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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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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평론/ 심상운-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2015년 가온문학 겨울호 <명시 읽기>
2018년 12월 26일 20시 30분  조회:1592  추천:0  작성자: 강려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
 
 
                                                 심 상 운
 
 
  나는 가끔
  페인트통을 들고 낡은 벽에 칠을 하는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는다
 
  페이트통 속에선 붉은 해가 부글부글 끓고
  가지가지 형상의 구름들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칠 놀이에 지칠 줄을 모르던 아이들은
  구름을 타고 여행을 떠나고
  나는 온몸에 페인트를 묻히며 칠 놀이에 빠진다
 
  벽에 묻은 칠들은 나뭇잎같이 팔랑거리기도 하고
  제각기 새가 되어 포르르 포르르 날아오르기도 한다
 
  붉은 빛에서는 타히티 여인들의 허리 곡선이 굼실거리고
  퍼런 빛에는 아파트 담을 넘어오다 총탄에 맞은
  젊은 멧돼지의 헐떡이는 숨소리도 묻어 있다
 
  나는 빛깔들을 다 쏟아낸 페인트 통을 두드려본다
  가볍고 맑은 아이들 소리가 나고
 
  눈부신 햇살 속에서 수천의 아파리를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던
  은사시나무의 잎사귀소리가 들린다
 
 
      * 심상운 신작시집 『녹색 』전율 중에서
 
 
 
 
               
 
 
                 하이퍼시의��겹쳐그리기 기법��
                    ―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
 
                                                                이 선( 시인 )
 
 
  심상운은『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시론집을 통하여 하이퍼 시론을 정립하였다. 이번 신작시집 『녹색 전율』에 실린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은 그의 신작시집에 실린 하이퍼시 중 하나이다.
  필자는 위의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하이퍼적 요소에 <하이퍼시의 겹쳐그리기 기법>이라는 이름을 명명하고자 한다. 이미 다른 논문에서 발표한 바 있다. 각각의 연들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하여 정서를 환기시켜 준다. 1-7행의 각 연들을 분석하여 <하이퍼시의 겹쳐그리기 기법>의 요소들을 살펴보자.
 
 
  1.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
 
 「칠 놀이 또는 페인트통」의 시적소재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페인트칠이 된 벽��이다. 그런데 1-7연의 시행에서 보여지는 그림은 각각 다른 패턴의 그림이다.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시점의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1-7연은 각각 다른 상상력의 조합이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필자는 다시점과 다초점의 여러 각각의 다른 그림들의 합을 <겹쳐그리기 기법>이라고 명명한다. <하이퍼시의 겹치기 기법>의 구성요소인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의 예를 1-7연의 시행을 분석하여 살펴보자.
 
  1연- 나는 가끔/ 페인트통을 들고 낡은 벽에 칠을 하는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는다(1연 1-3행)
  페인트통을 들고 벽에 칠을 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시인의 상상력의 공간으로 과거의 아이들을 현재시점으로 초대한다. 시인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벽의 그림에서 듣는다.
그림은 보는 것인데, 본다고 하지 않고, 아이들의 소리를 듣는다고 하였다. 한시각 이미지를 청각이미지로 교환하였다.  단계를 뛰어넘어 공감각적 이미지를 살린 표현이다.
  한 편의 시를 극이라고 가정하여 보자. 시의 도입부부터 현재형으로 극적 현장감을 준다.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갖게 한다.  시에 집중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과거와 과거완료형을 현재형으로 재생하여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하고 있다.
 
