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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詩論) / 플라톤 / 천병희 옮김
2018년 03월 25일 14시 46분  조회:1184  추천:0  작성자: 강려
시론(詩論) / 플라톤(1) / 천병희 옮김
 
 
옮긴이 서문 
 
 
 
 서양의 철학사는 플라톤에 대한 각주(脚註)의 역사라고 한다, 서양의 시학과 예술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르네상스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플라톤의 영향을 직접 간접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시와 예술에 관해 따로 책을 쓴 적이 없고 주로 <이온Ion>과 <파이드로스Phaidros>와 <국가>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고 있다. 시와 예술에 대한 그의 태도는 복잡하다. 먼저 나온 두 대화편에서 그는 시인들을 칭찬하고 있으나 <국가>에서는 매우 위험한 자들이라며 가차없이 자신의 '이상국가'에서 추방하고 있다. 시인들에 대한 그의 칭찬은 모호하고 유보적인 반면 비판은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니체는 플라톤을 '유럽이 낳은 예술의 가장 강력한 적'이라고 불렀다.
 플라톤이 후세에 준 영향은 영감(靈感)과 모방(模倣)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영감을 받아 작시(作詩)했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는데, 그것은 신들이 내린 영감이 곧 남다른 지식과 신적인 권위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온>에서 영감과 techne(흔히 '기술' 또는 '예술'이라고 번역됨)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록 시인들의 작품이 가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 자신은 영감을 받아 작시하는 만큼 자신의 행위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모방의 문제는 특히 <국가> 제10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거기서 플라톤은 모방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침대 또는 침대 그 자체가 있고, 둘째로 이것을 모방하여 목수가 만든 개개의 침대가 있고, 셋째로 화가 또는 시인이 목수가 만든 침대를 모방하여 그린 침대, 즉 이데아 또는 진리로부터 세 단계나 떨어져 있는 가상의 모상(模像)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 또는 예술은 모방술(模倣術)이며 '모방술은 그 자신 열등한 것으로서 열등한 것과 결합하여 열등한 것을 낳는 만큼' 시인들은 당연히 이상국가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플라톤의 영향을 받아서 시 또는 예술은 유희(遊戱)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와 예술이 유희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것에 의해 대치될 수 없는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도 그에 못지 않게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플라톤 자신도 가끔 호메로스에 대한 존경심과 시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을 내비친다. 그리고 그의 대화편들이 고대 그리스를 넘어 성양 산문문학의 최고 걸잘으로 평가받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시공을 초월한 숭고한 주제들뿐만 아니라 신화(新話)와 비유 같은 것들을 사용하여 그것을 풀어나가는 표현 방법, 즉 시적 요소글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 옮긴 글은 플라톤의 <국가> 제10권 앞부분이다.
 
시론(詩論) / 플라톤(2) / 천병희 옮김
 
 
 1
 
 
"확실히"라고 나는 말했다. "우리가 건설한 국가는 여러 가지 다른 점에서도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시에 관해서 생각할 때면 더욱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네."
 "시에 관한 무엇 말씀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시 중에서도 모방적인 것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일쎄. 혼의 여러 부분이 따로따로 구분된 지금에 와서는 모방적인 시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히 밝혀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네."
 "무슨 말씀이시죠?"
 "우리들끼리 하는 말이네만 - 왜냐하면 자네들은 나를 비극 시인들이나 그 밖애 다른 모방 시인들에게 고발하지 않을 테니까 말일세 - 모방적인 시는 어떤 것이든 청중들의 분별력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네. 청중들이 그에 대한 해독제로서 그것의 본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말일세."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그는 말했다.
 "이야기하겠네"라고 나는 말했다. "비록 어릴 때부터 호메로스에 대하여 품어온 애정과 존경심이 이야기하는 것을 방해하지만 말일세. 호메로스야말로 이들 훌륭안 비극 시인들 전부의 최초의 스승이자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떤 인간도 진리보다 더 존중되어서는 안 되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
 "그야 물론 그렇게 해야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들어주게나, 아니, 그보다도 대답해주게나."
 "그럼 물어주십시오."
 "자네는 대체 모방이 무엇인지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나? 실은 나 자신도 모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네."
 "그렇다면"이라고 그는 말했다. "저는 알고 있을 것이란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아무것도 없네, 날카로운 눈을 가진 자들보다 눈이 무딘 자들이 먼저 보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말일세."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생님 앞에선 무엇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엇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선생님 자신이 보아주십시오."
 "그렇다면 늘 하던 방법대로 여기서부터 우리의 고찰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즉 우리는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개개의 사물 집단에 대하여 각각 하나의 이데아를 설정해오지 않았던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여러 가지 집단 중에서 아무것이나 자네가 좋아하는 것을 예로 들어보세, 자네가 좋다면, 예컨데 침대나 책상은 많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그러나 이데아는 그 같은 가구들에 대하여 두 개밖에 없네, 하나는 침대의 이데아고 다른 하나는 책상의 이데아일세."
 "네 그래요."
 "그리고 우리는 보통 개개의 가구를 만드는 제작공(製作工)은 이데아를 따라서 어떤 자는 침대를, 어떤 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책상을 만들며, 다른 것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고 말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제작공 가운데 이데아 자체를 만드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까 말일세, 하긴 어떻게 만들 수 있겠나?"
 "절대로 만들 수 없어요."
 "그렇다면 자네는 다음과 같은 제작공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지 생각해보게나."
 "어떤 제작공 말씀이죠?"
 "개개의 제작공들이 만들고 있는 것을 전부 다 만드는 제작공 말이네."
 "그는 정말 솜씨가 뒤어난 놀랄 만한 인물이군요."
 "조금만 기다리게, 그러면 곧 자네는 다욱 놀랍다고 말하게 될 것이네. 왜냐하면 이 제작공은 모든 가구를 만들 뿐 아니라 땅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과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을 만들어내고, 게다가 땅과 하늘과 신들과 하늘에 있는 모든 것과 하데스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내니까 말일세."
 "그는"하고 그는 말했다. "정말 놀랄 만한 소피스트로군요."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군" 하고 나는 말했다. "말해보게나, 자네에겐 그와 같은 제작공이 전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되나 아니면 어떤 의미에선 그와 같은 모든 것의 제작자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의미에선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나? 자네는 어떤 방법만 사용하면 자네 자신도 이와 같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그것이 어떤 방법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어려운 방법이 아니네. 여러 가지 손쉬운 방법이 있네만 자네가 거울을 손에 쥐고 그것을 사방으로 돌린다면 그것에 가장 빠른 방법이네. 그러면 자네는 곧 태양과 하늘에 있는 것들을 만들어낼 것이고, 곧 대지를 만들어낼 것이며 곧 자네 자신과 다른 동물들과 가구들과 식물들과 방금 이야기한 모든 것을 만들어낼 것이네." "허나 그것은"하고 그는 말했다. "가상(假像)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말이야. 바로 맞추었네. 그런데 나는 화가도 역시 이와 같은 제작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요."
 "그러나 자네는 아마 그가 만드는 것이 진실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네. 그헣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화가도 역시 침대를 만드는 셈이나. 그렇지 않은가?"
 "네 그도 역시 만듭니다. 그러나 그가 만드는 것은 가상에 불과하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시론(詩論) / 플라톤(3) / 천병희 옮김
 
