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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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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

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11)
2018년 02월 22일 10시 57분  조회:1125  추천:0  작성자: 김장혁




                                20. 규수와 목동
졸업을 앞두고 모두 배치를 잘 받으려고 최성균 교수를 찾아 달아다녔다.
어느 하루 점심에 뜻밖에도 연화가 숙사에 찾아오지 않았겠는가.
“연화, 어떻게 돼 왔어?”
연화는 가리마를 쪽 낸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귀밑까지 빨갛게 홍조가 어렸다.
건너 편에서 승호가 비웃는 눈길을 보냈다.
“따르는 처녀애들이 많아 좋겠다. 흥!”
“실습하러 갔을 때 학생이야.”
승호는 연화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와싸, 진짜 예뻐.” 하면서 징글스레 누런 이발을 드러냈다.
성호는 색마한테 삼키울가봐 겁난듯이 연화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얘!”
뒤에서 승호가 불렀다.
성호는 연화를 보고 먼저 가라고 하고 돌아섰다.
승호는 성호를 조용한 복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나직이 물었다.
“얘, 내 녀동생하구 어떻게 하겠니?”
“그만 둬라.”
“에이구, 배부른 흥정을 다 하네.”
승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 생각해 봐라. 좀 좋아 그래? 선금이 얼마나 예뻐? 졸업배치도 문제없어. 아버지하구 말해서 널 공안국에 넣어줄게.”
“네나 공안국에 가라. 이전에 넌 날 뭐라고 욕했니? 시내 처녀들 치마자락에 매달려 리상을 실현하려 한다는지. 뭐, ‘땅을 밟고 하늘을 떠인 사내가 규방 규수를 사닥다리로 삼아 전도를 개척하려는 건 제일 가련하다.’는지 하지 않았니? 그런데 지금 날 보고 녀동생을 미끼로 공안국에 비비고 들어가라고? 흥!”
승호는 얼굴이 대뜸 굳어졌다.
“사랑은 구걸할 수야 없지. 선금이 시집 갈데 없어 그러는가 하나? 오해하지 말라. 널 생각해 그래.”
승호는 성호의 마음을 한참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자기와 함께 일하고 싫어 그러는줄도 모르고 계속 늘여놓았다.
“사람이 살자면 멀리 내다봐야 해. 같은 값에 분홍치마라고 선금과 결혼하고 전도도 개척하고 좀 좋아 그래? 넌 선금을 지팽이로 삼아 짚고 다시 일어나야 해.”
성호는 정색했다.
“정말 소힘줄보다도 더 질긴 놈이군. 이 일은 없던 일로 하자. 연화 기다려서 나가봐야겠다.”
승호는 성호의 뒤잔등을 쏘아보면서 중얼거렸다.
“주는 떡을 먹지 않다가 꼭 후회할 거야. 이제 사회에 나가 봐라. 학교와는 달리 한 발작도 내딛기 힘들게야.”
성호는 몸을 돌려 승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의는 고맙다. 갈 길이 힘들어도 나름대로 갈 거야.”
“이제 코피 터져 봐야 알겠니? 흥!”
승호는 저쪽 복도에서 은영이 얼른거리자 황급히 침실로 되들어가버렸다.
연화는 어글어글한 까만 쌍겹눈으로 성호를 정겹게 바라보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반겨 맞았다.
“선생님, 바쁜데 찾아와서 미안해요.”
“아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성호는 연화를 보고 “정희 선생한테서 이젠 무용을 적잖게 배웠겠구나.” 하고 물었다.
연화는 생글 웃으면서 “그래요. 헌데 오늘 엄선생님을 찾아가니 침실에 계시지 않더구먼요.” 하고 서운해했다.
“그래? 어디로 갔을가?”
“괜찮아요.”
“?”
성호는 의아한 눈길로 연화를 돌아보았다.
연화는 새물새물 웃으면서 뜻밖의 말을 했다.
“선생님만 봐도 됐어요.”
연화는 속심을 밝힌 것 같았는지 제꺽 말머리를 돌렸다.
“선생님이 없으면 정희 선생을 알 수 있었겠어요?”
성호는 연화를 데리고 교수청사에 올라갔다.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들이 반겨맞았다. 연화는 코스모스꽃을 한잎 뜯어 코에 대고 향기를 맡았다.
“야~ 정말 곱고 향기롭구나.”
성호는 희죽이 웃으면서 “연화는 그 코스모스보다 더 예뻐.” 하고 한마디 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연화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였다. 순식간에 두 볼에 새빨갛게 홍조를 띄였다.
성호는 어린 제자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정희선생은 다재다능해.”
그제야 연화는 머리를 들더니 “그래요.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아주 구성지게 부르고 춤도 아주 잘 추죠. 또 인물 체격이 얼마나 예뻐요?” 하고 자랑을 늘여 놓았다.
“아!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더니!”
성호가 가리키는 저쪽 교수청사를 보니 정희가 이쪽으로 오고 있지 않겠는가.
“엄선생님!”
연화는 어린애처럼 두팔을 추켜올리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연화 왔구나.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아니, 금방 왔어요.”
정희와 연화는 예술을 향한 한 길에서 진짜 사제 간이 돼버렸다.
그날 정희는 연화에게 노래와 춤을 배워주고 나서 성호와 함께 점심까지 대접해 보냈다.
연화는 갈라질 때 정희를 보고 “선생님, 어디로 배치받아 가는지 기별해주세요. 제가 자주 찾아가 뵙죠.” 하고 나서 성호한테 얼굴을 돌렸다.
“선생님은 어디로 배치받게 됐어요?”
“농민 아들이 아마 산골에 가서 교편을 잡게 될 거 같소.”
“우리 학교에 와요.”
연화는 환성을 질렀다. 허나 삽시에 어두워지는 정희의 안색을 보자 혀를 홀랑 내밀었다.
성호는 어색한 기분을 돌리려고 “그래, 나도 모교에 가서 교편을 잡고 싶어.”라고 말해버렸다.
정희는 성호에게 눈을 곱게 흘겼다.
연화를 보내고 정희는 성호를 불러 세웠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요.”
정희는 성호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이였다.
“집에는 왜?”
“글쎄 긴히 할 말이 있소. 가면 알게 되겠죠.”
