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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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75) 천당이 어드메냐?
2017년 12월 23일 15시 33분  조회:246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천당이 어드메냐?
 
                                                          진 언
 
      오늘 또 이웃의 장례식에 참녜하였다.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세월의 비바람에 지는 인생이 슬펐던가, 못하는 술몇잔을 걸치고 알딸딸한 걸음으로 강둑길을 굼닐다 가 혼탁해진 개천이라도 바다로 간다고 류수의 원리를 체현하는 연집강을 굽어보니 상념이 뚱딴지같이 흐른다. 미친놈 미치지 않았다고 가슴을 탕탕 치듯이, 억수로 취하고도 멀쩡하다고 하듯이 생각은 맑지만 비애는 비틀거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떠나간 이들을 생각하면 자연좇아 사후세계에 엉뚱함을 달려보게 되는것은 이맘 때 로옹들의 공통한 심성이라 할것이로되 저저 죽음을 맞는 자세는 다를것이다. 공자의 제자가 사후세계에 대해 묻자 공자가 가라사대“현세도 잘 모르겠는데 사후세계는 개나 줘버려라.”라고 했다던가? (고증할길은 없음).
    무슨 일이나 겪어보아야 실상을 알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죽어봐야 저승 알지”라는 말과는 별개로 정말 사후세계는 죽어봐야 알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죽어봐서 알게 된것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한 사람은 인류사에 한번도 기록된적이 없다. 그런데 종교인들은 곧잘 사후세계를 론하고있다. 어째서 이 세상에 태여나게 되였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지도 모르는데 허구헌날 사후세계를 설교하는것은 눈감고 “야옹ㅡ”하는식의 자기기만이 아닌가?
    천당이요 지옥이요 하는 사후세계는 영원히 살고자하는 자아의 환상이다. 자아가 가장 좋아하는것이고 또 누구나 좋아하는것으로 인간이 가질수 있는 욕심중에 가장 큰 욕망이다. 그래서 이것을 종교에서 실현시켜준다고 유혹한다. 기독교의 천국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불교도 환생으로 영원한 삶을 설교하고있다.
    하지만 자아는 환생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 세상에 이 몸이 장기적인 기억이 가능해지면서부터 기억의 덩어리로부터 나타난“나”라는 일종의 기억의 집합체일뿐이다. 이것이 우리가“나”라고 느끼는것이지만 몸이 죽고나면 동시에 사라진다. 이것을 불가에서는 “무아”라고 한다. 자아가 나타날수 있는 근원이 되게 하는 의식, 그것은 순수한 자각을 느끼는 의식이다. 우리가 감각하며 사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하는 그 의식은 죽음을 맞이한 최후시각에도 단말마적으로 반짝일것이다.
    불가에서는“아뢰야식(阿賴耶識)” ,“제8아뢰야식(第八阿賴耶識)”이라는 현묘한 말로 설교하는데 모든 법의 종자를 갈무리하고 지각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심층의식이라고 해석하고있다. 그리고 불가에서 일컬어 심의식(心意識)에는 안식(眼識) ? 이식(耳識) ? 비식(鼻識) ? 설식(舌識) ? 신식(身識) ? 의식(意識)이라는 6식설법도 있다. 하지만 그 의식이 곧 “나”일가?
    그 의식은 “나”가 전혀 아니다. 자연계에서 죽음이 끝없어도 새로운 생명이 태여나는것을 환생이라 하는것은 들리지 않는, 상상속 천국의 소리로서 본래 불가에는 없던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지금도 없는) “교리”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있다. 우리는 자아를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그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죽어도 다시 새로 환생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피할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이 부단히 태여난다. 그것이 생명의 대순환으로서 이 욕심을 버릴 때 각 종교에서 열심히 설교하는 영생설에 혹하지 않을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과연 존재하는가, 있다면 류류상종이라 악한놈들은 악한 놈들이 있는데로 (지옥)로, 선한사람은 선한사람들만 모인 천국으로 간다는데“이승”에서 “저승”을 론한다는 자체가 그럴듯한 속임수라고, 현실세계의 악인들은 업보때문에 지옥에 떨어진다는것이 악에 대한 유일한 대책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설교"는 순전히 얄팍한 기만술이다. 내가 유물론자로 자처하는것은 아니지만,
