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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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시] 흑백사진(외 8수)-김철호 댓글:  조회:1221  추천:0  2019-07-12
김철호   흑백사진(외 8수)   과거로 가는 길은 색갈을 지우는 일이다     분홍립스틱 지우고   금빛 머리카락 지우면   검은 것과 흰 것만 남는다   50년 전, 100년 전이 탄생한다     두가지 색갈만 있었던 세월   눈 감으면 검고 눈 뜨면 하얗던 세월   밤은 검기만 하고    낮은 하얗기만 하던 세월   흰 것과 검은 것 외엔    다른 색갈이 필요 없었던 세월…     희고 먼 하늘   검은 이파리의 떡갈나무   검은 눈동자엔 흰 눈빛이 반짝인다   흰 미소가 입가에 매달려있고   검은 분노가 가슴에 엉켜있다…     그러나 눈 감고 색갈들을 살살 지우면   찬란히 환생하는 흑백의 세계   거기서 우리의 과거가 웃고 있다   그 어떤 칼라로도 가리울 수 없는    우리의 과거가   검은 파도 흰 파도로 출렁인다     같은  맛     바다의 맛과 눈물의 맛은 같다 그러니   눈물을 흘릴 때 바다가 흐르는 것이다   그것이 작은 아픔이래도   보잘 것 없는 슬픔이래도   바다다     눈물의 맛과 바다의 맛은 같다 그러니   바다가 출렁거릴 때    눈물이 출렁거리는 것이다   그것이 큰 파도래도   하늘 같은 통곡이래도   눈물이다     저고리     잔디를 다 덮고   하늘을 다 감싸   뿌리 깊은 나무 숨겨주고도   남는 품     욕심 많은 저 작은 가슴에서   뜬 별 얼마일가   새버린 해 달 얼마일가     노을 물 묻혀 쓴   천년의 리력서에는 꽃씨의 숨     고름줄을 쥐고 주춤거리는 짐승을 밀쳐라   흰 달덩이는 하늘의 것이다     삶과 죽음     삶이 죽음 보고 말한다     넌 왜 이렇게 곁에 딱 붙어서서 떠날 념 안하는 거니? 조금만 한눈 팔면 앞에 나서려 하니 괘씸하구나     죽음이 대답한다     참 답답하다 우린 쌍둥이로 태여난 친형제란다 네가 딱 막아서서 앞에 나서지 못하지만 암 때건 너를 젖혀버릴 것이다     삶이 다시 말한다     우리를 쌍둥이로 낳은 하느님이 원통하구나 난 니가 정말 질색이다 싫어 못살겠다 너를 피하느라 갖은 고생이다만 세월 갈수록 네 힘에 밀리우는구나     죽음이 다시 말한다     네가 앞에 있대서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구 내가 앞선대서 니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니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니가 있다     삶이 돌아서며 죽음의 어깨를 잡자   죽음도 삶의 어깨를 잡으며 웃는다     그래, 우리는 친형제지!   그렇다, 우리는 한몸이다!     해골     눈동자가 없는   빈 눈집   코마루가 없는   빈 코집     아―사람의 입은   아궁이였구나     입술로 겉치레만 안했더면   한솥의 밥 단숨에 들어갈   굴 같은 아궁이였구나     섬     나비야, 넌   파란 하늘 작은 뭍   가닿을 수 없는 먼 눈빛   놓쳐버린 예쁜 자리     못난이는 자신의 둥지   항상 스스로 빼앗긴다     날아가는 나비를   쫓지 말라   나비는   바람 따라가는 숨 아니다     나무     나무는 참으로 먼곳에서 오래 온 것 같다   한번 쉬기 시작하니 떠날 생각을 안한다   밟아본 기분인 듯 늘 하늘 한자락 쓰고 있다   아무리 가는 바람이래도 나무에게 들키면   꼼짝 못하고 예쁜 심음(心音)을 보인다   동서남북 상하를 향한 푸른 입들은 늘 벌려져있고   별이며 달이며 구름이며 태양이며 이슬이며를 끝없이 탐식한다   하나의 커다란 날개를 만드느라   서서히 오래오래 머물며 꿈을 익히는 망,   자취 없는 나래질 소리를 념(念)하는 깊은 숨을 아무도 모른다   푸득! 나무는 오늘도 나래의 힘을 가늠해본다     뿌리     갈퀴손이   땅을 꽉 붙잡고 있다     날개 굳은 커다란 새   날기 위해 키워온 힘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날가 말가, 날가 말가   퍼덕인다     오늘도 동이 트는 하늘   빨간 불덩이 향해 윽벼르더니   어둠의 그물에 걸려   어깨 내린 새     태공을 날 꿈 잊지 않고   백년을 버티는 억센 갈퀴손   땅에 꽉 박고 떤다     차(茶)   ―물의 고백     당신을 맘껏 피워주기 위해   나 한껏 끓으리     당신의 몸에서 노란 향기 우러나   내 속에서 춤 출 때   한모금 꿈으로 설레리     끓어, 팔팔 끓어   내가 통째로 당신으로 꽉 찰제   당신은 온통 나로 넘실거리려니   당신과 나는 드디여 한몸 되여   하늘에 가 구름과 비의 만남을 보리     새로운 우주를 만들기 위해   하나의 숨 속에 들어있는   당신은 차(茶)   나는 물!
70    [시]노을 증후군(症候群)(외7수)/김철호 댓글:  조회:1443  추천:1  2019-06-12
노을 증후군(症候群)(외7수)   김철호   치장, 과장, 화장이 이젠 정말 필요없다. 저절로 익어 빨갛고 노란 저 이파리들을 뚫고 일몰의 숨이 세게 뿜어져 온다. 가난한 아저씨는 오늘도 산 속 오솔길을 밟으며 뭔가 들어있는 무거운 멜가방을 자꾸 추썩거린다. 발에 밟히는 피그림자가 철벅거린다   시인이였던 그녀는 별로 그렇다할 시를 남기지 못하고 저녀노을 저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페가 부석부석 석회화 되는 괴이한 병이 시심(詩心)을 멈추게 한 것이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아련하기만 한데, 남자는 어떤 파티에서 물러나 그녀와 강변길 함께 걸은 적 있었다고 한다. 살그머니 손이 잡혀졌고 어느 순간 그녀의 차가운 갈쿠리가 남자의 목덜미에 감겼다. 역시나 랭랭한 입술이 포개져왔다... 그후 다시 그런 일 없었고 그녀는 죽었다. 그녀의 유상에는 입술만 있었다. 분홍립스틱의 부자연스러운 입술이 너무도 힘 있게 꽊 다물려있었다. 차갑기를 잘 했지! 남자는 속으로 외웠다. 그런데 부드럽기는 했었다는 느낌이였다. 부드러운 차가움이였다.   태일이가 갑자기 생각난다. 간암말기를 늦게 발견하고 병원침대에 구겨져있던 그가 나의 방문에 눈이 아가리 되여 소리쳤다. “니도 술 많이 퍼마시는데 왜 나만 감암이야, 왜?!” 하면서도 웃었다. 눈알에 노을이 꽉 차있었다. 헤여질 때 하던 그 한마디는 20년 지난 지금도 귀지로 되여있다. “잘 살아라, 영별이다!” 나는 그 자식보다 20년이나 더 살아있다. 노을이 어지럽다.     새   이제 너는 날 것이다 겨드랑이에서 돋는 날개를 쭉 펴고 저 고옥(古屋)의 숲을 향해!   아침이슬에 미끄러운 기와장 딛고 무릎에 파묻은 눈깔을 열면서 주저없이 죽으러 갈 것이다   화살이 되여 과녁에 가 꽂힐 때 숨 멎은 너는 옛성터의 눈동자 될터이니   오래오래 보리라, 날아온 한 갈래 길이 하늘에 하얗게 금 그어져 있는 것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금!     꽃   빛이 오기 전에 향기가 온다 색갈을 담은 향기가 온다   구태여 눈 뜰 필요가 없다   아름다움은 눈 멀어도 찬란하거늘!     나   내 속에서 내가 일어선다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떠난다   그래도 묻어 따라오는 내가 있어서 툭툭 털어버리면   나의 팔이였던 팔이 떨어지고 나의 머리였던 머리가 떨어지고 나의 생각이였던 생각이 떨어진다   내가 다 없어질 때까지 내 속에서 내가 자꾸 떨어진다   저렇게 걷고 있는 나는 나를 다 버린 나다   나에게 내가 없다 내가 없는 내가 걷는다   살(肉)은 살(肉)의 무덤이다     “3.8”선은 좋아 한다   “3.8”선은 좋아 한다. 비무장지대라서 좋아 한다. 가끔은 총성, 칼부림 있었댔지만 그래도 좋아 한다. 8리나 되는 넓은 띠를 두르고 70년 살아왔지만 “3.8”선은 좋아 한다. 비무장지대라서 좋아 한다. 활주로가 없어서 좋아 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좋아 한다. 공장이 없어서 좋아 한다. 농경지가 없어서 좋아 한다. 사냥군이 없어서 좋아 한다. “3.8”선은 무장지대가 아닌 것에 다행스러워 한다. 무장지대였더면 대포, 미사일, 사드, 권총, 기관총, 도끼, 군도, 군화, 미친 오토바이의 소음, 둔중한 땅크바퀴의 주름, 퀴퀴한 군인들의 썩는 살 냄새, 쫓기는 짐승들의 불쌍한 울부짖음, 똥이 차고 넘치는 뒤간이 되였을 거다. 