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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홍철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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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디봉
2015년 09월 01일 16시 58분  조회:589  추천:2  작성자: 大西北狼
창디봉
리홍철

들쑥날쑥한 바위들 사이를 에돌며 지게군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간간히 들려 온다 .
따가운 4천여미터의 창디 산허리에는 더위를 모른는 초병처럼 군데군데 독수리들이 음산하게 대기하고 있다.
<아빠, 좀 쉬여 가면 안돼?>
<안돼! 날씨도 더운데 빨리 가야지… 저 독수리들 안 보이냐? 천국행으로 인도할 길잡이들도 너무 지루해 하는거…>
둬치차이단은 지게를 지고 헐떡이는 아들의 말을 거절하고는 약간 두려움에 젖은 눈길로 독수리 무리를 바라 보았다.
창디사원 뒷산에 위치한 창디봉은 먼 옛날 화산폭팔이 일어 났는지 기슭에는 들쑹날쑹한 바위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4800미터 창디봉 정상에는 하늘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마냥 검스레한 돌산봉우리가 아스란히 높게 치솟아 있었으며 또한 그것과 비교안되게 바위들 사이사이에 수 놓인 이쁜 파란 연녹색 풀들은 어느 화백이 실수로 물감통을 번져 놓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수리들은 그런 파란 곳은 피하고 바위굽이나  바위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 얼핏 보면 바위인지 톡수리인지 분별이 가지 않았다. 웅크려 앉은 독수리들은 통털어 10여마리는 됨즉했다.
털벗이를 하다 만 야크처럼 모가지만 깃털 하나 없이 뻔뻔하나 워낙 매서웠던 눈이 굶주림에 조금은 처진듯 해도 그래도 독기 하나만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정확히 오후 6시30분, 청장고원의 태양은 아직도 중천에 걸려 떨어질 념을 안하고 뜨거운 열을 정신없이 내리 쏟고 있었다. 등뒤에서는 아카의 념불소리가 끊이지 않고 구슬프게 울려 퍼진다.
곡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사내들 속에 섞여 뒤를 따르는 둬제 짠타번은 지금 가는 아버지의 이 길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뜩 아버지가 지게에서 벌떡 뛰어 내리며 –어서 집에 가자- 하고 소리칠것만 같은 확각이 자꾸 들었다.
아버지는 그렇듯 생을 갈망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듯 초원에 집착했다. 초원이 전부였고, 양과 야크 무리가 그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목민들도 별반 다름이 없었을것이였지만 유난히도 초원과 양과 야크에 집착했다.
 
아버지 둬제마마티는  며칠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느낌을 많이 받더니 언제부터인가 구토를 하면서 피까지 섞인 것을 토하기 시작했다. 몇일 지나면 낫겠지 했지만 병세는 점점 더 심해가기 시작했다.
<… 저… 쥬메이 아카님을 모셔 와야 하는거 아닌가요?>
짜시 줘마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걱정을 내 비쳤다.
그도 그럴것이 아카를 부르면 적어도 양 한두마리는 내줘야 할것이고 양 한두마리면 둬제 마마티 한테는 살점을 여며 주는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저으기 눈치가 보였다.
언제인가 양 한마리가 잃어 진적이 있었다. 둬제 마마티는 창대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며 양 찾으러 나섰고 이튿날에야 승냥이들이 먹고 버린 양의 머리를 들고 돌아 왔다. 돌아 와서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자꾸만 가족들한테 확인한다.
<똑똑히 봐. 이거 정말 내 양 맞아? 똑똑히 보란 말이야…>
왼쪽 뿔 하나가 꺽인걸 보면 잃어버린 양이 분명하거만 둬제마마티는 그것을 부정하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던것이다. 만약 누가 그때 우리 양이 아니라면 둬제 마마티는 두말없이 다시 양 찾으러 나섰을것이다
이렇듯 양에 대한 집착이 강한 둬제 마마티에게 아카의 념불 이삼일에 양 둬마리 내준다는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저… 쥬메이 아카님을 모셔와야 하는거 아닌가요?>
짜시 줘마는 다시한번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으음…>
둬제 마마티는 목구멍으로부터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쑤유차 한모금 길게 들이 마신다. 그것은 무언의 답복이였다.
