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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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서예작품(10) 临祝允明草书《岳阳楼记》 댓글:  조회:2207  추천:0  2018-06-18
嶽陽樓記 【宋】範仲淹 慶曆四年春,滕子京謫守巴陵郡。越明年,政通人和,百廢具興。乃重修嶽陽樓,增其舊制,刻唐賢今人詩賦於其上。屬予作文以記之。 予觀夫巴陵勝狀,在洞庭一湖。銜遠山,吞長江,浩浩湯湯,橫無際涯;朝暉夕陰,氣象萬千。此則嶽陽樓之大觀也,前人之述備矣。然則北通巫峽,南極瀟湘,遷客騷人,多會於此,覽物之情,得無異乎? 若夫淫雨霏霏,連月不開,陰風怒號,濁浪排空;日星隱曜,山嶽潛形;商旅不行,檣傾楫摧;薄暮冥冥,虎嘯猿啼。登斯樓也,則有去國懷鄉,憂讒畏譏,滿目蕭然,感極而悲者矣。 至若春和景明,波瀾不驚,上下天光,一碧萬頃;沙鷗翔集,錦鱗遊泳;岸芷汀蘭,鬱鬱青青。而或長煙一空,皓月千裏,浮光躍金,靜影沉璧,漁歌互答,此樂何極!登斯樓也,則有心曠神怡,寵辱偕忘,把酒臨風,其喜洋洋者矣。 嗟夫!予嘗求古仁人之心,或異二者之爲,何哉?不以物喜,不以己悲;居廟堂之高則憂其民;處江湖之遠則憂其君。是進亦憂,退亦憂。然則何時而樂耶?其必曰“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乎。噫!微斯人,吾誰與歸? 時六年九月十五日。
136    서예작품(9) 临宋克草书《进学解》 댓글:  조회:2052  추천:0  2018-06-18
進學解 【唐】韓愈 國子先生晨入太學,招諸生立館下,誨之曰:“業精於勤,荒於嬉;行成於思,毀於隨。方今聖賢相逢,治具畢張。拔去凶邪,登崇畯良。占小善者率以錄,名一藝者無不庸。爬羅剔抉,刮垢磨光。蓋有幸而獲選,孰雲多而不揚?諸生業患不能精,無患有司之不明;行患不能成,無患有司之不公。” 言未既,有笑於列者曰:“先生欺餘哉!弟子事先生,於茲有年矣。先生口不絕吟於六藝之文,手不停披於百家之編。記事者必提其要,纂言者必鉤其玄。貪多務得,細大不捐。焚膏油以繼晷,恒兀兀以窮年。先生之業,可謂勤矣。 觝排異端,攘斥佛老。補苴罅漏,張皇幽眇。尋墜緒之茫茫,獨旁搜而遠紹。障百川而東之,回狂瀾於既倒。先生之於儒,可謂有勞矣。 沉浸醲鬱,含英咀華,作爲文章,其書滿家。上規姚姒,渾渾無涯;周誥、殷《盤》,佶屈聱牙;《春秋》謹嚴,《左氏》浮誇;《易》奇而法,《詩》正而葩;下逮《莊》、《騷》,太史所錄;子雲,相如,同工異曲。先生之於文,可謂閎其中而肆其外矣。 少始知學,勇於敢爲;長通於方,左右具宜。先生之於爲人,可謂成矣。 然而公不見信於人,私不見助於友。跋前躓後,動輒得咎。暫爲禦史,遂竄南夷。三年博士,冗不見治。命與仇謀,取敗幾時。冬暖而兒號寒,年豐而妻啼饑。頭童齒豁,竟死何裨。不知慮此,而反教人爲?” 先生曰:“籲,子來前!夫大木爲杗,細木爲桷,欂櫨、侏儒,椳、闑、扂、楔,各得其宜,施以成室者,匠氏之工也。玉劄、丹砂,赤箭、青芝,牛溲、馬勃,敗鼓之皮,俱收並蓄,待用無遺者,醫師之良也。登明選公,雜進巧拙,紆餘爲妍,卓犖爲傑,校短量長,惟器是適者,宰相之方也。昔者孟軻好辯,孔道以明,轍環天下,卒老於行。荀卿守正,大論是弘,逃讒於楚,廢死蘭陵。是二儒者,吐辭爲經,舉足爲法,絕類離倫,優入聖域,其遇於世何如也?今先生學雖勤而不繇其統,言雖多而不要其中,文雖奇而不濟於用,行雖修而不顯於眾。猶且月費俸錢,歲靡廩粟;子不知耕,婦不知織;乘馬從徒,安坐而食。踵常途之役役,窺陳編以盜竊。然而聖主不加誅,宰臣不見斥,茲非其幸歟?動而得謗,名亦隨之。投閑置散,乃分之宜。若夫商財賄之有亡,計班資之崇庳,忘己量之所稱,指前人之瑕疵,是所謂詰匠氏之不以杙爲楹,而訾醫師以昌陽引年,欲進其豨苓也。  
135    [시평] A 와 B 의 구조로 환상적 이미지 생성/강시나 댓글:  조회:1306  추천:0  2018-06-17
A 와 B 의 구조로 환상적 이미지 생성 --박문희시인의 하이퍼 산문시 을 읽고서 □ 강시나 하이퍼시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를 연결한 시로써 탈 관념의 사물을 한 단위로 보고 상상의 이미지를 한 단위로 본다면 모든 하이퍼시는 A단위와 B단위의 두 단위의 구조를 이룬다. 하이퍼시 구조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 두 단위의 초월 관계를 연결하여 완성한다.” (문덕수《현실과 초월》165페이지) 관념이란 한자의 뜻으로 풀이해보면 ‘관’(观)은 ‘눈을 크게 뜨고 사물을 자세하고 똑똑하게 본다’이고 ‘념’(念)은 ‘생각하여 마음속에 굳게 간직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로보아 ‘관념을 벗는다’고 하면 그것은 낡은 관념의 옷을 벗어 던진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탈 관념의 시 쓰기는 기존의 관념을 배제하고 사물 또는 물체를 중시한다로 받아주면 되겠습니다. 또한 상상이란 사물들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관계와 사물의 조응과 유사함을, 직관으로 먼저 감지하는 능력을 바로 상상력이라 하고 직관이란 추리, 사고, 경험에 의거하지 않고 보는 순간 사물을 파악하는 것을 가르켜 직관이라 하며, 초월한다는 것은 현실을 넘어선다는 뜻이고, ‘초 현실’은 현실을 부정하고 그 부정을 매개로 하여 새로운 현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물관계를 발견하는 내재적 원리이며,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는 뜻으로 됩니다. 하이퍼시 구조원리가 이렇다보니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관념설명보다는 암시적 묘사를 더 중요시합니다. 이렇게 하이퍼시는 보이는 사물 그대로의 벌거숭이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그려진 한 폭의 수수께끼이며 변형된 지도로서 작가의 내재적 심상으로 엮어져 의미가 이미지 속에 숨겨져 있는 초 현실 그림입니다. 즉 한 사물로 하이퍼시 탈 관념의 A 를 만들어 내고, 그 다음 작자의 상상세계의 이미지로 B단위를 만들고 두 단위 틈새에서 초월로 건너뛰기를 반복합니다. 2017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작인 박문희 시인의 시 이 바로 A와 B구조로 사물의 생성을 촉구한 하이퍼시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 원문을 보기로 합시다.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 일행의 귀환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 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아래에 을 나름대로 풀어보려 합니다. 먼저 제목 부터 보겠습니다. 이는 우주에 여러 가지 소리 즉 여러 가지 방언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시속의 언어는 언어이자 사물이고 사물이자 언어입니다. 여러 가지 언어가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물이 있다는 말로 되겠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 별과 구름도 다 언어가 되겠고 지구에 있는 각종의 사물도 모두 언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문학 창작에선 사물 세계가 언어와 단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된 언어와 단어들이 새로운 사물세계를 창조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문희 시인은 우주는 여러 가지 방언 즉 여러 가지 사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말들을 해석한다면-- 1연: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A)/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B)/는 사물인 화살로부터 태양이라는 새 사물을 생성시키면서 공기와 바람으로 인해 뭉치고 흩어지는 구름들의 조화를 암시적으로 끌어냈으며 기온이 고도로 상승된 12시 정각이지만 여전히 빛을 강하게 발사하는 태양의 본능을 덧붙여 사물의 자기 운동속도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뉴턴의 제1운동법칙-관성법칙을 도입시킨 것 같습니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A)/ 복제된 개기월식이다’(B)/ 이 행에서 작가는 탈관념 이미지와 상상이미지를 연결하여 해가 뜨고 지는 자연맥락을 이어 놓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유사성을 비친 것 같고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수 없다고들 하지만(A)/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B) 여기에선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후회와 한탄, 그리고 이미 발설한 말들도 다시 걷어 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태양의 빛과 시위 떠난 화살의 유사성으로 비유한 것 같습니다. 2연: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B)/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A)/ 여기서 상상 이지미지 B는 비약적인 시대발전에 무작정 뛰어드는 인간들의 무지를 새로운 사물로 생성시키기 위한 상상이미지이며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A)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B)/ 이 행은 모든 신생사물은 막을 수 없는 시대조류라는 뜻이고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A)/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B)/ 이는 아직도 낡아 빠진 묵은 관념들이 뒤꽁무니를 붙잡고 늘어져있는 경향을 잠꼬대에 비유하면서 전진과 발전은 자연의 필연적 법칙이라는 점을 암시적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연: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A)/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B)/ 여기선 계절을 몰고 온 봄의 햇빛이 만물을 생성시킴을 말하고 봄 에너지를 가리켜 뼈와 살 만드는 식수(食水)라 변형시키고 또 태양의 빛을 다시 식수(食水)의 시계추로 거듭 탈영토화 시키면서 상상이미지로 또 다른 계절을 끌어내기 위한 이질적 연결이고.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A)/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B)/는 계절과 계절 잇기를 ‘블랙홀’ 과 ‘정거장’으로 변형시키면서 바뀌는 역마다 초대된 방울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환기를 재치 있게 그려 냅니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A)/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B)/ 끝으로 시인은 가을날의 풍요로움으로부터 겨울의 백색풍경을 새롭게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시인은 우주에서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물들의 말소리를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 즉 지방사투리로 비유했습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물질과 어울려 화살로 되었다가, 안장형의 긴 하품 되였다가,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 되었다가,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의 두령이 되기도 하는 등 하늘아래로부터 우주의 무한한 공간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무수한 오아시스를 펼쳐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전반 시 흐름을 보면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목적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그 어떤 고전 ‘관념’이란 찾아 볼 수 없으며 사물 자체를 상상적으로 관찰하여 의식하였으며 이질적인 이미지로 우주의 자연생태를 음양학으로 잘 풀어 나간 것 같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 골격들을 종합해 본다면-- 1연은 태양의 절주를, 2연은 달빛의 교묘함을, 3연에선 사계절변화를 그려내면서 화살이라는 사물의 유사점, 직유와 인접성을 틀어쥐고 자연사물로부터 밤/낮, 강함/약함, 빛/어둠, 높고/낮음, 유/무, 현실/상상을 대조시키면서 자연이 인류에 주는 혜택을 하나의 ‘방언’으로 친절하게 다가오게 했으며 인간과 자연의 생태변화를 초월적인 심상으로 지혜롭게 이어 놓았고 각 연과의 틈새- 초월의 공간에서 작자는 단절과 분열, 뛰기와 통합으로 우주목소리를 한수의 시 속에 묶어 넣고 시간과 속도의 장단을 복합적 네트워크로 잘 연결해 놓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이 시는 단락과 편폭이 좀 늘여져 있는 것 같고 시어가 조금 더 소박하게 안겨 왔으면 더 친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2018년 4월 29일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134    [시평]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방순애 댓글:  조회:1323  추천:0  2018-06-17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 --박문희 시 를 읽고서 □ 방순애 하이퍼시 쓰기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모든 것에 대한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좀적 사유의 글쓰기입니다. 