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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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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피빛 고민(칼럼)
2019년 07월 12일 19시 40분  조회:383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피빛 고민

미주

 

글을 통해 생리대가 겁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던 것 같다. 

첫번째는 10대 때 어느 한 잡지에서 외국에서 쓰고 버려진 생리대를 회수해 재활용해 만드는 몰렴치한 저가 생리대 제품 생산단위가 존재한다는 글을 보고 나서이다.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듣보잡’ 브랜드 것이 아닌 제품 그리고 짝퉁제품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규성이 보장되는 대형마트에 가서 사려고 하는 로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생리를 시작하면서부터의 매월의 그 날들은 엉덩이가 짓물러가며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가 뭔지를 골라가는 시련의 련속이였다. 생리대를 고르기란 브랜드, 규격, 형태, 두께, 재질, 량에 따른 날자 등에 모두 맞춘 복잡한 공식을 포장지면에 적힌 몇글자 안되는 불친절한 광고멘트 및 어려운 사용설명 문구에 대입시켜 독해해내야만 가능한 것이였다. 중국어로 된 그 생리대 선택문제에 대해 나만의 풀이방식을 습득했다고 의기양양해할 때 즈음, 나는 한국으로 류학을 오게 되였다. 

비록 나의 모어와 같은 문자를 쓰지만 한국 생리대의 설명 또한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낯설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강박증 그리고 왠지 모를 쑥스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선정하기가 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생리대 코너에서 너무 오래 기웃거리기가 무엇해서 서뿌른 판단으로 팬티라이너를 사는 실수도 범해봤고 마트 판촉 도우미의 사은품으로 견본품 생리대를 많이 챙겨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생리대를 한가방 가득 사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지, 한국의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은 신발깔개로 생리대를 대신한다고 할 만큼 한국의 생리대는 싼 가격이 아니라서 그 개수에 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기장의 생리대를 써야 하는데 기장에 따른 가격차이가 구매에 있어 부담으로 느껴졌다. 이런 나의 하소연에 한 친구가 소형 생리대 두장을 겹쳐서 오버나이트용으로 변신시키는 ‘묘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해주었다. 어찌하든 간에 많은 개수의 생리대 확보가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지폐를 ‘0’이 몇개인지 세여보고서가 아니라 색상만 척 봐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한국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한국에서 생리대를 고르는 팁도 점차 익혀갔고 가성비에 대한 감도 점차 잡아가게 되였다. 

지난달 어렵사리 구하게 된 관광통역아르바이트로 인해 약정된 날자 동안 팽이처럼 바삐 돌아쳐야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이 나쁘게도’ 나는 그 며칠에 ‘마법에 걸’렸고 비축해두었던 생리대는 똑 떨어졌다. 긴긴 하루일정을 모두 끝마쳤을 때에는 땅거미가 질 무렵이였고 영업이 막 끝나 문 닫기 전의 매장에 간신히 방문하여 손에 쥐이는 대로 급하게 생리대를 구매하였다. 촌음을 다퉈가며 정신 없이 치른 구매전에서 내가 획득한 ‘전리품’은 릴** 생리대였다. 기타 브랜드에 비해 별로 익숙치 않아 평소에 구매하기를 망설였던 브랜드였다. 총망함 때문에 ‘깐깐’한 나 답지 않게 저지른 실수였을가? 현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책’하는 나에게 구매 령수증이 그 리유를 설명해주었다.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였다. 근근득식해야 하는 고난한 이국라이프에서 우선시 고려되여야 하는 것은 주머니 사정이다 보니 ‘현명함’을 제쳐두고 ‘알뜰함’을 택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평소에 비해 생리가 너무 빨리 가버렸다. 한달에 두번 하게 되지 않을가 하는 우려와 함께 바쁜 이 고비에 잠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해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생리대 풍파는 그렇게 일단락 되는가 싶었는데 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했다고 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접했다. 

공포는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엄습해왔다. 바쁜 하루를 끝내고 나서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릴**이 검색어에 올라와있었다. 클릭하고 검색창에 들어갔다가 눈이 뒤집혀질 뉴스를 보게 되였다.

릴** 유해물질 검출과 함께 생리량 감소를 일으킨다는 부작용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였다. 머피의 법칙은 왜 항상 나를 피해가지 않냐는 자신의 불운에 대한 한탄과 함께 과연 저번달 생리의 사라짐은 피곤함 때문인지 아니면 생리대 때문인지 하는 의문이 가셔지지 않았다. 또한 발암물질 추출이라는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은 기타 생리대에서도 량적 차이일 뿐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심해졌다.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리대의 대체물로 생리컵에 대한 추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오던 것이 떠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리컵의 공식수입이 허가된다는 ‘복음’을 자주 접했었다. 그러나 질속으로의 삽입이라는 착용방식이 주는 공포는 쉬이 누그러들지 않는다. 생리대 파문이 터진 시점 또한 생리컵의 원활한 수입목적을 달성하고저 하는 데 있지 않을가 하는 의심이 든다. 조류독감 때문에 발생한 닭알부족 사태를 하늘길을 통한 미국 닭알 수입으로 이루어내고저 했던 나라가 아닌가? 

그나마 최선책으로서 덜 위험한 생리대를 골라쓰려고 하니 뉴스에서 제시한 비교설명이 참 불친절하다. 각 회사 단위로 설명했는데 브랜드명만을 보면 보았지 언제 제조사까지 살폈다고. 아무리 봐도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문득 몇년 전 친한 친구와 둘이서 생리대에 관한 론문을 쓸가 하면서 낄낄대던 일이 떠오른다. 생리대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예민하게 굴었던 선택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촉각을 세우고 생리대를 골라야 했었다는 것이 참 웃고픈 현실이다.

한 동영상을 보니 연예인들까지 동원하여 생리컵을 착용한 후기를 전하면서 생리컵의 우수성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생리대는 정말 아닌 걸가? 생리컵으로 갈아타야 하나? 생리컵에 대한 거부감은 내 몸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이물질이라는 것 때문일가? 물론 컵의 입구에 존재하는 구멍 하나로 인해 그 컵이 변기의 뚫어뻥마냥 나의 속살을 흡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리대가 피부에 대한 짓무름에 비견되는 그 어떤 부작용이 존재하지 않는 ‘만능컵’일가?

생리주기가 절대 불변성을 띤 것이 아니니 가끔 생리가 늦게 오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가 갑자기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단순히 오지 않는다고만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편치 않은 것은 어디 마음 뿐인가? ‘손님 맞이 도구’ 또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울방울 고민은 어디로 내리흘러야 할가? 

출처:<장백산>2018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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