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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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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할 일이 있습니까? (김희수)
2020년 09월 03일 08시 54분  조회:1176  추천:0  작성자: 넉두리
단편소설
 
할 일이 있습니까?
 
김희수
 
 
사람들이 다 출근했거나 일하러 나간 후의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노라면 나처럼 할 일이 없이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백수들이 수없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야근하는 사람들과 퇴직한 사람들을 제외하더라도 할 일이 없는 20대, 30대, 40대, 50대들이 자신의 취미에 따라 공원, 숲속, 놀이터, 강가, 낚시터, 장기판, 오락방, PC방, 마작방 등에 몰려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직업이 없거나 잠시 일자리를 그만두고 노는 백수들이다. 어느날부터인가 나는 오전 9시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이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나 같은 백수가 이처럼 많은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날은 오토바이를 집에 버려두고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할 일이 있습니까?”
머리를 들고 말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아서야 나는 내가 수무그룹앞을 갓 지나 로무일군들이 쭉 늘어서 하루의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인력시장까지 온 것을 발견했다. 거기엔 숱한 남녀 로무일군들이 서서 한담을 하면서 일손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로무일군중에 조선족이 매우 적었기에 나는 조선말이 들리자 신기한 눈길로 말소리가 나는 쪽에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 할 일이 있습니까?”
내 또래의 40대 아줌마가 내 앞까지 다가오며 재차 물었다. 그러자 한패인 듯한 세명의 녀인이 뒤따라 나를 둘러쌌다. 나는 시간이 많고 심심하던 차라 장난기가 동하여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꼬투리를 잡았다.
“난 선생님이 아닙니다. 선생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아이참, 학생을 가르쳐야 선생님입니까? 선생님, 할 일이……”
나한테 말을 건 아줌마가 얼굴이 반반하고 말소리가 부드러운데다가 하도 인상이 좋았기에 나는 긴 대화를 나누어볼 생각으로 정면 대답을 회피하려고 말허리를 잘랐다.
“그래도 난 선생이라고 불리울 자격이 없습니다.”
내가 하도 사양하니까 예쁜 아줌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초면에 만난 낯선 분인데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손님이라고 부르자니 제가 뭐 손님을 접대하는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집을 찾아 온 손님도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사람들처럼 아저씨라고 부르자니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당신이라고 부르자니 남편을 부르는 것 같고 그 쪽이라고 부르자니 례절이 없는 것 같고……”
예쁜 아줌마가 재미있게 얘기하자 나도 신바람이 났다.
“정말 그렇기도 합니다. 한족들처럼 니디 워디 하면 간단할텐데요.”
“그렇기도 하군요. 여하튼 선생님, 할 일이 있습니까?”  
“할 일이요? 아참, 할 일이야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지요.”
내가 능글능글 웃자 예쁜 아줌마는 약간 짜증이 난 듯이 목청을 높였다.
“도대체 있단 말입니까? 없단 말입니까?”
“지금은 할 일이 없어서 여기에 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좀 지나면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마작판에서 ‘한 사람이 모자란다(三缺一)’라는 전화가 오면 만리장성을 쌓을 일이 생길 수 있고 술상에서 ‘한잔 하자’라는 전화가 오면 거나하게 마실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아니, 제 말은 선생님이 할 일이 아니라 제가 할 일이 있는가 하는 겁니다.”
“그럼 응당 ‘시킬 일이 있습니까?’라거나 ‘일손을 요구합니까?’라고 물어야죠.”
“아이, 뭐 신문에 내겠습니까? 문법까지 따지며 말꼬투리 잡습니까? ‘할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도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데 말입니다.”
예쁜 아줌마는 화를 내는 듯 했지만 말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이럴 때는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허허허, 내가 지금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고 또 아주머니도 여기 서서 심심해 하는 것 같아 얘기거리를 만들자구 그런 겁니다. 화 났다면 죄송합니다.”
예쁜 아줌마와 함께 나를 둘러싼 세 녀인은 모두 조선족이였다. 그중 둘은 50대로 보이고 하나는 30대 후반이 아니면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50대 녀인중 하나는 뚱뚱했고 다른 하나는 마른편이였다. 그리고 어려보이는 녀인은 넷중 키가 제일 컸다. 50대의 두 녀인이 일을 시키러 온 사람이 아니니 대꾸를 하지 말라고 눈짓했지만 예쁜 아줌마는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고용주를 기다리기 심심했던지 내 기대대로 긴 대화를 이어갔다.
