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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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나무에 걸어둔 잡념
2012년 04월 13일 17시 37분  조회:770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못생긴 나무에 걸어둔 잡념
 
                                                          최 균 선
   
   산에 가면 늘 미끈한 나무보다 아픔을 먹고 어렵게 자란 못생긴 나무에 더 정이 끌린다. 보잘것없는 못생긴 나무가 저 큰산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릿하다. 사람들이 기암괴석에 찬탄할 때 험한 바위짬에서 용케도 살아남은 나무가 내 심혼을 사로잡는다. 바람이 함부로 내던져 저 바위틈에 언제 움트고 뿌리를 박게 되였는가?
   무성한 수림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바위우에 위태롭게 자란 못생긴 나무한그루! 사나운 비바람속에 자라며 눈보라를 이겨온 나무이다. 바위에 짓눌리는 그 억압이 과연 무엇인지 알것같다. 홀로 산을 지키는 나무는 바위하고만 대화를 하면서 살아왔으리.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락락장송이 아님을 알면서도 홀로서기를 하여왔으리. 자신이 키워가고 있는 꿈을 먹으면서 살아왔으리.
   다른 나무들이 겪지 못한 역경을 이겨왔기에 다른 나무들이 볼수  없었던 새의 잔등을 보면서 컸을게다. 못생긴 나무는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찬 저 세상보다도 청정한 무주공산의 아침이슬을 머금고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을가? 부러운것없이, 그러는 동안 이 산에서 하나를 배웠을게다. 하나의 목숨으로, 일편단심 마음속에 묻어둔 청산도 드팀없이 하나였을게다.
   아픔을 이기고 고통도 삼켜온 나무이지만 자신을 이기지 못한것은 아닐가? 바위우에서 악착스레 자란 나무를 차거운 나무라고들 하더라만 차거운 나무의 못생긴 그 양자때문에 더 많은 눈길을 끄는지도 모른다. 차거운 나무는 베여지고 끌려내리는 수많은 형제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을것이다. 정에 못이겨, 차가운 나무에 참된 시가 있고 선경의 그림이 있다. 차가운 나무, 못생긴 나무의 뜨거운 사랑이여!
   새벽녘 찬바람에 꿈을 깨면 참이슬 한모금 머금고 밝아오는 아침에 나름대로 기지개를 켰을게다...못생긴 그만큼 홀로서기의 본보기로 되여, 못생긴 그대로 홀로 푸른 산을 지키니 의롭지 않느냐! 나무에 기대여앉아 나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싶다. 산사나이는 사랑을 하지 말라고 하던 선인들의 얘기도 깡그리 잊은채 이 산에 뿌리내리게 된 이야기랑, 목숨과도 바꿀수 있는 그 존재의 리유와 의미랑…….
   아침, 몽몽한 안개속에서 깨여나는 모습도 보고싶고 또 해살과 함께 밝아져오는 잎새의 흐느낌도 듣고싶다. 속깊이에서 뭔가 꿈틀거리고 있는것도 느끼고싶다. 가진것 하나 없고 보잘것없는 못난 나무, 다른 나무들처럼 어엿한 자태도 없고 무성한 잎사귀도 없음에 장래의 동량감될 자신이 아님을 슬퍼하지는 않았을가?
   못생긴 나무가 산을 통채로 바친다는 진솔한 내용의 시집일지 어이알랴, 산만을 알고 산만을 지켜왔던 못생긴 나무, 산을 선택한 몸이고 산에 선택된 몸이기에 아마 가진것은 산의 넓은 품일게다. 못생긴 나무 산의 공기처럼 청신하고 그윽한 잎내음이 페부에 스며들어 좋다. 새소리도 더 귀맛좋고 산속의 개울물도 전보다 더 달콤하다. 그날 이후 나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봉우리 하나 더 넘어 못생긴 나무가 선 그 바위를 누가 부르는듯, 누가 기다리는듯 허위단심 찾아가기 시작했다.
   산을 지키는 나무들은 결코 잘난 나무들이 아니다. 잘난 나무는 일찍 베여지지만 못난 나무는 못난탓에 끝까지 남아 푸른 산을 지킨다. 가물과 비바람을 먹으면서 허리굽어진 못난 나무가 푸른 산을 지킨다는것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나도 못난 나무가 되고싶다. 고향은 자고로 잘난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고 고향을 나무린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다. 고향의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깊은 정을 가진 못나고《미련》한 자들에 의해 고향이 지켜졌다. 너무 못생긴탓에 저 큰산을 저렇게 드팀없이 지켜선 나무처럼,