    몸은 생명을 다해도 의식은 남을가? 늙은 생명은 련속부절 사라지고 새 생명은 계속 태여나고 그 생명에 생겨나는 수많은 의식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기때문에 가치가 없는 의식은 필요없다고 누가 선언할수 있는가? 그것을 무엇으로 판단하느냐? 누구도 정답을 못할것이 뻔하다. 그래서 종교야말로 정신을 마비시키는 독약이라 하는게 아 닌가? 자가당착이지만 사후에 무엇이 있다면 “무”자체밖에 더 있겠는가?
    아직도 천당,지옥이 어디 있는지 몰라 궁금증을 달리는가? “천당지옥은 한생각, 마음의 일로서 제 한마음 바로 다스리며 살면 천당이요 제 한마음 그릇되게 가지면 그 자리가 곧 지옥이라 마음밖에서 천당지옥을 구하면 미신, 맹신, 광신의 첩경이라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요(心爲法本), 마음은 모든 법의 가장 으뜸되는것이며 (心尊 心使 ), 그리고 마음에 의해서 모든것은 이루어지나니(中心念善) 만일 깨끗한 마음 으로 말하고 행동하면(卽言卽行) 그 사람에게는 반드시 행복과 즐거움이 뒤따른다 (福樂自追) 마치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이(如影隨形)”라고 하니 순리로 살다 갈 일이 아니랴,   
    불법은 마음법이라 한다. 그래서 다른 종교보다 실제적이라 볼수도 있다. 불교는 제 한마음 바로 다스려 바로 쓰는 법을 가르치되 마음밖에서 구하지 말라 이른다. 한국의 법정스님의 시가 의미롭게 새겨진다.
    “여보게 부처를 찾는가?…여보게 친구/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절에 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있다네/내 주위 가난한 이웃이 부처고/ 병들어 누워있는 자가 부처라네//그많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고 어찌 사람이 만든 불상에만 허리 가 아프도록 절만하는가//
    천당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당은 살아있는 지금이/천당이고 지옥이라네/내 마음이 천당이고 지옥이라네/내가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여기가 천당이고/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하면/ 거기가 지옥이라네//자네 마음이 부처고/자네가 관세음보살이라네// 여보시게 친구/ 죽어서 천당가려 하지말고/ 사는동안 천당에서 같이 살지 않으려나// 자네가 부처라는걸 잊지마시게/ 그리고 부처답게 살길 바라네/ 부처답게……”
    각설하고,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죽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등바등 살아간다. 누군가는 죽기 위해 살고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은근히 장생불로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인명재천인것을 어찌하랴, 석가모니도 생로병사에 고뇌하다 결국은 사신을 물리치지 못하였다. 그런데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하고 예수님은 교시하고있다. 아멘!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주만물의 흥망성쇠, 인간의 생로병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마음 편하게 마지막 잔광을 한껏 선물하는 석양을 바라보아야 하련만 그게 안되기에 인생은 죽음을 향해 가면서 남는것은 오직 영원한 삶이이라는 밀주같이 달착지근한 소리를 듣고 그것을 믿으며 시려오는 가슴을 어루만진다.
    우리가 오래동안 살기를 바라는것은 미쁜 욕망이라 할세 당면의 문제는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이다. 죽음은 가장 두렵지만 전전긍긍 하며 산다는것은 자학(自虐)이다. 설사 환생한들 뭣하리오. 귀공자로 태여난들 뭣하리오. 천사로 환생해서 악마와 싸우던들 뭣하리오. 보고싶지 않으나 자꾸 보이는것을 안볼수도 없듯이 궁극을 알면서도 가는데까지 가보쟈!                         

                                           2015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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