, 홍범도 같은 우리의 영웅지사들에 대해 알게 되였고 《몽떼 크리스또백작》,《돈 끼호떼》같은 명작들을 접하게 되였다. 간추린 명작이였지만 그 매력만은 무진한 힘으로 나의 문학에 대한 홍심을 위발시켰고 세계문학의 진수에 대해 깨치게 했다.《청년생활》지에 상재한 아가샤 크리스티나 에도가와 람뽀의 추리소설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을 격발시켰고 구쏘련 당대소설 《보내지 않은 편지》등은 나를 열루에 젖게 했으며 뿌쉬낀이나 뻬떼피의 시구들은 청춘의 격정과 사색을 머금게 하였다. 밀로의 비너스로부터 우리 민속에서 동지죽을 먹는 유래에 이르기까지 맥주마시기 상식에서부터 장기 수풀이에 이르기까지 《청년생활》지는 우리에게서 생활의 세세한 구석구석까지를 어루만져주는 지침서로 간주되였다. 번쇄한 생활의 일상사로부터 깨도의 어섯눈과 지혜의 마음눈을 틔여주는 유태법전 《탈무드》처럼…  (3)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중학시절부터 나는 학교나 사회적으로 《문제아》였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엄청난 비밀이 깨여지면서 오는 타격과 나에게는 우호적이 못되였던 의부아버지가 이 원체 복잡한 가정에 들어오면서 나의 무양하던 심기는 정을 잘못 맞은 못처럼 외곬으로 고부라지기 시작했다. 과대표로 지내면서 공부, 더우기는 글짓기에서 큰 기량을 보였던 나는 고중 2학년때 무리싸움으로 퇴학처분을 받고말았다. 본의 아니게 사회에 덜렁 버려진 뒤 석달도 못되여 내가 학교 다닐 때 쓴 작문이 콩클상에 입선되여 상금과 상장이 학교에 내려왔다. 학교지도부에서 사람을 보내여 다시 등교하라는 의향을 보였으나 나는 고리끼처럼 사회대학 나와 큰 작가가 되련다는 오기로 큰소리로 호의를 품고 찾아온 학교선생님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 대가로 열일곱살의 나이에 룡정원예농장의 스팀관과 하수도덮개를 만드는 공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삽질이나 메 휘두르기가 힘에 버거웠고 자전거로 반시간푼 걸려야 하는 먼 공장길이 힘들어 속눈물을 떨군적이 한두번 아니였다. 허나 나는 학교교원들앞에서 한 호언장담을 더우기는 나를 《속곳의 가시처럼 미워하》는 의부아비앞에서 한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쉼없이 읽고 쉼없이 썼다. 미구에 주물공장 청년종업원들의 생활을 반영한 단편소설 《피그미의 후손들》의 집필을 끝냈다. 실말이지만 나는 어쩐지 첫 작품에 대해 신심이 컸다. 그때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루강아지》였던 나는 연변 나아가서는 전국에 내놓아도 인기를 끌 작품이라 스스로 만족의 미주를 기울였다. 당연히 내가 혹애하는 《청년생활》지에 투고해보냈다.  원고지도 변변치 않아 어머님의 교수용 교수안지 뒤면에 쓴 그 글을 읽고 《청년생활》지에서 신씨성을 가진 편집 하나가 룡정으로 찾아왔다. 련계주소를 어머님이 근무하는 룡정신안소학교로 했는데 나를 이 학교의 로교원으로 알았고 이름도 필명인것으로 알고있었다. 어머님의 대동하에 집까지 찾아와서 애숭이티를 벗지 못한 열아홉의 나를 본 그 편집이 헛밟은듯 움찔했다. 그리고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저 한번 편집부로 왔다가라는 말만 남기도 두수없는 행차를 한듯 가버렸다. 일주일후 신문지를 넣어 운두를 잔뜩 높인 국방색모자를 눌러쓰고 나는  《청년생활》편집부를 찾았다. 편집선생들이 위조품을 보는듯한 미심쩍은 눈길로 나를 에워쌌다. 토끼를 품은듯 높뛰는 가슴을 엎누르며 나는 표절 혹은 번역작품으로 미심쩍어하지만 그 의사를 완곡적으로 표현하고있는 편집원들에기 미덥지 못하면 내가 또 하편의 작품을 새로 써서 가져올터라고 배심 두둑히 여쭈었다. 