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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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문학언어의 묘미
2018년 04월 12일 13시 46분  조회:29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고전적 문학언어의 묘미

                                                      최 균 선
 
        시대와 더불어 변화,발전하는 언어의 자체규률을 어길수 없지만 좋고 아름다운 말인데 차차 쓰지 않아서 숨결이 끊어진 말들이 많아지고있다. 그러나 그것을 “낡투” 라는 감투를 씌워 랭궁에 처넣는다는것은 우리 말과 글의 전통성의 단절을 의미한다 고 사료된다. 병아리를 키우다가 죽어버리면 버리지, 죽은걸 닭장에 넣는다고 암탉이 되냐는 식으로 생각하는것은 단순하다.
       왜냐하면 비록 잘 쓰이지 않던 단어라도 재능있는 시인이나 작가의 붓끝에서 거듭나서 보석처럼 반짝거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반지라도 오래동안 구석에 처박아두면 고철이나 다름없지만 다시 꺼내여 잘 닦으면 값진 금가락지 구실을 할수 있듯이 고전적인 언어라도 분위기에 맞게 재활용한다면 그 또한 멋스럽지 않을수 없다. 설사 그것이 숭늉맛같은것이라도 문장이 고전적인 맛과 향기를 풍길수 있다. 이런 문 장기법은 마치 방언을 잘 사용하면 지방특색, 민속적특성을 잘 발휘하는것과 같다.
        언어는 류행복처럼 일시적인것이 아니다. 시대의 발전과 아울러 우리 말, 우리 글은 더없이 풍성해졌지만 뿌리없는 나무가 무성할수 없듯이 언어의 뿌리를 외면할수 없는것이 언어발전이다. 바로 작가들이 고전적인 단어라도 잘 닦아서 글줄속에서 야명주처럼 반짝거리게 하는 언어작업은 결코 보수적이만은 아니며 무모한 일이 아니다. 문학언어라 하면 그 특성으로 참신성을 첫손에 꼽지만 전통언어의 재활용과 상충되지 않는다. 세월과 더불어 색바래지 않고 그냥 향기를 풍기는 우리 말이기 때문이다.
        례하여 세월은 아득히 흘러가고 시대는 많이도 변하였지만 우리 민족의 고전민요가 어이하여 오늘 날에도 그냥 우리를 사로잡고있는가. 한것은 고전민요는 우리 말, 글살이의 터밭이기때문이 아니랴싶다. 고전민요는 민중의 삶이요 생명으로서 들으면 가슴에 꿈틀거리는 한과 그 한을 흥으로 바꾸어 놓는 묘미가 있다.
        그 생명력을 확보해 온것은 바로 우리 말의 매력이다. 들풀처럼 싹트고 한때 무성하여 그윽한 향기를 이 세상에 남기고 차차 잊혀지는것이 민요의 숙명인지 몰라도 언어자체의 숙명은 아니다. 민요는 로동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발생하였기에 일상의 언어가 그대로 원시적 민요로 엮어지였다. 민요에 쓰인 말은 다듬은 예술언어가 아닌 현실적 생활언어로서 로동생활속에서 곰삭아 우러나온것이고 인생고를 이겨가는 희 열의 순간에 저절로 터져나온 진실된 언어이다.
        수백년 세월을 넘기며 밭고랑 사이로 전해지고 험한 산길이나 초가집 안방에서, 내가의 빨래터에서 불려진 가락, 한많은 녀인들의 애환이 맥맥히 흐르는 구성진 소리, 그 애원성에서 우리 소리와 우리 말의 멋과 맛이 그대로 녹아있음을 기쁘게 발견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고전민요는 우리의 말, 글살이의 시초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데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상징법으로 민중의 감정과 뜻을 구비구비 풀어낸다. 그래서 민요는 자초에는 개체의 소리였지만 결과적으로 민중전체의 소리이며 지역의 소리이면서도 전민족의 소리로 우렁차게 메아리쳐왔다.