그러니 비무장지대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 그래서 ”3.8”선은 좋아 한다. 뭍(“3.8”선도 뭍이긴 하지만)에는 없는 조류, 짐승, 꽃, 나무들이 “3.8”선엔 다 있어 좋아 한다. 뭍에 있는 소음, 연기, 지랄들이 “3.8선”에는 없어 좋아 한다. 그래서 “3.8”선은 자신이 장수하길 바란다. 100살은 금방이고 이제 백살만 더, 아니 또 오백살만 더 살아 오래오래 “3.8”선이기를 바란다. 남쪽도 북쪽도 다 “3.8”선이기를 바란다. 8리 너비가 800리로, 아니 그보다 더, 더 늘어나 두만강, 압록강까지 부산, 제주도까지 늘어나서 반도땅이 몽땅 “3.8”선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요만큼에 만족하며선 “3.8”선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요즘 “3.8”선은 “3.8”선을 늘굴 궁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체 한다. “3.8”선이 “3,8”섬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래도 유정(有情)   아버지, 바람소리가 들리시나요? 우린 어머니가 했던 바람의 이야기를 다 알거든요   나무잎 떨어지는 소리 보여요 눈 꼭 감고 있어도 보여요   아버지, 형체도 없는 당신이 바람 속에 섞여 있는 것이 보여요   어머니가 힘차게 풍구를 돌리시고 있어요 휘날리는 머리채에 하늘이 시커매져요   바람이 지나가니 어머니도 가버렸어요 잘 찾아보세요, 아버지 구름무지를 헤집고 별무리를 뚜져보세요   이제는 바람소리가 보이시나요? 바람에 담겨있는 그 많은 이야기가 보이시나요?   날숨만 있던 하늘에 들숨도 생겼어요     갈대의 뼈   갈대의 뼈는 유연하다 휘게 되여있다 휘였다가도 펴이게 되여있다   센 바람에 누울듯 휘였다가도 해볕 고우면 창대처럼 일어선다   갈대의 뼈는 강하다 유연하게 강하다 아무리 휘여져도 끊어지지 않게 강하다   갈대가 흐느적이는 것은 뼈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뼈가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뼈가 있기 때문이다     독주(獨奏)   시링크스는 목신(牧神)* 판에게 쫓겼다 짐승도 아니요 사람도 아닌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판의 사랑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서 시링크스는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갈대로 변해버렸다   갈대가 시링크스라는 걸 알고 있는 판은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사랑을 념원하는 피리소리가 판의 입김을 통해 구슬프게 흘러나왔다   판은 피리를 불고 또 불었다 판은 피리를 불고 또 불었다 판은 피리를 불고 또 불었다...   해 뜨고 해 지고 별 솟고 별 사라질 때까지 뾰족한 새싹이 돋아 나무로 커서 활짝 잎 피울 때까지 요람 속의 알에서 새새끼가 태여나 파닥 날개짓 할 때가지 피리소리는 끝이지 않고 울려펴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음악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신의 입술을 거쳐 대지에 차고 넘치였다 하늘에 차고 넘치였다   판의 마음 시링크스의 몸을 통해 음악으로 탄생하였지만 시링크스는 다시 시링크스로 변하지 않았다   *시링크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르카디아지방의 님프(精靈)이고 판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목신(牧神)이다. 판은 시링크스의 미모에 반하여 음심을 먹고 범하려 하지만 순결을 상징하는 처녀신 아르테미스를 본받으려 한 시링크스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도망치다가 라돈강가에 이르러 갈대로 변한다.   2019년 제3기
69    [시]어미 닭(외5수)/김철호 댓글:  조회:886  추천:0  2019-04-19
어미 닭(외5수) 김철호   그날 아침, 엄마가 쓰러졌다   공장에서 나무껍질 벗기는 고된 밤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해 눈 좀 부쳤다가 아버지의 아침 출근 위해 부엌에서 서성이던 엄마가 챵! 졸도해 쓰러졌다, 이남박이 나동그라지고 노란 강냉이 쌀이 금알처럼 부엌 한가득 널렸다 가마 덮개에 맞은 이마에 닭알 하나 생겼다 애들은 놀란 병아리 되여 파닥거렸고 엄마는 인차 눈을 떴다 이마를 만져보더니 닭알 하나 생겼네… 히히… 아파? 아파? 죽지마! 죽지마! 안 아파, 안 죽어! 닭알까지 생겼는데 왜 죽어… 히히… 눈물 범벅이 된 다섯 오누이들을 한품에 안는다 요 닭알에서 이제 병아리가 까날꺼야 잘 키워 큰 닭 되면 알 많이 낳을걸 니들 닭알 좋아히니 많이 먹이고 남는거 부화시켜 또 병아리 깨워 닭무리 만들걸 앞마당 뒤마당 꼬꼬댁 꼬꼬댁 구구구 구구구… 우리 집 닭공장 되겠다…히히… 하하하… 호호호…킥킥킥… 닭공장 꿈 꾸며 맛있게 아침 밥 먹던 그날 같은 아침 몇 백, 몇 천 개 흘러 지나가고 큰 닭이 되여 푸닥푸닥 날아가 버린 자식들 기다리다 구름 된 엄마, 엄마… 엄마 된 구름, 구름…   섣달 하늘이 병아리떼 가득 품고 있다     집   여자는 자신이 한 줄기 샘인줄 알고 있었다. 별들도 내려와 놀다가 너무 맑아 놀라워 하는 티없는 샘인줄 알고 있었다. 샘이라면 솟자마자 몸을 낮춰 자신을 숨기겠는데  결 고운 소리에 깜짝깜짝 정신 잃으면서 솟대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운 마음에 어깨를 내렸다   여자는 빛으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너무 빛부셔 누구도 쳐다보지 못하는줄 알고 있었다. 거미줄에 얽힌 이슬 속에 담긴 빛들이 뛰쳐나와 팍팍 터질 때 누리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걸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여자는 어둠 속에 갖혀 이 세상에 없는 문자를 만들고 있었다. 자신도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숨이 되여 할딱거렸다. 숨은 면도날처럼 아찔했고 송곳처럼 예리하기도 했다. 베여지고 찔리운 자리에서 돋은 혈은 생리의 강이 되여 흘렀다.   여자는 자신이 눈물이라는 것을 드디여 알았다. 그리고 이 세상에 없는 하나의 숨에 밀리여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는 자신을 알게 되였다.     꽃.1   나는 프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굉음과 함께 차창에 날아든 것은 진붉은 한 송이 꽃이였다 활짝 터뜨러진 붉은 숨은 만개(滿開)의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눈을 꽉 감아버렸으나 화향(花香)은 마냥 눈에, 아니 뇌에 보였다 모년 모월 모시에 이 세상에 생겨날 때 뉘나 다 하나의 피덩이였다 봉오리를 터뜨리지 않은 피덩이였다 뼈와 살의 부름을 받은 피덩이였다 꽃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은 언제나 순간인 것이다 365일 중 한 댓새를 위해 봄부릠치는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차창의 꽃을 만졌다 뜨거운 기가 손가락으로부터 쭈우욱 흘러온다 활짝 폈던 꽃이 쭈르륵 운다 붉은 눈물이 줄줄줄 흘러 지도를 그린다 이 세상에 없는 행정구역이 생긴다 어느 별의 거리일 수도 있다 이제 한 20년, 50년, 100년 후이면 드라이브 할 수도 있을 우주의 어느 한 모퉁이! 벌써 나는 거기에 와 있다 이 한순간을 위해 내 앞을 막아선 그 한 그루의 꽃나무, 꽃나무가 만들어준 한 개의 눈 나를 저토록 진지하게 쏘아보는 피발이 선 한 개의 눈 붉은 눈물을 흘리는 한 개의 눈! 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늬나 다 한 송이의 슬픈 꽃이다 눈(眼)같은 꽃이다!     