<짠타번. 짠타번 너 빨리 가서 쥬메이 아카님 모셔와…>
애플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짠타번은 벌떡 일어 섰다. 해발 4천메터 위치한 목장때문에 핸드폰이 있어도 별수 없이 말을 달려야 했다.
목장부터 쥬메이아카가 사는 동네로 가자면 쉬지 않고 달려도 한시간 반은 달려야 한다.  쥬메이아카는 정부에서 제공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고, 동네 5~6호 되는 집들은 모두 아카들이 거주하고있다. 아카네 동네인것이다.
주변에서 쥬메이아카의 념불이 효과가 좋다는 소문은 많이 들어 왔고, 또한 짠타번도 쥬메이아카를 몇번 본적이 있다.
50대 가량의 중년이지만 많이 겉늙어 보인다. 진홍색 승복은 늘 정갈했고, 길 갈때나 앉아있을때나 그의 손에서는 념주가 계속 들려 있고 입으론 념불이 끊이지 않는다.
겉은 중이지만 고기도 먹고 돈만 밝히는 중들이 간혹 있지만 쥬메이아카는 진정한 불교도의 본보기인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념불이 효과가 좋은건가…
  짠타번은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쥬메이 아카의 집에 도착했다. 쥬메이 아카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익숙한 솜씨로 말등에 올라타더니 길을 재촉했다.
 목장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저녁 8시반을 넘겨 해가 당금 지려는 순간이였다.
쥬메이 아카는 들어서기 바쁘게 념불을 외울 준비를 다그쳤다.
목탁을 꺼내고, 녹음기를 꺼내더니 손발을 깨끗이 씻고 녹음기에서 울려나오는  승려가에 맞춰 념불을 외우기 시작한다.
그의 념불은 정확히 알아 들을수가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몸에 붙은 병마여 부처님의 이름으로 명하니 어서 물러가라 는 뜻인것 같았다.
념불은 장장 2시간가량 이어졌고 둬제마마티는 미동도 않고 무릎을 꿇은 상태로 같이 념불을 중얼 거린다.
그가 살아야 양들도 야크도 살수 있고, 가족도 살아 갈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서슴없이 아까운 양을 내줄 정도로 “대범함도”보였던것 같다.
쥬메이 아카는 이튿날도 념불을 외웠고, 삼일째도 염불을 외웠다.
야크똥 냄새와 양똥 냄새만 진동하던 장막안에 향불냄새가 진동하고 그 냄새에 어느정도 익숙해 졌을 무렵 아카의 념불도 끝이 났다.
<저… 아카님.. 어때요? 저의 남편의 병은 나을수 있는거죠?>
<그건 부처님의 뜻에 달렸죠…부처님이 낫게 하시면 낫을 것이고 부처님이 원하지 않으면 낫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부처님의 뜻을 기다릴 수 밖에 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고맙습니다. 아카님… 내일 저희집 짠타번한테 양 두마리 보내서 시주로 드릴게요…>
쥬메이 아카는 인자한 모습으로 머리를 숙여 답례하더니 다시 말등에 올랐다.
  목장에서는 누가 병이 나면 의사를 찾는것이 아니라 주로 이렇게 아카를 부른다.
아카는 부처와 통할수 있고, 부처의 뜻을 전달하며 그래서 병도 낫게 한다고 생각했다. 병이 낫으면 부처님의 도움이고 병이 낫지 않는것도 부처의 뜻이라 한다.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목민들이다. 념불이 끝나고 부처의 뜻이 그의 병을 낫게 한다는것에 소망을 걸어야 했다. 다른 아카들에 비해 쥬메이아카는 시주도 적게 받는다. 원해서 주는것이 아니고 주는대로 받는다. 양 한두마리나 돈백원, 때론 가난한 집에 가서 념불을 외울때는 받지 않을때도 있다. 소문에 의하면 황왠에 어떤 목민들은 아카의 념불 한번에 일년 먹을 것만 남기고 나머지 전부를 시주로 바치는 일도 비일비재란다. 그러니 그에 비해 쥬메이 아카는 정말로 진정한 아카인것이 아닌가 ?   
