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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식의 변천사
2019년 01월 21일 13시 19분  조회:587  추천:0  작성자: 채영춘

결혼은 자손만대의 시작이라고 했다. 인간에게 웨딩처럼 성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나 지금이나 뭇사람들을 불러모은 가운데 혼인신고식을 올리고 축복을 받고저 하는 인간의 신조는 변함없는 것 같다.

다시말해 무상한 세월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웨딩은 자체의 룰 대로 인간사회의 그림자처럼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웨딩변천사처럼 우리 삶의 변화를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는 거울은 없다고 생각한다.

1978년 10월의 어느 날, 연길시 어느 골목의 나지막한 다세대 단층주택은 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필자의 집체호 동창생 결혼잔치가 한창이였다. 10여명 동창생들은 결혼축하선물로 바게쯔 두개, 법랑대야 두개, 밥상 하나, 큰 거울 하나를 장만하였다. 한달 로임이 겨우 3, 40원 정도되는 각박한 살림이라 돈보다 적당한 가격대의 생필품을 사서 선물하던 세월이였다.

동창생 집 자그마한 뜨락에는 림시로 부뚜막 두개를 만들어놓고 갖가지 잔치음식을 분주히 부치고 볶아내고 있었다. 결혼잔치를 위해 이웃 다섯가구가 모두 자기 집 방을 비워주었다. 그 당시 이웃들의 따뜻한 인심을 보여주는 풍경이라 할 수 있었다. 신랑과 가장 절친하다는 리유로 우리 동창생들은 신랑집 본채에 들어가 앉게 되였다. 비좁은 신방에는 남색 중산복을 입은 신랑과 너울을 쓴 신부가 다소곳이 앉아 큰 상을 받고 있었다.

신방 한쪽켠에 놓여있는 새 이불장안에는 모본단 이불 세채가 차곡차곡 얹어져있었고 그 옆에는 새 재봉침 한대가 놓여져있었다. 신부 쪽에서 장만해온 혼수품들이였다.

시민들의 주택난이 심각하던 세월이라 동창생도 결혼했으나 분가할 수 없어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녀동생들과 함께 15평방 정도의 방에서 신혼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 시민들의 보편화된 거주환경이였으니 그렇다고 결혼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날 그 비좁은 방에서 우리는 하객들과 더불어 잔치술을 밤늦게까지 마시고 오락판까지 벌리며 동창생의 결혼을 축하해주었다.

15평방이 되나 마나 한 코구멍 같은 이웃집 다섯가구를 합쳐야 70여평 방밖에 안되는 공간에서 어떻게 그 많은 하객들을 일사불란하게 접관하여 일생일대의 결혼잔치를 치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 년대 우리 세대의 결혼잔치는 이렇게 치를 수밖에 다른 방책은 전혀 없었다. 페쇄된 환경에서 바깥세상에 깜깜부지인 우리 세대는 이 같은 삶에 오래동안 무감각해있었다.

1988년 겨울 가까운 친척집 아들의 혼례식에 갔었다. 10년 전 동창생 결혼잔치 때보다 세월이 좋아져 도시에 식당잔치가 흥행하기 시작했다. 웨딩홀은 아직 없던 시절이다 보니 식당 한쪽 켠을 비워 자체로 신랑신부가 받을 큰상을 만들고 잔치의 사회는 신랑직장 쪽에서 한분이 나와 맡아하는 정도였지만 동네 이웃집들을 빌려 하객을 받는 민페를 더는 끼치는 일이 없게 되면서 서로가 편안해했다.

그날 친척집 식당잔치에는 15상이 차려졌다. 비좁은 민가에 오구작작 모여서 치르는 잔치보다 여러모로 훌륭했다. 특히 온 하루 비지땀을 흘리며 주방에서 음식장만에 눈코뜰새 없이 보내야 했던 녀성 친척분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하객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때쯤하여 살림형편이 펴이면서 많지는 않아도 물건보다 돈으로 부조하는 풍조가 웨딩하례의 주축을 이루게 되였다.

친척분은 자식이 결혼 후 분가시키기로 하고 이미 세집 한채를 마련하 였었다. 량가 부모들이 의논하여 함께 장만해준 혼수품은 근사했다. 그 가운 데는 ‘봉황표’ 자전거, 랭장고, 세탁기, 단색 TV수상기 등이 들어있었다.

신랑의 혼례복은 중산복이 아닌 양복차림으로 바뀌고 신부도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세월의 변화가 느껴졌다.

2018년 9월의 어느 날, 필자의 후배로부터 아들 웨딩초청장을 받았다. 스마트폰 위챗으로 전송해온 초청장은 우아한 웨딩축하음악과 신랑신부가 등장한 화려한 동영상으로 합성제작된 멋진 예술품이였다.

국경절 결혼식 당날 연길에서 가장 큰 웨딩홀에 들어서자 악사들이 무대에서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클래식음악을 연주하면서 하객들을 반기고 있었고 입장하는 하객들에게는 신랑신부 량가에서 준비한 답례선물이 전해지고 있었다.

결혼식은 그야말로 21세기의 시대적변화를 느낄 수 있는 완벽함 자체였다. 전통적 민족정서와 현대적 서양문명이 복합된 신선함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특히 은은한 첼로연주를 반주로 신랑신부가 사전에 머리를 맞대고 고안했다는 혼인서약은 유머와 재치로 하여 무시로 하객들의 즐거운 웃음을 유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대형 LED전광판에서는 예비신랑이 예비신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사랑고백을 하며 반지를 끼워주는 동영상이 펼쳐지면서 혼인서약을 하는 신랑신부와 어울려 시공간을 넘는 한폭의 아름다운 화폭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날 신랑측에서는 10대의 호화승용차를 세내여 신부와 신부의 부모 그리고 친척들을 웨딩홀로 모셔왔다고 한다. 돈만 내면 모든 걸 부럽지 않게 할 수 있다. 량가부모들은 자식들의 혼사를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였다. 신랑부모는 90평방메터짜리 아빠트 한채를, 신부 부모는 외제승용차 한대를 장만해주었다. 그 승용차를 몰고 신랑신부는 이제 해남도로 신혼려행을 간다고 한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웨딩이고 혼수품이라 하겠다.

모든 새로운 것은 과거의 잔존물(残存物)에서 성장발전한다. 그것이 변화의 룰이다. 웨딩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집체호 동창생, 친척집 자식, 후배의 아들 혼례식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40년의 웨딩변천사에는 우리 나라 개혁개방의 눈부신 저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개혁개방 40년 발전궤도에서 웨딩변천사 만큼 우리 나라 국민들 생활향상의 참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가? 향후 10년, 20년 후 우리의 웨딩이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혹시 달나라가 신혼려행의 목적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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