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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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웃음을 잃은 리유
2012년 05월 14일 07시 49분  조회:1098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웃음을 잃은 리유
 
                                                            최 균 선
 
주선생은 천자문이나 읽은 할아버지가 커서 으뜸가는 문장가로 되라고 지어준 원장(元章)이라는 이름때문에 웃음거리와 오해를 살때가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속에 별호가 원장어른이였다. 하지만 이름이 은을 냈는지 문장가로 되였고 교내외에 꽤나 명성을 떨친 대학훈장이였다. 그는 결코 조작해낸 허깨비같은 특급교원이나 대학문을 나온지 오래면 참외가 익어서 절로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마대치기교수도, 경제대우를 높여주기 위한 년령교수도 아니다.
그는 비록 명패본과대학은 나오지 못했지만 진짜 실력과 실천성과로 사람들을 탄복시키고있었다. 그를 은근히 좋아하지 않는 몇몇 선생들마저 그의 박학다재에는 반기를 들지 않았으니 학원에서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고있다고 해야 할것이다. 사실 그가 스스로 교수에서 두번째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기가 첫번째라고 나설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학자다운 높고 번듯한 이마에 테가 검고 굵은 안경까지 쓰고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도 그의 신분을 짐작할만큼 풍도가 유표하였다. 그런데 길을 걷는 자세만은 별로 였다. 머리가 특별히 무거운것같지 않은데 골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번쩍 들고 걷는 법이 없이 수긋하고 걷는데 여간 풍채를 흐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거꾸로 쳐박아넣어도 시원찮을 좀도적놈들이 밤새 큰길 복판에 뚜껑을 도적질해가서 지천으로 널린 백주의 함정인 하수도구멍에 빠질념려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딱 한번은 자칫 하수도구멍마개로 될번했던 일이 있었다. 십여년전  어느 날 밤이였다. 그날도 습관처럼 저녁술을 놓자 바람으로  교무실에 나와앉았는데 본과대학에 추천은 받아놓고 경제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녀학생이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며 조언을 청했다. 그가 혼자 조용한 교무실에 앉아있노라면 그런줄 알고있는 학생들이 곧잘 찾아와서 여러가지로 속심을 털어놓군했다.
밤늦도록 교무실에 불을 켜놓고 제사무를 본다고 뒤에서들 쉬쉬하는 공론이 있는줄도 알고있고 스스로 생각해도 공가의 전기를 사사로이 쓰는것이 조금 껄끄름 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렴치를 들이대고있는 판이였다. 그에게서는 집이 한낮 려관과 다를배 없었다. 눈뜨면 학교에 나왔고 밤이 깊어야 집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직접 가르치는 학급의 학생이 아니라도 종종 찾아와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분을 쌓은 학생들이 많았다. 그것이 또한 주선생에게는 돈으로 살수 없는 인생락이기도 했다. 그로말하면 교원이란 그저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만이 아니였다. 학교도 교과서라는 매체를 가운데 놓고 함께 인생을 준비하는 만남의 장소였다. 그러기에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있었고 실제로 학생들을 그렇게 대했다.  
그러다보니 그에게는 학생지기가 많았고 해마다 민의측험인지를 할 때 좋을 호자를 쓰는 학생수가 제일 많다고 하였다. 가르치는 자로서 자기 제자들에게 애대 받는만큼 더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주선생은 그로써 자기는 이미 크낙한 보상을 받고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학원에서도 이름있는 사업광이였다.
지금은 괜찮은 아빠트에서 살지만 그때까지 주선생은 부엌사이에 간막이를 한 열덟평이 안되는 온돌집에서 살고있었다. 두루 가구들을 늘여놓고나니 궤짝만한 공간이 잠자리였다. 그런 주거환경에서 도무지 무엇을 사색할수도 없고 글을 쓸수도 없는 형편이였지만 수없이 많은 교수안과 론문들은 무릎우에 올려놓은 네모난 유리를 책상삼아 낡은 옷장에 기대앉아 써낸것들이였다. 그러다가 교내용교과서를 집필하게 되면서부터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에 나와서 일할 궁리를 하게 되였다.
그날은 퍽 늦은때여서 숙성한 녀학생과 단둘이서 교무실에 앉아있는것이 무슨 말썽거리라도 만들가봐 주선생은 녀학생을 데리고 학원앞 큰거리로 나왔다. 그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녀학생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돈많은 사람들이 하루밤 도박 밑천도 안되고 관리들이 한번 차리는 연회상값도 안될 학비지만 시골현성에서 온 이 녀학생에게는 천문수자였다.
그리고 학교다니는 동안 내야 할 학비는 어찌하며 식비, 숙사비, 일상 소비돈은 어찌한단말인가? 촌에서 농사지으며 근근히 입말림이나 하고 산다는 큰오빠가 더는 돈을 대여줄수 없노라고 선언했다는것이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시내 어느 중학교에 들어가서 제노릇이나 하려고 생각하니 추천해달라고 사정하였다. 주선생의 위망이나 인품으로 중학교교원자리 하나 알선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황차 순금이라 부르는 이 녀학생은 시골태생이여지만 인물체격도 빼여나고 공부도 너무 잘해서 주선생이 인간적으로 고와하고 아끼는 제자들중 하나였던것이다. 그런 제자가 경제난으로 학업을 중도이페하지 않을수 없으니 자연히 감정이 격해졌던것이다. 진정한 교육자라면 자기 학생의 먼 인생길까지 지켜보며 도울수 있으면 끝까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있는 그로서는 심히 그럴만도 했다.
그래서 열기띤 목소리로 녀학생을 바라보며 설복하다보니 앞을 잘 살피지 못했다. 그러다가 저녁때까지도 잘 덮혀있던 하수도뚜껑을 어느 잡귀신이 들어갔는지 퀭하니 아가리를 벌린 함정에 한발을 디밀어 상체를 기웃뚱했다. 반응이 빠른 녀학생이 얼른 잡아채지 않았더면 분명 하수도구멍마개로 될뻔했다. 발끝이 좀 얼얼하다 싶었으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데다가 담화에 열중하다보니 엄지발가락이 잘못된것도 몰랐다.
일단은 학교에 들어가놓고 본다음 후일을 차차 도모하는게 좋다고 설복해놓고 도울수 있는만큼 우선 돕기도 하겠으니 옥생각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단단히 못을 박아놓았다.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을때 보니 엄지발가락 뼈마디가 별스레 툭 삐여 져있었다. 얼결에 발길을 움츠리다가 하수도구멍 앞턱에 엄지발가락을 걸고 몸을 지탱할 때 엄지발가락을 삐였던게 분명했다. 무작정 발가락을 세괃게 콱 잡아당기니 뚝 소리나며 발가락이 제자리에 박혔다. 그 일이 있은후부터 주선생은 더구나 땅을 훑으며 걷는 습관에 더 충실했다. 
교정내에서도 늘 길가에 무엇을 떨어뜨리고 찾는 사람처럼 수굿하고 걷다가도 누가 인사할라치면 사색에서 금방 깨여난 사람처럼 그윽한 눈길로 건너다보며 미소를 앞세우고 인사를 받았는데 더없이 후덕하고 인자스러워서 학생들속에도 더구나 인기 있었다. 숫기좋은 어떤 남학생들은 서로 롱담했다. 력사상에 주원장은 가마밑굽같은 얼굴을 가진데다가 심사도 고약한 개국황제였는데 우리 주원장어른은 미륵보살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뒤에서는 또 속이 산 미륵보살선생님이라는 별호가 나돌고있었다.
학벌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지식이 연박하고 구변도 좋아서 그가 강의하는 시간에는 조으는 학생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직접 배우지 않는 학생들도 주선생이라면 잘 몰라도 주원장이라면 모르는 학생이 거의 없으니말이다. 저작도 두권이나 되였고 성급, 국가급 리론간물에 발표한 론문같은것은 일일이 따져볼것도 없었다.       
학술평의전문가가 그를 본학과에서 선줄군이라고 평가하였지만 그는 종래로 자기 학과에서 앞장서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올리막길에 무거운 짐수레를 끌어올리는 황소처럼 그저 머리를 틀어박고 강의와 교수연구에 열중했다. 학술에서 그는 그렇듯 근신했고 꾸준했다. 명예는 책장처럼 번져지면 곧 잊혀지지만 학술성과는 영구하다는게 그의 신조였고 인생의 락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원장선생은 결코 성인이 아니였다. 오히려 별스러운 이름처럼 못말려 내는 괴짜이기도 하였다. 가장 돌출한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것은 실말을 하기  좋아하는것이였다. 평소에는 말을 아주 아끼는 성미였으나 관건적인 시각에 말할라치 면 인정사정 가리지 않았던것이다. 그것도 마디마디 론리가 정연했고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고있으나 감히 말하지 못하는 날이 선들선들한 말들이였다. 그래서 학원의 령도들마다 속으로 시한폭탄이라고 여기면서 십분 경계하고있었다.