꽃.2   봄이건만 꽃은 없다   봄이 아니여도 꽃은 꽃으로 울긋불긋 잘도 피여나던 그 시절 샛바람에 실려오는 숫 냄새 한 올에도 온 마을이 꽃동네 되였는데…   축 처진 이파리들의 나무만이 꽃 없이 시들어 늘어진 마을 길 암캐라도 지나가길 바라던 꽃맛 못 본 총각의 빈 눈에 씹욕이 사라진지 오라다   그러니, 이제 꽃이 꽉 찬들, 꽃이 질질 애액 쏟은들 무슨 흥취랴   꽃이건만 봄이 없다     바다   이슬도 하나의 바다라는걸 나는 아는가? 이슬도 바다의 노릇 다 할줄 안다는걸 나는 아는가?   이슬 속에 바다보다 큰 하늘이 담겨있는걸 그만 두고라도 수천수만개의 별들의 잔치 벌어지고있다는걸 나는 아는가?   바다도 할줄 모르는것을 이슬이 할줄 안다는걸 나는 아는가?   이슬이 굴러떨어지는건 넘 많은걸 담아서 그 무게 못이겨서가 아니라 땅에 자신의 정보를 전해주는 행위라는걸 나는 아는가?   이슬로 떠지는 눈, 그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이슬 속에 다 있다는걸 나는 아는가?   사실 바다는 커다란 한알의 이슬이라는걸 나는 아는가?     세월   뒤 사람은 앞 사람의 옷자락을 잡고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걸었다 우린 다 장님이였으니깐 눈을 펀히 뜬 장님이였으니깐   가시에 찔리고 물에 빠지고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면서도 말없는 대오는 흘러갔다 장님의 부대는 흘러갔다   심청이를 만나야 밝음을 알텐데 세상에 무슨 심청이가 그렇게도 많겠는가   장님이 되기란 쉬운 노릇이다 제가 제 갈 길 모르면 다 장님이 되니깐 남의 옷자락만 잡으면 다 장님이 되니깐   옷자락 놓는 순간 눈이 번쩍 띄일텐데 여태 그것을 모르고 산 일 괴이하다   억만의 장님부대에 비하면 제 눈 뽐고 속죄한 오이디푸스*가 오히려 지혜로웠다 동서남북으로 비틀거리는 이 무방비의 무리 장님의 두목도 장님이였으니…   *오이디푸스ㅡ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베테의 왕. 신의 저주를 받고 태여나 이 저주를 피하려고 애썼으나 신의 부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안해로 취함. 뒤에 그 죄를 깨달아 스스로 눈알을 빼고 딸 안티고네와 외국을 방랑했음. 2019년 제2기
68    [시]바자(외7수)/김철호 댓글:  조회:838  추천:0  2019-03-16
바자(외7수) 김철호   키 낮은 바자라 하여도 슬쩍 건너갈 수 있는 바자라 하여도 바자 앞에서는 걸음을 멈춘다 더는 못간다, 아니 안간다   앵두나무에 열꽃이 다닥다닥 피여있었다 빨간 빛들이 향기로 풍겨왔다   그냥 다리를 높이 들어 바자를 건넜다 두 손에 가득 담긴 붉은 이슬은 터져 피가 되여 손가락 새로 줄줄 흐른다   키 낮은 바자라 하여도 바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 바자는 관념의 경계가 된다   다리가 가위되여 테이프를 베이니 앵두나무는 수천수만개의 하트를 바친다      단풍.1   붉은 물을 밟으면서 걷고 있다 튕겨오르는 붉은 빛 슬프게 울고 있다 바람이 숨어 꾸미는 음모는 이 물결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소슬한 어둠이 기여오고 먼 승냥이의 허파소리 죽어있다   누군들 입가에 피 묻히고 울던 날 없었으랴! 누군들 하늘 찢고 태양 훔친 적 없었으랴!   드디여 바람이 불어친다 락엽들의 울음소리 아름답다 빛들이 숨어버린 어둠 속 어데선가 반짝이는 흐느낌 향기롭다 날 밝으면 하얀 도화지 우로 붓 되여 걸어오는 사람 있을 것이다   이제 더욱 찬란한 슬픔이 되여 바스락 댈 저 붉은 숨, 지금 계절은 피를 밟으며 걷고 있다     단풍.2   왜 이리되었는가 물으니 부끄러워서라고 한다 봄이 지난지 오라고 뜨겁던 여름도 보냈는데 문득 작은 욕망 하나 생긴 것이 못내 부끄러워서라고 한다   한발작만 더 내디디면 계절의 끝인데, 이젠 하얀 백지를 바쳐야 할터인데, 아직도 눌러 아픈 혈 있다는 일 참으로 가슴 꿈틀하게 놀랍단다   그러면 저 하늘은…   해종일 태양 하나만을 감싸고 놀면서 가질 건 다 가지더니 마지막 손마저 놓아주지 않는다 당기거니 늦추거니 실랑이다가 떨어져 날아간 붉은 이파리 하나 서녘 하늘 되였다   적신(赤身), 숨이 큰 나의 생리!       선인장꽃                                                                            노란 숨 한 모금 소리없이 눈 뜨더니 어느새 또 감는다   오래 둘 수 없는 향기이기에 벌써 저만치에 가 없는 듯 사라진다   눈에 뿌리한 그녀의 숨비소리 계절 끝까지 품고가리     공(空) 어느 여름날 지구에 별이 날아들어 부딪쳤다 지구는 하나의 불덩이로 되였다 지구의 모든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모든 생명이... 어느 여름날 떨어진 별 때문에 그렇게 란리법석이던 핵문제도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통령선거도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였다 환경도 없어졌다 어느 여름날 괴성은 간사하고 음험하고 욕심쟁이의 뇌를 소멸해버렸다 타버리는데 억년 식는데 억년 텅 빈 땅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말썽도 없이 이웃 별에 피신간 생명의 눈동자에 파란 별로 반짝이고있었다     영정사진 1 저승의 창문으로 이승을 내다보고있다 누가 왔나 하나하나 체크한다 누가 오지 않았나 하나하나 찾는다 나 왔네, 하고 저승의 창문 저쪽에 있는 눈길을 바라보며 문상객들은 신고한다 아마 가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창문 이쪽으로 흘러오는 눈빛이 슬프다 이승을 기웃거리는 눈길이 안타깝다 2 눈동자만 있고 그외의 것은 다 사라졌다 허공에 동그랗게 떠있는 두개의 작은 구(球) 돌돌 굴려지는 구속에 비끼여있는 이승의 얼굴들 동그란 구가 동동 떠서 움직인다 동그란 구가 가까이 왔다 멀어졌다 한다 그외의 것은 다 없고 동동 떠다는 구만 있다     바다에게   바다, 네가 물일 수 없다. 천만갈래 강 다 품어주고 때론 뭍에 넘쳐나는 누런 홍수도 지체없이 받아주는 네가 어찌 물이랴!   마도로스의 슬픈 노래를 파도의 갈기마다에 새겼고 적아가 하나의 색갈로 흐르는 명랑 앞바다의 피빛 노을까지도 꺼안은 너를 그냥 물이라 하면 안되지!   타이타닉호의 현악4중주와 함께 갈앉은 1514개의 심장은 어쩌고, 아직 피지 못한 꽃들과 함께 잠긴 진도바다의 혼들은 어쩌고, 칼레, 살라미스, 오카나와, 솔로몬, 트라팔가, 유틀란드… 그 많은 해전으로 감춰버린 수천수만의 눈빛은 또 어쩌고, 너를 막 물이라고 할 수 있겠니!   너에게서 만들어진 이야기만 건져 올려도 하늘같을텐데, 너의 품에 잠긴 사연만 모아놓아도 태산보다 더 높을텐데, 너를 어떻게 그냥 물이라고 하랴!   그러나 이 세상은 물 아니고서는 이뤄질 수 없나니, 8천8백 고도의 쵸몰랑마봉도 물 다 걸러내면 먼지로 흩어지고 엠파이어스테이빌딩도 100% 건조시키면 폴싹 물앉을거고, 무액(無液)으로는 하루밤 정사도 성사시킬 수 없겠거늘, 물ㅡ너는 뭐니?   물은 바다다! 아무리 작은 물이래도 물은 바다다! 바다는 물이다! 아무리 큰 바다래도 바다는 물이다!   그러니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선 바다, 너를 어찌 물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바다, 너는 물이다!     폭염 ㅡ오규원의 을 들고 더위 피하다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소리도 땀을 뚝뚝 떨구는가, 헐떡거린다 거기에 풀벌레소리가 양념이 되여 맛을 낸다 구름은 부글부글 괴고 있겠지만 풀잎과 나뭇가지 사이로 랭기가 싹 빠진 바람이 눈치껏 힐끔거린다 불 붙은 꺼먼 왕파리 두 마리가 쫓고 쫓긴다 쫓는 쪽은 사내고 쫓기는 쪽은 늘 계집이였는데… 오규원이 무릎 위에서 시적표현의 리해를 열심히 력설한다 손톱으로 제자의 손바닥에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글귀가 폴싹폴싹 뜀질한다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지금 딱 그만큼한 때이다, 한적한 오후다 파란 순을 가득 단 물푸레나무가 반짝반짝 바라본다 침엽수들은 바늘을 다 거둬들였다 참말로 더는 잃을 것 없는 오후다     “도라지” 2019년 제1기.
