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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에서 탐색한 불확실성의 해법 /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2018년 11월 06일 15시 49분  조회:30  추천:0  작성자: 강려
 
ㅁ 조대희의 시 세계
인식에서 탐색한 불확실성의 해법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序-현대시의 유형과 경향
현대시의 유형과 그 경향은 대체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시의 본령(本領)이라고 할 수 있는 서정성이 충만한 리리시즘(lyricism-詠嘆調)이나 현실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낭만적인(romanticism)시법에서 주제의 창출(創出)에 근원을 두고 많은 시인들이 만유(萬有)의 자연과 인간의 소통에 관한 교감을 시적 진실로 현현(顯現)하면서 미감(美感)의 언어와 잠언적(箴言的)인 구도에 집착한 경향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 후에는 민족적, 역사적으로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문질문명의 팽배(彭排)로 다양한 사회적인 변혁(變革)이 현실적으로 삶과(혹은 인생과) 직결됨으로써 우리 인간의 사유(思惟)에도 혁기적(劃期的)인 변화의 양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광복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6. 25라는 단일민족의 상쟁(相爭)과 4. 19의거, 5. 16 등 역사적인 사건들이 우리들의 정서에서 발현된 시적 구현은 그 시대적인 모순과 불합리들이 문학적인 비평의 대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천은 결과적으로 우리 문학에도 다원적(多元的)인 영향을 주면서 오늘까지 발전해 왔다. 그것이 시대적으로 이데올로기나 정치성이 복합적으로 포괄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문학의 지향점을 적시(摘示)하는 과도기적인 역할을 충분히 발휘한 것이라고 평자들은 언급하고 있다.
대체로 그 변화를 살펴보면 20세기 초 영국에서부터 시작하여 프랑스의 다다이즘(dadaism)과 쉬르레알리즘(surrealism) 그리고 독일의 표현주의나 미래파 등이 주창하여 세계적인 문학운동을 포괄한 반항적이며 실험적이었던 모더니즘(modernism)이 우리 문학에도 도입되고 그후에 포스트 모던(post modern)이라는 경향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그 후에는 김춘수는 시에서 역사와 현실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체의 선입관을 중지하는 현상학적 환원으로 몰두함으로써 언어의 물화(物化)를 주장하면서 모더니즘을 철저하게 심화(深化)한 ‘무의미 시’를 내세워서 시적 인식이 대단히 낯설고 난해한 인상을 우리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다시 우리들은 정치적인 참여시(혹은 민중시, 노동시 등)의 시대를 지나서 디지털시대를 접하면서 디지털 시(digital poetry))와 하이퍼 시(hyper poetry)의 출현을 간과(看過)할 수 없다. 우선 이 두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시인이 직접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대상(사물)을 묘사하여 보여줌’(디지털적)으로 관념 빼기가 이루어진다. 이는 곧 탈-관념으로, 고정되어 있는 관념 언어의 벽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독자가 무한한 의미의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최근 주목되는 탈-관념의 내용을 ① 언어에서 관념 빼기 ② 사물성의 쓰기 ③ 사이버성의 쓰기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오남구의 「디지털 시대의 시 전망」중에서
 
하이퍼시에는 기승전결(起承轉結) 등 전통적인 시의 구조가 배제 되고, 새로운 연결구조가 성립된다. 그 구조는 독자들의 생각을 ‘의미(정해진 정보)’로부터 벗어난 상상의 네트워크로 퍼져나가게 하는 구조다. 하이퍼시가 은유의 시가 아니고 환유(換喩)의 시 즉 기의(記意)가 아닌 ‘기표(記票)의 시’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심상운의 「하이퍼시의 구조적 전망」중에서
 
이와 같이 ‘탈-관념’이라는 시인의 주제(의미)의식을 배제한다면 독자들에게 전해질 메시지가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결국 사물시(physical poetry)의 형태로 남아 모든 관념은 사물에게 의탁(依託)하게 되는 것이다.
조대희 첫 시집『오돌뼈』를 읽으면서 먼저 왜 이러한 개념을 도입하느냐 하면 그의 표현 기법이 어쩌면 관념의 이탈(離脫) 어법을 많이 발견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완전한 티지털이나 하이퍼가 아니면서도 약간 난해성이 포함된 시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우리의 서정주의의 범주(範疇)에서 변형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의 암시(暗示)가 짙게 흐르고 있다.
 
