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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홍철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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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2016년 08월 27일 17시 07분  조회:787  추천:0  작성자: 大西北狼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리홍철 



하늘이 너무 파랗다.
나뭇잎이 너무 파랗다.
공기마저 너무 파랗게 느껴지네….
길가는 사람들마저 너무 아름답게 보이네…
 
느끼지 못했다. 43년 많지 않은 연륜이지만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햇던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다.
어제보다도 더 파란 세상이고, 어제보다도 더 활기찬 거리이고, 어제보다도 더 찬란한 해빛이다.
질투를 느낄 정도로 친구의 안부도 부드럽다… - 잘 지내고 있냐-
그렇게 맑은 세상의 공기를 한입에 삼키려듯 길게 심호흡하다 억- 숨이 먹히는 순간이다.
또 병이 발작하는가….
파랗던 하늘이 부옇게 퇴색하고, 활기차던 거리가 저승길로 향하는 행열처럼 느릿하게 핏기없다…
 
몇일전부터 이상하게 명치끝 갈빗뼈 밑이 심한 통증을 느껏다. 지나친 흡연으로 수시로 숨쉬기가 가쁜것도 무심하게 지나치다 어느날 인터넷 검색으로 페암과 비슷한 증상이라는걸 알았다. 암이란 곳죽음을 의미하고 그 다음은 망연자실하다 점점 정신이 돌아 오면 살아 있을 날자를 계산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나면 살았을 날자에 대한 일정을 정리해 보며 걱정을 씹는다.
1. 내가 가면 보험료는 얼마가 나오는가?
2. 아무런 직업도 없는 마누라가 어떻게 아들놈 둘을 키울가?
3. 만약 마누라가 재혼한다면 마음약한 작은놈 눈치밥 어떻게 먹고…. 성깔 더러운 큰놈 맨날 구박받는건 아닐가…
4. 애비없는 놈이라고 혹시 밖에서 기시멸시 받지나 않을가…
… … … 
암을 느끼는 순간은 말기라고 한다. 그러면 그로부터 살아 있을 시간은 길어 봤자 두세달 정도란다.
근데 두세달 사이에 근심걱정없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을것 같다… 복권이나 당첨되면 몰라도…
물려줄 재산 하나 없는 내가 여지껏 부모라고, 남편이라고 자부하며 큰소리 치고 살았던 지난날들이너무 초라한 흑백사진처럼 안겨 온다.
들숨 날숨으로 심호흡하는 나에게 또 아내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아츠럽다..
-당신 좀 운동해…뱃살봐~맨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 몸이 다 망가지는거 아니야?
(휴~망가졌어..인젠 다 망가지고 망가질것도 없어….)
-아빠 어데 많이 아퍼?
성깔은 더러우나 그래도 인정미 있는 큰놈이 내 찌프려져 있는 얼굴을 응시하다 물어온다…
반가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렇게 물어보는 아들이 있다는것이 너무가 감사했다..
-응..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바쁘고…
기실 이 대답은 아들애 한테 한것이 아니라 마누라가 들으라고 한것이였다…
아무리 아파도 나절로 병원에 가보겠소 하는 말은 어쩐지 이상하게 잘 나오지 않는다. 마누라가 병원에 가보라고 닥달을 쳐도 몇일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는 늘 귓등으로 들었던것이 조금 후회됐다…
한번만 더 병원에 가보라고 말을 하지… 그럼 못이기는척 하면서 가보겠는데…
-아빠 그럼 병원에 가봐~ 계속 아프면 아빠 죽으면 어떻게 해~
큰 아들놈의 울먹이는 소리가 가슴찡하게 안겨오면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엄청 강렬하게 느껴졌지만,그래도 병원가보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일 한번 병원 가봐… 안가겠으면 아프다는 소리 말고..
- 당신 내일 시간 있어?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내 소리에 아내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더니 머리를 끄덕인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 다 모인것 같다.
그래도 나만큼 아플가? 나는 페암에 걸린 환자인데…
살 날자도 몇일 안 남았을건데…
심장이 쿵쾅뛴다… 하늘이 샛노랗게 변해갈걸 미리 방지하고,  그리고 큰 병에 걸려도 대범하게 행동해야지 하고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페를 사진찍고, 의사의 간단한 진단을 받은후, 오후에 와야 결과를 알수 있단다…
오후 두시 또 마누라를 대동하여 병원에 갔다.
-나 밖에 있을 테니깐 당신이 먼저 들어가봐…
자신이 없었다. 그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직접 들을 자신이 없었다.
-페암 말기입니다… 이제 길어 봤자 남은 생은 2달입니다…
이런 소리가 자꾸 귀가에서 들려 오는것 같았다…
얼굴을 많이 찡그린 아내가 나한테 다가 오고 있다…
… 그래 의사는 뭐라고 해? 무슨 병이래??
-휴~ 죽는 병이래… 뭔놈의 담배는 그렇게도 많이 피워?
맞구나.. 내 예감이 틀림없구나….
병실복도에 놓인 걸상에 엉뎅이를 맥없이 떨어 뜨리며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그… 그래 .. 얼마 남았대?
-뭐가?
- 이제… 살.. 살수 있는 날자가….
아내는 째릴듯이 나를 노려보더니 허구픈 웃음만 내 뱉는다…
- 이제 담배를 끊으면 80살까지 살수 있고, 계속 담배를 피우면 내일 모레 죽는대…
-뭐? 뭐라고? 그… 그럼 페암이 아니란 말이야?
-ㅉㅉㅉ 페암은 무슨.. 근데 담배는 제발 끊어… 이사진 좀 봐.. 담배를 얼마나 많이 피웠는지 삼년 씻지않은 재털이보다 더 더러워… 의사가 말하길 담배를 끊치 않으면 정말 위험하대… 애들 봐서라도 제발 인젠 그만 피워….
- 그… 그래 알았어…
내가..내가 죽지 않는다구? 내가… 내가 살수 있다구…
꿈같았다.. 40여년을 산것도 싫증 나지 않을 만큼 너무나 행복했다..
더욱 오래 살수 있다는것이 고마웠고, 이렇게 아름다운 날들을 내가 더 오랫동안 만끽할수 있다는것이 행복했다…
병원문을 나서는 순간, 와~ 세상이 원래는 이렇게 아름다웠구나…금방 소나기가 그친 다음의 그 싱그러움과 생기, 모든것이 과분하도록 아름답게,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
꽉 움켜쥔 호주머니 주먹속에 암세포 덩어리가 쥐여온다~부서지도록 움켜 잡았다….
-어델 뛰어 가는데?
저만큼 멀어진 내 등뒤에서 아내의 아름다운 악청이 귓등을 따갑게 적신다..
-어..저기 누가 쓰레기 봉투 버렸네.. 참.. 이 아름다운 세상에 왜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ㅉㅉㅉ
나는 바람에 날려가는 쓰레기 비닐봉투를 따라가며 중얼 거렸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씩 나처럼 이렇게 암에 아닌 암에 걸려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파란 하늘을 향하여 아름다운 윙크를 날렸다. 뿅뿅하고…


 2016.8흑룡강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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