이른 바의 리좀(Rhizome)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용어 혹은 철학 용어로서 원래의 리좀은 지하경을 의미합니다. 철학용어로서의 리좀은 이항 대립적이고 위계적인 현실 관계 구조의 이면을 이루는, 자유롭고 유동적인 접속이 가능한 잠재성의 차원으로, 관계 맺기의 한 유형입니다. 질 들뢰즈에 따르면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나면서 어떤 지점이건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 접속될 수 있고 또 연결 접속되어야만 합니다. 언제나 많은 입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탈영토화의 운동들과 재영토화의 과정들이 끝없이 가지를 쳐 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끌어내고 교대하며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리좀의 원리를 적용하여 아래 박문희 시인의 시 을 분석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 전문 이 시는 3연으로 되었는데 각각 다른 상상력의 조합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상력 공간의 이동이라 할 수 있고 지하경(뿌리줄기)에서 횡적으로 열매달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1연: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처마 밑에 숨어든 달빛 소나타 문틈으로 샌 부나비 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 앵금으로 떨어낸다 1연 6행입니다. 1행에서 ‘다사한 허공’을 등장시킵니다. 시인은 상상의 공간에 ‘말뚝을 박’는다는 현재 시점을 끌어들입니다. 시가 동적으로 되여 있기에 한 장면의 영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2행, ‘처마 밑에 숨어든 소나타’ --1행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이미지입니다. 끝도 시작도 없이 중간으로 시작된 이미지를 시각화시켰습니다. 3~4행 ‘문틈으로 샌 부나비/작은 불빛 잔등에 걸터앉아’가 한 이미지이고 5~6행 ‘부항 든 가슴의 낭만을/앵금으로 떨어낸다’가 또 다른 이미지입니다. 부나비가 두개의 이미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탈영토화에서 영토화하고 재령토화에서 다시 탈영토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것을 통해 초월적인 변형에서 무의식 속에 은폐되어있는 환영을 만들어 냅니다. 1련의 정적 단어는 ‘말뚝-소나타-부나비-불빛-가슴의 랑만’이고 동적 단어는 ‘박고-숨어든다-걸터앉아-떨어낸다’입니다. 이 두 가지 단어들이 한데 어울려 시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영상화로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뿌리줄기에 횡적으로 달린 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낙화생이 뿌리줄기에 달린 것처럼. 2련: 바람과 다툰 노을 기와의 귀에 아픔을 호소하고 음달 안고 자던 꿈에서 깨며 풀벌레 넋은 밤 노래 열창한다 2련은 두개의 이미지입니다. ‘노을’이 ‘아픔을 호소’하고 ‘자던 꿈에서 깨며’가 한 이미지이고 ‘풀벌레 넋’이 ‘밤 노래 열창한다’가 다른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노을’과 ‘풀벌레 넋’은 정적 언어이고 ‘호소’, ‘깬다’, ‘열창한다’가 동적 언어입니다. 이런 동적 언어로 하여 그림 같은 시각성을 보여줍니다. 탈영토화의 선에 의해 한 가지 다양체가 다른 다양체와 연결접속을 하였습니다. 납득이 잘 안 되는 것 같지만 지면을 따라 모든 방향으로 갈라지는 확장에서 구근과 덩이줄기 갈래 길에서 응고에 이르는 리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3연: 뽕잎 포식한 밤 누에 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 세월에 비틀린 고목 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 3련은 4행입니다. 한연에 두 가지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뽕잎 폭식한 밤 누에/하현달 흘린 미음 베고 잠들고’인데 여기서 ‘하현달 흘린 미음’은 환유적 표현을 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세월에 비틀린 고목/달빛 잔해로 허기 달랜다’입니다. 한 줄기에 두개의 열매가 접속되어 달려있습니다. ‘밤 누에’, ‘비틀린 고목’ 이 성질이 다른 언어를 한 개 연에 구사하여 수평적 건너뛰기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징은 방사형으로 확장할 수 있는 횡적 연접의 기법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총적으로 박문희 시 는 3개 연에 7개의 이미지들이 횡적으로 연결접속을 하여 자기들만의 그림들을 영상화에로 이끌어갔습니다. 사물들의 공감대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물들의 연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시속의 사물들이 서로 공감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습니다. 이 사물들은 이 시의 자연을 대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감대’란 매개물을 통하여 자연물의 조화를 노래한 것 같습니다. 이들 이미지들은 어느 것도 시의 중심이 되지 않습니다. 무중심 이미지들이 중간에서 연결접속 되었습니다. 중심 이미지가 없는 시, 나름대로 나타내는 이미지로 된 하이퍼시라 하겠습니다. 박문희 시인님의 시 는 리좀의 원리가 잘 녹아내린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시는 새로운 이미지의 생성을 강조하고 현실과 초월의 선에서 넘나들며 새로운 탐색을 요구합니다. 또한 사고의 확장과 무한한 연결 가능성을 통해 다양체를 추구하고 탈관념을 실현합니다. 구체적으로 단선구조의 틀을 깨고 다선구조의 틀을 새로 구축함으로써 시인의 상상을 객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정적 이미지를 동적 이미지로 변환시켰습니다. 이처럼 문장을 구성할 때 가급적 추상적인 것을 극복하고 명사구와 동사구를 잘 응용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단 하나의 상징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때도 있는데 한수의 시 안에 여러 가지 참신한 이미지들이 접속되어 있다면 경우에 따라 그 아름다움은 몇 곱절 커질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다양체들이 접속점을 찾아 이미지로 연결된다면 시 속에 무한한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2018.4.29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133    조미 간 극적 사태에서 조선의 변화를 본다 댓글:  조회:2573  추천:0  2018-05-27
지난 며칠간 ‘김정은-트럼프 회담’을 앞두고 극적 변화가 거듭되는 가운데 회담 문전에 잠깐 감돌던 암운이 눈 깜짝 새 맑게 걷혔다. 조선 핵실험장 페기의 폭파연기가 흩어지기 바쁘게 발표한 트럼프의 회담취소 선언(지금 와서 보면 대방의 진실한 의중 떠보기 게임, 세간에서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하든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에 대해 눈 씻고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에 예전 같으면 북이 그 즉시로 거세게 맞받아쳤을 것이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뜻밖이자 신기하기까지 한 ‘깜짝 쇼’는 오히려 회담의 뜻 깊은 사전소통으로 되어 회담의 문전을 밝게 장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북남 두 차례 정상회담, 미국간첩 3인 석방, 풍계리 핵 실험장 파기 등 모든 행동은 북남의 군사대결을 종말 짓고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려는 조선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미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한 조선에 있어서 선제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려는 의도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의중 떠보기 깜짝쇼’를 통해 북의 의중을 확인한 후 “그들(조선)은 조미정상회담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하고 싶다. (회담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최근에는 6·12 조미정상회담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니 조미정상회담의 개최와 성공을 우리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것이 성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은 과시 고무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도남북을 관통할 해륙공 통로, 반도와 이어지게 될 중국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횡단철도, 나아가 일본과 이어질 해저터널, 이제 평양에 터져 내리게 될 국제적 경제지원의 봇물......땅덩어리가 별로 크지 않은 조선이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이면 한국과 비슷하게 될 거라면 지나친 속단일까? 일단 반도의 변혁이 시작되면 반도 전역과 중국의 동북,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변혁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 말하자면 이 광활한 지역이 명실 공히 동북아시아의 ‘노란 자위’이자 ‘황금의 삼각지대’ 역할을 착실히 수행할 수도 있으리라. 그때면 우리 연변에도 걷잡을 수없는 변화의 선풍이 휘몰아치게 되리라.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132    서예작품(8) <촉도난(蜀道难)> 댓글:  조회:2185  추천:0  2018-05-13
蜀道难 唐代:李白 噫吁嚱,危乎高哉!蜀道之难,难于上青天! 蚕丛及鱼凫,开国何茫然! 尔来四万八千岁,不与秦塞通人烟。 西当太白有鸟道,可以横绝峨眉巅。 地崩山摧壮士死,然后天梯石栈相钩连。 上有六龙回日之高标,下有冲波逆折之回川。 黄鹤之飞尚不得过,猿猱欲度愁攀缘。(攀缘一作:攀援) 青泥何盘盘,百步九折萦岩峦。 扪参历井仰胁息,以手抚膺坐长叹。 问君西游何时还?畏途巉岩不可攀。 但见悲鸟号古木,雄飞雌从绕林间。 又闻子规啼夜月,愁空山。 蜀道之难,难于上青天,使人听此凋朱颜! 连峰去天不盈尺,枯松倒挂倚绝壁。 飞湍瀑流争喧豗,砯崖转石万壑雷。 其险也若此,嗟尔远道之人胡为乎来哉!(也如此 一作:也如此) 剑阁峥嵘而崔嵬,一夫当关,万夫莫开。 所守或匪亲,化为狼与豺。 朝避猛虎,夕避长蛇;磨牙吮血,杀人如麻。 锦城虽云乐,不如早还家。 蜀道之难,难于上青天,侧身西望长咨嗟!