       어제도 그랬다. 교직공대회를 열고《우리 학원의 기구개혁방안》을 전달한후 부문별로 나누어서 충분히 의론할것을 제의했다. 주선생이 속한 사회학과조에서는 회의가 시작된지 이슥한데도 서로 흘끔거리며 눈치를 살필뿐 누구하나 말문은 열려하지 않았다. 나중에 약속이나한듯 모두의 눈길이 주선생에게 박혔다.결국 주선생이 여느때처럼 첫포를 쐈다.
ㅡ그럼, 제가 좀 말해봅시다. 물론 이번 기구개혁방안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정부기구의 간소화는 소나기소리만 요란하고 비는 내리지 않는것처럼 한바탕 떠들썩하기만 하고 실제 기구개혁을 시작하면 예이제 교육계통에만 손을 대는것이 불가사의하지만 말입니다. 안그렇습니까? 그많은 국가재정을 먹어치우는것이 어디 이 나라에 교원이 너무 많아서입니까? 아, 예 뭐 그렇다면 이런 민감한 문제는 더 말하지 않기로 하고 본론에 들어가지요..
첫마디로 말했지만 이번 결구개혁은 우리 학원의 실제정황에도 부합되고 상급의 개혁정신과도 부합되며 전국의 형세에 비추어보아서도 적시적인 결책이라고 봅니다. 그렇구말구요. 우리 학원의 종합청사에 교원들의 교연실과 거의 맞먹는 그 수많은 사무실들을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령도들과 관리일군들이 들어앉아있는가요? 다들 보고있겠지만 교수일선의 선생님들의 수자와 거의 어상반합니다. 양은 한마리이고 몰이군은 아홉인 그런 엄중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총무처도 보십시오. 그많은 후근일군들이 사무실에 앉아 한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실제로 착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몇이 안됩니다. 무슨 일을 벌리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림시고용일군들이 아닙니까? 물론 이것은 우리 학원에서 가장 엄중한 페단은 아닙니다. 이런 팽창국면을 가급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학원을 현시대에 적응된 인재배양의 요람으로 꾸린다는것은 공리공담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단말입니까? 학원지도부에서 이번에 과감하고 영명하게 내린 결정은 두말할것 없이 맞습니다. 맞구요. 그러나 개혁방안이 종이장에서 오래 머믈러있게 하지 말고 현실로 체현시키는가 하는것이 급선무입니다. 잠시 여기까지 말해두지요.》
주선생의 발언이 끝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말할듯이 입술들을 옴찔거렸지만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회의를 집행하는 손부원장이 주선생의 발언의 적중성과 무게를 극구 표양하고나서 장내를 휘익 둘러보았다.
ㅡ모두 주선생처럼 과감히 생각하고 과감히 말하는 실사구시적이고 개혁성적인 작풍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자, 그럼 또 누가 발언하겠습니까? 누가 더 말할분이  없습니까? 없다구요? 예, 좋습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는것은 모두 말할 생각이 없다는것을 의미합니다. 말할생각이 없다면 오늘 회의는 이만 끝마치겠습니다.
회의가 끝난후 원장사무실에는 각실, 처, 부, 관의 책임자들이 모여서 의론정황을 회보하였다. 회보를 받고보니 190여명의 교직공들중에서 주원장 한사람이 겁없이 건설적인 의견을 발표했을뿐이였다.
학원에서는 이튿날부터 기구개혁을 바싹 다그쳤다. 며칠후 기구개혁을 실시할데 관한 결정을 반포했다. 문건에는 기구개혁의 필요성, 중대한 의의를 천명하고 인원을 감축할데 관한 약간한 규정, 구체표준을 제기하였다. 문건이 하달되자 스스로 감축인 원들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밤의 어둠을 타서 령도들의 집을 뻔질나게 방문하였다. 상하급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도부에서는 밤에 낮을 이어가며 회의를 열고 머리를 짜냈다. 소식이 령통한 어떤 선생이 전하는데 의하면 학원에서 상급에 인원감축에 난도가 있다고 반영 하였으나 아무리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개혁을 추진시키라고 요구한다는것이였다. 그러나 학원령도에서 재삼 제기하자 인원은 꼭 감소해야 하지만 보급면을 확대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고삐를 늦추었다는것이였다.
드디어 석달후 학원에서는 기구개혁ㅡ감원결정이 내려졌다. 감축대상은 모두 5명이였는데 모두 코를 싸쥐고 돌아앉아 킥킥거렸다. 그도그럴것이, 되짜듯 말짜듯이 안깐힘을 써서 선정한 다섯명중에 한사람은 십년전에 출국했고 한사람은 실종된지 오래며 다른 한사람은 원래 적을 남기고 하해하여 부자가 된 사람이고 다른 한사람은 교학이 망태기여서 보따리로 여기고있는 사람이였다. 조사해 보니 가짜 졸업증을 사가지고 어느 큼직한 어른이 등을 밀어주어 학원에 기여든 사기군이였다. 이 네사람을 이번에 과감히 감축시켜버렸다. 그런데 경악할 일은 나머지 감축대상자가 기상 천외로 주원장선생이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모두 악연해졌고 구석구석에서 쉬쉬하고 의론이 분분했으나 그저 의론에 그쳤을뿐 실제적인 반향은 담담하였다. 상급에서 기어이 감원해야 한다니까 주원장선생 아니면 박교수가 나가야 할것이고 아니면 서선생이 나가야 할것 이니말이다. 칼도마위에 고기야 주인이 베기에 달린것이 아니던가?
평시엔 자기들의 내심을 대표해서 속시원히 말한다고 극구칭찬하며 우리 학원에 주선생같은 사람이 있기에 민주의식이 살아숨쉬고 인문환경이 고인물이 되지 않고있다고 입에 침을 튕기던 사람들이 제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으니 강건너 시아비 보듯하는 태도들이였다. 배신감을 느낀 주선생은 분노하였다. 새둥우리가 뒤번져졌는데 알이 성한대로 있겠는가? 무섭고 두려울것이 없었다. 배도 갈앉고 가마도 깨진판에 강을 등지고 한번 겨루는수밖에 없었다. 제일 원장의 사무실문을 세괃게 노크하고 대답도 기다릴새도 없이 찬바람을 일구며 들어섰다.
기색이 말이 아닌 주원장을 보고 함께 앉아 무엇을 수군대던 일곱원장들이 저마다 아주 경건한 태도로 맞아주면서 차물을 부어준다 담배를 권한다 하며 한참 부산을 피워댔다. 그러나 주선생은 마시지도 피우지도 않고 묵묵히 앉아있다가 짜내듯 내밷듯 말을  꺼냈다. 그 목소리는 몹시 갈앉았지만 저력이 있었다.
ㅡ그래 그렇게 연구하고 연구해낸것이 결국 나 하나를 밀어내는것이였습니까? 아따, 긴해석이 필요없습니다. 하나만 말씀하시지요. 내가 감원대상이 된 리유와 조건이 무엇이지요?》
역시 손부원장이 점잖게 응대했다.
ㅡ아참, 주선생, 그렇게 너무 격동할것까지야 있습니까? 이번에 감원대상이 어디 주선생 한사람입니까? 앞에 네사람이나 있다는것을 주선생도 알면서 그럼니까?
ㅡ좋습니다. 허울좋게 네사람이 있다치고 내가 왜 밀려나야하는지 말해보시오. 내가 교학이 안되는가요? 론문이 없습니까? 사덕이 안됩니까? 학생들속에 의견이 있습니까? 나이가 많습니까?
일곱원장이 서로 눈길을 마주치며 소리없이 웃었다. 마음이 독하지 못한 남원장이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해석했다.
ㅡ무슨 그런 말을…주선생님이 인재라는걸 누가 모릅니까? 선생이야 안되는게 있습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주선생은 자격이 넘쳐나서 감축된것이지요. 놀랄것 없습니다. 주선생같은분이 어데가나 자리가 없을가봐 걱정인가요. 여기서 나갔다는 소식이 나가면 여러 학교들에서 쟁탈할텐데요. 안그렇습니까 ?》
주선생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자격미달이면 정리대상이 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자격이 넘쳐나서 밀려나간다는것은 금시초문이다. 하긴 어느 원장의 말마따나 도깨비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이건 도깨비 기와장번진는 소리같지 않은가?
ㅡ사실 우리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왔지요. 주선생은 능력이 있고 사회상에 지명도가 있지요. 다른 사람을 내보내면 능력이 없지 자기 주견을 선명하게 표현할줄 모르지 이런 사람을 어느 학교에서 요구하겠습니까? 그렇다고 그저 너는 굶어죽어라 하고 내버릴수야 없지 않습니까? 개혁도 해야겠지만 인정도 말살할수야 없지요.
