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3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입맞춤 / 권 혁 모
2018년 12월 24일 18시 37분  조회:771  추천:0  작성자: 강려
입맞춤
    
           권 혁 모
 
삐치고 치켜 올린 선과 선이 다시 살아
연초록 혹은 연분홍 나래가 되기까지
허공을 마냥 날아서 너를 만나기까지.
 
진정 황홀 앞에선 천지도 눈을 감네
사랑은 길고 긴 날을 상형문자로 건너와
저것들 몸부림 끝에 새 별 하나 안더니.
 
고단한 삶이었네 당겨놓은 힘줄이
빛의 충돌이 일어나 보석으로 눈뜨는 밤
이제야 다 버렸으니 나와 단 둘이구나.
 
<이선의 시 읽기> 
   
  ‘입맞춤’이나 ‘포옹’이라는 제목을 읽으면, 조각상이 생각난다. 워낙 로댕의 조각작품이 유명하기도 하다. 시에서 실제적인 상상력의 그림이 그려지면 객관화되었다고 믿어도 된다.
  권혁모의 입맞춤은 상상력과 회화적 조각적 형상화가 만나서 환타지 현상을 재현하고 있다. 시각, 촉각적인 느낌과 재해석이 달콤하고 쌉싸름하고 뜨겁다. 화가나 조각가의 미술작품을 앞에 놓고 시를 쓰면 자주 이런 환타지한 시가 탄생한다. 시가 미술의 시녀라고 누군가 말한 것은 옳은 말이다. 언어는 가장 추상적인 상상력의 과학이다. 미술은 직관과 재해석이다. 상상력에 직관과 재해석이 들어가면 사유의 힘이 커진다.
  ‘삐치고 치켜 올린 선과 선이 다시 살아’(1연 1행) 부분에서는 고궁의 높은 기와지붕, 처마와 처마가 만나는 날렵한 선이 비상하는 이미지를 준다. 2행의 ‘연초록 혹은 연분홍 나래가 되기까지’부분은 입맞춤이라는 달콤한 행위에 공상과 상상이 가미되어 ‘환타지’한 느낌을 살렸다. 그러나 객관화된 문장은 아니고 공상의 범주에 든다. 3행의‘허공을 마냥 날아서 너를 만나기까지.’ 부분에서는 이 시를 읽는 사람은 누구나 가슴이 두근두근 마음속에 숨겨둔 ‘첫사랑’이든, ‘불륜’의 대상이든 실제적인 ‘사람’이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이 시는 1연에서 이미 공상과 상상의 모든 요소를 성공시키고 있다. 2연은 ‘상형문자- 몸부림’이라는 등식이, 곧 혀들의 몸부림을 형상화시킨 시의 백미다. 3연의‘당겨 놓은 힘줄, 빛의 충돌, 보석’이라는 중심어는 이 시를 보석처럼 반짝이게 한다. 3연의‘ 이제야 다 버렸으니 나와 단 둘이구나.’부분은 영화의 대단원 부분이다. 피어리어다. 3연 3행의‘놓음’과 ‘버림’은 관념을 말로 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린’ 관념이다. 
  이 시는 시를 배우는 이들에게 교과서로 권할 만큼 시에서 필요한 감각적 미의식과 형상화기법, 이미지, 공상과 상상력의 범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시인들이 시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객관화의 문제다. 그 이유는 ‘사물’에서 출발하지 않고 ‘상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시는 상상력의 ‘그림 그리기’작업이지만 그 상상력은 사물성에 근거하여 출발할 때만 객관화가 쉽다. ‘환타지’도 ‘귀신이야기’도 사물에서 출발한다. ‘별’이라는 존재가 있어야 <별들의 전쟁> 환타지 영화가 탄생하는 원리다. 
  권혁모의 시는 첫사랑 첫입맞춤처럼, 달콤하고 맑고, 새콤하고, 뜨겁다.
원초적 DNA를 다룬 성애 시는 대부분 성공적 결과물을 낳는다. 그 이유는
시인이 밀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몸을 사용한 현실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권혁모는 시에서 요구하는 직접적이고 절실하며 뜨거운 요소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부드럽게 포장하고 냉정하게 재단하는 객관화 기법까지 완벽하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4 이선 시해설 모음 2021-10-28 0 893
113 [스크랩] 윤유점 정기만 평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7 2019-12-19 0 1098
112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12-19 0 1387
111 [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12-19 0 1310
110 [스크랩] 김인숙 시 평론/ 이선/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3 2019-12-19 0 1211
109 한국문학신문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2호/ 이인선 평론가 2019-12-19 0 1077
108 평론 연재: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1 인연설 / 문덕수 2019-12-19 0 1043
107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린, 미려한 이미지의 형상화와 재해석 / 이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사무처장) 2019-02-01 0 1354
106 나의 하이퍼시 쓰기 / 이선 2019-02-01 0 1665
105 [스크랩] 박남희- 이제는/ 2015년 가온문학 여름호 발표/ 이선 평론 2018-12-28 0 1555
104 [스크랩] 가온문학 이선 평론- 이낙봉 2016년 여름호 2018-12-28 0 1630
103 [스크랩] 잃어버린 시인을 찾아서- 박항식 시인편/ 이선 / 가온문학 2016년 겨울호연재 2018-12-28 0 1552
102 2017년 가온문학 여름호/ 정성수- 사기꾼 이야기/ 평론 이선 2018-12-28 0 1480
101 <가온문학 평론 특집- 세자르 바예호의 시 세계 / 이선 2018-12-26 0 1573
100 날샘일기- 김정현/ 가온문학 봄호 2016년/ 이선 명시 읽기 2018-12-26 0 1557
99 민용태- 서울에 시집온 봉숭아/ 2016년 가을호/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8-12-26 0 1559
98 강기옥- 담쟁이 1/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선 평론/ 2015년 가을호 2018-12-26 0 1565
97 이선 평론/ 가온문학- 명시 읽기/ 이기철- 불행에게 이런 말을 2018-12-26 0 1585
96 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12-26 0 1587
95 6 ․ 25 33 전봉건 2018-12-26 0 1388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