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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羽化)* / 오혜정
2018년 12월 25일 15시 37분  조회:701  추천:0  작성자: 강려
우화(羽化)*
 
 
                                            
오혜정
  
 
  초록빛 누드가 기어간다
  유연한 곡선의 리듬이
  몸에 결을 새기며 간다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면서 간다
  온몸으로 끌어당겨지는 먼 곳의 봄빛들
 
  빈 가지에 매달린 주머니는 심심하다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
 
  지난 계절은 바람이 ‘딱딱하다’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우화羽花
  유연한 곡선이 피어난다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날개짓이 없는 나는
  매일매일 불완전변태 중
 
 
* 우화(羽化) : 곤충이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일.
 
 
 
 
 
 
 
 
 
 
 <이선의 시 읽기>
 
 
 
   오혜정의 「우화(羽化)」는 우화(羽化)의 과정을 동사와 형용사, ( )와 은유하고 있다. 위의 시 1-4연에서 중심 동사와 형용사를 살펴보자.
 
  1연: 기어간다-간다-꿈틀댄다-간다-끌어당긴다(애벌레 상태)
  2연: 심심하다-갇힌다-꿈꾼다-딱딱해진다(번데기 상태)
  3연: 딱딱하다-벗는다-피어난다-피어난다(탈피 과정)
  4연: 벗겨낸다(탈피 후 나비 상태)
 
  1연은 초록빛 애벌레가 기어가는 형태를 ‘동사’로 보았다. 사실적인 애벌레의 움직임을 ‘동사’로 정의하고 5-6행에서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며 불러오고, 온몸으로 봄빛을 끌어당긴다.’고 사유하고 있다. 표현은 피동적 표현기법으로 멋과 사유를 더하였다. 
  2연은 고치 안에 갇혀 있는 번데기 상태의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 )에 갇힌 것으로 보았다. 4-5행에서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고 사유하고 있다. 직선은 딱딱하다는 관념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
  3연은 딱딱한 번데기에서 나온 나비의 날개는 곡선이다. 곡선은 유연하다는 재해석을 내리고 있다.
  4연은 곤충의 우화에 현재의 ‘나’를 연관시켰다. 비상을 꿈꾸는 현재 불완전변태 중인 ‘나’를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래에 제시한 시구들이 하이퍼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시행들을 살펴보자.
  1연 4행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2연 2-3행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3연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4연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하이퍼시의 표현구조다. 곤충의 우화과정인 ‘탈피’의 형태를 품사 중 ‘동사’와 ‘형용사’로 은유하고 있다. 감각적이며 새로운 표현기법이다. ‘사물-행위-품사’로 이동하며, 하이퍼시의 ‘러너’ 기능인 ‘건너뛰기’를 하고 있다. 초현실주의적이며 색다른 표현기법이다.
  과거의 시는 1단계나 2단계 러너의 사물시였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이동거리’가 멀다. 1, 2단계를 동시간대에 이동하거나, 3단계나 4단계로 훌쩍 ‘건너뛰기’ 한다.
  과거의 서정시와 현대시는 ‘과거-현재-과거-현재’ 패턴의 시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과거-현재-미래-현재’ 시점으로 사물과 사건은 ‘상상력의 순간이동’을 한다. 현대 공상영화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표현에 거짓은 없다. 건너뛰기를 하였으나 허황되지 않고 객관화되었다.
  사물의 움직임과 형태를 아주 이질적인 품사와 조합하는 새로운 위의 시 기법은 시에 새로운 감각과 미의식을 준다. 이 새로운 형태미와 방법론은 하이퍼시의 시창작 방법론으로 분류된다. 아버지 오남구 시인이 시작한 디지털 시론을, 딸이 확장시켜 하이퍼시로 실현시킨 것은, 시단의 아름다운 역사다. 시창작 방법론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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