주원장선생은 들을수록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계속 따지며 시비를 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그는 고개를 푹 떨구고 실성한 사람처럼 무어라 중얼중얼하다가 일어나더니 문고리를 잡는 순간《하하하…》하고 앙천대소하였다. 느닷없이 터진 그 웃음소리는 몸서리치게 길었다. 그리고 시작되던때처럼 갑자기 뚝 끊기였다. 
며칠후 주선생의 안해 옥녀가 무작정 원장실에 들어서자 바람으로 대성통곡을 하였다. 펀펀해서 강의를 하던 사람을 내보내여 미치게 만든 사람들이 도대체 인정을 개를 베여먹였는가 하면서 자기 남편을 구해내라고 야단을 쳤다. 현모량처라고 소문 나 있던 주선생의 안해가 이렇게 살기등등해진데 모두 악연해졌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있었다.
태여날 때 웃음주머니를 물고나온 사람처럼 언제나 미소를 짓고있어 온화하기 그지없던 사람이 온하루 오만상을 찌프리지 않으면 얼굴이 댕댕해서 말도 하지 않고 점심때가 되여도 누운자리에서 일어날 념을 하지 않고 밥먹을 생각도 없는듯 하루 세끼 굶기가 보통이란다. 사람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이렇게 반상적일수 있냐며 복도가 따나갈듯이 설토했다.
듣고보니 아닌게 아니라 생사람을 페인으로 만들것같아서 원령도에서도 속이 후끈 달았다. 옥녀를 겨우겨우 달래서 돌려보낸후 일급령도들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수완이 좋은 남원장이 이 일을 책임지고 잘 무마해나가도록 결정했다. 그날 오후 남원장이 차를 가지고 주원장을 찾아가 속죄하듯이 사정사정해서 병원에 싣고갔다. 한다는 교수를 청하여 진찰시킨후 며칠건너 좋다는 약을 이것저것 많이도 사들여 보냈지만 들리는 소식이 보름째 그냥 그 모양이란다.
누군가 먼저 사람을 한바탕 웃게 해서 정상심리로 돌아오게 한다음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옥녀는 그 말이 일리가 있는듯 싶어서 《떼떼》, 문혁이같은 소문난 웃음배우들의 록상테프를 사다가 전문 돌렸다. 그도 잘 안되니 강곤, 조본산의것도 보이면서 강짜 웃음을 터뜨리며 웃겨보려했지만 강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의 표정도 아니였다. 눈길은 굳어진대로 웃음사촌도 어른거리지 않았다. 다른때 같으면 밥알이 튕겨나오는것도 모르고 웃어대던 사람이였는데 정말 소경의 텔레비구경이였다.
그렇다고 락심하고 손을 놓을수는 없었다. 옥녀는 그가 간지럼을 잘 탄다는것을 생각해 내고 며칠동안 씻지 않아서 냄새가 나는 남편의 발을 코에 대다싶이 끌어다 안고는 발바닥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분을 간질러댔다. 그러나 그 간지럼타던 본성이 어느 귀신이 다 잡아갔는지 본능적으로 발만 움츠려뜨릴뿐 구태의연하였다. 주선생의 안해는 그 학식에 어데가서 선생질 못하겠는가고 위안도 하고 결혼후 처음으로 걸직 한 욕사발도 안기면서 닥달질했지만 원장접대실 문고리를 쥐는 순간에 소름끼치도록 웃었다는 그 웃음이 한번 가버린후 종무소식이다.
막 찢어발기고 싶도록 역증이 나면서도 20여년을 속살을 비비며 살아온 살뜰한 남편이 저러다 영영 페인이 되지 않나 걱정도 무더기로 쏟아졌다. 누군가 전국에서 유명한 기공사가 연길에 와서 학습반을 꾸린다면서 한번 기공의 마력으로 웃음을 끄집어내보라고 권고했다. 그는 선걸음으로 그 기공대사를 찾아가서 사정을 구했다. 기공대사는 사람의 몸에 웃음혈, 울음혈, 벙어리혈, 눈물혈 등 368 개의 혈이 있는데 그 웃음의 혈을 면바로 찾아내여 자극하면 제가 웃지 않고 배길수 있겠느냐며 실넋한 사람처럼 한참이나 하하하!하고 웃다가 동가슴을 탕탕 치며 장담했다.
주사맞기 싫어하는 다 큰 아이를 욱박질러 병원에 데리고 가듯이 남편을 문밖으로 끌어내기도전에 기진해버린 그의 안해였다. 그러나 펀펀한 사람을 잘못만든 학원이 미워서라도 나그네를 정상인으로 만들리라 입술을 깨무는 그녀였다. 하긴 남들앞에서는 그렇게 강하게 나온다는 주원장이 안해앞에서는 정말 큰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안해의 끈덕진 손길에 끌려 문을 나서고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기공사의 손길은 령험하였다. 혈을 찾아 기를 넣기시작해서 10 분이 되였을가 기적이 나타났다. 주원장이 온 몸을 흔들어대다가 비틀면서 웃어대기 시작했던것이다. 하지만 그 웃음은 소름이 끼치게 처절하였다. 찰나에 주선생의 안해는 별로 심상치않기도 해서 얼른 그쳤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안도의 눈길로 남편을 지켜보았다. 강아지똥도 똥이라고 어쨌든 웃은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귀신이 곡할노릇이 또 있는가? 기공사가 돈을 받아넣어가지고 다른 사람을 보러 나간지 얼마 안되여 잔뜩 밀렸던 웃음보둑이 터진것처럼 너털대던 주선생은 몸에 기가 다 빠졌는지 내가 언제 웃어보았느냐는듯이 다시 돌처럼 굳어진 얼굴로 돌아오고말았다.
그저 진심으로 따뜻이 대해주고 곰살갑게만 대할줄 알았던 옥녀가 곁사람들이 무참할 지경으로 애교덩어리로 되였지만 역시 돌멩이를 가마목에 놓아두고 병아리가 되여줍시사 하고 비는것과 같이 무모한 짓이였다. 그렇게 줄기차게 하던 침대우에 유희도 숫제 흥미를 잃고 밤낮 쏘파우에서 새우잠을 자기가 일쑤였다. 다 큰 귀여운 딸애가 칭칭 감겨들어도 숫제 목석이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않았다.
어느 날 주선생과 못하는 말이 없이 친밀하게 보낸다던 최선생이 찾아와서 이런 저런 미안한 말을 늘여놓다가 아무래도 심리충격때문에 생긴 변이 틀림없으니 유명한 심리자문소로 한번 가보는게 어떠냐고 제의했다. 그녀는 언제는 자리지킴을 하느라고 명철보신하더니 이제와서 행차뒤 나발같은 너스레를 떠느냐고 아니꼽게 여기면서도 그 제의에는 도리가 있는지라 심리전문가를 찾아갔다.
허씨라는 심리전문가는 자초지종을 다 듣고  머리를 개웃거리더니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풍채는 별로 없는 사람이였지만 어덴가 퍽도 리성적인 사람같았다.
ㅡ듣고 보니 이만저만한 심리장애가 온것이 아니구만요. 아무래도 본인과 한번 솔직한 대화를 나눠봐야 방도가 나질것같으니 남편을 모시고 한번 오십시오.
허선생은 한식경이나 관상학과 심리학의 관계에 대해 한바탕 연설하고는 미모의 녀인을 이윽토록 지켜보았다. 그 눈길이 무엇을 말하는지 옥녀만 알수 있었을것이다.
ㅡ사모님.ㅡ예 병근을 알아야 치료에도 좋을테니까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부인을 데리고 사는 교수님이 왜 웃음을 잃었는지 한번 보기도 할겸 담화도 해야겠으니 언제건 남편을 모시고 여기로 오시지요.
주선생의 안해는 며칠후 남편을 모시고 다시 심리자문소로 갔다. 그러나 주선생은 심리학박사를 한번 곁눈질도 하지 않고 시종 얼굴표정이 굳어져있었다. 그러나 심리의사의 교묘한 계발로 대화는 차차 잘 어울려갔다.
ㅡ주선생이 심리평형의 실조는 사업에서 기인된것이지요. 말하자면 반생을 몸을 담그고있던 학원이 아닙니까? 뭐 부인께서 자상히 듣긴 했지만 주선생은 주요하게 학원의 비리와 비정을 두고 너무 격분한것같은데 주요하게 무슨 일이 마뜩치 않았습 니까? 그걸 좀 말해보시지요. 
ㅡ 말하자면 한두가지 아닙니다.