“뭐, 화까지야. 아까 마작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도 이전엔 마작미치광이였슴다. 그런데 마작을 오래 놀아보니 돈을 잃는 건 물론 건강까지 나쁘게 됐슴다. 소변을 억지로 참느라 방광염에 걸렸고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통증이 생겼슴다. 그리고 술얘기도 나왔지만 술도 마찬가짐다. 나도 한때 애주가였는데 간이고 위고 다 나빠져서 지금은 술을 끊었슴다.”
“그래도 마작, 술, 담배가 3대 아편인 걸 어떻게 합니까? 마누라 없이 살아도 마작, 술, 담배가 없으면 못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에그그, 남자들은 마누라가 다 달아나야 정신을 차리겠는지.”
뚱뚱한 녀인이 우리의 대화에 끼여들었다. 뚱뚱한 녀인이 예쁜 아줌마를 보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분이 우리 이쁜이에게 반했구나.”
마른 녀인도 맞장구를 쳤다.
“하기야 우리 이쁜이 보고 일을 시키는 고용주들이 많기도 하지비.”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내 요 미모에 반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죠.”
예쁜 아줌마는 두 녀인의 칭찬에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한술 더 떠서 자화자찬했다. 그녀는 대화하는 동안에도 누가 일을 시키러 오는 사람이 있나 해서 거리쪽을 살려보군 했다. 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내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는데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한 김에 아줌마에게 일을 시킬가 합니다.”
그러자 예쁜 아줌마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무슨 일입니까?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예쁜 아줌마의 말에 나는 또 장난기가 동했다.
“정말로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할수 있겠습니까?”
“네. 선생님이 상상하는 그런 일은 말구요.”
“내가 상상하는게 어떤 건데요?”
“아이참, 남자들은 다 엉큼하지 않습니까?”
예쁜 아줌마가 백이든 흑이든 남자들은 다 씨잡아 욕하는 것을 보고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남자들은 다 엉큼하지만 마음속파와 행동파 두 가지 부류가 있지요.”
“마음속파는 뭐고 행동파는 또 뭡니까?”
“엉큼한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만 있는 남자들을 마음속파라고 하고 그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남자들을 행동파라고 하지요. 나는 대부분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속파랍니다. 그러니 난 무슨 상상같은 걸 할지는 몰라도 행동에 옮기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가 시킬 일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무슨 일인가요? 저에게 시킬 일이……”
“갑시다. 가보면 알게 아닙니까?”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죠. 값도 흥정해야 하고……”
“일당은 최고로 쳐주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다짐을 받 듯이 다시 웃으며 묻자 예쁜 아줌마는 곱게 눈을 흘겼다.
“아니, 선생님두 참, 그런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다 하겠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내가 오늘 시킬 일도 사람을 해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는 일입니다. 그리고 도구도 필요없이 맨 주먹으로 가면 됩니다.”
“그럼 좋습니다. 갑시다!”
아줌마가 나를 따라 나서자 곁의 세 녀인도 함께 따라왔다. 나는 급히 세 녀인을 막아섰다.
“내가 시킬 일은 이 아줌마가 혼자서 해도 얼마든지 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우리 네 사람은 일할 때 항상 함께 뭉쳐다니는 한패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떨어질 수 없습니다.”
세 녀인이 기어코 따라 오겠다고 하자 나는 하는 수 없이 넷 모두 데리고 나섰다. 내가 앞장서 걷는데 예쁜 아줌마가 따라오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무슨 일을 시키는지는 몰라도 택시를 타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10시가 다 됐는데 이렇게 걸어서 어느 시간에 일하겠습니까?”
“안심하십시오. 하루 일당을 다 쳐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뭐가 그리 신비합니까? 선생님이 사기군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허허, 내가 일당을 주지 않으면 넷이서 함께 날 파출소로 끌고 가십시오.”
나는 네 녀인을 데리고 공원으로 들어가 한바퀴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녀들을 데리고 공원정자에 나란히 앉았다.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와서 무슨 일을 시키겠다는 겁니까?”