바람 많던 어느 여름날
문 밖의 사람이 스치듯 초인종을 눌렀다.
머릿기름의 양복쟁이는
일만원권 상품권 열장을 부챗살처럼 펼치더니
굉장한 행운이라도 안긴 듯 말씀이 많다
말씀은 허공을 울리고
난 그의 얼굴과 몸짓을 신기한 듯 관찰한다
몇 분 뒤 그는 인사도 없이 가버리고
배고픈 나는 비빔밥을 맵게 비벼 먹었다.
얼마 뒤 하나님의 나라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하늘님과 전화선을 연결하는 꿈을 꾸던 나는
직접 통화를 하고 싶었다
문밖의 사람들은 비밀인 듯 난처해 한다
오히려 그들은 나의 천국을 빼앗으려 했다.
무례한 그들을 그냥 둘 수 없던 나는
재봉틀 바늘처럼 말박음질을 해두었다
그날 밤은 소화도 잘 되고 잠도 편안히 잤다.
며칠 뒤 온종일 비가 내렸다.
문 밖의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눈치다.
나는 공손하게 문 밖의 사람을 문 안으로 들였다.
문 안의 사람은
자식은 딸만 둘을 두었고,
두 딸은 하나같이 공부를 잘 하며,
주일이면 하나님께 경배를 드리고,
음식으로는 후춧가루 듬뿍 친 카레를 좋아한단다.
결국 나와는 닮은 게 없는 문 안의 사람
나는 문 밖으로 문 안의 그림자를 내쫓고
모든 불을 끄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
문 밖의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다.
 
그렇다. 실제로 이 작품「문 밖의 사람」 전체에서 풍겨지는 관념이나 이미지는 별 흡인력(吸引力)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조대희 시인이 지향하는 시적인 광활한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이끌어내어 우리 인간들과 접맥(接脈)하려는 언술(言述)이 하나의 스토리로 전개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강렬하게 취택(取擇)하려는 주제의 향방은 ‘나’라는 화자(話者)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대체로 자아(自我)의 인식을 통해서 미지(未知)이거나 미확인(未確認)된 진실을 탐색하는 현실적인 고뇌가 응집(凝集)되어 있어서 그의 깊은 시혼(詩魂)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2. 자아 인식과 시적 진실
조대희 시인은 그의 시적 체취(體臭)에서 풍기듯 시어나 소재 혹은 주제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습성이 있다. 이것이 자아의 인식이다. 그는 이러한 인식을 통해서 무엇을 갈구(渴求)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몰입(沒入)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으로 많은 시인들이 추구하거나 탐색하는 시적 구도의 상황(situation)은 대체로 자아를 인식하기 전에 상상력을 통한 체험의 회상(回想)이 현실적인 존재와 생명성 그리고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창조를 위한 한 단계의 의식을 생성하게 된다.
이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은 그 시인이 지향하는 실생활(real life)에서 가감(加減) 없는 인식이 이루어지고 거기에서는 현실과 상충(相衝)하는 고뇌와 갈등의 요인이 발견된다. 시인들은 이 요인들을 새롭고 진취적인 인생관의 정립을 위해서 또 다른 진실을 탐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대시의 보편적인 흐름으로 나타나지만, 작금(昨今)의 우리 현대시의 경향은 다소 다른 세계의 시법을 이해하게 한다.
 
이랑 사이를 구르며
밤새 내린 서리처럼
김장독을 파묻은 땅 속만큼의 온기도 없이
나의 몸속은 한겨울 밭고랑이었나
파르르 떠는 이파리를 지나
저 멀리 첩첩산중 넘어간
바람의 속도로만 달려 왔는가
장작불 연기가 더 높이 오르는 나무 가지마다
터질 듯한 열망들이 자라고
썩은 동아밧줄인 줄도 모른 채
고기 심줄 같은 고집이
내 몸 속에 자라고 있는가
간간이 돌부리 사이로 돋은
황갈색 겨울풀들을 위안 삼는 동안
짧은 해가 나를 넘어가고 있구나
내가 그늘지고 있구나
남은 것은 속도뿐
깊은 고랑엔 하얀
눈물이 고이는구나
겨울 땅속 지렁이처럼
그림자도 없이 젖어가고 있구나
--「남은 것은 속도뿐」전문
 