ㅡ 학교가 정토라고요? 미안합니다. 교육마당에 이미 정토란것은 없어졌습니다. 대학들은 이미 관청이나 다름없이 되였지요. 관청의 결구만이 아니라 관청문화가 되여 관청의 행사방식으로 운행되고있습니다. 이 몇년래 대학들마다에서 경쟁하듯 학생을 초과초생는것은 돼지고기에 물을 주입하는것과 같지요, 오직 학생들을 망치게 됐지요. 내가 학생들을 대신해 직언을 하였는데 그만 잠규칙을 범하게 된것입니다.
ㅡ당신은 자기가 너무 과격하다는 혐의를 받지않는다고 생각합니까? 어떻게 생각하든 좋습니다. 아이들을 망쳤지요, 배양해낸 학생들이 쓸모가 없고 취업난에 모대긴다는것은 현재 국민들이 다 알고있는 일이지요. 말을 잘 듣는 학생은 노예근성만 배겼고 순종하지 않는 학생은 분노한 청년들이 되고말았지요. 대학확대초생은 더러운 물을 넣은 돼지고기와 같다는 말에 동감이 갑니다.
ㅡ부원장이 전화하였는데 아무런 리유도 말하지 않더군요. 그전에 원장과 두차례 충돌이 있었지요. 한번은 우리 학원의 선우선생의 교수직무평정을 할 때 그를 위해 바른 말을 한것이고 다음 한번은 석사, 박사론문답변비에 관한 일로 목에 피대를 세우며 쟁론하였지요.
그후 그는 나와 사이가 괜찮은 선생들을 불러다 줄에 잘못 들어서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나를 고립시키려 작동했지요. 내가 그네들을 위해 포를 쏠때마다 은근히 공조하던 사람들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니 입에다 금을 물고 명철하는 모습이란 나원, 몇해전 령도의 눈에 난 한 재능있는 교원이 쫓겨났습니다. 학원의 잠규칙을 어기면 다 그런 좋은 대우를 받지요.
학원의 옹근 결구가 관료화되였지요. 층층이 임명하지요. 교원들이 계주임을 선거할 권리도 없습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왜 입을 다물지 않았는가구요? 나도 그러면 제밖에 해를 볼수밖에 없다는것을 알지요. 그러나 량심이 가만있게 합니까?
ㅡ선생님은 학원에서 밀려난것이 아니 학원을 떠난것이 아쉽지 않습니까?
ㅡ가슴이 아플지경으로 아쉽지요. 난 학생들을 떠나기 애석합니다.
ㅡ 안되겠군요. 주선생님같은 특수경우엔 말입니다. 물리적으로 자극해서 한바탕 웃긴했겠지만 그런 웃음은 인공적이여서 기계적이고 피동적이지요. 말하자면 흉벽을 터치며 내심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웃음이 아니기에 웃음실조라는 특수병에는 아무런 도움이 없습니다.
웃음이란게 뭐이겠습니까? 한번 들어보시지요. 예ㅡ도대체 웃음이란 말입니다.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하는 감정반응의 일종이라고 정의를 내리고있지요. 비교적 고상한 지적인 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부수하여 표출되는 현상이지요. 의학적으로 말한다면 웃음은 횡경막이 단속적이고 경련적인 수축을 수반하는 깊은 호흡으로부터 생기는겁니다.
그렇다 해도 웃음의 종류가 다 같은건 아니지요. 싱긍벙글 웃는것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능글능글 웃는것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것이며 히죽히죽 웃는것은 악의를 나타내는것이지요. 깔깔거리며 웃어대면 기품이 없다는것을 말해주구요. 예, 또 일반적으로 유아들이나 아동의 웃음은 신체적, 감성적이고 아동기후에야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웃음이 많아지는데 그 표현은 미소로 변하지요.
보아하니까 주선생은 지성인이여서인지 늘 미소를 짓고있겠군요. 그렇습니까? 글쎄요. 에누리없이 들어맞는다니까요. 그건 그렇고 청년기가 지나면서 유모아가 발달하는데 유모아는 자기를 객관시하고 웃음의 자료를 제공하려는 마음에서 생기는겁니다. 주선생이 평시 아주 유모아적이였을겁니다.
ㅡ예, 이 분은 유모아를 곧잘 해서 쩍하면 앵돌아지는 제 못돼먹은 딸년도 금방 웃고야 만답니다.
ㅡ아, 그렇습니까? 글쎄말입니다. 그러면 그렇겠지요.  앙리 베르그송은 자기의 저서《웃음》에서 희극적인것을 의미론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사람은 타인과의 협조관계에서만 웃을수 있다는 점으로 보아서 인간의 웃음은 사회를 형성하는 기능을 가진것이 틀림없습니다.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작용을 하는겁니다. 하다면 주선생을 웃음의 세계에로 다시 불러들이는것이 바로 정상인이 되는 징표입니다. 암, 그렇구 말구요,
이제 사람이 흔히 웃게 되는 리유를 말하지요. 홉스는 웃음이란 돌연히 나타나는 승리의 감정이라 했습니다. 주선생은 이 경우에서 마지막으로 웃은게 아닙니다. 예. 그렇지요. 그때 상황이 그렇게 되였다니까. 베인이라는 학자는 타인의 권위와 체면이 상실되였을 때에 느끼는 쾌감이라고도 했지만 그것도 아닌것이고…쇼펜하우엘은 어떤 관념과 상념이 불균형인 때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아ㅡ예, 좀 지루하겠지만 그냥 들어두는게 치료하는데 유조할것입니다.
례를 들자면 어떤 멋진 신사가 길가에서 빠나나껍질을 밟고 넘어졌다거나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었을때와 같은 경우이지요. 립스는 무엇인가 중대한것을 기대하고 긴장해 있을때에 예상밖의 결과가 나타나서 갑자기 우습광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주선생이 그날 원장실에서 마지막으로 앙천대소한 심리바탕이 바로 이것이였지요. 그 한번의 억장이 무너지는듯한 웃음이 그만 주선생의 웃음신경을 꽉 막아버렸다고 할수 있습니다.
베르트 하이머는 만화를 보고 웃는것은 자신의 심정이 부분적으로 닮지않았으나 부분적으로는 그 내용에 근사하게 닮았을 때의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주선생은 학원에서 한 그 결정에 어처구니 없었던겁니다. 만화같은 이 인생현장에서 자기가 어떤 각색이 되였는가를 절감하고 본의가 아니게 웃음이 터졌지요. 그렇지요. 참, 그 경우에 웃지 않고 울겠습니까? 자유로워야 할 인간이 부자유한 기계와 같은 운동을 하였을 때도 웃음이 나올수있지요.
주선생이 아무리 직언을 잘한다 하여도 제 하고싶은 말을 다하고 살수 없는 이 세상이 아닙니까? 그래서 주선생은 할말을 하지 못하고 내심의 불만과 고통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그것이 그만 날숨에 묻어나왔는데 너무 성급하게 거세게 터져나오면서 성대를 진동시켰던거지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필경 이웃집 자전거가 김이 터지는 소리같은 그런 웃음이였지요. 웃음소리는 요란하였지만 기실 허구픈 웃음이지요.
자, 인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가요? 웃음이란 어리석은 사람의 변상적인 처세용반 응이라기보다는 성실하고 보람차게 살아가려는 사람의 거울이며 그 사회의 화평을 측정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옛글에 질풍노우(疾风怒雨)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맑은 바람 밝은 달에는 초목들도 즐거워한다고 했지요. 그러니 이 천지간에 화기가 없이야 사는 맛이 나겠습니까? 인심에 하루도 기쁨이 없어서는 안되지요.
세상이란 마음을 가질탓이라 하지 않습니까? 밉게 보면 모두가 미움거리요 명랑하게 웃으며 바라보면 모두가 웃음거리지요. 괴롭고 즐겁고 밉고 고운것이 모두 제마음을 가질탓에 있다는 말입니다. 한사람의 마음이 평화로우면 이웃사람들까지도 부드러워지게 하지요. 인생은 길들일 탓에 있다고 한마디로 개괄할수 있겠죠. 즐겁게 살려거든 먼저 웃으며 사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주선생님, 울어보시오. 아무도 당신을 따라 울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웃어보십시오. 사람들이 따라 웃을것입니다.
그까짓걸, 하십시오,《꽃잎이 싫다하면 닢에서 자고가쟈!》라는 옛시조가 있지요? 졸자는 옹졸하게 작은 리익에 탐욕을 부리지만 지성인은 대아정신에 뜻을 두고 자기 한생을 쾌적한 인생예술로 만들어간다지 않습니까? 그래요. 조금 미소를 짓는군요. 하하하…다음번엔 사모님 혼자서 오십시오. 그때 병의 근원을 더 깊이 알아봅시다. 남편되는 분의 은사에 관한 문제에서도 병근을 찾아야 하니까요. 에헴ㅡ》
주선생의 안해는 이튿날 다시 심리전문가를 찾아갔다.