131    서예작품(7) 李白长诗《忆旧游寄谯郡元参军》 댓글:  조회:2035  추천:0  2018-05-12
忆旧游寄谯郡元参军 【作者】唐 李白  (忆昔洛阳董糟丘,为余天津桥南造酒楼。 黄金白璧买歌笑,一醉累月轻王侯。海内贤豪青云客, 就中与君心莫逆。回山转海不作难,倾情倒意无所惜。 我向淮南攀桂枝,君留洛北愁梦思。不忍别,还相随。 相随)迢迢访仙城,三十六曲水回萦。一溪初入千花明, 万壑度尽松风声。银鞍金络倒平地,汉东太守来相迎。 紫阳之真人,邀我吹玉笙。餐霞楼上动仙乐, 嘈然宛似鸾凤鸣。袖长管催欲轻举,汉中太守醉起舞。 手持锦袍覆我身,我醉横眠枕其股。当筵意气凌九霄, 星离雨散不终朝,分飞楚关山水遥。余既还山寻故巢, 君亦归家渡渭桥。君家严君勇貔虎,作尹并州遏戎虏。 五月相呼度太行,摧轮不道羊肠苦。行来北凉岁月深, 感君贵义轻黄金。琼杯绮食青玉案,使我醉饱无归心。 时时出向城西曲,晋祠流水如碧玉。浮舟弄水箫鼓鸣, 微波龙鳞莎草绿。兴来携妓恣经过,其若杨花似雪何。 红妆欲醉宜斜日,百尺清潭写翠娥。翠娥婵娟初月辉, 美人更唱舞罗衣。清风吹歌入空去,歌曲自绕行云飞。 此时行乐难再遇,西游因献长杨赋。北阙青云不可期, 东山白首还归去。渭桥南头一遇君,酂台之北又离群。 问余别恨知多少,落花春暮争纷纷。言亦不可尽, 情亦不可及。呼儿长跪缄此辞,寄君千里遥相忆。
130    서예작품(6) 댓글:  조회:1873  추천:0  2018-05-12
129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댓글:  조회:2426  추천:1  2018-05-01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ㅡ박문희 시세계, 겸하여 하이퍼시를 말하다   1.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   여기, 한 시인이 있다. 바로 고희를 앞두고 첫 하이퍼시집을 내놓은 오늘의 출간기념식 주인공 박문희 시인이다. 나는 박문희 시인이 문학공부 일년만에 하이퍼시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야말로 대서특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퍼시를 시를 쓰고 있는 대부분의 시인들은 이전부터 동시도 쓰고 성인시도 써왔던, 이른바 기성시인들이였다. 그런데 박문희 시인은 아예 하이퍼시로부터 발자국을 뗐다. 우리가 시집의 출간을 두고 경이로와 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점이다. 필자는 박문희 시인과는 안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해서부터 알게 되였다. 그는 자신은 하이퍼시에 흥취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가끔 자기가 쓴 시들을 보여주었고 조언을 바랐다. 그의 시심을 깨워준 사람이 최룡관 시인이다. 필자는 그가 시집을 펴내기 전에 이미 원고를 보았다. 나는 그의 시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이치고는 너무나 아방가르드적인 사유를 갖고 있는 분이였기 때문이다. 시집 원고《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이하 략칭《이야기》)를 보고서는 더욱 놀랐다. 시 공부 일년만에 시집 한권을 내놓다니......이것은 우리 시단의 축복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경이로움을 두 번 맛보았다. 다른 한분은 고희를 눈앞에 두고 문학을 시작했던 방산옥 시인이다. 그분 역시 최룡관 시인의 계발과 지도를 받고 등단한 시인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유능한 제자를 배양한  최룡관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 하나 필자가 박문희 시인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시인이 시 창작 초기부터 리론과 창작을 병진시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다. 우리 시단에서 시 리론과 시 창작을 함께 하고 있는 시인이 과연 몇이 되는가. 고 한춘 시인과 고 김파 시인, 그리고 최룡관 시인이 리론과 창작을 병진하는 시인들이였고 그 외에는 별로 없었다. 헌데 문득 시단에 깜짝 초입한 박문희 시인이 언감생심 리론과 창작의 병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 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 , , , , 시 창작 원천으로서의 무의식에 대한 인식작업>, , , , , 등으로 나누어 무의식과 하이퍼시의 창작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 한 구절만 인용해보기로 한다.   “무의식의 발견은 당시에, 인간이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의지와 의식하에 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려 철학의 기반 전체를 흔들어버렸다. 특히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대개의 모든 상념과 기억들은 저 깊은 바닷물속의 빙산처럼 무의 식속에 깊이깊이 내장되여 있으며 그러나‘무의식’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인간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일상사례를 통해 증명되였을 때 그것이 서방 철학계와 기타 모든 학술계에 가져다 준 충격은 과시 원자탄 폭격에 못지않은 것이였다.” (박문희, ) 이 글을 읽어보면 본인의 리론보다는 주요하게는 칼 융 등의 무의식리론을 소개하는 쪽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부언할 것이 있다. 한국의 하이퍼시인들 중에 리론과 창작을 병진하는 시인들이 많다. 그들은 자기 리론의 신빙성과 정당성 내지 확고성을 목적으로 어떤 리론을 제기할 때 그 론거로 자신의 창작한 시를 례로 든다. 례하면 문덕수, 심상운, 오지현, 최지현, 이선, 이영지 등이다. 이것은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 바라고 생각한다. 하이퍼시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러므로 하이퍼시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여야 한다. 이런 연고로 한국의 하이퍼시인들은 어떻게 하면 하이퍼시를 더 잘 쓸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승인을 받겠는가에 신경을 돋구고 새로운 리론의 탐구에 전력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퍼시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부동한 의견을 가지고 론쟁을 벌리기도 한다. 론쟁이 없이 이미 주어진 코스ㅡ탈관념, 무의미, 초월, 낯설기화, 다선구조, 이미지집합, 횡적구성 등으로만 나아간다면 시들 사이의 변별성이 없어지고 모든 시가 십시일반으로 비슷한 몰골이 될 우려가 있다. 우리의 하이퍼시들을 보면 별로 론쟁도 없고 자기의 리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유감스럽다. 이런 현상에 비해 자기 나름대로의 리론을 세워가면서 하이퍼시를 쓰고 싶어하는 박문희 시인의 거동이야말로 참으로 소중하고 따라서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들뿐 아니라 우리 모든 시인들의 귀감으로 되지 않을가고 생각해본다. 《이야기》세계를 잠간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야기》의 서평 에서 최룡관 시인이 박문희 시가 갖고 있는 특성과 가치를 아주 깔끔하고 치밀하게 개괄하고 분석하였기에 사실은 할 말이 크게 없다. 본고에서는 다만 보충작업으로 주로 판타지와 디자인문제를 가지고 박문희 시에 관해 옅은 견해를 피력하고저 한다. 2.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   심상운은 2016년 최근에 《하이퍼시 3》발간사에서 “상상은 類推의 끈을 매달고 있지만 공상은 류추의 끈을 끊어버리고 무한한 미지의 령역으로 시인과 독자를 안내한다. (밑줄은 필자의 것) 그래서 하이퍼시는 현실적인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된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시에 담아보려는 언어작업의 예술적 산물이다. 따라서 그 새로운 이미지의 공간은 현실과의 만남에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률적이고 창의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시로서의 가치(밑줄은 필자의 것)를 지닌다”고 말하였다.   《이야기》의 세계가 바로 상상이나 공상에서 비롯된, 창의적인 세계이며 아주 환상적인 가상현실이다. 심상운은 여기서 아주 분명하게 하이퍼시를 현대시의 류개념이 아니라 종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하이퍼시는 현대시의 우에 군림하는 존재인 것이 아니라 현대시의 새로운 한 갈래인 것이다. 적지 않은 하이퍼시인들이 하이퍼시를 현대시의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야기》에 들어가 보면 거개가 거대한 판타지로 되여있다. 판타지는 상상력의 확장을 떠나서 있을 수 없다. 하이퍼시에서 상상력의 확장을 주창한 사람이 이선이다. 그는 상상력의 확장을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 상상력의 순간이동으로 나누고 있다. 판타지가 상상력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상상력의 확장도 판타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판타지와 상상, 이들 둘의 관계는 서로가 대방을 산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결과로 되는 관계로서 상상을 통해 판타지가 생기고 판타지를 통해 상상이 생긴다. 다른 점은 상상은 류추의 끈이 있지만 판타지는 류추의 끈이 없다는데 있다. 하이퍼시의 특성의 하나가 상상력의 확장이 되겠지만 박문희 시에서 특히 환타지가 시의 기본수법으로 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우선 시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부터 공상적이고 환상적이다. 이 시제에는 세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1. ‘강천여행’에는 무한히 광활한 공간이 제시되여 있고 2. ‘떠난’에는 상상력의 공간 이동이 암시되여 있으며 3. ‘바람이야기’에는 황당성과 과장이 앉아있다.   몇수 살펴보기로 한다.     보름달을 뚝 따다 상우에 걸어 놓고 녹쓸지 않은 개구리 합창 들으며 손주놈 도화지에 그림 그린다 세발 가진 예쁜 새 그린다    꼬맹이 고추 쳐들고 따발총 갈길 때 삼족의 새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온 동리가 횃불 되어 찾아 나섰다 우물 속에 빠졌나? 잔솔밭에 숨었나?   불현듯 저어기 밤하늘 쳐다보니 촐랑촐랑 흐르는 은하수 날으며 반짝이는 별들을 쪼아먹고 있었다 바구니에 큰 별을 주어 담고 있었다    ㅡ 이 이야기는 아주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황당하다. 하늘이라는 공간과 땅이라는 공간이 겹쳐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엉뚱한 이미지들이 탄생한다. 1련에서는 그림으로서의 새가 만들어지고 2련에서는 살아있는 새가 만들어지고 3련에서는 땅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별을 쪼아먹고 큰 별을 줏는 새로 만들어진다. 순식간에 집으로부터 하늘로 공간이 확장되면서 미묘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 동네에 호수가 숱해 생겼다 호수에는 잉어, 붕어, 초어와 정의의 비수, 간교한 사기술 그리고 우주의 게임과 재밌는 현대신화들이 홀딱 벗고 자맥질한다 미니드론 타고 바다 자궁도 구경하고 은하수에 가서 낚시질도 한다   상냥한 상어 데리고 놀았다 코와 귀와 고추를 먹혔다 도망을 치다가 발가락을 뜯겼다 엉덩이 반쪽도 상납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구명대 하나 사 가지고 야반도주했다 쑤욱 시원히 빠져나왔다   ㅡ 전문 이 시는 의식의 흐름, 무의식에 뿌리를 둔 판타지이다. 