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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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있는 가슴
2008년 01월 30일 10시 20분  조회:3603  추천:34  작성자: 최균선

        


누구의 가슴에나 자기파멸의 씨앗이 묻혀있다.인간은 저도 몰래 그것과 싸우며 산다. 하지만 때론… 아,경종으로 울려주는

 


초련의 비극

 


 

제일 마지막으로 지원서를 바치고 나오던 정남이는 층계 모퉁이에서 현희와 마주쳤다.

       《어데다 썼니?》    

       《…》

《나한테두 비밀이니?》

《넌?》정남이가 되물었다.《음…난 정법이다.

《한길이구나!》정남이의 단마디 명창이였다.

그래?! 우린 북경에서 겨뤄보게 되였구나 —》

       현희의 눈가에 진지하면서도 살가운 웃음이 따스하게 비꼈다. 청춘의 순진함과 아름다움에서 오는 랑만이 차분 하면서도 그나 처녀애들에게는 희한한 리지감도 담뿍 가지고있어서 한결 보이는 현희의 모습을 눈빗질하며 정남이는 까닭없이 얼굴을 혔다. 이때 층계구석에서 불쑥 뛰여나온 민우가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바르며 무슨 짓꺼리를 할듯 하더니 두터운 입을 오무 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곡조는 《또 만났네》였다.

민우는 어느 돈많은 고급관리의 독자였는데 학교내 일등 멋쟁이였고 성미도 끄신끄신해서 학급애들이 은근히 경계하는 인물이다.하건만 그는 한창 현희에게 쥬피터의 화살을 날리느라   속이 바싹 달아있었다.그런데 현희가 거들떠보지 않는 바람에 잔뜩 심통이 틀어져있었다.현희가 시골뜨기 정남에게 각별히 하게 구는것을 때마다 정남이가 때려죽이고싶도록 밉게 보였다 (자식, 잘난 공부? 어데 두고보자!)하면서 윽별렀 . 정남이가 사색적이라면 민우는 행동하는 성급한 타잎이다.

       3년전 정남이가 학교에 때는 솔직하고 순박한 웃음이 환한 시골의 학생이였다.시내에서 굴러먹은 처녀애들의 눈에는 한낱 먼지투성의 면양에 속해있었다.하지만 천박한 볼모의 땅에  자라던 나무가 비옥한 땅에 옮겨지면 대뜸 무성해지는것처럼 그의 타고난 총명과 지혜는 은을 내였고 검질긴 학구심은 학과에서 재능을 뽐내여 선생님들의 애대를 받게 되였다.

       현희는 학습위원이였다.그들은 학습에서 서로 경쟁자였으  한편 그로해서 서로 자석처럼 끌리기도 했다.그야말로 속담 무심히 심어놓은 버들이 무성하듯이 그들의 우정은 깊어만 갔다.민우가 거마리처럼 달려들어도 현희에게 몇번이고 거절당 하기만 했다.그래서 원한이 정남에게 쏟아졌다.

       현희는 각박한 인정의 도시문명권내에서 자라난 어느 높은 관리의 천금녀였지만 다감하고 령리한 처녀애였다.그래서 술한 옷차림에 때론 식권마저 떨어져서 쩔쩔매는 정남이를 사려 깊은 누나같은 그런 따스함으로 교묘하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 주군하였다.

       십팔구세의 젊은이들은 흔히 햄리트식의 기질이 있다.정남 이는 학습위원인 현희의 난제를 묵묵히 해결해주는것으로 현희의 우정을 보답하였다.하여 그들은 함께 리상의 고봉에 오르자는 묵결을 금빛철탑처럼 튼튼히 쌓아올렸다.

       스므살 꽃나이에 열정의 연소와 격정의 소용돌이속에서 감정 상에서의 은밀한 활동이 누군들 없으랴만 정남이는 성결하고 소중한 우의에 만족해하고 고이 키워야 했다.하건만 생명의 번영기에 들어선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짜릿한 고독과 불만에 빠져들면서 하나의 생뚱같은 문제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삶의 뜻이란 대관절 무엇인가? 생활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질 때만이 지식도,과학도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자기의 삶에 어떤 뜻이 담겨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그것은 바로 현희의 꿈 꾸는듯한 고운 눈이였고 이슬 머금은 꽃망울같은 기막히게 유혹 적인 입이였다.