67    [시]흑백사진(외8수) 댓글:  조회:1033  추천:0  2018-08-30
흑백사진(외8수) 김철호   과거로 가는 길은 색갈을 지우는 일이다   분홍립스틱을 지우고 금빛 머리카락 지우면 검은 것과 흰 것만 남는다 50년 전, 100년 전이 탄생한다   두 가지 새갈만 있었던 세월 눈 감으면 검고 눈 뜨면 하얗던 세월 밤은 검기만 하고 낮은 하얗기만 하던 세월 흰 것과 검은 것 외엔 다른 색갈이 필요없었던 세월…   희고 먼 하늘, 검은 이파리의 떡갈나무, 검은 눈동자엔 흰 눈빛이 반짝인다 흰 미소가 입가에 배달려있고 검은 분노가 가슴에 엉켜있다…   그러나 눈 감고 색갈들을 살살 지우면 찬란히 환생하는 흑백의 세계, 거기서 우리의 과거가 웃고 있다 그 어떤 칼라로도 가리울 수 없는 우리의 과거가 검은 파도 흰 파도로 출렁인다     같은 맛   바다의 맛과 눈물의 맛은 같다 그러니 눈물을 흘릴 때 바다가 흐르는 것이다 그것이 작은 아픔이래도 보잘 것 없는 슬픔이래도 바다다   눈물의 맛과 바다의 맛은 같다 그러니 바다가 출렁거릴 때 눈물이 출렁거리는 것이다 그것이 큰 파도래도 하늘 같은 통곡이래도 눈물이다     저고리   잔디를 다 덮고 하늘을 다 감싸 뿌리 깊은 나무 숨겨주고도 남는 품   욕심 많은 저 작은 가슴에서 뜬 별 얼마일가 새버린 해 달 얼마일가   노을 물 묻혀 쓴 천년의 이력서에는 꽃씨의 숨   고름줄을 쥐고 주춤거리는 짐승을 밀쳐라 흰 달덩이는 하늘 것이다     삶과 죽음   삶이 죽음 보고 말한다   넌 왜 이렇게 곁에 딱 붙어서서 떠날념 안하는거니? 조금만 한눈 팔면 앞에 나서려 하니 괘씸하구나   죽음이 대답한다   참 답답하다 우린 쌍둥이로 태여난 친형제란다 네가 딱 막아서서 앞에 나서지 못하지만 암 때건 너를 져쳐버릴 것이다   삶이 다시 말한다   우리를 쌍둥이로 낳은 하느님이 원통하구나 난 니가 정말 질색이다 싫어 못 살겠다 너를 피하느라 갖은 고생이다만 세월 갈 수록 네 힘에 밀리우는구나   죽음이 다시 말한다   네가 앞에 있대서 내가 없어지는게 아니구 내가 앞선대서 니가 없어지는게 아니다 니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니가 있다   삶이 돌아서며 죽음의 어깨를 잡자 죽음도 삶의 어깨를 잡으며 웃는다   그래, 우리는 친형제지! 그렇다, 우리는 한몸이다!     해골   눈동자가 없는 빈 눈집 코바루가 없는 빈 코집   아ㅡ사람의 입은 아궁이였구나   입술로 곁치례만 안했더면 한솥의 밥 단숨에 들어갈 굴 같은 아궁이였구나     섬   나비야, 넌 파란 하늘 작은 뭍 가닿을 수 없는 먼 눈빛 놓쳐버린 예쁜 자리   못난이는 자신의 둥지 항상 스스로 빼앗긴다   날아가는 나비를 쫓지 말어라 나비는 바람 따라 가는 숨 아니다   나무   나무는 참으로 먼 곳에서 오래 온 것 같다 한번 쉬기 시작하니 떠날 생각을 안한다 밟아본 기분인 듯 늘 하늘 한 자락 쓰고 있다 아무리 가는 바람이래도 나무에게 들키면 꼼짝 못하고 예쁜 심음(心音)을 보인다 동서남북상하를 향한 푸른 입들은 늘 벌려져 있고 별이며 달이며 구름이며 태양이며 이슬이며를 끝없이 탐식한다 하나의 커다란 날개를 만드느라 서서히 오래오래 머물며 꿈을 익히는 망(网), 자취 없는 나래질 소리를 념(念)하는 깊은 숨을 아무도 모른다   푸득! 나무는 오늘도 나래의 힘을 가늠해본다     뿌리   칼퀴손이 땅을 꽉 붙잡고 있다   날개 굳은 커다란 새 날기 위해 키워온 힘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날가말가, 날가말가 퍼덕인다   오늘도 동이 트는 하늘 빨간 불덩이 향해 윽벼르더니 어둠의 그물에 걸려 어깨 내린 새   태공을 날 꿈 잊지 않고 백년을 버티는 억센 갈퀴손 땅에 꽉 박고 떤다     차(茶) ㅡ물의 고백   당신을 맘껏 피워주기 위해 나 한껏 끓으리   당신의 몸에서 노란 향기 우러나 내 속에서 춤 출 때 한 모금 꿈으로 설레리   끓어, 팔팔 끓어 내가 통째로 당신으로 꽉 찰제 당신은 온통 나로 넘실거리려니 당신과 나는 드디어 한 몸 되여 하늘에 가 구름과 비의 만남을 보리   새로운 우주를 만들기 위해 하나의 숨 속에 들어있는 당신은 차(茶), 나는 물!   (2018년 "도라지" 제2기)
66    [시]하늘에 박힌 가시(외8수) 댓글:  조회:863  추천:0  2018-08-30
하늘에 박힌 가시(외8수)   김철호   내가 아이 때 엄마는 아버지를 욕한다는 것이 “니 애빈 승얘(승냥이)네라, 승얘네라!” 친구들 모아놓고 북 대신 미닫이문 밀고당기면서 타닥탁탁… 둥둥둥둥… 달 떨어지는줄 해 돋아나는줄 모르고 술 마셔대고 담배 피워대며 애들 반찬까지 말끔히 먹어버리는 아버지가 승냥이같기도 하였겠지만 봉금날이면 과자봉지 사탕봉지 안고오는 아버지가 아버진 아버지여서 우린 많이 따랐는데 엄마 보다 애들을 더 고와하는 아버지가 엄마 눈에는 왜 승냥이로 보였을가? 때때로 방에서 흘러나오는 승냥이 울음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임에도 엄마는 아버지가 승냥이라고 하는 일 무척 궁금하고 야릇했지만 바스락소리 하나 없이 귀 열고 잤었다 “니 애빈 승얘네라, 승얘네라!” 엄마에겐 아버지가 승냥이가 맞긴 맞길래 죽을 때 마지막 하는 말이 “절대 그것(아버지) 곁에 안 갈테니 그냥 태워서 날려보내달라” 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했다! 꺼먼 연기가 검은 가시처럼 하늘에 박히는 화장터의 굴뚝 바라보며 어떤 한이 있었길래 죽어 만나지 않겠다고 악을 쓰셨을가? 그런 한으로 우리 다섯 남매를 어떻게 배고 낳았을가? 엄마의 승냥이 울음소리는 진짜 승냥이 울음소리였단 말인가? 하늘에 박힌 저 가시가 과연 무얼가? 아아… 회석된 검은 연기처럼 이젠 영원히 알수 없는 하늘의 저 숨!     구절초   열여덟살, 입술로 뜯은 꽃이파리 그것이 왜 그렇게 따가왔을가 물리운 듯, 덴 듯 왜 또 아프기도 했을가   지금도 나를 흔들어주는 것이 나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바람이라면 나 바람되여 달려가련만…   열여덟살, 그때 나를 흔들어준 바람은 톡 터지면 볼 빨간 봉선화도 아니였다 먼 바자굽서 수줍어 하던 철모를기꽃도 아니였다 시선을 잡고 놓지 않는 백일홍도 아니였다…   너무 흔해빠지고 향기롭지도 않아 귀한줄 몰랐던 아픈 꽃의 숨 한 모금 나의 년륜에 찍힌 고마운 흰 점 하나!     