“그래도 집엔 가지 말기요.”
성호는 정희를 데리고 교정의 수림 속으로 스적스적 걸어갔다.
화단에서는 꿀벌들이 꽃잎 속을 붕-붕- 날아다니면서 부지런히 꿀물을 채집하고 있었다.
정희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윽한 정이 찰랑거리는 외까풀눈으로 성호를 응시했다.
“이젠 당장 졸업해 산산이 흩어지겠는데 말이요.”
성호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난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소.”
하고 뒤말을 간신히 이었다.
“저도 알겠지만 난 은영을 사랑해왔소. 은영이 비참히 짓밟힌 마당에 아직 련애할 생각이 없소.”
정희는 머리를 폭 숙였다. 그녀는 발끝으로 땅바닥을 허비다가 멈췄다.
“그 심정을 알 수 있어요. 허나 졸업배치가 발등에 떨어졌지 않고 뭐예요. 금방 말하는 걸 듣고 실망했어요. 어쩜 그렇게 맥 빠진 말을 술술 해요.”
“농민 아들이 무슨 용빼는 수 있소? 시골학교에 가도 난 만족이요.”
“아버지께 말씀 드려서 성호의 소원을 풀어주자고 그러는데요.”
“고맙소. 남의 신세에 팔자를 고치고 싶지 않소.”
“왜 그렇게 말해요.”
정희 눈시울에 서운한 눈물이 고였다가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그녀는 대뜸 주먹으로 성호의 가슴을 내질렀다.
“남의 마음을 털끝만치도 알아봐주지 못하면서. 정말 밉다, 미워!”
여름방학을 맞아서 교정의 수림 속은 전에 없이 한적했다.
정희는 수림 속으로 사뿐사뿐 걷다가 성호한테 머리를 돌렸다.
“아직도 은영한테 미련이 남았어?”
“…”
“성호는 전통적인 정조파가 아니고 뭔가요? 은영한테 아직도 미련을 가지는 건 아니겠죠?”
성호는 묵묵부답이였다. 정희는 은영의 험담을 해서 괜히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하루속히 어둠 속에서 나와. 널 기다리는 건 따뜻한 사랑의 품이야. 아버지와 말할게.”
“뭘?”
성호는 의아해했다.
“당신 졸업배치를 도와달라고 부탁할게요.”
정희는 성호의 손을 정답게 잡고 응석을 부리듯 몸을 흔들었다.
“우리 집에 한번 가자. 헛일 삼아 아버지와 말해보자.”
성호는 성의를 저버릴 수 없어 정희를 따라갔다.
정희네 집은 대학가 아빠트구역 2층집에 있었다.
성호는 으리으리한 아빠트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집 안에 들어서니 객실에서 정희의 부모가 반갑게 맞았다.
성호는 인사를 마치자 소파에 가서 앉았다.
정희 아버지 엄삼기는 너부죽한 얼굴에 학자답게 풍채가 름름했다.
“아버지, 전번에도 말씀드렸는데요. 성호 졸업배치 어떻게 됐는가요?”
“광고회사 김경리하구 부탁했는데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엄삼기는 시원히 대답하고 나서 성호에게 머리를 돌렸다.
“고향이 어디요?”
“천수해 태평거촌입니다.”
“부모는 아직도 농사를 짓겠구먼.”
“예. 이제 제가 대학을 졸업하면 효도를 잘 해드려야겠습니다.”
“음, 효자로구만.”
정희 아버지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자꾸 궁금해 이것 저것 물었다.
“집에 형제는 몇이요?”
“열 남매입니다.”
“열 남매?”
정희 아버지는 놀란듯이 아내를 마주 보았다.
“예. 제가 막냅니다.”
정희 어머니는 담담히 들을뿐이였다.
“부모 년세 계시겠구만.”
“예. 올해 65세입니다.”
“형님이 몇이 있소?”
“형님 둘에 누나 여섯입니다. 형님 한분은 사망한지 오랩니다.”
“오, 형님네는 부모하구 함께 있소?”
성호는 졸업배치와는 관계없는 가정형편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기분이 얹짢으면서도 대답하지 않을 수 었었다.
“아닙니다. 큰형님은 큰아버지네 아들이 없어서 앞을 섰습니다. 둘째형님은 조선에 나갔습니다.”
“오, 진짜 대가정이구먼.”
정희 아버지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우린 아들도 없고 저 무남독녀 정희 하나 밖에 없소.”
하고 말하면서 딸을 건너다보았다.
“아버지, 또 그 말씀인가요? ‘아들이 없어 섭섭하다.’는 말씀에 귀못이 박히겠어요.”
정희는 눈을 곱게 흘기더니 화제를 돌렸다.
“이젠 호구조사를 그만하세요. 졸업배치나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십시오.”
엄삼기 교수는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쓱쓱 닦아 다시 걸었다.
“내 최성균 교수와도 부탁해놓지. 최성균 교수는 아주 친한 동창생이요.  국가통일배치를 하기에 학교에서 광고회사에 배치하면 끝이오.”
성호는 머리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성호는 어쩐지 정희 아버지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희 어머니를 피뜩 바라보니 얼굴기색이 색바래진 감이 들었다.
성호는 더 앉아 있기 불편해 한시급히 엉덩이를 들더니 인사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정희는 성호를 따라 나와 “기쁜 소식을 기다리세요.”라고 했다.
성호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감사하오. 난 농민의 아들이기에 시골에 돌아가 교편을 잡아도 되오.”
“이제부턴 ‘농민의 아들’, ‘목동’,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우리 아빠처럼 대학교  교수나 정부기관 간부, 광고회사 총경리 하면서 잘 살 생각만 하란 말이요. 호호호.”
“어디 그렇게 쉽겠소?”
“우리 함께 손잡고 찬란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보자요.”
“고맙소.”
정희는 성호를 대문 밖에까지 연의하면서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나한테 돌아와요.” 하고 정겹게 말했다.
성호는 한숨만 후~ 내쉬더니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정희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엄삼기 교수는 버럭 화를 냈다.
“안돼! 귀여운 우리 무남독녀를 그까짓 농부 아들한테 줄 순 없어! 옛날부터 규방 규수와 초가집 목동은 배필이 안돼.”
정희는 울먹이며 반발했다.
