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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호랑이? 미디어 언어파괴 현상들
2015년 06월 09일 12시 20분  조회:3491  추천:1  작성자: 넉두리
성인 호랑이? 미디어 언어파괴 현상들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전 세계적으로 5백여 마리, 중국에 2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백두산 호랑이의 자태가 카메라에 뚜렷이 잡혔다면 반갑고 재미난 뉴스다. 우리나라 대표적 방송사가 지난 19, 20일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동영상 화면과 함께 뉴스로 내보냈다. 당당한 외관, 과연 백두산 호랑이구나! 중국 발 특파원 뉴스였다. 눈이 시원했다.
 
그런데, 설마, 내 귀를 잠깐 의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자의 그 말은 ‘성인’이었다. <백두산 호랑이 잇단 출몰…근접 영상 포착> 제목의 이 기사에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야생 백두산 호랑이입니다. 갈색 털에 온 몸에는 검은 줄무늬가 선명합니다. 성인 수컷으로 추정되는 이 호랑이는 자기 영역을 돌아보는 듯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성인은 “사물이 이루어지는 원인”이라는 成因, “인(仁) 즉 덕을 갖췄다”는 成仁,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가리키는 聖人이 있다. 그리고 또 성년(成年) 어른(大人)”을 이르는 成人 등 몇개의 성인이 있다.
 
발음은 같고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들이다. 그 호랑이 기사에서는 어떤 ‘성인’을 말한 것일까? 혹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동굴에 들어가 마늘과 쑥으로 연명하다가…’하는 단군신화를 빗댄 비유적 표현이었을까? 그런데 곰은 웅녀가 됐지만, 호랑이는 정해진 시간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실패하지 않았던가.
“다 큰 수컷 호랑이”라는 말을 ‘성인(成人) 수컷 호랑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자. ‘이룰’ 성(成)과 ‘사람’ 인(人)의 두 글자의 합체다. 우선 이 점을 지적한다. 왜 ‘다 큰 수컷 호랑이’라고 쓰지 않았을까? 한자어 대신 우리말로 좀 풀어썼다고 무슨 흠이 되랴. 지적 사항 또 하나, 성인이 사람(만)을 지칭하는 단어인지 몰랐을까?
생물 책은 ‘다 큰 동물’을 이르는 말로 성체(成體)라는 단어를 쓴다. ‘다 큰 사람’을 成人이라 함과 같다. 그 기사의 ‘성인 수컷 호랑이’는 ‘성체 수컷 호랑이’로 고쳐야 제 뜻이 된다.
 
성인을 ‘어른’이라 하는 것과 같은, 다 큰 동물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토박이말이 없다는 점은 먼저 언급해야 한다. 또 영어단어 adult[애덜트]는 사람[성인] 짐승[성체] 곤충[성충(成蟲)]등을 다 가리킨다. 비교언어학적인 접근은 또 다른 통찰력을 줄 수 있으리라.
 
초등학생 같은 아이들은 ‘성체’ 대신 ‘성인’이라고 흔히 쓴다. 말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성인들의) 인터넷 글쓰기에서도 어렵지 않게 그런 고충을 볼 수 있다. 또 신문과 방송의 글에서도 상당한 수의 ‘성인 호랑이’ 표기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성인 호랑이’ 방송기사가 양해가 될까? 그 많은 시청자들에게?
 
비행기로 물건을 옮긴다는 공수(空輸)를 ‘산지(재배지)에서 바로 식당과 같은 소비처(消費處)로 실어온다’는 직송(直送)과 혼동해 쓰는 경우도 흡사하다. “건너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부엌으로 바로 공수해오니 싱싱하다.”는 식이다. 이 방송사 뉴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유행인 ‘자처하다’도 그렇다. 일부 기자들, 이 덜 떨어진 말을 자주 쓴다. 이 방송사 도 ‘역시나’다. 독자 시청자 등 ‘고객’들은 그 말을 그렇게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기억할 것이다. 잘못된 말의 전파, 즉 언어 와전(訛傳)의 채널 중 하나겠다.
 
“생계고민으로 교도소 행을 자처한 범행이 있었다.” “영국 윌리엄 왕자가 자선기금 홍보를 위해 하룻밤 노숙을 자처했다.”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겠다고 개그 프로 출연을 자처한 목사님이 있다.”의 ‘자처’를 말함이다. 이 자처는 다 ‘자청’으로 고쳐야 맞다.
 
자청은 스스로(自) 어떤 일을 하겠다고 바라는(請) 것, 자처는 (어떤 목적을 위해) 스스로 어떠한(다른) 사람인 체 한다(處)는 뜻이다. (원래 그 신분이 아니지만) 범죄자 노숙자 개그맨을 자처할 수는 있으되, 자청할 수는 없다. 또 ‘자처’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자결(自決)의 뜻도 있으니 주의할 것. 말에는 각각의 쓰임새가 있다. 사전의 ‘용례’가 그것이다.
 
방송이 이렇듯 잘못된 말을 퍼뜨리고 있는 사실, 시민들은 엄중하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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