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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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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 단상
2017년 07월 28일 08시 01분  조회:1321  추천:0  작성자: 최장춘

령(零)하면 사람들은 흔히 시작도 끝도 없는 가상의 세계로만 인식한다. 일찍 인도 수학가들이 산용수자를 만들어낼 때 령은 하나의 독특한 존재로서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수자의 의미를 가진다고 풀이했다.

건축가들은 령을 커다란 보이드 공간으로 생각하고 심리학자들은 령을 인간의 좌우를 소통하는 관계로 인정했다. 단마르크 심리학자 루빈이 그려낸  <꽃병과 두 얼굴>은 무에서 유를 부각해낸 생동한 화폭이다. 꽃병을 보는 순간 두 얼굴을 느낄 수 없고 두 얼굴에 초점을 맞추면 꽃병이 사라진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데 확실히 존재하는 실체이다.

인생은 령으로부터 시작하여 령으로 끝난다. 이 세상에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는것, 잃은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공수래 공수거다. 그래서 알렉산더르는 자신이 죽으면 관 밖에 두손을 내놓아달라는 의미심장한 명언을 남겨 세인을 깜짝 놀래웠을가. 어찌 보면 령과 인연을 맺은 인간은 얼굴이나 형체 한번 똑똑히 못 본 채로 그저 끈끈한 정이란 테두리 속에 묻혀 여직 때론 미워하고 욕하고 때론 끌어안고 울고 웃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인생계단을 오르기 직전의 휴식터라 일컫는 령의 자리는 잠깐 신들메를 조이고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가볍게, 유연하게 풀어가는 준비과정이라면 합당하겠다. 살다보면 인생길이 순탄치 않다. 예측불가능 또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을 이중삼중으로 격고 나면 인간은 허탈감에 빠져 망연자실해진다. 제로상태에서 자맥질할 때 위기는 희망을 동반하고 희망은 성공을 잉태한다.

가령 산중턱에서 폭우를 만났다 하자, 바위를 톺아오르며 계속 오르자고 하니 신심이 없고 또 위험이 도사리는 것 같아 애오라지 산 아래로 줄달음칠 때가 많다. 위기탈출에 급급한 나머지 우발적 산사태나 골짜기 홍수방지를 생각해볼 리 만무하다. 생을 지키려면 비바람을 맞받아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한다.

‘절승경개는 험한 봉에 있느니’, 령의 호소와 같은 담대한 비전을 키우는 좌우명이다. 령의 존재는 단순히 태양의 주위를 돌며 춘하추동을 알리다가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행성의 궤적이 아니다. 가진 것이 없을 뿐 마이너스와 질적 차이가 있는 령의 본성이 공정하고 사심이 없어 항상 플라스와 마이너스 복판에 서서 좌우의 무게를 리드한다. 사이좋게 순리를 따르는 이웃과 다가서기를 원하지만 욕심이 부푼 플러스가 자기 쪽으로 한사코 끄당기려 애쓰면 배짱을 과시하는 령자리는 자신과 곱하려는 모든 수치를 다짜고짜 유야무야로 만들어버린다.

령을 거울처럼 마주보며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 듯 인간이 있을 때는 없을 때를 생각해서 아껴먹고 아껴쓰는 습관을 양성하고 없을 때는 꿈을 잃지 말고 매일매일 과제를 처음 읽는 소설처럼 대한다면 생활은 마냥 동그란 령처럼 그토록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원만할 수가 없을 것이다.

빈손으로 성공하면 자수성가의 월계관이 씌워지고 실패하면 백수건달이란 질타를 피면키 어려운 현실에서 불철주야로 전전긍긍하는 령의 노력은 그라운드를 누비며 날리는 스타의 땀방울 같이 찐한 감동을 련발시킨다.

래일의 희망을 한낱 그림의 떡으로만 생각하고 주저앉아 신세타령에 물젖은 나약한 자와 떳떳이 결별의 마침표를 찍은 오늩날 령의 실태는 소유의 크기를 자랑하는 어리석음을 싸늘한 눈초리로 능멸해버리고 오로지 축적보다 베품을 앞세우는 적선의 행보를 따라 마음의 비움을 탐색하는 유의 극치임이 틀림없다. 

길림신문 20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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