   산에 잡목들을 하찮게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실재적으로 산을 지키고 산 사태를 막고 산홍수를 말리는 등 록색땜의 역할은 잡목들이 담당하고있다. 못난 나무가 없는 산은 골짜기가 없는 산을 찾는것과 같을것이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에는 오묘한 인생철리가, 처세의 묘리가 담겨져있다.
   이 세상에는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사람들은 정직하게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바보로 여긴다. 자기들처럼 살지 못한다고 비웃는다. 편하게 사는 방법이 있는데 모른다고 비아냥거린다. 그들은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긴다.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은 사람나름에 달렸다고, 멋지게 사는것은 아무나 하는일 아니라고 은근히 자부심을 내세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일수록 일신에 해되거나 리득이 없을 때에는 나서지 않을뿐만 아니라 뒤걸음질친다. 그러나 리득을 볼 일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총명한체 하지만 기실 세상을 웃기는 존재들이다. 자기 목숨이나 부지하고 있을것이지, 왜 참견하는데? 누가 알아주기나 하는가? 죽으면 끝장인데.... 농촌에 남아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을 그 집에서 못난 자식이라 한다. 도시에서 공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도 어쩌면 못난 사람들에 속한다고 할것이다.
   허지만 나라나 민족도 사실 못난 사람들이 지켜왔다. 잘난 사람들은 정작 민족과 나라가 어려울 때 제몸 살려고 요리조리 피해버리지만 못난이들은 우직하게 목숨걸고 구국항쟁에 생명을 불태웠다. 그런 열혈지사들이 없었던들 오늘의 우리가 있을수 있으랴!력래로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수많은 사람들은《못생긴》민초들이였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더 많은것일까? 아니면 바보가 더 많은것일까? 암투와 리기로 시끌벅적한 인간촌에는 잘난 사람이 더 많은지 모른다. 가령 가장한 바보들이 있다면 그냥 바보들로 보아서는 아니될 일이다. 박학다재하고 명지하던 정판교가 난득호도(难得糊涂)라는 절창을 내놓았을 때는 이만저만한 숙고가 없지 않았을것이다. 스스로 어리석은체 얼떨떨한체 하는 사람은 바보일지라도 거룩한《바보》들이다.
   <바보>끼리 대화하면 편안하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과 간능한 사람과 일을 도모하면 파탄날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는 오묘하기 그지없다. 쾌적하게 살고싶으면 방법이 있다. <바보>가 되면 된다. 적당히 속아주고, 적당히 넘어가주면 된다. 바보같은 수하가 되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수 있다. 그러나 너무 똑똑하면 도무지 청운의 사다리를 끝까지 오를수가 없다.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지고가는 또 지고가야만 하는 그런 생활의 십자가가 우리 매개인에게 지워진 인간세상이다.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십자가를 질수 있겠는가. 십자가를 지고 가지 못하는 사람을 보라. 한결같이 똑똑한 사람이다. 자기 할일도 많고 이룰것도 많은데 어떻게 홍익인간의 십자가를 질수 있겠는가.
   험난한 인간세상을 헤치고 나가는 비결은 큰 능력을 나타내는데 있지 않다. 너무 드러나서 먼저 썪는 서까래가 되지 않으려면 매사에 근신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따르면 흥하고 거역하면 패망하게 하는 칼자루를 쥐고 있고 그것을 능란하게 휘두를줄 안다. 요요한 권력자앞에서는 당연히 <미련한>자로, <연약한>자로 되여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요 거듭나는 무대이다.
     나는 오늘도 못생긴 나무처럼 살아간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살아간다. 제힘으로 변화시킬수 없는것은 받아들이며 질그릇에 금은보배를 담듯이 나의 못생긴 운명의 그릇에 나름껏 캐여내는 정신적보물을 담으면서…
 
                                                                                            2012년 2월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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