바위   바위를 옮겨다 시(詩)를 새기니 시비(詩碑)가 되였다 시비(詩碑)가 된 바위는 자기가 바위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도고해졌다 새겨진 시(詩) 때문에 옷자락 여미는줄도 모르고 자기 앞에서 경건해지는 사람들 눈길을 업신 여기였다   어느날 시비(詩碑)앞에서 시비(是非)가 붙었다 시(詩)가 나쁜 시(詩)이니 지워야 한다느니 까부셔야 한다느니 시(詩)가 좋은 시(詩)이니 다치지 말아야 한다느니 영구보존해야 한다느니…   시비(是非) 끝에 시비(詩碑)를 잠시 그냥 놔두기로 했다   가슴이 철렁해난 바위는 식은땀을 한바탕 흘렸다 흉터가 나는 건 둘째치구 하마트면 풍지박살날번 했잖았구 뭔가!   무섭구나! 무섭구나!   바위는 자기 몸에 새겨진 시(詩)가 어떤 시(詩)인지 무척 알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였다   시비(是非)가 있는 시비(詩碑) 시비(詩)碑에 있는 시비(是非)   바위는 산에 돌아가 친구 바위들과 어울리는 그냥 바위이고 싶었다     운명   쥔 것이 가시나무 가지일지라도 놓지 말아라 힘 줄 수록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더라도 놓지 말아라 놓는 순간, 순간을 잃어버릴 것이다 피로 꽃을 피워주는 가시, 가시 끝에 맺힌 꽃의 숨, 피는 물이 아니다! 찔림을 두려워 하고 아픔을 못 참으면서 뭘 얻으려고 말아라 널 깊이 찔러 네 피의 온기를 안 다음 영원한 한 몸으로 될 꿈 주는 아픈 사랑만이 사랑인줄을 찔려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랴! 찔리여라, 힘 꽉 줘라! 쿡쿡쿡… 한 손아귀에 가득 필 예쁜 피의 꽃을 위하여…     들국화   서리 내린 풀숲 네가 앉았던 자리 아침 볕 빨간 이슬이 맺혔다   너는 없고 갈꽃만 흔들먼들… 마가을 솔숲 청설모 약빠른 길 우에 숨어버린 예쁜 숨   어데 있나? 어데 있나? 눈 씻어도 없다   우연히 바라본 하늘 아ㅡ하 니들 모두가 하늘에 올라 있었구나     뿌리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밝고 예리한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마음 찌르는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빛을 이기는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그래서 어둠을 모르고 그래서 멈춤을 모르고 그래서 광음을 모른다   수십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수백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미로의 암흑속에서 숨을 찾아 뻗고 또 뻗는   뿌리에게는 피를 거르는 염통이 있다!     오늘   오늘, 오늘도 당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당신은 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 오늘도 계속하여 오늘인 당신은 영원히 영생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오늘의 숨이 오늘을 받쳐주어 한 그루의 나무로 한 송이의 구름으로 하나의 하늘로 별로 달로 태양으로 흙으로 돌로 이슬로 뿌리로 이파리로… 오늘을 만들어주고 있나니   오늘, 오늘이 있는 당신은 영원을 산겁니다 불사(不死)의 오늘에 안겨 당신 곁의 눈빛을 응시하면서 명암(明暗)을 나누는 이가 있기에 오늘도 오늘이 당신의 것 되였습니다   오늘, 오늘이 있는한 사랑하세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님을, 그러면 래일도 모레도 글피도 오늘이 될겁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별이 자는 밤, 손을 뻗어 허공을 만진다 검은 종이쪼각 빨깍빨깍 소리난다 한가닥 빛같은 오솔길로 예까지 걸어왔지 따라온 눈물자국들 새가 되여 날아갔지   나혼자, 나혼자, 나혼자… 남은 건 나혼자뿐, 내가 살아야 할 리유는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밤을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낮은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술을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너를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이 세상 출발점과 종점은 나다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에게서 끝난다 내가 태양이다. 내가 우주이고 세상이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다 행성에 불과하다 내가 사라지는 순간 지구의 핵이 없어지고 우주의 중심이 허물어질 것이다   이 세상이 존재하게 하기 위하여 나는 나를 사랑한다     동그라미   엄지와 식지를 동그랗게 만든 후 나머지 손가락을 펴보이면 OK라는 뜻이 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동그란 눈동자로 보이는 이 세상은 생명으로 가득하다. 둥근 지구가 우주를 굴러갈 때 둥근 달은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지구를 에돌면서 달리고, 메추리새끼가 동그란 알 속에서 부리로 딴딴한 껍질을 쪼을 때 생명의 진동소리는 우주를 흔든다. 정자가 동그란 란자를 만나는 순간 동그란 어머니 자궁은 생명의 집이 되여 우주를 낳을 준비를 한다. 흐르는 강, 넘쳐나는 바다, 쏟아지는 비, 수억의 물방울이 모여 이루어진 저 물의 세계를 찬찬히 보라, 파도 되여 반공중에 뜰제 방울방울의 찬란한 동그라미들은 태여날 때의 모습으로 웃음 짓는다. 내가 쓰는 이 시에도 수많은 동그라미들이 춤추고 있다. 가장 많은 동그러미, 그러나 똑똑히 그릴수 없는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릴줄 알게 되는 그때 우리는 동그라미의 참뜻을 알 것이다. 동그라미가 동그랗기 때문에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가면 도망칠 수가 없다. 도망칠 틈이 막혔기 때문이다. 당신의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당신도 나의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오라. 그러면 우리는 다 서로의 동그라미에 갇힌 동그라미가 될 것이다. 오늘도 당신을 향해 엄지와 식지를 꼭 붙인다. 좋아요! OK!   2018년 제6기.  
