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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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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시, 어디까지인가 / 16인의 좌담-
2019년 03월 10일 16시 25분  조회:1275  추천:0  작성자: 강려
하이퍼시, 어디까지인가
                             16인의 좌담-「시문학」2011 1월호 발표
 
 
 
주제: 하이퍼시의 특성과 가능성
사회: 심상운
기록: 이선
날짜: 2010년 11월 19일, 오후 3시
장소: 미스터 브라운 찻집 (시문학사 근처)
참석한 사람들: 문덕수, 김규화, 심상운, 신규호, 유승우, 최진연, 정연덕, 안광태, 송시월, 이솔, 손해일, 조명제, 김기덕, 위상진, 이선,
 
. 하이퍼 시를 쓰면서 느낀 시적 감각과 일반 시와의 차이점
 
 
심상운: <시문학>에서 기획한 <확산 하이퍼시>특집은 2009년 11월호부터 2010년1월호까 4회에 걸쳐 82편이 발표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확산 하이퍼 시에 참여한 시인들이 모였습니다. 하이퍼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하여 하이퍼시의 정착과 미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문덕수 선생님의 격려 말씀을 듣도록하겠습니다. (그때 유승우 시인이 들어옴)
문덕수: 저는 시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해서 열이 오르는 그런 사람입니다.(모두 웃음) 나중 에 시간이 되면 제가 하이퍼 시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상운: 유승우 시인 오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이 토론을 위해서 설문을 작성해서 E-mail 로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다섯 가지 질문을 드렸는데 먼저 하이퍼시를 쓰면서 느낀 시적 감각과 일반시와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서 구 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더 좋겠습니다. 먼저 말문을 열 분 말해주세요. (주위를 둘러보며)
조명제: 하이퍼시의 감각에 대해서 제가 잠깐 말씀드리면 소리의 울림을 가지고 시를 쓸 때, 과거의 시들은 소리가 배경으로만 작용하였지만, 하이퍼시에서는 사물의 울림과 소리 가 그냥 시의 배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시적정보를 새롭게 촉발해 나갑니다. 즉 시를 입체화시키지 않느냐 하는 관점에서 생각했어요.
이선: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시와 하이퍼시가 어떻게 다른지 위선환의「바위」와 김규화의「한강을 읽다」를 읽고 일반시와 하이퍼시의 감각의 차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百日이 지나고 지나면서 보았다 거기에 계셨다
그 해가 지나고 지나면서 보았다 거기에 계셨다 몇 해가
지나고 지나면서 보았다 거기에 계셨다 여러 해가 지
나고는 햇수를 잊었다 허겁지겁 찾아뵈니 아직 거기
계셨다 벼랑같은 몸으로 깎아질러 계셨다 발바닥을
끌어당겨 무릎 위에 올려놓고 허리뼈를 곧추세운 앉
음새 그대로 거죽이 헐고 광대뼈가 부스러지는 큰 바
위 몸으로 들어앉아 계셨다 큰절 받고 잔기침하며 앉
음새를 고치시는 때, 한번 더 당겨 얹는 두 무릎에서
우두둑, 힘줄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 위선환, 「바위」 전문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부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러내리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올랑촐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 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은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 지른다
―김규화, 「한강을 읽다」 전문
 