  2연- 페이트통 속에선 붉은 해가 부글부글 끓고/ 가지가지 형상의 구름들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2연 1-2행)
  위의 시에서는 그림에서 붉은 해가 끓고 구름이 피어오른다고 하지 않았다. 페이트통에서 붉은 해와 구름이 등장한다. 완성된 그림이 아닌, 그림의 재료인 페인트통에서 붉은 해와 구름이 이미 만들어져 펑하고 마술처럼 빠져나온다. 1연과 같은 표현기법이다. 시인의 상상력의 세계에서 시적논리가 맞는 과학적이지만은 않다. 위의 표현은 비논리적인 표현이 아니라 한 단계를 건너뛴 표현이다.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는 4세경까지 물활론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물건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는다. 시는 어린이의 물활론적 세계와 비슷한 세계가 있다. 시와 어린이의 정신세계에서는 상상력의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지렁이를 늘려 줄넘기도 하고, 지렁이로 팔찌도 하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어린이들의 고정관념을 깨며 큰 인기를 받았었다. 시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작업이다. 여러 색깔로 칠이 된 벽에서, 그 이전의 칠의 단계인 페인트통으로 상상력이 이동되어 있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중 구조적인 상상력의 겹치기 기법이다.
 
  3연- 칠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구름을 타고 여행을 떠나고/ 나는 온 몸에 페인트를 묻히며 칠 놀이에 빠진다( 3연 1-3행 전문)
  아이들의 놀이에서 어른 놀이로 행동의 주체가 바뀐다. ��아이들->나��로 상상력의 수평적으로 순간이동 하였다.
 
  4연- 벽에 묻은 칠들은 나뭇잎같이 팔랑거리기도 하고/ 제각기 새가 되어 포르르 포르르 날아오르기도 한다.( 4연 1-2행 전문)
  벽의 그림은 정지된 화면이다. 그런데 벽의 그림들에 움직임을 주었다.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현재에서 미래로 이동하게 하였다. 그림 속의 나뭇잎이 팔랑거리고, 그림 속의 새가 포르르 날아간다.
  그런데 사실 벽의 페인트칠에는 실제로 나뭇잎이나 새가 없을 수도 있다. 순전히 시인의 상상력의 산물일 가능성도 크다.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며 행동을 시작한다. 정지된 그림이 공간이동을 시도한다. 하이퍼적 상상력의 공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형의 그림에 미래형 옷을 입혔다.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 이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5연- 붉은 빛에서는 타히티 여인의 허리 곡선이 굼실거리고/ 퍼런 빛에는 아파트 담을 넘어오다 총탄에 맞은/ 젊은 멧돼지의 헐떡이는 숨소리도 묻어 있다( 5연1- 3행)
  
  붉은색- ��타이티 여인의 허리곡선��을 상상하였다.
  푸른색- ��총탄에 맞은 멧돼지의 헐떡이는 숨소리��를 상상하였다.
  색깔 이미지를 살아있는 인물과 사물로 치환하였다. 사물인 색깔에 행위를 주어 실제성과 현장감을 주었다. 극적 구성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소설과 극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주요한 포인트인 여자를 드디어 등장시켰다. 또한 가장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멧돼지를 등장시켜 극의 흐름을 빠르게 하고 있다. 정물에 행위를 주어 의인화하였다. 상상력의 공간이동이 현재형으로 시간이동을 하고 있다.
 
  6연- 나는 빛깔들을 다 쏟아낸 빈 페인트통을 두드려본다/ 가볍고 맑은 아이들 소리가 나고(6연 1-2행)
  시적화자는 상상력의 공간에서 빈 페인트통을 두드린다.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하여 페인트통 속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의 상상력의 이동을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그림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그림의 원재료인 페인트통 속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 시의 포인트다. 상상력의 이동을 대대적으로 크게 한 것이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이라는 2개의 과정을 동시에 이행하고 있다.
 
  7연- 눈부신 햇살 속에서 수천의 이파리를 반짝이며/ 바람에흔들리고 있던/ 은사시나무의 잎사귀소리가 들린다( 7행 1-3행)
  7행은 시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효과다. 한정적인 시의 공간인 벽과 그림의 공간에서 벗어나서 자연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소설의 지문이나 그림의 배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연이다. 죽은 그림에서 살아있는 그림인 자연으로, 독자의 눈을 공간이동시킨다.
  ��눈부신 햇빛, 반짝이는 이파리, 바람, 잎사귀소리��로 독자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벽과 칠’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모두 벗어나버렸다. 아주 다른 공간이다. 아이들과 멧돼지와 여자라는 동물에게서도 벗어났다.
  
