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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구는 가장 용감한 팬을 잃었습니다'
2017년 07월 08일 10시 04분  조회:1376  추천:0  작성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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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더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기를

 

누군가에게 축구는 무엇일까요?

 

보통은 공을 차고 공격하며 수비하는, 이겨야 하는 싸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를 뛰어 넘어 자신의 전부일지 모릅니다. 축구는 생사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던 리버풀의 전설적 명장인 빌 생클리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축구는 자신의 삶 모든 게 투영된 전부일 수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 축구가 그랬습니다.

 

브래들리 로어리. 로어리는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 모세포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교감 신경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었습니다. 만 2살도 안 된 아이가 받아 안기엔 너무나 크고 가혹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어리는 씩씩하게 병마와 싸웠습니다. 그러다 호전되는가 싶었지만 지난해 7월 재발, 연말에는 말기 진단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런 일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삶 마지막에 붙잡은 게 축구였습니다.

 

 

아빠와 함께 경기장을 찾아 밝게 웃는 브래들리

 

 

삶과 죽음이란 경계를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렸던 로어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축구를 통해 잠시나마 병마와 현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선덜랜드의 팬이자 공격수 저메인 데포를 좋아했던 로어리는 선덜랜드와 데포가 내민 손을 잡고는 잠깐이나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로어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선덜랜드와 데포가 발 벗고 나서 그와 함께한 것이었습니다.

 

선덜랜드와 데포가 로어리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에버튼과의 홈경기에 로어리를 초청한 것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데포의 품에 안긴 로어리는 세상 다 가진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자신의 최고의 팀과 선수를 만났으니 당연했습니다. 로어리의 해맑게 웃는 표정이 한편으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로어리의 사연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덜랜드와 에버튼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로어리의 나이인 5살에 맞춰 경기 시작 5분에 로어리의 쾌유를 비는 합동 서포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축구는 그렇게 로어리와 함께 했습니다.

 

로어리의 가슴 아픈 사연에 편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선덜랜드 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과 사람들이 로어리의 아픔과 함께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선덜랜드와 첼시의 경기를 앞두고 베고비치가 지킨 첼시 골문에 로어리가 승부차기를 하는 깜짝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로어리는 멋지게 킥을 성공시켰는데 BBC의 대표 축구 프로그램인 에서는 이날의 로어리 골을 이 달의 골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축구는 로어리와 함께했고 모두에게 진심이었습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움직였습니다. 저메인 데포가 올 3월 치러진 잉글랜드와 리투아니아의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전에 로어리를 에스코트 키즈로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적극 받아 안고 일을 추진하면서 로어리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인 엠블리에 서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긴장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데포의 품에 안긴 모습이 지켜보는 축구 팬들에게 말하기 힘든 뜨거움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3년 4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에 복귀한 데포는 골까지 넣으면서 로어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하기도 했습니다.

 

 

데포의 품에 꼭 안겨 있는 브래들리

 

 

하지만 로어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선덜랜드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5월13일 스완지전에 데포와 함께 경기장에 나선 로어리의 몸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6살이 된 로어리가 감당하기엔 병마의 고통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결국 로어리는 지난달 시한부 선고와 함께 연명 치료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틀 전인 7월6일 선덜랜드를 떠나 본머스로 이적한 데포는 입단 기자회견 도중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로어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서였습니다.

 

“브래들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나에게 달려오는 걸 보고는 큰 병마와 맞서 싸우는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토록 사랑스런 아이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걸 지켜보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브래들리는 내 인생 내내 내 마음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난 매일 아침 그를 만날 것이다.”

 

어찌 보면 그 때까지 버텨준 것인지 안타깝게도 로어리는 데포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인 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로어리의 부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중한 아들과의 마지막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용감한 아들이 천사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의 작은 영웅은 큰 싸움에 도전했지만 다른 곳에서 필요로 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좋아하는 축구 맘껏 즐기길

 

 

일제히 프리미어리그 구단들과 수많은 축구 인사들이 로어리의 너무나 이른 작별을 안타까워하고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각 구단들은 물론 게리 리네커, 앨런 시어러, 존 테리, 조던 픽포드, 베고비치 등이 잇따라 가슴 아픈 추모의 글을 남겼습니다.

 

영국 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FIFA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애도의 뜻을 남겼습니다.

 

“오늘 축구는 가장 용감한 팬 1명을 잃었습니다. 브래들리여, 편히 쉬기를”

 

가끔씩 축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하나는 이기고 지는 승패의 구분만 존재한다면 축구가 이토록 전 세계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승부의 세계를 뛰어 넘는 그 안의 이야기, 우리들 삶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있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향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축구가 이기고 지는 것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안의 이야기와 삶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축구에서 승패는 중요하지만 전부일 수 없는 까닭입니다.

 

사람들의 삶과 마음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RIP 브래들리.

 

더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축구를 맘껏 즐기길.

기사제공 박문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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