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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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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는 봄 앞서가는 마음
2013년 04월 26일 13시 28분  조회:1360  추천:1  작성자: 한세준

농가에는 봄이 일찍 찾아오는 법이다. 하건만 올해의 봄은 지각하고있다. 지난 겨울 메마른 한파로 류달리 추워서였던가, 체감만이 아니라 기상관측의 수자적인 기록도 그러하다. 기온이 령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마을의 어떤 집들에서는 설날까지도 콸콸 나오던 수도물이 갑자기 얼어서 두어달 내내 고생이 막심하였다. 수도를 놓은지 십여년간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춥기는 되우 추웠던 모양이다.

이제 청명도 지난지 십여일이 되도록 해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왕년 같으면 논갈이도 거의 마무리했으련만 허허논판은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여나지 못한채 무덤덤한것이 도무지 봄의 경상을 느껴볼수 없다. 관례대로 청명후면 산향에 제법 봄기운이 훈훈하여 솜옷을 벗어던지고 산뜻한 차림으로 바꾸는 계절인데도 말이다.

남 먼저 산촌수곽(山村水郭)을 찾아 봄기운을 즐기려는 성급한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향하고 특히나 계절의 엇바뀜에 예민한 도시아가씨들은 이 봄에는 어떤 색상이 제일 돋보일가 하고 고민 아닌 고민이 봄마중을 나서군 하였다. 그런데 올해의 봄날은 어디서 늑장을 부리며 올념을 하지 않으니 공연히 서성거리게 되는 로옹의 심사이다.

농사준비에 바삐 돌아치는 농가에서는 두엄도 내고 터밭도 번지고 벼종자도 담가야 하는데 올해는 노량으로 찾아드는 봄이라서 집집에 뜨락이 한산하다. 공연히 서둘러대는 이 로옹은 지구온난화로 인젠 봄철도 앞질러 찾아들고 봄날도 한결 따스하리라 믿었건만 내 예상이 한참 빗나가고있다. 이 근년에 하늘도 치매에 걸렸는지 랭온으로 변덕을 부리니 도무지 예측불가이다.

하늘이 해주는대로 움직이는 농부들은 특별히 천기에 예민하게 되였고 도무지 종잡을길 없는 날씨에 신경을 살리게 되였다. 꽃샘철추위도 례년 같지 않다. 봄이 지각하였으니 례사로우랴. 그래서 농사차비가 한데 몰켜서 조급한 마음부터 앞세우고 서두른다. 봄이 지각하였다고 여름, 가을도 늦추어준다는 법이 없거늘, 밖에는 진눈까비로 마음도 얼구지만 비닐하우스안에서는 벼모판을 만들기에 마음들을 달구고있다. 바지런히 손발을 놀리며 수확의 꿈을 심어가는 그 모습들이 거룩하지 않을수 없다.

날씨야 어떻게 장난치든 흙과 씨름하며 자연의 질서대로 씨 뿌려 생계를 영위하는 농부들이야말로 이 땅의 근로자의 전형들이 아니겠는가? 수지가 크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농사인줄 알면서도 숙명처럼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생명공급의 일익을 담당하고있는 농민들, 로력의 결실을 응유의 값으로 환원하지 못하고 헐값으로 넘겨주는 농민들이야말로 대지의 충실한 아들딸 , 이 나라의 주인공들이 아니랴!

쌀미(米)를 파자해보면 八十八이 된다. 그래서 한알의 벼알을 생산하는데 여든여덟번의 농부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고 풀이되고있다. 한여름 땡볕아래 김을 매다보면 농부의 구슬땀이 벼포기에 진주이슬로 맺히고 곡식은 농부의 땀방울과 살뜰한 손맛을 느끼며 키워온 정성과 노력이 담긴 소중한 결실이다.

일단 재해가 덮치면 돈으로도 얻을수 없는것이 쌀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농사를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돈이면 무엇이나 다 얻을수 있다는 생각에 머물고있지만 농업은 가장 인간적인 위대한 일거리로 수천년을 자연과 함께 모든 생명이 공존하면서 흙에서 거짓없는 상생의 삶을 터특하고 인생철리를 배운다.

