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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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례찬
2017년 05월 13일 19시 24분  조회:285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단풍례찬
 
                                                            최 균 선
 
    나는 가을마다 단풍이 드는 숲의 사연을 알지 못하지만 알심들여 단풍례찬을 엮으련다. “연변단풍수필회”회원들의 작품집15기 출간에 즈음하여 기념문장을 쓰려니까 자연히 단풍례찬으로 화두를 떼지 않을수 없다. 비흥법쯤 되는것인지 모른다.
    단풍고운 산을 놓고 고금의 수많은 문인들이 미문을 지어 례찬했다. 단풍은 희망을 심는 새봄, 구슬땀흘려 가꾸는 여름,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이은 대자연의 조화로운 걸작들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서 그 최고경관에 노상 감동을 먹군한다.
    10월을 앞두고 나무들은 이채로움을 띄기 시작한다. 햇빛과 단풍이 시시각각 춤추며 색깔이 변하지만 우리 눈에는 서서히 물드는것으로 인지되고있다. 가령 마음을 지어먹고 관찰한다면 단풍의 색은 인간의 시각으로는 식별할수 없이 부단히 변하고 있음을 보아낼수도 있을것이다. 순간순간 이어지는 미세한 변화를 알아본다면 단풍에서 눈을 떼지 못할것이요 그 조화로움에 찬탄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꽃이 화훼의 전체가 아니지만 눈길을 사로잡듯, 단풍도 나무의 전부가 아니지만 마음을 잡는다. 단풍의 색채가 인상적이기때문이다. 인상적이란 말은 이미지에 치우 친 표현 즉 인간중심적 시선이다. 사람의 립장에서 보고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무의 립장에서 보면 단풍은 외양을 잘 보이려고 옷을 갈아입는것이 아니라 그저 나무가 살아가는 과정의 한 양태일뿐이다.
    그처럼 자연스럽게 겨울나이를 위해 물기를 말리고 잎을 지우는것뿐이다. 나무는 덤덤한데 단풍에 매혹된 사람들이 수선을 떠는것인가? 모든 사물에는 정면이 있는것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으로 보면  가을은 단풍의 계절, 산 전체가 물들고 계곡과 릉선에 아롱다롱한 자연의 색채가 어우러진 경관을 뒤짐지고 멀리서 바라본다면 단풍잎 마다에서 록색의 생명에도 붉은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단풍잎의 그 내밀한 속을 알아 볼수 없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인상에 끌리고 치우치는 일이 많지만 말이다.
    “이미지의 시대”라는 말이 우리에게 감각되는 모든것을 함축하고있다. 이미지란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것을 두루 아우르는 의미로 리해하지만 이미지란 보이는것으로, 보이는것은 영상 또는 형상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것이다. 단풍든 나무들의 이미지도 그렇다. 얼핏 보면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색채이지만 생명혼이 불타고있다.
    그런 의미를 가진 “연변단풍수필회”가 혁혁하던 로작가들의 발기하에1998년 세상에 고고성을 울렸는데 석양처럼 불타는 인생의 잔광을 문필사업에서 빛내려고 남은 생명을 보람차게 연소하면서 오로지 좋은 수필을 쓰려는 즐거움으로 모인 원로들의 문학단체이다. 초창기에 최정연, 오태호, 권철, 현룡순…등 작가들이 운집함으로써 태생적으로 권위성을 띠였다. 아무 욕심도 없이 단순히 문학사랑으로 모인 로문인 들의 모임은 로년문학단체라기보다 우리 문단에 석양이 비낀 오아시스라고 말하고싶다.
    돌이켜 생각하면《연단풍수필회》초창기의 로문인들은 퇴직전 자기가 맡은 일터에서 무슨 감투나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기량을 굴린적이 없었듯이 수필회내에서도 아무 욕심도 없는 지성의 문인들이였는바 후학들에게 늘 용기를 주시고 좋은 작품을 쓸수 있도록 인도하며 격려하시던 선배선생님들에게 우리 후배들은 세월과 더불어 색바래지 않는 존경을 고이지 않을수 없었다.