 
2  
 
 
 "그런데 침대 제작공은 어떤가? 방금 자네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우리가 침대 자체라고 부르고 있는 이데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침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일세."
 "네 그렇게 말했지요."
 "따라서 그가 만드는 것이 침대 자체가 아니라면 그는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진실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어떤 사람이 목수나 다른 제작공의 제작물을 완전한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마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지?"
 "네 아닙니다. 적어도 이와 같은 이야기에 친숙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생각되겠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제작물이 진리에 비하여 분명하지 못하다하더라도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네."
 "네,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하고 나는 말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것을 본보기로 하여 이 모방자가 대체 어떤 자인지 탐구해도 좋지 않을까?"
 "선생님께서만 좋으시다면"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침대는 세 가지 종류가 있네. 그 중 하나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는 그것을 만든 자가 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네. 아니면 어떤 다른 자가 만들었을까?"
 "아닙니다.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하나는 목수가 만든 것이네."
 "네 그렇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화가가 만든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고 생각해야겠지요."
 "그러니까 화가가 목수와 신, 이 셋이서 세 가지 종류의 침대를 관장(管掌)하고 있네."
 "네 셋이서 그렇게 하고 있지요."
 "그런데 신은 자연 속에 하나 이상의 침대를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하나 이상을 만들어서는 안 될 어떤 필연성이 있었는지, 아무튼 침대 자체 하나만을 만들었네. 그리고 그와 같은 침대가 두 개 또는 여러 개씩 신에 의해서 만들어진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네."
 "그건 어째서 그렇지요?" 라고 그는 말했다.
 "그 까닭은" 하고 나는 말했다. "신이 두 개를 만들었다하더라도 이 두 침대의 이데아인 단 하나의 침대가 또다시 나타나 두 침대 대신 침대 자체가 되기 때문이네."
 "옳은 말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므로 신은 이런 사실을 알고서 어떤 특정한 침대의 어떤 특정한 침대공이 되는 대신 진실로 존재하는 침대의 제작공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본연의 침대 하나만을 만들었다고 생각되네."
 "그런 것 같군요."
 "따라서 우리는 신을 침대의 본연으 창조자라고 하든지 또는 그와 비슷하게 불러도 좋겠지?"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겠군요." 하고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신은 절대뿐 아니라 다른 것도 모두 본성에 따라 만들었으니까 말입니다."
 "목수는 무어라고 할까? 침대 제작공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네 그렇게 부를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화가도 역시 침대 제작공이나 제작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화가를 침대의 무엇이라고 부를 작정인가?"
 "제 생각으로는" 하고 그는 말했다. "앞서 말한 제작자들이 만든 것을 모방하는 모방자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 같습니다.."
 "좋았네" 라고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본성으로부터 3단계 떨어져 있는 제작물의 제작자를 모방자라고 부르는 셈이네."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점은 비극 작가에게도 해당될 것이네. 그도 모방자인 이상 왕(王)1)과 진리로부터 3단계 떨어져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네.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모방자들도 모두 마찬가지네."
 "그런 것 같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모방자에 관하여 의견이 일치된 셈이네. 그러나 화가에 관하여 이 점을 말해주게나. 화가가 모방하려 하는 것은 자연 속에 있는 것 자체인가 아니면 제작공의 제작물인가? 자네는 어느 것이라고 생각하나?"
 "제작공의 제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 제작물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나 아니면 보이든 대로 모방하나? 자네는 이 점도 밝혀야 하네."
 "무슨 말씀이신가요?"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말이네. 침대는 자네가 옆에서 보든 정면에서 보든 그 밖의 다른 방향에서 보든 그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겠지? 그 자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겉으로만 달라 보이겠지? 그리고 다른 것들도 이 점에 있어선 마찬가지겠지?"
 "네, 그렇습니다. 겉으로만 달라보일 뿐 그 자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요."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그 점도 고찰해보게나. 회화술(繪畵術)은 개개의 대상에 관하여 다음 두 가지 가운데 어는 것을 지향하는 것인가? 즉 존재자를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인가? 아니면 가상을 나타내는 대로 모방하는 것인가? 다시 말해서 가상의 모방인가 진실의 모방인가?"
 "가상의 모방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모방술은 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네. 그리고 모방술이 무엇이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마 그것이 각 대상의 조그마한 부분을 다루는데다 그 부분마저 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네. 예컨대 화가는 우리들에게 제화공(製靴工)이나 목수나 달른 제작공들을 그려 보이겠지만 그와 같은 기술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네. 그러나 만일 그가 훌륭한 화가라먼 목수를 그려 적당한 거리에서 내보임으로써 어린애들이나 어리석은 자들을 속여 그것이 진짜 목수인 것처럼 믿게 할 수는 있을 것이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여보게, 우리는 이런 종류의 모든 인간들에 대하여 이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자기는 온갖 제작공의 기술을 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개별적으로 알고 있는 모든 것에 관해서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네. "당신은 사람이 너무 좋아서 어떤 사기꾼이나 모방자를 만나 그 자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 자가 전지(全知)한 인간이라고 믿게 된 것이오. 그것이 당신이 지식과 무지와 모방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오" 라고 말일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1) 여기서 '왕'이란 말은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데아의 창조자인 신과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니다. 그러나 그가 만드는 것은 가상에 불과하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시론(詩論) / 플라톤(4) / 천병희 옮김
 