지금 농민들은 어제날에 비해 농업기계화의 형식으로 쉽게 농사짓고있다. 소에게 의지하여 농사하던 일이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그때는 힘들게도 밭을 다루었지만 그래도 착실하고 극성스레 일해왔다. 현대문명이 사람들의 깨끗한 령혼을 비틀어놓았다는 말이 그른데 없는것 같다. 쉬우면 쉬울수록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하련만 지금은 농심도 별스레 번져서 대체로 일군이나 기계를 고용해 “신사농사”를 지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는데 참새가 방아간을 지난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계농사야 나무랄것 없지만 지난해 가을같이 남의 손, 기계에만 매달리다가 한지에 방아를 건 격이 되였다. 일찌감치 서둘러 손가을을 하면서 차차 도모해도 될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 지어놓은 벼를 눈속에 밀어넣어 일년 농사 “탕야벌”이 되고말았다. 너렁청한 논밭에 즐펀하게 드러누운 벼포기를 차마 눈뜨고 볼수 없었다. 농부의 참상으로 이보다 더한 일이 있으랴! 남의 손을 빌어 제 농사를 지으려 하였으니 이것은 그저 주객이 전도되였다는 정도가 아니다.

세월만 탓한다면 천시도 눈살을 찌푸리리라. 벼가 여물어서 눈이 내리기까지는 거의 한달 여유가 있건만 중이 자리근심 하듯하면서도 수확기가 차례지기만 기다리다가 랑패보았으니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이 고장에서는 국경절을 전후하여 일주일 좌우에 벼가을을 끝내야 품질 좋고 밥맛 좋다는것을 농사군 치고 모를 사람이 없건만 쉽게 해먹으려다가 천재에 인재까지 자초한것이다. 미리 감안하고 손가을을 한 집들에서는 피해를 보지 않았거나 적게 보았다.

기계만 믿고 이붓아비 제사날 미루듯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 먹게 된 벼를 눈속에 처박게 되였으니 수확기로도 해낼수 없게 되였다. 그제야 고무장화를 신고 시린 손을 불어가며 가을을 하기 시작했으나 눈석임물이 질펀한 논판에 이리저리 쓰러진 벼포기들을 하나씩 베내느라면 고생도 고생이려니와 아침나절엔 벼이삭이 논바닥에 얼어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고 억지로 떼내고보면 먹을알은 논판에 누렇게 깔리였다.

급해맞은 사람들은 하루에 200원씩 주고 삯군을 쓰려 해도 응하는 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늘이 무정하고 인심이 고약하다고 원망할것인가? 그런 절박한 사정을 헤아린 정부기관에서 직원들을 총동원하여 벼가을에 떨쳐나섰으나 평생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능률을 낸들 얼마나 내겠는가? 날씨는 추워지고 논밭은 축이 나지 않고… 더욱 골치 아픈 일은 그렇게 고생하여 거둔 벼를 가공해놓고보니 상품성이 없어 사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개체로 말하면 일년 농사가 나무아미타불이 되였다. 농호들의 경제손실은 더말할것 없고 국가에서도 비료, 농약, 종자 등 생산자료랑비가 크다. 첫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마무리가 깔끔할수 있겠는가?

올해의 봄은 지각했지만 가을은 어김없이 서둘러 올것이다. 너렁청한 풍년벌에 다시금 황금물결 넘칠 가을의 정경이 방불히 보이는 듯싶다. 알알이 여문 벼이삭들이 재 넘어온 금풍에 실려 수확의 손길을 재촉할것이다. 바라건대 올해는 부디 지각한 농부가 되지 말고 제때에 거두어들이리라 믿는다.

우리네 선조님들은 그 어려운 처경에서도 노력에 비해 너무 미약한 소득을 감내 하면서 자기의 천직에 충성하면서 최선을 기하여 천하지대본을 빛나게 실현하였다. 불평도 불만도 땅속에 묻으며…흙의 충직함을 굳게 믿었기때문이다. 흙은 농부들을 속이지 않았다. 믿음만큼 믿음을 안겨주었다.

이 세상에 온갖 갈등과 모순이 이 흙의 정신에 녹아들 때 농심은 물론 조화로운 사회로 될것이다. 올해의 봄은 지각하였지만 당신은 이 가을에 무엇을 어떻게 거둘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는가? 뒤처지는 봄이지만 내 마음은 앞서 달려간다. 나의 마음뿐만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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