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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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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이 김치인가
2015년 03월 01일 14시 20분  조회:3363  추천:0  작성자: 넉두리

김장이 김치인가

-김장과 김치의 어원
 
강상헌 언론인 · (사) 우리글진흥원 원장
 



 
 
김장, 대한민국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최근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미 보도된 내용을 새삼스럽게 영어 제목까지 표시하며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당국이 규정에 따라 유네스코에 신청하고, 유네스코는 이를 검토하여 결정했을 사안이다. 허랑하게 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 ‘김장=김치’가 아니다. 관련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김장과 김치는 다른 단어다. ‘김치’를 담구고 이를 나누는 공동체적 미덕의 전 과정이 ‘김장’이다. 맞다, 우리가 먹는 것은 김치다, 김장을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언론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글쓰기나 말하기에서 김장과 김치를 같은 것으로 쓰는 경우를 본다. 심지어는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도 그렇다. 그 사전은 김장과 김치가 같은 것이라고, 이렇게 풀었다. 다른 사전들도 베낀 듯 거의 같다.
 
<김장 :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
<김치 :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고춧가루, 파, 마늘 따위의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를 시킨 음식. 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다.>
 
그렇다면 김장은 김치를 만드는 것이면서 동시에 김치다. 그런데 그렇게 아퀴 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한국인은 매일 김장을 먹는다고? 어색하다. 또 ‘아닐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형식의 측면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논리적이지 않은 점이 또한 지적돼야 한다. 김치를 담그는 것이 김장인데, 김장을 담그는 것도 김장이 되는 셈이다.
 
물론 시민들 중 일부가 그렇게 알았을 수 있고, 또 쓸수도 있다. 그런데 ‘김장=김치’의 등식(等式)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어색하거나, 비논리적이거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가능한) 지적들에 관해 한번이라도 논의가 있었을까?
 
그 사전 귀퉁이를 살피니 ‘김치’의 어원이 침채(沈菜)라 했다. 즉 (물에) 담근 푸성귀(채소)란다. 또 각 지역의 김치를 이르는 향토(鄕土) 말 중에는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짐치’가 있다. 침채의 변형 또는 토속적 변용(變容)이라고 푼다. 또 그 침(沈) 글자에다 ‘이러 저러한 성질을 가진 것’이란 뜻의 우리말 ‘치’를 붙인 ‘침치’의 변형일 거라는 견해도 있다.
 
그 사전, ‘김장’의 비슷한 말로 진장(陳藏) 침장(沈藏)을 들었다. 또한 어원(語源)으로 침장을 제시했다. 뜻으로 읽으면 진장은 ‘편 것을 저장함’이고, 침장은 ‘담궈 저장함’이란 뜻이다. 고개 끄덕여진다. 다른 자료들에는 ‘팀장’ ‘딤장’을 거쳐 김장이 됐다는 풀이도 있다.
 
김장과 김치는 한국말이다. 낱말 곁에 한자 표기가 따로 없으니 한자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원까지 살핀 마당에 두 말이 같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김장의 ‘장’은 냉장고(冷藏庫)의 장과 같은 말이거나 최소한 관련이 있는 말은 아닐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김장과 김치는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사전에도 그리 돼 있지 않은가? 이해관계(利害關係) 따위로 다툼이 생길 소지가 적은 단어이기 때문에 대부분 무신경하게 지나친다. 이번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이 단어들의 뜻(의 차이)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왜 김치가 아니고 김장이 등재됐지?’하는 궁금증을 표시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 답은 ‘유네스코가 상업화(商業化)를 우려해 개별 음식을 그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시민들의 상당수는 ‘김장과 김치가 다르구나’하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라도) 한 번 더 느낀 기회가 됐겠다.
 
‘짜장면과 자장면’ 논란을 명쾌하게 풀어낸 일로 너무 유명한 국립국어원, 이번에 불거진 ‘김장=김치?’ 상황은 어떻게 풀어낼까? 그 국가기관은, 시민들에게는, 말글의 재판소다. 거기서 만드는 사전은 국가대표 국어사전이다.
 
토/막/새/김
 
 
김치의 다른 어원들을 보자. 한 사전(네이버의 두산백과)은 침채 말고도 김치의 어원을 ‘함채(鹹菜)’가 ‘감채’ ‘김채’ ‘김치’로 변화한 것이라는 설(說)도 제시했다. 함(鹹)은 소금기를 말한다. 또 침채는 ‘팀채’ ‘딤채’ ‘짐채’ ‘김채’로 변화되어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김치 전용냉장고 이름이 떠오른다. 순수한 우리말인 ‘디히’가 ‘지히’를 거쳐 ‘지’로 변한 채소 발효식품 이름을 주목하기도 한다. 이 이름은 오이지 짠지 섞박지와 같은 이름으로 오늘날의 요리에 전해진다. 말(언어)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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