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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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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혀진 유명지인의 이미지
2020년 05월 21일 15시 33분  조회:1099  추천:0  작성자: 최장춘

넓혀진 유명지인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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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유명하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유명한 연예인, 유명한 변호사, 유명한 공정사…모임장소에서 연설하거나 기자와 인터뷰할 때 종종 출연자를 깍듯이 떠받들기 위해 특별히 정해진 규정어로 쓰는 듯싶다.

옛날에 보통내기가 유명지인을 바라는 꿈은 두꺼비가 고니고기 비위를 쓰는 것과 같았지만 지금은 그럴듯한 옷차림새에 말주변까지 청산류수일 경우 어렵잖게 그 행렬에 끼여들 자격을 갖는다. 책 보는 이가 별로 없는데 말은 모두 얼음에 박 밀듯 술술 잘한다. 약방주인의 연설이 전문의 뺨칠 정도이고 노래연습실 강사의 가르침이 성악 교수님 울고 갈 지경이다 보니 ‘유명하다.’란 수식어가 바늘에 실 따르듯 척척 붙어다니기 일쑤이다.

일전 한 사장님의 초청을 받고 연회석에 참가한 적 있다. 빙 둘러앉은 참석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유명하다.’를 붙여가며 소개하던 사장님이 내 차례가 되여 일컫는 내용인즉 “이분은 유명한 부동산전문가입니다.”라고 했다. 갑자기 마른 비행기를 태우니까 호접몽을 꾸듯 긴가민가 혼미해졌다. 집 한채 지어본 일 없이 그냥 국가 부동산 정책을 둬줄 암기내고 집행한 사무원에게  엄청 큰 채불관을 꾹 눌러씌우는 바람에 못난 새끼오리가 하루아침에 백조가 되여 날아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사장님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지금 사회교제에서 군인처럼 별 하나면 하나를 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어깨에 줄 하나라도 더 붙여야 힘이 실리며 할 말이 생긴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 데다가 문뜩 이름 석자에 멋진 수식어로 둘러싸이는 날이면 오기가 번쩍 고개를 쳐들기 마련이다. 참석자의 신분을 치켜세우면 곁사람의 체신이 잇달아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관직에 있는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서도 직함을 계속 성씨 뒤에 붙여쓰고 빈털터리한테는 림기응변술로 두루 걸맞은 관상용 명칭을 줄곧 사용하는 것이 요즘 상식으로 굳어졌다. 이왕이면 아첨에 이골이 튼 놈이라고 열백번 욕을 보았을 테지만 그 수단이 교제의 예술로 부상해 급물살을 타는 걸 탓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극단적인 순수함을 추궁한 디오게네스의 괴짜 철학리론이 그가 주숙한 나무통과 함께 력사의 뒤안길에 영영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은 무상의 존재이다. 불투명성,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인간은  서로 지혜롭게 고무격려를 주고받는 과정이 소중하다. 구수한 랭면 그릇에 고명을 듬뿍 얹어주듯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인차 부풀려 포장하는 출중한 능력이 대인교제를 한층 흥겹고 활기롭게 만든다. 언젠가 푸접 좋은 량반이 려관집을 꾸린 비결을 살폈다. 량반은 찾아온 손님이 교원인 것 같으면 “교장선생님”이라고 칭했다. 손님이 “아니, 저는 교장이 아닙니다.” 하고 황급히 손사래를 칠 때는 “손님분께서는 오래잖아 꼭 승진할 겁니다.” 하고 힘을 실어주었고 일반 사무원 같으면 “국장어르신” 하고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첫 만남부터 존중하여 우러러 모신다는데 누가 싫어하랴, 밉살스러울 대신 오히려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분이 뜬다. 당신이 멋지다고 한사코 치켜세울 즈음 진짜 스타로 뜨는 행운이 칭찬의 힘이다. 마치 피그말리온이가 조각상을 너무 사랑했던 까닭에 진짜 녀자로 변신한 전설처럼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기대와 성원을 자주 받는 사람은 자신감과 영예감에 이끌려 실현이 가능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는 법이다.

기실 사람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몇몇이 모여서 콩이라면 콩이고 팥이라면 팥일 수는 없다. 일찍 《국부론》, 《도덕감정론》을 써서 고전경제학의 아버지로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친 애덤 스미스의 무덤가 비석에는 생애와는 별도로 짧게 ‘작가 애덤 스미스 잠든 곳’이라고만 적혀있다. 비록 유명하다는 수식어가 빠졌어도 거물급의 위대함을 의심할 사람이 없다. 오늘날 그저 출중한 유명지인이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희소해져 갑절 그리울 따름이다.

가불간 사회군체에 유명인사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하고 문명해졌음을 의미한다. 쩍하면 “내가 옛날 떵떵 소리칠 때 너는 설설 기였지?”식으로 손아래 취급하기보다 상대방을 극력 높이 칭찬하여 친밀감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시선은 항상 부드럽고 따스하다. 혹자는 지나친 표현력에 대해 못마땅히 여겨 고대 허유(许由)가 물녘에 뛰여가 귀를 헹군 소행을 떠올리거나 소란스러운 세상사가 싫어 성장을 멈춰버린 영화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에 흥취를 가질지 몰라도 탄성을 잃은 교제방식은 눈 오는 벌판같이 적막하고 허전하고 쓸쓸해질 뿐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좀 거품이인들 해가 없으면 그만인데 굳이 산 높이와 물 깊이를 자대로 재여보고야 시름을 놓는 타입의 설자리가 앞으로 구경 어딜지 궁긍해진다. 빈번한 사회활동이 유명인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다. 유머가 흠뻑 묻어나는 재치 있는 찬사가 딱딱하고 경직된 대인관계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한편 모임장소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촉매작용을 일으킨다. 그런 후광효과에 힘입어 눈덩이처럼 부쩍 커가는 ‘유명하다.’의 이미지를 외면하는 고집불통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음미하는 컨디션이 평소 우리 각자의 거리를 좁혀주어 마음이 훨씬 편하게 만들지 않을가 생각해본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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