 
3 
 
 
 "그러면" 하고 나는 말했다. "다음에는 비극과 비극의 지도자인 호메로스에 관하여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왜냐하면 우리는 몇몇 사람들로부터 호메로스야말로 온갖 기술은 물론이고 덕과 악덕에 관계되는 인간의 모든 일과 신들의 일까지도 알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인즉, 훌륭한 시인은 훌륭한 시를 짓기 위하여 자기가 작시(作詩)하고 있는 일에 관하여 잘 안 연후에 작시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시를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시인이라는 모방자들을 만나 속임을 당한 것인지, 그들의 작품을 보고도 그것이 진실로부터 3단계나 떨어져 있으며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 왜냐하면 그들이 만드는 것은 존재자가 아니라 가상에 불과하니까 말일쎄 - 아니면 과연 이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서 훌륭한 시인들은 대중이 보기에 훌륭하게 말했다고 생각되는 일에 관하여 진실로 알고 있는 것인지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네."
 "물론 고찰해야죠" 라고 그는 말했다.
 "어떤 사람이 실물과 영상을 두 가지 다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그가 영상 제작에 몰두하여 그것을 자기의 가장 좋은 소유물로서 자기 생활의 맨 앞쪽에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내 생각 같아서는, 그가 모방하는 사물에 관하여 진실로 알고 있다면 그는 모방보다는 그 실물에 열중하게 될 것 같네. 그리고 많은 훌륭한 것들을 자신에 대한 기념물로서 후세에 남기려 할 것이며, 칭찬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칭찬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할 것 같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왜냐하면 명예란 점에서나 이익이란 점에서나 그 편이 훨씬 유리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점에 관해서는 호메로스나 다른 시인에게 해명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세. 이를테면 우리는 그들에게 '시인들 중에서 어떤 자가 단지 의술(醫術)에 관한 말의 모방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술에 관하여 알고 있다고 한다면, 고금의 시인들 중에서 아스클레피오스2)처럼 사람의 병을 고쳤다고 전해지는 자가 있는가, 또는 아스클레피오스가 후예들을 남겼듯이 의술에 있어서 제자들을 남긴 자가 있는가?" 라고 묻지 않기로 하세. 그리고 다른 기술에 관해서도 묻지 않고 내버려두기로 하세. 그러나 우리는 호메로스가 이야기하려 했던 것 가운데 가장 중대하고 가장 훌륭한 것, 즉 전쟁이나 원정(遠征)이나 국가의 통치나 인간의 교육에 관해서는 물어서 알 권리를 갖고 있네. '친애하는 호메로스여, 그대가 덕에 관해 한 발언에 있어 진리로부터 3단계 떨어져 있는 사람, 즉 우리가 그렇다고 규정한 바 있는 모방자나 영상의 제작자가 아니라 진리로부터 2단계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면, 따라서 어떤 생활 태도가 사적 및 공적 생활에서 인간을 보다 선량하게, 또는 보다 사악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말해주시오. 리쿠르고스3) 덕택으로 스파르테가 훌륭한 제도를 갖게 되었고 그 밖에도 많은 다른 사람들 덕택으로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훌륭한 제도를 갖게 된 것처럼 그대 덕택으로 훌륭한 제도를 갖게 된 나라는 어느 나라지요? 어느 나라가 그대를 훌륭한 입법자로, 자신들의 은인으로 부르고 있지요? 이탈리아와 시켈리아는 크사른다스4)를 그렇게 부르고 있고 우리는 솔론5)을 그렇게 부르고 있지요. 그런데 그대를 그런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이지요? 이렇게 묻는다면 호메로스는 어느 나라의 이름을 댈 수 있을까?"
 "아마도 댈 수 없을 것입니다. 호메로스의 찬미자들조차도 그런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니까 말입니다."라고 글라우콘이 말했다.
 "그러면 호메로스 시대에 있었던 어떤 전쟁이 그의 지휘와 조언으로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는 기록은 있는가?"
 "그런 기록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무가의 일에 속하는 분이라면, 그가 밀레토스의 탈레스6)나 스퀴티스의 아나카르시스7)처럼 기술이나 다른 실무에서 많은 유용한 발명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가?"
 "그런 것도 전혀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공적으로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하더라도, 사적으로는 호메로스가 생존시에 어떤 사람들을 가르치고 지도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그리하여 사제 간의 교분을 통하여 그를 존경하게 된 자들이 호메로스적 생활 태도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생활 태도를 후세 사람들에게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마치 퓌타고라스가 이 때문에 크게 존경받고 있고, 그의 후계자들이 자기들의 생활 태도를 퓌타고라스적 생활 태도라고 부름으로써 오늘날도 남달리 훌륭한 명성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말일세."
 "그런 이야기는 전혀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소크라테스 님, 호메로스에 관하여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호메로스의 친구인 크레오퓔소스8)는 교양이란 점에서 육(肉)의 종족이란 자신의 이름보다 거 가소로운 존재였을 테니까요. 호메로스는 생존시에 그로부터 많은 푸대접을 받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2)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 신의 아들로 의술의 신이다.
3) 리쿠르고스는 전설적인 스파르테의 입법자이다. 헤로도토스와 플루타프코스 등이 그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4) 크시른다스는 기원전 6세기에 활동한 사람으로 그가 태어난 시켈리아 섬의 카타네 시의 입법자이다. 그 밖에도 그는 칼키스 인들이 시켈리아에 건설한 여러 식민시(市), 특히 헤기온의 입법자로 알려져 있다.
5) 솔론은 기원전 640~558년경에 활동한 아테나이의 시인이자 입법자이다. 그는 재무와 저당을 무효화하여 채무 때문에 노예로 팔렸거나 추방된 자들과 농부들을 해방시켜주고, 인신 저당을 금지함으로써 앗키케 지방에 농노제를 폐지했다. 그는 또 화폐와 저울과 척도를 개혁했다. 그 밖에도 그는 여러 가지 제도상의 개혁을 단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기도 전에 그의 헌법은 전복되고 페이시스트라토스에 의한 참주제가 성립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나이 인들의 국가 제도>1~13장 및 풀루타코스의 <솔론> 참조.
6) 탈레스는 그리스 자연철학의 원조로 이른바 7현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기하학과 천문학을 발전시켰다고 하며 언젠가는 일식을 예언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했다.
7) 아나카르시는 그리스화 한 스키티스의 현인이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그는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며 그 나라의 풍속을 연구한 다음 이를 스키티스에 소개하려 했으나 스키티스 왕에 의하여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는 기원전 4세기 이후부터는 7현인의 한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발명을 했다고 하는데, 특히 도공의 녹로(轆轤)와 가지 난 닻의 발명자로 알려져 있다.
8) 크레오퀼로스는 일설에 따르면 호메로스의 사위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그리스 어로 '육의 종족'이란 뜻이다.
 
