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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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라는 이름
2009년 02월 27일 10시 17분  조회:842  추천:17  작성자: 김동진

잔디라는 이름 (외4수)


보아라 가냘프도록
여리고 작은 이 몸을

살아오면서 남의 것은
검불 한오리 다치지 않았다
밟히는 순간 많이 아팠지만
그때문에 남을 밟아보려고
생각해본적은 더구나 없다

그런대로 벗은자의 옷이 되고
뛰여노는 융단이 되고
엉덩이에 깔리는 방석이 되고
간밤에도
맑은 이슬 몇방울로
때묻은 몸 씻었을뿐

정말이다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몸
잔디라는 작은 이름 하나
가졌을뿐이다
 


오월이네는 아니 오고


오월이네는 아니 오고
단오만 홀로 왔다
단오는 약속대로 찾아왔건만
오월이네는 한사코 오지 않았다
오월이네가 없는 그네터에는
오월이네를 그리워하는 산새들이
그네줄이 없는 나무가지에 앉아
알아듣지 못할 노래를 부르고
오월이네가 없어 풀이 죽은
앞내가 씨름장에는
할 일 없는 모래알들이
빛을 잃은 침묵으로 드러누워
샅바의 추억을 더듬을뿐,
아픈 다리를 굽히고
농가집 퇴마루에 걸터앉아
토초 한대 굵직히 말아문 단오는
처마밑에 걸린 쑥타래를 보면서
수리떡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봄날의 혁명


아폴로*의 장검이 가리키는
금빛 찬란한 길로
달려오는 저 산과 들을 보아라

푸른 갑옷 입은
수천수만의 병정들이
푸른 기발 추켜들고
푸른 노래를 부르며
푸른 피를 뿌리는걸 보아라

혁명이다
흐릿한 눈동자와
움추린 모가지와
앙상한 가슴과
가난한 마음에
푸른 집을 짓고
부활의 불을 지피는
이것이야말로 혁명이다
죽어가는 세포와
썩고있는 령혼과
말라버린 감각과
눈물고인 상처에
신록의 피 굽이치도록
총돌격전을 벌리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진짜혁명이다

록색정권을 수립하고
록색정치를 펼치는 혁명
천자만홍의 아름다움과
오곡백과의 향기를 약속하는
저 지고무상의 혁명으로 하여
우리는 죽음을 헤치고
다시 살아나는 세상을 본다

혁명이다
봄날의 혁명!
신록의 혁명!

아폴로의 장검이 가리키는
금빛 찬란한 길로
달려오는 푸른 산과 푸른 들
이것이야말로
불가항력의 혁명이요
목이 터지도록
눈물이 나도록
<<만세>>를 불러야 할
진짜로 멋진 대자연의 혁명이다!

 

그곳에는


세상과 많이 떨어져 살면
궁핍으로 초라하기 마련인것을
스스로 감내하는 세월이 오고
그곳에는
뿌리를 떠날수 없는
나이만큼이나 허리굽은 나무와
기억만큼이나 작디작은 풀꽃들이
서로를 보듬어 살고있다

옹이가 검버섯처럼 가득 돋은
한 백년 묵은 땅나무는
매일같이 동구밖으로 나와
하루에 한번씩 오고가는
푸른색 버스를 바라보고
순박과 인고로
노래에나 가끔 오르내리는
평생 키낮은 풀꽃들이
한적한 길섶에 모여앉아
구름이 된 자식들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그곳에는
뿌리를 떠날수 없는
고생만큼이나 허리굽은 나무와
이름만큼이나 작디작은 풀꽃들이
된장에 풋고추 찍어먹는
우리 말로 된 마을 하나를
빈약한 가슴으로 지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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