“아버지, 지금도 반상이 따로 있는가요? 아버지도 옛날 농민의 아드님이 아니셨던가요? 성호는 초가집 목동이 아니라 당당한 80년대 대학생이란 말이예요.”
엄교수는 눈을 뚝 부릅뜨고 호통쳤다.
“걘 절대 안돼. 지금 혼사말이 문턱이 닳토록 들어오고 있어. 시장네 아들로, 국장네 아들로, 총경리네 아들로 줄을 섰어. 하필 부모를 모셔야 할 농부네 목동이냐? ”
정희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애원했다.
“아버지, 왜 딸의 마음을 몰라줘요? 성호 아니면 죽어도 시집 안가요.”
엄교수는 대뜸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얘, 무슨 일 치잖았니?”
정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제발 안된단 말씀 하지 말아요. 이 딸은 성호를 목숨보다 더 사랑해요. 제발 빌어요. 성호와 행복하게 살게 허락해주세요. 네?”
“얘, 정말?”
엄교수는 정희를 보고 어처구니없어 “일어나라.” 하고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정희는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 허락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겠어요.”
엄교수는 정색해 말했다.
“얘야, 우린 너 밖에 없어. 녀자는 시집을 잘 가야 해. 왜 숱한 좋은 혼처를 두고 하필 시골 농부네 집에 시집가려고 이래?”
정희는 아버지를 쏘아보면서 발버둥질치며 고함쳤다.
“관둬요. 딸이 죽는 걸 보자고 이래요?”
“얘, 다신 말하지 말라!”
엄교수는 황급히 딸을 끌어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간곡히 타일렀다.
“얘야, 네가 없인 우린 못 살아.”
정희 어머니 조혜숙도 정희를 껴안고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정희야, 절대 짧은 생각을 하지 말고 천천히 의논하자. 평생대사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결정할 수  있니?”
“허락하는 거죠?”
“천천히 잘 생각해보자.”
엄교수는 벌떡 일어나면서 안경까지 떨어뜨렸다.
“그래, 정희야, 최교수한테 졸업배치도 부탁하고 성호를 잘 알아봐야겠다.”
“알아보나마나. 마음씨 착하고 아주 참한 대학생인데요.”
정희는 무릎을 펴더니 두다리를 퍼더더버리고 펄렁 물앉아 기대에 찬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딸을 믿으세요. 4년 동안이나 한 학급에서 지내보아도 성호만한 남자는 없어요.”
혜숙은 정희의 눈물이 글썽한 눈시울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천천히 보자.”
“쩌, 쩌, 쩌, 걔한테 끌려가면 안되오.”
“에이고, 당신은 농민 아들이 아닌가요? 올챙이 때를 잊었구만요.”
“관두오. 그때는 그때지. 다 내 딸을 행복하게 살게 하려는게지.”
어느날 점심에 정희가 침실에 와서 성호를 찾았다.
성호는 정희와 함께 교정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정희는 생글방글 웃으면서 “성호, 아빠 최선생님과 말해서 시내 광고회사에 배치하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뭘? 내하구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묻지도 않고 광고회사에 배치했소?”
“시내서도 상직업인데요. 개혁개방을 하면서 경제시대에 들어섰는데요. 돈도 꽤나 벌고 좀 좋아 그래요?”
정희는 성호에게 눈을 곱게 흘기었다.
“배 부른 흥정을 하긴? 어디 누구나 다 하는 일인가요?”
“뭐라고?!”
뜻밖에도 성호가 빈정거렸다.
“그래, 초가집 목동이 광고회사에 들어가면 큰 벼슬을 한게지. 흥!”
정희는 도와주고도 뺨을 한대 맞은 감이 들었다. 그러나 억지로 참으면서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을 하겠소?”
성호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난 천수해에 돌아가 고향을 건설하고 싶소. 황페해지는 모교랑 보니 마음이 아픕데. 고향의 어린이들한테 글을 가르치고 싶소.”
성호는 발길로 수림 속의 자갈을 툭 차버렸다.
“시골에 갈지언정 ‘농부의 아들’이라고 천시받으면서 살긴 싫소. 시골에서 교편을 잡더라도 자기 능력으로 살고 싶소.”
정희는 성호의 손을 주동적으로 슬쩍 잡았다. 성호는 어쩐지 그 따뜻하고 매끌매끌한 손이 싫지 않았다. 그들 둘은 손을 잡고 학교 뒤동산의 소나무 숲으로 걸어갔다. 송진 냄새가 솔솔 풍기는 소나무 밑은 삼복염천에도 그리 덥지 않았다.
정희는 입을 무겁게 열었다.
“이제 경제시대에 들어서면 광고회사에서 돈을 많이 벌면 좀 좋아요? 옛날엔 무예가 사내대장부의 능력이였죠. 허나 경제시대엔 돈이 능력이지요. 지식이랑 사랑이랑 다 문화에 속하죠. 경제시대에 문무가 겸비되자면 돈도 있고 지식도 있고 사랑도 있어야죠.”
“흥! 진짜 괴상한 론조군.”
성호는 랭소했다.
“진짜 규방 규수의 철학미가 푹 슴밴 새 정치경제학 리론이구만.”
“인생도 선지선각과 선택이 중요하죠.”
정희도 점점 더 정색해 진지하게 말했다.
“고향에 돌아가 교원을 하려는 소박한 생각은 좋아요. 그러나 지금 자기를 부단히 승화시키면서 능력을 과시해 새 생활을 창조하는 것이 옳아요. 광고는 황금직업인데요. 한번 솜씨를 펴보세요.”
허나 성호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돈을 주무는 일은 좋지 않은 거 같은데. 황금흑사심이라고 돈은 자칫하면  사람을 변심하게 만들 수도 있지.”
“성호는 정직하고 착하고 진실한 사람이기에 돈에 유혹돼 변질할 사람이 아니라고 보오.”
“믿어줘서 고맙소.”
정희는 적이 기뻐했다.
그녀는 성호의 손을 잡고 정답게 마주 바라보았다.
“성호, 아직 그대한테서 뭔가 하나 받지 못했는데요.”
“뭘?”
성호는 간절한 정희의 눈길에서 제꺽 깨닫고 머리를 숙였다.