친지를 볼모로 둔 심정으로 돌아와 그 작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작품을 썼다. 《단꼬와 백설공주》라는 제명의 좋은 일한 하여 《백치》로 몰리는 남편과 그를 사람하는 안해의 밀월기간에 일어난 사연을 소재로 엮었다. 결혼은 둘째, 녀자 손끝도 건드려 못본 애숭이로 밀월을 어떻게 썼던지 기억 안나지만 그 작품마저 읽은뒤 편집원들은 내 어깨에 신뢰의 손길을 얹어주었고 대견의 눈길을 보내주었다. 한번 소설의 뒤머리에 짤막한 략력까지 달아주었다. 1985년 8월호 《청년생활》지에 드디여 나의 첫 소설(처녀작)《피그미의 후손》이 실리게 되였다. 지금 보면 가위의 장정 설계도 조야하기 그지없고 잡지값도 겨우 45전…허나 나의 기쁨은 하늘에 닿을듯했다. 대번에 잡지 여섯부를 사서 친지와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들의 외곬행위에 대해 당혹에 쳐들린 눈매를 하고있던 어머니는 나의 작품을 받아들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학시절의 담임교원이 실과를 사들고 축하를 보내왔고 친지들도 모여 술상을 벌리고 그 며칠간 우리 가정은 숫제 명절기분이였다. 소설원고료 170원이 나왔다. 한달동안 꼬박 용광로앞에서 살갗이 익어번지게 일해도 한달로임이 고작 37원인 내게있어서 굉장한 액수의 거금이 아닐수 없었다. 어머니는 그 돈의 일부를 잘라 내게 양복을 해주었다. 내가 일생에서 처음으로 입어본 양복이였다. 처녀작이 발표되여 일주일만에  《연변일보》에 두번째 소설 《맥주 두병》이 발표되였고 그로부터 일년이 못되는 사이에 《북두성》잡지에 《까막골 박아Q전기》,《개간지》잡지에 《노아의 방주》가 발표되였다. 《피그미의 후손》으로 작지 않은 센세이숀을 일으킨 뒤 나는 그 자매편으로 《모함메드의 후손》을 썼는데 후에 《은하수》잡지에 발표되였다. 처녀작의 발표는 내 인생의 궤적을 바꾸어주었다. 창사초기의 인원결핍으로 고민하던《길림신문사》의 요청으로 나는, 고중도 채 졸업하지 못한 《문제아》였던 나는, 당시 연길 동광에서 부란공으로 닭알깨우기를 하고있는 허드레 림시공이였던 나는 필재가 양양한 청년으로 인정받고 신문사기자로 단연 발탁이 되였다. 그때 내 나이는 만 스무살이였다. (4)  이러구려 시간은 10여년 흘러 애초 편집원들이 미심쩍은 눈길로 흘려보던 나도 편집기자생활에서 초단수를 넘겼고 선배들의 본을 내여 애숭이문학도들에게 미심쩍은 눈초리를 꽂은 어중간한 나이로 박두했다. 97년께, 나는 온 사회에 콜레라처럼 만연되고있는 출국열과 그 진통에 잇따른 사기피해문제를 두고 큰 글을 쓰려 뼈물고있었다. 한국인사기행각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추적해보면서 《코리안드림(한국환상)》에 흔들리고있는 우리 사회를 진맥해보고저 기자의 사명감, 작가의 필재로 나섰던것이였다. 《천국의 꿈에는 색조가 없었다》라고 제명을 달고 특종기사집필에 착수하게 되자 나는 또 한번 내가 혹애하는 《청년생활》지에 맨처음으로 투고를 했다. 한편 취재하고 한편 집필하면서 한편 련재를 했다. 기성작품 아니고 사건발생과 동조하여 언제 어떻게 끝낼지 모른 련재였기에 신고가 적지 않았다.  그보다 나의 작품을 조갈들게 기다리고있는 임철씨를 비롯한 편집원들의 로고가 컸다. 때론 인쇄공장에 반납할 시간이 코앞에 박두했는데 나의 련재만은 그만큼 자리를 비운채로 간작을 기다리는 논밭처럼 휑그레 비여있군 했다. 그때 나의 BP호출기에 열에 열은 모두다 편집원들의 호출이였다. 그네들의 진지한 청탁과 성원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장편기사를 채 마무리하지 못했을는지도 모른다. 《청년생활》지에 1년 가까이 련재되면서 조선족사회의 최대열점을 건드린 아 장편특종기사는 그해 《청년생활》화연문화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흑룡강신문사 《한얼》표 실화문학 1등상을 거듭 수상했다. 