65    2016년 장백산 제1기에 발표된 시와 시평 댓글:  조회:2178  추천:1  2016-01-20
바다(외5수)   김철호   키(箕)가 용납할수 없는것이 있었다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   물결로 결어 만든 커다란 키가 이런 색갈을 까불이면 색갈들이 철썩 철썩 붙으로 밀려나온다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예민한 색각(色覺)으로 고르고 골라 이 더러운 색깔들을 뭍으로 밀어내버린다   철썩 철썩 철썩... 신나는 키질에 기슭으로 밀려나오는 찌꺼기들이 노랗게 하얗게 빨갛게 뒹군다   물론 다른 세상이다   파도   넘어지는것이다 일어나는것이다 넘어졌다 일어나는것이다 일어났다 넘어지는것이다 넘어져도 나아가는것이다 일어나도 나아가는것이다 나아가도 넘어지는것이다 나아가도 일어나는것이다 일어났다 넘어졌다 넘어졌다 일어났다 쉴틈을 주지 않는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면 죽는것이다 일어나지 않으면 죽는것이다   세월   배가 지나간 자리에 커다란 물갈기 큰길처럼 서고 멀리 사라진 뒤엔 아무 일 없었던듯이 웃는 물밭 이 엄청난 바다위로 배들은 끝없이 지나가건만 흔적은 하나도 남은것 없다 삼키워버린 수억의 그림자 어데가서 찾을수 있으랴 그 누가 찾자고 하랴 석양이 가라앉은 고요에 짓눌려 붉은 피 하늘 향해 흐른다 새벽, 아기 울음소리 길손의 가벼운 발걸음들   빛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피줄이 얽힌 검은 손이 있었다   분 발린 문푸레나무 하얀 몸을 만지면 분말들은 향기가 되여 뛰여다녔다   그윽한 오솔길가에는 화초가 만발했고 물이 흐르고 개구리가 울고있었다   빛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빛과 흰빛이 부딪힌것일가 빛의 소리가 황금고리가 되여 물푸레나무를 읽고있었다 싱싱한 빛과 비릿한 빛이 만나는것일가 빛들은 만나자마자 한덩이가 되였다   물에 기름이 떨어지자 동그란 우주가 생겼다 그 동그라미 속에 별이 가득 담겨있었다 굶주린 메새가 어미의 부리에 물려있는 먹이를 보고 다급히 울어댔다   물푸레나무의 웃음이 파랗다는걸 아는이가 없다   칼과 물   베이고 베이고 또 베여도 내리치고 내리치고 또 내려쳐도 한 몸을 나누지 않는다 무너지는것은 칼이다 무디는것은 칼이다 죽는것은 칼이다   부드럽고 저항없는 슬프고도 아련한 물에 칼은 항상 진다   기도   검은고양이의 눈을 멀게 하소서 흰 고양이의 눈도 멀게 하소서 고양이가 없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고양이는 고양이질만 하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고양이가 호랑이 되는 세상을 막아주소서 쥐들도 살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시적상상ㅡ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ㅡ김철호의 근작시 6수를 놓고   최 삼 룡   김철호의 근작시 6수는 시인의 상상력이라는 이 시미학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개념상에서 우리에게 계시해주는바가 많다. 주지하다시피 시적인 상상력은 시인의 시창조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조력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건적인 요소이다. 시창작이란 언어의 부호로서 예술적인 시형상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할수 있는데 이 과정에 무수한 존재와 부재의 변증관계가 번복되며 시적상상력은 바로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관건적인 작용을 논다. 다시 말하면 시적상상력은 창조주체의 시적창조력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할수 있다. 김철호의 근작시 6수 가운데네 바다를 시적대상으로 삼은 시가 가장 돋보인다. 바다란 지구우의 륙지를 둘러싼, 짠물이 괴여있는 크나큰 부분으로서 고금중외의 시에서 녀성, 혹은 미지의 상징으로도 되고, 광활함과 적막함을 표출하는 공간의 배경이 되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이승과 저승이 하나가 되는 신화의 공간으로 상징되기도 하고, 거대하고 력동적이며 생명력이 넘치는 물로서 가변성과 생기 넘침, 싱싱한 활동력으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바다앞에서 인간은 왕왕 자신의 왜소함과 본연적인 물음, 심연의 고독과 마주하게도 되고 또한 삶의 의지와 인고를 배우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금중외에는 바다를 읊은 시가 많은데 바다를 자유의 원소라고 노래한 뿌쉬낀의 “바다에”와 바다를 뿔뿔이 달아나려는 도마뱀에 비유한 정지용의 시”바다·2” 그리고 바다를 푸른 띠를 두른 세계주의자라고 지칭한 조병화의 시 “바다”  등은 너무도 유명하여 필자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시이미지로 살아있다.   키(箕)가 용납할수 없는것이 있었다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   이것은 시 “바다”의 첫 두 시구인데 여기서 시인은 바다를 키(箕)라고 하면서 그 키가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바다와키(箕)라는 어떤 공동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두가지 사물을 만나게 된다. 그아래에서 물결로 결어 만든 커다란 키가 까불린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들이 뭍으로 밀려나온다고 하였고 또 그아래에서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을 더러운 색, 찌꺼기라고 하였으며 나중에 제일 마지막 시구에서는 이렇게 바다는 “다른 세상이다” 라고 읊고있다. 이제 이 시에 그려진 바다를 우리가 다시 정리해보면 더러운 색깔이 없고 찌꺼기가 없는 파란 색깔만 있고 찌꺼기가 없고 알맹이만 있는 바다이다. 이처럼 이 시에서 바다는 세상에서 더러운 색깔과 오물과 찌꺼기를 까불여내는 키로 창조되였다. 여기서 필자가 힘주어 내세우고싶은것이 바로 존재와 부재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창조주체 즉 시인의 시적상상력이다. 편폭이 3천자로 제한된 이 단문에서 깊이 전개할수는 없지만 여기서 몇 마디 더 하고싶다. 상식적으로 바다는 객관적인 대자연으로서의 존재이고 키는 인간의 작은 로동도구로서의 존재이다. 다시말하면 바다에는 키가 부재하며 키에는 바다가 부재한다. 그러나 분명히 김철호의 시 “바다”에서 바다는 더러운 색과 찌꺼기를 까불이는 키로서 창조되였다. 다시말하면 바다에 부재하는 키에 바다가 존재하는 시적형상이 창조된것이다. 이 시적형상은 창조주체의 주관적인 창조물이면서 또 백지흑자로 그 탄생의 고고성을 울리면서 세상에 나타난후에는 완전히 독창적이고 완전히 신선하고 완전히 예술적이며 아울러 세상에 전대미문의 유일무이한 개관적인 존재로 된다. 이렇게 존재와 부재 사이를 넘나들면서 부재에서 존재를 찾아내고 존재에서 부재를 찾아내며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서 어떤 공동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창조주체의 상상력이다. 이 시에서 김철호씨는 바로 뭍으로 찌꺼기를 밀어내면서 끝없이 격랑을 일으키는 바다에서 곡식따위를 까불어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 키를 련상하면서 량자의 어떤 공동성을 찾아냈던것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더러운 색이 없고 파란색만 있고 쭉정이가 없고 알맹이만 있는 순수하고 풍만한 인간세상에 대한 상상을 펼치고있다. 이제 이 6수의 시를 잘 읽어보면 우리는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시”파도”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파도에서 곡절많은 인생과 굴함없는 생명의지를 찾아냈으며 시 “세월”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바다에서 인생의 미미함과 허무함을 찾아냈으며 시 “빛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물푸레나무에서 인간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찾아냈고 “칼과 물”에서 시적상상력은 칼과 물의 싸움에서 인간실존의 내적강인성을 찾아냈다. 물론 시인의 상상력에 천성적인 일면이 있다는것을 부인할수 없지만 그 천성적인 상상력은 시인의 부단한 감촉, 감지, 표상, 감각의 기초위에서 생성되고 성숙되는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특히 뿌쉬낀의 시적상상에 대한 명언 한마디가 련상되는데 그는”진정한 상상은 천재적인 지식을 요청한다”라고 하였다. 이 졸문에서 필자는 김철호의 시에서 시적발견을 놓고 담론하였는데 그밖에도 시인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창작활동의 전부의 과정, 다시 말하면 시인이 생활과 인간에 대한 인식, 매 한수 시의 구상, 시적형상을 창조하는 매 하나의 작업과정에 관통관통되고있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될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분석은 더 많은 편폭을 수요하므로 여기서 졸문을 이만 줄인다.        