정희는 성호를 기다리다못해 와락 끌어안더니 나직이 “사랑해요.” 하고 먼저 사랑을 고백했다.
성호는 정희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물었다.
 “정희, 난 한가지 묻고 싶소.”
“백가지라도 물으세요.”
 “이후에 내가 초가집 농부네 목동출신이라고 업신여기지 않지?”
정희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후에 한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한 우리 부모를 잘 모시겠소?”
“효성을 다해 모실게요.”
“정희, 내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정희를 사랑하오. 영원히 사랑하겠소.”
성호는 정희를 숨 막힐듯 꽉 껴안더니 한 고패 빙 돌렸다.
순간 정희는 성호의 얼굴 옆에 걀쭉하게 생긴 은영의 우유빛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허나 정희는 용케 질투심을 억눌렀다.
“이제부터 다른 녀성한테 눈길을 팔면 안돼요. 이젠 싹 지워버리세요. 저한테 향한 진실한 사랑만 간직하세요.”
성호는 정색해 물었다.
“뭘 보고 농부 가정의 목동을 사랑하오?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데. 후회하지 않겠소?”
“또 그 말인가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난 막내지만 아마 부모를 모셔야 할 것 같은데. 전 무남독녀인데 난 데릴사위로 들어갈 수도 없소. 정희네 부모가 섭섭해하지 않겠소?”
정희는 뜻밖의 말에 대뜸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느 누가 부모 없이 자란 자식이 있는가요? 부모에게 효성을 하는 건 자녀의 신성한 의무죠. 우리 함께 효성을 다해 두 집 부모를 모시면 안 돼요?”
성호는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형제 열이나 되는 복잡한 집에 와서 어떻게 시집살이를 하겠소?”
정희는 달아오른 쇠기둥 같은 성호의 몸에 살짝 기대면서 아주 결연히 대답했다.
“우리 둘이 서로 사랑하는 한 모든 걸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성호는 돌아서는 정희를 와락 끌어안고 청춘의 더운 피가 끓어 넘치는 진지한 사랑의 감정을 토로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 사랑은 정희를 무한한 감동을 먹게 했다.
정희는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성호의 품에 얼굴을 사르르 파묻고 어깨를 가늘게 들먹였다. 성호는 얼굴을 정희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에 천천히 가져가더니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떨리는 빨간 입술을 포개고 따뜻한 키스를 안겨주었다. 정희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독차지한 것 같은 기분에 둥둥 떠서 황홀한 무지개 동산에 들어선듯이 경악할 경지에 이르렀다.
허나 그 모든 것은 성호와 정희 미몽의 시작에 불과했다. 농부의 아들 성호와 규방의 규수 정희, 그들 사랑의 현실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고도 많았다.
산새들도 처녀총각의 열애하는 모습이 부러운지 소나무숲 속에서 이 나무가지 저 나무초리에 옮겨 앉으면서 짹짹 지저귀였다. 부나비는 연분홍 코스모스 꽃잎에서 나풀나풀 춤 추고 있었다.
 
21. 깍쟁이령감
늙은 비술나무 아래에서 령감들이 모여 앉아 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곽재령감이 사라지자 령감들이 왁자그르 끓어번지기 시작했다.
세린하에서 이사해온 땅딸보 천석령감은 대머리에 송글송글 돋은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선코 뗐다.
"저 깍쟁이 령감이 오늘부터 두부 장사를 한다는데 로친 발바닥에 털이 나겠다이."
"늘그막에 무슨 두부장사를 한다고 저러오?"
천석 령감이 헐뜯기 시작했다.
"아이고, 말도 마오. 저 령감은 두부콩을 가는 매돌소리만 들으면 그 집에 가 두부를 먹지 않고선 사흘 앓은 령감이라이."
천석 령감은 건 가래를 떼며 말을 이였다.
"아들 혼삿말 하러 갔을 때는 어쩌겠소? 사돈집에서 때마침 두부와 돼지고기를 끓인 국을 상에 차려놓았지. 게걸에 득식이라고 저 령감은 맛도 보지 않고 한술 푹 떠 입에 넣었다오. 그런데 어찌나 따가웠는지 그 우멍한 실눈이 메워지고 혀로 바삐 입안의 걸 이볼 저볼 옮기며 따가운 김을 입귀로 씩 빼면서 식히는 판이요."
곽재 령감은 불쑥 사돈령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집은 어느 해 졌습둥?"
"예, 게걸년에 졌지."
"예- 재목은 어데서 베왔습둥?"
사돈령감은 곽재 령감이 하는 상이 너무나도 우스워 겨우 웃음을 참으면서 놀려주었다.
"예- 덴 당낙골에서 베 왔습구마."
사돈령감은 분명 게걸스레 돼지고기를 먹다가 입천정이 다 뎄다고 곽재 령감을 골려준게 불 보듯 빤한게 아니고 뭔가.
"야, 이 집이 덥긴 덥다."
곽재 령감이 숟가락을 놓으면서 후후 거리는 걸 보고 사돈령감이 부채를 건넸다.
곽재 령감이 부채를 쥐여 훌훌 부채질하자 보다못한 사돈령감은 다른 부채를 쥐여 살랑살랑 흔들었다.
"부채야 이렇게 부채질해야 견디지."
곽재 령감은 부채 아까워 아예 부채를 흔들지 않고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 전라도 깍쟁이라더니. 흥!"
곽재 령감은 눈에 거슬려 사돈령감을 따라하지 않고 부채질을 훌훌 했다.
천석 령감은 계속 곽재 령감 흉을 보았다.
"저 령감은 그날 렴치 불구하고 돼지고기국을 세 사발이나 먹어줬다오. 또 한 마을에서 전라도깍쟁이 며느리 순희를 맞아들여 조수로 삼게 됐으니 그번 행차에 꿩 먹고 알 먹은 셈이지."
"하하하."
령감들이 제 나름대로 웃어댔다.
허나 동불사에서 이사해온 덕칠 령감은 뾰족한 턱을 가로 저었다.
"곽재 령감이 이전에는 그렇잖았는데."
천석 령감은 침을 튕기면서 계속 말공부를 했다.
"그게 양,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게요."
"제 고뿔도 남을 주지 않을 깍쟁이라니까.”
덕칠 령감이 동을 달았다.