ㅡ어제는 주선생의 기분상태를 알아보느라고 연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연구봅시다. 이 최근년간에 생긴일을 떠올려 그를 웃게 할수 없겠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십시오.》
ㅡ예, 있습니다. 언녕 고급직함을 가져야 할 분이 몇년을 그냥 밀리다가 끝내 부교수로 되던 날 집에 들어서며 벌쭉 웃었습니다.》
ㅡ그건 안됩니다. 그 웃음은 이른바 쓰디쓴 웃음이라는것입니다. 그가 조건이 충분하겠는데 어찌하여 번번히 남에게 밀렸던가요?
ㅡ다 입덕을 입은거지요. 입이 빠르고 보는 소리는 다하니까 누가 곱다고 하겠어요. 학교에서 교원주택을 지을 때 부정한 일이 많아서 집금한 사람들이 의견이 많았지요. 그때 글쎄 부실하게 군중대표인지 빈대포인지가 돼가지고 시비를 많이도 캤던가 봅니다. 세상과 시비를 걸지 말라는 도리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게 우둔한 짓이 아니고 뭡니까? 결국 물을 막은 사람은 고기꼬랭이도 못쥐여보듯 옆에서 우야우야하던 사람들은 인심도 아니잃고 제노릇만 잘 하였지요.》
ㅡ오, 그ㅡ랬군요. 그러구보니 주선생의 우울증은 돌발성적이 아닌같습니다.
ㅡ지난해 교학도 하지 않은 한 령도가 특급교원이 되고 또 어느 령도인가는 전국 무슨 모범이 되였다는데 그이가 혼자서 자꾸 희죽희죽 웃더군요. 그래서 어째 혼자 웃는가고 물었더니 더 참지 못하고《우우…》하고 웃는바람에 입에 밥알이 푸우 뿜겨나와서 마주앉았던 딸에게 야단맞은 일이 있습니다.
ㅡ아, 예ㅡ나두 그런 일은 많이 들어봤지요. 뭐 지금은 그저 그렇구 그런거죠. 해가 비치면 먼지도 빛나게 되여있습니다. 그 웃음은 비리한 자들에 대한 경멸의 웃음입니다. 안되겠어요. 진짜 웃음이 아니거든요.
ㅡ그럼…옳지, 한번은 어느 교원이 2천원을 팔고 관계를 통해 론문을 발표했다고 하면서 혼자 시물시물 웃었습니다.
ㅡ그 웃음도 안되겠어요. 학술마저 부패하게 되여져서 론문따위를 하찮게 보는 자기경멸의 웃음이였을것입니다. 주선생이 웃긴 여러번 웃은것 같지만 자기다운 웃음은 한번도 웃지 못하였구만요.
ㅡ이건 어떤지요? 몇몇 령도들이 가속을 데리고 려행을 가다가 길토비들을 만나서 몽땅 털리고 빈털털이가 되여 돌아오게 되자 여론이 와자자했지요. 그때 자다가 일어나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더군요.》
ㅡ그건 좋지 않은 웃음입니다. 키들키들 웃었지요? 맞습니까?
ㅡ아이유, 전문가선생님이 다르긴 다르군요. 정말 그렇게 웃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잘못되지나 않았는가고 숫구멍에 손까지 대보았는데요.
ㅡ주선생답지 않게 웃었습니다. 말하자면 남의 잘못된걸 보고 잘코사니야 하고 웃었으니 군자답지 않아요. 혹시 그때 이미 사람이…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ㅡ그럼 또… 참 더 없는데…
ㅡ아니, 미처 생각하지 못해 그렇지 필경 있었을것인데요. 기억의 매돌을 더 돌려 더 짜내보시지요. 어떤 돌발적인 사건이 생겨서 배를 끌어안고 웃은적이 없었던 가요? 이를테면 어떤…
한동안 심각한 표정이던 옥녀가 무릎을 탁 쳤다. 전문가의 말에서 기억의 대문이 활짝 열린것이였다.
ㅡ참, 그래요. 지난해 8월이였던지…저녁을 다 먹고 설겆이를 하는데 어떤 낯모를 사람이 무슨 꾸러미들을 여러개 들고 우리 집을 찾아왔더랬습니다. 그 사람이 주원장선생님의 집이 맞는가고 물었지요? 하긴 그런데 누구ㅡ신지…하고 자세히 캐여물으려는데 글쎄 막 밀구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나는 집을 찾는체하면서 가택침입을 하는 강도인가 해서 가슴이 다 한줌만해졌습니다.
글쎄 그게 무슨 사람이였겠습니까? 기가차서…주원장님, 저의 처제의 조동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여 정말 고맙습니다. 인차 출근하여 교학까지 맡게 되였습지요. 정말 힘을 써주어서 고맙습니다. 원래 있던 선생님들마저 쌰강시키는 비상시국에 새로 사람을 받아넣자니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라고 하면서 두툼한 돈봉투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
ㅡ그이도 나도 오리무중에 빠져서 멍하니 있는데 고중다니는 우리 딸애가 촉기 빨라서 입을 싸쥐고 웃었습니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불상참배에 려동빈묘를 찾은것이였습니다. 학교에 정말 주원장이 있었는데 동네 누군가 아무 생각없이 우리 집을 가리켜준것이였습니다. 어쩌다 딸애가 롱담삼아 그때 그 돈을 받았으면 자기가 대학갈 때 돈걱정을 안했을걸 그랬다고 말할라치면 입을 싸쥐고 위생실로 달려들어갔습니다요. 밥알이 또 딸애의 얼굴에 튀기나 하면 야단이니까요.
ㅡ참, 우스운 일화가 많은 분이군요. 부인은 웃지 않는 날이 없었겠군요. 확실히 주선생은 군자형의 인물입니다. 속은 다 모르겠지만 생김새부터 풍채까지 본다면 분필가루를 날리는 사람으로 볼것이 아니라 한자리 크게 하는 사람으로 착각할때가 많게군요. 아무튼 내가 좀더 연구하고 병근원을 다시 확정해 보지요. 참 좋기는 남편되는 분을 한번 더 모시고 오십시오. 마지막으로 그와 더 진지하게 대담하면서 더 좋은 치료책을 모색해 보려합니다. 아, 참 녀사와 같이 이렇게 절색으로 아름다운 녀인과 함께 사는데 실조라니 참 아쉽군요. 하하하…
며칠후 조금 호전된 주선생이 다시 심리의사와 마주앉았다. 심리의사는 그간 옥녀에게서 한 료해와 본인과의 직접 담화에서 동조하는 심리가 생긴것인지 이번엔 의사로서의 틀을 버리고 주선생과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속심을 주고받았다.
ㅡ들을라니 주선생은 조금 괴짜이군요. 오늘은 의사와 환자사이로가 아니라 친구처럼 한담해봅시다. 일상생활에서 있었던 우스운 얘기를 해보시지요.
ㅡ글쎄말입니다. 하긴 이 인간세상을 어떻게 보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확실히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웃으며 살려고 마음을  지어먹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겐 웃음거리얘기도 많습니다.
ㅡ얘기가 두서없고 길어질수도 있는데요.
ㅡ예, 괜찬습니다. 기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나 소설을 좀 쓰는 업여작가입니다. 하긴 갖잖게 필명으로 발표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동네집 로친네들이 하는 허드레 잡소리도 귀를 기울여보는 직업병이 있습니다. 주선생님의 조우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참 좋아요, 하하하…주선생의 불행을 웃는게 아닙니다.
ㅡ아니, 그럼 그새 나의 일을 가지고 소설을 구상했겠군요, 쓰지 마십시오. 어떤 일은 소설로 써서는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나도 소설가는 아니지만 소설속에서 현실을 보는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소설을 읽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몰래 웃어본 일도 한두가지 아닙니다.
ㅡ좋군요. 그걸 말해보십시오.
ㅡ선생님이 보기에 저란 사람이 쓰고 난 탈이 어떻게 보입니까?
ㅡ글쎄요, 뭐 관상학적으로는 집에 부인님과 다 얘기했으니까 본인앞에서 말하면 좀 어색한 일인데…아무튼 주선생은 천생 주원장소리를 들을만큼 생겨먹었군요. 누가보나 한자리 하는 사람으로 보기 십상입니다. 나처럼 이렇게 빼빼 마르지 않고 보기좋게 몸도 나있구요. 하하하하…
ㅡ하긴 내가 미관말직도 해보지 못한 처지인데 그러루한 웃음거리가 있지요. 예 말하자면 말입니다. 나는 이 실속없는 풍채때문에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 얘기 할가요. 생활이 그대로 소설이 되는건 아니지만 어쩌면…선생은 작가니까 물론 체호 브의 유명한 소설《뚱보와 말라꽹이》를 기억하고있겠지요. 그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있은 일입니다. 아예 서사방식으로 얘기합시다.