위의 시 위선환의「바위」와 김규화의「한강을 읽다」는 아날로그 시와 하이퍼시를 비 교하기 위하여 예제로 든 것입니다. 위선환의 시가‘바위’를 대상으로 한 아버지에 대한 비유의 시라면 김규화의 시는 ‘한강’을 대상으로 한 어머니에 대한 시입니다. 위선환의 시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주제 중심으로 내부로 심층적으로 파고듭니다. 그러나 김규 화의 시는 외부로 확산적으로 흘러가며 확장됩니다.「바위」는‘주제’중심의 ‘대상’을 중 심으로 한 ‘의미화’시며 「한강을 읽다」는 ‘사물 중심의 풍경화 기법’의 시입니다.「바 위」가 ‘정지된 그림’이라면 한강을 읽다」는 ‘움직이는 그림’입니다. 운동성을 획득하고 장면전환을 합니다.「바위」의 구조는 고정적이며 답답하게 독자를 설득하려 하려한다면 「한강을 읽다」는 풍경화 기법으로 시원하게 확장적으로‘보여주기’합니다. 하이퍼시는 확 실히 차별화 되는데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이 운동성을 줍니다. 정지된 풍경화가 아니라, ‘움직이는 풍경화’입니다. 움직이는 그림은 새로운 감각과 생동감을 줍니다. 또 한 「한강을 읽다」는 ‘시점’을 거꾸로 하여 변화를 줍니다. ‘이젤을 거꾸로 세워’ 한강 이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무생물인 ‘한강’이라는 사물에 행동과 의식을 넣습니다. 상상 력의 확장은 하이퍼시의 특징입니다.
심상운: 이선 시인의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하이퍼시와 일반시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 거 같습니다. 다른 분 준비해 온 것 발표 부탁드립니다. 송시월 시인 준비 잘 해오셨나요.
송시월: 준비는 잘 못했어요. <시향> 편집을 하다보니까 아무것도 생각을 못했어요. 일반시에 비해서 하이퍼시는 링크되어 사방으로 건너뛰는 리좀 구조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주로 언어 감각으로 씁니다. 이것은 간단한 제 하이퍼시 쓰는 방법입니다.
심상운: 김기덕 시인 말씀해 주십시오.
김기덕: 저는 하이퍼시에 대해서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존 시 쓰기에서의 변화를 위해 하나의 사물에 대해서 그 주변의 어떤 것을 대치시켜 가지고 다 른 이미지로 확산해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쓸까 하는데, 시를 써보면 잘 안돼서 제가 제 스스로 많이 보완해야겠구나 생각합니다. 오늘 많이 배우려 합니다.
김규화: 저도 일반시와 하이퍼시의 다른 점은 시적 감각이라고 했지만, 우선 일반시는 선조 적, 선형적이고 시간의 순서대로 원인결과가 있고 순리대로 나가는 데, 하이퍼시는 원인 과 결과를 다 파괴시킵니다. 그래서 독자와 소통이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 조상으로 통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심상운: 비선형적이고 다양하지만 무언가 통일된 것이 있어야 소통이 될 수가 있다. 그런 말씀이시죠. 그럼 신규호 선생님…
신규호: 내가 쓰는 시에 대해서 구태의연한 것을 느꼈어요. 관념적인 것을 벗어날 수 없고, 감정적인 것을 벗어날 수 없고.. 그래서 책도 읽고 하이퍼시에 참여해 보자 생각했어요. 일차적으로 하이퍼시를 어떻게 써야 될지 잘 모르지만 내 시가 변해지는 걸 느꼈어요. 거 기서 잘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해 보니까 역시 나이가 먹어 그런지 자꾸 관 념이 들어가요. 그걸 완전히 벗어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그걸 일반시와 비교한다면 어 쨌든 시적 리듬이라는 것은 있어야 되는데 리듬을 살리기가 어렵고 산문적이 되기 쉽고… 그래서 어쨌든 하이퍼시도 시니까 정서적인 감흥이 일어나야 되는데 그게 어려워요. 산 만해지기 쉽고. 시의 흐름이. 그게 고민이예요. 어떻게 하면 하이퍼적인 느낌을 살리면서 도 기존관념을 벗어나 시적 정서를 살릴 수 있을까? 초점이 기존관념이 아닌, 고정관념이 아닌 어떤 정서적인 초점이 작품 속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심상운: 최진현 시인
최진연: 제가 언젠가 <시문학>에 발표를 했습니다만 심상운 시인 시론집『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를 정독하고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하이퍼시를 연구하고 그쪽으로 쓰다보니까 과거 내가 쓰던 시가 하이퍼시가 아니었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링크라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다 상관성이 없는 이미지의 집합, 주제는 가상이죠. 거기 다양한 선이 집중해 있는, 초점이 거기 포커스 맞춰가지고 통일성은 없이, 잘 영상언어로 얽어놓는 컴퍼지션(com·po·si·tion)이지요. 저는 처음부터 그런 시를 많이 써왔어요. 젊어서부터. 내가 조금만 적응하면 하이퍼시를 쓸 수 있겠구나 했어요. 두 번째는 아까 신규호 시인이 얘기를 했지만은 시에서 관념을 제거한다는 거, 그 속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녹여낼 수 있는 거, 그거 제가 제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이퍼시의 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 넣을 수 있겠는가 하는 거지요.
송시월: 최진현 시인의 옛날 시 「그래픽」이 하이퍼 적인 시였어요.
최진연: 네,「그래픽 1」이 그렇습니다.
위상진: 하이퍼시를 말할 때 의식과 인식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그 다음 긴장감을 유 지한다는 거예요. 같은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서 인식과 의식이 달라지듯이 하이퍼를 하나의 그릇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릇에 따라서 소스와 다른 부수적인 것이 달라져요. 자 유로운 시공간에 자신을 내던질 수가 있었어요. 소재는 오히려 일반시보다 잡기가 용이한 데 비해 뜬금없는 시공간을 흐를 우려가 있기에 ‘이음 쇼트’(공백을 채우면서 다른 시공 간으로 이동하는 작업)를 장치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시각과 청각에 전달되도록 쓰려고 했어요. 이미지들의 연속성, 링크로 인해 귀착 지점의 예상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어요. 서정적인 부분을 배제하다 보니 심정적 무드가 닿지 않는 부분을 그대로 두고 지나치는 느낌이었어요. 또 한 가지는 시점과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가령 생화를 일반시라 한다면 하이퍼시는 드라이플라워 기법으로 표현을 하지만 생화 같은 느낌이랄 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법적인 요소를 얘기를 한다면 몽타주, 쇼트-시작점, 화자 와 독자와의 시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내가 담고자 하는 화면을 프레임에 서 따내는 부분의 차이를 일반시와의 차이점이라고 여기며 제 나름대로 써왔어요.
손해일: 나는 하이퍼시에 대해 오남구 시인에게 많은 얘기를 듣고 현대시에서 논의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시문학>에 월평을 쓰게 되어서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서 하이퍼 시의 개념을 정리했어요. 내 시도 읽기 싫고 남의 시도 읽기 싫고 식상하여져서, 하이퍼 시로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중복이 될지 모르겠는데 첫째는 하이퍼시는 크게 말 하면 상상력의 무한한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 두 번째는 언어만 가지고 시는 제한성이 있 는데 창작기법 면에서 그냥 무한대로 확장이 되는 기분, 두 가지를 말할 수 있어요. 하이퍼시 3편을 썼는데 기존시와 하이퍼시가 뭐가 다르냐? 그 거에 대해서 혼란이 오는데 비선 조적이다, 몽타주 기법이다, 구성이다, 관념적으로는 안 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화하기에 는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씀드립니다.
