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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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했는데…
2012년 07월 31일 16시 42분  조회:941  추천:0  작성자: 최고관리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했는데…


최국철 연변일보 문화부 부장



1

《렬양세기》에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의 속담이 진지하게 그려져 있다. 현시대에 이르러 민속학자들에 의하여 이 속담이 다양하게 풀이 되지만 긍정적이라는 데는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이 속담은 완강하게 류전되여 온다.

우리들은 흔히 가을계절을 일컬어서 천고마비의 계절, 맛나는 계절, 사색의 계절, 황금의 계절, 수확의 계절 … 등등 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살벌하고 우울한 계절이기도 하다. 지평선을 넘어 마구 내달려오는 야싸한 가을 바람이 얼굴을 가볍게 때리며 후르르 아우성을 지르고 지나간 뒤에는 노랗게 병든 황철나무잎이  슬프게 뒹굴고 곡식을 거둬들인 전야는 헐벗고 황량하기만 하다. 새벽의 찬기운이 내린 시골과 땀배인 농부들의 고달픈 등짝에는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떼들의 울음소리가 《끼륵—끼륵》 처량하게 떨어지고 언 감자알 같은 까마귀떼들이 콱- 콱 불길한 울음소리를 남기며 해가 곤두박질하는 산너머로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느닷없이 불안하고 초조해난다. 우울증으로 앓는다.계절병과 생리라고는 하기엔 억울하다. 그래서 그것을 고뇌라 이름짓고 종의 장에 그릴 충동을 느끼나 본다. 그것이 긍정보다 부정을 먼저 인식해보려는 문화인의  약한 몸부림이라도 좋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추석만이 남아서 그런대로 번뇌와 우울를 자아내는 가을날을 상쇠하고 정서를 조률한다.


2

벌써 추석이 왔나...

시골의 가을은 추석을 전후해서 단풍이 가장 진하게 타고 들녘에서 롤롤히 익은 곡식들의 매틀한 내음이 풍긴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말 그대로 잠간이다.일년 사계절에서 가을 만큼 단명계절도 없나 본다.뒤이어 떨어지는 새벽의 찬바람에 이슬.서리가 되여 떨어지면 여름내 독을 쓰며 덕으로 뻗어오르던 오이덩쿨, 고추, 가지, 호박…온갖 남새들은 잎사귀를 널부러뜨리며 시르죽죽 죽어간다.새끼 밴 암소를 먹이려고 언녕 베어낸 옥수수밭에는 피빛으로 시들어가는 변태근을 송엽장처럼 낀 옥수수그루턱이 들쑥날쑥 살벌하게 널려져있다.

청징하기만 하던 가을의 코발트색 하늘도 점차 회백색으로 빛을 바꾼다.그 참담함이 어느 때부터인가 추석날 귀성길에서 암담함으로 《승격》했으니  내가 괜히 엄살떠는것이 아닐가.


3

올해의 추석은 다행이도 된서리도 없고 시르죽죽하던 산천도 아직은 록색이여서 눈뿌리가 시원했지만 추석 특유의 경치와 냄새가 적어서 흔쾌하지 못했다. 왕년의 성묘길은 안해까지 동원 , 동생, 사촌들로 팀을 무엇지만 이번 추석 조묘길은   평생농사일에  찌든 늙은 아버지와 단둘이 갔다. 모두가 어디론가 가버린것이다. 싸늘한 아침의 바람에 코물을 흘리시면서 벌초를 하시는 아버지의 바싹 말라버린 그 등짝이 서럽도로 눈물겹다. 왕년에는 고향의 서산 기슭에는 청명과 추석이되면 성묘하러 오는 성묘객들이 하얗게 나붓겼는데 그 끌끌하고 왕성했던 인파는 이제 하얀 추억속에서만 춤춘다. 형님, 누나 삼촌들은  어디로 갔을가.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들은…


4

추석은 조상을 기리는 추원보본의 행사이다. 추석날에는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기던 풍경은 농경사회의 풍경이라고 일괄하기에는 억울할 만치 그냥 현시대를 풍미하고 지속되던 추석경지이다. 친지, 친구들이 성묘가는 길이거나 중간 지점에서 만나 《그간 잘 지냈나?》 《반가워》 라는 가장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반보기라고 하고 이 반보기가 추석의 일점홍만큼 풋풋했는데 이제 그 반보기를 할 사람들이 없어졌다. 사람이 사는 냄새가 적어졌다는말이 되겠다.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꼭 겪게 되는 과정이고 그 자체가 진보를 의미하지만 인구의 급감은  산업사회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의 조상님들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날만 같아라》는 깊은 속담을 남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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