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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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꽃은 흐린 물속에서도 ....
2013년 07월 17일 14시 35분  조회:1230  추천:1  작성자: 해돋이
(실화)  련꽃은 흐린 물속에서도....
“먼 곳으로 한번도 못 가본 당신을  보내고 내 어찌  시름을 놓겠소?”
그녀의 도시 진출을 두고 남편은 처음엔   반대했다.  
   “저도 당신의 심정을 리해할만해요, 그러나  좀 큰  마음을 먹자요, 그래 한뉘 가난하게 살겠나요?”
  리련화는  조리정연한 말로  남편을 설복시키고  천진행 렬차에 올랐다. 먼길을 처음으로  떠나는 그는  정작 렬차에 몸을  싣고 보니  마음이 뒤숭숭해지며 원무하는  나무와 전선대 사이로  남편과  아들의 섭섭해 하는 모습이  겨끔내기로 나타나는듯 했다. 햇비둘기가 만리 창공을  금방 날아오르는 듯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잔잔한  셀레임이 일어났다.  갸름한 얼굴에  다부지게 생긴 40대인 그녀는   흑룡강성 흑태향 대성 대대에서  남편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애면글면 살아왔던 것이다. 
    때는 바로 1992년 8월 중순이였다. 천진에 도착한 리련화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진향미”라는  료리점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게 되였다, 한국 료리에 숙맥인 그녀는 주방장 아줌마가  하는 작식법을 자세히 보면서 기억했고 퇴근해서는  한국 료리책을 보며 한식을 하나 하나 익혔다.  
     낯  설고 생소한  고장인 천진에서 그는 실무연찬에 고역을 치러야 했고  또 친인들이 그리워서  애간장을 태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것은 외지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의  심리이며 고충인 것이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료리점의  보스인 중년 남자가 리련화의   침실에 느닷없이  찾아왔다.  
“아줌마, 요지음 일이 무척 힘들지요? 아이유, 처녀 시절엔 참  예뻤겠는데요, 아직도  함박꽃 같네요....”
이말 저말 하던 보스는 갑자기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게바르며  리련화의 손을 슬며시  잡는 것이였다, 
“어마나?! 사장님  왜 이럽니까?”
리련화는  전갈에 쏘인듯 화뜰 놀라며 일어섰다. 
“헤…헤…남편을 따난지  이젠 3개월이 지났으니  사랑이 무척 그립겠지요? 그래 남자 생각 안 나? 너무  얌전한 것처럼 하지마, 자, 우리 화끈한  사랑을 나누자구요.”
  보스는 불현듯 보리 먹은 송아지마냥 씨근덕거리며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서둘렀다.  리련화는 대나무에 튕긴듯    보스를  두 손으로 힘껏 밀어버렸다. 휘청거리며  벽구석에 기대인  보스는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걸탐스레  응시하며  말했다. 
  “아줌마, 나  매월 봉급을  600원씩 더 줄테니  우리 인젠 애인으로 지내자요.”
 “안됩니다. 저의 고향에는   남편과  가정이 있습니다. “
  리련화는  칼로 무우를 베듯이  썩뚝 잘라 말했다,  보스는  아쉬운 감을 금치 못하며 나갔다. 그후  그 보스가  계속 지꿎게도 집적거리니  리련화는  단연히  사직하고서  “고향집”이라는 식당에  취직했다. 
 “진향미’에서 이미 기초를 닦은 리련화였기에 주방의  일을 잽쌘 솜씨로 할수 있었다. 그가  “진향미”에서  사직하고  “고향집”으로 오게된 원인을 뒤늦게야  알게된 동료 아주머니는   핀잔조로 말했다, 
“아이구, 아주머니는 너무도 고지식하오. 지금 녀자들은 돈이 많은 남자들에게 붙지 못해서 설설 헤매는데, 어쩌면 입안에 들어온 고기를  뱉아 버리오?  나도 아주머니처럼 곱게 생겼으면  매일 남자들을 친해서 돈을  슬슬 빨아내겠소. 그게 뭐 다스오?  생살인데....”
  “그런 너절한 소리를 하지도 마오,  아무리 개방 세월이라해도 녀자들은 항상 제몸을 잘  간수해야지”
  리련화는 가차없이 쏘아부치고서  박씨 같은 웃이빨로 앵두빛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일년남짓이  부지런히 일하면서 한국 료리를 만드는 방법을 익숙히 배워냈다, 
  
   공 든 탑이 무너지랴?  1993년 5월 초순, 리련화는 동려구에 자그만한  음식점을 꾸렸다, 간판은 자기의 이름으로  “련화 음식점”이라고 달았다. 그는 음식점을  깐지게 운영하는 한편 한국인들의 상품대리 판매를 하여  액외 수익을  올렸다. 