이 시는 꿈처럼 만들어졌다. 핸드폰만이 현실적인 것이고 그 외는 다 환상적이고 공상적이다. ‘은하수에 가서 별 낚시’를 하고 ‘돌고래와 함께 헤염을 치고’, ‘상어한테 코와 귀와 고추와 엉덩이를 먹’히면서 갖은 고통을 겪다가 구명대 하나를 사 가지고 야반도주했다는 이야기는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미묘하고 사이비한 것이 꿈이고 따라서 답이 없고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꿈이다.    도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로 만들어진 시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환상과 과장의 수법으로 오염으로 인기된 자연의 피해, 황사의 페단을 고발하고 있다. 이 시는 우에 렬거한 시들보다 더 엄청난 환상의 세계이다. 이 시에서 가상현실인 에덴동산은 사실은 현실세계와 겹쳐지기도 한다. 오늘의 세계는 물질문명의 폭압으로 자연이 엄중히 파괴되고 있다. 수많은 물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삼림의 란벌로 생태계가 강간을 당하여 오존과 황사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시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어제 이빨 좋으신 손님 한 분 찾아와 에덴동산을 잡수셨다 은빛 번뜩이는 귀중한 이빨로  앞동산 큰 키 나무숲과 뒤동산 작은 키 나무숲을  차례로 다 잡수시고  고소한 흑토 짭짤한 백사장은 복판으로 흐르는 강물에 말아 맛나게 잡수셨다. 이 구절은 환상과 아이러니와 과장이 어울려져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 시는 완전한 하이퍼시는 아니다. 하이퍼시에서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병렬적인 라렬임에 반해 이 시에서는 련이어지는 이미지들이 모두 뒤따라 나오는 시구, 잡수셨다, 너무 많이 잡수셨기에 곰바위가 이빨에 끼였고 낀 것을 빼니 이빨에 구멍이 뚫렸으며 식객에 의해 에덴동산이 망했기 때문에 돌고래, 호랑나비와 고추잠자리네 가족이 개암나무에 목을 매게 되며 그리고 ‘파랑새부부’, ‘다람쥐네 형제’가 이사를 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매개의 이미지들은 류추가 가능하고 인과적 관계를 맺고 있다. 판타지로 만들어진 박문희의 시들에는 아주 멋진 구절들이 적지 않다. 례하면 의 마지막 련 ‘깡마른 꽃가지 초리끝에/가녀린 상념이/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시집의 마지막 시 에서의 마지막 련 ‘구겨진 햇살 살며시 들고/종알대는 개울물 들여다보는데/사시 륜회의 동음이/치마폭 날리며 달려오누나’와 같은 시구들은 과시 명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리유   우리의 대부분의 하이퍼시들은 너무나 탈관념, 뛰여넘기, 초월화, 무의식, 이질적인 이미지집합, 다선구조 등에 치우치다보니 몰골이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하이퍼시가 공식화, 도식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술에는 정해진 공식이나 도식이 있어서는 안 되며 또 있을 수도 없다. 이런 연고로 한국의 하이퍼시클럽에서는 적지 않은 시인들이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을 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물의에 오르고 있는 것이 탈관념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일정한 관념이입을 하자는 주장이고 사실상 그러한 주장이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례하면 리선의 시 (, 부제 )이다, 한구절만 보기로 하자. 나뭇잎은 하늘을 한입 베여물고 파랗게 멍든 입술로 벙긋거린다('후욱 불어버릴가?'ㅡ귀속말로) 이런 표현은 기막히게 좋아서 기막히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 구절에는 분명하게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자는 작자의 의도가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인지되고 있다. 이 시는 디자인을 바꾼 시이다. 시인은 새로운 형식의 하이퍼시를 창작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필자의 졸시 는 시의 디자인을 바꾸고자 고민한 시다. 하이퍼시가 무의미한 단어들의 조합이나 련과 련의 독립된 단절만 추구한다면 똑 같은 이미지와 형식의 시들이 량산될 것이다. 의미추구의 시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쉽게 쓸 수 있다. 아무렇게나 단어를 던지기만 하면 하이퍼시가 된다면 말이다. 개성을 추구하다가 비개성적인 작품들만 량산될 수 있다. 하이퍼시는 이름만 가리면 누구 시인지 모른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이퍼시가 살아남기 우해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리선) 필자가 생각하건대 ‘시스템의 변화’가 바로 새로운 디자인일 것이다. 필자는 박문희의 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수놓은 시들을 두루 보아냈다. 는 시의 탄생을 환상적으로 그리면서도 디자인을 가미한 유정서적인 시가 아닐가고 생각해본다. 약탕관에 오가잡탕 정히 달인다 해와 달의 폭포수에 약주 달인다   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 삼족어의 발톱에 가스통 바슐라르,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문덕수의 시론에  류협의 도 털어놓고 달인다   한가위 눈부신 은쟁반 위에서 봉황새 한 마리 포르르 춤춘다 하이퍼시에서는 이미지들이 이질적일수록 좋다. 해와 달에게 폭포수가 있다는 표현은 대단히 엉뚱한 표현이다. 시인은 옹군 우주를 약탕관에 밀어놓고 달인다. 약탕관 안에는 력사와 전설(공룡의 비늘, 기린의 뿔)이 있고 철학(가스통과 아리스토텔레스)이 있고 현대문학(문덕수시론)이 있고 고전문학(문심조룡)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달인 약을 먹으니 은쟁반에서 봉황새가 태여난다. 박문희 시인은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를 제대로 쓰자면, 훌륭한 시를 쓰자면 력사도 알아야 되고 철학도 알아야 되고 현대리론도 알아야 하고 고전문학리론도 배워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두 련에는 새것의 탄생을 자축하는 시인의 기쁜 정서가 아련히 어려 있다. 심상문의 말대로 한다면 하면 지장수처럼 흐르는 관념이 체현되여 있다. 시인은 극력 탈관념, 무의식의 세계에 안주하려고 애썼으나 알게 모르게 자기의 감정이 체현된 것 같다. 현실이 비희고락으로 엉켜진 조합체의 덩어리이고 인간 자체가 육정칠욕을 가진 동물일진대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거나 지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고로 한국의 심상운, 리선, 이영지, 최지연 등 하이퍼 시인들은 비록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방임이고 애매모호함에 있지만 절대적인 탈관념을 반대하고 어느 정도의 관념을 주입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들 하고 있다. 박문희의 도 역시 감정이라는 색채가 묻어있는 시라고 보아진다. 개나리 화사한 선경대 벼랑 가에서 붓대 타고 계곡 내리다가 머루넝쿨에 걸렸다 머루 한알 따 먹고 잎 한잎 머리에 쓰고 넝쿨에 퍼더리고 앉아 주르륵 미끄럼질했다 빠알간 노을을 등에 업고 코스모스와 들국화 길섶에서 놀고 있었다   붓자루 마디에 빨간 잎이 생긋 피여난다 이 시는 한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상상을 통한 공간 이동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나중에 생뚱같이 ‘붓자루 마디에/빨간 잎이 생긋 피여난다’는 결미가 나타난다. 이 구절은 과시 명구이다. 독단일지 모르겠지만 시인은 표제를 라고 달았지만, 내용을 보면 선경대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인이 저도 몰래 시상을 무르익히는 과정과 마침내 시를 완성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필자는 류협이 말하는 隱과 秀를  떠올렸다. “인간의 마음의 움직임은 지극히 먼 곳까지 닿아있고 문학적 정서의 변화는 지극히 깊은 곳을 드러내게 하는바 원천(源泉)이 심원(深遠)해야 지류가 생겨나고 뿌리가 깊고도 넓게 뻗어야 가지와 잎사귀들이 높고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작품들 가운데서 정화(精華)라고 꼽힐만한 명작들에서는 모두 은(隱)과 수(秀)가 있기 마련이다. 은(隱)이란 글 밖에 있는 함축된‘말 밖의 뜻(言外之意)’을 지칭하며 수(秀)란 작품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말을 의미한다.‘은’은 文面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복잡함과 미묘함을 통해 그 섬세함을 획득하고,‘수’는 한 작품 안에서 여타 다른 부분들과 비교되는 특출함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획득한다. (류협, «문심조룡», 제40장 ) 모든 문학작품에 ‘은’과 ‘수’가 있어야겠지만 함축을 고도로 중시하는 시 작품일 경우 그것이 더더욱 중요한바 ‘은’과 ‘수’가 없는 시는 사실상 시가 아니다. 상술한 시에서 머루를 먹고 머루잎을 쓰고 머루넝쿨을 타고 골짜기를 내려올 올 때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노을을 등에 업고 놀고 있었다는 것은 글안의 내용일 것이고 시인의 진정한 의도가 착상과정이라는 것이 곧 ‘은’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구절이 ‘수’일 것이다. 마지막 두 구절에는 시의 완성에 희열을 느끼는 시인의 감정이 다소곳이 서있다. 즉 희열이라는 다자인이 자연스럽게 입혀진 것이다.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을 주문하는 것은 시의 소통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하이퍼시의 코기러기라고 할 수 있는 심상운은 시의 소통을 가지고 무던히 고민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시에서 기존관념의 해체와 단절은 시의 공간을 확대하고 시적 령감의 원천이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하여도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극복하여야 할 과제가 남는다. 그래서 기존관념의 해체와 단절을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기법으로 하이퍼시는 다선구조 속에‘현실과 초월의 결합’이라는 구조를 정립하였으며 서사적 이미지 속에 의식과 무의식의 자연스러운‘합성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하이퍼시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덩어리이지만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과 초월, 이질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의 합성을 계기로 새로 열리는 의미의 공간은 기존의 시와 차별화를 이루는 바탕이 되고 독자들에게 즐거움도 안겨주는 시적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발간사, 심상운, 2016년 7월)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가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은 우리가 많이 사고해야 할 문제라고 의식된다. 