김규화: 전에 전에(최진연 시인의 발언을 지칭하는 것 같음) 알고 보니 하이퍼시를 많 이 썼다고 말씀하셨는데, 하이퍼시와 일반시와 다른 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 나 중요한 점이 하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시는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선조적으로 선형적으로 나가게 되는데, 하이퍼시는 그걸 파괴해버립니다. 파괴하니까 가상현실, 공상, 상상이 들어가게 돼요. 원인과 결과가 무너져서 가상현실에 들어가게 돼요. 그게 하이퍼 시와 일반시와 다른 점이예요. 하이퍼시도 일반시도 상상력이 들어가고, 엉뚱한 이미지를 결합해서 시를 만들지만......
심상운: 안광태 시인 말씀해 주시지요.
안광태: 할 말 없습니다.
최진연: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픽」이라는 연작시를 쓸 때를 생각하면 하이퍼시 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그래픽」은 컴퓨터의 도형, 영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많이 구상하여 써서 선명한 영상이미지로 조립을 했어요. 연과 연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요. 한 행 한 행, 연 단위도 연과 연 사이의 획일성이라든지 통일성이 없어요. 문 선생님이 말하는 집합적 결합 요소가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심상운: 안광태 시인 말씀 안 하실래요? 한 마디는 해야지…
안광태: 흠, 제가 하이퍼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문 선생님과 몇 분이 점심을 먹으면서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잠재의식이 흘러갈 때 시공간을 초월한다. 지금 생각과 옛날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그것을 시로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영어로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말하는데, 하이퍼시가 상당히 그것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았어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미지가 그냥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연관성이 있으니까 일어나는 거거든요. 잠재의식에서 그것이 연결고리로 연결될 때, 하이퍼시가 된다는 생각을 나중에 했습니다.
심상운: 이제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보통 일반시는 주제를 지향하는 시라고 하면 하 이퍼시는 이미지를 지향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그렇게 나누어집니다. 주제는 관념
입니다. 관념을 가지고 선관념후사물(先觀念後事物)의 시를 쓰는 사람들을 일반시인이라 고 말하면 됩니다. 하이퍼시는 관념보다 사물, 사물로만 이야기하는 그러니까 이미지를 통해서 이미지로만 이야기하는 시를 하이퍼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림도 움직이는 그림과 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림이 있듯이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서 움직이는 이미지 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아까 안광태 시인이 무의식 공간의 개념을 말했는데 맞습니다. 자 유로운 상상이 하이퍼시의 중심입니다.
심상운: 일반시와 하이퍼 시와 차이점에 대해 부산의 김금아 시인이 보내온 글을 읽겠습니다. “일반시는 주제 의식이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다듬어 사용합니다. 함축적이고 리드미컬한 언어라는 형식 속에 주제와 정서라는 내용을 담은 것이지요. 하지만 하이퍼시는 특별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적 언어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어와 언어의 교합과 배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나 이미지가 시의 정서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반시는 현실 세계의 한 단면을 압축하는 편이지만, 하이퍼시에서는 공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변화되어 가는 자유로운 시적 공간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시적 의미 자체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시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에 초점을 두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을 일반시로 묘사한다면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의 현실적인 장면을 그리겠지만, 하이퍼시로 묘사한다면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의 끝에 매달린 소망과 간절함을 새로운 생명의 싹트는 병아리가 부화되는 장면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시는 대체로 쉽게 다가오고 공감대도 가까이 나눌 수가 있는 반면 하이퍼시는 조금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연덕: 저 한 마디 해도 되겠어요?
심상운: 말씀하세요.
정연덕: 하이퍼시에 들어가면 픽션이 가장 많이 떠오르고 픽션이 작품이 됩니다. 탈구조적인 모습이 나오고, 구조가 깨지는 거죠. 하이퍼시가 잘 발전을 하면 공동작업이 가능하다고 해요. 작품을 올려놓으면 작품을 자유스럽게 독자가 읽고 다른 픽션을 넣습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자유스러워지는 걸 느낍니다.
심상운: 초현실주의의 ‘아시체 놀이’가 그와 유사한 언어행위입니다. 더 말씀하실 분....
조명제: 하이퍼시의 여러 이론적 특징을 제 체험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면 아까도 말씀 나왔습니다만, 비선형적이다. 비논리적이라는 것, 다시점, 복수시점은 옛날 시에서도 나왔습니다. 제 경우에는 다양성입니다.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 사물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비선형적인 다양성이라든가 복수시점, 다시점, 아주 이질적인 대상이나 어떤 스토리가 한 작품 속에서 링크, 또는 점핑해가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김규화 선생님 말처럼 산만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는 리좀이라는 것을 잘 사용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이퍼시 발표된 것을 한참 읽다보면 상당수가 뭔가 공허해진다는 걸 느낍니다. 공허해지면서 감동을 주지 않는다는 걸 느낍니다. 공허함에서 벗어나려면 장면 장면들은 좀더 치밀한 묘사를 하여 구체화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묘사를 좀 더 구체화시키면 리얼리티는 독자가 스스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이선: 저는 환타지성과 운동성을 하이퍼시의 요소라고 생각하는데요, 심상운 시인의 하이퍼시에 운동감이 많은데, 그것은 사물에 의식을 넣은 것 같아요. 적은 동사를 써서, 문덕수 선생님의「탁자가 있는 풍경」에서도 무생물인 사물에 의식을 넣어서 상황적 분위기를 표현했어요. 최소한의 동사를 사용했는데, ‘신사의 등’이 ‘유리컵을 노려보고’, ‘재떨이가 발딱발딱’ 숨을 쉽니다. 사물성에 의식을 넣음으로써, 운동성과 환타지성을 주어 신선한 감각을 준다고 봅니다.
 