        민요의 노래말은 민중의 웃음과 울음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여 만들어진 삼베와 같다. 부녀들 손발의 쉼없는 반복이 베틀작업이듯이, 민중의 한많은 사연이 세월과 더불어 빚어졌는바 마치 질그릇처럼 투박하지만 구구절절 민심이 묻어있지 않은것이 없다. 그리고 그 “질그릇속”에는 울음과 웃음이 공존하고있다. 이는 웃음으로 울음을 걷어내는 민초들의 삶의 지혜의 결과라 할것이다.
        아래에 경남《초군 신세타령》을 보자. “에 -이 남날적에 나도 나고 내 날적에 넘났는데/어찌 부귀귀천이 같지 않고 항상 이놈의 지게목달(‘지게다리) 못면하고 항상 넘의 짐만 지고 살아지고이 아- 어떤 사람 팔자좋아 고대광실 높은집에 사모에 핑경 달고 만석농으로 누리건만 이내 팔자 어이하여 항상 지게 못면하고 항상 넘의 집만 살아진고 이후후후--”
      나무군이 산에서 힘들게 나무를 하는 과정에서 슬프고 구성지게 신세를 한탄하는 소리는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매우 슬픈 소리이다. 그러나 민요 일반이 다 애원성에서 시작되여 애원성으로 끝나는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민요《령감노래》는 웃음을 유발하기에 결국 웃음으로 울음을 치유하는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인생마당의 진실을 지극히 예술적으로 잘 밝히고있다.
       “영감아 영감아 개떡 잡소/거리방애 품들어 개떡 쪘네/개떡을 쪄시마 작기나 쪘나 /서말찌 (서말치) 솥에다 한솥 쪘네/영감의 코에는 찬바람 나고 / 개떡솥에는 짐 이 난다”
      질박한 언어속에 민초들의 삶의 양상이 생생하게 그려져있는것이 바로 우리 민요의 세계이다. 보다싶이 일상의 언어로 가슴에 피맺힌 이런저런 사연을 가감없이 풀 어냈던것이다. 민요자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민중의 창작품으로서 적자생존의 치렬한 경쟁을 겪어낸 우수한 예술의 결정체이다. 민요의 언어속에는 예술언어 로서의 깊이와 넓이가 그대로 엿처럼 녹아있다.
       민요는 천심이라 하는 민심의 세기적 메아리이다. 민요속에는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는 민심이 물과 젖처럼 융화되여있다. 동요처럼 천진무구하게 속뜻을 드러내기도 하고 참요(讖謠)처럼 상징과 풍자, 해학 등이 바늘처럼 예리하고 번뜩이는것이 또한 민요의 독특성이다. 생동하는 언어가 지닌 맛, 최적의 표현으로 다듬어진 멋이 민요에 있다. 민요의 언어속에는 다듬어진 예술언어에 못지 않은 묘미가 깊이 녹아들어 있다. 민요는 현실언어가 지니는 멋과 맛을 지니고 있으므로 격세유전의 예술언어로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 민요는 우리 말의 보물고라 한다. 보다싶이 민요에는 우리 말을 구사함에 서 우리의 말, 글살이가 그대로 자연스럽게 문학이 되고 음악이 되여진것이다. 말이 말을 받아 소리로 이어질때는 말자체가 자연스럽게 음악성을 고유하게 된다. 말이 그대로 소리가 되고 음악이 되여 부드럽고 아름다운 리듬과 선률을 지니게 된것이다. 동시에 드러내고자 하는 말의 뜻이 정서적으로 은은하게 전달되고있다.
       우리의 민요는 민중의 삶의 현장에서 발생한것이지만 세련되게 다듬어져있다. 말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거칠고 투박한것을 피하고 유연하고 막힘없이 류통되기 마 련이다. 그래서 민요는 어떤 특수계층이나 전문가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대중적이다. 중세기 사람들이나 현대문명인들이나 약속이나 한듯이 공감할수 있는 의미전달의 장(場)으로서 제기능을 훌륭하게 하여왔기에 우리 문화유산이 될수 있었다.