이튿날 짠타번은 말등에 양 두마리를 싣고 쥬메이 아카네 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어떻셔?>
<아직 별로 차도가 없습니다…>
짠타번은 병이 낫지 않은것이 자기 탓이라도 되는듯 미안한 기색을 지으며 머리수그렸다.
  <병원에 가봐…열심히 념불을 외웠으니깐 병명을 알수 있을거고 치료도 잘 될거야…>
아카의 말이니 믿어야 했다.
아카의 념불때문에 진단도 잘 나오고 병도 완쾌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될거라 철석같이 믿어야 했다.
야크 열마리 끌어도 끌리지 않을것 같던 둬제 마마티는 끝내 목장을 친구 둬치차이단한테 맡기고 내려왔다. 병원으로 가겠다는  마마티의 결심은 대단한것이였다. 초원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목장을 남한테 맡기기는 처음인것 같았다.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 받는것도 모두 야크와 양과 가족을 위해서였다. 만약 그가 잘못된다면 이 모든것도 없어질것이라 생각했던것이였다.
처음으로 큰 병원에 와봤다. 별로 아팠던 기억도 없고 간혹 병이 난다 해도 스스로 치료가 되었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아카를 부른다.
하얀 가운을 걸치고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가 등골이 섬뜩하게 무서웠다. 마마티의 명이 하얀 가운과 의사의 청진기에 달린것 같이 생각되었다.
의사의 세심한 진찰이 시작되었다.
<소화가 잘 안되고…메…메쓰껍고…때론 피까지 섞여 나…나옵니다…>
승냥이도 두려와 하지 않는 마마티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는다.
의사의 얼굴은 금세 굳어 지더니 그보고 침대에 누워 윗옷을 걷어 올리라 했다.
그러자 마마티의 기색이 금세 당황해지기 시작했다.
<저… 금방 목장에서 내려와서…>
목장은 물이 귀한탓에 6월부터 가을까지 목장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목민들은 쉽게 모욕할수가 없다.마마티 역시 례외가 아니였다.
때가 덕지덕지한 배를 의사한테 보인다는것이 너무나 수치스럽다 생각했다.
<괜찮아요. 목장에 물이 귀하니 그곳에서 생활하면 다 마찬가지입니다. 어서 옷을 올리세요…>
마마티는 더듬더듬 옷을 올렸다.
의사는 그의 배를 지긋이 누르며 증상을 묻는다.
<상세한 진단은 정밀검사를 거쳐야 알겟지만 지금 정황으로 봐서는 그리 락관적은 못될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은 짜시줘마한테 말했다.
오후 마마티는 위 내시경을 했다. 빈속에 뭔가 이상한 맛의 액체를 마시고 목구멍으로 호스를 위속까지 집어 넣을때 마마티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괜히 병원에 왔다 싶었다. 아카를 불러 차라리 념불이나 이삼일 더 외웠던걸 하고 후회했다.
마마티는 의사를 그닥 믿지 않는다. 아니 마마티만이 아니라 목민 대다수가 의사보다 아카-즉 중들의 념불을 더 믿는다. 의사는 칼이나 쓴 약 같은 인위적인 대체물에 의거 하지만 중들은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는 부처님의 대변이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곧 법이며 그들이야 말로 자기들이 믿고 의지 할수 있는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번 병원 걸음도 쥬메이 아카가 가보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오지도 않았을것이 였다.
이튿날 의사는 짜시줘마를 복도로 불러 내왔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의사는 입을 열었다.
<왜 인제야 왔습니까? 휴…>
<무슨 병인데요? 많이 심해요?>
짜시줘마의 얼굴은 긴장으로 급작스레 굳어졌다.
<위암입니다. 위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증상이 보이면 인츰 병원에 와야죠…>
<그…그럼…>
<병세는 많이 악화됐고 이대로 방치하면 죽을수 밖에 없습니다. 수술로 위 3/1은 잘라야 합니다. >
<그…그럼 살수 있어요?>
짜시줘마는 입술이 바짝 말라드는감을 느꼈다. 이 세상에 하늘처럼 믿는 남편이 잘못된다면 자기도 살수 없을것 같았다.
<100% 보증은 없지만 50% 가능성은 있습니다.>
짜시줘마는 무거운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남편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몸에 칼을 댄다는 자체를 그들은 부정했다. 양무리를 위해 싸우다 승냥이에게 물려 난 상처는 영광이 될수 있지만 인위적으로 몸에 내는 상처를 마마티는 견결히 부정할것이다. 