2. 하이퍼시의 독자 수용문제(소통)와 그 해결 방법
 
심상운: 하이퍼시를 쓸 때 느끼는 독특한 감각과 일반 시와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은 하이퍼시의 독자수용문제에 대하여 토론하겠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퍼시의 소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손해일: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이퍼시에 대해 거부감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 점도 있고 그 이유를 생각하면 하이퍼라는 개념하고 탈관념이라는 개념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생각해요. 이상(李箱)의 시나 포스트모더니즘 시, 기법으로는 새롭다하는데 별로 감동이 없고, 재미가 없어요. 시가 새로우면서도, 감동을 주고, 재미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야 될 것 같아요. 디지털적 기법은, 감정이나 정서 중심이 아니고 표현기법으로 가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 걸 사용하기 때문에 정서하고는 자꾸 멀어지고, 하이퍼라는 개념을 알면서도 헷갈려요. 감동을 주든지, 재미를 주어야 독자가 읽죠. 재미가 없으면 안 읽어요. 어디까지가 관념이고 어디까지가 관념이 아닌 지.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감동과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심상운: 그렇다면 하이퍼시는 서사적(敍事的)으로 길어지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 대해서 소견을 말해주세요.
손해일: 디지털적인 걸 넣으면 산만해지고 길어집니다. 관념하고 개념 자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옵니다. 하이퍼시는 새로운 것은 눈에 띄는데 감동이나 정서가 문젭니다. 기법에서 재미가 들어가지 않으면... 요즘 젊은이들은 어록적인 거나 재미 때문에 읽지요. 그런 걸 통해서 좀…
심상운: 그러니까 서사성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말씀이군요.
이선: 저는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요, 가령 소주병들을 모아놓고 사진 찍고, 철새 떼가 집단으로 죽어 있는 사진을 찍고, 쓰레기더미가 산더미처럼 막 몰려온 낙동강 하류를 사진을 찍어서 보여줄 때, 그걸 보고 사람들이 어렵다고 말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하잖아요? 드라이하게 상황제시를 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여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하이퍼시도 어떤 상황을 따와서 충격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조금 오버해서 보여준다고 할까요? 저는 그걸 보면서 우리가 드라이하기만 한가? 라고 묻습니다. 아니다, 죽은 새떼를 보고 살벌해서 충격을 받지만 반대적인 심리적 변화가 있잖아요? 마음이 아프고, 물도 살려야겠다, 산수도 살려야겠다고 강한 결심을 하게 하죠. 일반시들이 말로 설명하면서 웅변하고 설득하려고 한다면 하이퍼시는 방법이 다릅니다. 화면을 보여주고 ‘네가 느껴라’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어요. 드라이 한 것도 소통이 됩니다. 다만 디자인과 기법에서 선명하게 드러내야지, 산만하게 흩어놓아서 뭔 소린지도 모르면 문제가 됩니다. 샤갈기법으로 덩어리로 이미지를 그렸느냐, 몬드리안 기법으로 면으로 나눴느냐, 선이면 선, 면이면 면 선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반추상도 아니고, 추상화도 아니고, 뭔 말인지도 모르게 섞어놓으면 안 됩니다. 시스템의 변화가 하이퍼시의 핵심입니다.
안광태: 하이퍼시의 문제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는 소설에 비해서 간결성이 중요하거든요. 시는 간결성이 중요한데 메타포라든지…하이퍼시는 간결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봅니다. 손 시인은 재미를 가미해서 극복하면 어떠하냐고 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송시월: 소통의 문제는 시가 되었느냐, 시가 안 되었느냐가 문제예요. 난해한 시도 시를 따라 가면 소통이 돼요. 서사적 구조를 이미지로 선명하게 갖다만 놓으면 링크될 요인이 들이 있어요. 링크될 요인들이 정서로 흘러가면 하나의 시가 될 수 있어요.
심상운: 송시월 시인은 ‘시의 완성도’가 소통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송시월: 그렇지요.
이선: 그런데 송시월 시인이 말씀하신 것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시를 쓰면서 관념적인 주제의식을 깔고 그림을 그리느냐, 무의미성으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시월: 언어에는 관념이 반드시 따르는데, 새로운 관념을 발견하는 것이 탈관념입니다.
심상운: 신규호 선생님 말씀해 주시지요.
신규호: 나름대로 하이퍼시를 쓰려고 하다보니까 자연히 산문적인 문장이 되더라고요. 산문적 문장으로 흐르면 관념이 들어가고, 설명이 들어가고 그래서 다시점으로 전개를 했는데도, 하이퍼시라고 하긴 뭔가 석연치 않아요. 연과 연이 독립되어 있으면서 연 하나를 볼 때는 뭔가 서사적인 것이 깔려있고… 연과 연을 단절시키면서 공통적으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연과 연을 공통으로 연결하면 소통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러면서 썼어요. 소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문제인데....
정연덕: 소통을 자꾸 생각하면 오히려 더 소통이 안 돼요. 하이퍼시는 상하, 좌우로 왔다갔다합니다. 서양 사람이 쓴 글을 보니까 이렇게 썼어요. 시가 안 되면 거꾸로 읽어라, 그래도 안 되면 중간허리부터 잘라 읽어라. 뭐 그런 말도 있는데… 소통을 자꾸 생각하면 글이 안 돼요, 뭔가 자기 나름대로 쓰면 되는데.....
유승우: 저도 얘기해도 돼요? 순전히 들으러 왔었는데. 제일 먼저 이선 시인이 하이퍼시와 일반시의 차이점을 얘기하시면서 위선환 시와 김규화 시의 차이점을 얘기했는데 그걸 읽으면서 ‘아 요런 것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요 근래 와서 심상운 시인의 시론집을 다시 읽어봤어요. 구태의연한 시를 나도 벗어나야지. 나도 새로운 시를 써보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고 온 건데,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그게 동적인 거거든요? 나는 김규화 시인의 「한강을 읽다」를 보면 그래요. 현대적인 것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시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걸 느끼는데… 아파트라든지 현대적인 이미지들이 있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김규화 시인의 「한강을 읽다」를 읽으면서 난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위선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아 이사람 시 재미있게 썼다’ 생각했어요. 아까 안 시인이 잠재의식 얘기를 했는데, 시를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을 쓴 것이 시’다. 인간을 얘기할 때 빙산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에즈라 파운드는 콤플렉스’라고 얘기했거든요? 콤플렉스는 사실, ‘잡동사니’거든요? 잡동사니는 ‘기억의 창고’에서 의식이 사라질 때 나타나거든요? 의식이 사라질 때…의식이 사라지는 건 언제 사라지냐? 어떤 충격을 받을 때인데, 논리적인 것이 사라지고 생명 자체로 팍 튀어나오는 것. 무의식이 튀어나오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논리적으로 볼 때는 전부 낯선 거예요. 하이퍼시에서 낯선 것 때문에 독자와의 거리를 생각하는데, 옛날 소월(素月) 적에도 시 안 읽는 사람은 안 읽어요. 요즘 손자가 보는 만화를 봤어요. 이해가 안 되던데요? 그런데 아이는 빨리 이해해요. 현대 하이퍼시는 아예 리얼리티가 없이 아무렇게나 꾸며놓은 것 말고, 시만 되면, 이미지만 만들어지면, 이미지 자체가 시적인 논리를 따라서 리얼리티만 유지한다면 볼 사람은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문학>11월호 하이퍼시를 읽으면서 내가 쓰는 시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 시는 관념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해가 잘 되더라구요. 신규호 시인의 시가 이해가 빠르던데 같은 세대라서 그런가 봐요. 김규화 시인, 이솔 시인도. 나는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탈관념한 게 더 팍팍 올 수 있거든요. 저는 하는 일은 해 나가 보자, 시인은 사명에 살거든요. 시는 사명이거든요. 그러니까 하이퍼시도 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김규화: 한 마디 할까요? 저는 소통문제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이퍼시를 우리들만 좋다고 하면 뭐합니까? 많은 시인들이 인정해 주고 한국 시문학의 역사에도 남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이퍼시는 비선형적이고, 공간도 자유롭고, 원인과 결과가 부서지니까 소통이 안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는 통합적 구조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하이퍼시의 구조는 등산용 반찬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네모난 프레임이 있어요. 거기에 자잘한 반찬통 네 개가 들어 있어요. 반찬통 이름이 ‘모듈반찬통’이예요.
