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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굴에도 볕들기를 기다려 (연재수기5)
2015년 09월 11일 09시 25분  조회:440  추천:0  작성자: 大西北狼
쥐굴에도 볕들기를 기다려 (연재5)
리홍철
때론 아팠던 상흔들이 어느날엔가는 아름다운 문신으로 
지워지지 않는 꿈같이 황홀한 추억을 만들수가 있다. 

신문사에 있을때 어깨 넘어로 편집을 조금 배웠고, 신문편집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그나마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잡지편집프로그램은 완전 생소한것이였다.
코렐이라는 프로그램이였는데 어쩜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지만 또다시 편집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그 두려움을 잊게 해 주었다.
  광고디자이너 한테서 이것저것 물으며, 어깨넘어로 엿보며, 그리고 다 퇴근한시간에도 홀로 남아 밤 11시까지 때론 새벽 1시까지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홀로 이것저것 연구를 했다.
 이때 배워 두었던 코렐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이 밥먹고 살수 있는 가장  값비싼 도구였던것이다.
  그렇게 잡지사에서 낮에는 업무뛰고 퇴근후에는 편집을 하면서 나의 일과는 하루가 24시간이 모자라게 빠듯했다. 그러나 일이 재미가 있다는 생각도 처음 가져보는 이때가 어쩌면 내가 청도와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였을가 생각이 들었다. 매 한페이지, 매달 편집완료시의 그 뿌듯함은 어쩜 나만이 느꼈던 희열이 아닐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업종이 불황을 겪고있는 경제공황시기라 잡지사 역시 결국엔 문을 닫게 되었다.
  그때가 바로 첫애가 금방 태여난 이듬해였으니 2005년도였다.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대한 중임같은것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지지 누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없을때에는 어른들뿐이니 하루하루 있는대로 연명해나가면 되는 거였지만 금방 태여난지 백날밖에 안되는 아이는 분유도 먹여야 하고 이것저것 돈들어 갈곳이 한두곳이 아니였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잡지사에서 배워 두었던 편집디자인 재간이였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고 배운것이 그것밖에 안된 나는 결국엔 다시 디자인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집에는 막내처남이 게임정도라만 놀라고 준 로씨야에서 생산한, 품명도 알수 없는  노트북 하나뿐이다. 
  인쇄디자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프린트기, 복사기마저 없다. 그것따나 노트북마저 과열로하여 10분에 한번씩 자동으로 꺼진다...
  좁쌀 보총으로 중무장한 왜놈과 싸우던 일제시기의 항일전사와 같은 비장한 각오마저 들었다.
-그래 이걸 가지고라도 시작해보자...컴퓨터나 주변기기는 이제 돈을 벌어서 사면 되는거지..
  착찹한 기분을 자아위안으로 잠재우며 나는 이튿날부터 업무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청도시내에서 배포되고 있는 모든 한글잡지를 모아 놓고 금방 오픈한 식당이나 가게, 공장들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전화, 메일, 팩스 번호들을 일일이 적놓고 오후부터는 전화기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인쇄소인데요..혹시 인쇄건이 필요하신가구 전화 드렸습니다...
-네..근데 어느 인쇄소죠?
  아차! 아이는 태여났는데 아직 이름이 없다...
  내 스스로의 웅대한 포부와 세상의 그 어떠한 고난도 정복할수 있는 힘과 용기가 필요 했다.
정(征)우(宇)! 그래서 탄생된 회사이름이 우주를 정복한다는 <원대한>포부를 꿈꾸며 정우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오전내내 전화 통화에도 방문예약은 가물에 콩나듯이 듬성듬성이다... 그나마 반나절 공치는 날도 많았으며 방문예약이 되었다 해도 성사의 여부는 알길 없다...
  뻐근한 손목과 인젠 새틋할 정도로 입안에서 굴려지는 <안녕하세요> 하는 멘트마저 힘에 부쳤다.
  하지만 해야 했다. 느끼한 멘트와 부러질듯한 손목에 힘을 주며 나는 다시금 전화기를 쥐어 들고, 다시금 신발끈을 묶었다.
  오늘은 청양이다-
  오늘은 류팅이다-
  오늘은 황도다-
  오늘은 교주다-
  상품의 질, 가격, 납품기일, 및 약속과 신용이 사업에서 발전을 가져옴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나 그것을 실천에 옮긴 다는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웠다.
  공장기계는 내가 가동하는 것이 아니였으며 하루 24시간 공장에 붙어 있을 여건도 안된다..
  잘못된 인쇄품을 다시 생산하는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 되며 그러면 따라서 납기일역시 늦어 진다... 그같은 차실을 공장에 밀어 붙일수는 없는 노릇... 내 신용도에 오점이 생겼다...
  파동이 심한 가격때문에 가격대를 맞춘다는것도 고역이다... 주유값이 상승하면 함께 오르는것이 인쇄시장이다...그렇다고 오뉴월 오이 자라듯이 치솟는 인쇄가격따라 계속 함께 오를수는 없다...
  나는 납품가능한 날자를 적어도 하루 늦추어 정했다...
  가격은 처음에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인쇄가격이 4번 상승할때까지 한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인쇄시 적어도 기계가동직후 인쇄품이 나오는걸 직접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인쇄 효과에 대한 검증이다...
  바이어 관리란 별거 아니다...
  단 한번 오다를 준 업주라도 그 근처를 지날땐 꼭 한번이라도 들린다...
  사업은 점점 호황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고정바이도 점점 늘어 갔다.
  매년 청도 50여교회 및 10여개 업소,업체 고정 달력제작, 중국지역을 대상으로 한 대리점 전문 디자인인쇄, 부동산, 공장, 사우나... 등 업소들의 정우에 대한 호감도를 점점 높여가기 시작했다...
  또한 잡지광고 업무를 뛰면서 쌓은 인맥도 한몫을 했다. 
  단 100장의 명함이나, 단 몇 백장의 전단지나 작은것 부터 큰것까지 일일이 챙겨주시는 스폰서님들 정우가 성장하고 나자신한테 용기와 힘을 부여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청보치과의원, 장수촌 황토방, 반석교회, 은하수무역, 국순당 막걸리, 리커의료보건품... 등 ....
  때로는 막연한 어둠속 심연의 나락에서의 고역을 망각하게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때문에 <우주를 정복>할 나 자신의 꿈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것같은 벅찬 희열과 무한한 감격이 너울쳐 옴을 느낄수가 있었다...
  성공은 꿈꾸는 자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다.
  꿈꾸는 자의 행보는 오직 성공만을 향해 있으니깐...
  이제 나한테 더이상의 시련이나 고통은 없을것이다...
  40일간의 민들레 반찬이, 4일간의 본의아닌 금식, 그리고 한달 7컬레의 신발이 앞으로의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길수 있는 큰 면역력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제 나한테 더 이상의 김은 심연은 없을것이다. 
  심연의 골짜기 맨 끝까지 나는 가 보았기 때문이다.
  훈장보다 빛나는 역경의 상흔(伤痕)들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문신으로 새겨질것이다...
  -따르릉...따르릉...
  나는 또 다시 신들메를 동여맸다.
  어스레 비쳐드는 쥐굴속의 한갈래 빛줄기를 따라 저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태양이 보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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