하이퍼시는 하이퍼성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기법을 가지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기법들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서로 얽혀있으며 또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규정된 것이 아니라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들이 창작실험과정에서 점차 발견하고 보완한 것들의 총체적인 산물이다. 례하면 하이퍼시리론의 근본 바탕이 되는 초월과 뛰여넘기가 있기에 낯설기화나 탈관념, 다선구조, 이미지들의 병렬적 배합이나 횡적 구성, 이미지집합 가상현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이 가능해진다. 나는 하이퍼시의 한 독자로서 박문희 선생을 비롯하여 하퍼시에 정진하고 있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문제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싶다. 우리 하이퍼시가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탈관념, 낯설기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집합, 성질이 다른 이미지들의 횡렬적 배치, 그리고 련마다 생소한 이미지들이 있어야 하고 심지어 행마다 성질이 다른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놓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결코 틀리는 말은 아니다. 다만 생산되여 나오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과연 얼마만한 가치를 갖느냐 하는 약간한 의문의 덩어리가 생긴다. 수많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창출한다 하여도 독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한다면 그 시는 문자유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충분할 것이다.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방임과 애매모호함에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찰나적인 흥분이나 미묘한 감각, 아련한 그 무엇, 이상야릇함, 섬찍함 등과 같은 것이 번쩍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감각적미의식이며 심상운이 말한 현실과 초월의 결합이나 의식과 무의식의 합성공간일지도 모른다. 심상운은 또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시적 소통의 공간’이란 말을 했는데 그 리유는 하이퍼시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덩어리지만 그것이 결국은 현실과의 관계에서만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퍼시도 가끔 상상을 통해 그 의미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는 류추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오늘 필자가 례든 박문희 선생의 하이퍼시들은 많은 면에서 류추의 여지가 있어 그 의미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시들이다. 상상력의 공간이 있는 시만이 독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 박문희 시들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록 무의식이라 하지만 어떤 시에서는 사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크고 허망하여 공허한 감을 주고 있는 것 같고 또 어떤 시에서는 낯설음이 확연히 드러나 진지함보다는 경박함이나 들뜬 감이 나는 것 같다.  박문희 선생의 첫 하이퍼시집《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의 출간에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 훌륭한 시집을 출간하여 우리 시단에 신선한 꽃떨기 한송이를 선물해주신 박문희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8년 4월 5일 청명에 김몽이 쓰다
128    박문희: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댓글:  조회:1793  추천:1  2018-04-30
박문희: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30 12:43:42 ] 클릭: [ ] 연변대학을 졸업한후 1980년부터 줄곧 《연변일보》와 《길림신문》에서 기자, 편집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신문인 박문희(1950.9.7-)가 2016년 처녀작 를 발표하더니 일년만에 하이퍼시집 《강천 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를 펴내 조선족시문단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4월 29일 오전, 연길시 신라월드에서 진행된 ‘박문희 하이퍼시 출간 세미나’에서 박문희는 “나는 문학 늦깎이가 아니다. 어려서부터의 꿈이 문학이였고 수십년간 신문인으로 일하면서 문학작품 한편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대량의 과외독서를 통해 문학지식을 넓혀왔다. 정년퇴직한후 무의식중에 남아있던 문학꿈의 부스레기가 다시 최룡관시인이라는 성냥에 의해 불씨로 살아났을 뿐이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물하였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길림신문, 《도라지》잡지사, 《송화강》잡지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길림신문 부총편 한정일이 축사를, 김룡운평론가와 최룡관시인이 기조발언을, 허룡석, 최삼룡, 강어금, 김현순, 강려 등이 자유발언을 하였다. 답사하고 있는 박문희 시인. 한정일은 축사에서 “박문희선생은 길림신문을 창간하는 초창기 주요멤버이고 길림신문이 오늘날 중국의 대표적인 조선족언론으로 된데 중요한 기석을 마련한 분이다”고 하면서 퇴직후 서예작품을 들고 서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가 하면 문학평론으로 문단에 등단하고 인젠 하이퍼시집까지 시인으로 정립한데 대해 축하를 드렸다. 김룡운평론가는 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박문희시인은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이라고 하면서 그의 시는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를 이루며 따라서 하이퍼시에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고 최룡관 시인은 박문희 시인의 시적 작업을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라렬식 횡적 구성을 창도하였고 가상현실에 모를 박고 시에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부여하였으며 언어와 사물의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우면서 쟁쟁한 시구를 창출하였다고 평가했다.   언론인으로부터 시인으로... 박문희 하이퍼시집 출간세미나 연길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4월30일 11시29분    조회:325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시" "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   "자유분방함속에 흥분과 아름다움이 더 번쩍이였으면..." ...   이는 지난 4월 29일, 연길 신라월드에 있은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이하 강천)"출간세미나에서 박문희와 그의 시에 대한 평가이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회장 방순애)에서는 《도라지》잡지사, 잡지사, 길림신문사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 세미나에는 문인 30여명이 참석해 박문희 하이퍼시집에 대한 평론 및 하이퍼시의 발전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저자 박문희(가운데) 길림신문사 전임 부주필 하이퍼시집 에는 82수의 시가 제1부-제4부와 장시에 나뉘여 수록되였다. 제1부는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제2부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 속으로〉, 제3부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제4부 〈하늘을 위하여 종이 울린다〉, 그 외 340행의 장시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로 시집을 마무리고 있다.  저자 박문희 시인은 길림신문사 전임 부주필로 2016년 《연변일보》에 처녀작 〈말똥거르기〉 를 발표, 지난해 시 〈우주의 방언〉 으로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바 있다.   최룡관 시인 이날 최룡관 시인은 기조발언에서 박문희 시집에 대해 3가지로 평가했다, 첫째는 탐구성 허물기이고 둘째로는 라렬적 횡적구성이며 셋째로는 성엮깨기라면서 본 시집은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을 그렸다고 평했다.   김룡운 평론가 김룡운 평론가는 박문희 시인에 대해 '시창작과 리론을 병진하는 시인'이라고 평가했으며그의 시에 대해서는 '환상과 과장의 수법을 결합한 판타지수법을 재치있게 사용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하이퍼시도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면서 하이퍼시의 특징이 자유분방함에 있다지만 그 속에 찰나적인 흥분이나 미묘한 감각, 아련한 그 무엇, 이상야릇함, 섬찍함 등이 번쩍이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방순애 회장 저자 박문희 시인은 "연구회에서 늦깎이로 시를 시작한 저에게 모처럼 격려의 모임을 마련해준데 대해 매우 부끄럽지만 한편 벅찬 영광을 느끼며 큰 고무를 받았다."며 " ‘문학꿈의 부스러기’가 무의식중 나의 몸속 어딘가에 축적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어떤 기회를 만나자 모종의 자극을 받고 튀어나와 이 늦깎이의 창작을 밀어준 것. 말하자면 저의 시집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들었다. 시를 써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믿으면서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조금씩이나마 부지런히 시 쓰기에 시간을 던져보겠다."고 덧붙였다.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방순애 회장은 페회사에서 "금번 세미나는 시의 본연으로부터 시를 평한 자리였다"며 "동북아문화예술연구회는 7년동안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회원들은 애로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면서 하이퍼시를 창작하고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박문희 시인의 시집까지 총 5권의 하이퍼시집을 출간했으며 해마다 윤동주문학상과 리상화문학상을 운영해왔다.'며 "금번 세미나를 통해 시를 쓰는 시인들이 시를 평하는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조글로미디어 문야  http://www.zoglo.net/board/read/m_wenxue/352425/0/0
127    서예작품[5] 댓글:  조회:14448  추천:3  2018-04-25