시론(詩論) / 플라톤(5) / 천병희 옮김
 
 
4
 
 
 "그래, 정말 그런 이야기들을 하더군"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클라우콘, 자네 생각은 어떤가? 호메로스가 모방만 하는게 아니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실제로 인간을 교율하고 보다 선량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면 많은 제자들을 얻었을 것이고 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 아닌가? 압데라의 프로타고라9)
케오스의 프로디코스10)와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사적 교분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에게 자기들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집도 국가도 다스릴 수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어주었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지혜 덕택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 그들의 제자들은 그들을 어깨에 떠메고 다닐 지경이었네. 하거늘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덕을 향하여 인간을 이끌어줄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들의 동시대인들이 그들을 음유 시인으로 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두었을까? 오히려 황금보다도 그들에게 더 매달려 억지로라도 자신들의 집에 머물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에는 충분히 가르침을 받을 때까지 어디든지 그들이 가는 데로 따라다니지 않았을까?
 "선생님 말씀은 지당하십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호메로스를 비롯한 모든 시인들은 덕에 있어서나 그 밖에 그들이 작시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나 그 영상의 모방자에 불과할 뿐 진리와는 아무런 접촉도 가지지 못한다고 규정해도 좋지 않을까? 방금 우리가 말했듯이, 화가는 제화술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단지 색채와 형태로만 판단하는 자들을 위하여 제화공처럼 보이는 것을 만들어낼 것이네."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인도 자신이 모방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어구(語句)를 통하여 개개의 기술에 어떤 색채를 입힌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네. 따라서 그의 말에 의하여 판단하는 자들에게는 제화술에 관해서든 전술에 관해서든 또는 다른 사물에 관해서든 운율과 율동과 화성만 붙여서 이야기하면 그것만으로 매우 훌륭하게 이야기한 것 같이 생각되는 것이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본래가 아주 매력적인 것이니까. 자네는 시인의 작품이 음악적 색채를 벗어버리고 단순한 산문으로 이야기된다면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고 있을 것이네. 그런 예를 본 적이 있을 테니까 말이네."
 "네, 본 적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청춘의 꽃이 시들었을 때의 성숙하긴 하나 아름답지는 못한 젊은이들의 얼굴과 비슷하지 않던가?"
 "매우 닮았더군요."
 "자 그럼 이 점을 생각해보게나. 영상의 제작자인 모방자는 우리의 주장에 따르면 존재자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가상에 관해서만 알고 있네. 그렇지 않은가?"
 "네, 그럴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하여 아직 반(半)밖에 이야기하지 않은 셈이니 그대로 두지 말고 충분히 고찰해보기로 하세."
 "말씀을 계속하십시오."라고 그는 말했다.
 "화가는 이를테면 고삐나 재갈을 그릴 수 있겠지?"
 "네"
 "그런데 제화공이나 놋갓장이는 그것을 만들 수 있겠지?"
 "물론이죠"
 "그런데 고삐와 재갈이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화가는 알고 있을까? 아니 제작지인 놋갓장이오 제혁공조차도 알지 못하고 오직 그것을 사용할 줄 아는 자, 즉 기수(騎手)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과연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하여 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째서 그럴까요?"
 "어떤 것에 관해서는 이 세 가지 기술, 즉 사용하는 기술과 만드는 기술과 모방하는 기술이 있겠지."
 "네"
 "그런데 가구든 동물이든 행동이든 그 개별적인 우수성이나 아름다움이나 정당성은 오로지 사용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그것들은 사용을 위하여 인간 또는 자연에 의하여 만들어졌으니까 말일세."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어떤 물건이든 그 사용자가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므로 사용자는 제작자에게 자기가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점에서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점에서 나쁘게 만들어졌는지보고하게 될 것이네. 예컨대 피리 취주자는 피리 제작자에게 피리를 취주할 때 자기를 도와주는 하인이나 다름없는 자기 피리에 관하여 보고하면서 어떤 피리를 만들어야 하는지 지시하게 될 것이고, 피리 제작자는 그의 지시에 따라 봉사를 하게 될 것이네."
 "당연한 일이지요."
 "따라서 한 사람은 지식을 갖고 좋은 피리와 나쁜 피리에 관하여 보고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그의 보고를 믿고 피리를 제작하게 되겠지?"
 "네 그렇습니다."
 "따라서 바로 이 도구의 제작자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접촉하고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도구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관하여 올바른 소신을 갖게 될 것이네. 그러나 사용자는 지식을 갖고 있네."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모방자는 자기가 그리는 것이 아름답고 올바른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에 관하여 사용을 통하여 지식을 얻게 될 것인가 아니면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접촉하도록 강요되어 그로부터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지시를 받음으로써 올바른 소신을 갖게 될 것인가?"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방자는 자기가 모방하고 있는 것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관해서 지식도 올바른 소신도 갖지 못할 것이네."
 "아마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시에 의한 모방자는 자기가 작시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놀랄 만한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겠지?"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그는 개개의 사물이 어떤 점에서 좋고 나쁜지 알지도 못하면서 모방을 계속할 것이네. 그는 아마도 무지한 대중에게 아름답게 보일 만한 그런 것을 모방하게 되겠지."
 "그 밖에 또 무엇을 모방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점들에 관하여 우리의 의견이 꽤 일치된 셈이네. 즉 모방자는 자기가 모방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모방은 일종의 유희이며 진지한 것이 못 된다는 점. 그리고 비극 시인들은 단장격 운율로 작시하든 서사시 운율로 작시하든 간에 가장 진정한 의미의 모방자들이라는 점에 관해서 말일세."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9) 프로타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의 직업적 소피스트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아테나이에 와서 페리클레스의 친구가 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후일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추방되었다.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다' 라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그는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의 가장 중요한 대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10) 프로디코스도 소크라테스 당시의 직업적 소피스트이다. 
 
