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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슨 시학[ 공유]
2018년 10월 08일 15시 33분  조회:1421  추천:0  작성자: 강려
출처 문화센타여의제 | 지유
원문 http://jijiu00.blog.me/140012169585

 

야콥슨의 시학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그의 유명한 논문 <언어학과 시학>에서 '시적 기능은 등가의 원리를 선택의 축에서 결합의 축으로 투사한다(The poetic function projects the principle of equivalence from the axis of selection into the axis of combination.)'고 설명한다.
 
한 문장의 배열 방식은 '선택(selection)'과 '결합(combination)'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고 있다'라는 문장을 배열하는 방식은 주어인 '아이' 대신에 '소년' '꼬마' '어린이'들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서술어인 '자고 있다' 대신에 '졸고 있다' 혹은 '꾸벅꾸벅하고 있다' 등 어느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선택의 축에 있는 언어들은 등가성이나 유사성의 규제 하에 놓인다. 한편 선택된 언어들의 결합(주어+서술어, 혹은 수식어+피수식어 등)은 인접성의 지배를 받는다. 즉 '나무가 자고 있다' 라든지 '검은 나뭇잎' 같은 연결은 단어와 단어간의 인접성의 결여로 결합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말하자면 하나의 문장을 배열하는 데 있어서 단어를 선택하는 문제는 등가성의 원리가 지배하고, 단어를 결합하는 문제는 인접성의 원리가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적인 문장과는 달리 詩인 경우는 '등가의 원리'가 단어를 연결하는 '결합의 축'에서도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야콥슨의 견해다.
 
야콥슨은 시와 일반 문장의 변별성을 그렇게 언어학적 입장에서 설명하려 했다. 언어학자다운 발상으로 생각된다. 그는 <언어학과 시학>이라는 논문의 7할에 해당하는 나머지 부분을 자신의 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한 예로 활용하고 있다.
 
시에서 한 음절은 같은 배열의 다른 어떤 음절과도 등가의 관계를 이룬다. 하나의 어강세는 다른 어강세와, 무강세는 다른 무강세와 등가로 된다. 작시법상의 모든 장음은 장음끼리, 단음은 단음끼리, 어경계는 어경계끼리, 그리고 어경계의 부재는 또한 그 부재끼리 등가이다. 통사적 휴지는 통사적 휴지끼리, 휴지의 부재 역시 그들끼리 등가를 이룬다. ―로만 야콥슨『문학 속의 언어학』(문학과 지성사) pp.61-2
 
시를 율격 구조로 파악할 때 하나의 동일한 율격 단위(강약, 고저 혹은 장단이 만들어 낸)의 반복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율격 단위들은 서로 등가의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7•5조의 자수율인 경우는 7•5가 하나의 율격 단위가 되어 되풀이되는 것이므로 앞뒤의 7•5들은 서로 대응 등가의 관계에 놓인다. 
 
또한 야콥슨은 '압운은 시에 있어서 보다 일반적이고 근본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문제, 곧 병행성의 특수하고도 집약적인 예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홉킨즈의 논문(Journals and Papers, p.85)을 인용하고 있다.
 
시의 구조라는 것은 히브리 시에 나타나는 기술적인 소위 대구법이나 교회 음악의 응답 송가에서부터 복잡한 희랍, 이탈리아, 영국의 운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연속적인 병행성의 구조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병행성에도 그 대립이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와 전이적이거나 변색적인 것, 이렇게 두 종류가 필히 존재한다. 분명한 대립을 보이는 첫번째의 병행성만이 운문의 구조와 관련이 있으니, 음절의 일정한 배열의 반복인 리듬에서, 리듬의 일정한 배열의 반복인 운율에서, 두운에서, 모음운에서 그리고 각운에서 그러하다.
―위의 책, p.75
 
홉킨즈가 시 구조의 특징으로 제시한 '병행성'을 야콥슨은 그의 '등가성'과 같은 것으로 파악한다. 율격에서와 마찬가지로 압운(두운, 모음운, 각운 등) 역시 등가의 구조로 보는 것이다. 압운이란 동일한 소리의 반복에서 빚어지는 것이니까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야콥슨이 등가의 예로 제시한 것들은 율격과 압운 그리고 활음조(euphony)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시의 주도적 기능을 운율로 보고 그 운율 구조를 문장 구조의 입장에서 설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운율만이 어찌 시적 기능이라고 하겠는가. 더욱이 율격이나 압운 같은 외형률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현대시에 있어서는 운율이 시의 주도적 기능의 자리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시적 기능에 관한 야콥슨의 정의는 국부적인 것으로 현대시 일반에 대한 설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현대시의 기능은 운율보다는 오히려 역설이나 고도의 비유에 의해 주도된다고 할 수 있다. 역설은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는 진술이다. 예를 들어 '죽는 자는 살고 사는 자는 죽으리라'(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자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요, 자신의 목숨만을 도모하는 자는 나라와 함께 망할 것이다)라는 구절은 표면 진술만으로 본다면 어불성설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상극의 정황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역설이다.
 
한편 시에서 즐겨 사용하는 비유는 은유와 의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은유는 직유에서와는 달리 공유소가 생략된 비유이므로 논리적 모순을 담게 된다. 즉 '그는 하마처럼 뚱뚱하다'의 직유와는 달리 '그는 하마다'의 은유는 의사진술(擬似陳述)―거짓말이 된다. 의인법 또한 비인물을 인물처럼 대우하여 표현하는 기법이니까 이 역시 의사진술이 아닐 수 없다. 
 
역설이나 은유, 의인법들은 이처럼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불림(과장성)의 기법들이다. 이들은 '결합의 축'을 지배하고 있는 '인접성'을 거부한다. 앞에서 인접성의 결여로 일상적 문장에서는 결합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 예문 '나무가 자고 있다'와 '검은 나뭇잎'도 詩文인 경우는 달라진다. 이들 문장도 의인법과 은유로 시 속에서는 훌륭히 구사될 수 있다. 따라서 시적인 문장이란 야콥슨의 규정과는 달리 '결합의 축에서 인접성의 파괴를 도모하는 글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시가 그러한 문장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시인들이란 기존의 어법에 만족할 수 없는 상상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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