《唐張旭古詩四帖》(임서작품)     《唐張旭古詩四帖》釋文   東明九芝蓋,北燭五雲車。飄颻入倒景,出沒上煙霞。春泉下玉霤,青鳥向金華。漢帝看桃核,齊侯問棘(原詩爲棗)花。應逐上元酒,同來訪蔡家。   北闕臨丹水,南宮生絳雲。龍泥印玉簡(原詩爲策),大火練真文。上元風雨散,中天哥(原詩爲歌)吹分。虛(原詩爲靈)駕千尋上,空香萬裏聞。    謝靈運王子晉贊 淑質非不麗,難之以萬年。儲宮非不貴,豈若上登天。王子複清曠,區中實囂喧。既見浮丘公,與爾共紛繙(翻)。   岩下一老公四五少年贊 衡山采藥人,路迷糧亦絕。過息岩下坐,正見相對說。一老四五少,仙隱不別可?其書非世教,其人必賢哲。    
영화감독 박준희작품《공성기》상요시에서 크랭크인  [ 길림신문 김청수기자 ]  2018-04-23 영화 《공성기》 촬영식에서의 조선족영화감독 박준희선생(왼쪽 세번째) 2018년 4월 19일, 절강마환공원영화오락유한회사에서 출품하고 북경성지문화매체유한회사에서 촬영하는 영화 《공성기》(空城计) 촬영식이 강서성 상요(上饶)시에서 거행되였다. 이 영화는 범죄경고계렬 첫 작품으로서 금전의 유혹에 의해 최종 비극을 초래하는 인물이야기를 다루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범죄를 경계하도록 하는 의미있는 상업영화이다. 스토리가 간결하고 짜릿한 현념미, 독특한 촬영풍격, 개성화 연기로 본 작품의 인기를 기대하며 부동한 계층의 광범한 관중들을 영화관으로 흡인하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공성기》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아남은 고향친구 우씨네 둘째한테 사기 당해 가산을 탕진한다. 그는 우씨를 쫓아 무산성으로 오고 거기서 죽마고우 청매를 만나게 된다. 청매는 그를 데리고 한창 건설중에 있는 공성거리로 오는데… 애정이냐 음모냐 아남은 무서운 갈등 속에서 배회하고 이와 동시에 6년전에 있은 모살사전이 점점 수면에 떠오른다. 촬영식에서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박준희선생은 작품 창작경위를 밝혔다. 또한 목전 창작팀의 응전태세와 미술, 복장, 도구 등 여러 방면에서 준비가 충족하고 임원들의 사기가 충만하며 모두 함께 빠른 시일내에 긴장하고 유쾌한 합작을 이뤄낼 것을 전망하였다. 상요시당위 선전부 부부장 엽홍연은 축사를 올리면서 상요시는 경제가 번영하고 홍색선전기지로 유명하며 또한 문화적 내함이 깊은 우수한 관광도시로서 영화취경지로 적합하며 영상문화산업에 대한 시당위와 시정부의 고도로 되는 중시가 있는바 예술가들은 고도의 책임감으로 시대적 정신에 부합되는 영화작품을 잘 만들어낼 것을 부탁하였다. 이 영화작품의 총감독 시은강, 제작자 성가흥은 북경에서 사업하고 창업하는 상요인이다. 그들은 이 작품의 모든 경물을 상요에서 촬영하여 전국 관중들에게 영화작품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아름답고 풍요로운 고향 상요의 모습을 선전하는 하나의 문화명함을 만드는데 또다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25    서에작품[4] 댓글:  조회:14706  추천:0  2018-04-24
  2017년중한 서예전    
124    서예작품[3] 댓글:  조회:14259  추천:0  2018-04-22
123    서예작품[2] 댓글:  조회:13740  추천:0  2018-04-22
122    서예작품[1] 댓글:  조회:14444  추천:0  2018-04-22
121    “犯罪警示系列电影”之《空城记》在上饶开机 댓글:  조회:13994  추천:0  2018-04-22
  “犯罪警示系列电影”之《空城记》在上饶开机 2018-04-20 中国娱乐网   (上饶市政协副主席程观焰等领导和电影主创开机揭幕)   2018年4月19日上午九点半,由浙江魔幻公园影视娱乐有限公司出品、北京星池文化传媒有限公司摄制的院线电影《空城记》开机新闻发布会在上饶县公安局三楼多功能厅举行。上饶市政协副主席程观焰、上饶市委宣传部副部长叶红艳、上饶市委组织部副部长程德冰、上饶市政协办公厅主任熊也林、上饶市政协文史委主任艾涛、上饶饶商联合总会秘书长毛通水、以及电影《空城记》总监制时银钢、制片人程家兴、导演朴俊熙、女主角王艺颖、男主角李延桢、张嘉文、杜杜等全体摄制组人员和各大媒体的朋友出席了开机仪式。   (上饶市政协副主席程观焰等领导与主创合影)   电影《空城记》是浙江魔幻公园影视娱乐公司推出的“犯罪警示系列作品”之首部影片。电影用被金钱所诱惑而最终悲剧收场的人物故事来告诫世人不要去犯罪,是具有警示意义的商业片。简洁的故事,扣人心弦的悬念,个性化的摄影风格,演员的风格化表演等,都是本片的不同亮点,目的是吸引不同阶层的广大观众走进影院。     (电影制片人和主要演员亮相)   《空城记》一句话故事:阿南被同乡牛二所骗倾家荡产,他追寻牛二来到茂山城偶遇青梅竹马的梅青,她把他带到正在建设中的夕照街空城。是爱情,还是阴谋,阿南在迷茫中徘徊,与此同时,一桩六年前的谋杀案渐渐浮出了水面……   (上饶市委宣传部副部长叶红艳致辞)   开机仪式上,上饶市委宣传部副部长叶红艳致辞、电影总监制时银钢介绍了电影的筹备情况、导演朴俊熙先生对电影创作进行了阐述。叶红艳部长在讲话中表示,上饶不仅是经济繁荣之地和红色宣传基地,更是文化意蕴浓厚的优秀旅游城市,非常适合电影的取景拍摄,影视文化产业也是市委市政府高度重视的产业,支持和协助影视拍摄工作是应尽的责任,希望艺术家们多拍出符合时代精神的好作品。电影出品单位浙江魔幻公园影视公司董事长、电影总监制时银钢在讲话中说,经过团队的不懈努力,警示三部曲的首部影片顺利开机,第二部、第三部电影将陆续拍摄并进入全国院线公映。他同时向支持和协助电影拍摄的上饶各级领导、上饶县公安局、上饶师范学院、上饶市第三人民医院、上饶饶商联合总会、上饶市徐氏中医百灵草养生山庄、江西建亨实业公司、江西远鸿文化发展公司等单位及广大群众表示由衷的感谢。电影编剧兼导演朴俊熙表示满意目前整个创作团队的临战态势,美术、服化道等各部门满负荷工作在短时间内完成了任务,摄影、灯光部门深入研究剧本并设计出相应的方案,演员已从剧本研究进入到创作状态,他认为临阵兴奋状态是必备条件,他将带领团队进入愉快而紧张的拍摄期,希望团队始终保持活力。   (电影总监制时银钢接受媒体采访)   最后,上饶市政协副主席程观焰、上饶市委宣传部副部长叶红艳、上饶市委组织部副部长程德冰、上饶饶商联合总会秘书长毛通水等领导与电影总监制时银钢、制片人程家兴、导演朴俊熙及各位主演共同举行了电影开机揭幕仪式。简短的仪式结束后,领导和来宾在拍摄现场观看了拍摄一场戏的过程。据悉,影片总监制时银钢、制片人程家兴均是在北京工作、创业的上饶人,这也是制片人程家兴继电影《爱的钟声》在上饶玉山拍摄之后的又一部全部在上饶取景拍摄的院线电影,目的是给全国观众带来好看的电影作品的同时宣传美丽的家乡上饶,相信影片在全国上映后,定会成为大美上饶的又一张靓丽的文化名片。    
120    [장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댓글:  조회:1502  추천:0  2018-03-17
[장시]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초장 무지개 우거진 이 땅 위에   억겁 묵은 바람 등에 우주가 실려 간다. 해토머리 채운 편대 넘고 있는 수림 건너 설산이 막아도 날아 넘었던 곳 양떼가 흘러가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노루, 사슴 뛰놀던 곳 멸종된 지도 까마득한 태곳적 공룡, 공룡 꿈속 후예가 갑자기 들이닥쳤나? 이 땅 산허리에 감도는 구름 가지 잡아타고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       제1장 아리랑의 향연           가슴 뛰는 고향 빨간 상처 아릿한 꽃으로 피어오를 때 강바닥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 쓰린 발자국 지우면서 머나먼 길 굽이돌아 이곳까지 애련한 슬픔으로 파랗게 돋아났다네. 나뭇잎 자는 뿌리마다에 태를 묻은 언덕 꼬리표 달려 있었고 모래알 하나하나에는 꽃들이며 곤충이며 그 이름들 또렷이 새겨져 있었네.   마가을 날 풀메뚜기 이른 봄날 개불알꽃 앞산 동대 개살구 뒷산 마루 멧돼지 흰 자갈밭 꽃배암 노들강수 버들치   ……   열린 거미발에 스며든 가냘픈 명주실 바람 타고 구름 타고 수륙만리 배부른 아지랑이 만나면 노래 한 곡에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굶은 벼락 만나면 꼬리 베어 주고 젖가슴 건졌네. 이 세상 개미와 꿀벌들 머리와 손과 발과 꼬리와 볏과 부리와 날개로 꿀물 흐르는 큰 나무 보듬어 키우고 있었네.    ——용이 날아올랐다는 우물에선 다발 꿈 보여주더군요. 열두 색 꿈 사 가지고 실컷 놀다 왔지요.    ——정수리 빠개고 보세요. 할아버지 발자취와 숨결 두개골 안쪽에 넓적 글로 새겨져 있죠? 보이죠? 정수리 위로 항상 기회의 태양 빛나고 있잖아요?   ——방금 전 바람이 풍향기에 전하더군요. 시간, 공간 고루 쪼개서 한 잎은 산과 물 등에 얹어 주고 한 잎은 제비 부리에 물려 주고 한 잎은 개미 허리에 동여매 주고 한 잎은 붕어 꼬리에 달아 주고 한 잎은 나리꽃 머리에 꽂아 주라고요.    머릿속에 잠자던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나는 아침 강변 자갈밭에는 마흔 가지 색 쓴 기역, 니은, 디귿 옥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네. 모래 속으로부터 삐어진 돌 하나 홀연 날개 돋치더니 하늘로 솟구치며 날아올랐네. 궁전 기둥 석순으로 솟고 아치는 사슴뿔로 퍼져 올랐네. 아리랑 명창으로 아롱진 두루미 상모 돌리는 해와 달 사랑에 취했는데 눈부신 진달래 요정 조각달에 걸터앉아 유유히 거문고를 타고 있었네.   잔디밭 상공에 걸린 야명주 노려 호랑이와 독수리 벌인 피비린 전쟁. 휘몰아치는 발톱과 깃털 즐거운 비명 속에 교향악 연주할 때 백산 호랑이 청산 독수리 한쪽 날개 꺾어 활활 저으며 가파른 태산 위로 뗏목 저어 가고 있었네.    누에는 거룩한 입으로 시상 깃든 색실 뽑아 내며 햇빛 밝은 마을 짜기 시작했다네. 아침노을에 밤하늘 달빛 띄우고 바다의 하얀 파도 소리 북방의 눈꽃 진달래 내음도 두툼하게 따다 넣고 여름밤 반딧불 가을 새벽 찬이슬 노고지리 지저귀는 노들강변 봄노래 범바위 쿵쿵 찧는 폭포수꺼정 집어 넣고 왁자지껄 온 동네 웃음꽃 짜 넣었네.    하이퍼시 뒤질세라 목청을 세웠네. 엉덩이에 솟은 꼬랑이 ‘모험 여행’ 깃발 나부끼며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 맑은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렸네.   자 이제 타임머신 잡아타고 청룡이 쩌―억 입 벌린 까마아득한 옛 우주에로 불굴의 탐험 떠난다네. 블랙홀 할아버지 암흑 에너지 움켜쥐고 신비한 우주 서사시 캐러 가네.      제2장 물레방아와 부엉이의 대화   구름 꽃바람 타고 흐르던 날 기린 앞에서 얼굴이 가마우리해지면서 고래 보이지 않는 자기 목 자랑 늘어놨다네. ——당신과 꼭 같이 내 목뼈도 일곱 개라오.    왜가리 흐르는 내 밟고 서서 다리 없는 물고기 한 마리 잡아먹고 흰자위로 개구리 째려봤다네. 개구리 혀초리 기다랗게 쏘아 왜가리 콧등에 앉은 파리 귀뺨 후려쳤네. 머리 받쳐 주는 개구리 목 안에서 제1목뼈 뒷다리 도와 쉼 없이 도약 준비하고 있었네.    보이지 않는 목 안 웅숭깊은 터널 하늘땅 돌아가는 웅글진 소리들. 저 하늘에 떠도는 뿌리 없는 섬 바다에 뜬 별들 그림자 주무르며 눈에다 세계를 새겨 넣는 위대한 방랑.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은 먹장구름에서 뛰어내린 우박과 쑥대밭 대결이요 하늘가에 펼치는 오색구름 대안 두드리려는 질주라네. 미지의 선지자들 뇌까리는 대재앙 예언에 배에 오른 신자들 흰 토끼 따라 청림 도사 찾아가더라.    뿌리와 잎 달걀과 암탉 중심은 노상 주변 돌아치며 위와 아래 물과 불에 구멍을 빼고 쐐기 박는 일에 땀 동이 쏟았네.    ——뿌리는 이 세상 초석이요 뿌리가 없으면 하늘도 땅도 없노라.    빨간 벌레 선생 토하는 열변에 까만 벌레 선생 머리를 절레절레.    ——하늘 날면서 바다 안으면 우주 자궁 보이니라! 잎 한 방울로 녹음방초 깨워 하늘도 땅도 물들일 수 있거늘  임자는 어이하여 뿌리만 뿌리라 고집하는고? 바람 불어 바다 낳고 시간, 공간 부챗살로 휘저으면 손톱눈만한 씨 갈아 줄기세포에……    저 수평선과 지평선 경계에서 별안간 기린과 고래 길길이 날치며 서로 면상 치고 박고 야단법석. 기우뚱한 학술 논쟁 서까래 꽈배기로 비틀리며 증발하고 가람과 불 난투극에 하얀 피 꽃불처럼 터지며  바람벽은 한 폭의 수채화 되었네. 물과 불의 불행한 혼인 영원한 동거로 막을 열고 닫기를 거듭했다네.    숲의 깡마른 볼에 키스하며 블랙홀에 함몰하는 성좌의 손사래는 난바다에 뛰어드는 별찌의 유언! 출렁이는 젊음이 잔솔밭 샘물로 갈한 목 축일 때 그 위를 스치는 거친 바람에도 가지와 이파리는 피어올랐네.      제3장 추락하는 복숭아   불타는 집안에서 즐거운 공간 찾는 행복한 미소 윤회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짓궂은 퐁퐁 뜀으로 건너온 유년 그림자 긁어모아 저울판에 뭉뚱그려 올려 놓고 바람의 무게 떠 본다.    하늘 감싸고 돌아가는 바람 시대, 할아버지 손자 되고 손자가 할아버지 되다. 말쑥한 벽에 내쏜 침방울 막말덩이 돌아온 부메랑에 낯가죽이 벗겨져 엉덩이 오려다 기워 매는.    아 거미, 알 주머니에서 깨어난 아기 거미들에게 제 몸 찢어 먹이며 숨 꼴깍 넘기는 엄마 거미. 