시론(詩論) / 플라톤(6) / 천병희 옮김
 
5 
 
 
 "제우스 신에 맹세코" 하고 나는 말했다. "모방이란 진리로부터 3단계 떨어져 있는 사물에 관계되는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모방은 인간의 어느 부분에 대하여 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런 말이네. 같은 크기라도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서로 다르게 보이네."
 "네, 다르게 보이지요."
 "또한 같은 물건이라도 물 속에 있느냐 물 밖에 있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에게는 굽어 보이기도 하고, 곧아 보이기도 하네. 또한 색에 관한 시각의 착각으로 인하여 같은 것이라도 오목하게 보이기도 하고 볼록하게 보이기도 하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모두 분명히 우리의 혼 속에 내재하고 있네. 사실 그림자 그림은 우리 본성의 이런 약점을 노리고 갖은 마술을 다 부리는 것이네. 이 점에 있어서는 요술과 그 밖에 그와 유사한 많은 손재주도 마찬가지네."
 "옳은 말씀입니다."
 "그래서 잰다든가 센다든가 저울에 단다든가 하는 일이 그와 같은 착각에 대한 가장 훌륭한 구제책으로서 발명된 것이 아니겠는가? 얼핏 보기에 더 큰 것이나, 더 작은 것이나, 더 많은 것이나, 더 무거운 것 대신에 계산한 것이나, 잰 것이나, 저울에 단 것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되도록 말일세."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측정해보고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크다든가 더 작다든가 또는 같다는가 하는 것을 명시해주지만 이 부분에게도 때로는 같은 사물이 동시에 상반되게 보이는 때가 있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앞서 혼의 동일한 부분이 같은 사물에 관하여 상반된 견해들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네. 그렇게 주장했지요. 그리고 그건 옳은 주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측정된 것에 반대되는 의견을 갖는 혼의 부분은 측정된 것과 일치하는 의견을 갖는 혼의 부분과 동일한 부분일 수는 없네."
 "물론이지요."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립되는 부분은 우리 안에 있는 보다 열등한 부분의 하나일 것이네."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나는 바로 이 점에 관하여 동의를 구하고 싶었던 것이네. 그래서 나는 회화술(繪畵術)을 포함한 모든 모방술은 진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건전하지도 진실하지도 않은 일을 위하여 우리 안의 이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부분괴 교제하고 교우 관계를 맺는다고 말했던 것이네."
 "네,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모방술은 그 자신이 열등한 것으로서 열등한 것과 결합하여 열등한 것을 낳는 것이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각에 관계되는 모방술만 그런가, 아니면 우리가 시라고 부르고 있는 청각에 관계되는 모방술도 역시 마찬가지인가?" 라고 나는 말했다.
 "시도 아마 마찬가지겠지요."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회화에서 유추하여 얻은 개연성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시의 모방술이 접촉하는 마음의 부분에 직접 접근하여 그것이 열등한 부분인지 고상한 부분인지 살펴보기로 하세."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러면 문제를 이렇게 설정해보세. 말하자면 모방술은 강요된 것이든 자발벅인 것이든 인간의 행위를 모방하고, 행위의 결과라고 믿어지는 행복와 불행을 모방하며, 이 모든 것 가운데서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모방하네. 그 외에 다른 것은 없겠지?"
 "그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모든 경우에 인간은 자기 자신과 일치하고 있는가? 아니면 시각의 경우에 분열되어 같은 사물에 대하여 상반되는 견해를 동시에 자신 속에 가졌던 것처럼 행위에 있어서도 분열되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가? 생각건대, 여기에 관해서 새삼스럽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 왜냐하면 우리는 앞서 있었던 이야기들에서 우리의 혼이 그와 같이 동시에 일어나는 무수한 대립으로 충만해 있다는 사실에 관하여 충분한 합의를 보았으니 말일세."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합의는 옳은 것이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확실히 옳았네"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때 빠뜨렸던 것을 지금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
 "그것이 어떤 것인데요?"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했네" 라고 나는 말했다. "즉 훌륭한 남자는 아들이나 그 밖에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던 것을 잃는 불행을 당하더라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일세."
 "확실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이런 점을 고찰해보세. 그는 조금도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지만 슬픔 속에서도 절도를 지키게 될 것인지 말일세."
