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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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 울린 아리랑
2007년 10월 06일 19시 29분  조회:2587  추천:30  작성자: 최균선

해변가에 울리는 아리랑

 

최 균 필

 

    쾌청한 날씨! 건뜻 들린 9월의 하늘가에 평화로운 서기가 칠색고운 무지개처럼 비낄듯 싶기도 하다, 어제까지만도 8급태풍이 먹장구름을 몰아다가 해변도시에 폭우 를 쏟아부으며 살풍경을 이루었는데 하늘이 굽어 보셨는가 오늘은 씻은듯 가신듯한 청청하늘에 구름한점 없고 미풍에 잔파도 일렁이는 바다도 축복으로 넘실거린다.

    명절아닌 명절, 유달리 눈길을 잡는 하얀 옷차림의 조선족할머니들이 손자손녀들 의 손길에 이끌려 삼삼오오 모여든다. 하얀 중절모를 멋지게 쓴 로신사들도 친지들을 만난듯 서로 반갑게 웃으며 모여들어 동포애의 정을 나눈다.

    여기 중국북해함대해군구락부정문에 보란듯 나붙은 “아리랑공연”광고가 눈이 시게 이목을 끌고있다. 추석을 이틀 앞둔 9 22일 청도시 리창구로인협회에서 꾸린 《아리랑예술단》성립 한돐을 기념하는 문예연출이 성황리에 막을 올리게 된것이다.

    청도는 한국기업들의 대중국진출의 본영이며 중국조선족들이 새 삶터를 개척한 집거지이기도 하다. 8만도 웃도는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20만을 헤아리는 조선족들이 대도시진출에서 현실로 열매맺을 창창한 꿈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의미로운 곳이다. 원래 아름답고 아늑한 해변도시로 소문난 청도는 명년에 열릴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돛배경기장으로 선정된지라 밤자고 나면 눈이 번쩍 띄이게 새 풍경을 펼치고있다.

    그러나 정든 고향을 떠나서 새로운 집거지를 창설하고 있는 조선족들로 말하면 아직도 문화생활의 터전이 바람직하게 마련되지 못하고있었다. 그래서 한류의 열풍에 힘입어 《아리랑예술단》을 창립하였다. 그렇게 세워진 예술단이 천신만고끝에 첫선 을 보이게 된것이니 어찌 경사롭지 않으랴!

    청도리창구로인협회는 퇴직하고 청도에 자리잡고 사는 로문예일군들과 숨은 재간 둥이들을 핵심으로 조선족전통문화의 전파기지로 세웠는데 처음엔 경비도 없고 련습 장소도 없어서 여러가지 애로에 부딪쳤지만 어떻게 하나 아리랑선률이 이역땅 만리에 울려퍼지게 하려는 일념으로 끈덕진 심혈을 쏟아부었다.

    손풍금 하나에 장고 하나, 색스폰 하나로 악대반주를 한다는것은 현대시점에서는 거의 원시적이라 할수 있었다. 그러나 일년사이에 예술단은 성숙을 앞당기여 첫공연 의 고고성을 울리게 되였다. 반주는 현대적이 아니였지만 겨레의 가슴가슴에 아로새 겨진 아리랑선률이여서 전통무용들인 장고춤, 농악무, 방울춤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예종목들이 그칠줄 모르는 박수갈채와 환성속에서 이어지고있다.

    로연예인들의 묵은 솜씨로하여 절목마다 정채로운 탓도 있었지만 천애이역에서도 잊지 못하던 가슴뜨거워지는 선률속에서 저도 모르게 고향을 그리게 되였고 절절한 향토애와 더불어 감개무량함에 눈굽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조선민족은 부착력 이 강하고 생명력도 강하여 어디가나 제앞을 잘 가리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 청도바다가에까지 아리랑선률이 울려펴지게 되기까지에 깃든 하많은 사연을 두고 나는 다시 우리 겨례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를 앞날을 생각하며 가슴을 어루쓸게 되였다. 지금 한창 무대가 좁다고 쌍무를 추며 신명나게 돌아가는 로무도가들의 모습은 젊은 무도가들도 무색할지경이다. 60이 청춘이라던 말도 어제 얘기가 되였는가 고래희를 저만치 바라보는 로연예인들의 예술생명이 얼마나 돋보이는지 모르겠다.

