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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언어를 정리한다
2013년 07월 08일 10시 26분  조회:1220  추천:2  작성자: 최화길
나무의 언어를 정리한다

최화길



대화는 소리로만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수 있지만 손시늉이나 눈길 하나에도 소담한 언어가 담기는 경우가 있다. 나무의 언어는 바로 나무와 접근하면서 나무의 속성을 읽게 되는 과정에서 얻은것이다.

나무는 의젓한 존재이다. 나무는 그냥 나무로 자라는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이 넘친다. 한겨울을 소리없는 침묵으로 살아오지만 봄이 되면 언제 그런 침체가 있었던듯 그렇게 생기로 차넘친다. 제일 먼서 땅의 정기를 감지하고 제일 먼저 잎을 피우는 아름다운 소행에 우리는 머리를 숙이게 된다. 봄이라는 이름을 가슴으로 받아안고 봄이라는 의미를 몸으로 실천한다. 우리의 일상들을 깨우치는 나무의 행위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무의 불굴을 우러르게 된다. 주어진 자신의 환경이나 처지에 대하여 탓할줄 모르는 나무의 돈후한 성격에 나무는 항상 푸름을 보유하는것이 아닐가? 나무에 기대면 마음이 세워진다. 나무를 마주하면 마음이 시원함을 느껴본다. 언제 어디서나 소박한 차림의 가식없는 나무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본다. 벗어버린 적라라한 모습이 가득 껴입은 사상보다 곱절 돋보이는 모습을 나무에서 찾아보았다.

보란듯이 우로 치솟는 나무의 향상을 적어본다. 발붙힌 땅을 꽉 그러안은 나무의 속은 깊다. 겉에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스치지만 그런 스치는 눈길에는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이다. 사랑한다고 입에다 바르는 그런 팔랑개비사랑과는 인연이 없는 순후한 사랑앞에서 나무는 항상 겸양을 보이고있다. 나무는 도고한것 같지만 나무는 안하무인이 아니다. 나무는 한결같이 우로 향하지만 땅밑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그 뿌리의 근면으로 자라는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이다. 하기에 나무는 크면서 마음에 년륜을 새긴다. 나무는 크면서 속에다 자신의 일기를 적고있다. 항상 잊음이 헤픈 우리의 일상과는 달리 나무는 잊지 말아야 할것들은 심장으로 새기고있다.

한여름 폭양을 가리워주는 나무는 자신만을 그러안은 옹졸한 존재가 아니다. 잎을 피우고 생기에 넘치는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를 바치는 아량으로 나무는 하느적인다. 바람결에 가지와 잎으로 손짓하며 오가는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나무는 사실 고독을 모른다. 외따로 서면 홀로서기이고 함께 서면 숲을 이루는 나무의 사랑은 오직 자신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는 웅변이 될것이다. 필요하면 모두를 그대로 바치는 아름다운 죽음까지 각오한 나무이기에 나무앞에서는 큰소리가 나가주질 않는다. 말없는 위엄이 서리는 나무다. 소리없는 이끔에 끌리기도 하는 나무다. 어찌하라는 지시는 없어도 되려 순순히 따라가는 마음을 걷잡을수 없다. 항상 말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철학으로 감명하는 나무의 속에는 과연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엇이 숨쉬고있는것이다.

곱게 장식하던 푸른 잎을 다 버리면서도 나무는 한마디 원망을 모른다. 그냥 순리에 따르는 나무는 중후하다. 어떤 무모한 발악도 없이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나무의 관용에서 우리는 우리와는 다른 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가진것을 버릴줄 아는 나무는 버릴 때는 한점의 미련도 없다. 아니 미련이 없다기보다는 미련에 연연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릴줄 알기에 그는 언제 어디서나 떳떳한 모습이고 욕심에 미련이 없기에 그의 행적은 티없이 맑고 깨끗하다. 가진것이 없지만 누구보다 가진것이 많은 락엽진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나무의 삶을 배우게 된다. 나무와 함께 하는 인생이란 어떤것인가를 재삼 숙고하게 한다.

나무는 그렇게 말이 없지만 말이 많은 우리보다 더 귀중한 말을 하고있다. 나무는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나무의 몸에는 서리발같은 빛이 번쩍인다. 나무에게는 아프다는 소리가 없다. 오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축하여줄뿐이다. 오직 사는 길에서 감수한 천고의 진리를 행위철학으로 대신할뿐이다. 만약 나무에게도 말이 있다면 그 나무는 내가 정리하려는 나무는 아닐것이다. 말이 없기에 말이 궁금하고 말이 없기에 말을 듣고싶은것은 그의 행위에서 기립하기때문이 아닐가?! 자신이 다 불어먹으면 속은 텅 비기때문이다. 말이란 자신밖에서 울려나올 때 비로소 값진것이다. 나무의 언어는 그래서 나무만이 가지는것이고 오직 나무의 말을 정리할 때만이 말이 되는것이다.

나무는 말이 없어도 나무의 한생을 베여보면 숱한 말을 속에다 두고있다. 오직 그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았을뿐이다. 하기에 우리는 나무의 말을 들을수 없었고 나무의 아픔을 알아주거나 감내할수는 없었어도 나무에게도 필경 말 못할 깊은 속은 있었다는것을 나는 나무를 대신하여 말하고싶다. 나무가 들려준 나무의 언어를 정리한다는것은 거의 망발에 가까운 나의 소망이지만 나는 나무를 마주하면서 나무의 언어를 정리하려는 욕심이 생긴것만은 사실이다. 나무의 언어를 정리하면서 나의 말을 정화할수 있기때문이다. 나무의 언어를 정리하려는 욕심으로부터 나는 나무의 삶을 배울수 있었기때문이다. 하지만 필경 나무가 나에게 준것은 언어가 아님을 성명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나무의 언어는 나의 정리로 끝나는것이 아님도 부언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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