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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골할머니의 집
2013년 08월 15일 13시 51분  조회:1053  추천:0  작성자: 최원

2.시골할머니의 집

치료하고 돌아오면 부모님은 곧바로 나를 할머니네 집으로
데려갔다. 탁아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의 집은 룡정시 동성향에 있었다. 그때는 교통이 발달
하지 않아 연길에 온후 30리 길을 걸어 모아산을 지나야 할머니
네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특히 북풍이 휘몰아치는 겨울에 30리 길을 넘나든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번갈아 업으
면서 이 길을 넘나들었다. 나는 업혀있는 동안 다리가 막 얼어들
어 참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걸으면서 손으로 나의 발을 꽁꽁 주
물러주었다.

천신만고로 할머니의 집에 도착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셋째
고모, 막내고모 그리고 막내삼촌 이렇게 온 집 식구가 우리를 반
겼다. 먼저 와있던 나의 언니도 무척 기뻐했다.

우리 자매는 이렇게 몇달에 한번씩 만나군 했다. 언니생각을
하면 불쌍하기도 했다. 내가 병에 걸리는 바람에 부모곁에 있지
못하고 1년 내내 할머니의 집에서 자랄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할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들과 삼촌이 몹시 귀여워했지만 그
래도 어찌 부모의 품에 비하랴.

할아버지는 늘 “원이야, 이리 오너라.” 하고 나를 불렀다. 그
러면 나는 얼른 기여서 웃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내가 방
에 들어가면 나를 건뜻 들어 무릎우에 앉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때마다 독상을 차려드렸는데 변변한
음식이 있으면 당연히 할아버지의 밥상에 먼저 오르기 마련이였
다. 그 덕에 나도 특수대우를 받군 하였다.

무엇이나 결핍했던 그 당시 우리들은 설에 할머니의 집에 가
야 1년에 한번씩 찰떡이며 설기떡이며를 먹을수 있었다. 하기에
나는 어릴 때 늘 설명절을 고대하여 기다리군 하였다.

해마다 설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았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잠간뿐이였다. 아버
지와 어머니는 출근하기에 곧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때마다
나는 부모를 따라가겠다고 늘어지게 울어댔다.

할머니는 그러는 나를 업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구밖까지
바래다주었다. 어머니는 눈물범벅이 된 나를 달래면서 돈을 많
이 벌어가지고 올터이니 할머니의 말씀을 잘 들으라고 했다. 아
버지도 몇발자국 가다가는 돌아서서 우리한테 손을 내흔들었다.
언니는 이미 부모와 떨어져있는것이 습관된 모양이였다. 길
떠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인사를 선선히 하고는 돌아섰다.
나보다 두살 이상인데 그렇게도 어른스러울수가 없었다. 하여
할머니는 늘 언니를 칭찬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니 할머니네 집터전에 있는
과일나무에 푸르른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 어른들은 모두 일하
러 나가고 언니도 마을에서 꾸리는 유치원으로 갔다.

집에는 작은고모와 나만 남아있는다. 작은고모는 나와 같은
장애인이여서인지 나를 보는 눈길이 달랐다. 때론 나를 보고 한
숨을 지으면서 “나는 그런대로 가고싶은 곳을 다 가고 하고싶은
일을 다할수 있는데 너는 이후엔 어쩐다냐?” 하고는 돌아서서
눈굽을 찍군 하였다.

고모는 자신이 병신이라고 집에 낯선 사람이나 손님이 오면
늘 고방에 들어가 숨어버리군 했다. 심지어 우리 부모가 와도 숨
어버렸다. 어린 나이에 나는 작은고모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세상에 그 누가 장애인이 되고싶어서 되였겠는가! 다 그 몹
쓸 질병때문이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종래로 작은고모처럼 자신감이 없어
숨어다니지 않았다. 무슨 수치스러운 일을 한것처럼 다른 사람
을 만나는것조차 꺼려한다면 어떻게 이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물론 이런 도리는 후에야 깨달은것이지만 어쨌든 나는 어려
서부터 유별나게 떳떳하였다. 장애인이여서 주눅이 들어본적은
거의 없었다.

이날도 날씨는 아주 쾌청했다. 나는 할머니의 검정코신을 발
에 걸치고 마당에 나앉았다. 코신이 너무 커서 발에 걸리지 않으
니 손으로 코신 신은 발을 꼭 잡고 앉은뱅이걸음으로 나왔다.
나는 문득 할머니네 초가집 벽밑에 이름 모를 풀들이 가득
자라난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들이 먹을수 있는 나물인줄로 알았다. 셋째고모는
늘 일하러 갔다가 돌아올 때면 나물들을 가득 뜯어가지고 왔다.
그러면 그것들을 깨끗이 다듬고 씻어서 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먹기도 하였다. 나도 저 나물들을 뜯어서 할머니에게
드리고싶었다. 그러면 할머니가 “우리 손녀 참 기특하다. 나물을
다 뜯고.” 하고 칭찬할것이다. 신이 난 나는 풀을 뜯어서 코신안
에 가득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문턱에 앉아서 할머니가 밭에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땡볕을 맞으면서 기다리던 나는 어느새 소르르 잠들었다. 얼
마나 지났는지 나는 기척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할머니였다. 나
는 냉큼 “할머니, 나물!” 하고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
“응? 무슨 나물이야?”

나는 얼른 코신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코신안의 풀을 보더니
껄껄 웃으면서 “이걸 누가 나물이라고 하더냐? 이것들은 돼지도
안 먹는 풀들이란다. 어서 버려라.”라고 하셨다.

나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정성껏 뜯은것이라 쉽사
리 버릴수도 없었다.

저녁이 되자 언니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할머니는 낮에 있
었던 일을 재미있다는듯이 언니한테 일일이 들려주었다. 언니는
다가와서 내가 뜯은 풀들을 들여다보더니 “어이구, 등신아, 이건
못 먹는 풀이야!” 하면서 냉큼 울바자밖에 가져다 던지였다.
나는 너무도 속상해서 우두커니 앉아만 있었다.

나는 언니가 몹시 부러웠다. 유치원에서 노래도 배우고 글도
배우고 하니 아는것도 많았다. 매일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재미나게 이야기했다.

유치원에서는 간식도 나누어주었다. 간식이라야 강냉이튀기
였지만 언니는 그것을 치마폭에 싸가지고 와서는 집식구들한테
나누어주군 했다. 그러는 언니가 얼마나 멋스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언니처럼 유치원에 가고싶은데 병신다리때문에 그럴수가
없었다. 매일 집에만 박혀있으니 등신이 될수 밖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음에 어머니가 오면 꼭 언니처럼 유치원
에 보내달라고 졸라대리라 속다짐하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래
도록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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