“전라도 깍쟁이령감은 사돈령감이 울고 갈 상깍쟁이구먼.”
천석 령감은 사기나서 팔소매까지 걷어부치고나서 연설했다.
“한번은 공량을 바치고 천수해 대중식당에서 소주를 마실 때였지.
불시에 매대 쪽에서 귀에 익은 울음소리가 터졌네.
'아이고, 내 돈이야, 재수 없이 떨어졌구나.'
개 달려가서 살펴보니 글쎄 흰 보자기를 허리에 질끈 동여맨 깍쟁이 령감이 우멍한 실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하수도구멍을 들여다보면서 통곡친단 말이요. 어째 그러는가 물었더니 '두부 한근, 술 닷 돈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겠소. 사실 돈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다가 오전짜리 돈이 그만 하수도구멍에 똑또그르르 굴러 빠져들어갔단 말이요. 숱한 술군들이 왁자그르 웃음폭탄을 터뜨리면서 그런 의미에서 한잔씩 들지 않겠소."
"하하하."
"허허허."
령감들은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훤칠한 덕칠 령감은 덤덤히 앉아 초모자로 부채질했다.
"에잇, 좀스럽긴, 원, 쯧쯧쯧."
"그뿐인줄 아오? 내 보다못해 5전짜리 엽전을 꺼내 주었지. 그래서 울음을 뚝 끊었던게 잠시 후에 또 운단 말이요.”
“어째?”
령감들은 의아해 천석 령감을 쳐다보았다.
“'아이고, 금방 잃어버린 돈이 있으면 요 거까지 합하면 10전이 되겠는 걸. 아하이고.’ 이렇게 넉두릴 하면서 또 운단 말이오. 얼마나 창피한지. 원."
모두들 어처구니없어 "허허허." 하고 웃었다.
령감들이 무릎을 치며 배를 끌어안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동불사 덕칠 령감이 턱을 만지면서 의아해 했다.
"입방아쟁이 령감, 곽재 령감 원래 그런 사람 아니라니깐. 우리 아래웃집에 살 때요. 색다른 음식이나 술이 있으면 청해 대접했다이. 인심이 후한 령감이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그때 쌀고생이랑 돈고생이랑 얼마나 했소. 그래서 그렇게 된 거요."
천석 령감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게 다 낡은 그루터기에서 이밥 먹던 소리요. 그 령감을 전라도 깍쟁이라고 하면 뭐라는지 아오? '흥, 난 함경북도 길주 사람이야.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이.’ 이러고 개 잡은 포수처럼 어깨 어쓱해서 코방귀를 뀐단 말이요. 곽재 령감은 문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만날 뒤짐 지고 우멍한 실눈으로 땅바닥을 참빗질하면서 다닌단 말이요. 그러다가 쇠붙이, 헌투레기, 지어 지푸라기라도 보기만 하면 주어다가 제 집 마당에 쌓아놓는다니까. 그 령감네 집은 페품수구소 같아 잡동사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않았겠소?"
이때 손자녀석이 천석 령감의 대머리를 짝 치더니 오이를 뜯어달라고 몸을 탈면서 응석을 부렸다. 그 바람에 천석 령감은 마지못해 입을 거두고 자리를 떴다.
천수해 령감이 송곳니만 남은 입안이 다 들여다보이게 헐헐거리며 웃다말고 의아한듯이 물었다.
"어째 천석 령감 말이 믿어지지 않는단 말이요. 무슨 놈의 깍쟁이는? 쯧쯧."
여태껏 입에 빗장을 지르고 있던 덕칠 령감이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곽재 령감은 궂은 날 갠 날을 가리지 않고 고삐를 채는대로 쟁기를 말없이 수걱수걱 끄는 황소처럼 일했소. 그런데 총결 때는 어떻게 됐소? 정치대장이노라고 말공부를 하러 사처로 싸다니던 천석 령감은 백여원 탔지만 곽재령감은 5전짜리 동전 세개 밖에 타지 못했소. 손맥이 탁 풀려 어떻게 일하겠소? 보리고개를 넘기 전에 천정이 다 들여다보이는 멀건 푸성귀죽을 마시고 소똥 말똥을 다 말려 때는 신세에 깍쟁이 되잖은 수가 있겠소? 그래 답답해 투레기를 팔아 술을 먹었지."
천수해 령감과 덕칠 령감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덕칠 령감이 초모자로 부채질 하자 광대뼈가 튀어난 두만 령감이 입을 열었다.
"저 천석 령감이 남의 말을 혀바닥이 다슬게 해도 자기는? 곽재 령감은 두부나 얻어 먹을가구바자굽에까지 콩을 쪽 심고 겹벌로 바자를 세웠단 말이오. 걸 저 땅딸보 천석령감이 당장 콩을 없애라고 우멍한 실눈을 부릅뜨고 을러멨지. 천석 령감은 뜨개소처럼 곽재 령감을 떠밀어 제치고 바자를 와락 뽑았지. 뭐, 콩을 많이 심어 먹으면 자본주의 싹이 튼다던가. 곽재 령감도 천석 령감의 아름에 든 바자 한끝을 틀어잡고 미세, 당기세를 하는 판이요. 천석 령감이 콱 당겨 제 힘에 바자를 안은채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벌러덩 넘어갔다이. 그 대머리 상통을 보고 숱한 구경군들이 코 싸쥐고 웃었다이. 두부는커녕 푸성귀죽을 겨우 얻어먹으면서 곽재  령감은 벙어리 랭가슴을 앓듯 했지."
"어이,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더니 곽재 령감이 또 오오."
덕칠 령감이 저쪽에 대고 뾰족한 턱짓을 했다.
"아직도 곽재 령감 말이요?"
천석 령감은 너럭바위에 올방자를 틀고 도고히 앉아 또 곽재 령감을 씹어쳤다.
"십여년 전에 천수해 사위가 왔을 때요. 저 령감이 사위를 쫓자고 빤빤한 마당을 쓸면서 뭐랬는지 아오?
'양? 남이야 량식절약공약을 어기고 사흘이 멀다 하게 가시집에 놀러 오든 말든 더운 밥 먹고 식은 걱정 할게 있소?'
