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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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엽의 길에는 부서진 꿈이 없더라
2019년 07월 08일 14시 05분  조회:28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락엽의 길에는 부서진 꿈이 없더라(외4수)

김동진

 

 

묻지 않으련다 

락엽이여

너의 가는 길 

묻지 않으련다

 

우수수 떨어지며 날리는 길

마구 뒹굴며 아프게 밟히는 길

후미진 곳에 두툼히 쌓이는 길

그리고 천천히 부서지고 썩는 길

 

그 가냘픈 어깨 우로

무정한 세월의 바람이 불고

바뀌는 계절의 눈비가 내리더라

 

그렇다고 락엽이여

그건 푸르름을 떠난 

애석하게 부서진 꿈이 아니기에

너는 한번도 슬퍼한 적 없더라

 

억겁의 흙에로 다가서고

만년의 뿌리를 찾아가는

락엽이여 

뜻이 고운 락엽이여

순리를 따르는 너의 길에는

부서진 꿈이란 있을 수 없더라

 

억새도 찬란한 꿈이 있다  

청빈으로 살아온 올곧은 마음자락

저 푸른 하늘벽에 기대고 싶어

스스로 아픈 뼈마디 뽑아올리고

가까스로 기인 목 추켜들었다

 

계절의 축복이 고옵게 물들어

단풍이 노을처럼 불타는 산기슭

고요가 락엽처럼 깔린 골안에서

찬바람에 나붓기는 은빛 꽃머리

 

누렇게 퇴색한 잡초와 이웃하여

후미진 곳에서 살아도 좋다

비록 고귀한 몸은 아니지만

또한 시체멋을 부릴 줄 모르지만

그렇다고 자존을 버린 적은 없다

 

대천세계와 동떨어져 산다고

좋은 생각 하나 쯤 없겠는가

억새도 찬란한 꿈이 있다

해달을 그리는 붓이 되리라

흰갈기 날리는 백마가 되리라

생명을 노래하는 기발이 되리라

 

 

하얀 천사를 기다리는 겨울나무

히말라야의 그늘 밑에서 

대를 이어오는 서장사람들은

온몸을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로

부처님께 큰절을 올린다는데

 

여기 내가 살고 있는

북녘의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요지부동의 자세로

가늘고 기인 팔을 들어

무거운 하늘을 받들어올린다

 

살을 에이는 칼바람의 숲을 헤치고

창공을 향한 자비의 손은

구만리 아득한 천궁의 층계에서

축복처럼 날아내릴 하얀 천사를

땅보다 먼저 반겨맞을 준비로

말초신경이 팽팽하다

 

그건 참으로 멋스러운 동작이다

얼어붙은 겨울하늘과 

무성의 대화를 나누면서

정감소통의 꿈길을 걸어가는

내 고향의 겨울나무

 

겨울나무의 생각은

밤이나 낮이나 오직 한 생각

백모시 날개를 저으며

하늘나라에서 내려와 

이 겨울을 함께 지낼

하얀 천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춤추는 칼의 노래

-우리 민족의 <칼춤>을 보고

 

단검을 휘두르며 

하늘로 솟구칠 제

서슬 푸른 칼날에서 

불꽃이 튕기더라

 

다가섰다 물러섰다

땅을 차고 솟구치고

엎드렸다 일어섰다

무릎으로 고패치고

용맹과 슬기가 쌍벽을 이루니

뜨거운 함성은 

광야를 주름잡고

부딪치는 쇠소리 

적막을 깨뜨리네

반만년의 해와 달이

다듬은 혼이런가

세월강 갈피 속에

새겨진 넋이런가

 

장백의 천년바위로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창공을 휘저어 일구는 날파람

일월성신과 더불어

빛을 뿜는 배달의 칼이여

없어라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어라

 

 

결코 절망은 없다

확실하게 말하건대 

겨울의 대문이 열렸으니

이제부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이제 장바처럼 기인 밤이

시커먼 구렁이처럼

동지날의 차거운 담장을 넘어가야  

낮이 길어지는 아침이 올 것이다

 

길고 짜른 것의 순환 법칙도 

천지신명이 만든 것이니 

한동안 밤이 길다고 하여 

괜히 슬퍼할 것도 없고

절망할 일은 더욱 아니다

 

이 밤도 꿈길 가듯이 

희망의 푸른 손가락은

달빛 드리운 창가에서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을 헤여본다

하나, 둘, 셋, 넷…

결코 절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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