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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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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창작론

인과 관계를 비틀거나 풍경 바꾸기
2019년 02월 04일 20시 42분  조회:1309  추천:0  작성자: 강려
인과 관계를 비틀거나 풍경 바꾸기 
 
우리가 새롭게 느끼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인식의 주체가 새롭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재들을 택하려는 것은 누구나 듣고 생각한 것들을 말할 경우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스쳐 듣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부간의 대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내가 조금만 눈빛이 달라도 무슨 일이냐고 민감하게 묻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아내가 힘들다고 하소연해도 그냥 스쳐 지나가기 일수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 자주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흔히 말하던 방식을 택하지 말고, 하늘을 보며 하이얗게 웃는다든지, 
한 1분쯤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것과 같은 낯선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이와 같이 일반적인 방법과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것을 
<낯설게 만들기(defamilarization)>라고 합니다. 
 
낯설게 만들기는 작품의 <의미적 국면>을 비롯하여 <구조적 국면>과 
<조직적 국면>에 이르기까지 전 국면에서 시도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발상의 단계이므로 의미적 국면에서 낯설게 만들기의 방법만 살펴보기로 하면, 
크게 인관관계를 단절시키는 방법과 낯선 배경을 설정하는 방법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인과관계를 단절시키는 방법에 의하여 쓰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발바닥만 젖어 있었다고 한다. 
- 김춘수, [눈물]에서 
 
이 작품은 원관념을 잠재시킨 3개의 치환은유를 인과관계를 맺지 않고 병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와 여자의 젖은 아랫도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오갈피나무의 젖은 아랫도리>가 무엇을 의미하여, 
왜 <남자와 여자의 젖은 아랫도리> 다음에 이야기하는지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의 젖은 발바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들을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의미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인과관계를 설정하면 숙친한 것들이 되고 맙니다. 
 
(밤에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의/아랫도리가 젖어 있(었)다./밤에 (사랑하다가 창문 너머로 바라본)보는 오갈피나무,/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마치 사랑하는 자기들처럼) 젖어 있(었)다./(누군가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너의 영혼의 바다를 건너는 것)/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새(처럼)가 되었다고 한다./(새처럼 가벼워)발바닥만 젖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수정에서 오직 추가된 것은 <사랑하다가>라는 상황 하나뿐입니다. 
<있다 : 있었다>는 원작의 경우 시에서는 과거도 현재로 표현하는 <과거의 현재화 기법> 때문이고, 
수정한 것의 경우는 산문에서는 현재의 일도 과거로 표현하는 <현재의 과거화 기법>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서 
우리의 의식 속에 내재된 랑그(langue)를 살펴볼 때에는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새가 되었다고 한다 : 새처럼, 새처럼 가벼워>도 마찬가지입니다. 
랑그의 층위에서는 <새처럼 되었다>입니다. 
 
우리는 흔히 <논리와 비논리>, <인과와 비인과>, <연접과 단절>은 완전하게 끊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선은 무수한 점의 연속이고, 논리와 비인과 같은 상반된 개념은 
한 쪽은 논리적이고 다른 쪽은 비논리적이라고 가정한 직선상의 한 지점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로 인해 비인과적인 것들도 그 빈틈을 메워주면 인과적인 것들이 되고, 
이와 반대로 인과관계를 자르거나 비틀면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작품의 의미적 국면을 이루는 요소는 <화제>•<화자>•<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논의한 것들은 화자와 화제를 새롭게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은 화자와 화제가 등장하는 배경을 아래의 예처럼 비일상적인 것으로 바꿔도 새롭게 보일 수 있습니다. 
 
○차가운 가을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내 아득한 마음의 들판 한 구석/엇슥엇슥 엇베인 마른 수수대궁 밑으로/차가운 가을비가 내린다 
○네 웃음은 참 아름답다 
→ 네가 웃는다/잔잔하게 웃는 네 웃음 속/이름 모를 풀꽃들이 하늘거리며 손짓을 한다. 
 
어떻습니까? 배경만 바꾸어도 아주 새롭게 보이지요? 새롭다던지 낡았다는 것은 
대상 그 자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배경을 바꿀 경우, "어? 비가 마음의 들판에 내리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하고 긴장을 하며 읽으면서 글쓴이의 의도를 헤아려보기 때문에 새롭게 보이는 것입니다. 
 
자아, 시상을 새롭게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치고 다음 장에서는 
이렇게 고른 시상을 검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생각해 봅시다> 
1.시의 제재가 새로워야 할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2.어떤 제재를 선택하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다시 생각해 봅시다. 
①대상의 위치 전환 
②주체와 객체의 입장 전환 
③서로 다른 것의 동정화(同定化)와 동일한 것의 이화(異化) 
④작은 것의 확대(擴大)와 큰 것의 축소(縮小) 
⑤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이동 
3.어떤 제재를 선택하고 연상을 거듭한 다음 중간 단계를 자르고 한 편의 시를 완성해 봅시다. 
4.자기가 좋아하는 시 한편을 고르고, 그 시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바꿔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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