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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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의 메아리
2017년 01월 23일 19시 35분  조회:333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회한의 메아리
 
                                                 최 균 선
 
    또 한고개를 넘어섰다, 고래희라는 인생의 막바지도 코앞에 다가온다. 세월령감은 랭혹하다. 한갑자 돌고나서 더욱 시한부적인 삶을 살고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머리카락은 검은빛을 거의 잃어가고 눈도 점점 흐려지고 있음에 실망한다. 시간은 공간의 삶을 비유와 상징과 은유로 함축한다.
    시간속에 공간인가? 공간속에 세월인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스스로 계절병을 앓는다. 계절이란 곧 철이 바뀜을 뜻하고 철이란 곧 생명선의 굽이를 뜻한다. 생명의 계절이란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의 계절이기도 하다. 초년고생은 은을 주고도 못산다는 속담은 운명의 해빙기를 맞아 성공한 사람들만이 여유롭게 외울수 있는 말이다.
    흘러간 세월의 언덕위에는 무수한 추억들이 서성거린다. 잡다한 추억들이 굼닌다는것은 희로애락의 명암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험이 기억을 붙잡고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회색추억만 끌고 서성대는 상념은 허무맹랑하다. 누구에게는 은혜를 입었고 누구에게서는 모욕당했고 그 누구에게는 배반당했고 억지를 부린일도 큰 실수를 한것도… 가장 아팠던 일, 가장 미웠던 사람, 너무 황당해서 크게 웃었던 일, 등등 그러나 그것은 모두 지나간 추억에 매달린 헛개비들이다.
    천지간에 문도 없고 담장도 없으니 오고감이 스스럼없어야 했건만 창해일속같은 인생을 하늘과 땅에 부끄럼없고 후회가 없이 산다는것이 어려워서 세월은 반성할 사이도 주지 않고 속눈섭 사이로 흘러갔으니 내삶의 자취야말로 후회스럽기만하다. 가시밭길에 찢기고 닳아서 누더기같이 된 내 삶의 양상, 인생무상 회한의 세월이여! 남은것은 명암이 엇갈려 분명치 않은 허무만이로구나.
    사람은 자기 인생극을 쓴다는데 풀이슬같은 인생이여서 세월의 물결이 자취없고 뜬구름아래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지금도 애써 무엇을 이루려하니 우습도다. 푸른 산, 흰구름은 절로 한가롭고 파도는 밤낮 바다기슭의 바위만 들부시며 공연히 격정을 뽐내는구나. 이제 로옹이 다 되여 마음과 기운을 풀어버리고 앉았으니 내 마음이 비로소 바다같이 넓게 열리는도다.
    뿌린대로 거둔 인생의 계절을 맞아 그 결실에 실망하고있다. 이미 흉작이 된것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엄청나게 사랑했던 그사람도, 가증했던 그 사람도 고인이 되여 별 볼일이 없게 되고…그렇다. 지금은 무엇도 새로 뿌릴수 없는 계절이다. 모든것이 쇠락을 달고 다가왔다. 이제는 거둔 그대로 적으면 작은 되로 헤아리며 쭉정이면 쭉정이대로 마음의 골방에서 말리워야 할것이다. 그런데도 쭉정이를 바라볼 때는 자존심이 상한다. 자존심때문에, 회한때문에, 아쉬움때문에 인생의 막바지에서 가슴 앓이를 하게 된다.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는것은 곧 과거를 잊는 자포자기이고 자존심이 찢기는듯한 아픔인줄 안다. 아무리 깊은 상처가 남아있어도 어쩔수 없는 오늘의 자기 모습, 이갈리도록 미워도 어쩔수 없이 잊어야 하는 과거, 어떠한 사정이 있어도 그런것들을 무시해야만 하는, 아니 무시해 버릴수밖에 없는 현재의 나의 모습이 결국 과거의 모든것을 짓밟아 버리도록 충동질하는것일가?
    자기의 과거를 무시한다는 말속에는 자신이 품었던 꿈, 희망, 인격력량 등을 모두 무시해버리는 결과일진대 과거의 시간만을 짓밟는것만 아니라 당시에 가졌던 자존심마저 밟아버린 결과가 되고만다. 꽃이 죽어야 열매가 맺힌다지만 내 생명의 계절엔 어울리지 않는 사항이다. 남은것은 막무가내한 유감과 회한의 메아리이다. 그 메아리마저 곧 한오리 연기속에 사라져버릴것이다
    돈보다 중요한것이 량심이요 진실이며 명에나 권세보다 더 중요한것이 인격과 실속이라 믿었더랬다. 가난한 사회주의에 살면서 황금을 비웃었고 권세의 몽둥이에 피터지면서도 자존심이나 존재의 리유를 확신했다. 오직 운명대로 정직하게 열심히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아왔지만 결과 가는 곳마다 밑바닥에서 기여야 했다.
    졸업장이 없어 옮겨앉은 직장마다에서 소외의 대상이였고 직함평정때마다 자격이 미달이란다. 그래서 결국은 리용물이 아니면 도구가 되는것이 내삶의 궤적이 되였고 내 모습이였다. 스스로 자존을 죽이고 물없는 저수지와 같은 사람들이래도 경이원지 하면서 선망하며 살아야만 했던것이 내 삶의 준칙이였다.
    부정을 보고도 참아야 했고 비리를 알고도 눈감아야 했다. 분명 나의 잘못이 없는데도 덮어써야만 살수 있은 자신을 살펴볼 때 이미 자존은 죽어있었다. 바보처럼 살면서 분하고 억울했지만 죽어주어야만 했다. 그런 자신은 스스로 실망할만큼 비참하였다. 슬픈 일이다. 나의 탓이 아닌데도 항상 내탓인것처럼 참았던 내가 안쓰럽다. 태여날 때 운명이 나를 비참하게 하였건만 나의 잘못인것만 같았다. 일자무식 부친이 손발이 터도록 일하고 일한 덕분에 밥술이나 푸짐히 뜨며 살수 있었는데 그것이 업보가 되고 내가 그러한 아버지의 막내로 태어난것이 어찌 내탓이라 하리요.  
