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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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만들어주기론
2009년 03월 17일 09시 25분  조회:3122  추천:56  작성자: 채영춘

    옛날부터 과거(科挙)제도는 립신출세의 유일한 관문이였다. 그러나 시험이 엄하고 응시하는 선비가 많은데다 인원제한이 있었기에 급제하기가 어려웠다.
    조선 제 19대왕 숙종(粛宗)이 등극하여 16년동안 도합 여덟 번의 과거를 시행했는데 그때마다 충청도에서 올라온 리권식이라는 선비가 한번도 빠짐없이 응시하군 하였다. 그런데 관운이 없음인지 리권식은 번번히 락방의 고배를 마시고 관문밖으로 밀려나야 했다.
    락방을 거듭하는 리권식이가 안스러워 숙종은 서른자 높이의 장대 끝에 글씨 한 자를 매달아 놓고 무슨 자냐고 묻게 하는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시험을 낸다. 물론 남몰래 리권식에게만은 그 글자가 《갈매기 구(鴎)》자라고 미리 귀띔해 주었다.
    리권식이로 말하면 장원급제는 이미 떼놓은 당상이였다. 그런데 과거보는 날 제 순위가 되어 막상 궁궐안에 들어서 장대 끝에 아스라게 매달려 있는 손바닥만한 종이를 쳐다보는 순간 《구, 구, 구》자만 입안에서 맴돌뿐 그 이상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리권식의 기억을 일깨워주려고 숙종이 일부러 갈매기가 새겨져있는 룡상뒤의 병풍을 똑똑똑 계속 두둘겨댔더니 리권식이 한다는 대답이 한심하게도 《똑똑이 구》자가 아닌가!
    대궐문을 나서는 순간에야 리권식은 그 《갈매기 구》자가 머리에 떠올랐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뼈저린 후회를 하며 리권식은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는 한 선비에게 호의를 베풀어 이실직고함으로써 결국 장원급제가 그 선비의 몫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운이 좋은 그 선비는 이 영광을 자신이 차지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시관(試官)앞에서 《갈매기 구(鴎)》자를 세간에서 백성들은 《똑똑이 구》자라고도 한다고 능청스럽게 꾸며댔다. 그리하여 락방운명을 맞았던 리권식은 다시 살아나 그 선비와 동시에 장원하여 벼슬길에 오른다.
    결국 숙종이 만들어 준 기상천외한 장원기회를 놓쳤는가 싶었는데 다른 선비가 나서서 리권식에게 장원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남의 힘으로 자기 학벌을 만들고 출세길을 보장받는 사례는 옛날에나 현대에나 얼마든지 있는 것 같다.
    《졸업증 만들어 줌 (辦文憑) 0431-xxxxxxxxxxx》!
    《증서 만들어 줌 (辦証) 010-xxxxxxxxxxx》!
    요즘 온역처럼 시안의 곳곳에서 란무하는 고약한 분무락서, 도시환경을 악의적으로 더럽힌다는 위생차원을 넘어 신성한 학력, 학위, 학벌의 공신도(公信度)를 땅에 떨어뜨리고 나라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짓밟는 이 추태를 두고 보는 사람마다 치를 떨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졸업증장사군》들만을 질책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학벌만들어주기 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현대판 《시장정보》를 면바로 파악한 그네들이 《학벌만들어 주기》라는 미끼로 《권리의 시장화》를 낚는 진실한 조작극을 연출하고 있는것일 따름이다. 따라서 이 미끼에 걸리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현대 지식경제사회를 리더하는 지도간부라면 그의 직분에 상응한 지식구조와 학문수준을 갖춰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나라에서는 현(처)급 간부는 반드시 본과이상의 학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조건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자기 직분에 맞물리는 지식수준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고 자기 직위에 맞물리는 학력, 학위, 학벌을 만들고 나아가서 이것을 승진의 사닥다리로 삼으려는데서 이상한 《학벌경쟁》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학벌을 만들어 준다는 이 황당한 《서비스》는 학벌을 사겠다는 파렴치한 《주문》과 어울려 사회의 《악성종양》을 유발하고 있음을 우리는 외면할수 없게 되었다.
    원 강서성 부성장이였던 《탐관》 호장청은 비서가 대신 시험을 봐주고 졸업론문을 써주어 학위를 취득한 《수재(秀才)》요, 원 xx성건설청 어느 한 부청장은 저자거리 《학위 장사군》한테서 학위를 사서 자기를 포장했으나 5분좌우의 연설원고를 무려 13곳이나 틀리게 읽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인물이다.
    얼마전 신화통신에서 우리나라 한 연구생학원 부원장의 고백을 가슴 찡하게 읽었다.
    《올 초생기간에 우리 학원의 대상(項目)을 비준해준 한 부문의 령도간부가 20만원을 낼테니 자기를 도와 진짜 박사학위 증서를 구해줄수 없느냐고 문의하기에 내가 거절했더니 대뜸 사상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질책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학벌 만들기보다 학문 쌓기를 권장하고 만들어진 학벌보다 배워낸 학문에 머리 숙이는 그러한 사회 풍조의 대두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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