    무대에 곱게 차린 녀독창가수가 올라와서 폼을 잡고있다. 그녀는 쌍둥이 대학생 을 키워내여 청도판에서 소문짜한 “김치할머니”이다. 사람은 늙어도 청산은 늙지 않는다지만 저 녀인의 타고난 목청과 노래솜씨는 어쩌면 그렇듯 청춘을 확보하고 있는것일가? 산설고 물설을 이 청도판에서 김치를 담그어 팔아서 두대학생의 뒤바라 지를 하였다는 그녀의 인생길이 얼마나 힘겨웠을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저런 사람들이 있기에 여기 청도에도 아리랑곡이 울려펴지게 된것이 아니며 저런 생활의 강자들이 있기에 조선족들의 새로운 삶터가 차차 넓어지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찬 우리네 문화전통이 저 푸른 하늘을 견주어 새도약을 기약하게 된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끝없는 상념이 문뜩 엉뚱한데로 흘러가는것을 막을수 없다. 만약 저 사랑스러운 로연예가들이 세상을 떠나고 한어의 망망대해속에 일엽편주같이 민족적인 생활상을 담고가는 새 일대들만 남을때 이 청도바다가에 들어도 들어도 감격스러운 아리랑곡이 울려펴질수 있을것인가? 중국의 넓고 넓은 땅에서 젊음을 빛내고 있는 우리 후대들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들은 아리랑, 도라지의 민족정서에 차차 랭담 해지고 숫제 왼고개짓을 하고있다. 이는 무엇을 예고하는것인가?

    동경과 열망의 한해가 되여질 2008년 올림픽대회에 남북선수단이 조선반도기를 추겨들고 아리랑선률속에 반도남아들의 합쳐진 마음들을 보이며 입장할 장거를 미리 떠올리면서 나는 다시 한번 가슴을 울렁거려 본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피는 영원히 물보다 진하거늘, 단군님의 한 후손으로서 우리 민족, 우리 겨레가 단합된 힘을 이 대천세계에 과시하는것보다 더 감격스럽고 환희로운 일이 있을것인가!

    래년 6월에 있을 범선(돛배)경기가 청도 앞바다에서 펼쳐지면 수난많은 우리 민 족의 젊은이들이 파도를 차며 자유로이 날아예는 갈매기처럼 맨앞장에서 반도기를 날리며 내달릴 그 장쾌한 모습이 방불히 보이는것 같아서 숨이 벅차오른다.

    상념은 오주사해를 질주하고 마음의 귀는 아름다운 우리 민족음악의 선률에 사로 잡혀 감동에 전률한다. 문예공연은 서서히 대단원에 이르고있지만 내몸은 자리를 떠 나고 싶지 않다. 청도의 우리 민족들만 해낼수 있는 이 민족문화축제의 날, 사람들의 심금을 사로잡은 연예인들의 만년의 보람찬 삶의 자세에 축수를 보내면서 나는 눈길 을 돌리지 못한다.

    푸른 바다  흰파도우에 실려 멀리멀리 울려퍼졌을 아리랑의 선률이 그 언젠가는 펼쳐지고야말 통일의 광장에서 아리랑민족의 대합창과 어우러질 그 시각을 기리는 마음이 너무너무 간절해서일가. 그날은 오고야말것이라는 신념으로 손바닥이 얼얼하 도록 손벽을 치고 또 쳤다.

    아득히 보일듯 싶고 성큼 올라 딛고 싶은 삼천리 아름다운 강산에서 떠난 통일의 하얀 돛배가 자주강국의 기발을 펄펄 날리며 둥실떠서 오면 물보라에 옷이 함뿍 젖 도록 뛰여들어 평화통일의 천사들을 마중한다면 그 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을수 있으련만…오, 어서 오라! 흰옷입은 반가운 손님들이여!

 

 

                             2007 9 22

                           

                                                     청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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