이선: 와, 딱 들어맞네요.
일동: (놀라서) 모듈 반찬통…
김규화: 아, 정말 하이퍼시를 이렇게 써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반찬통은 따로 떨어져 있으면 역할을 못해요. 그러나 한 개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4개가 다 있어야 비로소 역할을 다해요. 이런 게 하이퍼시가 아닌가 생각해요.
이선: 저는 참 이상한 생각을 가져요. <시문학> 11월호에 발표된 시를 보면서 왜 하이퍼시 발표인데 하이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심상운: 소통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이선: 소통에 대한 얘기예요. 그 이유가 뭔가 생각을 했어요. 심상운 시인의 시는 이해가 잘 돼요. 심상운의 시는 아주 객관적이고 냉정해요. 다른 사람 시는 자기 생각을 자꾸 넣으려고 하는데, 방법이 서투니까 소통이 안 돼요. 제가 하이퍼 시를 보여주니까 어떤 시인이 “이선 시인 시는 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건데, 나이든 세대가 이런 시 읽겠어? 즐겁게 살아. 이런 시 쓰면 무덤까지 외롭게 혼자 가겠다”고 했어요. 하이퍼시를 거부하는 일반 시인들과 소통하면서 하이퍼시를 쓸 방법은 무엇일까? 제 시 「귓속말하기」는 소통되는 의미를 제공하되, ‘시스템을 바꾸자’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연에 ( ―귓속말로)라는 말을 통일적으로 넣어서 <보라색을 주조로 한 그림>을 그렸어요. 단어는 이미 의미라는 관념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융의 무의식적 집단의식처럼. 그래서 ‘디자인’을 바꾸었어요. 또 제목을 「( )호와 ( ) 사이에」라고 하여 ( )라는 기호를 써봤어요. 또한 괄호라는 개념을 여러 개념으로 상상하여 써서 괄호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무의미화시켰어요. 세상을 향한 소통과 하이퍼시의 차별화를 병행하는 게 힘들더군요. 우리가 단어를 버리지 않는 한 관념을 버리기는 어려운데, 소통을 하려면 꼭 ‘무의미’만 추구해야 하나 거기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조명제: 김춘수 시인은 시를 써서 먼저 아내에게 보여준대요. 아내가 아는 척하면 버린대요. 쉽게 상대방이 이해하면 그건 자기 시로선 실패라고 했대요., 문제는 아까 송시월 시인이 말한 것처럼 ‘난해시’가 문제가 아니라, ‘애매시’가 문제입니다. 난해시는 시적 논리를 타고 들어가면 해석이 가능한데 애매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자기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거든요.
심상운: 김금아 시인이 E-mail로 보낸 독자수용문제에 대한 의견을 읽겠습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시도 독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존재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독자와 소통을 하기 위해 쓰인 시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이퍼시는 독자와의 소통을 고려하기 이전에 이미 스스로 표현하고 존재해야 할 하나의 언어적, 시적 영역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도 내 시를 읽고 이해해 주지 않아도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이퍼시가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외면당하면서 혼자만의 세계로 고립되지 않으려면 하이퍼시라는 이름으로 앞뒤 없이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마구 늘어놓는 창작으로 자기만족에 빠지기보다는 지극히 치밀하게 계산되고 보정된 언어로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를 창출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작품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혹은 현시점이 어디인지, 어떤 색깔인지 어떤 온도인지 등 가장 초보적이고도 핵심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하이퍼시인들의 책무이자 기쁨이겠지요.”
심상운: 제 의견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에서 독자수용, 즉 소통의 문제는 하이퍼시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대시 전반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에서 소통의 문제를 지나치게 중시하게 되면 시의 예술성이 허물어지게 됩니다. 예술성에는 난해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이퍼시에서 ‘이미지의 객관화’와 ‘의식의 내면화’가 선명하게 형성되어 있다면 소통문제에서는 벗어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이퍼시는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모자이크)을 통해서 현실공간에서 해방된 제2, 제3의 가상현실의 공간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일반시와 같은 기준으로 논의할 수 없는 것이 하이퍼시의 소통문제입니다. 독자들도 하이퍼시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시를 읽어야 합니다.
손해일: 소통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그걸 오해하면 안 되고? 독자들이 워낙 모르고 오해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기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이퍼의 핵심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고 방법을 찾자는 거지요.
심상운: 그렇게 하다가 하이퍼시의 핵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우리가 소통, 소통하는데……누구한테 하이퍼시 읽어보라고 했더니 소통 다 된대요. 어려운 거 없대요,
이선: 선생님, 그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요. 저희가 광고를 해야 된다는 것이예요. 하이퍼 라는 이름을 자꾸 인터넷에 올려야 돼요. 하이퍼라는 이름을 알리는 광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연덕: 대한민국 사람은 다 알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알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시문학>에서 하는 하이퍼시 운동에 관심이 있어요. 자기들 끼리 하이퍼시 쓰기도 하고. 도대체 뭘 가지고 하이퍼시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뭐라고 평론도 하고 하여튼 잘 되고 있어요.
심상운: 관심은 있는데 접근하는데 두려워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선: 하이퍼시를 의식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들보다 하이퍼적인 시를 쓰는 걸 볼 때 저 절로 긴장이 됩니다.
최진연: 쌍방간에 소통이 안 되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림 전시회에 여러분이 많이 가봤을 겁니다. 추상화를 보면서 누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잖아요? 추상화를 보면 많이 이해를 하잖아요? 하이퍼시는 감각적인 소통에서 그쳐야 돼요. 거기 무슨 의미가 있어요? 감각적인 소통을 하면 돼요. 감각적인 소통을 하면서도 뭔가 여기 있구나 하는 게 나는 사상성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시를 쓰면서 삼각형을 그려요.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하나는 ‘음악성’, 하나는 ‘회화성’, 하나는 ‘사상성’을 넣어야 돼요. 나는 그 중간지점의 가장 좋은 것을 쓰려고 해요. 어디 억매이면 시를 못 써요.
심상운: 또 말씀하실 분은?
위상진: 저희가 이렇게 모여서 하이퍼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처음인데요. 유승우 교수님도 오늘 관심이 있어서 오셨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서로 물들여지고 무의식적으로 잦아들고 스며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독자이면서도 화자이기도 하고 또 우리가 쓴 시를 다른 사람들도 보지 않습니까? 자꾸 스며들어서. 오늘 이 자리가 하이퍼시의 출발점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하이퍼시의 소통문제는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심상운: 하이퍼시 운동은 <시문학>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에 들어가면 하이퍼시에 대한 질문이 뜨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나오고, 그렇게 퍼져나가고 있어요. 문제는 학문적으로 시학(詩學)을 연구하는 대학 강단에까지 올라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3. <시문학> 발표된 하이퍼시에 대한 소감
 
