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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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수필] 마음밭 다루기(외 2편)
2015년 10월 29일 08시 54분  조회:600  추천:0  작성자: 김동진

밭이란 씨앗을 심어 낟알을 수확하는 땅, 다른 말로는 농사를 지을수 있는 흙이다. 이런 흙밭이 있기에 인류는 생존필수조건의 하나인 량식을 해결할수 있다.

하지만 밭이 있다고 농사가 절로 되는건 아니다. 밭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근면으로 아롱진 땀방울을 요구한다. 계절을 맞춰 갈고 씨뿌리고 기음을 매고 비료를 주고 이렇게 손발이 쉴 사이 없이 부지런해야 풍성한 결실을 얻을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는 흙밭외에도 특별히 잘 가꾸어야 하는 밭이 있으니 그것인즉 누구에게나 다 있는 마음이라는 밭이다. 흙밭은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을 맞춰 가꾸면 겨울 한철은 쉴수도 있지만 마음밭은 계절이 따로 없이 일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가꿔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흙밭 다루기는 육체적인 피로를 느끼지만 마음밭을 갈아번질 때는 정신적인 아픔을 겪어야 한다. 게다가 잡초가 자라나지 못하게, 병충해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신경을 써야 하니 마음밭 다루기란 결코 식은 죽 먹기가 아니다.

깨끗한 령혼의 씨앗을 심어 건실한 령혼의 나무를 키우고 풍성한 령혼의 열매를 거두기 위하여 우리 모두 모름지기 마음밭을 걸구는 심혼정화작업에 각별히 심혈을 몰부어야 하겠다.

 

 

침묵속에 피여나는 시간의 꽃

 

10월에 접어들더니 동트는 새벽마다 풀잎에서 반짝이던 이슬이 어느새 감쪽같이 이름을 바꿔 반짝이는 서리가 되였습니다. 바뀌는 계절은 위대한 자연이 가리키는 말없는 실천의 길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변신을 시작하는것입니다.

이슬이 서리의 전신이라면 서리는 이슬의 변신이겠지요.

침묵의 시간은 빙점을 사이두고 이슬이 되기도 하고 서리가 되기도 합니다. 빙점우에서 이슬꽃으로 피고 빙점아래에선 서리꽃으로 피여나는 시간의 작은 물방울을 눈여겨보노라면 자연이 침묵속에서 고독의 시간을 씹어 천만가지 무성의 꽃을 빚고있는줄 알겠습니다.

서리꽃이 피였으니 이제 어느날인가는 하얀 눈꽃도 피여나겠지요. 그리고 그사이로 계절을 따르는 바람꽃이며 안개꽃이며 그리고 노을꽃과 구름꽃이 피고지고 하겠지요.

침묵으로 피여나는 시간의 꽃속에는 나를 기다리지 않는 나의 시간이 멈출줄 모르는 강물이 되여 달려가고있습니다. 만년의 침묵속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드는 자연앞에서 건방지게 말이 많은 나의 시간은 부끄럽게도 허공에서 부서진 꿈이였습니다. 그러니 이 가을엔 나 또한 침묵속에서 침묵보다 무거운 나의 시간의 꽃을 빚기 위하여 스스로 가슴을 끓이는 생명의 모닥불을 지펴야 하겠습니다.

 

 

살아있음이 곧 기적인것을

 

사전에서는 기적에 대하여 상식으로는 생각할수 없는 기이한 일,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례컨대 어느날 갑자기 소경이 눈을 떴다든가, 앉은뱅이가 일어섰다와 같은 기문이 바로 기적이라는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다. 시인 강은교(한국)씨는 자기의 시에서 《중병으로 나의 피는 결코 마르지 않았으며/ 해빛은 나의 창을 끝내 떠나지 않았다는것》을 기적이라고 노래했다. 사람에게는 살아있는 생명자체가 곧 기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심근경색으로 구급실에서 한주일간 헤매다가 살아난것도 그리고 지금 컴퓨터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고있는것도 기적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이렇듯 기적이란 아득히 높고 먼 상상밖에 있는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의 일상적인 부단한 운동속에 있는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기적이란 물우를 걷는게 아니라 땅우를 걷는것》이라고 한 16세기 조선의 문학가인 림제선사님의 말씀에 절대적인 동감을 표시한다.

삶이 곧 기적이다. 살아있음 자체가 곧 기적인것을! 그러니 나도 삶이라는 기적속에서 오늘 아침에도 내 눈으로 동녘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기적을 낳았고 그 기적을 행복처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생명인줄 알겠다.

길림신문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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