  저금통장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을 때마다 그는 기뻤지먄 때로는 무뢰한들을 만나 고생할 때도 있었다.    
  반년이 지난  여름의  어느 날, 랭면을  네 그릇 산  한족 쳥년 둘이서  랭면 세 그릇을 다 먹은 후 랭면 한 그릇을 들고  리련화를 찾았다. 
  “로반이  이게 뭐요?  파리가 있길래 우리는 랭면 값을 물 수 없소.”
“예?! 파리가……”
리련화는 깜짝 놀라며  랭면그릇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예리한 눈길은 파리의 변함 없는 모양에 머물렀다, 순간, 그의  머리속에서 의혹의  예감이 번개마냥 떠올랐다. (죽은 파리 몸뚱아리가 흐드러지지 않은 걸 보니 필시 금방 일부러 잡아 넣은 거야) 그는 속으로 ‘확진’을 내리고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만약 우리의 잘못으로  파리가 국수 사발에 들어갔으면   몸뚱아리가 퍼지여 형편 없겠는데  이걸 봐요  생생하구만요.”
  “엉? 아니, 그럼 우리가  파리를 잡아 넣었단 말이오?”
도적이 제발이  저리다고 그들은 오히려 펄쩍  뛰였다 
“그럼요, 우리의 실수는 절대 아니지요.”   
리련화는 쇠덩이를 뱉듯이 박력 있게 대답했다. 
   “엉, 제길할…”
  한 청년이 무리한 행동을 하려고 씨근덕거렸다, 령활한   리련화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밖에 달려 나가서  부근의 파출소 민경을  불러왔다  민경은  랭면그릇에 놓인 파리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판결”을 내렸다, 
“이건 식당의 차실이 아니고 누가 일부러 잡아 넣은 것입니다.”
“예? 엉…..”
청년들의 얼굴은 삽시에  돼지간빛이  되고 말았다.    
“이번만  용서해주겠으니  후엔 정신을 차려요.”
리련화는 그들을 한바탕 닦아세우려고  생각했다가 다음의 영업을  고려하여 짐짓 부드럽게 말했다.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비슬비슬 물러갔다.  
 어떤 청년들은  술을  마시고서  값을 치르기  아까워서 두패로 나뉘여 싸움을 하는척 했다. 어느 날  네명의  쳥년들이 술을  마시고서  ‘연극’을 놀며 돈을 내지 않으려고 떼질을 쓸때 리련화는 ‘독은 독으로 쳐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 청년의  귀뺨을 불이 번쩍나게 후려갈기고서  으름장을 놓았다, 
“뼈당치 성한게 원쑤 같으냐? 죽겠으면 덤벼라!”
 외유내강한  리련화의 성격을   알게된 그들은 깜짝 놀라며 값을 고스란히 치렀다.
  그는 영업을 하는 한편  관계망을  리용하여  구직하려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소개해주었다.  
   1998년 봄의  어느 날, 흑룡강성에서 박명자(가명)라는 녀성이  구직하려고 리련화를  찾아왔다. 그녀는 일시 적합한  일자리가  없으니 그더러 며칠 기다리라고 했다. 
그후 박명자는 사흘이 멀다하게  리련화를 찾아  와서 아무 일자리나 찾아달리 간청했다. 동정심이 든 리련화는  그에게 8천원어치의 전기밥가마를 주면서  대리 판매하여  리윤을 나누자고 했다. 그녀는 합동서를 쓰고  박명자의  신분증을 복제하여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돈에 눈이 어두워진  박명자는  그 물건을 가지고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후유…한 고향 사람이라고  쉽게 믿은 내가  어리석었지....”
 리련화는 짙은 한숨을  뿜고서   어금이를 사려물었다. 고향에서 18세 때  진붉은 당기앞에서 입당선서를 했고,  그네 뛰기 일등을 하여  재봉침(당시 재봉침은 4대 재산의 하나에 속했음)을 선물 받아 전향을 진동했던 리련화는 자기보다  어린 녀성에게  사기당한 것이 자못 분했다. ‘원쑤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2001년 3월 중순, 리련화는   거리에서  우연히 박명자를 만났다,. 