심상운: <시문학>에 발표된 하이퍼시에 대한 소감을 듣겠습니다. 이솔 시인이 준비를 많이 해오신 거 같습니다.
이솔: 우리가 시적 감각을 말할 때 뛰어나다/ 새롭다/ 참신하다 등등으로 말할 때가 많은데요, 시적 감각은 시의 갈래를 떠나서 시 쓰기의 기본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이퍼시의 시적감각은 하이퍼적이어야 하며 한 마디로 새롭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하이퍼 시의 특징 중 하나가 색채감각인데요, <시문학> 11월호에 발표된 하이퍼시 중에서 색채를 시적감각으로 한 시를 보면, 송시월「초록거울」과 이선의「빨강 스펙트럼」, 강영은의 「노란집」, 고종목의「땡볕 한 장」, 이솔의「도룡뇽알 까만 눈이 나를 보고 있다」등이 있습니다. 「초록거울」은 녹색스프링노트, 떡갈 나뭇잎 거울에서 활활 타는 햇살, 빗방울의 전주곡, 거울 속에서 초록으로 팔랑거리는 난로 초록거울의 시적 감각을 생동감 있는 색채로 나타내고 있고, 이선의「빨강 스펙트럼」에서는 노랑, 빨강, 보랏빛 그림자, 붉은 립스틱, 립글로스, 하얀 이빨, 노랑불빛 등으로 현란한 색채를 통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강영은의 「노란집」에서는 고흐의 그림을 통해 해바라기, 노랗게 불타는 태양, 햇볕에 그을린 여자의 젖통, 아를의 들판을 통해 고흐의 단면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고종목도「땡볕 한 장」에서 8월 한낮에 파란신호등, 빨간 관광버스, 깜박깜박 등을 통해 뜨거운 한낮의 색채감을 보여주고, 이솔은 「도룡뇽알 까만 눈이 나를 보고 있다」에서 흙빛의 촉촉한 검정빛, 알다발 속에서 나를 보는 까만 눈, 인도 델리 짐꾼의 검은 눈, 그러나 터질듯 미끈거리는 생명의 빛을 시적감각으로 보여 주고자 합니다. 김규화는 청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계곡 물소리」는 북한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쉬면서 시는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라는 얘기를 하다가 지하철 편의점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이어지는 물소리를 감각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ㄹ’에 빠져 둑에서 흘러흘러 홍제천에 빠지는 나비. ‘ㄹ’을 안고 한강까지 누워서 흐르는, 시 전체가 흘러가는 ‘ㄹ’로 이어지는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김규화는 ‘소리’를 자유연상 하여 ‘매미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계곡물소리’로 감각적 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
심상운: 색채 이미지와 소리의 감각적 이미지에 대한 분석이 좋습니다.
 
4. 하이퍼시의 일반론에 대하여
 
. 링크, 리좀, 몽타주, 가상현실(공상, 상상)
 
