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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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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례찬
2017년 06월 15일 09시 06분  조회:2296  추천:0  작성자: 최장춘
<동곽선생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우화이다. 력사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동곽선생을 바보취급을 해왔지만 개미 한마리도 상할가봐 념려하는 자비심은 대대로 전하며 칭송할 바라고 본다.
 
연길시에는 서른댓명으로 이뤄진 진달래등산팀이 있다.  일전 등산팀이 삼도만 산비탈을 찾은 적 있었다. 한창 잎새 무성한 나무가지를 헤치며 걷던 팀원들이 귀가에 문득 애처롭게 구원을 청하는 듯한 애기양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날가 모두 두리번두리번 사위를 살펴보던 중 멀지 않은 빨간벽돌집 마당가에서 솜뭉치 같은 몸을 가냘프게 바르르 떨고 있는 애기양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뜨락에 들어서자 애기양은 줄곧 매ㅡ매ㅡ 울면서 령물스럽게 집 뒤울안으로 뛰여갔다.
 
영문을 모르고 팀들은 의아해서 애기양을 따라가 보았더니 웬걸 눈앞의 광경에 모두 멍해졌다. 글쎄 굴뚝아래 개자리에 머리를 틀어박은 어미양이 안쪽벽모서리에 뿔이 걸려 더 들이밀지도 빼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고 있지 않는가! 몸뚱이가 바짝 말라 뼈가 앙상한 걸 보면 며칠 째 싱갱이질한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구해줄가, 개자리령역을 넓혀야 뿔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팀원들은 하나 같이 큰 돌맹이를 찾느라 분주히 뛰여다녔다. 한번, 두번 돌맹이로 번갈아가며 벽을 까부셨다.
 
한참 지나 어미양이 구출되였다. 팀원들은 지쳐서 비틀거리는 양에게 갖고간 꿀물을 먹인다, 음료수를 먹인다 야단법석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어미양이 잠깐 후 기운을 찾는 듯하더니 새끼를 찾아 이끌고 풀뜯기를 시작했다. 팀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쉬며 긍지감을 시위하듯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경이로움을 표했다.
 
기실 이들이 생명체를 살려낸 일이 이번 뿐이 아니다. 몇해 전 한여름 사냥꾼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메돼지를 구하느라 온종일 등산을 포기하고 비지땀을 흘린 일이 있었다. 깊은 절망속에서 뛰쳐나온 메돼지가 골짜기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얼굴에서 희열과 감흥이 물결쳤다.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누리에 평등한 생존권을 주었다. 지구촌의 주인공이라 일컫는 인간은 모든 생명체들을 잘 관리하고 보호하여 생태균형을 바로잡는 의무가 있다.
 
말할줄 모르는 짐승이라 하여 제나름대로 욕설하고 학대하고 살륙하는 란폭성은 인간을 잔혹과 공포의 상징으로 내몰아 존엄에 먹칠하는 결과만 낳는다. 반만년 력사에서 인류는 산짐승을 가두어 가축으로 길들여 생산공구로 부려먹었다. 채식으로 배를 불리울 수 없어 육식을 턱대고 가끔 손에 닿는대로 멸종에 이른 산짐승까지 마구 잡아들인다. 입고 쓰는 물건마저 타조가죽이요, 악어가죽이요, 수달피요 하며 인간의 살갗을 풍요롭게 분칠하려 든다.
 
인간을 믿고 사는 짐승을 무작정 도륙을 내는 아둔함이 결국 우리 자신의 생존공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도미노골패가 되는 줄 모른다.  인과보응을 입버릇 처럼 외우면서 제 배짱대로 사이비한 불찰을 저지르는 리유는 무엇일가. 옛날의 흥부는 다리 부러진 제비가 그냥 불쌍해 약을 발라줬을 뿐인데 이듬해 제비가 물어온 박씨를 심어 큰 복을 누렸는가 하면 놀부는 앙큼한 수작을 피워 화를 좌초한 이야기는 인간의 선과 악을 그려낸 극치라 해야겠다.
 
갖가지 산새들이 즐겁게 노래부르고 ‘왕관’ 떠인 사슴떼들이 맑은 물에 비끼여 수채화를 방불케 하는 무릉도원은 오로지 인간의 팽창된 욕심을 자제하고 생명체를 보살피는 아량에서만 비롯된다. 오스트랄리아 어느 도심에서 진행된 테니스경기에서 운동원이 날린 공이 공교롭게 공중에서 배회하던 새를 명중시켰다. 새는 주검으로 땅우에 떨어졌고 운동원은 시합을 중지하고 새 곁에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실수을 빌었다.
 
아름다운 소행은 산출한 모태가 달라도 찐한 감동은 그처럼 비슷하다. 령장의 허울을 벗고 기꺼이 중생의 벗이 되여 자연의 섭리를 지키는 모범생으로 살자. 땅덩어리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의 령역이 자유롭고 평화스러울 때 우리 자신도 그만큼 기름진 호강을 누리며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길림신문 2017-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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