    그는 밤마다 로맨틱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늘 슈제 트만 있고 렵기적인 크라이막스가 없는 꿈이였다.남몰래 쉬는 한숨은 참을수록 깊어만 갔고 훔쳐보는 눈길을 숨길수록 마음은 더구나 슬쓸해졌다.학습열정이 점점 식어간다.다만 무의미하고 생명없는 활자들사이에서 온통 웃고 손짓하는 현희의 모습뿐이다. 이렇듯 방황하는 열정을 아는듯 모르는듯 현희는 현희대로 리상의 철탑을 굳히기에 여념이 없다.현희의 눈은 많은것을 말 하는것 같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것 같기도 했다. 하여 도무지 속내를 알길없는 현희의 눈길앞에서 늘 주눅이 들어했고 예리한 수십쌍의 눈길앞에서 현희를 딱하게 굴 때가 드문해졌다.그때면 현희의 눈길은 각별히 사리 깊어지고 엄엄 해져서 많은 사연을 묵살하고있었다.

    너,무슨 엉둥한 궁리냐? 그러면 못써,바보!현희는 눈으로 자기의 의사를 전달할줄 아는 교묘한 처녀였다.

       정남이의 가슴속에 몰래 새겨지고있는 신비로운 비밀 부호를 빤히 꿰뚫고있는 민우는 분통이 터졌고 거의 로골적으로 악의를 드러냈다.(흥,함께 쌍쌍이 날아 보자구? 어디 보자!) 이렇게 윽벼르면서 정남이를 못살게 굴었고 협박했다.그때마다 당하는것은 정남이였다.민우에게는 시내에 깡패친구들이 많았던것이다.

정남이는 비굴을 꿀꺽 삼키고 내가 졌다.이러면 안되 ?하고 빌기도 했건만 촌닭같은 새끼,혼났단말이지? 하하…임마!하고 민우가 앙탈한다.정남이 쫑대없는 사내애가 아니였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동한말의 한신처럼 굴욕을 참으리라 자기를 단속했다.장차해서같은 명관이 되여 사회의 모든 탐관오리들과 민우같은 사회망나니들을 신성한 법으로 쓸어버리리라 혀를 깨물었다.그런줄 모르고 민우는 더욱 녕악하게 굴었다.

정남이의 얼굴은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현희앞에서 그꼴을 보이고있어야 하는 자신이 미웠고 죽기보다 괴로웠다. 정남이는 몇번이나 어금이가 부서지 도록 이를 갈았는지 모른다.그러나 굴욕도 유분수고 인내성도 한도가 있다.그는 작은 식도를 품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고중마감학년에 젊은이인 정남이도 다른 모든 청년들처럼 두개 심리극단을 고유하고있었다. 이를테면 어떤 좋은 일도 해낼수 있고 어떤 나쁜 일도 해낼수 있다.제법 운치있는 성인인 동시에 패덕할수도 있다.강한 자존심이 있는가 하면 처녀애들같은 유연성도 가지고있다.호언장담하고 교만한 그만큼 리성이 부족하며 황당하고 무분별한 만용이 싹트는 고결성을 무시하기가 례사다.그러면서도 스스로 어른이 되였다고 자처 한다.사실상 3년쯤 지난 뒤에야 어른이 되면서도 말이다. 이렇듯 성숙과 미성숙의 교차점에서 생기지 말아야 인생비극 생겨나는 법이다.

       젊음을 도취시키는 화창한 봄날이다.티없이 맑은 하늘,   기에 넘쳐 설레이는 산천, 유쾌한 방랑적인 봄바람은 이산저산 아지랑이를 몰고다니며 마음을 간지른다.

       졸업을 앞두고 학급에서 련환모임삼아 들놀이를 가자고 의논이 모아졌다.머리 잔뜩 부풀고 조롱속에 갇힌 새들의 신세였던 그들은 일요일에 산으로 떠났 다.그들은 푸른 새옷단장 서둘러대는 봄날의 동산에서 마음껏 청춘의 열기를 뿜어 올렸다. 춤도 진하고 노래도 시들해져서야 그들은 노을을 안고 산을 내렸다.

       그런데 속이 앙큼한 처내애들의 작간이였던지 어찌해서 정남이와 현희가 뒤에 떨어지게 되였다.산기슭 내가에서 현희가 발이 아프다며 주저앉았다.정남이는 그옆에 우두커니 섰다. 맑진 개울물이 바위를 안고 돌며 조잘거렸고 내둑에 실버들 어느새 오동통한 애기들을 업었다.늦잠꾸러기 향나무는 이제야 깨웠 느냐고 봄바람을 나무리며 서둘러 첫잎을 피우고 있었다

침묵,침묵…현희가 묻는듯한 눈길로 정남이를 한동안 지켜 볼뿐이다.( 엉뚱한 궁리에 미래를 말아먹고있지? 바보, 지금 …정신차려 얘!) 정남이는 멋적어진 눈길을 슬며시 돌리며 앞서 걸었다.이윽해서 현희가 물었다.

애정의 상사정리란 책을 본적있니?

보지 못했어? ?

