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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잃고 도금을 얻는 사람
2009년 05월 16일 12시 14분  조회:1892  추천:0  작성자: 방룡남

한국에 다녀온 한 친구가 담배가게에서 외제담배를 사려고 손을 들어 왼쪽으로 몇번째 담배를 가리키자 가게주인이 영어로 씌여있지 않으냐며 얼굴에 아주 비웃는 표정을 짓기에 그만 얼굴이 확 뜨거웠다고 한다. 그런데 동행한, 어느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있는 친구가 짐짓 영어로 이것저것 묻자 가게주인은 또 <<한국인>>같은데 그렇게 유식한체 할것 있느냐며 꼬집더란다. 그러고보니 그 가게주인도 영어는 기껏 안다는 것이 자주 구입하고 있는 물품명이나 기억(암기)한 정도인듯 했다.
술상에서 금방 친구의 소개로 낯을 익힌 친구가 물흐르듯 류창한 중국어로 일장 <<연설>>이다. 이쪽이 중국어에 퍽 낯설어서 겨우 의미전달이나 하자 그 친구는 중국에서 살면서 중국어가 왜 그 꼴이냐 하는 야릇한 표정이다. 그때 누군가 당신은 우리 말을 아는가고 묻자 그 친구는 그게 무슨 대순가 하는 떳떳한 얼굴로 전혀 모르거니와 또 알아서 무슨 쓸모가 있는가고 하는 것이였다.
그러니 모국어를 모르는 것은 별로 부끄러울 것도 없고 영어나 중국어를 모르는 것이 도리여 수치스럽다는 것이다.
과연 장소나 신분에 따라 영어나 중국어에 견습공수준을 보여줄 때면 어느정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역시 다민족국가에서 하나의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민족들에게 있어서 그 주체민족의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공간이나 자활력이 약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된 사회에 선택된 인간들이 사회 적응력의 부족에서 가지게 되는 안타까움이지 수치심은 결코 아니다.
모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 그것도 모국어는 몰라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을 우리는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 대하기가 도리여 부끄러운 노릇이다. 주체민족어에 잘 통하지 못하는 사람을 얕보기전에 벌써 그는 자기 조상을 외면해버린 사람, 현대 <<진화>>를 겪어 동화된 <<이민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신분증을 확인하고보면 그는 워낙 중국어밖에 모르는 <<중국인>>인데 구태여 조선사람으로서 과연 중국어를 잘 한다고 감탄할 아무런 리유도 없다. 그가 중국이란 이 땅덩어리에서 인간가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의미는 그가 이미 중국인으로 동화되였다는 것외에는 달리 자리매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어에 잘 통하지 않으면 생존공간이 좁아지니 자활력이 약해지니 하는 것부터가 바로 우리는 조상의 피를 물려받은 조선족이기를 고집하고 강한 생명력으로 이 땅에 민족의 원색적인 문화터전을 마련하려는 모지름 때문이다.
청나라의 봉금령으로 월강죄에 걸리면 사형까지 당할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룡흥지지(龍興之地)>>에로 대거 천입한 조선족은 봉금령의 페지와 함께 또 앞머리를 깎고 만복을 입는 <<치발역복( 髮易服)>>이란 민족동화정책을 반대하여 싸우지 않으면 안되였다. 죽더라도 조선족이기를 바라고 조상한테 치욕을 주기를 한사코 원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갖은 릉욕과 천대를 받으면서도 끝끝내는 <<자기>>를 잃지 않았지만 일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은 마침내 그에 순종하여 <<치발역복>>하고 점산호(占山戶)의 마름이 되거나 지어는 점산호가 되여 천여쌍의 땅을 소유한 으리으리한 부호가 되고 조선족소작농을 부렸다.
한일합방을 탄압적으로 <<실현>>한 일제가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민족어를 말살하려 할 때에도 우리 민족은 돌틈에 솟아나는 풀마냥 끈질긴 생명력으로 민족의 얼을 고스란히 지켜냈지만 역시 창씨개명하고 넔마저 빼앗긴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수치심이란 것은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거나 어떤 일에 떳떳하지 못할 때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모국어를 아예 잃어버린 사람앞에서 모국어는 <<정통>>하고 주체민족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수치심을 가질 리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럼에도 나 역시 간혹 때와 장소에 따라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없지 않다. 그것이 대학을 나온 이른바 선택된 인간의 부끄러움이라면 신분적차원에서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으나 그것이 아니고 그냥 중국어가 신통치 않다는 사실에서 느끼게 되는 사회 일반에 흐르는 의식이라면 그 수치심은 우리 민족의 체면의식의 변질된 표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리조량반의식을 보여주는 <<선비정신>>이 인제 빈 껍데기만 남았을 때 그것은 허례허식과 유식을 자랑하는 것이였다. 사회에 아무런 유익함도 없이 그냥 가난에 쪼들리면서도 세속을 묻지 않았던 량반들은 고리타분한 유흥에 달을 보고 풍월을 잡으면서 유식을 자랑했다. 바로 그것이 비탈려 어떤 경우라도 절대 체면 하나만은 잃어서는 안된다는 민족의 변질된 체면의식으로 확대된듯 싶다. 그리고 그런 체면의식이 절대화되면 경우불문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아 자기의 <<유식>>이나 <<우월>>을 자랑하게 되는 것이다.
민족의 뿌리를 뽑히운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수치심을 느낄 대신 자기의 유식이나 우월을 자랑하는 것이 퍽 민망스럽다.
연변오동팀의 영웅이라고 할만한 문지기-블라이마가 조선말을 모른다고 해서 안스러움은 있어도 수치심이 있을 수 있을가.
연변의 중국인이 조선말을 모른다고 해서 불편함은 있어도 수치심이 있을 수 있을가.
여자가 아무리 부끄러움을 잘 탄다고 해도 남자의 불능으로 아이가 없다면 여자가 임신못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 아니라 남자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수치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 살려면 중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리치이겠으나 조선말을 전혀 몰라도 좋다는 것은 벌써 마음속으로 조선족이기를 포기한 것인데 그래도 여기에 <<표범의 반점을 지워도 의연히 표범>>이라는 속담이 적용될 수 있을가.
민족어를 잃어도 민족의 넋은 잃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은 타민족도 그 민족의 문화를 알면 그 민족으로 될 수 있다거나 또는 쪼각난 것을 풀로 붙이면 의연히 새것이 된다고 하는 억지임에 다름아니다.
곰이 옥수수따는 격으로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다거나, 지어는 순금보다 화려한 도금쪽에 마음을 빼앗겨 귀중한 것을 잃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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