힐끔 들여다보니 사위가 듣는둥 마는둥 하는 눈친지라 마당을 몇번 썩썩 쓸다가 뭐라고 했는지 아오?
'뭐? 보자는 딸은 오지 않고 사위가 와서 며칠 더 노는데는 어쨌다고 그러오? 제발 량식절약학습반엔 보내지 마오. 얼마나 창피하겠소. 괜히 가시집에 와서 망신당하고 집에 돌아가 내 딸을 못살게 굴겠다이. 오늘 돈과 량표를 내고 간다이. 뭐? 우리 집에 량식공작대까지야 보낼 필요는 없소.'
공연이라도 그런 멋진 공연이 어디 있겠소? 그래서 사위는 아침도 먹지 않고 량표와 돈을 홱 팽개치고 가버렸지."
덕칠 령감이 퉁방울눈으로 쏘아보건 말건 눈치 도끼등인지 땅딸보령감은 계속 물어뜯었다.
"십여년 전 곽재 령감 생일날 내 생이 두대나 상한 걸 생각하면 헤이고, 그날 아침에 곽재 령감이 정지에서 가마뚜껑을 절거덩 챵! 들었다 놨다 하면서 오뉴월에 가마에 서리치게 잔소릴 합데.
'며느리, 딸이 가져온 돼지고기는 잘게 써오. 그래야 덜 축이 날게 아닌가."
'예, 근심 마소서.'
함경도 깍쟁이령감하구 전라도 깍쟁이며느리 손이 척척 맞았지.
'그 아까운 돼지고기를 씻은 기름물을 버리지 말라. 뒀다 먹기요.'
'예- 그럴바엔 아예 돼지고기를 샘물터에 잠궈놓고 내내 그 물을 퍼다 끓여 잡숫죠. 호호호.'
'그래. 뛰는 놈 우에 나는 놈 있다더니. 전라도 며느리 진짜 함경도 도둑보다 나아. 허허허. 그러나 손님들을 수태 청해 생일상에 돼지고기점도 올리지 않아서야 쓰겠어?"
"호호호."
시아비하구 며느리 부르고 쓰는 판이오.
"에끼, 령감, 귀를 그 집에 떼 둬서 그리 신통한 상 하오?"
바른 총인 천수해 령감이 듣다못해 한마디 툭 내쏘았다.
땅달보 천석 령감은 개의치도 않고 또 씹어쳤다.
"듣기나 하오. 콩나물 대가리고 버섯채고 소금범벅인 건 둘째고 주먹만큼 썬 돼지고기를 보고 곽재 령감은 정지에 대고 며느리를 욕해대지 않겠소? 곽재 령감은 누구 저가락이 돼지고기점에 갈까봐 우멍한 실눈이 동그래서 지켰다이. 헌데 생게나 다름없는 돼지고기를 누구도 먹지 못하고 그대로 상을 물렸다이. 곽재 령감은 며느리 코에 대고 엄지를 내밀었다이. 깍쟁이 령감이 술은 또 동네 부조를 믿고 딱 한병만 달라당 올렸다이."
"에끼, 령감, 남을 헐뜯어도 유분수지.”
이때까지 실말인지 옛말인지 물고 헐뜯은 천석 령감의 말을 반신반의하던 두만 령감이 세귀눈을 부릅뜨며 바른총질 했다.
“당신은 온 동네를 항상 입만 달고 싸다니면서 얻어먹어주다가 무슨 남의 소리요? 곽재 령감 생일날엔 그게 뭐요? 물을 탄 술병을 가져 가고서도 남의 말을 하오?"
그러자 천석 령감은 제꺽 덕칠 령감을 업고 똥구뎅이에 뛰어들었다.
"령감은 그날 용감하게 돼지고기점을 먹더구먼."
"에잇, 령감, 자기는 게걸스레 먹다가 생이를 상해가지고서도 무슨 군말이요?"
덕칠 령감이 쇠소리나게 툭 쏘았다.
"령감, 항상 틀만 차리지 말고 듣소. 정치대장질을 잘 했으면 그때 모두 굶을 지경으로 살았겠소? 이전에 내 바른 총질을 한다고 동불사에 쫓아보내고서도 아직도 온 한날 곽재 령감을 물어뜯소? 입이 아프지도 않소?"
"저런 령감이 우환거리라이. 퉤!"
덕칠 령감은 버릇처럼 침까지 내뱉었다. 입방아쟁이 령감은 그래도 지지 않으려고 반격을 가했다.
"아니, 이거 실로 랭수에 생이 부러질 소리도 한다. 당신넨 지금 나를 물어뜯지 않고 뭐요?"
천석 령감은 우쭐해 이번엔 또 남을 업고 똥물에 뛰어들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쌀고생을 하면서 산게 어디 내 혼자 탓이라고 이러오? 난 다 저 대대당지부 서기 상진 령감 말대로 했다이."
그 말에 모두 입을 헤 벌린채 서로 쳐다볼뿐이였다.
한참 후에 덕칠 령감이 한마디 했다.
"에이, 문화대혁명 때부터 천석 령감이야 전문 남에게 똥바가지를 덮어씌우지 않았고 뭐요? 남을 업고 똥구뎅이에 뛰여드는데야 누가 당하겠소. 개 똥 먹는 버릇 고치겠소? 자기 잘못이 어디 있소? 또 상진 령감 탓이지. 흥!"
“정치야 그래도 상진 령감이 제대로 하지. 예로부터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상진 령감이야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고 한뉘 애를 쓴 령감이지.”
이때 곽재 령감이 두부를 한판대기나 실은 수레를 몰고 지나면서 소리쳤다.
"어이, 령감들, 우리 집에 가서 두부에 술이나 마시기요."
"보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저 곽재 령감은 본래 그런 깍쟁이 아니라니까."
"암, 그렇구말구."
령감들의 말에 천석 령감은 대머리에 송골송골 돋은 땀을 딱으면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커다란 의문부호가 감탄표를 껴안고 늙고 비술나무 아래의 숱한 령감들의 머리를 놀랍게 쳤다.
"?!"
이때 성호가 성큼성큼 마을로 돌아왔다.
“여러분, 안녕하십둥?”
한참 한담하던 마을 로인들은 성호를 보자 반가와 야단쳤다.
“에이고, 우리 마을 수재가 돌아왔네.”