등때기에 암컷이 낳아 준 알집 멍에처럼 짊어지고 끝까지 가는 아빠 물자라!    천사 날갯짓에 악마의 심성 캡슐 먹인 메리야스 죽간과 붓 자루로 살가죽 찢고 기우며 혈관 속에 흐르는 금맥 찾아 오불꼬불 밤길 헤쳐 온 하얀 사포 천사.   아스라하니 깊은 심연으로 추락하는 세기 양심!   바다 위 빙산 뿌리 면사포 쪼르륵 찢어발기고 밑굽 나간 욕망 항아리에 꽃불 지펴 눈부시게 터뜨린다. 밤 언덕에서 굴러내린 저울추 종추(鐘錘) 되어 이 넓고 환한 개활지 천년 거목의 팔 받쳐든 눈 뜬 대문 탕탕 두드린다.       제4장 물욕의 계절   아직 개구리, 배암 통잠에 빠져 있을 무렵 파랗게 물 오른 물욕이 먼저 깨어나 꿈틀거리며 활화산으로 타오른다.   천도(天道)의 도마 위에 물고기와 지갑 몇 마리 비장하게 누워 있다. 잉어 배 짜개니 삭은 금덩이 쉰 소금 쏟아져 나오고 붕어 배 짜개니 남산더기 세기 낙원 굴러 나온다. 초어는 칼 대기도 전에 노을 동산 한 채 왈칵 게운다.   지하 세계 비쳐 주는 까만 신호등 메뚜기 대군 틈새로 쏟아지는 낯선 바람 쑥대밭으로 향한 표식 없는 길 어귀에서 갈팡질팡하는 송충이 무리 흐름 시간 비에 씻겨 색 바래진 입김 아픈 발자국에 주사바늘 꽂고 꿈 시궁창 빠져나온 겨울밤 날카로운 절벽 아래 혼불 빨간 혀 휘두른다.    감자 싹눈 거슴츠레 열고 혼돈의 지하 세계 내다보고 있다. 깊은 잠에서 깬 배암 두 가닥 혀로 이빨 감빨며 미소 짓는데 ‘첩자방범(諜者防犯)’ 네 글자 새겨진 시퍼런 두 발톱눈으로 두더지, 지렁이 꼬리마디 짚어 본다. 나무뿌리 건너 너럭바위 건너 진흙탕 건너 호수 밑에서 야명주 반짝인다. 호수와 핏줄 통하는 지하수 그 새까만 빛깔 읽어 낸다.    쿵―!     지상의 햇빛 밝은 도시 미래 그룹에 일대 소동 벌어졌다.    뻥―!     지도에 구멍 뚫리고 도시 하나 구멍 아가리로 사라졌다. 뼉다구도 지푸라기도 남기지 않고!    도시 실종에 대하여 착한 단풍은 계절이 흘린 바람쯤으로 착각하는가?       제5장 침묵하는 나팔꽃   나팔꽃 나팔소리 저당 잡히고 파리 씨 홍보에 나섰다. 황제 옷 걸친 알몸 마네킹들 몽환의 기억 풀어 개울물에 띄운다. 매미 그룹 구름 꽁무니에 밧줄 드리우고 뫼 허리 억겁 동굴에 새어들어 파르르 떨고 인공 지능 장착한 달변 두뇌는 겨울 서정 쪼아 먹기에 뇌즙 짜 붓더라.    완강한 침묵이 하품하는 틈에 집채 바위 여러 덩이 던졌건만 작은 물방울 하나 튕기지 아니하고 얄팍한 입술 통째로 뜯어다 생돌솥에 구겨 넣고 석 달 열흘 삶았어도 뜬김 한 오리 서리지 않더라. 그렇거나 말거나   침묵 속에 얼어붙은 둥지에서도 복숭아는 복숭아대로 만발하더라.     뿌―웅―     자기 부리 깔고 앉아 고약한 냄새 먹이는 엉덩이 횡포에도 옴폭한 보조개 가여운 홍조 띠우며 ‘무향은 호소식’이라 읊조리더라. 신종 곤충 챠챠족은 때묻은 ‘오늘 날씨 하하하’를 몽둥이 한매로 뒷간에 처넣고 ‘물불 결혼 챠챠챠’란 눈부신 신조어를 깃발에 새겨 높이높이 추켜들더라.   개척의 용사 스포트라이트(聚光灯) 아래 내세우고 꽃 달아 주며 짓패 준 논자들 새 이야기도 한창 구수하게 구워지고 있었더니라. 산불 무리 향해 오연히 나래치는 오동나무 잎사귀 발언에 솔개천 은하수 값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더라.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온 세상 휘저으며 소리 동냥 다녔거늘 얻은 것이란 고양이 짝짓기 울음소리뿐……    자 이제 꿈결의 지층에서 푸른 횃불 추켜들고 먼 하늘 깊은 지심 울리는 신비한 소리에 귀 기울이라. 그림 속에 갇혀 있는 토끼나무 가지에 조약돌도 깨물어 먹는 꿈을 피우라. 사품치며 불타는 장마철 강물에 저 썩은 언어를 가차 없이 띄워 보내라.      종장 봄은 가을 꼬리 물고 찾아온다   이른 아침 구름 넘어온 설산기슭에 하얀 양떼 흐른다. 동충하초 숨 쉬는 언덕 납작 엎드린 물안개 속을 뚫고 작은 산새들 이름 모를 풀잎 위로 찬이슬 맺힌 하루 시작을 지저귀누나.  구겨진 햇살 살며시 들고 종알대는 개울물 들여다보는데 사시 윤회의 동음이 치마폭 날리며 달려오누나.  
119    [시평]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 댓글:  조회:1471  추천:0  2018-03-16
[시평]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 ☐ 최 흔   필자는 박문희 시인과 일 년 동안 시를 함께 학습하였다. 그는 근 100수의 시를 썼는데 오늘 82수의 시로 시집 ≪강천 여행 떠난 바람 이야기≫(아래는 ≪강천≫으로 약칭)를 내놓는다. 이 시집은 우리 문단에서 나온 다섯 번째 하이퍼 시집이다. 한마디로 귀결해서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로 독자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시적 작업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방법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1.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나열식 횡적 구성을 우린 수백 년 동안 탑식 구성의 시를 써 왔다. 인젠 탑식 구성에 찌들 대로 찌들어 있다. 그런 뾰족한 탑을 쌓는 종적 구성을 뿌리치고 평행 나열식 횡적 구성을 창도하고 있는 시집이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이다. 허공을 정처 없이 맴도는 왕잠자리 까맣게 탄 기다림에 날갯짓 짙붉다.   팔매질에 수면을 뛰어가는 조약돌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이제 바람의 등에 실려 온 낙엽 창턱에 살포시 쪽잠이 든다.   발밑으로 맨발 밑으로 보랏빛 그리움이 한길 반 높이로 쌓였는데 왜가리 유리병 깡마른 꽃가지 초리 끝에 가녀린 상념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 전문 는 시집의 첫 수이다. 네 개 연으로 되었는데 앞의 세 개 연이 각각 한 가지 내용이고 마지막 연은 두 가지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용이란 이미지 단위이다. 이 다섯 개의 이미지들은 각자 독립적인 존재이다. 그것들은 어느 것도 어느 것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다. 다시 말해 연관성이 없다. 이러한 이미지 나열은 ‘그러므로’나 ‘그래서’의 대답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나’나 ‘또 또’의 대답으로 되는 이미지들이다. 모두가 어떤 사물의 중간을 뽑아내어 쓴 것으로서 연과 연을 바꾸어 놓아도 무리가 없다. 이것이 하이퍼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시인은 이 특점을 잘 살리고 있다 하겠다. 박문희 시인은 에서는 연과 연을 가지고 평행적 나열을 하였지만 에서는 줄과 줄을 가지고도 평행적 나열을 하고 있다. 빗소리 나팔소리 휘파람 소리 횃소리 영각 소리 돼지 웃는 소리 벼랑 가에 쥐 탄 놈 노 젓는 소리 얼음에 튀긴 잡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기름진 엉덩이 두드려 주는 소리 가렵지 않은 넓적 배 긁어 주는 소리 찢어진 상처에 소금 치는 소리 소금 친 상처를 기워 매는 소리 고속철 맨드라미 기어가는 소리 인공위성 꽁지에 별빛 스치는 소리 고무줄 탄 소똥이 하품하는 소리 종이배 위 말똥(馬糞)이 잠꼬대하는 소리   —— 전문 보는 바와 같이 시가 모두 열두 줄이다. 기본적으로 줄을 단위로 성질이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는 셈이다. 왜 ‘셈’인가? 첫 두 줄은 명사들로 된 이미지 나열이고, 7, 8행은 중뿔나게 하나의 이미지이다. 시인은 성질이 다른 사물을 한 시에다 나열하고 있으면서 ‘소리’라는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 이 ‘소리’가 바로 링크(연결) 작용을 한다. 에는 이런 연결 작용을 하는 언어가 없다. 그런 시는 초(超)링크라고 하겠다. 행마다 다른 이미지를 쓰는 것은 연마다 다른 이미지를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하다고 하겠다. 박 시인은 때론 한 개 연 속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의 나열을 하기도 한다. 산문적으로 쓴 시에서도, 운을 밟은 시에서도 그런 경향들이 보인다. 하이퍼시는 어떤 방법으로 이미지를 나열하든 관계가 없다. 그 방법이 여러 가지일수록 좋다 하겠다. 하이퍼시란 한 수의 시에 이질적인 이미지가 여러 개 모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질적인 이미지란 성질이 다른 사물들의 운동이란 말이겠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은 어느 것이라도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나무 하면 뿌리, 줄기, 가지, 잎, 꽃으로 구성되었고, 돌 하면 철, 불소, 불…… 등등에 의하여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고, 사람 하면 뼈, 피, 살, 똥으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사물들은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풀은 흙과 개미와 뱀과 햇빛과 달빛과 짐승……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물들도 다 마찬가지다. 사물들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의 구성이 횡적으로 되는 것은 사물들의 구성에 순응하는 일이며, 자연계의 사물들 관계에 순응하는 일이라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에서 평행적 나열의 시들은 중심적인 이미지가 따로 없다. 모두가 밖이고 겉이고 곁이다. 그래서 시가 자연적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내포하게 되고 여러 가지 해석으로 풀이하게 될 것 같다. 색깔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이미지들이 한 수의 시에 있기에 이미지가 활기를 띠게 된다. 이런 시를 다선 시 혹은 다양체라고도 한다. 형상적으로 말하면 한 수의 시가 작은 강물이라면 거기에 여러 개의 징검돌이 놓여 있는 것과 같다. 이 징검돌들은 풀로 된 것도 있고, 돌로 된 것도 있고, 범으로 된 것도 있고, 나비로 된 것도 있고, 새로 된 것도 있고, 구름으로 된 것도 있다. 이 징검돌을 건너가는 녀석들은 지렁이도 있고, 진달래도 있고, 꽹과리도 있고, 귀뚜라미도 있고, 번개도 있다. 이러한 사물들은 모두가 변형되어 등장하고 운동한다.   2. 상상 속에서 환각 잡기 상상은 시를 쓰는 동력이다. 시가 어떠한가를 보는 기준의 주요한 한 가지는 상상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 짓기는 상상 속의 사물을 쓰는 작업이지 현실 사물을 쓰는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자고로 심상(영어로는 ‘image’, 한어로는 ‘意像’)이라고 하였다. 마음속의 사물이란 말이겠다. 시는 현실 사물을 직접 느끼는 감각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떠오르는 사물들의 환각이다. 이 환각은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인데 시인은 이 환각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문자로 고정하여 영원을 기하려고 꿈꾸는 사람이다. 박문희 시인은 이런 시를 쓰기 위하여 심혈을 몰붓고 있는 것 같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 마지막 시에 이런 시구들이 있다. ① 배부른 아지랑이 만나면   ② 굶은 벼락을 만나면    꼬리 베어 주고 젖가슴 건졌네.   ③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 맑은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렸네.   ④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⑤ 머릿속에 잠자던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나는 아침 ①에서는 ‘배부른 아지랑이’라고 하는데 아지랑이에겐 배가 없지만 배가 있다고 하고 그것도 무엇을 많이 먹은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은 현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환각 속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②에서는 ‘굶은 벼락’이라고 하는데 ①과는 반대다. 