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잠타령
2011년 08월 25일 06시 08분  조회:975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잠타령

                                                                              최 균 선

                                                         추야장 긴밤 월색도 처량한데
                                                         창밖 단풍나무잎지는 소리에
                                                         어즈버 잠 못이루는 로옹이라
                                                         떠오르나니 잠타령뿐이로구나.

        누군가 인생을 평균70년으로 치면 20여년을 잠자리에서 보낸다고했다. 인생의 1/3의 세월만큼 인생을 허송하는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가석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고해속에서 자맥질하는 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진 안식으로서 지쳐버린 육체와 정신에 새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다사분주한 이 하루도 자고나면 세월의 락엽이 되고 고달픈 심신에 새 잎새가 활기차게 살아나게 된다. 그래서 잘자고 나서 달콤하게 잤다고 할게다.
       인간의 수면자세는 다양하다. 자는 모양새를 어떤 대상물과 비교하여 말할 때 온몸을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자면 개잠이요 갓난아기가 두팔을 머리위로 벌리고 자는 잠은 나비잠이요 옷을 입은채로 자면 등걸잠이요. 꼿꼿이 앉은채로 자면 말뚝잠이요 새우처럼 몸을 꼬부리고 자면 새우잠이요 토끼처럼, 깊이 잠들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잠깐 자는 잠은 토끼잠이라 일컫는다.
       말뜻에 따라 이름하면 아침에 깨였다가 다시 든 잠은 두벌잠이라 하고 묶어가도 모르게 깊이 든 잠은 귀잠이요 한낮에 자면 낮잠이요 남의 발치에서 자면 발치잠이요 날샐녘에 겨우 잠들면 새벽잠이라 이른다. 초저녁부터 일찍 드는 잠은 초저녁잠이요 잠든지 얼마 안되여 옅은 잠은 풋잠이요 한데서 자면 한뎃잠이요 잔둥만둥하면 선잠이요 막 곤하게 금방 잠들면 첫잠이요 아주 달게 자고나면 꿀잠이라 한다.
       몰래 잠들었다 깨는것은 도둑잠이요. 잠시잠깐 눈붙이고 난것은 쪽잠이요 비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로 누워 불편하게 자는 잠은 칼잠이요 너무 피곤하여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면 멍석잠이요 기차칸이나 장도뻐스안에서 앉은 자리를 어른에게 양보하기 싫어서 잡지로 얼굴 가리고 자는체하는 잠은 야살궂은 꾀잠이다.
       어떤 자세로 자든 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정보처리와 갈등해소 기능이다. 이것을 담당하는게 꿈이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상당 부분을 잠자고 꿈꾸며 살아야만 한다. 사람의 꿈은 과거의 기억을 정리, 분류, 삭제, 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쓰레기와 같은 과거의 기록을 모두 떠안고 살아간다면 그러잖아도 복잡한 인생이 얼마나 고달파질까. 꿈을 통해 사람의 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쓰레기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성인은 꿈을 안꾸는 날도 있으나 대개20~25%가 꿈이고 아기의 잠은 절반 정도가 꿈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님을 보지》하며 가슴뜯던 옥중 성춘향이 잠시 잠간 잠들어 오매불망 그리던 리몽룡을 꿈속에서 해후한 잠은 노루잠이지만 그에겐 다시없는 가장 행복한 시각이였을것이다.
       대관절 잠이란 놈은 어찌타 그토록 불가항력적인가? 아직까지 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대개 무의식상태에서 눈을 감고 쉬는것으로서 여러가지 운동, 감각 및 생리적기준들을 만족시켜주는 경험의 수렴(收敛)점일진대 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피로회복으로서 수면중엔 신체의 모든 기관이 휴식상태에 들어가고 낮시간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이 분해된다고 한다.
       허구헌날, 매 하루는 잠에서 깨여나는것으로 시작되고 잠에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사랑이 인생의 주제라면 잠은 인생의 기본내용이 된다. 그러면 잠이란놈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가? 보통 수면은 죽음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죽음은 최고 의 두려움이다. 그렇더라도 말려낼길 없는 인간의 성욕, 식욕, 수면욕중에서 가장 견딜수 없는것이 그래도 수면이 아닐가싶다. 졸음이 실린 눈까풀이 천근같이 무겁다는것을 누구나 체험해보았을것이다.
       흔히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한다.사랑의 힘은 그처럼 유혹적이고 강렬하지만 사람을 직접 죽이는 힘은 없다. 사람이 그것을 이겨내려 하지 않을뿐이다. 어떤 리유에서든 불면증의 괴로움은 성유희상대가 없는 정황과는 비길바가 아니다. 불면의 고통은 사람이 겪는 가장 혹독한 경험중 하나다. 강제로 잠을 못자게 하니 각종 호르몬체계가 교란되고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대 현대인들은 불면증과의 싸움에 지치고있다. 평소에 잠을 못자면 육신이 물먹은 솜처럼 된다는것은 누구나 경험해서 잘 아는 상식이다. 일반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피로, 집중력 저하, 짜증, 환각, 망상, 공격성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도 본능적으로 잠의 깊은 늪에 빠지려하는 사람에게 몇백촉의 전등불빛을 비춰대며 강압적으로 련며칠 눈도 붙이지 못하게 하며 심문을 들이댄다면 그보다도 더 잔인한 인권유린은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불철주야의 사업이라 말할것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많이도 본다. 그게 어찌 영화에만 있는것이랴. 영화는 현실의 재현이 아니겠는가? 가해자 자신도 하품을 하면서도 인간의 본능이고 욕구인 수면의 자유와 권리를 강탈하는 행위를 그저 악착하다고 하기엔 너무 빈약한 표현이리라. 왜냐하면 그런 인간상을 표현할 말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때문이다.
        일언이페지하고, 나는 잘수 있는데도 잠못드니 행복한 괴로움을 자초한것이지만 그가 누구이든간에 강압으로 자게 못해서 죽을맛인 그런 피해자들의 최저의 인권보장을 위해 기도하면서 게으른 하품에 인생일사의 허무하고 황당함을 날려버리는게 마음 편할것이라 이만 아무결과도 없을 생각을 접어두련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 시조는 고려시대 문신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로 객관적 상관물인 리화 (梨花)와 자규(子規)를 통해 봄밤의 애상적인 한과 정서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노래하고있다. 시조에서처럼 다정한이 아니더라도 이래저래 잠못이루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고달픈 인생들이 얼마나 많을가, 싱거우리만큼 오지랖 넓지만 장가도 못들고 추거운 베가에 한숨을 태우는 조선족농촌로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안해의 잔소리에 범벅이 된 사랑일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인생도 헛산것이 된다. 그냥 하루의 일과같이 나누는 부부의 성애마저 누리지 못하는 웅성의 심신의 괴로움인들 오죽하랴! 정애에 주려 밤마다 잠못든다면 인생의 연장선이 아무리 길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슨 흔적이 남을것인가?
        …추색이 각일각 짙어가는데 용케도 살아남은 부나비 몇마리가 하루밤 정사에도 사생결단하는듯 전등을 싸고돌며 란무하누나. 타향의 단간방에서 오늘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굴리고 몽글리다가 별볼일없는 글을 이렇게 몇줄을 끄적여 보았다. 적어봤대야 아무도 읽지 않을 잡담에 불과하지만도…….