     문학어와 일상생활어는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다는 목적성에서는 큰차이가 없다. 다만 문학어는 운률이나 의미의 사용면에서 소리를 기술적으로 다루거나 여러가지 의 미로 해석되는 말 등을 보다 재치있게 예술이 돋보이게 활용한다.
        요컨대 시(민요도 포함)에서 언어는 예술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시의 예술성,감칠맛은 시어의 쓰임새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 것은 시어의 표현성, 독창성, 참신성으로 나타나는것이기에 시어는 예술적가치 구현의 한 척도가 된다. 민요에서처럼 고유어, 방언의 쓰임새에서 우리 말에 고유한 멋과 맛 그리고 향기가 그냥 짙게 풍길것은 틀림없다.
      화제를 달리 전개해 보자. 지금 현대시 실험을 넘어 인제 하이퍼시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김소월의 시가 왜 많은 사람들이 기리고 있을가? 김소월은 조선시대 근대시 발전도상에서 최초로 전통의 현대적수용을 새로운 경지로 보여준 시인이다. 신문학 초기 많은 시인들은 전시대의 삶의 가치관이 갑작스럽게 헝클어지게 된 현실속에서 주체적인 세계인식, 태도가 확립되지 못하였고 시창작방법을 확립하지 못한채 외부의 충격을 매료되였다. 그러나 시대 현실에 대한 옳바른 인식이나 전대 문학과의 관련을 상실한채 추구하는 서구시의 수용과 모방은 혼돈과 미숙성으로 귀결될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문예사조가 혼류하는 가운데 많은 시인들이 서구시를 모델로 한 실험에 열광할 때 소월은 우리 전래의 문학과 문화유산을 폭넓게 계승하여 뚜렷한 시적성 취를 이룸으로써 조선근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던것이다. 하여 소월의 시작품은 전통론의에 시금석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았다. 소월의 시에 내재된 전통적 요 소와 특성, 특히 민요적 성격과 “한(恨)의 정서가 사람들의 공명을 불러왔다.
        물론 문학의 전통성에 대한 연구와 계승은 궁극적으로는 당대현실과의 변증적 융함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자명하다. 따라서 단순히 전통방식의 답습은 무의미한바 창조적 비전을 외면하고 획일적인 전통지향은 복고주의에 불과하게 된다. 전통성에 대한 연구도 단순한 전통적요소의 재확인을 넘어서서 전통을 계승함에서 창조성과 현 재성을 규명하면서 협조적으로 되여야 함은 두말할것 없다.
       재언명하거니와 우리의 고유한 가락, 전통적 률격을 현대적으로 재치있게 재생해 낸것이 바로 소월 시이이다. 례하여 “진달래꽃”의 률격을 처음 대할 때 도무지 낯설 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오는것은 바로 소월시가 일상어에 가까운 소박한 시어의 구사와 전통률격에 밀접히 접목되어 있기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노래말 구성법으로 볼 때 민요는 우리 말을 가장 부드럽고 향토적 정감이 넘치는 방향에서, 그리고 쉽게 부르고 쉽게 기억할수 있는 차원에서 구사한것들이였다. 그런데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민요는 전통문화권에서 기능했던 역 할을 상실하고 현대풍의 대중가요속에서 사라지고있다. 소리가 사라지는 세계에 음악 이 넘쳐나는 이률배반적인 세상에서 우리의 민요문화는 어떻게 계승될것인가?  
        민요속에 인간삶의 보편적 정서와 지역공동체의 공감대를 느껴볼수 있다. 이러한 속성의 민요는 극단적으로 개인화되여가는 현대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수 있는 매체로 존재할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민요가 일상의 삶에서 쉽게 접근할수 있는 노래문화로 거듭난다면 민요는 새 생명을 얻을수 있을것이다. 따라서 민요속의 멋과 맛을 더 깊이 료해하고 그것을 우리의 시문학창작에 응용한다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세계적 문화의 꽃으로 내세우는데 얼마나 의의로울것인가!
 
                           2016년 12월 31일                (2017년 <중국조선어문)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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