벼락이 굶었다고 하는 것은 현실로 보이는 벼락이 아니라 상상 속의 환각이겠다. ③에서는 ‘싱싱한 아치 쳐 가는 목청’은 ‘맑은 우물’이라며 그 우물에서 ‘이파리 피우고 시어 길어 올린다’고 한다. 어느 것이나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상상에서 오는 환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④에서는 ‘맑은 소리 달여서 약에 쓰고자’ 한다. 소리는 달일 수 있는 물이 아니다. 상상의 환각으로 떠올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시구가 나오겠는가! ⑤에서도 그렇다. ‘해맑은 사색 잣송이 색동별로 빛난다’고 한다. 과히 명창이라 하겠다. 이것도 환각이라는 이름밖에 더 붙일 것이 없다. 환각! 시는 환각을 요구하고 환각은 새롭고도 참신한 이미지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놓는다. 가상현실이란 상상으로 창출한 현실이라는 이름이겠다. 이런 가상현실이 시적 현실이며, 시적 현실이 없으면 좋은 시가 아니 되고, 이런 가상현실을 창출하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가상현실 창출에 매료되었을 때에는 시인 자신도 식별할 사이가 없고, 지각할 사이가 없게 되어 이미지가 주문처럼 흘러나오게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영혼 속에 떠오르는 환각 상태의 것이지 눈을 뜨고 바라보는 현실적인 사물들이 아니다. 박문희 시인의 시는 가상현실에 모를 박은 것이기에 시의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획득하고 있다고 하겠다.   3.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웠다 위에서 환각으로 가상현실을 만들었다는 말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만든 박문희 시인의 작법을 보기로 하자. 박 시인의 성역 깨기는 주요하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한 가지는 언어의 성역을 깨는 일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물의 성역을 깨는 일인 것 같다. 언어의 성역 깨기와 사물의 성역 깨기는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진행된다고 하겠다. 언어의 성역 깨기는 사물의 성역 깨기이고 사물의 성역 깨기는 언어의 성역 깨기이다. 소위 성역 깨기란 것은 일상적인 사유의 규례를 타파하는 것으로서 언어들의 새로운 조합과 사물들의 새로운 전이를 야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먼저 언어의 성역을 깬 실례들을 보자. ① 동그란 네모꼴과 네모난 동그라미      ——   ② 여우 그림자 둘둘 말아     ——   ③ 낮달 발뒤축에 매달린 오솔길    팔자걸음으로 걸어온다.     ——   ④ 공기 부스러기로 뜨개를 뜨고 있다.     ——   ⑤ 다년초 목에 두른 그린벨트    번개 날개 자르느라 분주하다.     ——   ⑥ 남새 방목 지켜본 시간의 뜨거운 이빨     ——   ⑦ 춤사위에 방울져 토실한 젖가슴    기름진 대지 고름 서서히 풀며     ——   ⑧ 티끌의 숨결에    태산으로 우거진다.     —— 상기한 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네모꼴이 동그라미가 되기도 하고, 여우의 그림자를 방석처럼 둘둘 말기도 하고, 낮달의 발뒤축에 오솔길이 매달려 팔자걸음을 걷기도 하고, 공기 부스러기로 뜨개를 뜨기도 하고, 그린벨트가 번개의 날개를 자르기도 하고, 시간의 뜨거운 이빨이 나타나기도 하고, 춤사위에 나타난 젖가슴이 대지의 고름을 풀기도 하고, 티끌의 숨결에 태산이 우거지기도 한다. 모두가 일상적인 언어(사물)들의 영역을 벗어나서 당치도 않은 언어(사물)들의 관계를 발생하며 서로 어울려 쟁쟁한 시구들로 사무쳐 오른다. 필자는 이런 수법들을 성역 깨기라 한다. 성역을 깨는 일은 시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성역을 깨는 시구가 없으면 시는 고리타분하게 될 것이다. 언어들이 서로서로 성역을 깨며 이미지를 새롭게 돋보이게 하는 수법은 참신하고 신비한 가상현실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시의 기교가 아닐 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어의 성역과 사물의 성역을 깨는 자체가 새로운 이미지 창출의 기본 경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성역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초롱 속에 갇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물은 부단히 변화 발전하기에 시의 성역도 부단히 변화 발전하게 된다. 현실을 부단히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깬다는 것은 일상적인 관념으로 보면 맞지 않는 언어들을 맞추는 일이고 성질이 다른 사물들이 서로 전이한다는 말이겠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이런 조각상을 보았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사자 여자 조각상이 있었고, 범 남자 조각상도 있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의 바닷가에는 인어공주 조각상이 있었다. 이러한 조각상들은 사람과 짐승 및 물고기가 서로 전이되어 통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동물은 모두 머리에 눈, 코, 입, 귀가 있다. 시라는 것은 반짝하는 찰나의 상상 속에서 번개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사물의 형상에 착안하므로 범 남자, 사자 여자, 인어공주들은 모두 통하게 되는 것이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으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잎이나 줄기나 가지나 다 햇빛과 달빛을 먹고 비를 먹고 바람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으며, 모두가 태어났다가 죽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과 식물은 서로 통하는 점이 있게 된다. 황차 동물도 식물도 짝짓기를 하여 후대를 번식하고 있지 않는가! 세상 사물이 천만 가지여도 모두가 비슷한 점들이나 같은 점이 있고, 동일성과 통일성이 있어서 서로 통하게 되어 있고, 자유로운 전이를 할 수 있다. 세상의 언어들은 서로 자유로이 결합될 수 있는 기능이 있듯이. 시에서 사물을 쓴다는 것도 실제 사물인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된 사물이며 사물의 상징이며 허상을 떠올리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이다. 실제 사물 자체가 서로 통하는데 언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사물의 이러저러한 전이나 언어의 이러저러한 변화를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의식 공간이 너무 작다는 것을 표현할 뿐이라고 하겠다. 박문희 시인은 이러한 세계관으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를 읽으면 어디서 오는 소리인지 모르는 생신한 소리가 들리고,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는 뜻밖의 사물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새로운 감각을 투영시키고 있다. 시의 언어들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활발하고도 자유로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하면서 드라마를 공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질 들뢰즈와 필릭스 가타리가 ≪천개의 고원≫(784쪽)에서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번역(사물의 변화—필자 주)이 개념적으로 정당한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떠한 직관이 사라지느냐를 아는 것이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에서 시들이 이미지가 참신하고 신비하고 돌연적이어서 독자들을 아찔하게 자극하기도 하고, 감탄하게도 하고, 탄복하게도 하는 것은 언어들의 자유로운 결합 때문이며, 사물들의 자유로운 결합 때문이라 하겠다. 이런 것들이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이 우리에게 주는 가상현실의 작용이라 할 것이다. 가상현실은 시의 주체이며 주제이다. 주체는 변하지 않지만 주제는 독자들 나름에 따라 ‘1+1=1’일 수도 있고, ‘1+1=5’일 수도 있다. 독자들 나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박문희 시인의 시집 ≪강천≫은 약점이 있기도 하다. 때론 큰소리로 말하여 언어의 섬세성이 약화되기도 하고, 고유어 살리기를 무시하고 한자어를 심하게 아끼기도 하고, ‘‒가, ‒이, ‒는, ‒은, ‒의, ‒을, ‒를’의 토들이 절제되지 못한 구석들도 보인다. 앞으로 초링크만 쓰지 말고 링크가 시 속에 직접 작용하는 시들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118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출간 댓글:  조회:1377  추천:2  2018-03-16
최근 연변대학출판사에서 박문희 하이퍼시집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를 펴냈다. 이 시집에는 82수의 시가 제1부-제4부와 장시에 나뉘여 수록되였다. 제1부는 〈풍구의 바퀴가 서면 수펄은 죽는다〉, 제2부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 속으로〉, 제3부 〈다사한 허공에 말뚝을 박고〉, 제4부 〈하늘을 위하여 종이 울린다〉, 그 외 340행의 장시 〈강천려행 떠난 바람이야기〉로 시집을 마무리고 있다. 이 시집은 박시인이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시 창작을 시작해서 내놓은 첫 시집으로 본인은 자서(自序)에서 자신은 “우연한 기회에 우리 문단의 하이퍼시 주창자 최룡관 시인과 두차례의 진지한 토론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시흥이 유발되였고 종당에는 시 창작을 시작하여 첫 시집을 내기에 이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룡관 시인이 시집에 시평을 썼다. 그는 박문희 시인의 시적 작업을 ▲탑식 구성을 허물고 평행 라렬식 횡적 구성을 창도. ▲가상현실에 모를 박고 시에 새로움과 야릇함과 기이함과 아름다움을 부여. ▲ 언어와 사물의 성역 깨기로 가상현실을 살찌우면서 쟁쟁한 시구 창출 등 몇가지로 귀납하면서 시인이 창조해낸 시어들은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활발하고도 자유로이 뛰여다니면서 한편 또 한편의 드라마를 공연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길림신문사 정년퇴직 간부로 2016년 《연변일보》에 처녀작 〈말똥거르기〉 를 발표한 박시인은 지난해 시 〈우주의 방언〉 으로 제4회 윤동주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월 15일  길림신문 최화 기자  http://www.zoglo.net/board/read/m_shu/348895 http://kr.chinajilin.com.cn/sports/content/2018-03/15/content_19961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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