  “언니, 나 죽을 죄를 졌으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본전을 꼭 갚아드릴테니.... “
  리련화에게 붙잡히운  그는 무릎을 털석 꿇며 애원했다. 리련화는 기분같아서는 불여우같은 박명자의  귀뺨을 불이 번쩍 나게 후려쳐 주고  싶었지만  ‘우물에 빠진 자에게  돌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분김을 억제하며  준절히 꾸짖었다.  
“돈벌이를 해도 량심 있게 해야 하오!”
 리련화는  그를 자기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알고 보니  그는 아직도 무직업으로  요행수만 엿보고 사는  녀인이였다  
  그녀는 세번 나뉘여  그에게서 돈 8천원을 받았다  (고향사람이라고 하여 경솔히 믿을건 아니군) 리련화의 가슴에 자리잡히는 생각이였다.
  1999년 9월 도시건설 규획에 따라 음식점을 이전해야 했기에  리련화는 영업을 그만두고  주택에‘직업소개소’를  꾸렸다  
어느날, 리련화가  종전대로  직업소개 전화를 걸고 있을 때  박명자가  그의 집에  찾아왔다,
  “언니, 난 갈데 없어서 또 찾아왔어요, 내 일자리를 찾아주겠어요?”
  비애가 다보록히 어린 물기 그윽한 눈으로 자기를 보며 간청하는 그의 궁상을 보고 리련화는  갑자기 가슴이  알짝지근해났다,  그는  박명자에게  직업을 소개해 주고 고무격려해주었다 
“너무 근심 말고 열심히  살아요.”
 
    남자나 녀자나 사람은 싸우면 적수이고 사귀면 벗인 것이다.  공수래, 공수거하는 인생에서 한뉘 세상이 얼마라고 하냥 얼굴만 붉히며 살랴?   ‘싸움끝’에 정이 든  리련화와 박명자는 2005년 봄에  새로운 꿈을 안고 러시아로 떠났다.
  
   “렬차표를 사겠습니까?”
  만주리에 주숙한지 엿새만에 리련화가  홀로 려관 앞에 서 있는데 웬 이쁘게 생긴 젊은 녀인이 사뿐사뿐 다가와서 리련화를 보며 상냥히 묻는 것이였다. 
   “예?! 몇장입니까?”
   리련화는 밤길에 등불을  보았을 때처럼 무등 기뻤다 
   “음, 아직은 한장뿐입니다. 몇 장을 수요하시지요?”
  그 녀인은 봄바람이 꽃밭을 스치는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두장, 두장입니다.”
  리련화는 무등 기꺼워서 오른쪽 손가락 두개를 펴보이였다. 
“그럼, 오후 3시에 뒤 골목에서 기다려요.”
그 녀인은 다정다감한 어조로 말하고서 조용히 가버리였다 리련화가 려관에  들어와서 박명자를 조용히 불러내여 이 희소식을 전했다.
  “정말?!...”
  박명자의 눈은 새별마냥 반짝 빛났다가 의혹의 그늘이 비꼈다.  고향에 있을 때  러시아변경에서 가짜 렬차표를 판다는 풍문을 들은적 있었던 그였기에 갑자기 머리를  저었다. 
“혹시 가짜가 아니겠는지?”
“ 이런 기회도  조만에  없는거요., 음, 매사에 신중해야 하는건 옳지만, 너무 겁이 많으면 아무런 일도 성사할 수 없소., 한번 모험해 보기오.”
리련화는  사색을 굴리며  말했다 
  “후유… 다 가짜는 아니겠지, 그럼 먼저 사고 볼판이지”
  박명자는 긴 한숨을 뿜고서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들은 닭알 광주리를 이고 산비탈길을 걷는  녀인들마냥 긴장된 마음으로 국제 렬차표룰 샀다.  밤의  장막이 내렸다  침대에 누운  리련화는 새벽 바람을 맞은듯 잠기가 없어졌다. (렬차표가 설마 가짜야 아니겠지, 아무리 복잡한 세월이라고 해도 다 나쁜 사람들이야 아니겠지)  
  이튿날  그들은 저으기 긴장된 마음으로 기차 역전에 갔다 역전 마당은 려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길다란 장사진을 이룬 출국 대오는 한 걸음 한 걸음 입구로 다가 가고 있었다 (가짜야  아니겠지…) 리련화는 손에 쥔 렬차표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굴렸다. 
  “이건 위조한 표입니다. .” 