ㅡ 어이구, 이게 누군가? 주원장이가 아닌가? 이게 몇해만인가? 엉?!!
    나는 갑자기 내손을 와락 잡는 사람을 한참이나 얼없이 쳐다보았다. 키가 껑충한것이 장승같고 마른 명태처럼 바싹 여윈 모습을 쳐다보노라니 그제야 기억이 꿈지럭거리며 기여나왔다. 그였다. 초중때 롱구선수이고 내 짝패였던 영수였다.
ㅡ영수가 아니야? 참 오래간만일세, 그동안 어디가 무얼했기에 한번도 낯짝을 볼수 없는가? 
영수는 시종 내 아래우를 훓어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ㅡ그동안 일이 잘 풀렸던 모양이구만. 풍채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나 탄복하네. 한자리 하지 않으면 크게 벌었던 모양일세그려.
옛친구는 아마 만면춘풍인 내 얼굴과 두둑한 내 배를 보고 아름다운 착각에 빠진게 분명했다. 중국사람들의 관념은 참으로 유치하다. 배가 나오고 좀 틀거지가 나면 무슨 어른이나 갑부와 련계시켜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니 말이다.
70 년대까지도 확실히 배가 나온 사람중 열에 아홉이 간부였던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비게나 좋아하고 영양섭취가 좋으면 고구마를 구어파는 사람도 뚱뚱해지기 마련인데 아직도 배로 신분을 판정하는 의식은 얼마나 유모아적인가? 이런 관념으로 본다면 작은 부쉬나 일본의 고이즈미는 촤하층계층에나 알맞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나는 얼없이 웃었다. 때론 안해의 명령에 따라 남새지장에서 남새를 살때 장사군들이 각별히 은근하게 대하는것은 사실이다.
ㅡ아야, 로반! 친히 남새를 사러나왔군요.
ㅡ이러지 마시오. 난 무슨 로반도 아니니까. 무얼 보고 자꾸 로반이라 부르지…
ㅡ아이유, 지금 배나온 사람이 배가 홀쪽한 사람보다 더 많은 세월이지만 당신의 그 풍채는 아무래도 일반 뚱보들과 다르다니까요.
그럴때마다 나는 웃었다. 내 배가 아무래도 복배가 틀림없는것 같았던것이다. 중학교에 있을 때도 간혹 일이 있어 교장실에 앉아있노라면 찾아온 손님들이 늘 내 앞에 와서 교장선생님을 개여올릴 때가 많았다. 한번은 장백산구경을 갔을때다. 한창 길닦이를 하느라고 길이 막혀서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데 공지책임자가 내게 다가 와서는 길을 지체시켜 미안하다고 사정을 구하였다. 내가 령도는 저쪽 차에 있다고 해석해도 곧이 듣지 않았다. 그래서 교장선생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 한생에 배때문에 웃음거리도 많이 생겼고 자의 아니게 편리도 얻을 때가 얼마인지 몰랐다. 얼마전 농촌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 가던 길에 한족마을을 지나는데 두아낙네들이 마을어구에서 대판 싸우고있었다. 싸움은 치렬했고 오가는 욕설은 그야말로 아주 정채로웠다. 나는 운전수더러 잠간 차를 세우라하고 내려서 구경하였다. 어떤 글감이라도 생길것 같았던것이다. 주위에 둘러서서 싸움을 구경하던 아낙네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아무말도 없이 심각한 얼굴로 지켜보는것을 보고 내 눈치를 살피는것이였다.
제정신없이 다투던 두아낙들도 슬그머니 휴전을 하고 나를 흘끔흘끔 바라보더니 그중 한 녀자가 어줍게 다가와 호소했다.
ㅡ향에서 내려오신 간부어른이시지요? 글쎄 이런 무법천지가 어데 있어요? 저년이 자기 밭에 풀을 뽑아서는 우리 밭머리에 마구 던지지 않구 뭐입니까. 그래서 내가 밭머리에 그렇게 풀을 던지면 풀씨가 들어앉는다고 걷어내가라구 말했지요. 그런데 제사 잘했노라구 욕질을 해대는게 아닙니까? 좀 사리를 따져주세요. 저 녀자가 촌장질을 하는 제남편의 위세를 믿고 패도를 부리는게 아닌가요?
역시 이 녀자들이 나의 배에서 착각을 가진게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것을 참을수 없었지만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고 짐짓 아닌보살하고 다른 한 아낙네를 비평했다.
ㅡ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좀 틀린것같습니다. 풀을 뽑을때는 마음이 급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남의 밭머리에 그냥 쌓아둘 생각이였다면 안되지요. 이 아주머니가 옮겨가라고 요구하는것도 도리가 없는것은 아니지요. 그리구 촌장의 부인이니 더구나 자태가 높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나의 점잖은 어투와 배에 위압감을 느꼈던지 서로 화해하고 웃으며 함께 풀을 날라갔다. 나는 이렇게 아주 체면이 서게 한차례 민사분규를 해결해 준셈이였다. 둘러섰던 사람들도 나에게 십분 황공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친구가 친구답지 않게 나의 배에 흥취를 가지는것이 우스워 가가대소했다.
ㅡ하하하…그런거 아니야, 자 가세! 식당보다 우리 집에 가세, 우리 옥녀아씨도 알현해야지, 지금은 자네에겐 형수니까.
나는 옛친구와 술잔을 나누며 그 동안 똥배때문에 생겼던 웃음거리를 안주로 삼았다. 내가 시문화국에 잠시 몸을 담그고 있을때였다. 위병이 있는 국장은 말라꽹이여서 늘 내배를 툭 치며 말할때가 드문했다.
ㅡ내배속에 들어간 기름이 당신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을수야 없지, 그런데 나는 왜 그냥 살이 찌지 않은지 모르겠단 말이요.
하긴 그가 속이 탈만도 하였다. 우리는 늘 손님을 모시고 식당에 갈때가 많은데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국장으로 오해해서 진짜 국장을 난처하게 만들군하였 다. 그날도 그랬다. 복무원 아가씨가 채를 올릴 때 좋은 채는 번번히 내앞에 먼저 놓 군하였다. 앉은 사람들중에서 내가 제일 뚱뚱하니까 우두머리로 본게 틀림없었다.
내가 그런체하고 시치미를 떼고 앉아있자 류국장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예 못본체 하고있었다. 내가 시킨일도 아닌데 안달아할 일이 무언가, 마지막으로 찐 물고기가 오를 때 류부국장이 큰 기침을 하고 나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ㅡ주비서, 시끄러운대로 그 물고기를 한국장님앞에 놓으라구, 한국장이 제일 좋아하는 물고니까,
이 말은 분명 큰 배를 가지고 사람을 흥량하는 복무원아가씨더러 들으라는 말이였다. 은근함을 잘못 바친 복무원아가씨는 나를 마뜩치 않은 눈길로 흘기였다. 그 눈길은 마치 (알고보니 하찮은 일개 비서를 우두머리로 알고 반나절이나 시중들었지 않았나? 괘씸한 뚱보라구야,)라고 쫑알거리는것 같았다, 나는 그 눈길도 태연히 받아주었다. 식사가 끝나자 우리는 아래층의 무도홀로 내려갔다.
그런데 뚱보의 복은 물리칠래야 물리칠수 없는것인듯 싶었다. 무도홀에 줄느런히 서서 기다리고있던 춤배동아가씨들도 아까 식당복무원아씨가 범했던 용서못할 착오를 범하였다. 그중에서 제일 곱고 미끈한 아가씨가 나한테 사뿐사뿐 걸어와서 경례를 올리고 춤을 청하는데 그 이상 더 은근할수 없었다. 그뿐만아니라 다른 아가씨들도 춤한판이 끝나면 내 앞에 날아와서 춤을 청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말라꽹이 류국장은 이번에도 령락의 운명을 면치못했다. 아마 생각같아 서는  당장 무도를 때려치우고 돌아가고싶었을것이다. 그가 무시로 나에게 의미심장 한 눈길을 던져오자 마음이 불안해지기시작했다.
한달이 지나서 류국장은 나를 선전과 부과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나의 실팍한 어깨에 한손을 올려놓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ㅡ주비서, 거기 가서 당신의 그 타고난 특장을 잘 발휘하게나.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언녕 딱한 각색을 놀지 않을수 없었던 비서질을 그만두고 평생 리상이던 교직에 설 생각이 간절했다. 나의 후임으로 온 사람은 한국장보다 더 왜소하고 여윈 젊은이였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비서타잎이였다. 한국장이 나를 전근시켜버린 진정한 리유를 실물로 시사하고있다. 나는 밖에 나와 킥!하고 웃었다. 뚱보40여년에 처음으로 복받은셈이였다.
안해가 듣다못해 한마디 께끼였다.