 "후자의 경우가 사실이겠지요"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그에 관해서 이 점을 말해주게나. 자네는 그가 어느 경우에 더 완강하게 슬픔에 대항하여 싸우고 저항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즉 자기와 같은 자들이 보고 있을 때 훨씬 더 잘 견뎌낼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혼자 있게 되면, 생각건대 그는 누가 듣게 되면 부끄러워하게 될 여러 가지 말들을 거리낌없이 내뱉을 것이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짓을 많이 행하게 될 것이네."
 "예. 그렇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시론(詩論) / 플라톤(7) / 천병희 옮김
 
 
6
 
 
  "그런 그에게 저항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이성과 법률이 아닐까? 그리고 슬픔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닐까?"
  "옳은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같은 것에 대하여 동시에 상반된 방향으로 이끌리는 셈이니 우리는 그 사람 안에 필연적으로 두 개의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네,확실히 그렇습니다."
  " 그 한 부분은 법률이 인도하는 대로 기꺼이 따라가지 않을까?"
  "어째서 그렇지요?"
  "법률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네. '불행을 당했을 땐 되도록이면 침착하고 화를 내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일이야.' 라고 말일세. 왜냐하면 그런 일에 있어서는 선악이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화를 내보았자 무슨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말일네. 그리고 인간사(人間事)에는 크게 중시할 만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또한 슬퍼하는 것은 그런 경우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네."
  "무엇에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일어난 일에 대하여 심사숙고하는 일과 주사위를 던질 때처럼 던져진 것에 따라 이성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택하는 대로 우리의 행동을 정리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말일세. 우리는 넘어졌다고 해서 어린애처럼 다친 데를 움켜 잡고 울고불고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네. 오히려 우리는 넘어져서 아픈 데를 되도록 빨리 치료하고 회복함으로써 의술에 의하여 탄식의 노래를 그치게 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항상 혼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안 되네."
  "확히 불행에 대해선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옳을 것입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훌륭한 부분은 이와 같은 이성의 지시에 기꺼이 따를 것이네."
  "네, 분명히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고통에 대한 회상과 탄식으로 이끌리게 되어 아무리 회상하고 탄식해도 만족할 줄 모르는 부분은 비이성적이고 게으르고 비겁하다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네, 그렇게 불러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화를 잘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모방이 가능하지만, 현명하고 침착한 성격은 항상 자기 자신과 일치하므로 모방하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모방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네. 특히 축제에 모인 군중이나 극장에 모인 잡다한 사람들에게는 말일세.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에게는 낯선 상태의 모방이니까 말일세."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따라서 모방적 시인이 원하는 것이 분명히 대중으로부터의 명성이라면, 그는 본래부터 혼의 가장 훌륭한 부분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의 지혜도 이 부분을 즐겁게 해주도록 돼 있는 것이 아니네. 오히려 그는 화를 잘 내며 변덕스런 성격을 위하여 만들어졌네. 왜냐하면 이런 성격은 모방하기가 쉽기 때문이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그를 붙들어다가 화가의 한짝으로써 그와 나란히 세워도 좋을 것이네. 왜냐하면 그는 진리에 비해 열등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나 혼의 열등한 부분과 교제하고 가장 훌륭한 부분과 교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가를 닮았기 때문이네. 따라서 훌륭한 제도를 가져야 할 국가 안으로 우리가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고 우리의 행동은 정당하네. 그것은 그가 혼의 열등한 부분을 일깨워서 가꾸어주고 강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이성적인 부분을 손상하기 때문이네. 그것은 마치  어떤 국가에서 어떤 사람이 악당들을 권력자로 만들어 그들에게 국가를 맡기고 보다 선량한 자들은 파멸케 하는 것과도 같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방적 시인도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고 같은 것을 어떤 때는 크다고 생각하고 어떤 때는 작다고 생각하는 혼의 비이성적 부분에 영합하여 진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영상을 만들어냄으로써 개개인의 영혼 안에 나쁜 국가 제도를 만들어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네."
"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시론(詩論) / 플라톤(8) / 천병희 옮김
 
