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분꽃들 / 최서진
2018년 12월 24일 18시 24분  조회:679  추천:0  작성자: 강려
이선의 시 읽기- 최서진


분꽃들


최서진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
비로소 피어나는 분꽃들
엄마의 독백이 화단으로 흘러가 비를 맞는다


무거운 침묵이 꽃밭을 가득 메울 때 왼쪽으로 꺾이는 얼굴
엄마는 화단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엄마 가지 마세요, 우리는 아직 꽃일 뿐


꿈을 조절할 수 없어 목이 자랐고
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는 벌레처럼 서로를 갉아 먹었다


언니들은 풀처럼 빨리 자란다. 엄마를 닮아가기 위해 짙어지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별들은 여러 각도에서 몸을 부딪쳐 왔다


나는 어두운 화단을 걸어 나가고 싶은 얼굴로
날마다 분명해진다


꽃잎이 모르는 단어처럼 흩어진다 쓸쓸한 화단 끝에 매달려 잘 발음되지 않던 꿈
풍경을 기억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질문처럼 쌓인다


언니들의 얼굴로 발음해 봐 다섯 시에 피는 배고픈 꽃


분꽃이 지는 쪽으로 여름과 저녁이 태어나고
나는 분꽃으로 중지 된다






<이선의 시 읽기>


최서진은 위의 시에서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며 자신의 <시 창작 기법>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10연으로 구성된「분꽃들」은 ‘낯설게하기’를 실현하며신선한 감각적 자극을 준다. 그러나 연과 연들은 분리되지 않고 <나-어머니- 언니>라는 대상을 ‘분꽃’으로 치환하여 연결시키고 있다.
  위의 시의 중심어를 살펴보자,
  1연- 엄마의 독백, 분꽃
  2연- 엄마, 화단
  3연- 엄마 가지 마세요, 우리는 어린 꽃
  4연- 서로를 갉아 먹었다
  5연- 언니, 풀, 엄마를 닮아 짙어지고
  6연-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7연- 나는 어두운 화단을 걸어나가고 싶다
  8연- 꿈, 질문
  9연- 언니들 얼굴, 배고픈 꽃
  10연- 나는 분꽃으로 중지된다
  <어머니- 언니- 나>로 이어지는 ‘가난’과 ‘분꽃냄새’는 멜로적 요소를 가지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짐작할 만한 뻔한 가족사가 진부하지 않은 것은 시의 품격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묘사력과 사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주는 힘이다.
 묘사-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1연 1행)
 사유- ‘꿈을 조절할 수 없어 목이 자랐고’(4연 1행) ‘분꽃이 지는 쪽으로 여름과 저녁이 태어나고’(10연 1행)
 진정성-‘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는 벌레처럼 서로를 갉아 먹었다’(4연 2행)
 당위성- ‘나는 분꽃으로 중지 된다’(10연 2행)
 
   객관화된 소설의 묘사기법을 사용한 피동적 고백체 문장도 눈길을 끈다.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 엄마의 독백이 화단으로 흘러가 비를 맞는다’(1연 1, 3행) ‘풍경을 기억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질문처럼 쌓인다’(8연 2행)
   
  위의 시는 애매성과 모호성의 원리를 잘 적용하였다. 그러나 문장들은 산만하지 않고 일맥상통하게 읽힌다. 그 이유는 복합 문장구성을 하고 있지만, 각 문장들이 객관화되었기 때문이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905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101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388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315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215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079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048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355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672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556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633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559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486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577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562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565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568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586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591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39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