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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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력이 주는 느낌
2014년 12월 12일 11시 02분  조회:448  추천:0  작성자: 김동진

일력이 주는 느낌

 □ 김동진 
        
 
 
해마다 12월이 되면 지나간 한해에 있었던 좋은 일과 궂은일을 갈무리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맞이준비를 하는데 그 준비물중에 내가 빼놓지 않는것이 새해의 일력을 사는것이다.

벽에 거는 멋있는 달력(掛历)과 책상에 세워놓는 깜찍한 달력(台历)까지 여러가지가 다 있는데도 기어코 한장씩 뜯어내는 일력을 사는데는 나로서의 리유가 있다.

달력은 걸어놓거나 올려놓고 한달에 한번씩 번지며 보는 멋이 있다면 일력은 걸어놓고 하루에 한장씩 뜯어내는 멋이 있어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것이 나의 소견이다.

어찌 보면 일력은 한그루의 엄숙하며서 엄격한 나무이다. 365개의 잎을 달고 하루에 하나씩 떨구는 시간의 나무이다. 유구한 세월이 증명하듯이 이 시간의 나무앞에서 허풍을 치거나 궤변을 부리거나 건달을 친다면 나중에 차려지는것은 쭉정이밖에 없다. 그러니 일력앞에 취할바는 오로지 성실과 겸손 그리고 분투하는 정신이다. 왜냐하면 일력이란 얇은 종이장이 아니라 시계와 마찬가지로 흐르는 시간을 알려주는 대용물이기때문이다.

일력이 쌓이여 력사가 된다. 일력에 표시된 수자는 단순한 아라비아수자가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이름이다. 그 이름속에서 우리는 눈물과 웃음으로 반죽된 고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삶의 노래를 부르고있는것이다.

일력은 계절을 낳고 세월을 낳는다. 일력은 암탉이 병아리를 까듯이 날마다 새날을 낳는다. 일력속을 걸어가노라면 우리는 춘하추동 사계절과 립춘부터 대한까지의 변화무쌍한 24절기를 만나게 된다.

일력은 에누리가 없다. 시장바닥의 물건값처럼 흥정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아침은 저녁이 아니며 오늘은 오늘일뿐 래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어제”라는 단어로 추억을 만들고 “새날”이라는 단어와 “래일”이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새 힘을 안겨주니 일력은 모름지기 마술의 힘을 지니고있는것 같기도 하다.

일력을 매일 한장씩 뜯어버릴 때면 흐르는 세월속에 살아있는 자신을 보게 되며 낡은 일력의 마지막장을 뜯어내고 새 일력을 걸 때면 내 몸에 감기는 또 하나의 나이테를 보는것 같다. 이처럼 일력이 주는 느낌은 달력이 주는 느낌보다 몇갑절 풍부하고 다양하다. 이것이 내가 일력을 갖추는것을 명심하는 리유라고 할수 있다.

오늘도 나는 한해가 막잎에 오르는 12월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장의 일력을 뜯어내면서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묵은해의 해거름을 딛고 바로 그 소리를 들으려고 낡은 일력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 사온 새해의 일력을 거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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