심상운: 링크, 몽타주, 가상현실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더 보충할 거 있으면 말 씀해 주세요.
김규화: 링크로 연결된 리좀을 몽타주 기법으로 구성한 가상현실을 시로 쓰면 하이퍼시다. ’라고 정리하면 되네요.
심상운: 네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링크는 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일을 뜻합니다. 링크를 하기 위해서는 연결편집기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이퍼시에서도 링크는 이미지(장면)와 이미지(장면)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합니다.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은 상상 속에서 연결편집기를 가동하여 이미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하이퍼시를 쓸 때, 상상 또는 공상 속에서 이 연결편집기를 활발하게 작용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링크는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것이라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장면으로 넘어가는 클릭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위상진: 시점 내지는 관점의 차이라고 봐요. 틀을 탈피해서 다른 사물에 접목시키는 작업인데요. 가령, 생화를 드라이플라워 기법으로 표현하되, 생화로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표현기법으로 몽타주(시간과 공간), 쇼트(시의 시작) 시점(화자. 독자의 시점)을 달리 해야 한다고 봐요. 프레임(화면)의 범위를 어떻게 따내느냐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링크, 몽타주, 가상현실, 이건 인식의 세계에서 나오는 기법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환각상태, 착시, 저는 여기에다 데꼬빠쥬, 장면분할, 꼴라쥬를 더하고 싶다고 말씀드립니다. 색채만이 하이퍼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뭘 가져와도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되는 기법을 생각합니다.
심상운: 더 말할 분이 없으면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시론「디지털시의 이해」를 쓰면서 컴퓨터의 모듈(module)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은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려 할 때, 독자적 기능을 가지는 여러 개의 모듈로 나뉘는 방법입니다. 하나의 독립적이고 수평적이라는 의미에서 모듈은 리좀과 유사합니다. 리좀과 리좀이 결합하는 틀을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해일: 하이퍼시를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 이론을 다 알 필요는 없거든요. 그냥 쓰면 되지요. 기법적인 것은 쉽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론이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하이퍼시란 이름으로 세 편밖에 못 썼는데 어지간한 시는 이거 하이퍼시가 아니잖아? 이거 기존시하고 뭐가 달라? 되묻게 됩니다.
심상운: 제가 링크, 리좀, 몽타주 등 하이퍼시의 기법을 토론의 설문에 넣은 것은 시를 쓰면서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충실하면 좋은 하이퍼시가 나오지 않을까 해섭니다.
손해일: 내가 얼마 전에 인사동에 이일남 영상전시회를 가봤는데, 영상이 막 쪼개지고, 다 해체가 돼 가지고 단어 하나까지 다 분해되고, 다시 묶어서 영상을 만들고 합니다. 영상 플러스 집합 그런 시가 하이퍼시인 거 같습니다.
심상운: 앞으로 그런 시가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몽타주는 영화에서 주제와 연관된 필름을 모아 하나의 연속물로 결합시키는 편집기술을 뜻합니다. 러시아의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 슈타인이 만든 <파업>이란 영화에서는 노동자들이 기병대들에 의해서 쓰러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에 이어서 나오는 장면이 소가 도살되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한 몽타주 기법입니다. 그의 몽타주 이론은 ‘충돌의 집합’으로 요약됩니다. 이론의 초점은 개별적인 장면들을 극적으로 충돌시킴으로써 이미지들의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새로운 관념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하이퍼시에서도 이미지 표현의 방법으로 몽타주 기법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우리 하이퍼시에 도입이 되면 감동과 재미가 없다는 등의 얘기는 안 나올 겁니다. 그러나 시를 쓸 때, 하이퍼시에 육화(肉化)해서 집어넣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연덕: 화장실 다녀오느라 못 들었는데요. 리좀에 대해서 집중해서 생각해 봤는데, 리좀은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에 의해서 제기된 새로운 책 혹은 질서에 대한 모델입니다. 많은 이론가들은 리좀 부분이 들어 있는 들뢰즈/가타리의 책 『천개의 고원』자체를 하이퍼텍스트의 선구적인 인쇄물로 제시하기도합니다. 그는 리좀을 구성하는 원칙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연결접속의 원리, 2, 다질성의 원리는 시스템의 어느 부분이든 지 다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합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구성요소가 서로 연결 될 수 있는 횡적구조이며, 상부구조에서 하위구조에 이르는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다양체의 원리는 대상 안에서 주축역할을 하는 통일성도 없고, 주체 안에서 나뉘는 통일성도 없다. 연결을 늘리면 늘릴수록 성격의 변화를 겪게 된다. 다양체 안에서 차원들이 늘어난 것들이 리좀으로 만들어진 구성체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연결 지점이 아니라 그 사이의 선이라는 것입니다. 4는 탈기표 작용적인 단절의 원리입니다. 어떤 곳에 든 끊어지거나 깨질 수 있으며, 자신의 특정한 선들을 따라 혹은 다른 새로운 선들을 따라 복구된다는 이론입니다. 5,6은 지도제작과 전사의 원리입니다. 지도는 그 자체로 리좀에 속한다, 지도는 열려 있다. 지도는 모든 차원들 안에서 연결 접속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요약하면, 리좀은 중앙 집중화되어 있지 않고, 위계도 없으며, 기표작용을 하지도 않고, 조직화는 기억이나 중앙 자동장치도 없으며, 오로지 상태들이 순환하고 있을 뿐인 하나의 체계라는 것입니다.
이선: 와, 자세하네요.
최진연: 교보에 가보면 책이 있어요. 그 책만 하나 사보면 돼요.
 
. 하이퍼시에서 관념의 문제
 
심상운: 관념은 사물과 대립되는 개념의 언어입니다. 관념은 사물이 만들어주는 의식주의 실제생활이나 오감의 감각과는 차원이 다른 사유에 속하는 정신적인 영역의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시에서 관념시와 사물시로 분리하기도 하지만 사물과 관념은 대립적이면서도 서로 결합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사물은 기표(記票시니피앙)의 역할을 관념은 기의(記意시니피에)의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이퍼시가 순수한 기표에 시의 기반을 둘 때, 기의는 자유로워지고 확대됩니다. 관념의 제로지대에서 새로 태어난 관념은 하이퍼시가 지향하는 언어예술에서 신선한 정신이 됩니다. 그것이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관념에 대해서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조명제: 언어는 언어자체가 이미 이미지와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념을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관념 자체를 추구하는 시가 문제가 됩니다. 오히려 ‘무의미’라든가 ‘무관념’ ‘탈관념’을 형상화해내기 위해서는 관념은 불가피하게 수용되는 것입니다 무관념으로 시를 쓰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관념 단어 자체를 가지고 시를 쓰는 건 어려운 문제입니다. 소설을 허구의 세계라고 하는데,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허구를 보여주는 겁니다.
손해일: 하이퍼시는 관념을 빼고 쓴다더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의미를 집어넣으면 관념이라서 혼동이 온다고 일반 독자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거지요. 우리 자체도 관념을 굳이 왜 빼려고 하는지, 관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지 말자고요. 관념이 안 들어가니깐…빼니깐, 확산이 잘 안되고, 관념을 조금 줄여보자고 하면 의식작용이 되고, 로보트가 쓰면 관념이 안 들어갈 거예요. 감지단계, 인지단계, 인식단계, 여기까지는 탈관념이고, 여기서부터는 관념이다 하니까 일반 독자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겁니다. (모두 웃음)
심상운: 다음 말씀하실 분
최진연: 내 생각에 그래요. 관념이 사물 속에 녹아들어가는 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면 아까 문 선생님 말씀하셨듯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관념을 사물화시키는 거죠. 심상운 시인의 하이퍼시가 명징성을 가지는 것은 바로 그거예요. 객관적 사물에 관념을 사물화, 관념을 노출시키지 않고 절제해서 인지단계에서 멈추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 단계에서 사물화(事物化)하는 거예요.
안광태: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관념을 사물 속에 넣는 것이지 관념을 완전히 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규화: 언어 자체가 다 관념이예요. 천사와 악마 구별할 필요가 없어요. 하이퍼시에는 가상현실이 중요해요. 가상현실에서는 관념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저는 가상현실의 하이퍼시에서 굳이 관념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연덕: 탈관념 문제가 그렇게 용이하고 쉽지는 않다는 것이죠.
김규화: 아, 그렇죠.
 