"소를 방목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더니 대학에 척 붙었지. 뭐야?”
“감사합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그래, 그래.”
성호는 마을 로인들과 갈라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밭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상진은 아들을 보고 기뻐 어쩔줄 몰랐다.
“그래 어디 배치받았니?”
“시내 광고회사에 가게 됐습구마.”
“그래? 참 장하다, 장해!”
상진은 가래짝 같은 손으로 성호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성호는 칠순이 다 된 머리 허연 부모가 아직도 농사를 짓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성호의 고향은 개혁개방하면서 집체로 농사를 짓던데로부터 개체로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의 생산적극성이 전에없이 높아졌다. 그들은 하나라도 농사수입을 올리려고 자기에게 차례진 밭을 기름이 찰찰 넘치게 다루고 있었다.
점심상에 마주 앉자 상진은 "광고회사에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한다니?" 하고 물었다.
"제품광고를 하는 일입니다. 말로는 광고수입의 20프로를 수고비로 준답디다."
막내아들의 말에 상진은 한참 궁리하더니 "돈은 벌겠지만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별로 써먹지 못하겠구나."라고 했다.
성호도 한숨을 후~ 내쉬였다.
"아버지, 광고회사에서 돈을 잘 벌면 부모를 시내에 모셔가겠습꾸마. 한뉘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한 부모를 잘 모셔보고 싶습구마."
"효성이 고맙다만 우린 농촌을 떠나지 않겠다. 시내에 가서 뭘 하니? 농사군은 밭을 떠나지 말아야 해. 선렬의 목숨과 피로 바꿔온 아까운 밭을 어떻게 버리고 시내에 가니? 묵어빠지는 밭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못 산다."
이것이 농사꾼의 근본이였다. 밭을 믿고 살고 밭에 목이 얽매여 한뉘 농사를 지어야만 사는 농사군들이였다.
"칠순이 넘어서 어떻게 계속 농사를 짓겠습둥?"
"저 밭을 어떻게 얻어온 밭이냐? 우리 조상들이 조선에서 가마를 빼 지고 두만강을 건너 이 곳에 와서 어떻게 개척한 황무지냐? 항일투사들의 피로 바꾼 땅이야."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 셋째누나 은숙이 들어섰다.
그녀는 성호한테 피뜩 눈인사를 하고는 아버지를 보고 직구를 날렸다.
“아버지, 이젠 그 개꼬리 같은 밭고랑을 가지고 사위하고 다투지 맙소. 동네 영상해 못 살겠습구마.”
“뭐라고?”
상진은 눈을 부릅뜨며 정색했다.
“그 반고랑이 네게면 네게고 내게면 내게라고 똑똑히 갈라야 해.”
성호가 물어보니 은숙은 이런 사연을 오라비한테 하소연하는 것이였다. 천지꽃산 기슭의 밭을 제비를 뽑아 나누게 됐었다. 그런데 제비를 쥐다나니 부녀간이 나란히 밭을 나눠가지게 됐다. 그런데 부녀간 밭 사이에 반 고랑짜리가 대체 누구에게 속하는지? 은숙은 아버지 거면 어떻고 자기 거면 어떻고 시비를 하지 말고 부모한테 주려고 했다. 그런데 사위 경만은 떽 했다. 그 바람에 상진과 사위는 대판 시비가 붙었다. 대장이 상진과 경만을 데리고 가서 다시 두 집에 차례진 밭고랑을 자로 재여본 결과 그 반고랑은 확실히 상진네 것이 아니겠는가!
경만은 미터 자를 활 던져버리면서 “에이씨, 이젠 가시아버지고 뭐고 모르겠다.” 하고 욕설을 퍼붓더니 쥉쥉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부터 경만은 가시집이라면 코방귀를 뀌면서 등을 돌렸다.
농민들은 밭이라면 부모자식간에도 한치  양보도 없었다. 밭은 농민의 인생 전부였고 생명선이였기 때문이다. 밭 한고랑을 떼가는 것은 생명의 일부를 떼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됐다.
성호는 사연을 듣고 나서 “됐소. 생산대에서 나눠준대로 하오. 이제 자꾸 시비를 해서 뭘 하겠소.” 하고 눅잦혔다.
은숙은 “에이, 깍쟁이 같은 령감이, 반고랑을 사위를 주면 어떻다고 그러오?” 하고 눈을 흘겼다.
상진은 세귀눈으로 셋째딸을 마주 보면서 정색했다.
“얘야, 반고랑 밭이 아까워 그런게 아니야. 옛날부터 부모 자식간에도 돈을 세서 주고 세서 받는다고 했다. 뭐나 공짜는 공짜고 주는 건 주는 거야. 그러나 시비는 명확히  갈라야 해.”
“또 그 얘기군요. 빚을 지고 살아도 시비 지고 못 사는 아버지니까.”
은숙은 그저 피씩 웃고 말았다.
영옥은 성호를 건너다보면서 "이젠 대학도 졸업했는데 데려올 새애기는 없니?" 하고 궁금해했다.
성호는 한숨을 후~ 내쉬더니 "어디 맞갖은 새애기 그리 많습니까?" 하고 심드렁해했다.
영옥은 "그래도 말이 있는 처녀라도 없니?" 하고 바투 들이댔다.
"있긴 한데.”
상진과 영옥은 희망에 찬 눈길로 동시에 성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뒤말을 기다렸다.
성호는 말을 꺼낸바 하고는 몽땅 얘기해주었다.
"광고회사를 들어가게 된 것두 그 처녀애 아버지 도와준 덕분입구마."
그는 겨우 뒤말을 이였다.
"그 처녀애는 교수네 집 무남독녀인데 대학생입니다."
“대학생? 거 좋구나.”
상진이 한마디 했다.
영옥은 한참 묵묵히 앉아 착잡한 상념에 잠겼다가 침묵을 조용히 깼다.
"새애기 아무리 좋아도 짝이 기울어선 안되지. 인물이 아무리 고와도 쓸 데 없다. 사람은 마음이 고와야 한다. 인물을 뜯어먹고 산다더니?"
"쯧쯧쯧, ‘흥!’ 소리도 반간이라고 무슨 말을 하오? 교수네 딸이면 좀 좋아?"
상진이 입을 틀어막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은숙이 끼여들었다.