예쁜 아줌마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전화를 거는 척하다가 대답했다.
“여기서 친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제 친구가 오면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네 녀인은 의심하는 눈빛이였으나 더 묻지 않고 저들끼리 횡설수설했다.
“정말 오래만에 공원에 와 보는구나.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한 시내에 있는 공원도 와볼 시간이 없었네.”
뚱뚱한 녀인이 비탄조로 내뱉자 마른 녀인이 동감을 표시했다.
“그러게 말이우. 그런데 여기 와 보니까 할 일이 없이 노는 사람들이 어째 이리 많은지 모르겠소.”
“지금은 취업 하기 힘들어 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소. 우리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지 이티가 되는데 취직을 못했다니까.”
“하긴 제 조카도 마찬가짐다. 중점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한국에 나가 막벌이를 한다잖아요.”
예쁜 아줌마도 한마디 했다. 셋이서 계속 한담을 했지만 키 큰 녀인만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뚱뚱한 녀인이 키 큰 녀인의 어깨를 툭 쳤다.
“막내가 좀 얘기해보우. 그래 남편이 집에서 논다더니 일자리를 얻었소?”
“리혼했습니다.”
“뭐?!”
세 녀인이 모두 놀란 소리를 질렀다. 키 큰 녀인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처녀때 그 사람의 달콤한 말재주에 넘어가 결혼했더니 일하기 싫어하는 건달일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처음에는 어느 소구역의 경비원이였는데 술 처먹고 돼지처럼 쿨쿨 자는 사이에 도난사건이 생겨서 그날로 일자리에서 쫓겨났죠. 그래서 나같이 로무를 하자고 말했더니 힘든 일은 못하겠다 하고 청소하는 일을 소개 시켜줬더니 아는 사람을 만나 창피하다고 하루만에 일을 그만뒀죠. 환자를 간병하는 일을 소개시켜줬더니 사내대장부가 어찌 남의 대소변을 받아내겠는가 하면서 거절했죠. 그러다가 한국에 나갔는데 처음에는 돈을 좀 벌었다고 소식을 보내오더니 그 돈을 다른 녀자에게 다 써버리고 빚까지 지고 돌아왔어요. 그래서 화김에 리혼하고 말았어요.”
나도 이따금씩 녀인들의 말에 끼여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때가 되자 녀인들이 친구가 왜 아직도 오지 않느냐, 빨리 전화하라고 재촉했다. 나는 웃으면서 먼저 점심이나 먹고 보자면서 녀인들을 조선족맛집으로 데리고 갔다.
녀인들은 나같은 고용주는 처음 본다고 하면서 의심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체면 차리지 않고 맛있고 비싼 음식을 시켜 먹었다. 나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많이 들라고 권했다. 녀인들은 힘든 일을 해서인지 그 많은 음식을 게눈 감추듯 다 먹어버렸다. 뚱뚱한 녀인은 잘 먹었다고 하면서 트림까지 했다.
식사가 끝나자 녀인들은 또 빨리 일을 시켜달라고 재촉했다. 나는 할 일이 많지 않아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으나 녀인들은 빨리 끝내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집에서 나오자 나는 이 골목 저 골목 돌다가 녀인들을 데리고 조선족커피집으로 들어갔다. 녀인들은 일당을 근심하지 말라는 나의 말에 미심쩍어 하면서도 따라 들어왔다. 녀인들은 아메리카노커피를 청했고 나는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녀인들은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입을 놀려댔다. 뚱뚱한 녀인이 새로 온 손님에게 커피를 따라주는 접대원아가씨를 바라보더니 우리한테 물었다.
“아까 맛집에서도 그렇고 여기 커피집에서도 그렇고 다들 이상한 걸 발견하지 못했소?”
“이상한 거라니?”
마른 녀인과 키 큰 녀인이 어리둥절해 하는데 예쁜 아줌마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히죽 웃었다.
“아까 맛집과 여기 커피집이 모두 조선족집인데 접대원은 모두 한족인게 이상하다는 거죠?”
“그래 맞아.”
뚱뚱한 녀인이 예쁜 아줌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우리 이쁜이 언제 봐도 똑똑하다니까!”