  앞에 선 박명자의  렬차표를 보던 검표원은 랭담한 어조로 한 마디 던지고 뒤에 선 리련화의  렬차표를 받아 보더니 같은 ‘돌멩이’를 던졌다. 그들의 얼굴빛은  그믐밤이 되였다 
  “후유…다 내 탓이야…”
   리련화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뿜었다. 
   “눈을 감으면 코를 떼여 먹을  세월이구나. 에익, 그 년을 붙잡으면 눈깔을 쑥 빼 치우겠다....”
   박명자는 이빨을 뿌드득 갈더니  가짜 렬차표를 판 그 녀인을 마구 욕했다 .그들은  구석진 곳을 찾아 쌀 쏟은 자루마냥 휘줄근히 퍼더버리고 앉았다 하늘이 핑그르르 돌고 땅이 푹 꺼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장사 할 감이 못 되는구나. 러시아로 가기 전부터 이렇게 사기당하구야, 어떻게 돈을 번단말인가? 고향을 떠나니 고생이구나, 돌아갈까? 중국에서는 그래  돈 벌구멍수가 없다는 말인가?......) 리련화는 고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대기고 있었다.
    “후유... 그저 근심만 해서 쓸데 있소?  가서 식사나 하기오”
  리련화는 궁둥이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들은 한숨을 쉬며  초상집에서 나오는 사람들마냥  터벅터벅 걸어 시내의 자그만한 음식부에 들어섰다. . 
  “허, 속을 태워봤자 떼운 돈이 돌아오겠소? ”
리련화는 갸름한 얼굴에 서글픈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호.... 좌우간 이번 일이 큰 교훈이얘요.”
박명자는  한숨을 길게 뿜고서 차잔을 들었다 
    “첫 발자국부터 순리롭지 못하구만, 중국에서 이렇게 짜팬(사기)당하는게 처음으로 가는 쏘련땅에 가서 어떻게 되겠는지, 후유…..”
박명자는  깊은 한숨을 뿜었다. 
“야, 그리  자신 없는거 그래 어째 떠났소? 양?”
리련화는 언짢은 기색을 지었다.
“남들이 잘  번다니깐, 나도 어떨군해서….”
박명자의  애매한   반응이였다. 갑자기 비오기전의 하늘마냥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들은 머리를 푹 숙이고 고민의 수렁속에 잠겨들었다. 
   
    그들은  사흘 후에 요행 렬차표를  사게 되였다 러시아에 도착하니 .3년전에 러시아에 와서 장사하고 있는 리련화의 친구가 역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는 담소하는 그들을 싣고 주민구역에 이르렀다 친구가 이미 그들이 거주할 단칸짜리 아빠트를  세맡아놓았다. 러시아말을 모르는 그들의  첫 통역이자 안내원은 친구였다.  
  
   좋든지 궂든지 그들은 친구의 방조를 받아야 했다. 그들은 묵묵히 자인하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그들은 속이고 속히우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자신들의 유치함과 무능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 너무 조급해도 일이 잘 안되는거요. 우리 먼저 여러 매대를 빙 돌면서 남들이 하는 장사를 좀 구경이나 하기오.’
    “ 그게 옳은 말이얘요.”
    리련화의 제의에 박명자는 이내 찬성해나섰다. 그들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길로  주위의 매대를 두리번 두리번 살피며 스적스걱  걸었다. 키 큰 러시아사람들의 옆을 지날 때면 누린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럴 때마다 리련화는 고향에 있을 때 양고기뀀을 맛 있게 먹던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입안에서 군침이 스르르 돌았다. . 
 

      평상시에 일년 동안 배워야할  상식들을 전쟁년대에는 일주일이면 배워낼 수 있다. 
     며칠 후, 그들은 가죽쟘바, 내복등 상품을 구입하여 매대에 진렬했다. 상품마다 가격표를 붙이고 매대에 나선 그들의 심정은 긴장해졌다. 코 큰 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그들이 긴장해지는 가슴을 달래며 한참 서 있느라니 키가 꺼부정하고 머리카락이 노란 러시아 중년 남자가 리련화의 매대 앞에 와서 뚝 멈추어 서는 것이였다.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여 보이였다. ‘코쟁이’는 이리기웃 저리기웃하더니 검은 색 쟘바를 하나 골라쥐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리련화는  손 시늉으로 값을 알렸다. ‘코쟁이’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무어라고  씨부렁거리는 것이 아마 비싸다고 하는 것 같았다. 