 
7  
 
 
 "그러나 우리는 시에 대하여 가장 중대한 고발은 아직 제기하지 않은 셈이네. 왜냐하면 시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선량한 사람들까지도 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네."
 "시가 만일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면 내 말을 듣고 잘 생각해보게나. 자네도 알다시피, 어떤 영웅이 비탄에 빠져 장탄식을 늘어놓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괴로워서 가슴을 치는 장면을 호메로스나 다른 비극 시인이 모방할 때면 우리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람들조차도 이에 쾌감을 느끼게 되어 자신을 잊고 공감하면서 이끄는 대로 따라가네.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기분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시인일수록 훌륭한 시인이라고 진지한 태도로 칭찬하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에게 걱정거리가 생기게 되면, 자네도 알다시피, 그와는 반대로 침착하게 잘 견뎌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네. 그것이 남자다운 행동이고 우리가 방금 칭찬했던 것은 여자다은 행동이라는 생각에서 말일세."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칭찬은 과연 옳은 것인가?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끄러워하게 될 그런 인간을 보고 혐오감을 느끼는 대신 기뻐서 칭찬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제우스 신에 맹세코, 그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네, 자네가 문제를 이렇게 고찰한다면 말일세"라고 나는 말했다.
 "어떻게 말씀이지요?"
 "자네가 이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말일세. 본래는 식컨 울고불고 탄식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자신이 불행을 당했을 때에는 억압되어 이런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부분, 바로 이 부분이 시인들로부터 만족과 쾌감을 얻는 부분이네. 한편 우리 안에 있는 본성적으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이성과 습관에 의하여 충분히 교욱되어 있지 못하므로 눈물이 많은 부분에 대한 감시를 늦춰버리네. 왜냐하면 그거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만의 고통이고, 또 선량한 인간으로 자처하는 어떤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슬퍼할 때 그 자를 칭찬하거나 동정하는 것은 그에게는 조금도 수치스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네. 오히려 그는 거기서 얻는 쾌감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네. 왜냐하면 남의 것을 즐기면 그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자기 것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말일세. 하나 연민의 정을 느끼는 부분을 남의 불행 속에서 가끄어주고 강하게 만들어준다면 자신이 불행을 당했을 때 그것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네."
 "과연 옳은 말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스꽈읏러운 것에 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네가 스스로 행한다면 부끄러워하게 될 익살을 희극 공연이나 사적인 모임에서 듣고는 대단한 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나쁜 것이라고 증오하지 않는다면 자네의 행동은 연민의 정을 줄러일으켰던 장면에서 취한 행동과 똑같은 것이 될 것이네. 말하자면 이때에도 자네는 광대라는 평판이 두려워서 이성에 따라 자네의 마음 속 깊이 억제하고 있던 부분, 즉 익살을 부려보고 싶은 부분을 늧추어주었던 것이네. 그리고 자네가 거긱서 이 부분을 교만하게 만들어준다면 자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활 속에서 희극 배우가 되는 데까지 이뜰려가게 될 것이네."
 "그야 물론이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또한 애욕과 분노에 관해서도, 그리고 우리의 모든 행동에 수반되는 욕망과 고통에 쾌락에 관해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시의 모방은 이런 것들에 관해서도 우리에게 똑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시들어 없어져야 하는데도 시는 이런 것들에게 물을주어 가꾸고 있으며, 사악하고 비참하게 되는 대신 선량하고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런 것들을 지배해야 하는데도 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을 우리들의 지배자로 만들고 있으니까 말일세."
 "저로서는 선생님의 말씀에 이의(異議)를 제기할 수 없군요." 하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클라우콘, 자네가 호메로스야말로 헬라스이 교육자이므로 모든 인간사를 정돈하고 계발하는 데 있어 이 시인의 말을 들춰 배워야 하며 자신의 생활을 이 시인을 따라 정리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호메로스의 찬미자들을 만난다면 그들도 나름대로 가장 선량한 자들이므로 사랑해주고 공손히 대해주지 않으면 안 되네. 그리고 호메로스가 가장 시인다운 시인이며 비극 작가으 제1인자라는 사실도 시인하지 않으면 안 되네. 그러나 시 가운데 국가 안으로 받아들여져도 좋은 것은 신에 대한 찬가와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찬사 뿐이라는 사실도 또한 알고 있어야만 하네, 자네가 서정시를 통해서든 서사시를 통해서든 쾌락적인 무사 여신을 받아들인다면 그 국가에는 언제나 최선의 것으로 모든 사람들에 의하여 인정되어온 법룰과 원칙 대신 쾌락과 고통이 군림하게 될 것이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시론(詩論) / 플라톤() / 천병희 옮김
 