 
 2. 하이퍼시의��겹쳐그리기 기법��
 
  위의 시는 1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1-7연에서 골고루 상상력의 순간이동과 시간이동, 공간이동이 자유롭게 실현되고 있다. 여러 연들은 각각의 다른 그림을 그린다. 상상력이 겹쳐지고, 중첩 이미지를 만든다. 공감적 이미지가 정서를 환기시킨다. 위의 시 1-7연에서 보여주고 있는 하이퍼시의 <상상력의 수평이동- 상상력의 역행- 상상력의 공간이동- 상상력의 시간이동>이 겹쳐그려지며 반복된다. 이 반복적이고 중의적인 겹쳐그리기 그림 기법이 하이퍼시의 특징이다. 필자는 이 기법을 본 장에서 <하이퍼시의 겹쳐그리기 기법>이라 명명한다.
 제한적인��페인트칠이 된 벽��에서 얻은 단순한 시인의 아이디어가 무한대의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시인이 아이들이 낙서를 해 놓은 벽을 보고 시상을 얻었을 것이다. 과거의 벽 속에서 나온 아이들은 시인의 상상 속에서 현재의 시점에서 행동을 한다. 
  여러 이미지들이 재탄생하여 각각 다른 옷을 입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무한대로 이동한다. ��나-아이들-나뭇잎-새-타히티 여인-멧돼지-눈부신 햇살- 바람- 나뭇잎소리��등 상상력을 현재로 끌고 와서 각각의 사물에게 행동과 행위를 부여하고 있다. 주재료와 부재료의 구분이 모호하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 시가 가지는 특징은 상상력에서 시작하여 상상력의 겹치기가 계속 반복된다. <하이퍼시의 겹쳐그리기 기법>이 1-7연에서 다양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무한대의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은 무형의 사물인 페인트와 그림에 행위를 제공한다. 그림이 여행을 떠나고, 작가인 시인도 합류하여 함께 페인트칠을 하며 논다. 시에 자유로움을 주어 작가와 독자와 등장인물이 함께 상상력의 세계에서 논다. 재미있게 시원하게 잘 논다. 한정적이지 않고 제한적이지 않은 하이퍼시의 특징이다.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은 한정적이고 제한적이지 않다. 상상력의 폭이 무한대다. 그러나 이 시가 횡설수설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하이퍼시의 특징인 각 연들의 독립성과 개별성 때문이다. 각 연들의 다른 그림은 서로 링크된다. 
  각각의 행들은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을 하여 다른 이야기를 산만하게 하는 것 같지만, 링크되어 한 공간에서 만난다. 링크는 하이퍼시의 특징이다.
  
  위의 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각 연 중에서 한 연을 빼도, 한 연을 더 집어넣어 8연, 9연을 만들어도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이퍼시의 독립성과 개별성 때문이다. 
 
 
 
 3. 결론
 
  
   위의 시는 <하이퍼시의 겹쳐그리기 기법>이 1-7연에서 다양하게 실현되고 있다. 1장에서 하이퍼시의 특징인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을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하이퍼시의 특징인 링크, 개별성, 독립성 등 하이퍼시의 특징을 알아보았다.
   하이퍼시는 답답하지 않다. 상상력의 공간이 넓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극대화를 통하여 시를 한정적이지 않게 한다. 독자에게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한다. 시공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이 정서환기를 시키며 시에 재미를 더한다. 
  
  하이퍼 시인은 한 공간에서 연줄을 들고 서 있는 어린 아이와 같다. 어린이는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다. 그러나 실은 허공을 날아가서 꽃과 나무, 언덕을 넘어 하늘 끝까지 날아간다. 어린이의 상상의 세계에서는 낮달과 숨바꼭질하는 낮별과 은하수계까지 도달할 것이다.   
  지금 문학사에서 하이퍼시가 서 있는 위치는 어린아이가 연을 들고 서 있는 것과 같다. 줄을 끊지 말고 문학사에 족적을 남기도록 좋은 하이퍼시가 생산되기를 기대한다. 하이퍼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상운의 하이퍼시 신작시집 『녹색 전율』이 집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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