거기에서 이런것을 베꼈는데 너절로 뜻을 새겨 봐.하면서 현희가 종이쪽지를 내밀었다.거기엔Aaabdeeg iiiiiiiinnootuuwxy라는 자모가 한줄 씌여져 있었다.수수께끼같은 그것을 터득할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정남이는 수긍했다.

그래, 나도 알구있어.

       산굽이를 에도는 다복솔숲을 지나려는데 난데없는 불량한 눈길의 청년 둘이 앞을 막아나섰다.

       무, 무슨 일이요? 정남의 긴장한 목소리.

       네가 정남이냐? 보면 몰라.네 미인을 빌려왔지 헤헤… 이런 촌닭과 련애할바엔 우리 어른들과 한번 뒹굴어보는게 어때? 응,미인아가씨!그중 키큰자가 손을 현희의 얼굴에 갖다대인다. 정남이가 쳐버리며 오돌차게 나섰다.

       어쩌자는거요.

       이새끼,죽고싶어 몸살이냐? 비켜!

       말과 함께 주먹이 날아들었다.현희 뛰여라! 정남이가 얻어맞으며 쫓아가 려는 놈팽이의 다리를 걸었다.뒤에서 정남이의 비명이 울렸지만 현희는 본능적으로 달음질쳤다.정남이가 피못속에 쓰러졌을 앞에 친구들이 달려왔다.그 뒤엔 민우도 건정건정 뛰여오고있었다.형세가 틀린줄 알자 두놈은 숲속으로 내뺐 다.민우가 눈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정남이를 부축하는체 한다.

어느 지독한 놈의 새끼들이 우리 대학생을 이렇게 죽탕쳤을가?

그러는 민우의 얼굴을 현수가 무섭게 노려보고있다.

       며칠후,정남이가 병원에서 출원하는날,정남이의 시골내기 친구들이 민우를 으슥한 골목으로 끌어냈다.민우는 죽도록 얻어맞고 자기의 깡패들을 휘동하여 보복전을 벌렸다.이러기로 수삼차,마침내 학교에서 알게 되였다.정남이랑 비록 퇴학은 맞지 않았지만 무시험입학자격을 떼우고말았다.현희는 아예 학교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 복습하였다.

       정남이의 약속된 미래에 회색구름이 짙게 떠돌기 시작했다. 이미 뒤떨어진 공부일지라도 정남이는 모지름을 썼다.시험을 주일 앞둔 일요일날이였다.

정남이가 혼자 교실에서 책을 펴놓고있는데 뜻밖에도 현희가 찾아왔다.정남이는 속으로 현희에게 미안했던지라 진심으로 학난제를 설명해주었다.이때 어느새 들어왔는지 민우가 다가오더니 정남이의 복습제강을 갈갈이 찢어갈기며 이죽거렸다.

       흥,깨알이 쏟아지는데 어부님들! 산골메뚜기야,자존심이 무척 상하시거든 덤비여보시지?

현희 앞에서까지 모욕을 참을수는 없었다.

       좋다! 너같은 사회망종은 죽여치우겠다.

정남이가 말리는 현희를 뿌리치고 쥉쥉 나간다.민우가 걸상을 들어뿌렸 다.정남이도 걸상을 들었다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현희를 일별하고는 밖으로 내뛰였다.

       서라! 뺑소니치려구!

민우가 쫓아왔다.교문쪽으로 나가는데 민우의 맹장인 조철이가 마침 마주 왔다.정남이가 본능적으로 품속의 칼을 뽑아들었다.달려오던 민우가 가슴을 붙안으며!하고 비명을 지르 더니 팽그르르 돌아갔다.겁결에 내뛰는 조철의 엉덩이에도 칼이 박혔다나왔다.

       저새끼 저렇게 지독하게

민우가 흰자위를 번득거리다가 피못속에 엎어졌다.

       피가 랑자한 정남이가 말뚝처럼 굳어져 버렸다

           

       중죄수 감방,피골이 상접한 정남이가 실성한듯 말없이 고있다.현수가 편지를 보내와서 소식을 들었던것이다.현희는 결국 락방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정신병원에 들어갔단다. 그날 수인차에 오를 단풍나무뒤에서 눈물짓던 현희의 모습이 가슴을 찢는다.

       정남이는 현희가 수수께끼를 풀었다.그러나 비극은 이미 모든것을 훼멸시킨 것이다.그 자모를 애써 조합해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더듬어냈다. WoaiYoune ituilidebaiaiXixy이였다.

       정남이의 창백한 두볼에 두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쓰디쓴 참회의 열물이였다.그러나 그것은 뼈아픈 정서를 해줄뿐이였다.

       아,내구력의 비극이여, 슬픈 청춘이여, 울고있는 가슴!

 

199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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