  드디여 ‘세계공동어’손 시늉으로 합의가 되여  가죽쟘바를 하나 팔았다.
   리련화의 닭알마냥 갸름한 얼굴에 보름달 같은 환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이때 러시아 남성청년이 코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그의 매대앞에 와서 걸음을 멈추었다. 리련화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 청년은 이것 저것 고르는 척하더니  갑자기 노란색 가죽쟘바를 하나 쥐더니 몸을 홱 돌려 선불 맞은  노루마냥 도망치는 것이였다. 리련화는 단거리 륙상경기에 나선 운동선수마냥 화닥닥 달려 나가며 소리 질렀다. 
  “도적을 붙잡아라! 도적을 붙잡아라!...”
  그 러시아 청년은 뒤를 휙 돌아보며 랭소를 짓더니 미친듯 달려갔다.  한참 상품을 정리하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박명자는  바람결마냥 달려나가며 소리 질렀다.
“도적을 붙잡아라! 도적을…”
  두 녀인이야 목이 터지게 웨치든 말든 도적놈은  어느새 저 멀리 도망쳐버렸다. 

  “언니, 우리도 골을  좀 써서 돈을 벌자요.’
  어느날 저녁 박명자는 리련화를  보며  상론조로 말했다.
   “골을 쓰다니요?”
   리련화의 두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 빛났다. 
   “먼저 여기로 온 사람들의 하는 말을 들을라니 여기서는  애인을 찾아 짝을 무은 다음 잔치를 막 한대요.”
   박명자의 어조에는  그 어떤 랑만과  장사의 순리로움을 선호하는 부러움이 다분히 깃들어 있었다.  
   “호...호...난 또 무슨  묘방이라도  있다고?  그런  시시한 생각은 하지도 마오, 그래도 돈은 제힘으로 벌어야지”
   리련화는 소나무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마냥 시원한  어조로 말했다. 
   “아이유...언니는 다 좋은데 너무 고정해요,지금 무슨 세월이라구, 와누르 옛날  고방구석에  새가 (처녀)소리를 하네요.”
   박명자는  리해되지 않는듯 눈을 할기죽거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몇 천년후이나 녀자들은 자기 자반대기(하신)를 잘 건사해야 하오. 그래 남자 없으면 돈을 못 번답데?”
리련화는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요...”
박명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꽃이 향기를 풍기면 꿀벌, 나비떼가 날아들기 마련이고 가물어 갈라진 밭은 단비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아직도  젊음이 싱싱한 리련화는 이성의 사랑을 갈망하지 않는 것도 아니였다. 소녀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규방규수의 례의범절 교육과 정조관념에 관한 전통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그녀였기에 혼탁한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자기를 절제할줄 알았다. (호적’토비’무리에 들어가도 자기 하기에 달렸다.)는 생각이 항상 그녀의 가슴속에 바위마냥 자리 잡고 있었다.
  “언니,래일부터 나는 따로 나가겠어요.”
  며칠후, 박명자는  야릇한 흥분에 젖은 음성으로 말했다.
   “왜서?”
   그 어떤 예감을 느끼면서 리련화는  상냥히 물었다. 
   “저, 이렇게 된 일이얘요, 난  애인을 만났어요...”
   아미를 다소곳이 수그리고 말하는 박명자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짙게 어려있었다. 
   “애인을?....호.....”
   리련화는 한숨을 가볍게 뿜고서 이윽토록 상념에 잠겼다. (세월 탓이냐? 돈 탓이냐?  사랑을 장난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구나...)
   “음, 난  명자의 일에  삐치기도 무엇하오, 그러나 잘 생각해보오, 후에  남편을 대할 면목이 있겠소? 그리고 그 사람이 믿을만한가구...”
리련화는  동생을 권면하는 언니마냥 진국으로 말했다. 
   “사람이 참 좋아요, 홀몸이구, 인물 체격도 되게 멋이 있어요....” 
  박명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기 ‘애인’자랑을 했다.
   “조심하오, 이제 만난지 며칠이나 되길래? 명자는 그 남자를 너무 믿는것 같구만.”
  리련화는 생각을 굴리며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아이유...언니두  그리두  겁이 많아요?  맞같지 않으면  쓰릿데리 갈라지고 말지요, 아이 셋이라도 갈라질라니, ‘그’게 뭐 다스나요? 호...호...호...”
  박명자는 별로 개의치 않아했다. 