ㅡ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좀 살까기를 하라고, 아니보살하는것도 한두번이지 그냥 그렇게 하다간 언제 강건너는 흙보살이 되지 않나보라구요.
킬킬거리던 친구가 안해의 말을 받았다.
 ㅡ내버려두십시요. 뚱뚱보는 뚱뚱한 재미가 따로 있고 가끔 복도 받는데 좀 좋아서 그러오? 아닌게 아니라 자넨 어찌 생각하면 행복한 사람이네. 난 이렇게 말라있다 보니 누가 나를 경리로 보는 사람이 없다네. 하하하…
ㅡ하나 더 하시지요.
ㅡ그럴가요? 이건 내가 나의 체험이 아니라 현텔레비방송국에서 기자로 있었던 내 학생이 겪은 일입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한바탕 비릿하게 웃었습니다. 물론 눈물을 머금은 유모아였지만…역시 서사방식으로 하지요. 전달에 편리하니까요.
…자기가 제작한 신문프로가 금방 방송되는것을 보고서야 려수는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굴을 씻고 금방 밥상에 마주앉으려는데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태장의 전화였다.
ㅡ나, 박태장이요. 당신이 채방하고 제작한 현령도동지들에 대한 뉴스프로에 문제가 생겼소. 엄중한 문제가 말이요!》
ㅡ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도 금방 도정신해서 보고 나오는 길인데요. 사람의 머리수에 따라 일일이 세여본 다음에야 촬영에 들어갔는데요. 문제가 생길리 없습니다.
《참 답답한 사람이라구야, 내가 없는 일을 만들어서 말썽을 피우는줄 아는가? 서부서기의 이름이 렌즈에 담기지 않았단말이요. 그래 자네 회의실에서 서부서기의 명함이 쓰인 패쪽을 못보았단 말이요? 엉?》
ㅡ아!네ㅡ에, 패쪽은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차 착석하려니하고 기다릴가 하는데…회의는 시작되지 비서가 무얼하느냐고 재촉하지 해서…아무튼 회의가 끝날때까지 서서기는 종시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뭐 사람이 없는거야 내 잘못인가요?
ㅡ무슨 큰 일 날소리요? 패쪽이 놓여있으면 회의에 참석한것으로 되여있단말이요. 그런 상식두 모르오? 그리구 왜 마음대로 이름을 삭제하구 써넣지 않았는가말이요? 엉? 이거 큰 일 났군. 됐소. 됐소. 무슨 변명이 그리 많소?》
수화기를 탕! 하고 놓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려수는 억울했다. 그는 밥먹을 생각도 잊고 책장에서 국에서 찍은 문건을 겨우 찾아내여 현령도동지들에 대한 보도를 쓸 때의 규정을 한글자 한글자 따져 가며 읽었다.
시령도동지들에 대한 신문보도는 한낱 중요한 문제로서 우선 배렬문제상에서 중요성이 표현된다고했다. 그저 획에 따라 배렬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리고 괄호안에 선후를 분별하지 않았다는 따위의 주해를 다는것도 엄금한다. 령도의 이름배렬은 엄격한 론리적관계가 있는바 부문별로 나눈다면 먼저 현위, 다음 인대, 그리고 현정부, 정협 등 순서로 배렬하고 직위에 따라 정,부직을 선명하게 갈라놓아야 하며 상무 위원의 경우 부서기 바로 뒤에 배렬하며 부직들앞에 놓아야 한다.
동급이라도 누구를 앞에 놓는가 하는것도 신중해야 한다. 만약 약간의 차실이 라도 생기면 엄중한 실책으로서 이름을 배렬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한편의 프로를 제작하는 시간보다 적게 해서는 안된다…
려기자는 서너번 곱배기로 읽어보았으나 패쪽이 있으면 회의참가자명단에 써넣야 한다는 조목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한숨을 쉬고 다 식은 밥을 모래알 씹듯이 억지로 씹었다. 안해도 그때까지 선채로 손에 땀을 쥐고있다가 호ㅡ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였다.
ㅡ앞으로 정신을 바싹 건사하세요. 늘 데면데면하다가 전번처럼 큰코 다치지 말구요.
안해의 지청구가 딱 질색이였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섬찍한 왕금년의 일을 꺼내자 그만 저절로 기가 푹 죽었다.
2년전이던가, 그때도 현급회의를 채방하고 텔레비에 내보냈는데 그저 그렇게거니 하고 스쳐버린 하품문제때문에 하마트면 요행 잡은 밥통까지 깨질번했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정신을 바싹 차리고 전투에 뛰여들었는데 그만 엄중한 “정치착오”를 범했던것이다. 역시 차원이 높은 회의인지라《려홍호텔》작은회의실에서 거행되였다. 사회자가 다시 한번 텔레비방송국기자들과 신문기자들이 다 와서 만단의 준비가 되여있는 가를 확인한후에야 개회를 선포했다.
촬영기자들은 요리조리 돌아가며 특사식촬영을 했다. 려수가 렌즈를 한 주요한 현위령도에게 돌리는 순간, 공교롭게도 하품을 시작하였는데 상당히 수준급의 하품 이였다. 잔뜩 늘어지게 하는것은 둘째 치고라도 굉장히 자재적이였다.
몸동작의 폭도에 대한 공제가 해제되여 있는데다가 보통 평민의 하품처럼 온몸을 움직이거나 코와 입, 눈이 마구 얼크러지는 하품이 아니라 입이 멋지게 귀밑으로 돌아가면서 하악골과 상악골사이에서 으드득 소리가 나는데 아무튼 남다른 특색이 있었다. 보는 사람의 눈에도 그 한번 하품이 육신의 나사를 다 푸는듯 싶었다.
려수의 데퉁스러운 성미때문에 그 장면이 텔레비화면에 그대로 나갔다. 방송국의 총편집도 이것을 보아내지 못한것은 아니였다. 그는 워낙 현의《텔레비별》들을 다룰 때는 비상히 신중한 사람이였다. 그리고 매번 긴장해서 가슴을 떨군했다. 그런데 방정맞게도 요시각에 하품걸작이 나왔는가고 두덜거리며 삭제할가 하다가 그저 간단 히 삭제해버려서 해결할 일이 아님을 발견했다. 그는 바늘방석에 앉은듯 안절부절 하다가 펄쩍 뛰여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하품하는 그 장면만 잘라버리자니 지도자의 전반 소묘를 잘라 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번 신문소식은 하나마나한것이 되였기때문이다.  (에익, 얼빤한 놈이라구야,) 그의 입에서 촬영기자를 욕하는지 누구를 욕하는지 모를 욕설이 터져나갔다. 당장 려수를 대령시켰다. 려수는 머리가 잘 돌았다.
ㅡ총편님, 이 하품은 초불을 켜들고 찍자해도 없는 특경입니다. 이 하품이야말로 현위령도들이 침식을 잃어가면서 사업하다보니 때와 장소를 가릴것없이 체현되는 피로한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현의 지도자동지들이 얼마나 수고하십니까? 회의 장소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자는분들도 흔히 보는데요.
려수의 말을 듣고보니 아닌게 아니라 그럴듯 했다. 그는 늙은둥글이처럼 씨익 하고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다분히 막무가내한 웃음이였다. 결국은 한갖 촬영 기자인 려수가 그에게 새로운 측면에로의 사로를 열어준셈이다. 역시 현대젊은이 들의 창신의식은 미칠바가 못된다고 탄복도 했다. 그는 소식이 방송된후 인차 신문에도 내면 별다른 맛이 날것같아서 소식한편을 써갈겼다.
제목은《지도자가 회의장소에서 한 하품이 주는 계시》라고 별스럽게 달았다. 그는 흐뭇해서 빙그레 웃었다. 그 지도자의 하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달아주고 깊은 사색을 던져줄것은 의심할바 없었다. 이런 좋은 재료를 그저 깔아 둔다는것은 상급에 대해 매우 미안한 일이고 엄중한 정치실책이라고 생각되였던것이다. 아무튼 지금 같이 오묘한 세월에는 머리가 팽팽 유리골이 되여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복잡하게 여겼던 텔레비소식이 나간후 생각밖으로 별다른 반향이 없었다. 아마 날마다 나오는 얼굴이고 날마다 듣던 소리여서 거개 심드렁해서 보다 나니 누구나 눈길을 박아보지 않은게 분명했다. 이럴 때 문자의 위력을 발휘해야 했다. 총편은 어쩔가하고 망서리고있던 신문원고를 신문사에 보냈다.
신문소식이 나가자 자그마한 현성이 보리죽끓듯 했다. 그 지도자의 하품의 안팎을 두고 벼라별 기발한 상상들이 현실화되였다. 옛날 생산대회의같은데서 하품하기는 방구를 뀌는것처럼 례상사였고 그 때는 록상기라는것은 상상도 못했으니 그저 그렇지만 현에서 한다하는 령도어른이 텔레비화면에 하품하는 장면으로 양상된것은 거의 하늘이 기울어질 큰 일인것이였다. 결국 재화의 근원은 려수에게 있었다.