조대희 시인이 ‘나’를 인식하는 과정은 이 작품에서 감지(感知)할 수 있듯이 ‘저 멀리 첩첩산중 넘어간 / 바람의 속도로만 달려’온 ‘나’는 ‘온기도 없이 / 나의 몸속은 한겨울 밭고랑이’며 ‘고기 심줄 같은 고집이 / 내 몸속에 자라고 있’으며 ‘짧은 해가 나를 넘어가고 있’으며 ‘그림자도 없이 젖어가고 있’는 ‘나’를 인식하고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아니 절대 절망에서도 ‘나’를 발견하고 자성(自省)의 언어를 매정스러운 현실 속에 녹이고 있다. 이는 그가 ‘한겨울 밭고랑이었나’, ‘달려 왔는가’ 혹은 ‘자라고 있는가’ 등의 의문형으로 시적 진실을 탐색하고 있는데 마지막 두 연에서는 ‘있구나’라는 긍정의 의식으로 전환하는 특성이 인식의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살 여름 늦은 오후
그날따라 난 혼자였다.
--중략--
 
나를 구해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위로해 줄 사람도 없었으므로
--「일곱 살 그 어느 날 먹빛 하늘의 밤」중에서
 
슬픈 인형놀음 같던 지난 날들
썰물에 던져버려라
소용없던 침묵의 세례
밤하늘에 날려버려라
--「섬」중에서
 
조대희 시인은 다시 ‘난 혼자’라는 고독감에 젖어 있으나 ‘나를 구해줄 사람’과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는 ‘너는 햇살에 춤추고 / 빗물로 자라는 꽃 / 나는 부들부들 떨며 / 나를 지키는 눈이었을 뿐(「애인」중에서)’이라는 체념(諦念)과 자성으로 이러한 절망의 ‘먹빛 하늘의 밤’을 쳐다보면서 그는 ‘지난 날들’은 ‘밤하늘에 날려버’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희망은 결국 부질없다
마음이 주저앉아 있을 때도
실핏줄 가득한 낙엽은 차곡차곡 쌓여
씨앗의 대동맥으로 뻗어가고 있다는 것을
내 몸이 먼저 깨닫고 있었네
겨울 숲길을 나오며
난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했네
--「행복」중에서
 
그는 이와 같은 인식의 계곡을 지나 비로소 ‘내 몸이 먼저 깨닫고 있었’으며 ‘난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심리적인 변환(變換)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는 이러한 고뇌를 ‘내 노래의 유일한 반주는 / 외롭고 긴 침묵(「행복」중에서)’이라는 진솔한 심경을 토로(吐露)하고 있어서 그가 감응(感應)한 ‘깨달음’은 바로 ‘나’를 인식하면서 새로운 ‘나’를 정립하는 그의 진실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 밖에도 ‘나 다시 태어나면 / 인정 깊은 산골마을에 / 개봉숭아나무 한 그루로 서고 싶다’거나 ‘내 몸은 견딜 수 없어 / 햇살에 바람에 날아갈 듯 / 낼개춤을 출 것이다(이상「구두 발자국」중에서)’라는 긍정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그가 탐색하는 자아의 인식은 현실과의 괴리(乖離)에서 파생(派生)된 잡다한 모순과 불합리에서 탈피하려는 진실 지향의 시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불확실성 시대의 해법
조대희 시인은 이러한 시적 상황을 중시하면서 다시 그에게서 시적인 절정(絶頂)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불확실 시대에 대한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삶은 / 둘 중 하나다 / 인생을 통찰通察했거나 / 아니면 / 무지몽매無知蒙昧 // 그런 점에서 / 난 / 부자유不自由하다(「자유」전문)’는 언술과 같이 어쩐지 ‘부자유’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인생의 통찰’은 그의 시야에서 미지(未知)이거나 불확실성(不確實性)이다.
그는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우문 즉답」중에서)’라거나 ‘담장 그늘 밑 얼음이 녹고 / 장독대 위로 하얀 나비가 날 때쯤이면 / 풀잎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오돌뼈」중에서)’라는 시적 화자(話者)의 단정이나 의문과 같이 우리의 삶이나 세상은 모두가 불투명한 채 인생행로를 달리고 있다.
 