<뭐? 뭐라구? 수술을 해? 그리고 내 위를 잘라내? 젠장. 난 못해..죽어도 못해…>
<수술을 안하면 죽는대요… 수술을 해야 살수 있대요…>
남편앞에서 말 한마디 하기도 두려워 하던 짜시줘마는 난생 처음 목청을 높였다.
<싫어! 죽으면 죽었지 난 수술은 절대 안해…젠장, 수술하면 양 몇십마리나 팔아야 하는데…그리구  수술한다 해도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판에 아까운 양만 없애?...젠장…>
그 어떤 힘으로도 마마티의 고집을 꺽을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수술을 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도 없었지만 요즘들어 갑작스에 병세 악화로 구토와 토혈이 심하고 복통을 호소하는 형편에서 퇴원할 수 조차 없는 노릇이였다.
근 십여일간 매일 반복으로 맞는 닝게르처럼 의사의 끊이지 않는 설복은 어제부터 끊겼다. 대신 어느날 조용히 짜시줘마를 찾더니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환자분의 고집을 꺽을수가 없네요…. 그리고 인젠 늦었습니다. 수술을 할 수 있는 정황도 아니고… 얼마 못 갈거 같네요…>
과연 마마티의 복통은 더 심해졌다. 통증으로 인한 쇼크인지 쇼크빈도도 짧아졌다.
  이마에 송골송골 내돋은 마마티의 땀을 닦아주는데 의사가 들어 섰다.
  잠든 마마티의 맥박을 대충 짚어보는듯 하더니 조용히 한마디 했다.
<인젠 후사를 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
짜시줘마는 피곤으로 충혈된 눈길로 멍하니 의사를 쳐다본다.
<줘..줘마… 목장에 가자…>
어느새 눈을 뜬 마마티가 힘겹게 겨우 입을 연다.
<주…죽어도 목장 가서 주..죽어야 돼…벼…병원에서 죽으면 아…안돼…>
마마티의 힘겨운 소리에 짜시줘마는 정신을 벌떡 차렸다.
<네..아…알았어요.. 곧 퇴원 수속 할거예요…>
줘마는 퇴원 수속 하려 일어섰다.
뒤따라 나온 의사가 줘마를 잡는다.
<지금 퇴원 수속하면 어떻게 해요?  환자가 잘못되더라도 여기서 잘못되면 장례도 쉽고 화장터도 가깝고…>
줘마는 이윽히 의사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한마디 했다.
<그래서 여기에 더 있을수 없는거예요....제 남편은 몸이 불타는걸 원치 않아요…그리고 저도 원치 않구요… 그리고 아시잔아요? 천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천장이라는걸… 근데 제 남편을 화장하라구요? 지옥불에 떨어지라는 말이세요? >
줘마의 눈에서는 여태 보지 못했던 살벌한 기운이 흘렀다.
목민들은 보통 병원에서 죽으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나 집에서 죽거나 목장에서 죽으면 천장을 지낸다. 또한 그들이 가장 원하는것이 천장이다. 천장은 그들이 신성시 하는 독수리에 의해 천국으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줘마 역시 남편의 마지막 길은 그들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천장으로  천국에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줘마의 생각이자 마마티의 생각이였다.
의사는 멍한 표정으로 돌아선 줘마의 등을 바라 본다.
병원에 올때까지만 해도 말등에 앉아 오던 마마티는 축 늘어진대로 마차에 누워 초원에 들어섰다.
오는 내내 잠 들어 있던 마마티는 마차가 초원에 들어서자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초원이 좋아…>
푸른 초원을 쭉 훑어 보는 마마티의 얼굴에는 평온한 웃음이 흐른다.
  목장에 돌아온 삼일만에 마마티는 죽었다.
마마티는 죽기전 단 한마디만 했다.
<고…고마워… 날 화장안하게 해…해줘서…>
 
드디여 창디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중턱보다 더 많은 독수리 무리가 군데 군데 무리져 있었다.