  이튿날 박명자는  리련화와 합숙을 페하고 한 남자와  동거하기 시작했다.   며칠후, 박명자는 한 남자를 데리고 리련화네 집에 찾아왔다. 
   “어이구, 예쁜 아주머니군요,애인을 얻겠습니까?” 
  그 남자는 리련화를 보자마자 성급히 물었다. 
  “아니,아니 전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리련화의 어조는 강경했다. 
“허...허..와누르 옛날 새기같군, 지금 무슨 세월이라구...’
  그 남자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이상한 눈길로 리련화를 보는 것이였다.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사람이야 제 정신으로 살아야지요.”
  리련화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어,저...허..허....”
그 남자는 그저 허구픈 웃음을 웃고 말았다. 
“우린 함께 장사를 하니 쌍훠(상품구입)를 하기도 쉽고 또 사는게 너무 너무 재미 있어요,언니도 하나 얻어요.”
   박명자는  애인의 좋은 점을 구구히 말하고서 리련화더러 애인을 얻으라고 권면했다. 
“아니,혼자서도 괜찮소.”
리련화는  조용하나 결단성 있는 어조로  말했다. 

  며칠 후의 어느 날  저녁, 박명자는  체구가 후리후리한  김창식(가명)이라고 부르는  40대의 남성을 데리고 리련화를 찾아왔다.
“저.약소하지만 간단히 마시며 얘기나 하지요.”
김창식은  들고 온 구럭에서 맥주와 쏘세지를 꺼내여 놓았다. 
“뭐 이렇게 사 오다니요...”
리련화는 례의를 지켜  주안상을 챙겨 놓았다.  
“저, 이렇게 만나니 기쁩니다. 여기 오면 다 로썅(고향 친구)이지요, 자, 한 잔  하지요.”
김창식은 우선우선한 어조로 맥주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리련화는 례절을 지켜 맥주잔을 들며 상그레 미소를 지었다. 
“허...허..아주머니가 웃으니 온 집안이 밝아지네요.”
   리련화의 단아한 용모와 해살같은 미소에 반한 김창식은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우리 언니가 웃을 때에는  처녀들이 왔다가 울고 가요.”
박명자도 덩달아  찬사를 부었다. 
   “처녀들? 지금 처녀가 어디 있어?  지금은  분홍치마만 두르면 다 처녀인데...”
  김창식은 리련화의  갸름한 얼굴에 걸탐스레 눈길을 박으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처녀! 원래는 그토록 신성하고 아름다웠던  이름이 아니였던가?  사람이 한번도 밟아 보지 않은 땅을 ‘처녀지’라고 불렀고, 작가가 발표한 첫 작품을 ‘처녀작’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그러나  돈벌이가  광란하는 혼탁한 세파속에서  처녀의 신성하고 거룩한 이미지가 처참히  붕괴되는  잔혹한  현실을  눈 뜨고 보고만 있을 뿐이다.
   “이 아저씨가 어때요?”
    박명자는 리련화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좋구만요”
   리련화는 례의를 지켜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허...허...참 통쾌하구만...자,그러한 의미에서 또 한 잔...”
김창식은 자못 기뻐하며 큼직한 손을 내밀어  리련화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리련화는 손을 이내 움츠려들었다. 
“허...허...허...처녀들이 왔다가 정말 울고 가겠네... 좋소 좋아....”
김창식은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리련화의 얼굴에 집요하게  탐욕스러운 눈길을  박았다. 
‘언니, 지금 무슨 세월이라구 그리두 고정해요?  이렇게 좋은 분도 드물어요, 자, 다른 아가씨가 채기전에 얼른 손을 써요.”  
박명자는 새물새물거리며 권면했다.
   “우리 같은 민족끼리 잘 지내는건 좋아요, 그러나 혼인은  다른 문제이지요,난  남편이 있는  녀성입니다.”
  리련화의 숙연한  자태와 도리 밝은 말에 주눅이 좀 들었는지  김창식은 일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유, 언니두  와누르  옛날 량반집  마누라 같네. 여기서 하는 노릇을 중국에서 어떻게 알아요? ‘그’게 뭐  자리나요?”
옆에서  발전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박명자는  아주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핀잔조로 말했다. 
“아참,사람은 어디서나 량심적으로 살아야 하오, 그럼 남이  도적질하면  따라서  도적질하겠소?”
리련화는  박명자를 응시하며 ‘급소’를 찔렀다.