   올곧은 선비들의 마음의 터밭을 가꾼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15년세월 많이도 로심초사한 로작가님들과 연변대학의 학자분들이 “단풍수필회”에 쏟아부었을 그 정성과 심혈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의 품격은 후배들을 편달하고도 남는다.
   《연변단풍수필회》는 언제나 빛을 건져 광합성을 하는 가을나무들처럼 작품집《단풍잎》열다섯호나 출간하게 되였다. 비록 단풍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성쌓고《남은돌》들이 모인 동인회라고 여길수도 있지만 돈이나 명예를 얻는일도 아닌 순수문학모임이다. 글쓰는 일이 번거롭기는 해도 생명활동의 보람과 위안을 삼을수 있다는것은 보람찬 일이 아닐수 없다.
  《단풍잎》이라는 표지에는 단풍의 이미지를 살리려는 불타는 마음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만큼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작가들의 마음이 어우러져《단풍수필회》만의 고유한 빛깔을 재창조하여왔다. 그동안 수필회를 헌신적으로 이끌어 당당하게 열다섯고개를 넘어 작품집 15호를 내면서 새삼스레 초창기 원로들의 모습이 떠올려지고 자연히 옷깃여미고 명복을 빌고 또 빌게 된다. 
    뭔가 남과 다르게 튀여야 하고 이질적인것으로 창신을 보여주어야 부가치가 오르는 이 시대에《단풍잎》이라는 단어는 마치 철지난 실락감을 느끼게 할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음미해보면 단풍이라는 계절의 특징을 상징하는 그 의미속에 만년에 생명의 빛을 단풍처럼 불태운다는 의로움이 가슴깊이 와닿을것이다.
  《단풍잎》라는 이 특정된 그릇에는 얼마든지 다양하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마음의 소산을 담아왔으며 석양처럼 생명혼을 빛내며 서로 긍정적인 힘을 주고 받으면서 좋은 글을 써내기 위해 여전히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문단을 나름대로 수놓았다. 몸은 비록 쇠잔해가지만 시들줄 모르는 문학정신과 지성을 아우르며 생명력있는 또 다른 문학원지를 가꾸어왔기때문이다. 
    로선배들은 파란많은 인생현장에서 느낀 감수를 에누리없이 표출함으로써 우리에게 좋은 수필의 본보기를 세워주었다. 혹자는 수필이란 정열의 부르짖음도 아니요, 비통의 하소연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정(情)을 아름다운 문구에 담는 자아가치실현이요, 한가함을 위로하며 재능을 빛내는것이라고 자긍할수도 있으리라.
    무엇을 고백하든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든 인생의 걸어온 자취 혹은 흔적을 드러내는것이 수필이 아닐가싶다. 고개길을 넘던 나그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어떤 상념에 잠겨도 볼수도 있고 무심히 발앞에 흩어진 단풍잎을 주어들고 생명의 막무가내함과 생활의 무상함을 느껴볼수도 있으리라.
    로작가들처럼 진실이라는 투시경을 내들면 생활현장을 투시할수 있을것이요 가식없는 진솔한 마음을 담으면 좋은 수필글이 될것이다. 비정과 비리에 대한 분노가 그속에 있고 인생에 대한 감수가 그속에 있고 진리가 또한 그속에 있다. 가슴에 맺힌 정한과 눈물과 웃음을 담는것이 진실한 문필사업이요 문학의 진미라고 믿어진다.
    연변문학지들이 경제난으로 불경기를 겪고있던 와중에 로인들의 문학단체는 더 이를데없이 경비난에 고생하였다. 그러나 수레가 산앞에 이르면 반드시 길이 있다고 하더니 고마운 분이 나타나서 정부차원에서 힘있게 밀어주게 되여《단풍》은 때지나 시들어버린 락엽으로 세월속에 묻혀버리지는 않고 오늘도 락엽귀근의 구실을 잘 해내고있다. 황혼을 불태우는 지성의 문인들이 새 아침에 선배들이 남겨준 훌륭한 전통을 이어받아 다시 젊은일대들에게 물려준다면 그보다 더 값높은 일 있으랴!
    매년 가을산에서 단풍을 바라볼때마다 생각도 절로 붉게 물든다. 저렇게 불타듯이 붉어지기까지 얼마나 생명혼을 불태웠으며 저렇게 불타오를때까지 단풍잎들은 얼마나 아팠을가!그래서 자화자찬이라는 오해를 살지라도 산에산에 곱게 물들었다가 마침내 산을 불사르는 단풍처럼 그 뜨겁던 가슴들, 지금도 그들처럼 뜨겁게 달구고있는 가슴들이 어렵사리 엮어낸《단풍잎》15호에 찬가로 기리고싶다.

                                                               2015년 11월 20 일                      (단풍잎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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