5. 하이퍼시의 가능성
 
심상운: 하이퍼시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 주십시오.
신규호: 하이퍼시는 실험 시지만, 각자 나름대로 개성이 있게 기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험시는 일반 시보다는 낯설고 거부감이 듭니다. 예술은 실험입니다. 한번 해볼 만한 것입니다. 시대가 정보화, 다매체 시대로 바뀌면서 새로운 시를 추구합니다. 하이퍼시 운동은 의미가 있으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 운동의 모험을 수반하지만 기법개발을 해야 합니다. 하이퍼시는 선적(禪的)인 것과 가까운 것 같습니다. 선문답(禪問答) 같아요. 언어의 한계성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 선명한 시가 기대됩니다.
최진연: 소주를 마시고, 조그만 방에서 무의식 상태로 비몽사몽간에 쓰는 게 시 잖아요? 보들레르도 그랬다고 해요. 무의식 속에서 이미지(그래픽 이미지)를 구성하는 거지요. 저는 젊을 때 시를 그렇게 썼어요.(모두 웃음)
유승우: 술은 의식을 없앱니다. 단어자체가 의미와 소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를 뺄 수는 없어요.『노자(老子) 』3장에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것을 알면 추악한 것이 있다고 했어요. 선하다고 생각하고 선하게 보면 악이 있다고 했어요. 없음의 자리, 기성의 것을 제거하고 하이퍼의 길은 감각적으로 가야 합니다.
신규호: 언어로 하는 언어 지우기라고 봐요.
최진연: 의식상태가 아닌 감성의 세계, 무의식은 컨트롤이 안 되죠. 감성통제하면 이성이 떠 오르니까.
심상운: 다음은 문덕수 선생님의 하이퍼시에 대한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6. 마무리 시평
 
 
문덕수: 이런 생각을 해 봐요. 레이아스(稀土類 Rare earth)가 없으면 전자산업이 망해요. 중국이 이를 일본에게 안 팔겠다고 해서 일본이 항복을 했잖아요. 중국은 세계의 40%를 가지고 있어요. 삼성, LG도 레아아스가 없으면 전자제품을 못 만들어요. 일본이 중국에 항복하고 선장을 석방해서 지금 일본이 난리가 났잖아요? 원자번호 56-71번인데, 이 레아아스 같은 존재들이 금요포럼에 있어요. <시문학>11월호에 발표된 시를 보면 시인들 중에 레아아스 같은 몇몇 시인들이 있어요. 두 번째 말할 건 광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평론가나 시인들이 다 조명을 못해줘요. 각자가 자기 시의 비법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신문이나 다른 문예지에 알리고 선전해야 합니다. 하이퍼시의 리좀, 몽타주, 링크, 모듈에 대해서 비법을 공개할 게요. 이름은 말 안할게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모두 웃음) 이 시가 제일 잘 써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밤에 잠이 안와서 시를 읽다가 보니까. 나중에 다른 사람들 것도 차례차례 하나씩 소개할 생각이예요. 1연을 볼게요.
 
의사가 목 안으로 스텐 막대를
밀어 넣었을 때, 비는 내리고
푸른 곰팡이는 벽으로 번지고
 
이 시의 비밀을 풀면 하이퍼시의 비밀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연에는 안과 밖이라고 하는 2개의 공간이 생깁니다. 안과 밖. 내부와 외부. 앞의 리좀, 뒤의 리좀. 병원 진찰실 안에서 나는 진료를 받고 있고, 바깥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이 장면은 별개의 사건이어서 의미상으로 전혀 연결이 안 됩니다. 인과관계가 없어요. 하이퍼시의 한 가지 기법입니다. 2연을 봅시다.
 
사람들은 물고기 우산을 쓰고
유령 같은 어둠은
침침한 바퀴소리를 접었다 펼쳤다
 
자기와 자기 바깥. 내부와 외부를 말하고 있지요? 3연을 보죠.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서
나는 주머니 속에서 빠져나간 줄시계처럼 늘어졌다
 
1, 2, 3연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연결-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 뒷부분은 필요 없어요. 버려요. 전혀 관계없는 두 개의 이미지. 서론, 본론, 결론과는 다른 통합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다른 시인들의 시에서는 볼 수 없는 비밀장치, 비법개발을 가진 레아아스의 시인들은 자존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김규화: 앞으로 자기 시작법을 공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문덕수: 요즘 잠이 안 와서 시를 읽는데 시를 이야기 하면 흥분해서 열이 막 올라요. 내가 얼굴이 벌개지고 열이 올라와요. (모두 웃음) 내가 흥분해도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상운: 오늘 열심히 토론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열띤 토론이었습니다. 준비도 잘 해오시고요. 나머지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서 회식자리에서 또 하기로 하고 이것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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