“아이유...언니두...”
박명자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한달 후,  리련화의 남편에게서 이런 전화가 걸려 왔다. 
“난   혼자  있기 외로워서   녀자를 하나 만났소,우린 리혼하기오.”
“예?! 그건 무슨 소림까?...”
이게 웬 청천벽력이냐? 전화를 받는 리련화는 깜짝 놀랐다. 그는  눈앞이 새까매나고  손맥이 탁 풀렸다. (그래,사람이 이렇게도 쉽게 변한단 말인가? 나도 적막함을 꾹 참으며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더 넉넉한 살림살이를 위해서... 그런데 남편은 다른 궁리를 하네,이런걸  보고 유득유실이라고 하는가?...)리련화의  눈에 맑은 이슬이 핑 돌았다. 그녀는 당금 나래가  돋쳐 중국으로 날아 가고 싶어졌다. (우린 가난의 멍에를 활 벗어버리고  더 잘 살아보려고 이렇게 잠시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뭐  고독이 좋아서 이렇게 독수공방하며 아글타글 장사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녀는 배신당한 감에 크나 큰 모욕과 비애를 절감했다. 그녀는 장사고 뭐고 싹 팽개치고  중국에 달려가 남편과 한바탕 하소연과 설전을 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날뛰는  감정의 ‘야생마’의 고삐를 가까스로 나꾸어 채고 박씨같은 이빨로 딸기빛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사랑이 이미 떠난 남편은 빈 껍질과 같은 것이 아닌가? ) 리련화는 고민속에서 모대기며 장사를 견지하고 있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리련화 남편의 추문을 풍편에 얻어 들은 박명자는  기회를 놓칠세라 ‘애정공세’를 개시했다. 이미 김창식과 여러 차례나  암암머리에서 짜릿한 운우지정을 나누었고 또 ‘혼인 소개비’를 먼저  받은  박명자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리 만무했다. 
“아이유,언니두 왜 그리 고정하나요? 아싸리(아예) 리혼하고 여기서  마땅한 남자를 얻어요. 요먼저 그 아저씨 얼마나 좋은가요?  그 아저씨도 요사이 리혼한대요.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그 아저씨도  어느 약삭빠른 앙깐에게 빼앗기겠네.”
“너무 급해할 필요 없소. 난 아직 리혼 수속을 하지 않은거요.”
리련화는 물기 그윽한 눈을 슴벅거리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아이유, 언니두,지금 많은 녀자들은 나그내(남편)가 있으면서두 애인을  서너명씩 얻어놓고 영 쉽게 장사를 한대요. 언니는 똑똑한데 왜 골을 안 쓰나요?’
박명자는 안쓰러운 눈매로 리련화를 응시했다.  
“서너명씩?... 그런 것도 애인이라고 하오?  호...”
리련화는 짙은 한숨을 뿜었다.(애인이란? 사랑하지만 여러가지 해결할수 없는 모순, 안타까운 원인으로 결혼할 수 없는 련인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은 초하루 장날에도 보지 못했던 남남사이끼리도 자기 리익을 위해서라면 경솔히 동거하고, 혹은 성관계를 대충 맺고는 ‘애인’이라는 월계관을 너무나 쉽게 쓰고 있지 않는가? ) 
한달 후, 리련화에게 인편으로  비보가 전해왔다. 그의 남편이 고향에서 애인과 함께 유람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인사불성이 되였다는 것이였다. 
“후유....”
리련화는 앞 머리카락이 날리도록 한숨을 길게 뿜었다. (하나님이 있기는 있구나...사람은 덕을 쌓으면 복을 받기 마련이고, 죄를 지으면 화를 면키 어려운 법이구나) 여러날 착잡한 상념에 잠겨 있는 리련화의  심처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은은히 울려오고 있었다. (악을 악으로 칠 것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으로 원한을 녹이라...) 박씨같은 이빨로 딸기빛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을 이리 저리 굴리던 그녀는 드디여 마음을 도슬러 먹고 중국에 가려고  서둘렀다.   
“아이유...이제 보니 언니는 되게 부실하네요, 그잘난 바람쟁이  나그내를  다 사람이라고 볼러 가요? 콱 내버려 둬요, 살려 주면 또 그게 꿋꿋해서 바람이나 쓰라구?....”
박명자는 눈을 할기죽거리며  리련화를 나무랐다. 