땅 위의 삶은 행복했을까.
어쩌면 옮기고 싶지 않은 용궁에서 계속 헤엄치며 살고 싶었을지도 몰라.
울긋불긋한 국방색 무늬와 너무 커져버린 몸뚱어리가 내내 부담스러웠을지도 몰라.
꼬리 없는 엉덩이를 흔들며 미나리깡 풀섶을 하염없이 맴돌고 다녔을지도 몰라.
흐르다, 변신하며 떠밀려 온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올챙이에 대한 단상」중에서
 
그렇다. 조대희 시인은 ‘몰라’라는 어휘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미지나 불확실성에 대해서 자신만의 해법을 탐색하고 있는데 ‘싶었을지도 몰라’, ‘부담스러웠을지도 몰라’, ‘다녔을지도 몰라’, ‘있었을지도 몰라’라는 그의 절실한 호소는 ‘올챙이’가 ‘땅 위의 삶은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불투명한 대답이다.
결론적으로 ‘몰라’라는 대답은 현실적인 의식에서 불확실하게 작용하는 모든 불합리나 부도덕 그리고 불평등 등에 적용된다. 그는 이러한 미확인의 갈등에서 생성하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시적 구도를 형성하면서 더욱 미지의 세계를 확인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는 작품 「문 밖의 사람」에서 ‘목소리는 들은 적이 없으며 /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지 못한다 / 배달을 언제부터 했는지 /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 / 아내에게 묻지 않았다 / 아내도 모를 것이다’라거나 ‘가정방문 받은 어린 아이처럼 / 허둥거리는 나에게 / 수치를 적은 아저씨는 / 오래 말린 곶감 같은 입술로 / 고맙다는 인삿말을 남긴다. / 뒤돌아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 내년쯤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라고 ‘우유 배달부’와 ‘가스 검침 아저씨’에 대해서 ‘알지 못’하거 ‘모른다’라고 일관함으로써
그의 미지에 대한 시적 발상은 더욱 현실적인 거리감이 팽배한 우리 인간들의 갈등이 상존(常存)해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속으로 빨려들어갔을 / 그림자만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또는 ‘물기에 젖어 빛나는 / 깊은 구렁 속 그 눈빛과 / 멀리서도 언제나 혼자였던 / 그의 뒷모습만을 /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어조와 같이 ‘기억’이나 ‘상상’에 의해서만 현실을 유추(類推)할 뿐이다.
이러한 미지의 세계나 불확실성의 현실은 ‘물이 물의 이름을 갖기 전 / 바람이 바람의 이름을 갖기 전 / 내가 내 이름을 갖기 전 / 서 있던 자리마다 / 내가 보이기 전까지 / 난 사람도 아니다(「난 가끔 사람도 아니다」중에서)’거나 ‘이제는 바라는 것도 없어 / 그저 무덤도 없는 남편이 불쌍할 뿐이야 / 세상이 나를 참 오랫동안 속였어(「꽃다지」중에서)’와 같이 깊은 자책(自責)을 하거나 수긍(首肯)하고 있다.
 
네가 나무로 서 있던 시절
내 몸 속이 온갖 잡초로 무성해
바람에 이리저리 나자빠질 때
물줄기를 끌어 올리던 힘으로
나를 끌어 올리던 것이
혹시 너였을지도
그래, 나무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내 곁에 오래오래 남아라
--「나를 벤 종이와 대화하기」중에서
 
나는 또 물었다.
너는 어디 있느냐고
오래 전 떠났던 길로 돌아와
동무들과 술을 건네고
때론 어깨동무같은 촌스런 몸짓을 부리다
뜨듯한 국밥 한 그릇 나누다 보면
너를 만날 수 있느냐고
--「여행」중에서
 