                                                                                                2010. 10 월 5일 황도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2 ]

2   작성자 : cjx
날자:2011-11-08 04:49:01
허령님,
모쪼록 올리신 댓글을 너무 늦게 보게 되여 이제야 화답합니다.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 누구신지 모르지만 좋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대해
고마움을 드립니다. 졸작을 과찬하시니 면구하구요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작자로서 더없는 보상이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루한 밤 드디어 새고 새날이 밝아오셨다니 새날은 새로운 발걸음으로 인생의
보람을 엮어가시리라 믿습니다.
하시는 일 일취월장하시기를 내내 축원하겠습니다.
1   작성자 : 허령
날자:2011-10-10 11:18:08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교수님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입니다.
2008년 대학교 졸업후 우연히 교수님의 저서를 읽게 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제가 제일 힘든 시절에 교수님의 글은 저한테 희망이 되여 주셨고 위로가 되여 주셨습니다. 하여 <인생은 미완성작>을 단숨에 읽고 교수님한테 편지까지 썼었는데 저의 초라한 글을 올릴수 없어 그냥 접어두었지요.
이젠 힘든 시절도 지났고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교수님한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이렇게 볼품없는 댓글을 남김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교수님의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0 제2 절 모방해 쓰기 2012-06-15 0 9567
39 제 3 절 느낌 쓰기 2012-06-15 0 9990
38 제 8 장 일반 실용문. 제 1 절 일기 2012-06-15 0 7801
37 제 2 절 편지 2012-06-15 0 10114
36 제 3 절 독후감 2012-06-15 0 9948
35 제 9 장 독자중심의 글. 제 1 절 설명문 2012-06-15 0 8310
34 제 2 절 수기 2012-06-15 0 8575
33 제 3절 기행문 2012-06-15 0 9246
32 제 10장 사무문체. 제 1절 계획과 종결( 총화) . 제 2 절 알림 글 2012-06-15 0 9360
31 제 3 절 여행안내서 2012-06-15 0 9304
30 부록 1. 상용 의성 의태어 2. 상용관용어 3. 보기글 2012-06-15 0 14478
29 세상시비 2012-06-15 4 8630
28 질투병 2012-06-15 0 7758
27 두편의 기사문소감 2012-06-14 1 9000
26 다시 떠오른 민족의 별들 2012-06-12 0 8443
25 동년의 그 언덕에 세운 기념비 2012-06-07 2 8571
24 동시의 예술매력 2012-06-03 1 8827
23 진언시조 (4) 2012-05-24 0 8275
22 중편소설 웃음을 잃은 리유 2012-05-14 0 10999
21 (교육에세이) 교원, 선생, 스승 2012-04-18 8 8907
‹처음  이전 35 36 37 38 39 40 4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