 
8 
 
 
 "우리는 시에 관하여, 시가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이상 우리가 그때 시를 국가에서 추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돌이켜 생각해보았네.  이상으로 시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변명된 것으로 해두세. 이성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네. 그러나 우리는 시로부터 완고하고 세련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하여 철학과 시는 옛날부터 사이가 나빴다는 사실을 시에게 말해주기로 하세. 왜냐하면 '주인을 향하여 깽깽 짖어대는 개'11)라든가, '바보들의 쓸데없는 잡담 속에서나 위대한 자'라든가, '지나치게 영리한 머리의 오합지졸'이라든가, '어떻게 하다가 결국 거지가 되고 말았는지에 관하여 세심하게 사색하는 자들'이라든가 그 밖에 다른 많은 험담들이 철학과 시 사이의 오래된 불화를 입중해주고 있으니까 말일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말해두기로 하세.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시나 모방이 훌륭하게 통치되고 있는 국가에 필요불가결하다는 증거만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들의 귀국을 환영할 것이다. 우리 자신도 시의 매력에 이끌리는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배반하는 것은 불경한 짓이 될 것이다'라고 말일세. 그런데 여보게, 자네도 역시 시의 매력을 느끼지 않나? 특히 호메로스를 통해서 시를 볼 때 말일세."
 "네, 대단한 매력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시도 서정시나 그 밖에 다른 운율로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한 다음 귀국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나?"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시인이 아니지만 시인의 친구들인 시의 애호가들에게도 시를 위하여 운율이 없는 보통말로 시는 쾌락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인간 생활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할 기회를 주기로 하세. 그리고 우리는 호의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리고 하세. 시가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유익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이익이 됱 테니까 말일세."
 "어찌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여보게, 그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마치 누군가를 사랑하던 사람이 그 사랑이 무익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아무리 괴롭더라도 단념하고 말 듯이 우리도 괴롭더라도 시를 단념하고 말 것이네. 이와 같은 훌륭한 국가에서 교육받은 덕택에 우리도 이와 같은 시에 대하여 애정을 품게 되었으니 시가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진실한 것으로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될 것이네. 그러나 시가 자신에 대하여 변명할 수 없는 한 우리는 두 번 다시 시와 유치한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시를 들을 때마다 우리 자신을 향하여 지금 이 이야기를 주문(呪文)으로 외워야 할 것이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시를 진리와 접촉하는 진지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고, 시를 듣는 자는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있는 국가를 염려하여 시를 경계해야 하며, 시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을갖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네."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친애하는 글라우콘이여"하고 나는 말했다. "인간이 선량하게 되느냐 아니면 사악하게 되느냐 하는 싸움은 중대하다네. 흔히들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하지. 그러므로 우리는 명예나 돈이나 권력이나 특히 시에 자극되어 정의나 그 밖에 다른 덕을 소홀히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네."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한 것에 따라"라고 그는 말했다.
 "저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동의하리라고 믿습니다."
 
11) 출전은 확실하지 않다. 서정시의 1절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개'란 철학을 가리키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주인'이라는 말이 시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플라톤 <시학> / 천병희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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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공유] 구조주의 개관 2019-12-17 0 1051
50 [2018년 6월호] 문덕수의 장시『우체부』론: 공존의 미학, 그 시적 통찰 / 이덕주 2019-06-17 0 1235
49 문덕수 시인의 연작시 --선에 관한 소묘」에 대한 소고 2019-06-17 0 1514
48 새로운 시론 : 예술 융복합을 활용한 시 창작 사례 / 김철교 2019-06-17 0 1281
47 [2017년 6월호] 새로운 시론: 예술의 융·복합과 고정된 틀로부터의 자유 / 김철교 2019-06-17 0 1214
46 현실을 뛰어넘어 정신을 해방하라 - 앙드레 브르통 2019-05-19 0 1378
45 보르헤스 <하버드대 강의> 2019-03-10 0 1425
44 T.S. 엘리엇 새로 읽기 : 타자(他者)로서의 무의식 2019-03-09 0 1348
43 T. S. 엘리엇 비평의 대화적 상상력 2019-03-09 0 1300
42 보르헤스 詩學 - 읽고 쓰는 나와 숨쉬는 나 사이 2019-03-09 1 1349
41 이정문<세계문학사조의 흐름> 2019-03-09 0 1358
40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즘 연구 / 이철(강릉대교수) 2019-03-07 0 1484
39 좋은 시에 대하여 / 정민 2019-03-07 0 1317
38 시 창작의 가장 핵심적 비법 2019-02-28 0 1463
37 생각 속의 여우 / T․휴즈 2019-02-04 0 1548
36 환유적으로 시 쓰기/윤석산 2019-02-04 0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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