"가문도 비슷하면 좋다. 그쪽은 교수구 우린 농부가 아니냐? 사돈도 짝이 기우면 이후에 말썽이 생긴다."
상진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내 잘못이 크구나. 옛날 내 현 공안국 국장을 내놓고 이 마을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없겠는데. 너네 자식들한테 한뉘 농부네 아들이란 딱지가 붙어다니게 해서 미안하구나."
"예? 옛날 아버지가 공안국 국장을 했습니까?"
"그래, 그랬다."
아버지 대신 엄마가 말했다.
"너네 아버지 집에 오지 않았으면 현장이라도 됐을 거야."
성호는 아버지를 다시 쳐다보았다.
“아버지, 왜 그때 국장을 그만 뒀습둥? 그러지 않았더라면 자식들도 잘 됐겠는데. 적어도 세상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농부의 아들’이란 말을 듣지 않으면서 떳떳이 살겠는데.”
상진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였다. 말머리 무거운 그였지만 이번에는 자식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농부네 아들이라고 심지를 굽히지 말라. 넌 당당한 대학생이야. 문화대혁명이 아니래도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게야.”
성호는 듣다가 궁금해났다.
“왜 국장을 그만 두고 농촌에 돌아왔습니까? 혹시 착오라도 졌습니까?”
상진은 또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말하자면 길다. 그때 나는 지식이 없었다. 옛날 서당방에서 배운 글을 가지고 어떻게 국장을 계속 하겠니? 문화대혁명 때 반란파들이 날 물어먹었지. 억울한 사건을 바로잡을 땐 난 벌써 퇴직나이를 훨씬 넘겨서 공안국에 되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영옥이 보충했다.
“아버진 그래도 지금 로임을 받는 농민이다.”
“고향 마을에서 부모를 모신게 다행이지.”
상진의 말에 영옥이 동을 달았다.
“네 아버지는 효자다, 효자.”
상진은 가슴 아픈 과거사를 간단히 말했다.
“속담에 충신은 효자로 될 수 없다고 난 국장은 못했지만 부모들께 조금이라도 효성한게 다행이야.”
아버지 말을 듣고 성호는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그때 고향에 돌아오지 말고 국장을 계속 했더라면 부모도 잘 모시고 잘 살 수 있지 않았겠습둥?”
“농촌에 있는 부모처자를 어쩌니?”
“시내에 모셔가면 됐을 걸 그랬습니다. 공안국 국장이면 가족의 호구도 시내에 올리기 쉽지 않았습둥?”
“후에 조직에서도 내게 정치착오 없다고 결론지은 후 부모처자를 시내에 모셔오라고 했다. 그런데 조직에 손을 내밀기 싫더라.”
“토지개혁 때 간부들은 다 저 령감처럼 사상이 새빨갛다.”
“난 그때 집으로 돌아오면 곁에서 조석으로 부모를 잘 모시고 처자를 돌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 고향에 돌아와 사업해도 마찬가지로 나라와 인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 령감이 깍쟁이 돼 출세하지 못했다. 현장한테 술이라도 사 먹였으면 지금 쯤 국장이겠니?”
“헛소릴 작작 하오. 술을 사 먹이고 국장을 하면 어쩌고 현장을 하면 어떻소? 그런 부패한 관리를 해서 뭘 하오?”
성호는 아버지의 순박한 사상감정에 머리를 숙어졌다.
“그때는 그렇게 하면 효성도 하고 나라의 충신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 넌 아버지 교훈을 섭취해서 전도를 개척할 때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람의 평생에 좋은 기회는 몇번 차례지지 않는다.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성호는 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말씀을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겨두었다.
영옥은 화제를 돌려 “교수집 딸이 우리 같은 농민 시부모를 좋아할가?” 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진은 영옥한테 눈을 흘겼다.
“쯧쯧, ‘흥’ 소리도 반간이라는데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마오.”
그는 성호한테 머리를 돌렸다.
“부모 걱정 하지 말고 전도를 개척해라. 넌 농부의 아들이란 딱지를 떼버리고 이젠 당당한 대학졸업생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게야. 농부네 아들이라고 심지까지 농부의 소농경제 사상의식으로 놀아선 안된다. 이제 광고회사에 들어가 솜씨를 펴라. 배필로 될 수 있다면 교수 집 딸과 약혼하면 좀 좋아 그래?”
“알았습구마.”
그때 은숙이 성호를 보고 한마디 귀띔해주었다.
“넌 절대 아버지처럼 살지 말라. 기실 우리 집은 농민이지만 아버지 양성한 간부들이 지금 시내 공안국에 수태다.”
“양?”
성호는 눈이 떼꾼해져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지금 공안국 리철갑이란 과장이랑 이모부랑 다 아버지 수하였어.”
성호는 흠칠 놀랐다.
"아니, 리철갑 과장이란 승호 아버지 아닙둥?"
"어째? 리철갑 과장네 아들을 면목 아니?"
“예, 동창생입구마.”
“그래?”
영옥은 상진을 돌아보면서 입을 함박만큼 쫙 벌리면서 놀라했다.
“걔를 압둥?”
“알다뿐이겠냐?”
“쩌쩌, 그만두지 못하겠소? 저 로친 말이 많아 대사야.”
상진은 황급히 눈을 부라려 영옥의 입을 틀어막았다.
영옥은 제꺽 화제를 돌렸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모부한테도 찾아가라. 네 이모부도 지금 공안국 형사과 부과장을 한다더라.”
성호가 쳐다보자 상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옳다. 내 강운룡을 제발시켰지. 네 이모 중매도 섰지.”
“진작 찾아가려다 말았습구마. 이전에 이모부한테서 권투랑 배우긴 했지만 어쩐지 졸업배치까지 부담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똑 떼 닮았구나. 네 아버진 옛날부터 남의 신세를 지려고 하지 않은  위인이야. 자기 제발한 강 과장한테 신세를 지는게 싫어 그랬지.”
상진은 성호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자기 힘으로 이 세상에 꿋꿋이 서라고 그래. 좀 힘들더라도 자기 능력으로 사업을 잘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야 보람찬 거야.”
성호는 “예, 명심하겠습니다.” 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 시각만큼 아버지가 얼마나 존경스러워보였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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