“얘를 칭찬하지 마오. 자꾸 춰주니까 우리 머리우에 올라앉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소?”
“내 언니들 머리우에 올라앉기야 쉽지요뭐. 그런데 막내 머리우에 올라앉기는 힘들죠. 막내가 너무 키가 커서……”
예쁜 아줌마의 말에 나이 많은 두 녀인이 한바탕 웃어댓다. 여태껏 잠자코 있던 키 큰 녀인이 아까 화제를 다시 이어갔다.
“지금 간판은 조선족집이지만 한족들이 하는 영업집이 많죠. 이게 다 조선족들이 관내나 한국에 많이 나가서 그렇죠. 지금 조선족들은 힘든 일, 더러운 일은 다 그만두고 한국에 나갔지만 거기서도 더 힘든 일, 더러운 일을 하고 있어요. 여기선 조선족들의 빈자리를 한족들이 다 차지하고 있고요. 우리가 하는 로무일도 우리 패와 숙자네 패 말고는 조선족이 없잖아요?”
예쁜 아줌마도 한숨을 내쉬였다.
“그건 그렇슴다. 정말 여기서 일자리를 찾자면 많은데 다들 한국에 나가자고 하죠. 사실 나도 한국에 나가고 싶은데 아이를 공부시켜야 하기에 지금은 안돼요. 앞으로 아이를 대학에 보내놓고 한국에 나갈 예정이예요.”
나는 여기서도 일자리가 많다고 하면서도 한국에 가겠다고 하는 예쁜 아줌마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 얘기를 하던 중 예쁜 아줌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또 나를 보고 재촉했다.
“우리한테 무슨 일을 시켜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빨리 일 좀 합시다.”
다른 세 녀인도 독촉했다.
“우린 커피같은 걸 마시며 한가하게 보낼 사람이 아니니 빨리 일을 시켜주십시오.”
“좋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내가 정색하자 네 녀인은 무슨 중요한 발표라도 기다리 듯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나만 바라보았다. 나는 에헴, 하고 기침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난 한국에 나가 돈을 좀 벌어왔지만 지금은 할 일이 없어 빈둥빈둥 노는 백수입니다. 마누라가 지금도 한국에 나가 있고 나는 아이를 공부시킨다는 핑계로 밤낮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마트폰 중독자로 되였답니다. 앉아서도 스마트폰, 누워서도 스마트폰, 서서도 스마트폰, 길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스파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답니다. 하루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계속 들여다 보았지요. 사람들은 또 나같은 사람을 일러 수그리족(低头族)이라고도 하지요. 나는 언제나 스마트폰 2개, 보조배터리(充电宝), 이어폰 등을 휴대하고 다니죠.”
“그래서?”
“밤낮 스마트폰에 너무 몰입했더니 목과 허리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을 뿐만아니라 우울증, 불안, 공포 등 증상이 나타나서 미칠지경이였습니다.”
“적당히 좀 하지. 그래서?”
“그래서 병원치료를 받았으나 낫지 않아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더니 주로 산책을 많이 하고 타인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해서 오늘 녀사분들을 고용해 대화를 나눈 것입니다. 녀사분들은 오늘 할 일을 다 완성했으니 이제 일당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일당을 넉넉하게 드리자 녀인들은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받아 미안하다고 했다.
“아닙니다. 내가 녀사분들과 대화하면서 스마트폰중독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예쁜 아줌마와 대화를 나눠 오늘 즐거웠습니다.”
내가 악수를 청하자 예쁜 아줌마는 내 손을 잡아 흔들며 곱게 눈을 흘겼다.
“우리 녀자들도 이렇게 아무 일이나 다 하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그 이튿날도 나는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나도 할 일이 있어야 하겠는데. 무슨 일을 찾아할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걸어가는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할 일이 있습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여서 바라보니 어제 만났던 예쁜 아줌마였다. 그제야 나는 내가 또 수무그룹 앞을 지나 인력시장 앞에 서 있음을 발견했다. 그런데 예쁜 아줌마가 말을 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방금 자가용에서 내린 어떤 신사였다.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지만 예쁜 아줌마가 했던 말이 자꾸만 귀전을 때렸다.
“할 일이 있습니까?”
 
2019년 9월 20일 연변일보 해란강부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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