보라. 조대희 시인의 사유는 이제 ‘나’와의 대칭인 ‘네(너)’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네가 나무로 서 있던 시절’에는 ‘내 몸 속이 온갖 잡초로 무성’했으며 ‘나를 끌어 올리던 것이 / 혹시 너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곁에 오래오래 남아라’라는 어조로 서로의 의문을 대화로 해법을 탐색하고 있다.
다시 그는 ‘너는 어디 있느냐’ 또는 ‘너를 만날 수 있느냐’하고 ‘나는 또 물’어 보고 있다. ‘오래된 주인과 함께 늙은 / 벽걸이 그림, 속 / 서늘한 달빛 하늘을 / 수십 년동안 목을 빼고 바라보는 저 사슴이 / 네가 아니더냐’라는 물음에 그의 사유가 집착되면서 ‘나는 나와 마주한 거울 속 사내에게’ 이러한 의문에 대한 적절한 화해(和解)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화해의 언어는 이 시집의 표제(標題詩)가 되는 「오돌뼈」에서 그 해답을 유추할 수 있는데 그는 ‘뱃속을 두툼하게 입힌 소주의 온기에도 / 덜덜거리는 입속의 한기에 / 오도독 오도독 이빨 조각들을 씹는 것인지 / 이빨 사이로 흐르는 감탄사를 씹는 것인지 / 헛소리만 뻥뻥 쳐놓고 / 마른 장작처럼 갈라질 거면서 / 오래된 찰흙 인형처럼 똑똑 부러지고 말거면서 / 타액과 섞이다 이내 부서지는 / 오돌뼈 같은 삶'이라는 결론으로 유로(流路)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4. 結-현실적 고뇌와 기원
그렇다면 조대희 시인이 그토록 갈망하고 기원하는 시적 진실은 무엇인가. 그가 ‘자서(自序)’에서 밝혔듯이 ‘내 시의 주인은 / 고향이고 바람이고 꽃이고 이웃이다.’라는 간명(簡明)한 언술로 요약하고 있다. 이는 그가 지향하려는 심저(心底)에는 이미 ‘고향’과 ‘바람’, ‘꽃’ 그리고 ‘이웃’을 연결하는 정서의 원류(源流)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지금까지 시적 구도로 설정한 자아의 인식이나 불확실성에 관한 다원적인 문제들이 결국 삶의 현장에서 파생한 현실적인 보편성에 근원을 두고 새롭고 진취적인 기원의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나이 마흔,
앞으로만 달리기에는 지나간 시간이 아프고 시리기만 하여 갈바람을 등짝으로 맞서며 휘휘 자유롭게 날아보는 꿈을 꿈꾸고 싶다
--「여로(旅路)」중에서
 
혼합된 덩어리색들로 어지럽고 무거워
숨도 고르게 쉬지 못했다.
땟국물같은 물감을 씻어내고
계곡물속의 모래알을 보듯
멀리로 아름답게만 갈 수 있는
시냇물이고 싶었다.
--「전시회」중에서
 
사래라도 잔뜩 낀 양
토하지도 못하고
어두운 새벽길을 홀로 길들여 왔듯
이젠 눈부신 강 너머 꽃밭길을
해 다 지도록
걸어봤으면 좋겠네
--「십일원의 새벽 안개」중에서
 
이들 작룸에서 일별(一瞥)할 수 있듯이 ‘내 나이 마흔’이라는 시간성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전제로 한 기원이 현현되고 있는데 그는 ‘.....싶다’라거나 ‘....싶었다’ 그리고 ‘좋겠네’라는 기원의 언어로 현실적인 삶과 상관관계를 심층적(深層的으로 적나라(赤裸裸)한 어법으로 열망(熱望)하고 있다.
그는 ‘자유롭게 날아보는 꿈’과 ‘멀리로 아름답게만 갈 수 있는 /시냇물’과 ‘눈부신 강너머 꽃밭길을 / 해 다 지도록 / 걸어봤으면’하는 소박하면서도 청순한 소망이 어찌보면 조대희 시인이 탐색하는 진지한 해법으로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작품「바람 1」에서 ‘난 / 바람이 / 참 좋다’라거나 「어느 날」에서 ‘멈추고 싶지 않은 예행연습 / 끝내야 할 때를 // 알고 끝낼 것’ 그리고 「바람 2」에서 ‘숲을 열고 머리칼 빗는 / 햇살 한 무리에 섞여 / 강으로 들판으로 나는 / 바람이었으면 해’라는 긍정의 해법으로 기원을 형상화하고 있어서 그에게 내재된 진실의 중심에는 미지와 불확실 혹은 미확인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고뇌와 갈등을 스스로 해법을 적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대희 시인은 이러한 현실성과 공감하는 사회성과 시사성에 대한 작품도 대할 수 있었지만, 그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시적 위의(威儀)나 본령(本領)은 순정적이며 서정성을 잃지 않는 우리 인간의 본성이 잘 발현되고 있다. 그러나 불란서의 시인 볼테르가 말했듯이 시는 보다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 되어 우리들 가슴에 녹아 흘러야 할 것이다.
이는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호라티우스의 ‘시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리라. 그의 시가 고향과 바람과 꽃과 이웃이 공존하면서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더욱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진실로 각인(刻印)되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시인들의 숙명(宿命)이며 영원한 과제로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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