    설상가상으로 만네살 때 그런 아버지나마 세상을 떠나니 우리 오남매는 된서리에 쪽지가 떨어진 쭈그렁 애호박신세가 되였다. 그것이 어찌 내탓이고 출생이 문제여서 상급학교로 진학못한게 어찌 내탓이며 아버지 성품대로 정직하게 살아온것이 어찌 내 잘못이라 하리요? 그렇다, 정직하게 참되게 올곧게 산것은 결코 내탓이 아니다.
    내가 자기에게 무책임하게 잘못 살았다면 내탓이 될수도 있는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이 살려고 애써온 나이기에 결코 내탓이 아니다. 그때의 사회풍조가 우습게 뒤틀렸을뿐이다. 그런데도 반평생을 죄지은 사람처럼 살면서 왜 내잘못처럼 당해야만 하였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머님은 어린시절부터 굴욕스러운 삶을 살수밖에 없도록 하셨고 운명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하셨다. 마음속에 팔자가 새겨졌기에 그 어려운 성장기간에 내내 굶주리면서도 남의 집 오이밭에 한번 손을 디밀줄 몰랐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실수하고도 가슴이 뛰던 나였다. 그렇게 착하게 참되게 살면 운명은 미소하리라 굳게 믿었다.
    그런데도 후반생이 되여서야 요행 잃어버린 존재의 리유와 인격을 찾을수 있었다. 내가 만약 보다 일찍 교단에 올랐다면 내 생명의 빛과 열을 더 한껏 발산할수도 있었을것이고 지각한 붓쟁이로 요모양요꼴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자신을 저울질하면서 내자신이 그저 서글프다.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일이 없는 삶을 살아왔는데도 회한에 가슴이 터지고 자존심이 땅에 곤두박질치며 개탄을 찍는다.
    그 모두가 내탓이 아닌 운명의 작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출생후유증이 지지리 나를 울리였다. 나처럼 불우했는데도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실패한 인생을 붙안고 가슴을 쓸어내리는가? 그렇게 말하면 바로 내탓이 된다. 그러나 타고 난 기질대로 살고 량심에 구김없이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일하고 학문의 꽁무니에 매달리면서 살았다. 그렇게 보면 내탓은 아니다. 그렇다. 인생의 막바지 림시일터에서도 학벌차이의 실락감을 받아안지만 그것이 어찌 내탓이리오. 돌밑에서 용케도 뻗어나온 풀줄기같은 내 목숨이 억울할뿐이다.
    그래서 꽃이 죽고 열매가 맺힌다는 인과철학에 도무지 익숙할수 없는지도 모른다. 슬픔에 절었던 불우한 내삶, 이렇게 되지 않고 다르게도 될수 있었으리라는 회한의 메아리가 내심령의 골짜기에서 저절로 울려나오는지 모른다. 그렇다. 자신의 내부를 의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강자이다. 언제부터인지 잠자기전에 자신을 해부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누구인가. 닥치는대로 읽은 그 많은 책들은 어디있으며 들었던 수많은 말들은 모두 어디에 날려가버렸는가. 부딪치고 짓찢기여 인젠 무디여버린 자존심도 체념으로 무너져내렸다.
    만약 자신의 내부를 끊임없이 씻어내는 습관이 언녕 있었더라면 주어진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길수 있었을것이고 인생의 괴까다로운 의미도 나름대로 해석할수 있는 지자가 되였을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안목을 갖춘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분명하며 곧 삶의 의미도 깨닫는 이심전심의 마음도 아울러 갖추었을것이 분명하거만 나는 아니였다. 슬프게도 나는 아직도 지성을 갖지 못하였다.
    적지 않은 배움과 개똥밭에 참외같이 살아온 쓰거운 경험도 없지는 않고 젊음의 허기증과 욕망에 매달려 버둑질한 모대김도 있었지만 인생을 거의 살도록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거니와 그런 까닭으로 인생을 막무가내한것으로 대해왔던것이다. 그러니 생활의 그 깊은 심연과 비밀을 내가 어찌 가늠할수 있겠는가.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만 살지만 괴로우면서도 그것을 얼마나 끈지게 이겨나가느냐 하는것을 실증하기 위해 생명의 연장선을 그어왔는지도 모른다. 짙게 물들였던 소망도 퇴색해버린 벽보처럼 황혼의 바줄에 걸려 조석으로 부는 바람에 날리고 지난날의 순간적인 영광도 뒤돌아보면 한낱 허망한 꿈이나 다름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남은 일은 어두운 눈으로 석양의 잔광을 바라보며 삶의 어슬녘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속에 허둥대것뿐인데 가슴의 골짜기에 울리느니 회한의 메아리…
                         
                                                           2009년 2월 3 일                   <단풍잎>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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