잇달아 단행본으로 묶어져나왔다. 그러고보니 나의 첫 창작집 역시《청년생활》지와 인연을  맥(脉)으로 출산된 셈이다. 누가 말했는지 세상사는 원자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진것임이 틀림없다. 나와 《청년생활》의 인연담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천국의 꿈》을 집필하던 당시, 문학에 현혹된 나머지 가정생활에는 빵점이였던 나는 가정파탄의 고배를 마시고 심신을 앓던 중이였다. 게다가 어머니와 녀동생의 출국으로 혈혈단신으로 남은 나는 어느 한 극성스런 문학팬과 의지하여 북대의 달팽이세방집에 들어박혀 나의 붕괴된 인생의 좌표계를 정하지 못해 술로 자탄하고만 있던중이였다. 오직 필을 들어야만이, 필을 들고 원고지우를 광분하는 들말처럼 달려야만이 내 신상에 부착해오는 행복의 깨심을 잠시나마 잊을수 있었고 저그만 원고료였지만 그 원고료로 로임마저 체불받는 불우한 문인의 주린 위와 빈혈증세를 보이고있는 머리를 달랠수 있었다. 그러던중《청년생활》지에 실린 련재를 읽고 문학이 소박맞는 세월에 하필이면 문학에, 문학인에 심취된 처녀 하나가 나를 문의해왔고 《청년생활》의 주선으로 나는 부진을 씻고 새로운 코스를 달리는 선수마양 젊음과 활기의 희망과 활력소를 주입받게 되였다. 그야말로 문학은 나의 구원의 녀신이였고 《청년생활》지와 같은 원지들은 참담한 이 세계에 남아있는 한뙈기의 록빛 흥건한 오아시스임이 틀림없다. 원체 새 천년을 맞아 역시 당당한 모습으로 뛰고있는 《청년생활》지에 대한 덕담을 념두로 시작한 글이였는데 자기 신세담만 넉두리한듯 필이 안스러움에 주춤인다. 여기서 이 글을 서둘러 마무리하면서 죤 웨이 쉴레터의 서적에 대한 찬미사 전문을 빌어 《청년생활》에 축복을 보낸다. 당신은 우리를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끼거나 외롭다고 생각될 때 그대를 찾습니다 나의 마음이 의심으로 흔들리고 자신감은 먼 기억처럼 사라질 때 당신의 빛을 발견했습니다 내 삶에서 무엇인가 혼란스러울 때 당신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나의 몸이 아플 때 어머니가 따뜻한 죽을 끓여주시군 했던것처럼 내 령혼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가족과 사랑에 대한 당신의 따뜻한 이야기가 나를 고독한 동구에서 걸어나오게 했습니다 용기와 참을성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가 나에게 생의 의지를 갖게 했습니다 당신의 처방전에는 지혜와 령감을 주는 강한 약재가 포함돼있습니다 도전의 산이 앞을 가로막을 때 그우로 올라 구름과 별사이에 선 용기있는 사람들이 제공한 약제들입니다 나의 생이 유머를 잃었을 때 그리고 나의 재능을 세상과 나눌 기회를 잃었을 때 이 약으로 나의 존재는 새로운 에네르기와 기운으로 채워집니다 진정한 사람을 산 사람을 인생에 승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의 발걸음에 가벼움을 주고 나의 꿈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지혜로운 령혼을 가진이들의 생각이 나를 구속하고있는 두려움을 한순간에 날려보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은 나에게 미래를 볼줄 아는 영양제를 주었습니다 기쁨과 행복과 승리 건강과 충만함과 사랑으로 가득찬 미래를… “청년생활” 2000년 3월호         ..........Sund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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