64    [시]산(김철호) 댓글:  조회:1834  추천:1  2015-12-20
산   김철호   너를 만나면 온몸이 너로 가득해진다   눈속에 네가 가득 찬다 가슴속에 네가 가득 찬다 내 몸속에 네가 가득 찬다   네가 쥐고싶은것을 내 손이 쥔다 네가 가고싶은 곳을 내 발이 간다 네 숨을 내 페로 숨쉬며 네 느낌을 내 심장으로 뜨거워한다   너를 만나면 세포마다에서 네가 감뛴다 나는 다 녹아 네가 되고 너도 다 녹아 내가 된다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연변일보 2015년 12월 4일.
63    [시]봇나무(김철호) 댓글:  조회:1465  추천:0  2015-12-20
봇나무   김철호   눈을 감게 된다 죽어서도 눈이 된 너의 눈 보며는 하얀 눈물 소금으로 돋혀 숨이 된 너의 눈 감을줄 모르는 천고의 그 눈 마주볼수 없어서 눈을 감게 된다 죽어서도 눈이 된 너의 눈 보며는.   연변일보 2015년 12월 4일.
62    [시]초불(김철호) 댓글:  조회:1356  추천:1  2015-12-20
초불 ㅡ윤동주, 사라진 빛 70년   김철호   움 텄다 밝은 움 맑은 세상을 낳은 움   나무로 컸다   수많은 가지 뻗고 푸른 이파리 춤으로 셀레여 흙에 늙지 않는 그림 그려주었다   움 텄다 맑은 움 밝은 얼로 빛난 움   나무로 컸다   맺힌 빛 별로 무성하고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초불 됐다!   연변일보 2015년 12월 4일.
61    흑룡강신문에 발표된 시 3수와 심숙의 촌평 댓글:  조회:1580  추천:0  2015-12-15
바다(외 2수) 김철호   매립장(埋立場)은 푸른 잔디에 덮혀 묻힌 죽음의 력사를 망각했다 숨이 묻혀 불이 묻혀 숨 쉬는 불 불 센 숨 푸른 아우성은 무덤에서 나오는 새의 퍼덕임 하얗게 날이 선 칼들이 수천만개의 손을 쳐들었다 짐승은 사나운 이발로 자신을 널고있다 물어뜯어 삼키고 삼킨것을 뱉는다 깃털이 하늘 가득 흩날린다 저 푸른 천을 장대에 매달면 푸른 기발이 될것이다 누가 저 기발을 들고 달리려는가 우리들의 리력서 별이다가 별찌 먼지다가 물 공기 나무다가 강 바다 태양 돼지다가 풀 잉어 감자 벼 사람이다가 꽃 연기 구름 바람 별… 페허를 향하여 검은 고양이의 눈이 밝다 흰 고양이의 눈도 밝다 얼룩 고양이의 눈도 밝다 누런 고양이의 눈도 밝다 갈색 고양이의 눈도 밝다 검은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다 흰 고양이는 날쌘 점프를 위해 한발 물러섰다 얼룩 고양이는 마구 덤벼친다 누런 고양이는 주눅들어있다 갈색 고양이는 좌우를 살핀다 닭 한마리 커다란 고양이로 변한 닭 한마리 볏이 빨개 야옹 한다 튀해 고아먹을… ㅋㅋㅋ ㅎㅎㅎ… ****************************************************************************************************************** 촌평   경이로운 반전 그 여운에 젖어 -김철호시인 근작시 3수를 읽고 심숙 드라마는 반전으로 살아난다. 소설에서도 반전은 매우 중요하다. 시에서는 반전이 필요할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필요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짧은 서정단시에서 반전이 가능할가?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는것이다. 이제 김철호시인의 근작시 3수를 같이 읽으며 서정단시에서 반전의 매력에 심취되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시에서 반전은 사유의 비약이라고들 말한다. 폭포가 쏟아지는 장면을 은하수가 쏟아진다고 과장적으로 표현하는것 역시 이 사유의 비약에 다름아니다. 시 “바다”에서 시인은 바다를 푸른 잔디가 깔린 매립장으로 보고있다. 온갖 오물, 쓰레기들 절대대부분을 바다에 처넣는 인간들의 말세적행위를 고발하고있는것이다. 그 푸른 아우성속에서 새의 몸부림은 처절하면서도 비장하다. 그리고 그 새는 수많은 칼들에 난도질을 당하며 깃털을 수없이 날리고있다. 정의의 화신이라고 해도 크게 빗나가지 않는 새는 반대세력의 포위속에서도 퍼덕임을 계속한다. 비장하다못해 장엄하다. 여기까지 보면 이 시는 인간에 의해 오염되여가는 바다 및 자연생태를 지켜주자는 호소로 볼수 있겠다. 그러나 시인은 거침없는 사유의 비약으로 통념을 시원히 깨는 반전을 보여준다. “저 푸른 천을 장대에 매달면 푸른 기발이 될것이다/ 누가 저 기발을 들고 달리려는가” 푸른 바다를 푸른 천으로 보고 그것을 장대에 달아서 푸른 기발을 휘두르며 미래에로 달려간다는 이 시구는 독자들의 상상을 뛰여넘는 반전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있다. 이제껏 시인들이 온갖 사물들을 라렬하는식으로 쓴 시들은 결코 한두수에 그치지 않는다. 시 “우리들의 리력서” 역시 비금한 범주에 속하는 시이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자체의 반전매력으로 다른 여타의 시들과 차별된다. 별, 별찌, 먼지, 물, 강, 바다, 태양, 돼지, 풀 등등등등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이 시는 자칫 장난처럼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사람”이라는 이미지에서 반전이 생긴다. 자연생태속의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 박혀있는 사람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또 유별난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연계를 좋게도 나쁘게도 변하게 만들수 있는 변수인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리력서”는 결국 자연의 한 존재으로서의 인간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넌짓한 어드바이스라 할수 있겠다. 자연속에 자연스레 박혀있을 때는 인간도 자연이지만 주변 자연을 깎고 떼고 뭉개고 파괴할 때는 반자연적인 존재인것이 바로 인간인것이다. 시 “페허를 향하여”에서는 흰, 검은, 얼룩, 누런, 갈색 등 색색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밝은 눈의 이 고양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있지만 쥐를 잡아야 하는 고양이들이 닭을 노리고있는것이 이 시의 반전이라 할수 있겠다. “닭 한마리/ 커다란 고양이로 변한 닭 한마리/ 볏이 빨개 야옹 한다/ 튀해 고아먹을…// ㅋㅋㅋ/ ㅎㅎㅎ…” 아이러니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개가 집을 지키지 않고, 양이 풀을 뜯지 않고, 소가 일을 하지 않고, 당나귀가 석마를 찧지 않는 등 이런 현상들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그러나 그런 현상들이 지속됨에 따라 세상은 페허를 향하게 되고 우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그런 변이된 세상을 떠안을수 밖에 없는것이다. 이 역시 우리 인간이 저지른 죄에 대한 인과보응이라 할수 있다. 모두어보면 김철호시인은 근작시에서 거침없는 반전으로 생태를 파괴하고 자연을 짓밟는 인간들을 고발하고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면서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가자는 호소를 담고있다. 중국조선족시단에 한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생태시를 다시 화두로 떠올려준 김시인의 시적행보를 다같이 지켜볼 일이다.   흑룡강신문 2015년 11월 20일 제2면  