금방까지만해도 대가리를 움츠려 뜨렸던 독수리들은 이들의 출현에 날개짓을 하며 반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날개짓 소리가 인간들의 박수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수많은 두개골들은 아마도 이 독수리 무리들이 천국으로 보내고난 행표인것 같다. 잔혹하게 말하면 인간의 장례식 날은 반대로 독수리들한테는  잔치날로 되는것이였다.
(휴~~~ 제발 저 독수리들이 마마티만은 천국으로 보내야겠는데…)
둬치차이단은 걱정이 태산같다. 사람이 죽으면 독수리들이 어느 시체나 먹는것이 아니다. 간혹100구 시체중 한구 좌우는 독수리들이 근본 다치지도 않을때가 있다.
독수리가 먹지 않으면 천국으로 갈수가 없다. 그러면 천국으로는 보내야 하고 별수 없이 가장 신망있는 늙은 아카가 시신을 분해해야 한다. 머리를 자르고, 손팔 다리 매 관절마다 자르고, 독수리들이 먹기 좋게 토막토막으로 잘라서 놓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금방까지만도 다치지 않던 시체를 독수리들은 순식간에  먹어버린다.
 멍하니 서있던 둬치차이단은 쥬메이 아카의 부름소리에 정신을 벌떡 차렸다. 그는 부랴부랴 쥬메이 아카의 분부대로 바위가 적은 평지를 골라  긴말뚝 하나를 박기 시작했다. 워낙  바위산이라 박기가 쉽지 않았다. 텅텅 울려대는 망치소리는 더 많은 독수리를 불러 모았다.
둬치차이단은 조심스레 시체를 내리우고 목에 손가락 굵기의 붉은색 나이론 끈을 묶고는 다른 한끝을 역시 금방 박은 말뚝에 꽁꽁 동여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여 매야만이 독수리들이 시체를 사처로 끌고 다닐수 없기 때문이였다.
 쥬메이 아카의 념불이 시작되었다.
역시 힘든 속세를 떠나 천국으로 가는 마마티를 위한 축복의 념불이였다.
따가운 햇볕속의 반시간 동안 념불에도 누구하나 미동 없다. 곡소리도 없다.
그 많은 독수리떼들도 털 한대 없는 목을 깊숙히 몸속에 파묻고 조용히 념불소리를 듣고 있었다. 념불이 끝나야만 그들의 잔치가 시작되는것이다.
생각보다 단조로운 장례절차는 끝났다.
하산하면서 둬치 차이단은  짠타번한테 조용히 말했다.
  <너 아버지는 천국갈거야… 내일 아침에 올라 와 봐도 분명 천국으로 떠났을거야…걱정 하지마…그리고 너의 가족은 네가 지켜야 하니 크게 맘먹어….다들 시내로 떠난다고 들뜨지 말고 … 우리는 목민의 후손이니 영원히 목민으로 살아야 해…>
 그러면서 언제인가는 자기도 이렇게 독수리에 의지해 천국으로 갈거라 생각 하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튿날 새벽 서너시경에 짠타번과 쥬메이 아카 그리고 둬치 차이단은 다시 창디봉에 올랐다.
마마티의 천국행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창디봉에는 다행히도 마마티의 해골만 남아 있었다. 붉은 나일론 끊에서 분리된 뻥 뚤린 해골은 마마티가 천국으로 가면서 남긴 마지막 흔적이였다.
뼈토막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버린 현장은 잔혹하기보다 인간이 속세를 벗어나 천국으로 떠난 례식장 같은 숭엄한 기분이 들었다.
 쥬메이 아카는 다시 한번 념불을 외우고는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을 하면서도 념불은 끊기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성의껏 념불을 외웠으니 부처님은 꼭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다….
묵묵히 뒤를 따르는 둬치 차이단은 슬며시 자기의 배를 눌러 본다.
그 모습은 어쩌면 천국을 노크하며 느끼는 행운스러운 자의  기도처럼 보였다…
짠타번은 신호없는 애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는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것이였다.
휴- 도시로 갈 꿈은 이젠 접어야 하나 보다. 여기 드넓은 무리 대초원에서 영원히 목민의 후손으로 살아야겠지...
창디봉의 기슭에서는 그들이 타고 온 말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어스레 보여온다.
속세로 돌아온 영물들…..
짠타번은 내일 아침 또다시 방목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
 


2015.도라지 4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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