예측이 억측을 낳고 억측이 현실을 낳았다. 로신선생이 말했듯이 원래 중국 사람들의 상상력은 대단한것이다. (긍정적으로 온밤 술에 퍼져있다보니 너무 피로했던거야, 지금 벼슬깨나 하는 사람들치고 주지육림에 몸을 잠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흥, 매일 술과 씨름하다보면 박달이라도 배겨내지 못할걸, 모르긴 하겠지만 어제밤, 또 작은 꿀벌에게 쏘였는지 누가 안담? 날을 샌게 분명하다니…
듣자니 향장으로 있을때도 녀색에 빠져서 맥살을 못추고 다녔다더군그래. 뜬 소문에는 그의 작은 꿀벌이 어느 국에 부국장으로 된다더군, 에끼, 함부로 넘겨집지 말라구, 간대루야 그렇게 망녕을 부리겠는가? 글쎄,  그게 아니면 어느 돈많은 부자와 온밤 장성을 쌓느라고 수고했겠지, 하루밤에 몇백원 몇천원을 따냈는지 알턱있나?
혹시 더 높이 청운에 오르자고 먼곳에 어른께 무엇을 가져다주고 밤도와 돌아 오느라고 하야안에서 잠을 설칠수도 있지, 그러지 않구야 텔레비에 나갈줄 알면서 하품을 하였겠나?처음엔 제각기 좋도록 상상해낸것들이 이 입, 저 입에서 옮겨다니며 현실화되고 그의 친신들의 귀에 들어가 나중에 현위 그 지도자도 알게 되였다. 천둥같이 노했다. 그는 분명 어느 놈이 뒤에서 자기를 거꾸러뜨리려고 작간한것이고 텔레비의 그 빈충맞은자들이 그놈에게 매수된것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그저 가만있지 않으려고 단단히 벼르는데 설상가상으로 신문에 론평까지 나왔다. 총편집이란자가 머리를 짜내여 쓴 글이 백성들속에서 꼬이고 얽히고 하다가 나중엔 그럴듯한 추문으로 활성화 되여졌다는것을 듣고 모골이 다 속연해졌다. 그는 귀머거리로 되여지는게 현명하다고 고쳐생각하였다. 그래서 그저 쉬쉬하다가 말았다.
…이튿날, 려수는 별생각없이 국에 나갔다. 그런데 마주치는 동사자들마다 의상한 눈길로 힐낏거리며 총총히 지나치는것이였다. 마치 문화대혁명때 계급의적들을 만났을 때 던지던 그런 눈길이였다. 려수는 행사란에 전체 직공대회가 있다는 통고를 보며 기분이 찜찜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니다 다를가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더니 회의는 려수의 엄중한 착오문제를 공포하였다. 국당위서기가 회의에서 열변을 토했다.
ㅡ응, 이게 무슨 작법이란 말입니까? 려기자의 신문보도는 지금 서부서기의 신상에 매우 불량한 영향을 끼치고있단말입니다. 지금 현위에서 한창 령도기구를 조정하는 판에 사람들이 보도를 보고 모두 서부서기가 엄중한 착오를 지고 나떨어 졌는가고 여론이 분분하단 말입니다. 서부서기는 지금 대단히 노여워하고 있습니다.
에헴, 이번에 원칙대로 하면 려기자사건을 엄숙히 처리해야 하겠지만 패쪽이 놓여있으면 보도에 이름을 써넣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다시 검토되여야 하고 전번 에 오동무가 이름을 배렬하는데서 범한 착오와 성질이 다르므로 신중하게 처리하려 합니다. 사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우리 지도부에서 어제 긴급회의를 열고 토론한 결과 다음같이 처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려기자는 참답고 심각하게 서면검사재료를 써야 하는데 원고지 열장이내여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달 장금은 삭감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말할것은 현급령도들에 대한 보도규정에 만약 주석대에 패쪽이 놓여 있으면 본인이 앉아있는것으로 인정하고 보도에 이름을 반드시 써넣어야 한다는 이 중대한 새 조목을 가첨한다는것을 이 대회에서 선포합니다. 앞으로는 다시 이런 엄중한 정책성, 정치적착오가 나타나서는 절대 아니되겠습니다. 에헴, 엄, 》
회의는 끝났으나 려수는 자리에서 일어설 맥조차 없어 오래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타격이 침중하였다. 어깨가 축처졌으나 밥통은 깨지지 않고 남아있으니 다행이랄가, 려수는 억울하기도 했으나 처마가 낮으면 머리를 숙여야지 하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수걱수걱 제앞에 일만 했다. 불에 덴놈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고 현의 회의소식을 보도하라는 임무를 맡을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렇게 조심조심하느라 전전긍긍하는 려수에게서 또 사달이 생기고야 말았다. 회의보도를 한 이튿날 , 출근하자마다 복도에서 왁자지 껄하는 소리가 그의 가슴을 쳤다. 서부서기의 부인이 한창 태장을 닦아세우고있었다. 려수는 자기가 한 보도에 또 실책이 있다는 소리에 가슴에서 널장이 떨어지면서 대번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
ㅡ그래, 려기자인지 여기자인지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돼먹은겁니까? 우리 서부서기에 대해서는 어째 그렇게 찡톨을 확대하지 않고 작게 나오게 했는가 말입 니다. 그리구 어째 한쪽에 치우치게 했는가 말임다. 그러구서야 서부서기의 위치가 돌출해질수 있단말임까? 우리 서부서기는 아직 물러나지 않았단 말임다. 왜 보도에 서는 한쪽에 물러난 인상을 주는가 말임다. 어째 동무네 텔레비를 그냥 꾸릴작정 입니까? 안꾸릴작정임까 ?…
기관총소사를 하다가도 가담가담 수류탄이 터지듯이 8음도로 높아지는 서부 서기부인의 질책에 태장은 그저《예예!》하며 굽석거리기만 하였다. 이튿날 또 직원대회가 열렸다. 려수라고 이름을 딱 찍어서 비평했다. 회의끝에 려기자는 더는 신문보도부에서 사업할 자격이 없기에 후근부분에 내려가 적당한 일을 할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현위령도동지들에 대한 보도를 할 때 특별히 중점을 돌출히 할 조목을 첨부한다고 선포했다.
ㅡ내얘기는 여기서 마치지요. 모두 시시껄렁한 얘기니까요.
ㅡ아니, 참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지금 “얼굴공정”이 극성인데 역시 정신적인 부패이지요. 그러나 그걸 말려낼수 있겠습니다? 인제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먼저 잠간 나가계시십시오. 부인님에게 따로 부탁할 말이 있습니다.
ㅡ예, 그러시지요.
주선생은 다시 심각한 얼굴로 문을 밀고 나가다가 돌아서서 한마디 했다.
ㅡ허선생님, 그동안 나를 치료하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도 들어서 알다싶이 나는 아마도 웃음을 되찾지 못할것 같습니다. 나는 이 며칠 선생을 심리학박사로 알고 담화에 응한것이 아니라 지성인이라 싶어서 속에 담고있던 얘기를 친구에게 하듯이 한것입니다. 그리알고 계십시오. 아무튼 고맙구요.
심리학박사는 주선생이 닫고나간 문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무슨 사색에 잠겨있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리고 돌아앉아 옥녀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ㅡ이자 함께 들으셨지요. 주선생은 그렇게 여유작작하게 인생일사를 이야기했습 니다. 참 좋습니다. 이름때문에 오해를 많이 샀다더니 참 의미가 있네요. 남편되는 분에게 자꾸 그런 일화를 꺼내도록 해보십시오. 그러면 차차 이 삭막한 세상에서 웃음의 오아시스를 찾을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내 친구가 장춘의 어느 대학에서 교장으로 있는데 한번 알선해 보렵니다. 이번에 불행한 환자를 만난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많은것을 배웠구요.
집에 돌아온 주선생의 안해는 친척들과 친우들을 가득 모아놓고 남편더러 우스웠던 이야기를 하라고 졸랐다. 그런데 주선생에게 울다죽은 귀신이나 붙었는지 종시 웃지 않았다. 안해가 너무 닥달해서 그랬던지 주선생은 잠간 시무룩하게 웃는듯 하는듯 싶다가 오히려 대성통곡하는것이였다. 비록 눈물은 아니흘렸지만 곁사람이 가슴이 찡하도록 가슴을 치며 울었다. 오래오래 슬프게 울었다… 주선생의 안해도  어쩌면 영원히 웃음을 잃을수도 있는 남편을 붙안고 소리내여 울었다…



 
 
                                              2000년 3월 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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