60    2015년 <도라지> 제4기에 발표된 시8수 댓글:  조회:1639  추천:2  2015-09-18
고궁(외7수) 김철호   해시계의 음특한 그림자가 몸을 뻗어 담장에 기여오른다 굵고 주름 깊은 고목이  나이테에 묶여 숨을 헐떡인다 개미떼들이 백두봉을 지고왔다 개미떼들이 고비사막 날라왔다 붉은 물결 붉은 구호 발자국에 고인 붉은 구토물의 납함(吶喊) 천년을 살아 피를 먹은 거인 쿵쿵쿵 쿵쿵쿵 걷는다   광장엔 황금의 금자탑이 있다   걷는다 쿵쿵쿵 쿵쿵쿵 만년후에도 살질 거인 ...    설레임.1   18층 빌딩에서 커다란 새 한마리가 뛰여내린다 콩크리트바닥과 만나 춤추는 피아노파편들   명예란 공중루각이라고 소리친다   자판기 우에서 혈흔들이 날뛴다 불바람이 어슬렁거린다 스마폰이 사람들 얼굴을 뭉청뭉청 뜯어먹는다 머리없는 그림자들이 활처럼 휘여져있다   검은 새, 흰 새들이 서로를 찾아 부르짖고 암수들이 부둥켜 안는다   콩크리바닥에서 피아노가 환생했다   피아니스트는 칠십년 묵은 할망구다 흰 머리카락들이 강선(鋼線)이 되여 땡땡 소리친다 음악이 나봐라 얼굴 내밀었다가 너 죽는다 주먹질이다   석간신문이 벽돌장이 되여 웃는 얼굴에 날아가 박힌다   독자는 한명도 없다   설레임.2   산은 파도를 멈추었다 산은 출렁이기를 그만두었다   황혼이 아닌데 벌써 어둠이 태머리를 땋고있다   찢어진 기와 물구나무선 미소 만족한 빛 도망친 숨…   산위에 산이요 산밑에 산이다 야ㅡ호!   백두의 큰 잔으로 동해물 푹 떠 음부(音符)에 뿌렸다   먼지 낀 먼지가 빛속으로 사라지다 우주를 삼킨 우주가 점속으로 들어가다     바다   붉은 재채기 슬프다 말라버린 숨 하늘에 어둡고 덮쳐오는 고함 검푸르다 길고 긴 그림자 물에 꽂혀서 뿔뿔히 도망치는 비늘을 꿰인다 일몰은 죽음이 아니다 서서히 오는 탄생은 어둠 새로운 생명이 숨어있다          뇌출혈.1   기적소리 들린다 환승(換乘) 탈선한 렬차 시골에서 불던 바람 도시로 왔다 눈빛이 깊다 투명해진 사유는 더 려과될것 없다 파도의 섬모(纖毛) 두꺼운 기억 길 잃은 날개 각도가 삐뚤어진 명(明) 새로운 바다 ㅡ바람아, 미안하다 먼 곳에서 걸어오는 목소리 시간의 멀미가 멈추려나봐 탄생은 아픈것이다   뇌출혈.2   이 한수의 시를 위해 태풍은 먼 바다서 찾아왔다   살점을 뜯는 바람   밤바다는 더욱 크게 운다 돌아갈 길 필요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 수평선 너머에 있고 시는 덜미를 쥔채 쓰러져 운다 웃는다   설(雪) ㅡ시라는 괴물   은혜같던 초설(初雪) 뼈다귀가 생기고 살이 붙고 피가 돌고 하더니   나무가지 꺾는다 길을 막는다 지붕을 허문다 바람과 동무해 하늘을 끌어내린다   입김으로 씻은 창 안의 순한 눈(眼)들 폭력에 놀라 잃은 평화…     일기   숨소리는 속으로 흐른다 생명은 공간에서 만나 서로를 끌어안는다   “불타는 어제가 되돌아온대도 력사는 다시 쓸수 없다네 승자가 없는 영광 부끄럽다네” 맹인가수가 노래한다   한자 깊이의 땅속에서  녹쓴 철갑모들이 해볕보기 싫다면서 삽질을 멈추라고 눈짓한다        
59    [시]무舞를 위한 고요/김철호 댓글:  조회:1922  추천:1  2015-08-25
舞를 위한 고요 김철호 솔풍 즐거운 향기 엇다 두고 바람 눈 감은 마른 초草더미에 와 나래 접었나   파도 클 세상 향해 꿈 그릴 태고의 센 숨 터질 무대 하늘 찢어밟으면서 뜨겁게 뜨겁게 뿜어올릴 오름의 소리 내림의 소리 불깃 펼칠 극락의 광환狂歡 불러오리니 태워, 다 태워 하얀 노을 날리게 하라! 2015년 3월호
58    [시]도벌盜伐(김철호) 댓글:  조회:1657  추천:1  2015-08-25
盜伐 김철호 잉어 배를 딴다 우르르 진주가 쏟아져나온다 잉어 배를 딴다 쪼르르 꽃정들이 달려나온다 감지 못한 눈들이 칠흑같은 허공에 동공만 남기고 푸들푸들 떨다가 사라진다 피물이 칼에 옮아 웃는다 피물이 손에 옮아 춤 춘다 아낙네를 잡아 그녀 허벅지로 친구의 꿂주림 달래줬다는 무치한 옛말이 우습지만 않다 산그늘 너울거리는 산곡(山谷) 내장이 텅 빈 잉어... 하늘은 눈 뜨고 보고있다 2015년 5월호
57    [시]11월(김철호) 댓글:  조회:1581  추천:2  2015-08-25
11월 김철호 대립자(大砬子)는 봄이 싫다 대립자는 더는 봄이기를 원치 않는다 도꼬마리 도깨비바늘 둥근달속으로 들어가는 홍두깨 진달래꽃이 아궁이 가득 탁탁 불꽃 튕긴다 석퇴(石堆)가 빌고있다 전에는 사람이 석퇴에게 빌었는데... 12월, 1월, 2월을 삭제해버린 계절이 문턱을 척 넘어서 들어왔다 연기 덮인 도시우로 강이 흘러서 지나간다 "사랑"을 클릭하세요 당신의 메시지가 새가 되여 날아갈거예요 그러나 발등에 떨어진 돌 돌이 아파서 웁니다 무슨 소린지... 2015년 5월호
56    [시]무霧(김철호) 댓글:  조회:1392  추천:2  2015-08-25
霧 김철호 타닥타닥 타닥타닥... 자판기 때리는 소리가 하얀 망사를 짠다 나쁜 소문만 있는것이 아니다 노래가 있고 시가 있고 춤이 있고 인간세상의 모든것이 다 있다 눈을 감아라 눈 뜨면 보이지 않는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낡은 세상 같은 새 세상 어제 그제 같은 오늘 네가 휘저으면 헝클어질줄 아니?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존재라고 무게가 없을줄 알았니? 다리미 없이도 주름이 쭉 펴지고 덩치 큰 놈도 덜미 눌려 찍소리 못한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자판기가 하얀 씨실 잽싸게 나른다 세상을 덮는 망사가 짜진다 2015년 5월호
55    [시]茶(김철호) 댓글:  조회:1404  추천:2  2015-08-25
茶 김철호 자기야, 마음을 그렇게 옹그리면 그 속 어떻게 알겠어 새를 품은듯 팔딱 뛰는 심장 달을 안은듯 풍덩 빠지는 늪... 한여름 땡볕에 익고 한가을 바람에 여물어 그것도 모자라겠지 따가운 솥에 볶이여 옹그릴대로 꼬옹 옹그라져 숨조차 못 쉬였겠지 아참, 그럼 내속 보여드리죠 봄이 옷고름 풀고 여름이 치마자락 내리고 가을이 속곳까지 벗으니 작고 고요한 호수에 노랗게 피여나는 빛 불길로 풍겨오는 향기 지금 날 가지쇼, 당신의 숨으로 살터이니까요 2015년 5월호
54    [시]꽃잎 뜯기(김철호) 댓글:  조회:1715  추천:2  2015-08-25
꽃잎 뜯기 김철호 그것이 자신의 생명념주인줄 모른다 손끝에서 뜯기운다 발걸음에서 뜯기운다 숨소리에서 뜯기운다 눈빛의 이동에서 뜯기운다 봉오리였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만개되여 가장 어여쁠 때부터 아침해살에 뜯기운다 저녁 별빛에 뜯기운다 커피향에 뜯기운다 오르가슴에 뜯기운다 머리카락 한올 뽑히는 아픔은 알면서도 생명을 뜯기우는 아픔을 모른다 생명이 줄어드는 무서움을 모른다 때문에 오늘도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뜯는것이다 2015년 5월호
53    [시]두만강 진달래.3(김철호) 댓글:  조회:1797  추천:1  2014-10-16
두만강 진달래.3 김철호 그래, 그냥 보고만 있어 너도 살고 그도 살리려면 그래, 차라리 멀리해 너도 멋지고 그도 아름다우려면... 2014년 제4기      
52    [시]두만강 진달래.2(김철호) 댓글:  조회:1458  추천:1  2014-10-16
두만강 진달래.2 김철호 벼랑에 뻗은 붉은 뼈 물파란 강줄기 잡아주어 흐를줄 모르는 물결 만든다 내 고향 두만강 묽고 순한 살속 굵고 강한 저 붉은 뼈 2014년 제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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