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의 歸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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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재13] 비오는 날의 오지랖
2015년 08월 11일 11시 35분  조회:1452  추천:0  작성자: 단비




[이사재13]

비오는 날의 오지랖

아침부터는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들은 눈뜨자마자 유치원으로 가겠다고 쫑알거린다.

칠색무지개 비옷을 입은 아들은 내가 알아들을수 없는 노래를 흥얼흥얼 신이나서 부른다. 그리고는 신대륙을 발견하듯 이렇게
"엄마! 비는 엄마랑 나랑 좋아해서 같이 놀자로  응.. 친구하려고 놀러온거지!" 이렇게 웨치면서 나의 긍정을 들으려는듯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럴수도 있겠다싶어서 "맞어! 엄마랑 하고 배기랑하고 친구하러고 놀러온거야. 배기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잘 노는거 아니깐 비도 친구하고펐던가보다. 오늘 비랑 잘 놀아.." 나는 아들하고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출근길을 다그쳤다.

요즘 사람들이 다 있는 승용차가 없다. 운전면허도 없고 아직은 불편함을 크게 못느끼는 상황에서 차 한대 있다는건 월세집에 사는거랑 똑같은 소비같아서 무척이나 망설이고 있다. 한마디로 돈이 아까워서 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가 오는 날에는 택시잡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우산을 들고 서성서성 목을 길게 빼들고 양쪽을 다보고 짧은 팔마저 길게 뻗어가며 손을 흔들어도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사거리까지 나가서 택시잡기에 나섰는데 길 건너편에 긴머리여자도 나처럼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랑 다른 점이라면 우산을 들지 않았다는것. 솔찬히 내리고 있는 비에 나는 은근히 그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비가 점점 더 크게 오는데 택시를 빨리 잡지)하고 말이면서...나도 택시를 못잡은 신세에 남의코 걱정을 하니...문득 빈택시가 지나간다. 나는 손을 흔들어서 택시잡을념은 안하고 그 택시를 그녀가 보았을까 손을 흔들었는가하고 그녀만 지켜보았다. 다행히 택시는 그녀앞에 가서 멈춰섰다.


나는 먼 큰일이라도 한것처럼 한참이나 기다려서 택시를 타고 아들처럼은 아니여도 룰루랄라 코노래 부르면서 가고 있다. 단위 근처(도보 5분거리)에 왔는데 한 지인이 비를 맞으면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급기야 택시기사보고 지인의 앞에 차를 세우고 아무생각없이 차에서 내렸다. "저는 다 왔어요. 좀만 걸어가면 되여요. 이 택시 타세요" 별 생각없이 말하고 택시에서 내린뒤 걸어가다 문득 (내가 계속 타면서 그 친구 앉아라고 해도 되는걸...아 혹 다른 길일수도 있겠구나. 아 내리길 잘했네) 머 대략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는데...걸어가는데...

승용차가 지나가더니 흙탕물이 쫘우악~~~ 신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내 바지가랑이쪽을 향한다. 나름 빠른 반응을 보이면서 우산으로 흙탕물을 가렸다. "흠...다행히 행동이 빨라서 잘 피했구나!." 이쯤이면 운전수를 욕할법도 하는데 왠지 아들이 말한 말이 떠오르면서 비는 엄마랑 친구하러 온것이니 이 역시  나랑 친구하러 온거니깐 하는 생각들기도 하면서 "운전수가 초보인가보네. 속도를 부드럽게 죽일줄 모르는거봐서..."하면서 변함없이 기분이 업되여  출근을 재촉한다.

아침 집문밖을 나설때 즐거운 아들과의 대화가 있었기에 비오는날의 촉촉하면서 훈훈한 오지랖일수 있었던것같다.

이렇게 쭉 흥겹게 사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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