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별 닦는 나무 / 공광규
2018년 12월 24일 18시 32분  조회:688  추천:0  작성자: 강려
별 닦는 나무
 
 
공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는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삶이 지고 싶은 나를
 
 
 
 
 
<이선의 시 읽기>
 
 
시인이 원하는 시의 정점은 어디인가?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시인에게 인정받고, 평론가에게 선택되는 것. 또한 문예사조와 역사에 거론되는 것. 작가 사 후 50년 백년이 지나도 석박사 논문으로 조명하고 연구되어지는 것. 쉬운 시, 감각적 미의식이 있는 시, 진정성이 있어 대중들이 유치하지 않은 시. 무기교의 기교, 은밀하게 기교를 숨긴 작품성 있는 시를 지향할 것이다.
  어제 새벽 4시 20분쯤 잠이 깨어 창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가지들이 휘늘어져, 나의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는 별 사이로, 밤벚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별꽃을 보았다. 앞집 빌라, 수능을 코앞에 둔 입시생도 잠든 시간. 모든 사물이 숨죽인 공간, 홀로 별꽃 피어 빛나고 있었다. 빛이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빛을 밝히는 걸 목격했다.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는 대중이 좋아할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중이 좋아하는 ‘사랑 시’라는 거다. 쉽다. 진정성이 있다. 시인이 읽어도 유치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석박사 논문으로 연구될 새로운 구조와, 문예사조를 바꿀 표현 기교를 가지고 있는 반전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얻을 작품이다.
  
  이시의 백미는 1연의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부분이다. 은행나무와 나를 치환하고 있다. 이 시의 또 다른 매력은 ‘진다’라는 주제어다. 
  ― ‘뜨는 별’은 당신에게 양보하고, 나는 ‘지는 나뭇잎’을 택하겠다는
  
  공광규의『별 닦는 나무』를 여러 번 다시 읽는다. 순수하다. 여과된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 사람, 사랑을 하나?” 작품과 작가가 오버랩된다. 그 대상이 아내라면 더욱 좋겠지만, 남의 아내라고 하여도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할 수 없다. 그 사랑은 별처럼 서로를 빛낼 것이므로. 흔들리지 않는 은행나무가 되어, 큰나무가 되어 별처럼 빛나는 내 여자의 길을 닦아 주고 싶은 것. 더 반짝거리게 하고 싶은 것. 질투하지 않는 사랑.
  용문사 은행나무를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고, 필자는 졸시『보들레르와 은행나무』를 썼다. 몇 년 뒤, 가을에 용문사를 찾아 대웅전 앞 천년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시에게 미안해서다. 하늘을 찌르는 은행나무는 감탄과 감동이라는 말로 부족했다.
  신성을 느꼈다. 그 은행나무를 먼저 만났다면, 다른 시를 썼을 것이다. 그 시는 매우 짧을 것임. 서양풍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긴 ‘고백록’이 아니다. 천년 동안 삭제한 나뭇가지. 지우고 지운 몸, 은행나무 그 여백의 지혜를 배울 것.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를 용문사 은행나무 ‘답사기’, 또는 ‘감상문’ 이라 이름하여 본다. 조지훈과 박목월처럼 화답가를 쓰고 싶은 욕구. 소곤소곤 대화 같다. 밤에 쓴 부치지 않은 편지. 답장을 하고 싶은― 짧고 아름다운 시, 결코 쉽지 않은 언어장치. 진정성이 주는 멋스러움.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917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103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389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317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218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080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051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356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674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559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634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560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487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579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564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568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572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587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593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39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