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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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 모르는 백색전쟁
2019년 11월 19일 11시 19분  조회:680  추천:0  작성자: 한영남

[두만강칼럼]

지난 세기말에 급부상한 백색공포는 비닐봉지에 포위된 인간들의 아우성이였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단가도 비싸지 않은 비닐봉지는 세상에 나오자 마자 대뜸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전에 사용하던 비닐가방, 그물가방, 풍천가방 등은 하루아침에 거리바닥에 나앉는 신세가 되여 그야말로 력사무대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신 엷고 하얀 비닐봉지(처음에는 요즘처럼 다양한 색상의 비닐봉지가 아니라 오로지 하얀색 한가지 색상 뿐이였음.)가 일상의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남새를 사도 육류, 어류 등 시장에서는 모든 것을 비닐봉지에 담아주었고 지어 상점에서 공책을 사도 연필 한대를 사도 비닐봉지에 담아주군 했다.

그러자 삽시에 세상은 하얀 비닐봉지투성이로 변해버려서 사처에 비닐봉지가 날리기 시작했다. 전선줄에 휘감기고 가로수에 휘감기고 길가는 행인의 뺨을 후려치는가 하면 승용차 앞창문에 턱 달라붙어 뜻밖의 사고를 빚어내기도 했다.

이제 비닐봉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으리 만치 되여버렸다.

그런데 그 비닐이 자연분해되여서 무기물로 돌아가기까지 저그만치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요즘은 이 백색공포의 위해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일회용 사용을 절제하고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전세계적으로 아직도 년간 5천억개에서 1조개의 비닐봉지가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우리는 어마어마한 비닐봉지의 포위 속에서 호흡하고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백색공포, 우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시점이 되였다.

새 세기에 접어들면서 백색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소금과의 전쟁은 고혈압의 최대 적으로 각인된 소금 특히 나트륨과의 맞대결이였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에서 나트륨이온은 고혈압을 유발하는 가장 적확하고 실효적인 공로자인 셈이다. 소금섭취량을 줄이자는 목소리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불거져왔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은 2그람이다. 서구유럽인들의 1일 평균 섭취량을 보면 대략 1.5그람인데 비해 우리 조선민족의 경우 4.6그람 정도라고 한다. 이는 찌개류, 김치류, 젓갈류를 즐겨 먹는 우리들의 식생활패턴과 직접 관계되는 사안이다.

한국의 경우 라면소비량이 세계 으뜸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라면 1봉지의 나트륨함량은 약 1.7그람이란다. 환언하면 라면 1봉지만 먹어도 그 하루 나트륨섭취량을 충분히 완성하는 정도라는 계산이다. 그외 인스턴트(즉석) 식품 속에 함유된 나트륨은 계산에 넣지 않고도 말이다.

요즘은 저나트륨염이라는 것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고혈압에 좋지 않다는 염화나트륨의 량을 줄이는 대신 인체에 거의 무해하지만 짠맛을 가지고 있는 염화칼륨이 다량 포함된 소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예전에는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을 일컬어 ‘3대 부자병’이라고 했다. 운동을 잘하지 않고 출근해서는 신문이나 뒤적이고 차물이나 마시는 일부 간부들에게나 있을 법한 병이라는 말이다. 그 ‘3대 부자병’의 근원이 운동부족, 부적절한 식사패턴 등이라고 하니 그냥 비아냥조로 말했던 것이 적중한 셈이다.

짠맛이 없는 음식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모든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조미료에서 소금은 으뜸이다. 짠맛이 들어가지 않으면 별의별 조미료를 다 집어넣어도 음식맛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바로 그 짠맛이 고혈압에는 직격탄이라고 하니 세상 오래 살려면 조심하는 게 상수가 아니겠는가.

이제 식탁에서 또 다른 백색전쟁이 펼쳐지고 있으니 바로 설탕과의 전쟁이다. 우리가 아주 어릴 때는 설탕이 비싸고 배급제여서 사카린을 많이 사용했었다.

소학교 때 하학해서는 식장문을 아무리 열어보아도 먹을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귀동냥으로 얻은 방법 대로 ‘과학실험’을 시작한다. 먼저 물 한고뿌 떠서는 거기에 사카린을 두알 내지 세알 집어넣고 잘 휘젓는다. 그리고 거기에 식용소다를 반숟가락 정도 넣고 또 휘젓는다. 그 다음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린다. 그러면 삽시에 하얀 거품이 부글거리다가 물고뿌벽에 거품들이 송알송알 맺힌 채로 조용해진다. 일명 우리 끼리 통하던 ‘사이다’였다.

나중에 사카린이 몸에 나쁘다고 식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걸 대신한 것이 바로 설탕이다. 눈덩이처럼 하얗고 깨끗하고 정갈한 설탕은 이래저래 쓸모가 많았다. 사탕도 귀하던 시절 첩약이나 쓰거운 환약 따위를 먹고 구역질이 날 것 같으면 할머니는 설탕을 한숟가락 떠주군 했다. 그 때 먹던 그 단맛! 그것은 천상의 맛이였다.

그 맛을 잊지 못해 하학하면 식장에 매달려 설탕단지에서 설탕을 부지런히 축내군 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그렇게도 아끼던 설탕 담는 유리단지를 깨먹고 말았다. 그 때 내 어린 생각에도 그 유리단지는 ‘국보급’은 아니더라도 우리 집 ‘가보급’에 해당되는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비싼 그릇이였다. 그것을 깨먹은 나는 그 좋은 설탕맛이고 뭐고 새까맣게 잊은 채 바로 그 위기를 모면할 궁리에만 골몰해야 했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 설탕은 귀한 것이였고 결혼잔치라도 치르는 경우 동네 이웃들 설탕표를 얻어서 구매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던 시절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설탕이 당뇨병의 적이라고 밝혀졌다. 완치가 불가능한 불치병의 하나이고 걸리면 죽어야 끝난다는 그 무서운 당뇨병을 설탕이 유발하다니. 설탕찬미주의자들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물론 최근에야 영국, 미국의 학자들이 다년간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당뇨병과 설탕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혀냈지만 아직도 설탕 하면 바로 당뇨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당뇨병은 그릇된 생활방식이 제일 큰 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민족은 자고로 ‘백의겨레’라고 불리워왔고 우리 또한 그것을 큰 자랑으로 삼아왔다. 푸른 하늘에서 여유롭게 두둥실 떠있는 하얀 구름, 백사장으로 하염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 가을 석양빛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억새… 하얀 저고리, 하얀 수건, 하얀 코신… 우리 민족만이 서로 통하고 공감하는 이 하얀 색은 그 순결함과 그 정갈함과 그 순수함으로 때묻지 않은 삶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대표색으로 일컬어왔다.

그러나 하얀 색은 우리 인간들의 건강만으로 볼 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존재이다. 하얀 비닐봉지가 그렇고 하얀 소금이 그렇고 하얀 설탕이 그렇다. 절제해야 하고 경계해야 하고 견제해야 할 대상들이다.

2020년 경자년이 바야흐로 저 얼음 우로 미끌어져오고 있다. 모든 인사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건강문안을 미리 올리면서 새해에는 정말 건강하게 건전하게 보다 행복한 삶을 꽃피워가기를 기원해본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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