“아니, 사람을 구하고 봐야지”
리련화는  물기 그윽한 눈을 슴벅거리며 결단성 있게 말하고서  귀로에 올랐다.  중상을 입은 그녀의 남편은  리련화가 중국에 도착하여  사흘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녀는 착잡한 심정으로 후사를 처리하고 눈물을 머금은채 러시아에 돌아갔다.  (왜 사람은 이리도  쉽게 변하고 또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는지?...총각시절엔 그토록 훌륭했던 남편이 아니였던가?....)리련화는 며칠 동안 눈물 범벅이 되여 고민의 수렁속에서 모대기였다. 
“언니,너무 속태우지 말아요, 산 사람이야 살 방도를 찾아야지요.”
박명자는  물기 그윽한 눈으로 리련화를  응시하며 안위했다. 
 “고맙소...흑...흑....”
리련화는 박명자를 와락 끌어안으며  참고 참았던 통탄의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박명자도 덩달아 눈뮬을 주루룩 흘렸다.
 두 달후의 어느 날, 김창식은  리련화를 찾아왔다.
“아주머니,난 리혼했습니다.우리 둘이 결혼하는게 어떻습니까?”
김창식은 상론조로 물었다.
“아니, 전 아직   혼인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요.”
리련화는 간단명료하게 태도 표시를 했다.
“허참, 사망된 분이 이제 돌아오겠습니까?  섭섭한 생각을 싹 거두고 우리 새롭게 시작합시다. 여기서는  마음만 맞으면 섹스를  마음대로 한답니다.늘그막에 뭐 부끄러울게 있습니까?...”
김창식은  제나름대로 말하며 웃옷을 훌  벗더니 리련화를 끌어안으려고 서둘렀다. 
“좀 자중하세요!”
리련화는 김창식을  힘있게 떠밀며  매서운 어조로  말했다. 
“저, 헤..헤...아주머니는  형세를  따를줄 모르는구만...”
김창식은 불현듯 바지춤을 쓱 내리더니 또 리련화에게  달려 들었다.  
“찰싹!....”
리련화는 김창식의 귀뺨을 불이 번쩍 나게 후려쳤다.  
“좀 똑똑하게 놀아요!”
“그게 그리두 비싸오?...”
김창식은 얼얼해난 얼굴을 만지며 비슬비슬 물러갔다.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  도망치는 수캐를 방불케 하는  그 꼬락서니를  보는 리련화의  머리속에 이런 생각이 비온뒤의 무지개마냥 비껴들었다. (사랑! 이 얼마나 뜨겁고 순결한 이름인가?  그러나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보석같은 이름을 돌멩이처럼  내굴리는지?  왜 어떤  녀성들은 자기의 리익을 위해서라면 낯선 남자들 앞에서도 서슴없이  치마끈을 풀어버리는지?  어머니가 젖은 자리 궂은 자리 가려가며 애지중지 키워준 옥체를 헌투레기처럼 내동댕이치는지? 한 녀성이  정조를 지키고 안 지키는가 하는 것은 그저 생리적인 몸의 순결도만 말해주는 것이 아니잖은가?  아무리 개방적인 경제시대라고 해도 항상 잊지 말아야할 녀성의 자존,자애,자강!...)  

  한달후의 어느날, 박명자는  울상을 짓고서  리련화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눔새끼 내 달러를 가지고 달아났어요, 얼리운게 머저리지....”
알고 보니 박명자와 동거를 하던 남자는 박명자가  상품구입에 쓰라고  준 달러를 갖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젓이다. 
“너무  속 태우지 마오, 이렇게 된바에는 학비를 낸 셈 치오. 산 입에 거미줄을 치겠소?”
리련화는 박명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웅숭 깊은 어조로 말했다.
“언니!....”
박명자는 후회의 눈물을  왈칵 쏟으며 어린애마냥 리련화의  포근한 품에 얼싸 안겨들었다. 
     2008년  여름, 박명자는 의연히 러시아에 남아있었고 리련화는 천진에 돌아와서 직업소개소를 꾸렸다.  
      20012년 겨울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리련화의 핸드폰이 울렸다. 
“언니, 내 박명자래요, 3년째 미국에 와 있는데 일자리가 맞같지 않아서 천진에 돌아가겠어요, 요새는 언니 보고 싶어서 죽겠어요.”
박명자의 명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 참 오래간만이구만, 양,  오면 직업이 있소, 어서 오우”
리련화의 맑은 음성은 희열로 가녀리게 떨렸다. 
      (2013년 ‘송화강’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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